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인기 기사를 보면 미국 언론 매체인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세계 강대국 순위가 포함돼 있다. 조사 대상 89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6위로 집계됐다는 결론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1위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다음에 한국이다. 이어 프랑스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런 조사 결과를 놀라움과 감동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100년 전만 해도 국력이 약해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고 광복 이후에도 세계 극빈국 가운데 하나로 약소국의 비애를 숙명처럼 안고 살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위 발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검토할 내용은 이번 조사가 ‘최고 좋은 나라’ 순위를 매기는 것이고 강대국 순위는 하위 세부 항목 10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대국 조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른 세부 항목으로 처리됐고 그쪽을 보면 현저하게 낮은 순위가 여러 개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혁신 추동력 5위를 비롯해 국력 6위, 문화 영향력 7위, 기업가정신 7위, 기민함 10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삶의 질은 25위, 유산 32위, 사회적 명분 42위, 모험요소 51위, 사업 개방성 70위로 중하위권을 맴도는 분야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국은 ‘최고 좋은 나라’ 18위로 집계됐다. 한국 언론은 세부 항목 중에서 국력 부문을 중시해 한국이 6위라고 강조했지만 전체적인 조사 맥락으로 보면 강대국 개념에는 종합순위가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력 순위를 강대국 순위로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군사력 부문에서 한국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핵무기 보유 여부보다는 병력 규모나 재래식 무기 체계를 중시한 결과다. 경제력에서도 교역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강대국이지만 금융 자본이나 제도를 기준으로 제시하면 현저하게 다른 순위가 나올 수 있다. 외교 정책 분야나 지식 생태계, 복지 제도, 효과적인 소통 등은 전통적인 사고 기준으로 보면 강대국의 핵심 요소인데도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강대국 개념을 중시한다면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로 구분해 조사하는 것이 간결할 것이다. 하드파워로는 군사력과 경제력, 인구 및 영토가 중요하고 소프트파워에서는 문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치제도가 중요하다. 스마트파워에서는 외교, 지식, 소통이 핵심 기준이다. 한국은 하드파워에서 금융 분야와 인구 및 영토 부문, 소프트파워에서는 ESG 분야에 약점이 있어 15위 이내에 들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파워 부문에서는 문제가 더 많다. 외교 역량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자주적 외교 역량이 부족하다. 또 한국 지식인 다수가 여전히 대한민국을 모방국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식 생태계가 허약하다. 소통 분야에서도 선진국 방식인 투명성, 쌍방향, 대화보다는 개발도상국 방식인 통제, 일방향, 인정투쟁에 급급하다. 30위 이내에 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한민국이 세계 6대 강대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종합 등수 18위가 존재하는데도 우리 언론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굳이 강국 순위 6위에만 집중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인정투쟁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하다. 다만 대한민국의 눈부신 국가 발전 역사는 이번 지표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은 국가적인 합의만 이룰 수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하고 진짜 세계 6강이 될 가능성과 잠재성이 충분하다. 우리 언론이 그런 점에 주목한다면 세계 6강에 진입하는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07-01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