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의미 있고 중요한 판시라고 본다. “국외 유출된 국가 핵심기술이 회수되지 않아 피해 회사와 대한민국의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범죄는 국내 기업 생존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등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SK하이닉스 직원이던 중국인 여성이다. SK하이닉스의 첨단 기술을 중국 화웨이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이 징역 5년에 벌금 3천만원으로 높였다. 수원지법 형사2-1부(고법부장 김민기 김종우 박광서)의 판결이다. 피고인은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2020년 중국법인으로 파견됐다. 국내로 복귀한 것은 2022년 6월이다. 곧바로 높은 연봉을 받고 화웨이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 문제 해결책 관련 자료를 유출해 화웨이에 넘겼다. SK가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다. 명백한 산업간첩 행위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가 대한민국에 미친 해악을 형량으로 부과해 중형을 내렸다. 첨단 기술 유출은 회사를 망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피해가 수천억~수조원에 달하기도 한다. 산업기술보호법이 이런 위해를 반영하고 있다. 산업 기술 유출범에 징역 15년까지 선고하도록 규정해놨다. 하지만 실제 처단형의 현실은 가볍기 그지 없다. 최근 6년간 기소된 관련 사건이 117건이다. 여기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14건이다. 전체 9.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풀어줬다. 솜방망이 처벌에 붙이는 판시는 대체로 이렇다. ‘기술 유출로 회사가 입은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블록체인 보안 기술 엔지니어가 이직을 했다. 근무하던 회사의 기술을 빼돌렸다. 회사가 2년간 7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에게 집행유예와 벌금 1천만원으로 끝냈다. 역시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수원지법 형사2-1부의 이번 판결은 이런 법원 태도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본다. 1990년대부터 산업기술 유출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기술은 처벌할 수 없는 지적 영역’이란 의식이 팽배했다. ‘하이클래스 피고인’이라는 현실도 있었다. 이렇게 자리 잡게 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엄단이 필요했다. 그 이후 기술 유출은 빈도나 내용에서 점점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한중 격차가 사라진 지금의 기술 유출은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경고한다. 명백한 간첩 행위이다. 엄중한 판결이 맞다. 수원지법 형사2-1부의 형량과 취지를 존중한다.
경기도 ‘반세권’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경기도 산업의 중심에서 체크되는 악재다. 용인시 처인구 일대가 최근 그렇다. 728만㎡ 부지, 반도체 생산 공장 6기, 발전소 3기, 소부장 협력기업 60여개 등이 들어선다.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접근성도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다. 전국 최고의 땅값 상승 지역이었다. 이랬던 처인구에서 최근 아파트 3개 단지 분양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예상 밖으로 저조하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단지가 지난달 청약을 진행했다. 0.38 대 1을 기록하며 미분양 1천가구를 남겼다. 같은 시기 전국에서 30개 단지가 분양했다. 미달 가구 수 기준으로 이 중에 최악이다. 같은 달 분양한 ‘힐스테이트 용인 마크밸리’ 역시 미달이다. 0.46 대 1이다. 함께 분양한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3단지는 그나마 낫다. 1.25 대 1이었다. 용인 반세권의 중심에서 동시에 나타난 미분양 현상이다. 비교치가 있다. 지난해부터 감지된 처인구 일대 아파트 미분양 징조다. ‘용인 둔전역 에피트’가 지난해 8월 분양했다. 1천9가구 모집에 1천637건이 청약했다. 1.62 대 1이었다. 미분양 흐름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반년여 만에 대규모 미분양이 현실이 됐다. 문제는 이게 반세권의 전체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반도체 산단인 평택, 이천도 사정은 같다. 3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평택 5천281가구, 이천 1천610가구다. 경기도 1위와 3위다. 이천과 평택은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시점은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이다. 용인도 지정 조건인 ‘한 달 미분양 1천 가구’를 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 지역 지정이 곧 있을 것 같다. 건설사들의 자금이 대거 묶일 것이 걱정이다. 이에 따른 연쇄 위기가 경기도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 최소한의 분양 열기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기대해볼 유일 조건은 ‘실거주 전환 수요 본격화’다. 결국 반도체 클러스터의 적기 가동인데, 이게 난망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반도체 간 갈등과 인허가 지연 등이 원인이다. 조기 가동은커녕 2030년 가동 목표마저 여의치 않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물론 건설사들의 과잉 공급을 묻지 않을 순 없다. 적정 물량의 6배(용인), 2~3배(이천·평택)를 쏟아낸 게 그들이다. 하지만 미분양 증가가 지역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다. 쌓인 미분양 아파트는 언제나 지역경제를 직격했다. 반세권 미분양 사태를 보는 우리의 우려도 여기 있다.
