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해킹으로 가입자 전원의 유심(USIM) 정보가 뚫렸다. 개인정보가 관리되는 서버도 공격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커가 악성코드를 심은 시점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3년여 전인 2022년 6월15일로 특정됐다. 해커가 남긴 기록이 없는 기간도 위험하다. 단말기 식별번호(IMEI) 등 핵심 정보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킹 공격의 기간과 피해 규모가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SKT 서버에서 발견된 것은 BPF도어다. 3년 전 최초로 존재가 보고된 백도어 프로그램이다. PwC가 2022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서다. 여기서 중국 해커 집단 레드 맨션(Red Menshen)이 등장한다. 아시아 지역 통신사를 공격하면서 BPF도어를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간에 걸친 정밀 추적을 위한 기반 정보 확보가 주 목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통화 상대, 시각, 빈도, 위치정보 수집과 사회적 관계 파악이 가능하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해킹 사태가 단순 정보 유출의 범위를 넘어섰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중 사이버 전쟁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해 12월 이런 유형의 분석을 내놨다. 중국이 최소 8개의 미국 통신 회사를 해킹했고, 이를 통해 고위 당국자의 통화, 문자 등에 접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수십개의 다른 국가도 공격 대상이 됐다고 했다. SKT 해킹도 그중 하나일 가능성이 커졌다. SKT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레드 맨션은 3년 동안 국내 통신사에 악성 코드를 심어 침투해 있었다. 장기간이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의심케 하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분은 외교적 문제로 예민해 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과기부는 제한적으로나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류제명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경제적 목적의 해킹과는 양상이 다르다. 해커의 서버 침입 목적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확인했다. SKT 사태 초반, 우리 정부는 정보 유출과 개인 피해 등에 중점을 뒀다. 해킹 사태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에 맞춰진 방향이었다. 하지만 미국처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당장 국가 안보 차원의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전면적인 해킹 위험성 점검이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추후 정보보호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적 방향도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핵심 정보의 유출을 밝히는 확인 작업이 급선무다.
최대호·박승원·이민근·임병택·정명근 시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양·광명·안산·시흥·화성시를 대표하는 회동이다. 공사 중인 신안산선이 경유하는 지자체다. 길이 44.7㎞에 이르는 복선전철이다. 지난달 붕괴 사고가 난 광명에서 모였다. 신안산선 공사의 안전하고 투명한 추진을 논의했다. 공동 대응 건의문에 서명하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된 공동 대응 건의문을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시공사, 시행사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신안산선 제5-2공구 현장이었다. 지하터널 공사 현장 및 상부 도로가 무너졌다. 근로자 2명이 매몰돼 1명이 사망했다. 추가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반 시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시장들의 건의문은 이런 시민 뜻을 담고 있다. 시행사와의 협력 체계 구축, 현장 점검 및 사고 조사위 참여 보장, 실무협의회 정례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신안산선 전체 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도 건의했다. 이번 사고가 충격인 것은 미리 경고됐다는 점이다. 다른 곳도 아닌 감사원이 붕괴 사고를 경고했다. 2년 전 ‘지반 상태 불량’을 지적했다. 2023년 1월에 낸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라는 감사보고서다. 보고서는 ‘제5공구’ 인근에 단층파쇄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반 상태는 ‘매우 불량’한 5등급으로 판단했다. ‘인버트가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공법도 지적했다. 이런 감사 내용이 전달됐고, 업체도 동의했다. 완공 목표를 4년 연기하겠다고 했다. 보다 안전한 공사를 위한 선택으로 보였다. 그렇게 진행됐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4년의 공기 연장 계획을 2년으로 단축했다. 곧이어 지역 정치인들은 ‘부당한 연장’이라며 규탄했다. 신안산선 지역 국회의원들의 압박이었다. 이런 압박 속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불행히도 사고가 났다. 사고 지점은 5공구였고, 사고 형태는 지반 붕괴였다. 감사원이 경고했던 그대로다. 신안산선의 현재 공정은 약 55%다. 개통이 2025년 4월에서 2026년 12월로 연장됐다. 이번 사고로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조속한 개통에 대한 지역 요구가 있다. 이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시장들이다. 그럼에도 이날 ‘안전’을 촉구했다. 전 구간 정밀안전진단 요구도 내놨다. 정명근 화성시장의 설명이 이랬다. “신안산선은 경기 서남부권 교통 편의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맞다. 규탄해서 될 공사가 아니다. 참변 이후 지금은 더욱 그렇다. 안전부터 증명하고 가야 한다. 전(全) 구간 점검도 당연하다. 공사 재개는 그 다음의 일이다. 시장들이 ‘개통’ 대신 ‘안전’을 말했다. 그 언어 속에 이런 고민이 있을 것이다.
