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경우만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 “미국 자동차는 일본(한국)에서는 매우 조금만 판다.” 그 이유를 ‘비금전적 무역제한’이라고 지목했다. 25%의 관세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한국 내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은 낮다. 2024년 기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는 83%, 수입차는 17%였다. 초유의 관세 폭탄을 던진 트럼프의 이유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지적에 어이 없어 한다. 시장 점유율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만드는 영역이다. 미국산 자동차가 시장에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가격이다. 한국, 일본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증명된 미국산 자동차의 한계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자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트집 잡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관세로 뒤집어엎겠다는 거다. 국가에는 무역수지 악화다. 젊은 세대에게는 일자리 강탈이다. 이런 무역 횡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화와 설득을 통해 조정 국면을 만들어야 하나. 가능하다면 가장 옳은 대응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5% 관세가 현실로 공표됐다. 일본(24%), 유럽(20%)보다도 가혹하다. 원칙적이고 외교적인 체면만 따지고 있을 시점이 지났다. 각국에서는 반(反)트럼프 바람이 불고 있다. 해당 국민들이 지지한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무역, 방위 압박을 받는 나라의 지도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산품장려운동, 보복 관세 부여, 국민 선동, 핵 무장 공언 등이 무기다. 이들의 1~3월 여론조사 추이가 보도됐다. 국민 지지율이 7~18% 치솟았다. 반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지율이 추락했다. 트럼프 정책에 순응하거나 대항하지 못한 지도자들이다. 트럼프에 맞선 지도자와 굽힌 지도자의 극명한 대비다. 이 분석에 특별한 과학은 필요 없다. 일자리, 먹거리를 지키겠다는 각국 국민의 의지다. 우리는 앞선 모든 나라보다 혹독한 관세를 맞았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대항해야 한다. 국민 정서를 표현하는 게 정치다. 그런 면에서 지적해둘 게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있다. 우파 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성조기다. 우호를 강조하는 순수한 뜻임을 안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고 상황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압박에 경제가 질식하기 직전이다. 도내 수출 1, 2위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아우성이다. 올해 신규 연구 인력 모집이 없다는 얘기도 돈다. 현대제철소는 최근 공장 문을 아예 닫았다. 뭐 고마운 게 있다고 성조기를 흔들어대나. 젊은 세대, 직장인들 보기에 미안하고 민망하다.
사설
경기일보
2025-04-0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