양평군이 면 단위 체육회장 A씨를 기관 고발했다. 적용한 고발 혐의는 공무집행 방해다. 사건은 지난달 16일 오후 3시께 있었다. A씨가 지역 면사무소 부면장을 불러냈다. 면사무소 입구에서 뺨을 수차례 때렸다. 목격한 주민이 면에 알릴 지경이었다. 피해자는 정년을 2년 앞둔 57세 공직자다. 양평군은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민원처리 담당자의 보호)과 양평군 조례 등을 적용했다. ‘공익적 차원의 엄정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자가 근무 중인 면사무소였다. 가해자는 면 지역을 대표하는 체육회장이었다. 도대체 상상이 가지 않는 사건이다. 이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23일이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본보가 보도했다. 보도 직후부터 공직 및 지역사회가 분노했다. 공무원노조 양평군지부는 규탄 성명을 냈고, 시민단체 ‘뿌리깊은나무’도 양평군민의 분노를 표했다. 형사 고발 등 엄정대처를 요구했다. 공직사회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가해자 체육회장은 지역사회 유지다. 피해자의 신분은 여전히 현직 공무원이다. 회유 또는 협박의 2차 가해 우려가 있었다. 폭력 사건의 기본은 현장 처리다. 혹여 늦게 인지했어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살폈듯이 사건은 20여일 전에 발생했다. 어찌된 일인지 일주일간 알려지지 않았다. 본보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고 그때부터 양평군이 나섰다. 진상을 파악했고 기관 고발을 과감히 단행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짚고 가야 한다. 양평군수에게 공무원 노조가 전달한 요구가 있다. ‘재발 방지 대책’과 ‘공무원 피해 보호’다. 폭언·폭력에 늘 노출돼 있는 공직자다. 1천여 양평 공직자들의 관심은 여기 있다. 보완책은 마련했나. 여기서 잠깐 2023년 있었던 동화성세무서 사건을 보자. 민원봉사실장이 상담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전국 국세청 공무원들이 불안을 호소했다. 동화성세무서, 중부국세청이 대책에 나섰다. 논의를 거쳐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외부 경비 인력 배치, 내부 대응체제 내실화, 긴급호출 버튼 설치, 스크린도어 설치, 민원 응대 가이드라인 개편, 피해 직원 법률 경비 지원 체계 등이었다. 당시 동화성세무서 사건의 행위는 고성이었다. 이번 양평 사건의 행위는 폭행이다. 행위 자체가 훨씬 심각하다. 그만큼 대책의 폭과 깊이가 요구된다. 양평군 여건에 맞는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 주목할 대책 수립 소식을 기다린다. 형사 고발로 나뉠 절차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해자 처벌, 이건 경찰로 넘어갔다. 나머지 하나는 재발 방지책, 이건 양평군에 남아 있다. 양평·전국 공무원이 지켜보는 건 재발 방지책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상대는 후보가 아니라 법 절차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등장한 현안이다. 1심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2심은 무죄였다. 서울고법의 선고와 대법원의 최종 확정이 남아 있다. 고법이 오는 15일로 공판기일을 잡았다. 공판, 고법 선고, 대법 확정을 거치게 된다. 재판 일정이 하나하나 여론을 잠식할 수 있다. 대법원장 탄핵,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 등 무리수도 그래서 등장한다. 중도층은 좋게 보지 않는다. 이랬던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많이 가려졌다. 국민의힘 단일화 잡음이 부각되면서다. 6일 김문수 대선 후보가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도부를 비난했다. 선대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후보로서의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불편하던 속내가 노기로 폭발한 것이다. 이런 분노에는 최근 이어져 온 당내 기류가 깔려 있다. 다수 의원들이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설 것을 강권하고 있었다. ‘생각이 바뀌었냐’는 비난도 있었다. 한동훈 전 대표까지 분위기에 가세했다. ‘이럴 줄 몰랐느냐’며 감정선을 건드렸다. 당이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냈다. 한덕수 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얘기가 있다. 김 후보의 분노가 이유 없지는 않아 보인다. 놓칠 리 없는 민주당이다. 김 후보를 ‘바지 후보’에 빗대며 힐난했다.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자신들의 대선 후보를 바지 후보 취급하려면 경선은 왜 했나”며 비꼬았다. 강훈식 종합상황실장은 ‘노욕과 노욕의 대결’이라며 단일화를 깎아내렸다. 이 후보 사법 리스크에 쏠린 여론을 반전시킬 계기로 보는 듯하다. 김 후보에게는 당 안 팎에서 이어지는 굴욕이다. 당 후보 대우도, 당무 집행권도, 상대당으로부터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김문수 후보 본인에게서 출발했다. 당과 보수층에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다. 오르지 않는 여론 지지율이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5월 초는 김 후보에게 기회였다. 1일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파기환송이 있었다. 이 후보에 치명적인 악재였다. 