6·3 대통령선거를 향한 후보자들의 치열한 선거운동이 중반을 향하고 있다.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은 전국을 돌면서 자신만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후보라고 역설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경기가 침체되고 국제 경제 환경도 좋지 않아 후보들은 자신이 대선에 승리하면 ‘경제대통령’이 돼 경제 회복에 최우선하겠다며 민생경제를 위한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3월 기준 재정동향에 따르면 1분기 관리재정수지적자는 무려 61조3천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간 적자는 73조원으로 예상된다. 2008년부터 18년 연속 적자행진을 하고 있어 국가부채가 폭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가채무가 1천175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결산 시점보다 34조7천억원 늘었다. 재정적자가 쌓여 빚을 내 국가 살림을 할 수밖에 없는 재정 현실이다. 이같이 재정적자가 증가해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선 후보들은 각종 돈 쓰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대선이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므로 공약을 준비하는 데 있어 시간상의 제약이 있음은 감안하더라도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 실천 기간 등이 포함된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제시 없이 포퓰리즘 형태의 공약만 남발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아동수당을 대폭 확대하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만 8세 미만’인 지급 대상을 ‘만 18세 미만’으로, 지급액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증액하는 공약이다. 이는 아동수당 확대로 합계출산율을 2024년 0.75명에서 1.5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 실천에는 앞으로 5년간 72조원 정도 지출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은 없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전통적인 성장주의 경제 정책 틀을 내걸으면서 규제 완화와 감세, 인프라 투자 등 기업 친화 정책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감세와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감세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데 이를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전통적인 낙수효과 논리 외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대통령’이 돼 경기 회복을 통해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자들의 의욕은 좋지만 재정적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묻고 싶다.
과연 경기도의원이 필요한 것인가. 중앙정치의 대리 기구에 불과한가. 과거 도민들이 도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 이유에 부실한 공약 정치가 있다. 공약의 상당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었다. 독자적 영역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은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경기도의회 의원 정족수 자체가 늘어났다. 연봉도 올랐고 정책지원관까지 두고 있다. 공약의 독자성과 지역성도 많이 개선됐다. ‘경기도의회 10년’을 본보가 비교했다. 2013년 7월 기획보도가 있다. ‘광역의원들의 사라진 약속’이다. 8대 의원들의 공약 내용과 이행률 등을 분석했다. 2010년 131명의 의원으로 출발했다. 지역구 112명, 비례대표 12명, 교육의원 7명이었다. 당시 중앙정치의 화두는 무상복지였다. 그중에도 무상급식이 대세였다. 그 기류를 도의원들이 그대로 따랐다. 도의원 83명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당위성은 있었다. 하지만 중앙정치와의 차별화는 적었다. 2025년 5월 또 한번의 기획보도를 한다. ‘의원님들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다. 2022년 개원한 11대 경기도의회다. 지역구 141명, 비례대표 15명 등 156명으로 구성됐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공약이 86명으로 압도적이다. GTX 공약도 65명이나 내걸었다. 