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없는 연천군에 운영비 떠넘기는 코레일

연천군의 재정자립도는 경기도 30위다. 14.5%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성남시 62.2%, 화성시 58.6%다. 경기도 평균 61.6%다. 연천군은 수도권이 아니다. 경제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접경지역에 따른 각종 규제가 있다. 먹고살 산업이 들어서기 어렵다. 그나마 주민의 희망이 관광이다. 군사유적지, 접경지 환경 등이 소재다. 그중 하나가 백마고지역이다. 철도중단점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조차 군민에게는 자산이다. 관광 산업은 외지인이 방문해야 산다. 교통망이 필요하고 철도가 핵심이다. 백마고지역을 오가는 열차가 있다. 이게 2019년 4월 중단됐다. 경원선 전철 연장 공사 공정 단축이 이유였다. 코레일은 추후 운행 재개를 약속했다. 그 뒤 셔틀버스가 대체 운행되고 있다. 인접한 철원군도 같은 사정이다. 연천·철원군이 지난해 운행 재개를 공지했다. ‘이르면 2025년 8월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기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이 들고나온 운영비 부담 조치다. 44억원을 연천군과 철원군에 부담시켰다.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내야 할 돈이다. ‘전철이 개통되면 재개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운영비 부담이 등장했다. 이 조건에 부딪혀 철로 개·보수 공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열차 개조에 2~3개월, 선로 수선에 수개월이 소요된다. 8월은 물론 연말 개통도 불가능해졌다. 코레일 주장대로면 아예 폐선될 수도 있다. 연천군에는 그런 돈이 없다. 재정자립도 14.5%다. 가용 재원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어떻게 매년 20억~30억원을 떼어 내나. 당초 약속도 아니었다. 버젓이 운행되던 노선이다. 전철 공사를 위해 중단된 상태다. 그때만 해도 운영비 부담 얘기는 없었던 듯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코레일이 들고나왔다. 아마 수지타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철로 개·보수에만 128억원이 든다고 한다. 투입되는 예산 부담이 큰 모양이다. 그 손실 보전의 수단인 것 같은데. 연천군 입장이 안타깝다. “2019년 (백마고지역) 통근 열차 운행 중단 때 전철이 개통되면 운행을 재개한다고 했었다.”, “(계획에 없던) 막대한 비용을 떠맡을 수 없다.”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는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연천·철원군에 부담이 너무나 크다. 일방적으로 결정된 절차적 부당성도 있다. 타 지자체에서 같은 선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달리고 싶은 철마’가 연천의 관광이었는데, 그 철도가 또 멈춰서게 될 판이다. 연천군과 경기도, 경기도와 코레일 등 다양한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설] 나라 위한 ‘한덕수 활용법’은 대선인가 대미인가

한덕수 대행이 주재한 경제안보전략TF 회의가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비하는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한 대행이 던진 몇 가지 발언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인도 3개국과 즉각 협상을 지시한 것 같다”고 했다. 또 “하루이틀 사이에 액화천연가스와 관련해 화상회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조선·LNG·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찌 보면 대미 통상 협상의 기본을 정리한 수준의 발언이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준 안정감은 적지 않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대미 외교는 실종됐었다. 캐나다, 멕시코, EU는 싸우고 있었다.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협상도 아니고 대결도 아닌 상태였다. 이런 불안에 가닥을 잡아준 한 대행의 ‘길 안내’다. 트럼프 정부의 향후 계획을 예상했다. 중점을 둬야 할 품목을 지목했다. 그 뒤 일정은 그의 말처럼 진행 중이다. 앞서 트럼프와 통화한 일부 내용이 공개됐었다. 영어 실력에 트럼프가 ‘뷰티풀’이라며 호평했다는 얘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이냐고 물었다’는 얘기 등이 전해졌다. 다분히 한 대행의 몸값을 정치적으로 환산하는 듯한 에피소드였다. 경제통이면서 미국통이라는 평가 역시 정치적인 가치에 방점이 찍혔다. 14일 전략회의는 이런 정치적 해석과는 사뭇 달랐다. 트럼프 압박에 대응할 실질적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한 대행은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했다. 1차로 8명의 후보군이 추려졌다. 그 속에 한 대행은 없다. 그럼에도 한덕수 카드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선거 막판 극적인 영입의 시나리오도 나돈다. 민주당의 한덕수 때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친야 성향 언론도 연일 그를 깎아내리고 있다. 정파가 하나 돼 싸워도 버거울 판국이다. ‘한 대행 대망론’이 이런 시대적 대오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 모습이 나라에 무슨 이익이 될까 싶다.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조원씨앤아이)가 있다. 한 대행이 29.6%로 김문수 전 장관(21.5%)을 앞섰다. 보수층의 선택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여론조사(NBS)도 있다. 66%가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바람직하다’는 24%였다. 보수층 여론 다르고 전체 여론 다르다. 불확실성이다. 여기에 정치인 한덕수에 대한 검증도 미지수다. 역시 불확실한 미래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논해 보려는 ‘한덕수 활용법’이다. 한 대행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이 어제부터 미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한국은 그 다음 순서로 매겨져 있다. 곧 누군가 나서 담판해야 한다. 대선 전 타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대선까지 질질 끌 수 있어야 한다. 타협이든 지연이든 만만치 않은 능력이다. 한 대행이 갖고 있는 특출한 능력이 이것이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金지사 대신 민생을 볼모 잡다

