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민 분노케 한 정책지원관 수당 편취 의혹

도민의 배신감이 적지 않을 일이다. 임명된 지 얼마 됐다고 수당 편취인가.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확인되면 가장 강한 징계로 다뤄야 한다. 당사자들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도의회 정책지원관의 업무는 입법 보좌다. 일반 임기제 6급, 최대 연봉 6천여만원이다. 2023년 채용 때 경쟁률이 4.4 대 1이었다. 시의원 출신, 공공기관 1급 경력자, 60대 이상 합격자도 많았다. 옥상옥의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출범의 대의가 더 컸다. ‘지방자치 완성’이라고 여겼다. 거기서 수당 부당 수령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의회에서 시작됐다. 정책지원관이 24명이다. 이들이 낸 초과 근무 시간이 5천17시간이었다. 상위 10명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업무 편중이 심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이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자료 곳곳에서 부당 수당 신청 의혹이 불거졌다. 출장 복명서 등에서도 불법이 줄줄이 확인됐다. 그때만 해도 강원도의 일이었다. 이런 비위가 최근 경기도의회에서도 불거졌다. 일부 정책 지원관들이 새벽 시간대 연장 근무를 신청했다. 그런데 별다른 업무가 없어 보인다. 유연 근무를 새벽 이른 시간대에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른 퇴근을 위한 편법이라는 정황이 엿보인다. 장시간 근무지를 이탈한 사례까지 지목됐다. 모든 의혹은 결국 부당 수당 문제로 옮아갔다. 일을 하지 않고 받은 수당 또는 적정 업무와 무관하게 받은 수당이다. 도의회 사무처가 일부 확인했다. 아직 비위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전수조사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도의회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최종 몇 명이 연루됐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무처는 철저한 조사와 엄한 조처를 말한다. 당사자에 대한 소명 절차를 거친 후 징계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속 부서와 소관 업무 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를 접하는 도민의 분노다. 정책지원관에게 드는 인건비 등이 연간 50억원을 넘는다. 그만큼의 전문식견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살핀 대의 때문이었다. ‘지방자치 완성’이라는 명분에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터진 게 수당 편취다. 도민이 용서하겠는가. 시민단체가 침묵하겠는가. 과거 한 지자체에서 ‘333억원 수당 편취 사건’이 있었다. 시민단체의 감사청구·형사고발이 2년간 이어졌다. 철저한 조사와 결과 공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비위 정책지원관 해임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설] 인천교육청 체험학습 대책... 달라진 게 뭐 있나

최근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 갑질’ 신고가 있었다. 현장체험학습 계획이 발단이었다. 1학년 담임교사들이 걸어서 가는 근거리 생태체험계획을 짰다. 5개 학급 110명 학생이 전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안전사고를 걱정해서다. 그러나 교장은 버스를 타고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원거리 체험학습을 요구했다. 담임교사들을 교장실로 부르거나 여러 차례 메신저를 보내 계획 수정을 요구했다. 이런 갈등이 갑질 신고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교육 현장의 체험학습 갈등이 보통 아닌 듯하다.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난 체험학습 인솔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의 파장이다.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선 교사들은 이제 가급적 체험학습을 피하려 한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이 ‘2025학년도 현장체험학습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별 내용이 없다는 반응이라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안전사고 시 교사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라 했다. 안전계획 수립,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 절차 등 단계별로 나눴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안전관리 체크리스트도 배부했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법적 보호조치도 담았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학교안전공제회, 교원보호공제회와 함께 보다 강화된 법률 자문을 지원한다는 정도다. 인천시교육감이 교육부에 관련 제도적 절차 마련을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해당 교육감이 체험학습 안전사고의 맥락을 감안해 사법당국에 선처를 요청할 수 있는 채널에 관한 것이다. 체험학습에 동행하는 보조인력의 안전 전문성도 강화한다. 현직 소방대원이나 경찰·소방 경력자 등을 포함하는 ‘안전요원 인력풀’을 운용한다는 내용이다. 인력풀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은 또 올 상반기 중 ‘학교현장교육 학생안전관리 조례’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장체험학습 안전 지원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이 정도로는 일선 교사들을 설득시킬 것 같지 않다. 법률 자문이라면 현재도 그 비슷한 지원이 있다고 한다. 안전요원 인력풀을 강화한다 해도 인솔 교사에 대한 무한 책임은 그대로다. 중과실의 경우만 아니라 부주의나 실수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니 기피하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가족여행이 일상화한 요즘이다. 지켜주지 못한다면 강요만 할 현장체험학습은 아닌 것 같다.