생태공원·하천 관련 공약도 65명이 내놨다. 반려동물 놀이터, 어린이 병원 유치 등도 눈에 띈다. 지역 단위 개발, 지역 환경 연계, 지역 교통망 확충이 주를 이룬다. 10년 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중앙정치 예속에서 많이 벗어났다. 10년 전 8대 도의회의 지역 맞춤 공약은 504개로 분석됐다. 이번 11대 도의회는 1천204개다. 2.3배나 늘어났다. 경기도 또는 시·군 행정의 영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역에서 풀 수 있는 현안을 다룬 셈이다. 물론 전체 공약도 1천456개에서 3천884개로 늘었다. 일단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역민들이 도의회를 주시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행률은 어떤가.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률을 봤다. 임기를 1년 앞둔 동일한 시점에서의 비교다. 2013년 21%, 2025년 23.6%다.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저조하다. 비교된 두 시점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제도다. 의원 두 명당 한 명꼴로 2023년 임명됐다. 일반 임기제 6급이고 최대 연봉 6천여만원이다. 이 조건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행률 0%’ 의원도 34명이나 된다. 분석의 내용은 냉정히 평가돼야 한다. 공약의 다양성과 지역성은 좋아졌다.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가 그만큼 선명해졌다. 칭찬받을 일이다. 공약 이행률은 저조하다.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다. ‘혈세 받으며 일 안하는 의원’들도 존재한다. 본보의 지적이 토론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가 뭐길래 이래야 하나. ‘서부지법 폭동 사태’ 첫 판결이 나왔다. 소모씨(28)와 김모씨(35)에 대한 1심이다. 소씨는 징역 1년, 김씨는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둘 다 아무 전과도 없는 초범이다. 시위 도중 우발적으로 벌인 행위다. 반성문 내고 정중히 사과했다. 법원도 이런 정황은 참작했다. 하지만 징역형이라는 처벌을 면하지 못했다. 앞으로 94명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형량에 기초한 양형이 예상된다. 재판부가 죄의 엄중함을 판시했다. “범행 대상이 법원이고 당시 발생한 전체 범행 결과는 참혹하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 규정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과 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범행은 지난 1월19일 새벽에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이 결정된 직후다. 김씨는 법원 청사 외벽을 벽돌, 덮개 등으로 훼손했다. 소씨는 타일 조각 등으로 유리문을 부쉈다. 직업 정치인들도 아닌 청년들이다. 선처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애국 청년 석방하라’는 구호도 있다. 당사자와 가족들의 사정이 딱하다. 하루아침에 재소자가 됐고 전과를 얻었다. 하지만 용서받기 힘든 죄를 지었다. 사법부에 대한 전례 없는 폭력이다. 법원의 판시에 어떤 변명도 달 수 없다. 더 큰 걱정이 있다. 정치 폭력의 보편화다. 대통령선거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무대가 경기도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들이 공존해서다. 12일 평택에서 민주당 대선 출범식이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말했다. 이 후보 지지자가 해당 시민을 폭행했다. 시민들이 ‘왜 사람을 때리냐’며 말렸다. 이 장면이 출범식을 취재하던 본보 카메라에 담겼다. 15일 안양시에서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김문수 후보 유세 중이었다. 이때 60대 시민이 관계자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국민의힘’을 외치는 게 시끄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가해자는 폭행 직후 집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이 정치 폭력에 대해 엄단을 지시했다. 이게 뭔가.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선거가 그토록 중요한가. 본인을 평생 따라다닐 전과와 맞바꿀 정도인가. 혐의 경중에 따라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잔치다. 그깟 정치가 뭐라고 소중한 인생에 흠집을 내나.
