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 호소 외면한 경찰, 그 죽음에 책임 크다

경찰의 책임을 무조건 추궁할 수 없다. 그런 매도를 당하고 있을 경찰도 아니다. 하지만 동탄 납치 살인 사건은 다르다. 비참하게 살해된 피해자는 30대 여성이다. 지난 12일 오전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숨졌다. 범인은 한때 이 여성과 생활하던 30대 남성이다. 남성이 여성의 오피스텔에서 강제로 납치했다. 자신의 아파트로 끌고 가 흉기로 살해했다. 전형적인 교제 후 보복 범죄 유형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접근하면 안 되는 법률적 상태였다. 상습 폭행에 의한 접근 금지 조치였다. 그런데 어떻게 납치와 감금, 살해가 이어졌을까. 여기 이해 못할 경찰 대처가 있다. 여성이 경찰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해 9월9일이다. 112 신고를 통해 남성의 폭행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도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당시 동거 관계였던 둘 사이의 행위였다. 일상적 가정폭력으로 해석하는 게 옳았다. 피해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 교제폭력 정도로 봤다. 현장 종결이라는 경미한 조치로 끝냈다. 경찰이 떠난 뒤 여성이 닥친 상황은 어땠을까. 끔찍한 상황에 내몰렸을 것이다. 올해 2월23일, 여성이 또다시 112로 경찰을 찾았다. 이 두 번의 신고만으로도 사건의 심각성은 설명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현장 종결로 마무리됐다. ‘단순 말다툼이었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고 끝냈다. 경찰이 떠난 뒤 상황이 나중에 알려졌다. 남성의 심각한 가혹행위가 있었다. 112 신고는 이후에도 한 번 더 있었다. 동일한 남성에 의한 폭행을 신고한 동일한 여성의 신고가 세 번이나 됐다. 당연히 범죄 중대성, 재범성을 조사했어야 옳았다. 견디다 못한 여성이 남성을 고소했다. 절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접근이 금지됐다. 하지만 여성은 극도의 불안 속에 생활했다. 폭행 피해 등을 증명하는 600쪽 분량의 고소 보충 이유서를 경찰에 냈다. 이쯤 되면 폭행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한 셈이다. 지난달 28일 경찰 담당 과장이 구속영장 신청 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 형사가 휴직하면서 업무가 누락됐다고 한다. 그 열흘 뒤에 여성이 살해됐다. 경찰이 세 번의 112 신고를 단순 처리했다. 심각한 오판이다. 경찰이 고소 이후 불안 상태를 장기간 방치했다. 중대한 직무유기다. 경찰이 구속 수감의 시기를 업무 차질로 날렸다. 어이없는 업무 오류다.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화성동탄경찰서장이 사과를 했던데. 사과는 지휘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장은 책임을 져야 하고, 담당 경찰들은 징계·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 유족에 대해 국가와 경찰이 져야 할 민형사 책임도 명백하다.

