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천지역본부장
곧 민생지원금 등 대규모 추경이 시작된다. 소비를 진작해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소상공인 업계는 이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 외에도 소상공인의 장기연체채권 소각, 상환 기간 연장, 폐업 지원금 인상 등 다양한 대책을 예고했다. 소비쿠폰, 숙박여행권, 영화관람권 지급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지원책이 주변 자영업자들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겠지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제조업 기반의 ‘소공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기업체 약 596만개 중 약 55만4천개가 제조 소공인으로 전체의 약 9.3%를 차지한다.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1인 사업장이 많은 업종과 달리 소공인은 평균 1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고용도 많고 산업 파급력도 크다. 그러나 이들도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조 소공인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베트남 하노이에 ‘두근두근’ 매장을 출점시켜 K-뷰티의 바람을 타고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매장에는 국내 유망 화장품 제조 소공인이 200여개 기업이 참여 중으로 새로운 판로 개척과 기업 홍보로 국내 소공인들의 신시장을 개척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이 사례는 카카오, 한진 등 대기업이 적극 나서 협업을 진행해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소공인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이 협력해 소공인의 해외 진출을 돕는 사례도 주목을 끈다. 최근 인천시와 인하대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인천지역 화장품 제조 소공인을 지원하고 나섰다. 키르기스스탄은 유통업이 발달한 국가로 수도 비슈케크에는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인 ‘도르도이 바자르’가 있다. K-뷰티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 지역은 국내 소공인에게는 처음 진출한 곳으로 현지 시민과 바이어의 관심이 뜨거웠다. 제품 사용법과 특징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고 거래 가능성도 논의됐다. 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역시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관이 손잡아야 가능한 성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소공인들이 아마존, 쇼피 등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지만 화장품처럼 체험과 문화 경험이 중요한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이 여전히 중요하다.
소공인도 더 이상 대기업 수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지역과 대학, 기관이 이를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 소비쿠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고 도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소상공인 지원기관의 존재 이유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