‘불량품은 폐기돼야 마땅한 법.’ 27세 유신형 중위가 남긴 마지막 독백이다. 지난해 5월 평택의 한 부대에서 사망했다. 자신을 ‘불량품’이라고 자책하며 생을 마감했다. 공군 감시정찰 무인기 체계팀 소속이었다. 2023년 공군참모총장 지시로 개발 업무를 맡았다. 군 공항 주변 민간인 드론 비행 승인 절차 알림 시스템이다. 군 보안과 민간 드론 운용의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연구를 책임졌던 유 중위의 비극이다. 발단은 상급자의 가혹행위였다. 경찰에 의해 지금까지 확인된 점을 살펴보자. 가해자는 지휘관급인 소령이다. 고(故) 유 중위가 속한 개발 연구팀 팀장이었다. 팀장 부임 전 진행된 연구 방향이 있었다. 소령은 이 부분에 상당 부분 변화를 줬다. 폐기했던 방향도 다시 연구토록 했다. 여기에 예산 확보 업무도 지시했다. 연구 과제는 계획대로 완성됐다. 그리고 한 달여 뒤 유 중위가 사망했다. 공군수사단이 가혹행위를 확인했다. 도대체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일까. 통상적인 업무의 범위로 이해하기 힘들다. 동료 군인들의 증언이 있다. 1분 단위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다고 한다. 1시간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라고 했다고 한다. 보고서를 하루 일곱 번 수정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보고서 반려 이유도 황당하다. 글꼴, 자간, 배치 등도 트집 잡았던 것 같다. ‘28번의 보고서 반려가 있었다’고 경찰도 확인했다. 휴가 기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한다. 결국 젊은 장교는 죽음을 택했다. 사건에서 보이는 특이점이 있다. 하나는 사병이 아니라 장교에 대한 가혹행위라는 점이다. 중위가 피해자이고 소령이 가해자다. 다른 하나는 신체가혹행위가 아니라 업무가혹행위라는 점이다. 업무 지시가 괴롭힘에 이른 흔치 않은 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동료 군인들의 적극적인 처벌 촉구다. 가해자 소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식 탄원서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까지 한 상태다. 소령은 전출됐지만 현역인 상태다. 가혹행위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릴 것이다. 현재는 공군수사단과 경찰이 확인한 수준이다. 사건의 전모를 예단하는 데는 조심스럽다. 다만 이 상태에서도 미흡해 보이는 군의 대응은 있다. 공군 관계자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설명했다. ‘군 기강 확립 및 사고 예방 활동 강조 지시’를 하달했다고 했다. 사후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이나 동료 군인들의 요구가 뭔가. 진실 파악과 관련자 엄벌 아닌가. 동떨어진 감을 지울 수 없다.
김문수 후보에게도 특화된 정책이 있다.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김 후보가 경기지사였던 2007년 등장했다. 정책특보였던 이한준씨(현 LH 사장)의 건의였다. 이를 김 후보가 채택했고 2009년 공식 발표했다. 당시에는 대심철도라고 불렸다. ‘지하 수십m 철도로 수도권을 30분에 오간다.’ 와 닿지 않는 개념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운행 중이라는 설명도 막연했다. 시공 경험도 없을 뿐더러 예산 가늠조차 어려웠다. 모두가 회의적이었다. 이걸 전면에 나서 밀고 간 게 당시 ‘김문수 지사’다. GTX 조기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속도를 냈다. 재정이 아닌 민자로 예산 반대를 설득했다. 전문 기관을 통해 사업성도 증명했다. 정부·정치권을 일일이 설득했다. 급기야 2012년 말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반영했다. 이후에는 순풍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과제로 채택했고, 문재인 정부는 시공에 속도를 냈다. 윤석열 정부에서 A노선이 부분 개통됐다. 페루,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이 견학을 온다. 작금의 선거가 단골로 써먹는 것이 교통 공약이다. 철도 공약과 GTX 공약이 그중에도 핵심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도 그렇다.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12일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김 후보가 GTX 확대 공약을 포함시켰다. 전국 5대 광역권 내 ‘전국급행철도망’ 약속이다. 수도권, 부울경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광주전남권 등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10대 공약에 직접 언급은 없다. 하지만 주요 공약 이행 방안으로 다 들어있다. 우리는 앞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다뤘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 풀어갔다. 김 후보에게는 GTX가 그런 위치에 있는 공약이다. GTX의 개념, 예산, 방식의 경험자다. 유권자들이 갖는 신뢰가 남다를 수 있다. 더 없는 득표 요소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전국 5대 광역권이라면 사실상 전국 공약이다. 예산과 기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사업이다. 2009년 개념 선포 이후 A노선 개통까지 16년이나 걸렸다. 이걸 동시에 착공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착공의 우선순위가 매겨져야 한다. 선거를 뛰는 후보들의 입장은 있다. 지역을 특정하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착공을 위한 로드맵 정도는 밝히고 가야 한다. 참고해도 좋을 선례가 2024년 총선에 있었다. ‘철도 지하화’ 이슈가 등장했다. 희망 지역이 전국에 수두룩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안이 ‘선도 사업 지역 선정’ 로드맵이었다. 그 절차가 지켜졌고 안산시 등 세 곳에서 실현됐다. 최소한 이 정도의 로드맵은 추가돼야 한다. 표심은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해낼 것이냐’를 본다. ‘GTX 로드맵’은 김문수·이재명 공통의 과제다.