다음날 김문수 후보의 대선 후보 확정이 있었다. 김 후보에는 더없는 컨벤션 효과였다. 어쩌면 ‘별의 순간’이 될 순간이었다. 그런데 김 후보는 의미 있는 추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드러낸 수치상의 한계였다. 극복할 것도, 탓할 것도 여기 있다. 지지율로 모든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 시간이 있다면 이제라도 해야 한다. ‘이재명의 복지’가 있고, ‘한덕수의 경제’가 있다. ‘김문수의 무엇’을 내야 한다. 당·의원에 서운해 할 것 없다. 대선이라야 한 달도 안 남았다. 그들이 지지율 말고 뭘 챙겨 보겠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2025도4697호)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제 오후 3시에 선고됐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오해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선고에서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은 제1당 대선 후보이자 지지율 1위 주자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를 다루는 중대한 재판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TV 중계를 허용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대단했다. 이 사건은 1·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그러나 12명의 대법관 중 다수의견(10 대 2)으로 이 후보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검찰은 이 후보가 2021년 대선 후보일 때 방송에서 대장동 개발의 실무책임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관련된 발언과 백현동 용도지역 변경과 관련된 국정감사장에서 행한 증언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했다. 이에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파기, 유죄 취지로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대법원 선고는 다른 사건에 비해 신속히 선고됐다. 선거법은 ‘6·3·3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안에 선고)’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1·2심은 판결까지 각각 2년2개월, 4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에 3월28일 사건 접수된 뒤 34일 만에 판결을 내렸으며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불과 9일 만에 선고를 했다.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에 대한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한 것은 1·2심 판결이 극과 극을 오가면서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혼란에 빠졌으며, 사법 불신도 커진 것을 염두에 두고 대선 전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4월22일 사건이 소부에 배당된 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과 4월24일 합의 기일을 진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후보는 이번 판결로 민주당 후보로서의 자격 문제는 물론 대선에서의 경쟁력에도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됐다. 국민과 정치권은 이 후보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오는 6·3 대선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있어 유능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부천시의회에서 의미 있는 조례가 만들어졌다.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이다. 지역의 공공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 보건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시민들이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민이 직접 청구했고 의회가 이를 받아들인 예다. 시민의 참정제도인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고 있다. 그만큼 공공의료 체계에 대한 시민의 뜻이 간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의료 체계 구축의 핵심은 공공의료원 설립이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기본적이고 직접적인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할 한계가 산적해 있다. 그 타산지석의 교훈이 성남의료원에 있다. 역시 시민·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출발이었다. 개원 5년이 지나도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500여개 병상 가운데 300개 정도 찬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도 100명 선에 그친다. 누적 의료 손실만 2천400억원이다. 부천시의회도 잘 알 것이다. 조례 제정 과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주민 청구가 의회에 수리된 것은 2024년 4월 말이다. 