[사설] 공약 관리 엉망, 선거법 바꿔 개선해야 한다

이런 대선은 없었다. ‘지각 공약집’ 얘기다. 선거 공약이 조각조각 제시되고 있다. 드라마 ‘쪽대본’을 보는 듯하다. 찾아보려면 일일이 언론을 들춰야 한다. 진작 배포됐어야 할 공약집이 없어서다.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는 오늘 시작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공약집은 26일 공개됐다. 그나마 책자 발간은 더 늦었다. 민주당은 더 심하다. 28일 오후에 공개했다. 사전투표를 반나절 앞두고 나온 것이다. ‘탄핵 대선’의 촉박함만 탓할 것도 아니다. 돌아보면 대선에서 공약은 늘 경시됐다. 선거 공약을 관리·공개하는 곳이 선관위다. 역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공약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그런데 이게 뒤죽박죽이고 엉망이다. 경실련이 1987년 이후 대선 공약서 공개를 살폈다. 76명의 후보 중 32명은 벽보만 공개하고 있다. 2명은 공보만, 1명은 공약서만 공개했다. 공약 자료가 온전히 공개된 후보는 17명에 불과하다. 백년대계 국가 경영 약속이다. 그 자료가 이렇다. 대선 공약이 이 정도면 지방선거는 어떻겠나. 때마침 본보가 그 실태를 추적해 보도하고 있다. 기획 시리즈 ‘의원님 뭐하세요-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다. 지역 맞춤형 공약의 현재 이행률을 봤다. 23.6%였다. 2013년 조사했을 때는 21%였다. 나아진 게 거의 없다. 그나마 경기도의회는 나은 편이다. 공개된 공약이 꽤나 많다. 다른 광역의회는 공개 자체가 없다. 이행 여부를 대조할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저마다 지역맞춤형 공약이라며 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근본 문제는 법률에 있다. 공약 관련 규정은 공직선거법 제66조(선거공약서) 제7항이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약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이를 공개할 수 있으며, 당선인 결정 후에는 그 임기 만료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다.’ 문구만 그럴듯하다. 여기에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 강제규정이 아니다. 임의규정이다. 후보자가 공개 않겠다고 버티면 그걸로 끝이다. 경실련도 문제를 지적했다. 법 개정 요구다. ‘공개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바꿔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개는 일상이다. 아주 간단한 절차만으로 공약 공개는 실현될 수 있다. 이걸 왜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풀어놨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시대에 안 맞고 유권자 요구에도 반한다. 이번에는 동기까지 부여됐다. 공약집 없는 대선을 국민이 비난하고, 경기일보를 통해 허술한 공약 관리가 확인됐고, 경실련이 성명으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모든 유권자가 원한다.

[사설] 오산-화성, 이제 하수 처리 비용 갈등인가

화성 동탄의 하수·분뇨는 오산지역에서 처리되고 있다. 오산 제2하수처리장과 오산 분뇨처리장이다. 시설이 있는 위치는 오산동 750번지 일대다. 오산-화성이 2008년 맺은 ‘위수탁 협약’이 처리 근거다. 하수의 경우 동탄 유입 물량이 1일 3만6천684㎥다. 오산 제2하수처리장 시설용량 1일 6만4천㎥의 절반을 넘는다. 운영 17년째인데 언제부턴가 처리 비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화성시가 내는 비용이 너무 적다는 주장이다. 오산시의 ㎥당 하수 처리 원가는 1천92원이다. 각종 지표를 활용해 산정한 지난해 가격이다. 화성시가 오산시에 납부한 금액은 ㎥당 511원이다. 오산시가 산정한 처리 원가의 절반에 못 미친다. 화성시가 지난해 보낸 하수 물량은 1천226만여t이다. 이 처리 비용으로 62억7천여만원을 납부했다. 오산시 산정 원가를 기준으로 보면 60억여원을 덜 받은 셈이다. ‘받아야 했는데 못 받은 돈’이다. 물론 차이 나는 비용은 오산시 부담이다. 살펴 보니 매년 이런 추세다. 2023년 기준 총괄 원가는 1천61원이었다. 2022년에는 1천63원이었다. 화성시는 각각 511원, 503원을 냈다. 그러면 화성시가 산정하는 하수처리 원가도 있지 않을까. 봤더니 2023년 1천398원이다. 오산시의 원가보다도 오히려 높게 잡혀 있다. 그런데도 오산시에는 511원만 납부했다. 화성시 자체 원가에 대비하면 37%에 불과한 셈이다. 오산시민들이 아름아름 알아간다. 물론 납득하지 못한다. 처리 비용은 매년 두 지자체가 협의해 왔다. 그런데도 요금이 이렇게 집행돼 왔다. 두 시의 입장 차가 원인이다. 오산시는 ‘총괄 원가’를, 화성시는 ‘처리 원가’를 주장한다. 오산시 관계자는 ‘화성시가 납부하는 요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하수처리 문제는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산시는 ‘화성지역 하수는 화성에서 처리하라’고 요구한다. 화성시는 ‘대체부지도 없고, 하수도 정비계획도 없다’며 맞선다. 걱정이다. 앞서 우리는 ‘장지동 물류단지’와 관련된 갈등을 보도했었다. 화성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물류단지인데 오산시 경계에 있다. 교통 혼잡과 환경 피해에 대한 오산시민의 걱정이 크다. 두 시 간의 하수처리 문제도 폭발 직전의 갈등이다. 여기에 더해진 ‘하수 처리 비용’도 시민에게는 적지 않은 문제다. 모든 게 오산시와 화성시가 발전하면서 생기는 충돌이다. 두 시의 권한 있는 대화체가 필요하고, 경기도의 갈등 조정도 필요하다. 풀어 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대립하다 파국으로 가는 예를 주변 지자체에서 너무 많이 봐왔다.