정치인 이재명과 기본소득은 떼어 놓기 어렵다. 일개 시장이던 그를 중앙정치에 등장시켰다. 성남시장 시절의 청년배당과 지역화폐가 그랬다. 2009년,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를 견인하고 있었다. 이보다 훨씬 현금성이 강한 두 정책이었다. 청년배당은 당시 박근혜 정부와의 분쟁도 야기했다. 퍼주기 복지라는 일부의 비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이 끝까지 밀었다. 도지사 취임 후에는 대표 정책으로 명명됐다. 기본소득이다. 민선 7기 경기도정이 곧 기본소득이었다. 기본 시리즈 정책 의제가 계속 생산됐다. 획기적인 대출을 위한 기본금융도 있었다. 파격적인 조건의 기본주택도 등장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을 끈 건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이다. 1천400만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1, 2, 3차 재난기본소득에 3조3천845억원을 썼다. 코로나19 위기가 되레 이 지사의 대권 몸집을 키운 셈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기본소득은 당의 문패가 됐다. 지난 대선도 기본소득 선거였다. 임기 첫해 25만원, 임기 내 10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대책도 설명했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증세를 그 해결책으로 원용했다. 기본소득은 이렇듯 이재명 후보의 상징이다. 약점은 재정건전성이다. 시·도에 남긴 부담이 상당하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은 대폭 손질이 가해졌다. 경기지사 시절 기본금융, 기본주택은 흐지부지됐다. 재난기본소득은 ‘9년짜리 빚’이 됐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국가가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준다. ‘평등’의 가치를 직접 실천하는 정책이다. 당연히 진보 진영이 아끼는 의제다. 반면에 보수 진영의 거부감은 크다. 공적 영역의 과도한 확대를 경계한다. 자율 시장 경제의 본질과 충돌할 수 있다. 보수가 ‘이재명 이념’을 공격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랬던 기본소득이 사라졌다. 이재명 10대 공약이 12일 발표됐다. 거기 다 있는데 기본소득만 없다. 해석이 나뉜다. ‘우클릭 행보’의 연장이라는 해석이 있다. 경제 위기에 맞춘 선택이라는 해석이 있다.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대통령선거다. 기본소득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누군들 알겠나. 그럼에도 현재를 시점으로 밝혀둘 우리 입장은 있다. 현금 복지는 포퓰리즘이다. 생산 없는 분배는 거짓말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우리의 우려다. 그 기본소득이 ‘일단 정지’했다. 셈법이 무엇이든 평가할 일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화성시을 출신이다. 경기도 남부권 신도시 동탄을 대표한다. 이렇게 6·3 대통령선거가 ‘경기도 사람’ 대결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기호 1, 2번 주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경기지사 출신이다. 이 후보는 민선 7기(2018~2022년) 지사였다. 김 후보는 민선 4·5기(2006~2014년) 지사였다. 같은 지역 도지사 출신의 대권 맞대결은 없었다. 이·김 경기지사가 그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색깔이 또렷하다. ‘이재명 지사’의 상징은 과감한 복지다. 보편적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출발이 된 것은 지역화폐와 청년배당이다. 성남시장(2010~2018년) 때부터 도입했다. 2018년 도정에서 기본소득으로 자리잡았다. 전국적 명성을 얻은 것은 코로나19 지원금이다. 2020년 3월, 2021년 1월 두 차례 지급했다. 이후 기본소득은 지역화폐와 함께 그의 정책 상품이 됐다. 그 추억이 지금도 경기도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김문수 지사’의 상징도 선명하다. ‘대심 철도’라는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지하철과 전혀 다른 방식의 교통 인프라였다. 예산, 공법 등에 우려가 많았다. 조기 추진 TF팀과 민자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임기 내 A노선을 관철시켰다. 그 GTX가 지금 수도권 지하를 채워간다. 뺄 수 없는 김문수 도정의 상징이 부패 척결이다. ‘청렴영생 부패즉사’는 그가 주창했던 도정의 구호였다. 8년 임기를 전후해 본인 또는 가족이 연루된 비위도 없었다. 