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AI의 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의 새 버전으로 ‘지브리 프사’ 열풍이 번지자 해외 소셜 미디어에는 ‘RIP Animator(부고: 애니메이터)’라는 문구가 떠돌았다. 그리고 지난주 구글이 동영상 생성 프로그램 ‘VEO 3’와 ‘FLOW’를 선보이면서 그 부고장은 곧 ‘RIP Filmmaker(부고: 영화감독)’으로 바뀌었다. 구글이 유튜브와 구글 포토의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보인 이 서비스는 창작의 민주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2차 대전의 전장, 신비한 우주 탐험, 서울의 거리를 거니는 연인들까지—상상하는 모든 장면이 전문적 영상 지식 없이도 구현된다.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조차 텍스트 몇 줄만으로 편집과 대사, 음향까지 완비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은 영상 길이가 짧고 완성도 또한 방송 수준에 못 미치지만 생성형 동영상 기술이 대중에 공개된 지 1년 조금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술의 발전 속도는 경이롭다.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시대, 그리고 기존 감독들은 대규모 제작진 없이 상상력만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분명 창작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다. 자본과 시스템의 제약에서 벗어나 순수한 창의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스태프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전문 인력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의미이고 모두가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창작자들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AI)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전 세계 직원의 3%에 해당하는 6천여명을 해고했으며 놀랍게도 해고자 중에는 AI 부문 관리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의 한 시장 조사에 따르면 2026년까지 영화, TV, 애니메이션 분야의 10만개 이상 일자리가 AI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이들이 AI 시대에도 과거 산업혁명 때처럼 사라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AI 혁명의 속도와 규모는 과거와는 그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마부는 운전 기술을 배워 새로운 운송 수단인 자동차 운전기사가 될 수 있었지만 AI 시대에는 하나의 알고리즘이 수많은 운전기사를 대체하게 된다. 유발 하라리의 예언처럼 인간보다 뛰어난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용 계급’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과 직업은 단순한 경제적 수단을 넘어 자아 실현의 통로, 인간 존재의 증명이다. 한 평론가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가’는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와 연결돼 있는데 AI 기술이 이런 인간의 가치를 규정하던 근본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가 AI가 열어가는 신기한 가능성과 놀라운 효율성에 감탄하는 사이 누군가의 생계와 정체성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AI 시대의 개인적 경쟁력 확보 방안과 함께 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혁신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신의 일자리 앞에, 그리고 국가 경쟁력 앞에 부고장이 날아 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호칭의 문제는 범주상 언어예절에 속하며 크게 보면 표준화법 테두리 안에 있다. 여기서 표준이라는 것은 절대적 구속력이 아니라 이상적이고 실효적인 교집합을 의미한다. 어떻게 해야 근사하고 세련된 화법을 구사할 수 있을까. 지칭·호칭에 있어 지향점은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실현에 있다. 물론 오만과 무례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혁신과 창의성을 탑재해야 할 것이다. 방송미디어는 어떨까. 뉴스 프로그램에서의 호칭을 다뤄본다. 우선 앵커(맨)다. 1960~70년대 종합뉴스 시대를 연 미국의 월터 크롱카이트가 효시다. 1980~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CBS의 댄 래더, NBC 톰 브로코, ABC 피터 제닝스는 소위 3대 앵커맨으로 불렸다. 본디 닻(anchor)을 내리는 사람, 중심을 잡아준다는 뜻이지만 지금은 카리스마 시대가 아니며 뉴스 아이템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영국은 프리젠터(presenter)라고 하지 앵커라고 하지 않는다. 독일 및 프랑스도 모데라토어(moderator), 프레상테퇴르(présentateur), 즉 진행자 개념이다. 일본은 앵커 대신 게스다(캐스터·キャスタ)를 쓴다. 