[사설] 고압송전로·LNG 발전소, 끼인 안성에 보상은 없는가

갈 길 바쁜 용인시는 피가 마른다. 원삼면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준공 계획을 맞추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이런 사정을 안타깝게 하는 갈등이 있다. 고압 송전선로 반대와 LNG발전소 반대다. 둘 다 반도체 산단 가동에 필수 요건이다. 인근 안성시의 격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용인시 고위 관계자가 이렇게 상황을 설명했다. “국가 경쟁력의 문제인데 너무 지역 이기주의만 말하고 있다.” 안성시 반대는 실제로 격하다. 최근에도 안성시의회 앞에서 규탄 회견이 있었다. 안성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비난한 건 용인 LNG발전소 건설이다. 원삼면 죽능리에 들어설 1.05GW 규모다. 안성 경계로부터 2.5㎞ 떨어졌다. 대기질 안정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LNG발전소는 탄소 배출이 석탄 발전의 50% 정도다.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5배라고 알려졌다. 시민의 건강 걱정이다. 고압 송전선로 반대도 거세다. 안성시를 지나는 송전선로 3개 공사다. 용인 원삼·남사 반도체 산단이 목적지다. 송전선로는 전자파 노출의 우려가 있다. 지역 미관 저해로 인한 지가 하락도 있다. 과학적 증명에는 여러 이견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갖는 거부감은 현실이다. 송전선로가 놓이는 곳마다 마찰이 컸다. 안성시도 지난해 11월부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에 공식 제기도 했다. 역시 주민 건강 걱정이다.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시의원들에 대한 재신임의 시간이다. 반대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다. 기자회견, 성명 발표, 서명운동, 항의 방문도 늘어날 것이다. 산단 조성 공정을 맞춰야 할 용인시다.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는 사업이다. 추진해야 할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용인시 고위 관계자의 주장도 일리 있다. 하지만 안성시민의 박탈감 또한 현실이다. 지역이 받는 유무형의 피해도 사실이다. 강요하고 밀어붙일 게 아니다. 안성시민을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대안이 없다면 보상이라고 내놔야 한다. 직접적 보상이 안 된다면 우회적 보상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속성은 무한 경쟁이다. 용인시와 안성시 모두 이런 공통의 목표에 산다. 용인시를 천지개벽할 반도체 클러스터다. 용인시민이 부자 되는 대개발 사업이다. 행정구역 너머의 안성시민이 있다.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도-국가에 맡겨진 책무다.

[사설] 경기지사들끼리 대선 가능성, 이런 게 경기도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는 이재명 대표다. 9일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알려졌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독주를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 비명계에서 경선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현 국민참여경선은 국민 50%, 당원 50%다. 이를 100% 완전 국민경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그러면 사실상 추대 경선’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이 대표가 강력한 대선 후보라는 얘기다. 민선 제7대 이재명 경기지사다. 민주당 후보군은 많다. 박용진 전 의원이 의사를 밝혔다. “평당원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고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경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7일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출마도 점쳐 진다. 이번 주 중으로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려진다. 비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김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반반 정도”라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있다. 경선 출마 의지가 가장 크다. 탄핵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의지를 노출한 바 있다. ‘닥치고 경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런 의지를 믿고 그의 주변에 형성된 세가 만만치 않다. 전해철 경기도정자문위원장, 고영인 경기도경제부지사 등이 도정을 통해 공식 합류한 부류다. 여기에 박광온 전 의원 등 비명계 유력 인사들 일부가 외곽에 포진해 있다. 민선 제8대 김동연 경기지사다. 국민의힘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대중적 인기와 정통 보수라는 장점이 크다. 범보수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있다. 젊은 표 흡입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모두 ‘명태균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추락시킨 ‘추문’이다. 해명을 해야 할 부담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의 거취는 당의 가장 큰 변수다. 외부 인사 영입설도 비중 있게 나온다. 중심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있다.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 1위 자리를 지켰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신 있는 언행에 힘입었다. 여기에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주는 차별화도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은 결국 본인과 부인 김건희씨의 비위 잡음이었다. 유력 야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에게도 사법리스크가 있다. 지사 8년 구호 ‘부패즉사(腐敗卽死)’가 자산일 수 있다. 민선 제4·5대 김문수 경기지사다. 대선은 하루 앞도 알 수 없다. 심한 격랑이 몰아칠 두 달이다. 예상해 본들 다 부질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찾을 의미가 두 개 있다. ‘보수 진보가 공존할 수 있는 경기도’가 하나고, ‘여야 대선 후보가 동시에 거론되는 경기도’가 다른 하나다. 이념으로 쪼개진 대한민국 지방이다. 그런 곳에선 허락되지 않을 상상이다.