[사설] 전직 경기도지사들 총출동하는 대선 됐다

전직 경기도지사 4명이 같은 연단에 섰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평택 유세다. 손학규 전 지사(민선 3기)는 앞서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광명 등 유세 지원에 이어 이날 또 합류했다. 이인제 전 지사(민선 1기)는 이날 유세장에 처음으로 함께했다. 임창렬 전 지사(민선 2기)도 참석해 지지 연설을 했다. 김 후보는 민선 4·5기 지사,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민선 7기 지사다. 결국 남경필 전 지사(민선 6기)를 제외한 모두가 등판한 셈이다. 정치 유불리를 떠나 경기도백 역사에 남을 장면이 됐다. 이 전 지사는 YS(김영삼)계로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경기도지사를 대권 후보 반열에 올린 첫 지사였다. 임 전 지사와 손 전 지사는 경기지사직을 놓고 직접 대결한 인연이 있다. 민선 2기 선거에서 붙었는데 임 지사가 이겼다. 손 지사는 재수를 통해 4년 뒤 지사직에 올랐다. 이후 민주당 대표 등의 정치 역정을 거쳤다. 이들이 ‘김문수’라는 공통의 구호를 외쳤다. 옷은 양복 차림이었다. 김 후보가 직접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국민의힘이 경기도에 거는 절박함이다. 지난 대선에서 경기도는 이재명 후보 절대 우위였다. 5%포인트 이상의 득표율 차이로 막판 박빙을 견인했다. 이후 총선에서도 이 후보가 이끄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번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기도는 이 후보의 강세다. 본보 등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여론조사의 경기·인천 결과가 있다. 이재명 후보 49%, 김문수 후보 33%였다. 선관위에 내용이 있다. 본보 자매지 한양경제가 오늘 발표한 여론조사도 비슷하다. 이재명 후보가 48.6%로 김문수 후보의 38.2%를 앞섰다. 서울 지역에서 41.9%(이)와 39.4%(김)로 경합을 벌이는 것과 판이하다. 전직 도지사가 총동원되는 상황이 연출된 배경이다. 각자 4년 가까운 도지사 경험을 갖고 있다. 저마다의 업적과 추억이 도민에게 남았다. 이번 합동 유세로 그런 민심을 기대하는 것으로 본다. 경기도 경제의 심장 평택인 것도 그래서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 측의 우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앞서의 지사들과 비교해 가장 가까운 시기의 지사였다. 시장과 지사를 거치면서 자리한 조직이 강하다. ‘이재명 정책’ 역시 나머지 전직 지사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점이 강점이다. 전직 지사들은 일자리, 기업 유치 등의 유사한 도정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복지 등 생활 밀착형 도정으로 특화돼 있다. ‘이재명 절대 강세’가 되레 강조된 장면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별하다. ‘만년 잠룡’에 머물렀던 경기도백의 대권 도전사다. 이번에 기호 1, 2번이 전직 경기지사로 채워졌다. 전직 지사들까지 대거 유세 현장에 등장했다. 경기도민에게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주는 대선이다.