중국은 주츠런(主持人), 즉 뉴스를 주되게 이끈 사람이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요컨대 앵커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며 특히 호칭의 쓰임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독 앵커에 부질없는 애정을 부여잡고 남발하는 우물 안 개구리는 대한민국 방송사들 뿐이다. 사회의 큰 이슈, 이벤트가 있으면 앵커 명칭의 난장이 TV에서 펼쳐진다. “광화문광장에 나가 있는 이지연 앵커를 불러봅니다. 이지연 앵커!”, “예. 이지연입니다.”, “이 앵커, 지금 그곳 분위기 어떻습니까?”(자막에 ‘이지연 앵커’) / “이번엔 인천공항, 김영호 앵커를 연결합니다. 김영호 앵커!”, “네, 김영홉니다. 공항이 꽤 붐비네요.”, “김 앵커, 상황 전해주시죠.”(자막 ‘김영호 앵커’) 무신경에다 군더더기 투성이다. 때론 아무개 정치부장, 아무개 경제부 차장이라며 사내 직위를 자막에 띄우고 호칭으로 쓰기도 한다. 직함·직책·보직 추종 사회 습속이 적나라하게 발현되는 모습이다. 위계·서열·귄위주의의 그림자가 여전하다는 징표 아닌가. 호칭이 소거되면 왠지 어색하고 불완전한 느낌의 불안심리와도 맥이 같다. 대안은 무엇일까. 비우고 덜어냄의 알고리즘이다. “워싱턴의 볼프강 뮐러 연결합니다. 볼프강, 이번 사건이 테러와 연관이 있나요?” / “작센주 청사에 동료 에바가 나가 있습니다. 극우 시위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군요?”(자막 ‘에바 리히터’) 독일 공영방송 메인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앵커나 기자를 호칭으로 안 쓴다. 어지간하면 이름만 부르며 간혹 베테랑급 시니어가 현장에 있을 때 성(性)과 이름을 함께 불러준다. 미국 영국 프랑스도 마찬가지. 일본 중국만 우리처럼 기자 호칭을 사용한다. “경제·금융 담당하는 박상민, 나와 있습니다. 상민(씨)?” / “다음은 수원컨벤션센터 연결합니다. 예진! 외국 기업이 얼마나 왔나요?”(자막 ‘최예진’) / “일산 킨텍스에 나가 있는 동료를 불러볼까요? 희선, 관람객이 많이 보이네요.”(자막 ‘정희선’) 깔끔하고 산뜻하지 않은가. 초기엔 어색할 수 있지만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불러튼 뉴스(Bulletin News·단신 위주 스트레이트 뉴스)의 리드(lead)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명준이 보도합니다.”, “강수영의 보돕니다.”, “보도에 윤기줍니다.”, “신지은이 취재했습니다.”, “취재에 임서진입니다.”, “조연아가 전합니다.”, “윤종혁입니다.” 이런 식이 세련되고 겸허하며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생각이다. 쾨쾨한 인정 욕망을 내려놓고 담박하게 뉴스에 임하면 시청자도 환영할 터. 차제에 그 비장감 그득한 장엄서곡풍의 시그널 음악도 소박·담박해지면 좋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그토록 표나게 드러내야만 하는가. 되레 진부하고 식상하다. 모름지기 익숙한 것과의 결별 없이 진화와 발전은 난망한 법이다. 미니멀리즘과 스칸디나비아 노르딕 스타일이 각광 받듯 단순⸱간결의 가치와 미덕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한중일의 동양적 친연성에 안주할 일이 아니다. K-컬처 당사국답게 앞서 나가야 한다.
난 내 부모를 잘 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익숙한 말투, 즐기는 음식, 반복하는 농담이며 과거 에피소드까지 줄줄 꿸 정도였던 터라 오랜 세월 함께했으니 당연하다 믿었다. 그러나 요즘 연로하신 부모님을 뵐 때마다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린다. 이런 나의 심리는 최근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나는 정말 이 두 분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정말 이 두 분이 내가 알고 있는 그분들이 맞는가. 이래서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나 보다. 그만큼 나는 내 부모를 충분히 안다고 착각했다는 것인데 돌아보면 그렇게 믿는 순간부터 오히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게 됐던 건 아닐까 싶을 뿐이다. 이런 사유는 어느 날 치매안심센터에 어머니를 모시고 간 순간부터 시작됐다. 기억력 감퇴로 불안해하는 어머니의 팔을 잡고 센터 입구에서 ‘너는 곧 치매로 판명될 거다’라고 무언의 압박이라도 하는 듯 큼직하게 세워져 있는 입간판을 지나 조심스럽게 센터의 문을 여는 순간 뭔지 모를 애석함이 밀려 왔다. 어릴 적 나를 이끌던 든든한 그 손이 어느새 바싹 마른 고목처럼 야윈 모습으로 내 한쪽 팔에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은 흐려지고 몸은 쇠약해지며 존재는 조금씩 빛을 잃는 것, 그것이 생의 순리임을 잘 알지만 그렇기에 더욱 뼈아픈 순간이었다. 사실 부모님을 병원이나 센터로 모시는 것도 쉽고 단순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 이유 없이 미루시거나 의사의 말을 흘려듣는 두 분을 볼 때면 정말이지 가슴이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 옛날 나 역시 비슷하게 투정을 부렸을 텐데, 이젠 상황이 역전되다 보니 늙음이란 나에게 더 이상 막연한 그 무엇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이 돼 나를 흔들었다. 그렇게 보면 계절마다 피고 지는 식물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제 몫의 생만을 살아야 하는 순리에 순응하는 태도는 인간보다 더 단단하니 말이다. 한때 부모는 나의 전부였다. 그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기준을 세웠다. 그러다 사춘기엔 그들을 시대에 뒤처진 존재로, 성인이 된 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멀어졌다. 