곧바로 심사하지 않고 공청회 및 토론회를 준비했다. 2024년 12월3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2025년 3월27일 토론회를 열어 찬반 의견도 들었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 4월 29일 조례로 확정했다. 제대로 된 검토 과정을 거친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태도는 향후에도 요구된다. 병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다. 문 닫는 일반 병원도 허다하다.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의료 수요 측정, 감당 가능한 재정 예측, 우수 의료인 확보, 도비·국비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선례로 삼을 지역 공공의료원은 거의 없다. 조례안이 정한 심의위원회가 있다. 그 역할을 할 창구다. 공공의료원 설립과 관련한 타당성 검토를 포함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듯하다. 구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정치적 판단’이다. 특정 정파, 또는 정치인의 치적이 되면 안 된다. 성남의료원이 밟았던 잘못된 전철도 이 부분이다. 특정인의 정치적 셈법이 부실의 위험성을 가리고 서둘렀다. 마침 6·3 대통령선거에 공공병원 증대 공약이 등장했다. 공공병원을 늘리겠다는 민주당 후보의 약속이다. 지역 공공의료원 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향후 이 공약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비 부담 없는 병원을 지자체가 꾸려 가는 사업이다. 예산 부담 어려움이 있고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 그렇다고 시민 생명권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부천시민과 부천시의회의 시작이 그 본이 되길 바란다.
‘2025 인천 펜타포트 락’은 이미 흥분된 여름이다. 8월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한여름 축제다.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개최된다.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역사 깊은 록(Rock) 페스티벌이다. 그 얼리버드 티켓 판매가 30일 오후 2시 진행됐다. 본 티켓 판매에 앞서 진행하는 사전 행사다. 축제에 대한 팬의 관심을 볼 수 있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인터파크 티켓과 KB Pay 등이 시작했는데 4분만에 매진됐다. 석 달 앞두고 시작된 열기다.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향한 팬들의 설렘이다. 그 중심에 영국 팝의 전설 펄프(Pulp)가 있다. 1978년 영국 셰필드에서 결성했다. 야드버즈, 레드 제플린, 딥퍼플 등 영국 록의 전설을 계승하는 밴드다. 1천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도 보유하고 있다. 24년 만에 새로운 앨범 ‘More’를 예고해 놓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록 팬의 주목을 받는 밴드다.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이들이 출연한다. 한국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이 축제에 나설 모든 라인업도 이날 공개됐다. 일본 밴드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이 눈에 띈다. 2007년 출연을 계기로 인연을 이어오는 일본 대표 밴드다. ‘비바두비’는 BBC ‘Sound of 2020’에 선정되며 Z세대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밴드 ‘데프헤븐’과 함께 보여줄 강렬한 무대가 기대된다. 록 팬들에게 친숙한 국내 밴드의 면면도 있다. 싱어송라이터 ‘장기하’, 프로젝트 그룹 ‘혁오’, ‘선셋 롤러코스터’ 등이 완전체로 출연한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권위는 이미 증명됐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고 세계에서는 최정상이다. 역설적으로 2020년을 전후한 코로나 팬데믹이 계기였다. 공연 관람이 제한되면서 유사한 국내 축제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인천시는 과감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행사 주관사는 전 세계인에게 중계되는 맞춤형 축제를 창안했다. 그 결과 지금은 비교 대상 없는 국내 최고의 축제가 됐다. 세계적 밴드가 찾는 내한공연 무대가 됐다. 지난 18일 진행된 예매가 그 증명이었다. 당시 판매된 것은 블라인드 티켓이었다. 출연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행사였다. 그럼에도 판매 시작 3분 만에 매진됐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대한 신뢰가 입증된 것이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록 축전의 효시다. 1969년 8월15일부터 3일간 열렸다. 뉴욕주의 허허벌판 농장에서 시작됐다. 음반, 영화로 창출되는 가치가 천문학적이다. 지방자치는 무한 경쟁의 시대다. 인천시가 록을 통한 경쟁력에 도전했다. 시작은 ‘한국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이었다. 이제는 ‘인천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2025년 축제가 그 목표를 또 한 번 정점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 개최의 예감이 확인되는 것 같다.