[사설] 정치권은 광장정치에서 협치정치로 전환해야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국회는 여야정당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돼 더불어민주당은 명실공히 제1당, 국민의힘은 제2당이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이끌고 있으나 사실상 국회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 그동안 국회는 여소야대로 극단적인 정치판이 됐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대과반수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가 독점 운영됨으로써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야당에 의해 탄핵과 입법 폭주가 남발되고, 야당이 통과시킨 상당수 법안은 여당과 정부에 의해 번번이 거부권이 행사되는 등 여야 간 사사건건 갈등 속에 파행 운영됐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정당은 국회보다는 광장정치에 몰두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지지자들과 더불어 한남동 대통령관저 등에서 개최된 시위에 앞장서서 참가해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했는가 하면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탄핵반대 지지자들의 열기가 고조되자 이에 맞서기 위해 당 차원의 당원 동원령을 내렸는가 하면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도보행진까지 했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러한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하에서도 이번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후 탄핵찬반 시위자들 사이에 우려했던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다. 경찰은 선고 당일 갑호비상령까지 내렸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한국 민주정치가 상당 수준 성숙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헌재의 선고문에서도 재판관들은 정치권에 대해 협치정치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즉, 선고문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꾸짖은 것을 정치권, 특히 국회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제 국회는 광장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공동체 이익을 위해 상호 양보와 타협에 의한 협치정치를 해야 한다. 국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부합하는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사설] 트럼프의 무역 협박, 시위대 성조기가 불편하다

자동차의 경우만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 “미국 자동차는 일본(한국)에서는 매우 조금만 판다.” 그 이유를 ‘비금전적 무역제한’이라고 지목했다. 25%의 관세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한국 내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은 낮다. 2024년 기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는 83%, 수입차는 17%였다. 초유의 관세 폭탄을 던진 트럼프의 이유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지적에 어이 없어 한다. 시장 점유율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만드는 영역이다. 미국산 자동차가 시장에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가격이다. 한국, 일본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증명된 미국산 자동차의 한계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자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트집 잡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관세로 뒤집어엎겠다는 거다. 국가에는 무역수지 악화다. 젊은 세대에게는 일자리 강탈이다. 이런 무역 횡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화와 설득을 통해 조정 국면을 만들어야 하나. 가능하다면 가장 옳은 대응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5% 관세가 현실로 공표됐다. 일본(24%), 유럽(20%)보다도 가혹하다. 원칙적이고 외교적인 체면만 따지고 있을 시점이 지났다. 각국에서는 반(反)트럼프 바람이 불고 있다. 해당 국민들이 지지한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무역, 방위 압박을 받는 나라의 지도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산품장려운동, 보복 관세 부여, 국민 선동, 핵 무장 공언 등이 무기다. 이들의 1~3월 여론조사 추이가 보도됐다. 국민 지지율이 7~18% 치솟았다. 반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지율이 추락했다. 트럼프 정책에 순응하거나 대항하지 못한 지도자들이다. 트럼프에 맞선 지도자와 굽힌 지도자의 극명한 대비다. 이 분석에 특별한 과학은 필요 없다. 일자리, 먹거리를 지키겠다는 각국 국민의 의지다. 우리는 앞선 모든 나라보다 혹독한 관세를 맞았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대항해야 한다. 국민 정서를 표현하는 게 정치다. 그런 면에서 지적해둘 게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있다. 우파 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성조기다. 우호를 강조하는 순수한 뜻임을 안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고 상황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압박에 경제가 질식하기 직전이다. 도내 수출 1, 2위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아우성이다. 올해 신규 연구 인력 모집이 없다는 얘기도 돈다. 현대제철소는 최근 공장 문을 아예 닫았다. 뭐 고마운 게 있다고 성조기를 흔들어대나. 젊은 세대, 직장인들 보기에 미안하고 민망하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힘, 본선거 1년 앞두고 참패