그러다 이제야 약해진 부모를 바라보며 그들도 나처럼 흔들리며 사랑했던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깨닫는다. 두 분의 고집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방어였고 어설픈 조언은 마음 깊은 곳의 애정 표현이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자식들은 늘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뒤늦은 후회만을 안고 살아갈 뿐이다. 우리는 매일 낯선 가족을 마주하고 변해 가는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산다. 그래서 결국 가족을 안다는 믿음은 때로는 착각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익숙해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쉽지만 바로 그 익숙함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완벽히 알 수 없어도 함께 걷는다는 것, 이해가 부족해도 끝내 품는다는 것. 그 따뜻한 반복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이 가벼운 듯 무거운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내일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나의 부모도, 형제들도 다들 그러하겠지 하고 위안을 삼으며.
관세청은 종전에 최근 2년간 연평균 수입금액 3천만달러 이상이고 매출액 1천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4~5년 주기로 수입물품 과세가격 누락에 따른 관세 등의 세액 추징 및 수출입 통관요건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정기 관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부터는 최근 2년간 연평균 수입금액 3천만달러 미만의 관세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에 대해 비정기 관세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관세조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서울본부세관 등 전국 본부세관에 관세조사팀을 증설해 관세조사 대상 기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 관세청은 외환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기업의 외국환거래법규 준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수출입거래, 용역거래, 자본거래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환 거래가 발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4~5년 주기로 점검하는 ‘정기 외환 검사’ 제도를 2025년부터 신규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 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지난 2월 서울본부세관 등 전국 본부세관에 외환검사팀을 증설했고 3월부터 수출입 물품이 있는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제지 등 관련 업종뿐만 아니라 물품의 수출입이 없어 관세청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던 엔터테인먼트, 게임, 해운, 포워딩 등의 관련 업종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외환 검사가 시작됐다. 현 시점에서 외환 검사가 종결된 대부분의 기업은 외국환거래법상에 지급 및 수령의 절차, 지급 및 수령 방법, 자본거래 등에서 요구하는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에 대한 신고 또는 보고의무를 누락해 수억원부터 수백억원대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 현재 외환 검사가 진행 중인 기업들도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관세청은 향후 외환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던 기업이나 업종에 대해선 외환 검사를 지속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관세조사 또는 외환 검사가 예상되는 기업은 과거 5년간 세관에 수출입 신고한 내역과 수출입거래 등에 대한 리스크를 전문성 있는 관세사의 도움을 받아 미리 점검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상시 점검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면 기업의 경영 안정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세관으로부터 조사 통지를 받은 기업이라면 고액의 추징 세액 및 과태료 부과 등의 리스크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세조사와 외환 검사 대응 경험이 풍부한 관세사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화성 동탄의 하수·분뇨는 오산지역에서 처리되고 있다. 오산 제2하수처리장과 오산 분뇨처리장이다. 시설이 있는 위치는 오산동 750번지 일대다. 오산-화성이 2008년 맺은 ‘위수탁 협약’이 처리 근거다. 하수의 경우 동탄 유입 물량이 1일 3만6천684㎥다. 오산 제2하수처리장 시설용량 1일 6만4천㎥의 절반을 넘는다. 운영 17년째인데 언제부턴가 처리 비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화성시가 내는 비용이 너무 적다는 주장이다. 오산시의 ㎥당 하수 처리 원가는 1천92원이다. 