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 “시민과 융화되는 발레문화 꿈 꿔요”

“여러분을 위한 발레 공연입니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온전히 즐기세요. 저희는 춤만 출게요.” 지난달 10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선 조금 낯선 발레 공연이 열렸다. 무대 위 열연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환호하기도, 암전에 놀라는 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공연을 보던 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출입문을 활짝 열어도 용인됐다. 장애와 환경에 관계없이 모두 즐기고 추억을 쌓는 특별한 공연. 이날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이 선보인 ‘현재를 즐겨라!’의 첫 번째 공연 관객은 모두 수원시내 장애인들이었다. 객석엔 발달장애인과 뇌병변장애 청소년 등 장애인 관람객 800여명과 부모들만이 자리한, 오롯이 ‘그들’만을 위한 공연이었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50)은 “관람한 분들이 즐겁고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혀 오히려 감격했다”며 “이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지역의 다양한 예술문화가 형성되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2005년 수원지역 최초 민간 발레단인 김문신발레단을 출범하고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바꿔 본격적인 발레 공연예술 확산에 노력해 왔다. 지역에서 발레 공연이 열려도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에 발레 애호가를 늘리고 예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의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자선공연이었다. 3년 전부터 공연의 첫 무대는 늘 장애인과 노인, 다문화가정 등을 초청해 발레 공연을 만끽하도록 했다. 시와 재단 등의 예산을 받아 작은 활동을 하는 데 대한 보답의 의미도 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애 아이가 막 내린 무대를 한참 바라보며 ‘너무 좋다’, ‘또 보고 싶다’를 연발했다. “장애인들은 공연 중 소리 반응 등으로 공연에 민폐가 될까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초청 대상을 나눠 장애아동 등만 함께하는 공연을 마련해보자.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주자.” 김 단장은 발레를 통해 시민사회에 교육적인 내용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8월15일에는 수원중부경찰서와 협업해 뮤지컬 발레 ‘빨간모자’로 아동범죄예방 홍보에 공감하는 공연을 개최했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수원시 캐릭터인 수원이를 무대에 종종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도 김 단장은 발레와 지역이 융화되는 일에 많은 고민을 해나갈 예정이다. 오는 11월30일엔 제3회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깨어나다’, 12월28일 정조테마공연장 기획공연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앞두고 있다. 김 단장은 “앞으로도 발레 예술을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또 교육과 융합돼 다양한 분야에서 발레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술공간 아름, 김호경 ‘Observer: 달의 시선’ 11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ArtSpaceARUM), 실험공간 UZ에서 김호경의 ‘Observer: 달의 시선’ 전시를 11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한 ‘2024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 공모’에 선정돼 선보이는 김호경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작가 특유의 관조적인 태도로 동시대를 관찰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공간 아름의 지하층 ‘실험공간 UZ’에서는 작가가 세상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업실을 배경으로 한 그림에는 작가가 지닌 고민과 실험,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느낀 반성적인 감상이 담겨 있다. ‘예술공간 아름’에서는 작가가 외부의 세상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 속에서 어쩌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순간들을 기록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의 감정은 ‘불안’이다. 김호경은 현대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과열됐다고 느낀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과열된 사회 속에서 일종의 피난처를 찾으려는 시도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치열하고 비교하는 상황 속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모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호경의 이번 첫 개인전은 작업에 대한 고민과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 종속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걸어나가려는 의지를 확신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한편 김호경 작가는 대구에서 다음 달 7일부터 14일까지 대구엑스코에서 열리는 2024청년미술프로젝트 ‘Mobility-Smart Young Art’에서 실험공간 UZ에서 전시를 가진 최성진과 함께 참여한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2-⑦ 신관들의 묘지… 미궁 속의 ‘오사리오’

■ 오사리오 ‘오사리오’는 에스파냐어로 ‘묘지’라는 뜻이다. 오사리오는 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규모는 엘 카스티요보다 훨씬 작다. 오사리오의 외관은 엘 카스티요와 마찬가지로 네 경사면에 모두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꼭대기엔 신전이 있었다. 다만 엘 카스티요와 달리 오사리오 꼭대기에서 지면 12m 아래 자연 동굴로 내려갈 수 있는데 19세기 후반 이 동굴을 탐사한 에드워드 톰슨은 동굴 내에서 많은 유골을 발견하고 이곳이 신관들을 위한 무덤일 것으로 생각해 오사리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현재 고고학계에서는 이곳이 무덤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발견된 유골이 신관들의 것이라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아 미궁에 빠져 있다. ■ 츠톨록 신전 ‘츠톨록 신전’은 오사리오 건물군의 부속 건물로 오사리오 인근에 세워져 있던 작은 신전이다. 신전은 최근 고고학자들이 돌 파편을 주워 모아 복원했으며 치첸이트사에 있는 여러 세노테 중 하나를 굽어보는 위치에 세워졌다. ‘츠톨록’이라는 이름은 마야어로 이구아나를 뜻하는 단어 ‘츠톨록’에서 따왔다.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 돌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야 신화 속에 나오는 여러 인물과 꽃, 새, 나무 등을 볼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미션 수행하며 창의력 기르는 ‘지금 어린왕자를 찾아라’ [신간소개]

