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이 총재, 오지랖 너무 넓다’ 소신 발언 ‘공개 경고’-의미는 美도 대통령·연준의장은 충돌
“내 목장의 황소처럼 다루겠다.” 갈등의 발단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였다. 존슨 대통령이 1964년 연두에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그해 가을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올랐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정책이었다. 마틴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고집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존슨 대통령과 반대로 갔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연준의 기본 책무였다. 그러자 존슨 대통령이 그의 목장으로 불러 ‘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틴은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 독립성을 지켜낸 역사가 됐다.
‘금리 인하’(政) 대 ‘금리 인상’(經). 비슷한 갈등이 미국 역사에는 많다. 현직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의 대립이다. 내용은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억제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고 했다. 여기서는 닉슨의 금리 인하 주장이 먹혔다. 카터가 임명한 폴 볼커 의장의 투쟁도 남아 있다. 기준금리를 20% 끌어 올려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엄청난 압박을 가했지만 소신을 지켰다. 자본주의 미국의 역사가 남긴 단면들이다.
요즘도 본다. 트럼프의 파월 의장 망신 주기다.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도 힘들다. 최근 외신에서 뽑으면 이런 말이 있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후임자는 3~4명으로 압축해 두고 있다.” 미국 정치 언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정도면 세계 공통 언어다. 대놓고 ‘나가라’는 망신 주기다. 이번에도 원인은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다. 트럼프는 2.5%포인트 인하 요구, 파월은 4.25~4.5% 유지다. 맞서는 파월 의장도 참 어지간하다.
우리에는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건가. 여당 이언주 의원의 논평이 상당히 이채롭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실명 공격했다. 그것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공식 비판이다. 한은 총재를 비난하면 안 될 거야 있겠나. 그럼에도 논평의 흔한 소재가 아니니 그렇다. ‘오지랖이 너무 넓다’로 주장을 열었다. “한은 총재가 할 말이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라”는 충고도 했다.
시간이 꽤 지난 발언도 문제 삼던데.... 그것보다는 최근 발언 몇 개가 직접적 도화선이 된 듯하다. 지난 23일 시중은행장 모임에서 말을 했다. “금리 인하 기조하에서 주택 시장 및 각 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6월 가계 대출 잔액 증가액이 6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게 지난해 8월이다. 그때 증가폭이 9조7천억원이었다. 이걸 훤히 들여다보는 한국은행 총재다. ‘그러니 관리하라’는 거였다.
사흘 뒤,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여기서도 대출을 방어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 총재 발언과 차이도,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 며칠 앞서 다른 발언도 있었다. “민생지원금, 선택적 지원이 보편 지원보다 효율적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말이다. 민생지원금은 통화의 직접 증가다. 한국은행이 관심둬야 할 본연의 영역이다. 그걸 물으니 그렇게 답한 거다. 며칠 뒤 정부 추경안이 나왔다. ‘선택적 지원’을 골자로 편성됐다. 여기도 ‘경고받을 말’은 없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 이후 댓글을 봤다. ‘옮기기 민망한 표현’들이 부쩍 늘었다. 이 총재를 향한 부정적인 평가다. 결과적으로 ‘좌표 찍기’의 전형이 됐다. 그렇게 보면 ‘이재명 정책’은 통화 증가를 유인한다. 한국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혹, 그래서 한은총재를 경고해둔 것일까.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까지 암시하는 것일까. 한국은행은 원래 껄끄럽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지켜진다. 마틴 연준 의장이 남긴 말도 그런 거였다. “연준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그릇을 치우는 것이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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