각종 지표를 활용해 산정한 지난해 가격이다. 화성시가 오산시에 납부한 금액은 ㎥당 511원이다. 오산시가 산정한 처리 원가의 절반에 못 미친다. 화성시가 지난해 보낸 하수 물량은 1천226만여t이다. 이 처리 비용으로 62억7천여만원을 납부했다. 오산시 산정 원가를 기준으로 보면 60억여원을 덜 받은 셈이다. ‘받아야 했는데 못 받은 돈’이다. 물론 차이 나는 비용은 오산시 부담이다. 살펴 보니 매년 이런 추세다. 2023년 기준 총괄 원가는 1천61원이었다. 2022년에는 1천63원이었다. 화성시는 각각 511원, 503원을 냈다. 그러면 화성시가 산정하는 하수처리 원가도 있지 않을까. 봤더니 2023년 1천398원이다. 오산시의 원가보다도 오히려 높게 잡혀 있다. 그런데도 오산시에는 511원만 납부했다. 화성시 자체 원가에 대비하면 37%에 불과한 셈이다. 오산시민들이 아름아름 알아간다. 물론 납득하지 못한다. 처리 비용은 매년 두 지자체가 협의해 왔다. 그런데도 요금이 이렇게 집행돼 왔다. 두 시의 입장 차가 원인이다. 오산시는 ‘총괄 원가’를, 화성시는 ‘처리 원가’를 주장한다. 오산시 관계자는 ‘화성시가 납부하는 요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하수처리 문제는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산시는 ‘화성지역 하수는 화성에서 처리하라’고 요구한다. 화성시는 ‘대체부지도 없고, 하수도 정비계획도 없다’며 맞선다. 걱정이다. 앞서 우리는 ‘장지동 물류단지’와 관련된 갈등을 보도했었다. 화성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물류단지인데 오산시 경계에 있다. 교통 혼잡과 환경 피해에 대한 오산시민의 걱정이 크다. 두 시 간의 하수처리 문제도 폭발 직전의 갈등이다. 여기에 더해진 ‘하수 처리 비용’도 시민에게는 적지 않은 문제다. 모든 게 오산시와 화성시가 발전하면서 생기는 충돌이다. 두 시의 권한 있는 대화체가 필요하고, 경기도의 갈등 조정도 필요하다. 풀어 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대립하다 파국으로 가는 예를 주변 지자체에서 너무 많이 봐왔다.
지난주 제주도에서 중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무단결석 학생을 지도한 뒤 학생 가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유서는 그간의 고통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2년 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유사하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세태가 한숨 짓게 한다. 인천의 교육현장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학부모는 ‘아니면 말고’식으로 교사를 경찰, 교육청에 고발한다. 아동학대다. 교사들은 행여 책잡힐까 봐 전전긍긍이다. 사제동행의 교실이 아니라 ‘살얼음판’이라는 하소연이다. 경기일보 지면(27일자 7면)에 비친 요즘 인천 교육현장을 보자. 인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최근 지각을 한 학생을 지도했다. “다음에도 지각을 하게 되면 미리 전화로 알려달라”는 정도였다. 며칠 후 그 학생은 아무 연락도 없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이를 알렸고 실종 신고까지 됐다. 다행히 학생은 집 근처에서 발견되고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학생의 부모는 교사의 지도 방식이 미흡해 이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고 했다.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교육청에 신고했다. 교장, 교감 선생님도 함께 신고 당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도 학생을 지도하다 경찰에 신고됐다. 이 학생은 친구에게 물건을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했다. 친구 여러 명과 함께 찾아가 반환을 요구했다. 이를 안 교사가 지도에 나섰다. “여러 명이 함께 찾아가 반환을 요구하면 자칫 학교폭력으로 오해받을지 모른다”고. 그러나 이 학생과 부모는 불만을 품고 경찰에 신고했다.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를 걸었다. 이 교사는 “갈등을 키우지 않고 문제가 학교폭력으로 커지지 않도록 조정한 교육적 행위였음에도 여러 차례 수사를 받느라 너무 힘들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인천에서 이런 아동학대 신고가 93건에 이른다. 대부분 정당한 생활지도로 결론났다. 전국적으로는 최근 2년간 438건이었다. 수사 결과 95%가 불입건, 불기소 처분됐다. 인천 교사들의 하소연이 있다. “한번 신고 당하면 최종 결과가 날 때까지 계속 시달려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산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 무색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백날 교권보호를 떠들어도 그뿐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교사 고발은 우선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나 있다. 그래서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손 놓으면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과거 한 때 ‘학부모 교육’ 캠페인이 벌어진 적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학부모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도지사가 해낸 업적이 있다. 광교산 자락에 있는 ‘고기리 계곡’이다. 