설마했는데 사실로 확인됐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들의 근무 비위다. 누구는 출근 카드를 찍은 뒤 곧장 체력단련실로 갔다. 쉼터로 가 장기간 머문 경우도 있다. 휴일인데 오전 5시나 오후 9시 이후에 근무를 적어냈다. 평일 오전 2시나 오후 11시 이후에 근무했다는 기록도 있다. 모두 시간 외 근무라며 수당을 받았다. 이런 비위가 확인된 정책지원관만 16명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14개월 치를 도의회가 확인한 결과다. 2022년 도입된 도의회 정책지원관제도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이었다. 반대도 있었지만 전격 도입됐다. ‘지방자치 완성’이라는 큰 목적 때문이었다. 시의회 간부 출신, 고위 공직자 출신, 공기업 임원 출신 등이 몰렸다. 그렇게 출발했던 정책지원관 제도의 현주소다. 이미 강원특별자치도의회에서 지난해 말 불거진 일이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가능성이 제기돼 시작된 조사였다. 방식·내용이 다르지 않다. 일반화된 현상 같다. 16명이 전부일까. 여전히 남는 의혹이다. 일부 도의원들이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들린다. 의원 없는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경우다. 충분히 사적 용무를 본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 의혹을 도의원들이 해명해줬다. ‘내가 업무를 지시했다’는 소명서다. 이 증명서로 해당 정책지원관들은 면책됐다. 의원들이 베푼 일종의 ‘배려’다. 이달 초 의원총회에서 관련된 안건이 있었다. ‘허위 소명서 작성을 자제해달라’. 오죽하면 그랬나 싶다. 의원들은 정책지원관의 지원을 받는다. 허위 소명서로 비위를 덮어준 셈이다. 근무를 허위로 꾸민 게 정책지원관의 비리다. 허위 소명서를 써줬다면 이 비위를 방조한 의원들의 비위다. ‘2차 근무 비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적발돼 징계를 앞둔 16명과의 형평성이다. 당사자들이 징계에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만 근무 비위를 저질렀나’고 항변할 수 있다. ‘16명’ 징계로 정리가 됐다고 보기에 개운치 않은 이유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급되는 도민의 혈세만 연 50억여원에 달한다. 그 10명 가운데 2명꼴로 적발됐다. 도민이 받은 실망과 분노가 상당하다. 의회에 공공감사법상 감사 권한은 없다. 일단 사건이 경기도 감사위로 넘어갔다. 도가 처벌 수위를 정할 차례다. 의회 사무처 인사 독립이 2022년 시작됐다. 당연히 이번과 같은 감사도 처음이다. 향후 근무 기강에 예가 될 수 있다. 엄정한 처리가 필요하다. 경기도의회가 조사 확대 계획을 밝혔다. 사무처 일반직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형평성에 맞는 올바른 판단으로 본다. 오히려 의회 청렴도를 높일 기회일 수 있다.
오산시의회 의원 2명의 주장이 논란이다. 경기도종합체육대회 개최에 대한 우려다. 2027~2028년 오산에서 열릴 대회다. 경기도가 지난 23일 오산 개최를 확정했다. 2027년 경기도체육대회와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 2028년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과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로 진행된다. 시 승격 38년 만에 열리는 행사다. 대회에 필요한 예산이 254억원이다. 성길용·전예슬 의원이 문제 삼고 나섰다. 예산 부담에 대한 걱정이다. 시민의 생활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예산 우선순위를 재고하라고 촉구한다. 운동장 랜드마크 조성 사업 등도 비난한다. “254억원이면 오산시민 전원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물론 오산시 주장은 이와 다르다. 35개 체육시설을 보완 정비하는 생활체육 SOC 확충이다. 4만명 이상의 도내 선수단이 찾아오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다. 오산시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25만 시민의 자긍심 높일 행사다. 오산시는 넉넉하지 않다. 재정자립도 경기도 18위다. 시 재정의 부담은 사실이다. 결국 투자 적절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현령비현령의 논제다.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꼭 필요하다’와 ‘필요하지 않다’가 다 일리 있다. 