북수원테크노밸리는 수원시민의 희망이다. 축구장 21개 크기인 15만4천㎡다. 영동고속도로, 국도1호선, 수원외곽순환도로와 연결된다. 동탄인덕원선(2028년)과 시흥~수원 고속화도로(2031년)도 지나간다. 최첨단 AI 지식산업벨트가 구축된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 7천개가 창출된다. 기숙사 1천호, 임대주택 3천호도 공급된다. 주민을 위한 상업·문화·복지 공간도 제공된다. 예상 사업비는 3조6천억원이다. 재원 마련 방안도 섰다. 경기도가 공공 자산을 활용하기로 했다. 공공 부지를 경기도시공사에 현물 출자한다. 인재개발원 부지 14만3천㎡다. 공사는 이를 담보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관련 절차가 경기도의회에 제출됐다. 경기주택도시공사 현물출자동의안이다. 그런데 이 안건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의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김동연 도지사가 제출한 안건을 모두 덮고 있다. 상정·심의·의결에 비협조 한다는 사실상의 당론이 있다. 이 배경으로 두 가지가 점쳐진다. 하나는 김 지사의 대권 행보 견제다. 국민의힘은 도정을 소홀히 한다고 비난한다. 다른 하나는 소통 부재다. 국민의힘이 도에 예산 처리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응답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의정 비협조’를 낳은 듯하다. 김 지사의 대권 추진이 도정을 소홀히 한 건 맞다. 도의회를 무시한다는 주장 역시 국민의힘에서는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거기 빨려들어간 민생이다. 사실 경기지사 대권 놀음은 늘 있었다. 김문수·남경필·이재명 지사가 모두 보였던 모습이다. 정치적 목적의 지방 출장이 비일비재 했고, 경선 참여한다며 장기 휴가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전신 소속 지사도, 민주당 소속 지사도 다 그랬다. 새삼 민생을 볼모 잡을 일로 보이지 않는다. 도민 시각이 그렇다. 소통 부재 주장도 벌써 2년 넘게 반복된 화두다. 지사실 앞 연좌 농성이 언제 일인가. 이 식상한 문제로 이번에는 민생 마비인가. 북수원테크노밸리는 아주 작은 예다. 국민의힘이 멈춰 세운 안건이 28건이다. 도지사가 제출한 안건은 29건이다. 포천 오폭 사고 지역 세금 감면, 1건만 처리했다. 아마도 도민의 분노가 클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이 세운 28건 모두 절박하다. 어느 지역 또는 어느 집단의 현안이다. 도민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하나하나 펼쳐 놓고 지역민 또는 관계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도지사 밉다면서 왜 민생을 볼모 잡나. 재난 안전, 마약류 대책, 감염병 예방, 외국인 지원.... 여기에 속타는 건 김지사가 아니라 도민이다.