수십년 동안 도시민의 휴식 명소였다. ‘닭백숙 계곡’ ‘××탕 계곡’으로 유명했다. 거기서 생겨난 게 계곡 불법 영업이다. 물에 발이라도 담글라치면 음식을 시켜야 한다. 이 불법이 2018~2022년 사라졌다. 경기도 전역에서 실시된 집중 단속이다. 체육 장비를 세워 불법을 막았다. 계곡으로 출입하는 계단을 놨다. ‘계곡을 도민에 돌려드리겠습니다.’ 그가 이끌던 경기도정의 핵심은 복지였다. 만 24세 도민에게 연 100만원씩 줬다. 처음이었다. 학생에게 무상교복, 산모에게 산후조리비를 지원했다. 처음이었다. 경기도 전 지역에 지역화폐를 확대 시행했다. 공공 앱 개발, 마이데이터 행정 등을 도입했다. 공공개발 이익 도민 환원제를 추진했다. 역시 처음이거나 특화된 시도였다. 경험한 적 없는 신개념이었다. 실생활에 직접 도움으로 작용했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의 공이다. 김문수 도지사가 해낸 업적이 있다. 그때 ‘대심 철도’라는 걸 처음 들었다. 땅속 70m를 통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평가 대신 비난을 해댔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거라며 코웃음을 쳤다. 경험도 없고 기술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밀어붙였다. 신속 추진 TF를 만들었다. 민자 구상으로 재정 논쟁을 피해갔다. 예비타당성조사로 경제성을 증명했다. 이제 GTX 노선이 집값을 좌우한다. ‘우리 동네도 GTX 놔주세요.’ 그가 이끌던 경기도정의 핵심은 경제였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를 유치했다. 해외 이전을 막은 거다. LG디스플레이 파주단지, SK하이닉스 증설을 성사시켰다. 규제와 싸웠다. 판교·광교·동탄신도시를 개발했다.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 ‘청렴영생 부패즉사’로 깨끗한 행정을 폈다. 경기도 청렴도를 1위에 올렸다. 경기도 미래 경제의 골격이 됐다. 기업과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든 시기였다. 민선 4·5기 김문수지사의 공이다. 그 둘이 대통령선거 후보다. 잘 보고 비교하면 재밌을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지사는 대권 후보다. 민선 1기 이인제 지사부터였다.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민선 2기 임창열 지사도 잠룡이었다. 세칭 ‘경제 대통령’이었다. 민선 3기 손학규 지사도 그랬다. 당내 경선을 넘지 못하고 접었다. 민선 4·5기 김문수 지사는 현재 후보다. 민선 6기 남경필 지사도 경선까지 갔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는 현재 후보다. 민선 8기 김동연 지사도 경선을 치렀다. 도민도 잘 아는 경기지사 대권사다. 그런 전직 지사들이 한데 모였다. 대선 막판에 잡힌 장면이다. 평택에서 열린 유세 현장이었다. 이인제·임창열·손학규 지사가 김문수 지사를 응원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다. ‘밥 자리’에 초청해도 누군 오고 누군 빠진다. 그러던 이들이 같은 날 유세장에 등장했다. 어차피 선거철이다. 해석은 정파에 따라 달라진다. ‘보기 좋다’, ‘보기 싫다’. 그런데 정치만 빼고 보면 반갑지 않나. ‘팔달산 도청’에서 근무하던 도지사들이다. 정치인 중 최고, 장관 중 최고였다. 왜 안 그렇겠나. 최고만 오는 경기지사 자리였다. 그 역사 속에 두 지사-김문수·이재명-도 있다. 이들 역시 최고의 도지사였다. 앞에서 대충 살핀 업적만 봐도 저렇게 많다. 저런 업적을 선거가 다 깎아 먹었다. 후벼 파이고 흠집 났다. 이제는 둘 다 너덜너덜해졌다. 끝물에 와 보니 ‘왜들 저랬나’ 싶다. 저 먼 지방에서야 모르니까 그렇다고 치자. 다 아는 경기도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 이번 대선의 중심이 경기도라고들 한다. 경기지사 출신이 대통령 될 거라고들 한다. ‘잘한 도정’을 추억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그게 두 후보를 배출한 경기도민의 소소한 특권이다. 이런 ‘경기도 대선’을 다시는 못 볼수도 있다. 主筆 김종구
‘니트(NEET)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취업 경쟁에서 밀려나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 영어의 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첫 글자를 땄다. 맨 처음 이 단어를 사용한 나라는 1999년 영국이었다. 이후 유럽 전역과 미국, 캐나다 등에 이어 일본과 국내에도 상륙했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에서나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니트족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1개국 중 유일하게 2014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지적(본보 26일자 8면)이 나왔다. 나 홀로 증가인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 결과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2022년 기준으로 11개국 중 3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통계를 산출한 결과 국내 니트족의 비중은 2014년 17.5%를 기록한 후 증가세를 보이다 2020년 20.9%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1년 20%, 2022년 18.3% 등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4년보다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위인 이탈리아와 2위 멕시코 등 다른 주요 OECD 국가는 2014년에 비해 2022년 니트족 비중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도 15.7%에서 12.6%로 3.1%포인트 줄었다. 