[사설] 대법관 독립이 곧 사법부 독립이다

입법은 국회, 사법은 대법원, 행정은 정부다. 이 세 권력은 서로 견제하며 존재한다. 이 삼권분립이 국가를 국가답게 유지한다. 2024년 12·3 계엄에서도 우리는 목도했다.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심야 의결로 그 계엄을 풀었다. 사법부는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혼란이 그렇게 물골을 따라 가듯 정리됐다. 그때 작동된 국가 시스템이 바로 삼권분립이다. 침해받지 않는 입법·사법·행정이 그렇게 소중하다. 갑자기 그 삼권분립을 논할 현안이 생겼다. 대법관에 비법조인을 앉힌다는 얘기다.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떠 있는 내용이다. 제안 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 제안 일자 2025년 5월23일, 제안자 ‘박범계 의원 등 10인’이다. 법안 목적이 설명돼 있다. 대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이다. 구체적 법률 개정 방향을 밝히고 있는데 두 가지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것이 하나고, 비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다른 하나다. 여기서 논쟁이 불거진 것은 후자다. 최종심을 비법조인에게 맡기자는 제안인데 옳은가. ‘비법조인’의 자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 이런 이들을 임명하면 얻게 되는 기대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 경력,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대법원으로 진입할 기회가 확대되고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과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원적 가치? 판결에 다양한 가치가 반영돼야 하나.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법률은 그런 법을 규범화한 것이다. 재판은 그 법률 해석을 행위에 적용하는 절차다. 배경, 경력, 가치관이 선입견을 줘선 안 된다. 또한 법관은 달라도 판결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양형 기준이라는 약속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금의 ‘판결 충돌’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판사에 따라 ‘징역형-무죄-유죄’를 오갔다. 진영이 서로 ‘오염됐다’며 불신했다. 이걸 아예 외부인에게 맡기자는 건가. 좌·우, 노·사의 한 쪽에 재판봉을 주자는 것인가. 정도는 다르지만 비법조인의 참여 방식은 있다. 2008년부터 운영되는 국민참여재판이다. 20세 이상 국민이면 배심원이 될 수 있다. 법관 독점 견제, 각계 여론 반영 등 취지가 이번과 닮아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이 판단은 유보하는 대신 미국의 예를 설명해본다. 대표적인 배심원제 국가였다. 그런데 법관 재판이 높아지고 있다. 거꾸로 배심원 재판은 1%까지 낮아졌다. ‘비전문·편향’이 초래한 불신 때문이다. 정치 빼고 토론해 보자. 논쟁거리도 아니다. 대법관 독립이 사법부 독립이다.

[사설] 주한미군 감축설, 안보 불안 철저히 대비해야

지난 22일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의하면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총 병력 2만8천500명 중 4천500여명을 미국령 괌이 포함된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수립 중인 국방전략(NDS)과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상기 보도에서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에도 불구하고 안보·통상위기를 맞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15일 심포지엄에서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 등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분석한 ‘2025년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한국을 침투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주한미군을 감축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우리 국방부도 23일 미국과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했다.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미 국방수권법(NDAA)에 의한 사항이다. 올해 NDAA는 한국에 배치된 2만8천500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할 것을 못 박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상·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하고 트럼프의 당 장악력도 강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규모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 문제는 언제든지 대두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통상문제와 연계시켜 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국의 안보 상황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도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한 바 있음을 상기한다면 주한미군 감축설을 미국 정부가 부인했다고 해서 추측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임과 동시에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핵심 전력이다. 오는 6·3 대선 직후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군사안보 등을 비롯해 한미 관계 전반을 협의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선운동 기간은 물론 대선 후에도 주요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심각함을 인식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국익 관철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설] 수원 정치인 김용남의 당적 쇼핑, 너무한다