그럼에도 지적해두고 갈 부분은 두 가지다. 적절치 않은 시점과 역시 적절치 않은 논리다. 이 문제는 2월28일 시의회에서 통보됐다. 이권재 시장이 직접 찾아가 설명했다. 의원들은 모두 찬성했다. 거기 두 의원도 있었다. 그랬던 두 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필 경기도의 개최지 확정 시점이다. 돌이키기 어려운 행정 단계다. 반대 논리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시민 1인당 10만원 지급’이라는 선동이 특히 그렇다. 재정건전성을 해하는 퍼주기 행정이다. 체육대회 예산보다 나을 것 없다. 셈법도 이상하다. 254억원 가운데 100억원은 도비다. 체육대회를 개최해야 주는 경기도 돈이다. 체육대회 안 하면 이 돈은 없다. ‘10만원씩’이 어떻게 나왔나. 인접한 용인특례시에 프로축구단이 창설된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다. 시장과 정파가 다른 시의원이 반대했다. 표현 방식은 시의회 5분 발언이었고 제언 내용은 심도 있는 토론이었다. 이후 시는 각계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오산시의 도민체육대회 개최도 토론 사항이다. 찬성·반대가 토론돼야 한다. 다만 이때 필요한 건 절차와 내용이다. 절차도 내용도 격에 맞아야 한다. 이게 안 맞으니까 자꾸 ‘정치’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났다.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압승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위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눌렀다. 예상보다 크게 나쁠 건 없는 결과다. 하지만 뼈아픈 지점이 있다. 충청권과 경기도에서의 성적이다. 충청도는 김 지사의 고향이다. ‘충청 대망론’이 정치적 자산이다. 도지사 당선 직후에 충청도를 찾았다. 뒤에도 틈틈이 찾아가 충청 민심을 챙겼다. 얻은 당원 득표율 7.54%. ‘충청 맹주’라 하기에 빈약하다. 1천400만 경기도 성적은 더 아쉽다. 2022년 이후 3년째 도지사다. 기회소득 복지를 추구해왔다. 역대 최대 규모 예산도 투입했다. 100조원 투자유치 목표도 추진 중이다. 북부특별자치도 구상도 만들었다. 경제발전과 균형발전 도정이다. 그런 경기도민에게 받은 평가치곤 낮다. 이재명 전 대표의 장악력이 워낙 앞서긴 한다. 당원에서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일반 여론에서 기대 이하다. 고민하고 가야 할 부분이다. 김동연 지사의 민주당 경선은 끝났다.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상적’ 기회는 없다. 이제 찾아야 할 곳은 경기도다. 도정 공백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경선 전까지 광주·전남 방문만 열너댓 번에 달한다. 현직 경기지사가 그만큼 갈 이유는 ‘정치’였다. 정부 또는 중앙정치를 향한 메시지가 쉼 없었다. 셀 수 없는 그 워딩의 목적도 ‘정치’였다. 서울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도 그가 있었다. 외친 구호 역시 ‘정치’였다. 지역 정치 신뢰도 망가졌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최근 ‘김동연표 안건’을 모두 정지시켰다. 29건을 제출했는데 28건이나 멈췄다. ‘소통하지 않는 김 지사’를 이유로 들었다. 과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상대 잠룡에 대한 견제도 있었다. 하지만 조화롭지 못한 점도 많았다. 같은 민주당과도 매끄럽지 않았다. 김 지사 대권 행보를 견제했다. “경기지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민주당 대표의원의 연설이었다. 복원해야 한다. ‘김동연지사는 경기도지사 연임에 도전할 것인가.’ 경선에 진 그를 향하게 될 질문이다. 면전에서는 안 물어도 속으론 다 궁금해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3~4월 즈음의 소문이 있었다. ‘경선 2위-대선 기여-경기지사 연임-차기 대권 도전’설이다. ‘노골적인 2위 전략’을 전제로 한다. 비명계 단체 합류는 그 즈음 무산됐다. 하루가 급변할 정치 지형이다. 지금 구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중요한 건 눈앞의 현안이다. 그게 도정이다. 끊고 맺음이 분명한 것도 큰 정치의 덕목이다. 대권 싹 잊고 도정에 푹 빠져야 한다. 그래야 할 만큼 허비한 시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