성별로는 2018년에 비해 지난해 남성은 13.5%에서 15.7%로 상승한 반면 여성은 18%에서 1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 비중(20.2%)이 가장 높았고 20대 후반에서도 남성의 비중은 늘었고 여성의 비중은 하락했다. 젊은이들의 진로 심리 역량을 어떻게 증진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회복 탄력성을 높여줄 맞춤형 통합정책 설계도 시급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청년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노령연금을 월 300만원 넘게 받는 수급자가 나타났다. 또 몇 달 전 국민연금 월 합산액이 542만원에 이르는 부부 수급자가 처음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은 67만원대이고 부부 수급자의 연금 합산액 평균이 108만원 수준인 것에 비춰 보면 4.5~5배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궁금해지는 국민연금 월 수급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번째는 소득활동을 하는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는 것이다. 미납한 기간은 가입 기간으로 산정되지 않으니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과거에 반환일시금을 수령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 해당 기간에 대한 반납금을 납부하고 가입 기간을 복원하는 것이다. 반납금에는 반환일시금 수령 후 이자가 부가돼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반납 대상인 과거의 가입 기간이 복원되고 해당 과거 시점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돼 가입자에게 더 유리한 면이 있다. 셋째, 추후납부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추후 납부는 납부 예외 기간, 적용 제외 및 군복무 기간 등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 신청 시점의 기준소득월액을 기준으로 납부하고 가입기간으로 산입하는 제도다. 넷째, 소득이 없는 기간에 대해 임의 가입하거나 60세 이후에도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임의계속가입의 경우 그 기간 연금을 받지 않고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상담을 통해 유불리를 확인한 후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다음으로는 연금 수급 연령 도달 후 연금액을 늘리는 방법이다. 노령연금 수급을 연기해 향후 받게 되는 연금액을 늘리는 일명 연기연금이다. 연기비율은 50%, 60%, 70%, 80%, 90%, 100%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연기하는 기간(최대 5년)에 연 7.2%(월 0.6%)를 올려 지급한다. 이같이 연금액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가까운 국민연금 지사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 보고 개인의 가입 이력과 소득 수준 등에 따른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노후를 든든하게 준비하길 기대한다.
공약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5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이 내건 10대 공약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기보다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많은 유권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드러난 ▲응급의료 체계의 허점 ▲지방 중소도시의 의료 공백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관리의 위협 등은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가 여전히 불완전함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의료개혁을 ‘국민참여형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며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 지역 의대 확대, 응급의료 체계 개선 등 구조적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와 건강보험 수가 개편을 함께 추진하려는 점에서 제도 실효성과 재정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한 접근으로 읽힌다. 공론화 방식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의료 현장의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에는 일정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재원 계획까지 뒷받침될 경우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수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임신, 출산, 치매, 간병 등 돌봄과 예방 중심의 건강복지 확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공약은 전반적으로 생활 밀착형 복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후조리비 공공지원, 예방접종 대상 확대, 치매 국가책임제 강화는 모두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고령 인구의 질병을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또 도서·산간 지역 어르신을 위한 방문 접종 확대 등은 취약계층 대상 공공의료 접근성 강화 노력으로 읽힌다. 