[사설] 서울시는 하는 땅 꺼짐 GPR 탐사, 경기도는 못하나

흙더미 속 근로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는다.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닷새째다. ‘교육동 컨테이너에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지하 20~30m에 묻힌 컨테이너를 수색했다. 6개 컨테이너 가운데 한 곳에 매몰됐을 가능성을 두고 있다. 사고 난 지역은 지반 상태가 5등급이다. 지난 2023년 1월 감사원이 ‘부실 시공’ 경고를 했었다. 지반 변형을 막는 시설인 인버트가 설치되지 않았다. 인재가 초래한 참사다. 우리 주변의 땅 꺼짐 사고는 이제 일상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의 통계가 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를 보자. 전국에서 1천337건이 발생했는데, 경기도에서만 289건이다. 21.6%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연간 41.2건꼴이고, 한 달 평균 3.4건이다. 택지 개발이 이어지는 경기도다. 지하 교통 개발이 늘면서 땅 꺼짐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이 있다. 땅 꺼짐 고위험 지역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해 땅속 상황을 진단한다.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지면으로 쏴 지하구조, 경도를 형상화한다. 이를 토대로 만드는 것이 땅꺼짐 고위험지역 지도다. 지하철 별내선(도봉~옥정 구간)과 7호선(옥정~포천 연장 구간)은 현재 공사 중인 현장이다. 대규모 지하 공사 현장인 만큼 지반 탐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GPR 탐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지자체들이 장비·인력·예산 부족을 말한다. GPR 탐사 장비를 보유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다. 장비 있는 업체에 의뢰해야 하는데 예산이 든다. 겨우 한다는 조치가 굴착 공사 주변 안내다. 정확한 지반 상태 진단 없이 공사 주변을 ‘위험 지역’으로 공지한다. 앞으로 고양, 하남, 남양주에서도 지하철 공사가 시작될 텐데. 이런 주먹구구식 예방 행정으로 계속 갈 판이다. 서울시의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안전점검회의가 열렸다. GPR 탐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서울시에는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 다섯 곳이 있다. 이 49.3㎞와 주변 도로에 GPR 탐사를 하기로 했다. 자치구가 자체 선정한 우선 점검 지역 50곳(45㎞)도 전수 탐사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의 지반 침하 관측망도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반 변화 실시간 계측 시스템이다. 서울시나 경기도나 예산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서울시는 첨단 대책을 세웠고, 경기도는 안전표지판을 세웠다. 혹시 예산이 아니라 판단의 차이 아닌가. 경기도 사고 현장에 근로자는 5일째 묻혀 있다. 행정의 차이에서 비교되는 재앙의 차이다.

[사설] 세종·충청으로? 또 서운해지는 경기·인천·서울

대통령선거만 오면 어김없이 이런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쪽 주장이 강하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쪽도 다를 것이 없다. 경기지사 출신들도 거침없이 가세한다. 바로 세종·충청권으로의 행정·기관 이전 구호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가 시작이었다. 20년도 훌쩍 넘었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대통령실·국회, 대법·대검이다. 식상하지만 언제 들어도 불쾌하다. 경기·인천·서울에는 박탈이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경남 출신인 그가 세종시청에서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그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을 되살릴 장소로 선택한 모양이다. 일성은 예상한 대로 ‘세종시 완성’이다.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헌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 등도 약속했다. 차기 대통령의 직무를 아예 세종시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다. 충청표를 구애하는 ‘세종팔이’다. 이 대열에는 현직 수도권 단체장도 가세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지난 2월 한국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에서 특강을 했다. “대통령실과 국회는 세종시로,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충청으로 이전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사법·법원까지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 ‘노무현 (전)대통령이 미처 하지 못했던 사업’이라고 했다. ‘충청’에 공들여온 그다. 새로울 건 없다. 18대 경기도지사 이재명 전 대표도 한목소리다. 지난 대선부터 그랬다.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추진,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약속했다. 당 대표 때도 행정수도 이전 재추진을 지시한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끼어들었다. 지난 3월 중순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말했다. “청와대, 여의도 국회를 합친 명품 집무실을 (세종시에) 구축하겠다.” 중원의 지배자가 대권을 잡는다고 했나. 충청 잡기 경쟁이다. 국민의힘 쪽은 탄핵 충격이 아직 깊다. 공약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 다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은 주목된다. 8년간 경기도지사였다. 재임 중 했던 말이 있다. 2010년 1월14일 경기언론인클럽 초청 특강에서다. 세종시 정책에 대해 “국토를 남북으로 나눠 놓고, 다시 수도를 4개로 찢는 나라가 어디 있나”며 비판했다.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 입장이 달라졌을까. 그라고 다를까 싶기는 하다. 식상하고 진부하다. 새로울 것도 없고, 충격받을 것도 없다. 어차피 기관이란 기관은 다 빼갔다. 수도권에 남아 있는 기관도 없다. 국회 분원과 대통령 집무실도 그렇다. 세종시에 사 둔 부지로 가져 가면 끝이다. 뭐가 새롭다고 떠들고 유난을 떠나. 그저 충청에 잘 보일 대선이 왔을 뿐이다. 수도권 홀대의 시간이 또 왔을 뿐이고.