딱 3년 전 정치인 김용남의 옷은 붉은색이었다. 국민의힘 수원특례시장 후보였다. 수원은 민주당 절대 강세 지역이다. 5개 선거구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다. 개표 상황이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박빙이었다. 최종 득표율 49.1%로 김 후보가 패배했다. 1위와의 차이는 0.57%, 2천928표였다. 전국에서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장선거였다. 130만 수원시민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4년 뒤 재도전을 말하는 지지자도 많았다. 그 옷이 19개월 만에 오렌지색으로 바뀌었다. 2024년 1월 개혁신당에 입당했다. 국민의힘 탈당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희망도 갖기 어렵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얼마 전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표 선수였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연설했었다. 그랬던 그가 쏟아낸 비난이다. 지역 정치권은 싸늘했다. ‘국민의힘에서 총선 공천 안 주니까 탈당한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준석 대표 측근이 됐다. 그때부터 16개월이 지났다.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파란색이다. 5월17일 광주 서구로 내려갔다.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 이재명 유세장이었다. 이 후보를 지지했다. 그 이유를 말한다. ‘내가 낸 책과 이 후보 공약이 똑같더라.’ 개혁신당 탈당의 변은 국민의힘 때와 같았다. “(개혁신당은) 한 사람의 팬클럽 수준으로 당이 운영된다.” 정말 그게 다 일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말했다. “총선에서 비례받고 싶어했는데 못 받은 분이다.” 정치철새들의 계절이다. 하도 많아 거명할 수도 없다. 그런데 정치인 김용남을 거명한 이유가 있다. 많은 시민이 그를 수원 토박이로 말한다. ‘남문시장 가겟집 아들’로 부르기도 한다. 동문회에서 그는 여전히 희망이다. 그래서 정치 입문부터 ‘수원의 미래 정치’였다. 초창기 남경필 전 지사와 갈등도 있었다. 그 모습조차 ‘당차다’며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가 많았다. 이렇게 기대를 모았던 그가 언제부터 ‘당적 장돌뱅이’처럼 됐다. 안쓰럽다. 어느 지역이든 지역만의 정치는 있고, 경기도 수부 도시 수원 정치도 그렇다. ‘도청·삼성 유치’라는 유산을 남긴 정치, ‘최초의 수원 출신 도지사’가 된 정치, ‘부총리·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치가 있다. 저마다 이념과 정당은 달랐다. 하지만 저마다의 정치적 지조 속에 6~7선을 했다. 5·16계(이병희)로, 보수계(남경필)로, 민주계(김진표)로 살았다. 때론 낙선도 했다. 하지만 공천 찾아 극단의 정당을 찾지는 않았다. 이재명 지지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책적 동질성 발견’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모쪼록 이게 마지막 선택이기를 바란다. 파란 점퍼가 그의 마지막 당복(黨服)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김용남 당복을 궁금해할 시민이 더는 없을는지도 모른다.