그러한 방향으로까지 확장된다면 공약 전반이 보다 균형 잡힌 보건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보건의료 정책보다는 행정 체계 개편에 집중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분리해 독립적인 ‘보건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의료 정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전문가 중심의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필수의료 수가를 생활물가 수준 이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다만 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국민의 의료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 해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이 공공의료 강화나 건강보장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준석 후보는 정책 결정 구조의 효율성과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접근을 선택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함께 마련된다면 정책의 실효성도 보다 분명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는 의료를 시장이 아닌 공공의 책임으로 재정의하며 가장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보건의료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병원비 연 100만원 상한, 건강보험 보장률 80%로 확대, 상병수당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공중보건간호사제 도입 등은 의료체계를 공공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민간 중심 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의료를 공공재로 전환하겠다는 접근으로 타 후보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정책 실현 여부는 결국 재정 확보와 인력 충원, 민간과의 조정 등 현실적 과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각 후보의 공약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은 제도 개편, 김문수는 생활 복지, 이준석은 행정 개편, 권영국은 구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다. 유권자는 이 중 어떤 접근이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지를 따져야 한다. 공약을 바라볼 때 우리는 늘 표심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의료정책만큼은 그 기준이 달라야 한다. 지금 국민은 진료실 문턱을 넘기도 전에 병원비를 걱정하고 응급 상황에서는 “여기서 치료가 가능한가”를 되묻는다. 특히 경기 동북부 지역의 응급의료 공백, 남부권 공공병원 부족은 수년째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다. 선거 공약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해법이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실행능력과 재정 뒷받침 없이는 공약은 선언에 그칠 뿐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구든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만들 준비가 돼 있는가. 이들 각 대선 후보의 공약은 과연 현실의 해법인가. 그 실행능력과 재정의 뒷받침이 가능한 것인가. 공약은 많다. 그러나 실행은 드물다. 투표는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니다. 어느 정당이냐, 누가 더 자주 등장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후보의 공약이 국민 각자의 ‘아프지 않은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인지 약속의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나의 건강한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숙고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을 책임지는 길은 결국 유권자가 정책을 책임 있게 선택할 때 가능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신뢰가 아니라 공약을 읽어내는 힘이다. 카드 뉴스나 슬로건에 가려진 실체를 분별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오늘날 유권자에게 요구되는 미디어 리터러시다. 정치는 선택의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책임이다. 이번 대선은 정책을 읽는 시민의 눈이 민주주의의 내일을 가늠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