[사설] 정당과 대선 후보자들은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야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 선고함으로써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오는 6월3일 실시된다. 각 정당은 이미 대선 후보자 당내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 당내 경선 일정을 확정하고 오늘부터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각 정당은 대선에 출마할 최종 후보자를 이달 말 또는 5월3일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부터 대통령 후보자 예비 등록을 받고 있으며 본선에 출마할 후보자 등록은 5월10~11일이며, 선거운동은 5월12일부터 6월2일까지로 22일 동안 전개될 예정이다. 내달 중순경부터는 각 후보자의 공약이 적힌 선거벽보가 거리에 부착되고 유권자들은 책자형 선거홍보물을 받는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국가 발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 혼란은 지속되고 경제는 침체되고 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폭탄 등 국제 정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초불확실성 시대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87년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은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충분한 여론 수렴없이 졸속으로 개헌된 87년 헌법은 5년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했으나,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후유증만 발생해 국가 발전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줬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약속했지만, 집권 후 개헌 약속은 흐지부지돼 오늘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따라서 그동안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자는 개헌 논의는 무성했다. 특히 이번 대선이 개헌에 적기라는 공감대는 정치인들은 물론 국민들 간에 형성돼 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이 54%나 된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도 “다시는 이런(비상계엄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없도록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통령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 의장의 제안은 사실상 민주당의 반대로 사흘 만에 철회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을 열자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할 후보자와 소속 정당은 대선 공약에 개헌의 일정·내용 등을 밝힌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 유권자로부터 심판을 받고 당선 후 반드시 공약대로 이행하기 바란다.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를 청산, 제7공화국을 열기를 요망한다.

[사설] 평화경제특구, 계획 수립에 도·시군 참여시켜라

통일부가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을 확정했다. 평화경제특구법에 의해 조성되는 특별 지역이다. 지방세 부담금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각종 자금과 기반시설이 지원된다. 그동안 가장 컸던 관심은 지역 선정이었다. 경기·인천·강원에서 모두 15개 시·군이 선정됐다. 경기도에서는 김포, 파주, 고양, 동두천, 양주, 포천, 연천 등 일곱 곳이 포함됐다. 인천에서는 강화와 옹진이 선정됐고 나머지 여섯 곳은 강원이다. 정부는 선정된 지역을 서부·중부·동부권으로 구획했다. 각자 지역에 맞는 특화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강화·옹진·김포·파주·고양으로 구성된 서부권은 ‘미래 혁신제조업, 신산업 분야 첨단산업단지’다. 양주·동두천·연천·포천·철원으로 구성된 중부권은 ‘농업+관광+경공업 융합형단지’다. 춘천·화천·양구·인제·고성이 포함된 동부권은 ‘관광중심 첨단물류·서비스 특화단지’로 육성한다는 방향을 세웠다. 이번에 발표된 그림은 ‘기본 구상’이다. 대상 지역을 선정한 것이 가장 큰 의미다. 사업의 구체성을 담은 ‘기본 계획’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통일부는 “연내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말까지 놓여 있는 정치적 변수가 많다. 가장 큰 것이 6월3일 치러지는 대선이다. 대북 정책은 정권에 따른 변화와 부침이 많은 분야다. 새로 출범하게 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예단하기 어렵다. 변화가 커질 수 있다. 결국 경기도의 주도적 참여가 중요하다. 경기도 관계자도 이런 현실적 책임을 설명했다. “기본 계획이 수립되면 내년에 도에서도 개발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경기연구원에 단기 정책 과제를 의뢰했다.” 때마침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구상한 경기도다. 상당 부분 지역이 겹친다. 북자도 구상을 평화경제특구에 담아낼 수도 있다. 그러려면 평화경제특구 구상 단계부터 경기도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지역의 목소리다. 다들 평화경제특구를 준비해 왔다. 이를테면 파주시는 지난달 ‘파주시 평화경제특구 조성 구체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보고했다. 규제 혁파, 산업기반 시설 활용, 교통망 활용 등의 구체안을 담았다. 고양, 동두천, 양주, 연천에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체 구상이 있다. 지역의 사정이 철저히 분석돼 있다. 문제와 해결책이 정리돼 있다. ‘기본 계획’이 가져다 써야 한다. 수십년간 억눌려 온 접경지역 경제다. 세금 몇 푼 깎아서 살아날 빈곤이 아니다. 기반시설 몇 개 세웠다고 몰려올 기업도 없다. 포괄적이면서도 세밀한 수술이 필요하다. 그 조건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해당 지역이다. 정부, 경기도, 7개 시·군이 함께 연구해야 한다.