경기도의회의 여야 동수 균형이 무너졌다. 더불어민주당이 78석으로 국민의힘 76명보다 많아졌다. 개혁신당은 1석, 무소속이 1석이다. 무소속인 박세원 의원도 조만간 민주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의원은 민주당 소속에서 탈당했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의원은 79명이 된다. 단독 의결이 가능해지는 의석 분포다. 단순히 여야 동수가 무너졌다는 의미를 넘는다. 의회 운영권이 사실상 넘어갔다는 얘기다. 4·2 재보선 투표율은 전국적으로 낮았다. 성남6선거구는 25%, 군포4선거구는 28.8%였다. 통상 낮은 투표율은 보수에 유리하다고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통설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두 선거구 모두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성남6선거구는 김진명 후보가 53.38%를 획득했다. 군포4선거구는 성복임 후보가 58.25%를 얻었다. 주목해 볼 것은 양당 후보의 득표율 차다. 성남6선거구는 분당이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의원을 뽑았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였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 6.55%포인트 앞섰다. 그 득표율이 이번에는 반대가 됐다.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6.77%포인트차로 이겼다. 군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여기에서 관심은 차이였다. 민주당 후보가 20%포인트 앞섰다. 결과를 헌재 결정과 연결하는 민주당 논평이 있다. 김승원 경기도당위원장이 ‘탄핵 염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윤석열은 사전 파면됐다”고 밝혔다. 분당갑 이광재 당협위원장도 “불법 계엄을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당의 시각으로는 충분히 펼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지역의 관심은 이와 다르다. 완패(完敗)와 참패(慘敗)의 당사자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다. 표심이 3년 만에 쏠렸다. 이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 3년 전, 도민은 78석 동수를 만들어줬다.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엉뚱하게 당내에서 싸웠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법정까지 갔다. 또 다른 표심에는 도의회를 주도하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하반기 의장도 못 받았고 상임위 장악도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황당한 궤변으로 언론과 갈등까지 불렀다. 이번 참패를 난데없다 할 순 없다. 이제 1년여 뒤면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소속 의원 76명이 모두 평가 대상이다. ‘2석 참패’ 속에 ‘76석 평가’가 포함됐을 수도 있다.

[사설] 경기 광주시의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 민망하다

광주시에 용도가 의심스러운 주차 공간이 있다. 경안천 자연생태시설에 조성된 주차장이다. 광주시가 2021년 퇴촌면 광동리에 만들었다. 부지만 8만3천237㎡로 23억원이 투입됐다. 장미와 국화, 억새, 라벤더 등 9종의 식물도 심었다. 잔디광장까지 갖춘 제대로 된 시설이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겠다는 의욕으로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이 기대하는 부대 수익도 있었다. 이랬던 모습을 최근에는 찾아 보기 어렵다. 특히 주차장이 엉망이다. 대형 캠핑카가 장기간 주차하고 있다. 그렇다고 캠핑장으로서의 역할도 못한다. 입구부터 흉물스러운 드럼통들이 목격된다. 건축 폐기물로 보이는 쓰레기들도 버려졌다. 누군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냉동차 짐칸도 방치돼 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목재와 대리석도 쌓여 있다. 주차장 한 편에 관리 주체를 짐작케 하는 광주시 마크가 있다. 하지만 담당 부서나 연락처 등은 표시되지 않았다. 민원을 제기하려 해도 부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본보가 첫 보도 이후 한 달여 만에 이유를 지적했다. 담당 부서가 정확히 지목되지 않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서끼리 업무를 떠넘기고 있었다. 당초 업무는 건설과에 속해 있었다. 이후 조직 개편이 있었고 하천과로 넘기는 게 옳았다. 하지만 관련 서류가 여전히 건설과에 보관된 상태였다. 하천과는 ‘서류가 건설과에 있으니 건설과 업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과는 ‘하천부지에 있는 시설이니 하천과 업무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업무 지정은 원칙과 기준에 의해 분류된다. 하천 담당 부서가 하천과라면 하천부지 주차장도 하천과 소속이 타당하다. 서류가 건설과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냥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서류가 있는 부서가 책임 부서’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더구나 건설과에서 주차장 문제를 담당했던 팀장이 현재 하천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혼란을 지켜만 봤다. ‘서류 있는 곳이 담당 부서다.’ 처음 듣는 논리다. 딱 떨어지는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다.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 회피다. 두 부서가 이렇게 업무 미루기를 하는 사이 주차장은 쓰레기, 폐차, 무단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관할 퇴촌면이 출입 제한을 위한 차단봉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시청 관리 부서를 확인하지 못해 설치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무엇보다 시민이 알게 되면 참 민망할 일이다.