파격적인 복지 행정을 남긴 ‘이재명 지사’다. 부패척결 행정을 실천한 ‘김문수 지사’다. 이런 둘도 다른 시각에서는 비판 대상이다. ‘이재명 지사’를 향한 공격은 재정건전성이다.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에만 3조3천845억원을 썼다. 도민 1인당 10만원씩 나눠준 세 번(1·2차는 경기도 부담, 3차는 정부와 분담)의 예산이다. 지역개발기금에서 끌어다 썼다. 그 외상을 지금도 갚고 있다. ‘김문수 지사’를 향한 공격은 이율배반이다. 국민의힘 후보 등록 과정에서 이전투구를 연출했다. 국민에게 권력을 향한 탐욕으로 비쳤다. 지금껏 그가 강조해온 도덕적 가치와 안 맞는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행정의 축소판이다. 식상하리만큼 들었던 자부심이다. 바로 이 자부심이 이번 대선의 기준점이다. 후보 등록 마감 결과 그렇게 짜여졌다. 1천400만 도민이 자연스레 ‘두 지사’의 도정을 추억하게 됐다. 그리고 20일 뒤 각자의 성적을 매기게 됐다. 늘 그렇듯 선거에는 양비론이 없다. 누군가에는 후할 것이고, 누군가에는 박할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정’과 ‘김문수 경기도정’이 그렇다. 시공을 초월해 받게 될 냉정한 평가다. 그 승부가 시작됐고, 11일 오전 여론은 이렇다. ‘경기지사 이재명’ 1위, ‘경기지사 김문수’ 2위, ‘경기동탄 이준석’ 3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9일에는 두 정상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 80주년을 맞아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는 등 중국과 러시아가 상호 협력을 과시했다. 특히 푸틴과 시진핑은 정상회담 후 성명을 통해 대북 제재와 압박 중단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포기하라”고 서방에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확장된 핵 억제가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며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없애라는 주장을 했다. 이런 성명 내용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으면서 유엔의 북한 제재를 풀고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비판했다는 차원에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제2기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관세 압력이 증가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상호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우크라이나전쟁에 1만5천명가량을 파병하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밀착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참전의 대가로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본격화할 징후가 보도되고 있다.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장거리포·미사일 체계 합동 타격 훈련을 현지 지도하며 “전술 핵무기 체계의 전투적 신뢰성을 더욱 높이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북한은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중·러 삼각동맹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의해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북미 거래가 추진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반도의 안보 위협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 상황 속에서 한국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국내 정치는 국방안보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연일 정쟁만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상당히 불안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안보 불안이 초래되지 않도록 압도적 군사력 확보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함은 물론 군의 실전 훈련 반복으로 즉각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