[사설] 용인 FC창단, 걱정 또한 응원이다

유진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의 5분 발언이 있었다. 내년 출범하는 용인FC(시민프로축구단)에 대한 걱정이다. 연 100억원의 운영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60%인 60억원을 시가 출연한다. 가입 첫 해인 내년에는 가입비 등 10억원이 더 든다. 매년 300억원을 경전철에 쓰고 있는 용인시다. 발행된 지방채도 이미 399억원에 달한다. 유 의장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 의장의 또 다른 지적도 있다. 용인FC 창단이 내년 2월로 잡혀 있다. 내년 6월은 시장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사전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투입 걱정은 충분히 새겨들어야 할 소리다. 기존의 프로축구 구단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상당 기간 투자에 따른 재정 악화를 각오해야 한다. 창단 시점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건 무리다. 아마 시즌 개막과 맞춘 일정일 것이다. 지방자치에서 프로 스포츠가 갖는 의미는 많다. 종목 자체에 대한 팬들의 바람이 있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도 있고, 시민을 묶어 내는 정체성 확립의 효과도 있다. 그래서 많은 시·군이 투자하고 있다. 성남시는 프로야구 11구단을 추진한다. 화성시는 차두리 축구 감독을 영입했다. 안양시는 안양FC를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수원특례시는 축구, 야구, 배구, 농구 4대 프로 스포츠가 역동적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직접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많게는 1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인 곳도 있다. 그런데도 투자하고 유지한다. 앞서 살핀 합목적성 때문이다. 용인특례시는 명실상부 1급 지자체다. 재정자립도에서 화성·성남시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적 첨단 산업단지가 두 개나 조성 중이다. 원삼 중심의 SK반도체 산단, 남사 중심의 삼성반도체 산단이다. 프로 스포츠를 시작해 볼 여건과 능력이 충분하다. 선택된 종목이 축구라는 점도 설득력 있다. 축구 관련 기존 인프라가 넉넉하다. 2001년부터 용인시축구센터를 운영했다. 국가대표 12명을 비롯해 164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현재 용인 소속 유소년 축구 선수만 700명에 달한다. 3만7천석 규모의 미르스타디움도 자산이다. 현재 삼성블루윙즈의 임시 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최근 국가대표 경기도 완벽히 치러냈다. 축구가 가장 가까운 종목이었다. 많은 시민의 지지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도 용인FC 창단을 지지한다. 다만, 짚고 가야 할 한 가지는 있다.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 것이다. 관중석은 텅 빌 것이다. 예산 비난이 등장할 것이다. 앞서 갔던 지자체들이 대개 그랬다. ‘유 의장’의 지적은 그때를 걱정하는 소리다. 이런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충분히 듣고 함께 품고 가야 한다.

[사설] 부천시가 쏘아 올린 ‘새내기 공무원 챙기기’