[사설] 김동연의 경제전권대사 구상, 문제는 현실성

오늘부터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다. 경기도 기업들이 직접 영향권에 있다. 그만큼 도내 기업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크다. 2023년 현재 8천991개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액수가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었다. 2023년 227억6천만달러에서 2024년 11월 281억달러로 늘었다. 반도체가 30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18억달러에서 23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관세 폭탄이다. 김동연 지사가 주목할 만한 주장을 폈다. 여야를 초월한 경제전권대사 임명이다. “경제전권대사를 임명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도내 민관합동비상경제회의에서 제안했다. 처음이 아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냈다. 당시 경제외교 주체 공백을 지적했다. ‘팀 코리아’를 이끌 전문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IMF 시절 효과 본 사례도 소개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 지사다.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경제만큼은 여야·정부·기업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김 지사의 이 주장에 이견을 낼 집단은 없다. 트럼프 공세에 직면한 각국도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州)’에 분노한 캐나다가 그렇다. ‘캐나다산을 사라’는 구호로 하나가 됐다. 관세 으름장에 직면한 유럽은 국경까지 초월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트럼프 대응으로 뭉쳤다. 관세 압박에 맞설 유일한 무기로 단결을 택한 것이다. 팀 코리아 주장은 옳다. 문제는 카운터파트너인 트럼프의 인정 여부다. 그의 협상이 보여온 일관된 외관이 있다. 협상의 키를 쥔 핵심 상대와 직접 대화를 선호한다. 트럼프 1기 때 북한과의 핵 협상이 그랬다.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전개했다. 2기 들어서도 이런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을 본인이 했다. 대화 상대는 젤린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었다. 권력 있는 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삼는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다. 또 하나의 모습은 기업 총수와의 대면이다. 3월24일 있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담판이 그랬다. 공격할 대상 기업의 책임자와 직접 협상했다. 정 회장을 옆에 두고 ‘31조 투자 유치’를 자랑했다. 백악관에서의 발표 현장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투자처인 루이지애나주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배석만 했다. 루이지애나주 출신 하원의장, 공화당 원내대표도 그냥 옆에 있었다. 지역이나 정계 거물을 치적 홍보에 들러리로만 썼다. 캐나다 총리의 전화조차 무시해 버렸다는 트럼프다. 틀림없이 한국 정부·정치를 대표하는 실권자를 찾을 것이다. 투자 보따리를 짊어지고 올 기업 총수만 상대할 것이다. 연초 경제전권대사 아이디어에 이재명 대표가 남긴 언급이 있다. “시도해 볼 만하다”면서도 “미국 정부와 협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정치권, 심지어 당내에서도 큰 호응이 생기지 않는 셈이다. 현실성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사설] 경상도 지원 활동보다 경기도 산불 예방이 급하다

인구 밀도 높은 곳이 산불도 많다. 우리 산림에서 자연 발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의 실수, 고의 등이 원인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산불이 5천668건이었다. 22%인 1천261건이 경기도에서 났다. 경북보다 26% 많고 강원도보다 60% 많다. 입산자 실화(33%), 쓰레기 소각(13%), 논·밭두렁 소각(12%)이었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산불도 많은 경기도다. 모든 도민이 산불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산불 대책에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가 있다. 불에 강한 수종을 띠 모양으로 심어 키운다.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대표적 내화수목이다. 산불 확산을 늦추는 방어선 역할이다. 임도(林道)와 달리 숲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2021년부터 산림청이 추진해 온 사업이다. 경기도에 조성된 내화수림대는 68㏊ 정도다. 도내 산림 면적 51만여㏊ 가운데 0.01%에 불과하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산림청이 올해 추진하기로 한 내화수림대가 400㏊다. 여기서 경기도 지역에 계획된 면적은 8㏊에 불과하다. 경기도 전체 산림 면적 대비 0.002%다. 살폈듯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빈도는 경기도가 1위다. 산림 면적도 강원, 경북에 이어 세 번째로 넓다. 그런데도 정부 계획 400㏊의 2%만 들어있다. 때마침 사상 최악의 경북 산불을 목격하게 된 경기도민이다. 걱정들이 많다. 이미 국가가 검증한 사업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맞다. 그런데 경기도의 진척이 미미하다. 왜 더딜까. 경기도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예산 문제로 대규모 조성이 어렵다.” 내화수림대 1㏊를 만드는 데 1천500만원 정도 든다. 중앙정부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다. ‘예산 부족’이라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 정도 예산도 버겁다는 얘기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앞서 ‘임도’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진화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도로다. 경북 산불 때도 화장산에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설치율은 대단히 낮다. 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14분의 1이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역시 예산이다. 임도 증설과 내화수림대 확충은 정부가 공식 추진하는 산불 대비책이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진척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천국’이라던 민선 7기 경기도였다. ‘2년째 슈퍼 예산’이라는 민선 8기 경기도다. 기금에까지 손대며 지원금 나눠주던 경기도다. 작금의 산불 예방 행정과 대조된다. 표(票)로 환산되는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 행정이다. 경북 산불에 놀란 도민들이 ‘경기도 산’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경기도가 할 일은 경상도 지원이 아니라 경기도 산 지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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