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다음달부터 한 달간 입법 예고에 들어가는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제5차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해당 핵심 내용들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산자부에 따르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최대 6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고의로 기술을 유출한 경우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등 일부 내용에 대한 변경이 이뤄졌다. 또한 산업기술 침해에 대해 기존 손해배상한도를 3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불법 이익 환수에 중점을 뒀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과 신고 절차를 거쳐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내 법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절차가 적용되지 않아 법적 맹점이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가 그 예로 거론된다. MBK는 김병주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미국 국적의 사모펀드로, 국내에 법인을 등록한 채 고려아연의 인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승인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지배 국내 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을 밝혔으며, 이는 항공사업법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도 '외국인'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 규제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입법 예고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과 같은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해왔으며, 이는 해당 기술이 해외로 매각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산자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이 법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기술 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어, 향후 법률안 개정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미국은 '외국인 지배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는 산자부의 시행령 개정 방향과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연방규정집 'CFR'에서는 외국인에 의해 실질적으로 통제되는 법인도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있어, 산자부의 개정안이 외국인 지배에 대한 규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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