젊은 공무원들의 마음을 잡아 둘 수 있을까. 새내기 공무원들의 퇴직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신규 공무원 퇴직률은 23.7%다. 20, 30대 공무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7년 1천600여명에서 2021년 3천100명으로 늘었다. 2024년 9급 공채 경쟁률은 21.8 대 1이었다. 32년 만에 최저 경쟁으로 기록됐다. 2016년 이후 8년간 계속해서 하락했다. 올해 소폭 올랐다지만 추세로 보기엔 이르다. 공직사회는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골격이다. 젊은 공직자들은 그 골격의 미래다. 이들의 이탈을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청년 공무원 이직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여럿 있다. 조직문화의 경직성을 들기도 한다. 수직적 보고체계, 연공서열 중심 인사 등의 현실이다. 감정 노동 스트레스도 지적된다. 악성 민원 등에 노출된 업무 성격이다. 그중에도 가장 많이, 그리고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임금 등의 복지 체계다. 출발 임금 자체가 적다.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도 더디다. 민간 기업, 특히 IT, 금융 등 전문직군과의 차이가 크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피부에 와 닿는 원인이다. 정부 대책도 이 방향에 맞춰지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관련 대책을 내놨는데 그 핵심이 임금 인상이다. 9급 초임 공무원의 월급은 현재 269만원이다. 2027년까지 3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1년 미만 공무원에 대한 정근 수당도 신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워라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넓은 의미의 복지다. 앞서 임금 조정은 정부 인사처의 업무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워라밸 개선은 지방정부가 다룰 영역이다. 조례로 언제든 개선할 수 있다. 이 시도를 모처럼 도내 지자체가 시작했다. 부천시가 만든 ‘새내기 도약 휴가’다. 1년 이상 5년 미만 공무원이 대상이다. 기존 휴가에 3일을 추가해 지급한다. 조례로 제도화했다. 조용익 시장이 “일하고 싶은 공직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동의한다. 작지만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본다. 신생아 저하는 국가를 위기로 몬다. 출산율 높이는 데 천문학적 예산을 쏟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들의 이탈은 공직의 미래를 망친다. 이를 막을 실천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부천시의 이번 실험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워라밸이 더 좋다’는 좋은 경쟁으로 확산되면 참 좋을 것이다.

[사설] 과천시 침탈 역사, 위례과천선으로 보상돼야

반드시 짚고 갈 과천시의 생생한 역사가 있다. 현직 시장이 두 번이나 주민소환됐다. 2011년에는 여인국 시장이었다. 국토부의 보금자리 지구 지정 때문이었다. 2021년에는 김종천 시장이었다. 국토부의 공공 주택 4천호 발표 때문이었다. 두 번 다 ‘막지 못했다’가 사유였다. 결정은 국토부가 하고 단두대에는 과천시장이 끌려 간 셈이다. 어찌보면 정부 청사 이전부터 시작된 과천시의 희생의 역사다. 이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이 기대를 모은다. 수도권 광역 철도 위례과천선이다. 2014년 과천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배경에 개발되는 신도시가 있다. 정부가 강제한 과천3지구 등이다. 과천시민의 반대가 지정 과정에서 억눌렸다. 이런 역사에 대한 보상이다. 최소한의 교통 인프라 확충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당위성도 있다. 과천시민이 사업비 분담 4천억원을 안았다. 차량기지까지 포용한 상태다.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노선안이 등장했다. 과천 진입부에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꺾였다. 과천 주암역 대신 서초구 우면역이 만들어지는 그림이다. 노선 평면도가 여간 황당하지 않다. 서초구 주장은 수요와 경제성이었다. 우면1·2지구, 서초보금자리 등 1만1천 가구를 강조했다. 여기서 예상되는 수요로 철도 사업의 전체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서초구의 뜻을 반영한 그림이다. 말 안 되는 논리다. 국토부가 과천시에 신도시를 지정했다. 인구를 이동시켜 서울 집값을 낮춘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문제의 노선은 현재 인구만을 기준 삼고 있다. 국토부 역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 단계에서 국토부가 나서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럴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월 신동욱 의원(서초구을)을 만났다. 거기서 “교통 수요, 경제성 중심의 대안”을 말했다. 주시할 일이다. 과천지역 정치권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소영 의원(과천·의왕)이 지난 2월 박 장관을 만났다. 신계용 시장도 박 장관을 만났다. 과천시의회는 ‘과천위례선 4개역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서울과 서초구 정치권도 맞불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직접 나서 서초구 경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요하지만 정치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노선을 이끌어낼 논리 싸움이 관건이다. 과천은 국토부 정책의 오랜 피해자다. 과천시민의 재산권이 반복해서 제한당했다. 과천시만의 도시계획은 틀어지고 무너졌다. 이제 그 무한 희생에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위례과천선은 그 보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과천시민이 원하는 노선대로 이뤄져야 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