[사설] 아동 실종 부모들은 경찰만 바라보고 산다

‘평택 실종 딸 송혜희’ 사건을 모두가 안다. 1999년 2월13일 버스정류장에서 사라졌다. 집 근처였는데 행방불명됐다. 아버지 송길용씨가 전국을 돌며 찾았다. 300만장의 전단까지 뿌렸지만 찾지 못했다. 25년을 고생하던 아버지 송씨가 작년 8월 숨졌다. 안타깝게도 교통사고였다. 아내는 우울증을 앓다가 오래전 사망했다. 우리에게 가슴 아프게 남아 있는 실종 아동 가정이다. 이런 비극이 우리 주변에 많다. 36년째 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연이 있다. 본보 취재진이 전한 한소희양(당시 7개월) 실종 사건이다. 1989년 5월18일 수원시 남창동에서였다. 30대 여성이 집을 찾아와 ‘물을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물을 주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기가 사라졌다. 지금은 6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범행으로 짐작된다. 어머니 이지우씨는 “딸에게 나는 지금도 너를 찾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세상 가장 큰 슬픔이 자식을 잃는 슬픔이라고 했다. 생사도 모르는 이별이니 어떻겠나. 아동 실종의 실태를 본보가 살펴봤다. 경기남·북부경찰청 통계를 봤는데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5천843건, 2023년 7천51건, 지난해 7천93건이다. 1년 이상 찾지 못하면 장기 실종 아동으로 분류된다. 이게 현재 191명이다. 여기서 54%인 105명은 실종 10년을 넘기고 있다. ‘평택 송혜희 아빠’나 ‘수원 한소희 엄마’의 예다. ‘실종 아동의 날’도 벌써 19년 째다. 국민적 경각심과 관심이 도움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 찾기 시민 모임도 있다. 많은 시민이 여기도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전산망과 인력을 갖춘 경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간혹 실종자 가족의 극적인 상봉 얘기가 전해진다. 대부분 경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또 아동 실종은 명백한 사건이다. 이래저래 경찰 업무의 영역에 든다. 경찰 조직에서 이 업무가 축소된 듯 보인다. 경기남·북부경찰청을 봤다. 아동 실종 사건 전담 인원이 2명씩 있다. 독립된 팀은 아니고 형사기동대에 속한 인력이다. 2023년까지는 남·북부청에 각 6명씩 배치돼 있었다. 이게 2024년 조직 개편으로 현재 상태로 줄었다. 제보 분석, 보육원 순찰, 관련 기록 조회 등 일이 참 많다. 실종 아동이 살폈듯이 수천명이고 장기 실종 아동도 수백명이다. 늘려줘도 부족한데. 실종 아동 하나를 구하는 것은 한 부모를 구하고, 한 가정을 구하는 것이다. 경찰의 어떤 업무 못지않게 숭고하고 절박하다. 격무에 짓눌린 경찰 현실을 왜 모르겠나. 그렇더라도 실종 아동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부탁한다. 일선 경찰서, 현장의 파출소까지 연계하는 시스템 마련을 부탁한다. 그 감사한 일을 경기 경찰이 먼저 해줬으면 좋겠다.

[사설] 김동연 제안 닷새만에 이재명 ‘분도는 사기’

사용된 표현이 매우 거칠다는 느낌을 준다. 의정부를 찾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연설이었다. 경기 분도론의 허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 북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분리한다고 해서 규제가 자동으로 완화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규제가 해제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이자 ‘기만’이다”, “(경기도) 분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환상”이라고도 했다. ‘사기’, ‘기만’, ‘환상’ 등 거친 표현을 언론이 주목했다. 경기지사 시절 북부 정책을 설명했다. SOC 예산을 남부보다 2배 가까이 투자했다고 했다. 경기도 산하기관을 북부와 동부로 이전한 점도 상기시켰다. 통근 버스를 반대해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유도했다는 것도 소개했다. “이 문제로 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안다. 하지만 당장 표를 의식해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경기지사 재임 시절 이후 소신을 바꾼 적 없다. 다만 이번에는 수위와 시기가 특별하게 들린다. 통상 선거 경쟁자는 다른 정당 후보자다. 이번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맞상대다. 그런데 경기도 분도라는 주제는 조금 다르다. 김 후보도 지사 재임 시절 이후 줄곧 분도를 반대해 왔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포퓰리즘’(2014년 6월19일) 등의 관련 발언이 있다. 이번에도 수도권 공약으로 검토했지만 제외됐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이 후보가 김 후보를 공격할 여지는 없지 싶다. 남는 대상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김동연 지사다. 역점 사업으로 2022년 취임 이후 끌고 왔다. 규제 해소 등을 제도화하는 구상이다. 자체 절차를 갖춰 정부에 올려놨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공통 공약으로 주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북자도 공약’을 밀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이 후보의 공약 채택을 제안했다. 민주당 김승원 경기도당 위원장을 통한 공식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공약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닷새 만에 이 후보의 거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김 지사 역할은 ‘조화로운 경쟁자’였다. 경선에 순응했고, 결과에 승복했다. 그래서 읽힌 ‘김동연 정치’가 있다. 그중 하나가 도지사 연임설이다. 내년 선거에서 경기지사를 연임하고, 차기 대권을 도모한다는 관측이다. 지역 정가에서 비중 있게 돌았다. 이런 때 등장한 ‘이재명의 분도론 맹폭’이다. 이 후보의 정확한 메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해석만 구구하다. 대부분 김 지사에는 반갑지 않은 내용들이다. 왜 안 그렇겠나. ‘사기’, ‘기만’이라는 표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유력한 차기 주자의 발언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설] 오산·화성 물류단지 이견, 대화가 필요하다

오산시의회가 주목할 입장문 하나를 냈다. 지역 개발과 관련된 우려를 담고 있다. 그 대상이 인근 지자체인 화성시다. 화성시 장지동 1131번지 개발계획이다. ‘동탄2 유통3’으로 불리는 대규모 물류단지다. 이 단지 건립에 반대를 표하는 성명이다. ‘오산시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방적 개발이다.’ 개발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입장문의 대상은 민간 시행사와 경기도, 그리고 화성시다. 총면적 62만5천㎡ 정도다. 축구장 80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여기에 지하 3층, 지상 20층 물류센터가 들어선다. 2027년 완공 목표니까 기본 절차는 끝난 상태로 보인다. 오산시의회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해당 부지의 위치다. 행정경계상 오산시와 맞닿아 있는 부지다. 교통 혼잡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산시 전체 도시 기능을 위협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오산시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상되는 교통 흐름도 설명했다. 단지로 유입되는 물류 차량이 거치는 노선이다. 오산IC, 국도 1호선, 동부대로, 운암사거리 등을 거친다고 봤다. 화성시에 대해 몇 가지 구체적 요구를 제시했다. 계획 전면 철회, 교통영향 평가 심의, 오산시와의 협의 등이다. 오산시에 대해서도 ‘화성시에 대해 법적·행정적 대응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정치권도 나섰다. 1인 시위, 캠페인, 서명운동 등이 예고돼 있다. 기본적으로 화성시 행정의 영역이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행정 절차는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량 유발에 대한 심의 절차도 마치지 않았을까 싶다. 물류단지 조성에 불법은 없고, 또 없어야 한다. 그러면 오산시의 주장은 지역 이기적 발상인가. 인근 지자체 개발에 대한 과도한 트집 잡기인가. 하지만 오산시민의 현실적인 염려도 외면하기 어렵다. 비단 20층짜리 물류센터 건물 한 동의 얘기가 아니다. 계획된 물류단지와 오산시 경계는 직선거리 400m다. 그 중간지대의 현 상황이 복잡하다. I, J 등 복수의 물류센터가 이미 운영 중이다. 컨테이너 등의 대규모 집하 공간도 있다. 대규모 물류단지로 변하는 중으로 보인다. 오산시의회, 정치권에서 이를 경계하는 것이다. 두 지자체의 입장이 이렇게 다르다. 옳고 그름을 판가름 할 기준도 없다. 결국 가장 흔하면서도 유일한 제언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대화다. 우리가 기억하는 경험이 있다. 화성시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다. 화성 장사시설인데 수원시민과 충돌했다. 지엽적 문제가 지자체 간 충돌로 번졌다. ‘수원-화성 간 10년 갈등’의 단초가 됐다. 두 시 모두의 행정력 낭비이고 소모적 갈등이다. ‘동탄2 유통3’이 제2의 ‘함백산 파국’으로 가면 안 된다. 대화가 필요하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