여기 마치 한 도시 같은 아주 큰 어린왕자공원이 있다. 시우네 가족은 이 공원을 여행하며 다양한 질문과 맞닥뜨리고 문제를 해결하며 미션을 풀어나간다. 시우네 가족은 책을 읽는 독자가 책 속에서 미션을 직접 수행하도록 이입되는 매개체. 최근 발간된 ‘지금 어린왕자를 찾아라’(자기다움 刊)는 어린이들이 인성과 감수성, 창의성을 키워나가고 꿈을 찾아가도록 돕는 학습동화다. 관람객은 이 공원에서 마음을 써 퀴즈를 풀거나 게임을 이겨야 다음 단계의 여행지로 나갈 수 있다. 저자 이경열은 “어린왕자 공원은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감수성 근육을 단련시키는 마음 운동장 같은 공원”이라며 “동화 속에 생각놀이터 메모공간을 두어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혜를 탐구하는 여행기”라고 정의했다. 첫 번째 여행지 김밥마을에서는 김밥을 먹으며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맞히는 게임을 통해 김밥 재료가 입에 들어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배운다. 단무지, 김, 멸치, 소고기, 고명 등의 생산 과정과 그 고유의 맛을 알게 된다. 또 이 과정을 통해 농부와 어부 등 생산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김밥 안에는 바다, 초원, 상인들의 이야기도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글을 쓸 때 단어 선택과 배열 순서에 따라 문장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두 번째 여행지 정직마을에서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걷는 체험이 이어진다. 사물을 자세히 보는 태도를 기르고 마음으로 보는 방법과 정직에 대해 배운다. 저자는 “자신은 똑바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걸어온 삐뚤빼뚤한 발자국을 보고 옳은 줄 알았던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터득하도록 한다. 나만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라며 “방과후 수업시간에 학생 스스로 인성과 창의성, 꿈을 찾아가는 학습동화이자 어린이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로도 좋다”고 말했다. 지은이 이경열은 어린왕자와 함께 지구별 여행을 하듯 순수하고 맑은 감성으로 책을 펴내고 있다. 창의성 계발 서적을 펴낸 창의성 계발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세대를 넘나들며 인성 교육을 진행하며 동화와 시를 쓰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31년간 근무한 중소기업 전문가이면서도 어린왕자를 환생시켜 지구별을 여행하면서 멘토를 만나 지혜를 탐구하는 ‘어린왕자 멘토 이야기’를 펴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어린왕자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해설서 ‘상상의 길목에서 만난 어린왕자’를 펴내기도 하는 등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중이다.

헤르만 헤세의 삶의 철학,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함께 노래하며 즐거워하자./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헤르만 헤세, ‘가을’ 중)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시와 산문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시간 흐름을 청춘-중년-노년-죽음이라는 삶의 단계에 빗대 묘사했다. 헤세는 어린 시절에 ‘봄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미래의 꿈을 꿨다. ‘여름’을 가장 좋아하기도 했는데 자연의 순환상 어른이 다시 아이가 되고, 삶이 다시 기적이 되는 계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을’은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는 계절, 죽음을 예비하는 계절로 정의했다. 그곳에서 헤세는 노화, 의미 있는 삶, 책의 의미, 행복, 당파심, 삶의 고통, 고통의 의미 그리고 자기실현의 길 깨닫기에 힘썼다. ‘겨울’은 삶이 또다시 창조의 광채로 빛나는 시기로 인식하며, 죽어도 끝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사유와 공감 刊)는 이러한 헤르만 헤세의 노년과 죽음에 대한 단상을 소개한다. 책은 헤르만 헤세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인생의 교훈을 담았다. 그의 생애와 작품,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 등이 책에 기록돼 있다. 자연의 순환을 중시하는 헤세의 자연관에 따라 책은 춘하추동 4부로 구성했다. 헤세에게 가을과 겨울은 특히 더 특별하다. 청춘과 중년의 삶을 넘긴 그가 천천히 나이 들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헤세가 남긴 시, 소설, 동화를 비롯해 에세이, 편지, 전기 등을 통해 그의 전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늙고 죽어 머지않아 먼지가 된다. 하지만 헤세는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제발 삶을 관조하고 세상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기뻐하며 무엇이든 하라고!”

현대인의 불안·소외 성찰…한강뮤지엄 ‘폭신폭신’

외면하던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비로소 편안해질 때가 있다. 현대인의 상실감, 불안, 고독 등을 진지하게 성찰해 소외된 개인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시가 마련됐다. 남양주시의 한강뮤지엄이 오는 27일까지 선보이는 ‘폭신폭신-A Moment of Relief’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기획전이다. 전시에선 지석철, 최성임, 김기라 등 현대미술 작가 5명의 회화, 영상, 설치 등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간’이다. 한국의 1세대 극사실주의 화가인 지석철은 ‘인간 부재’를 그려낸 7점의 작품을 출품해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 그의 그림은 사진으로 보일 만큼 묘사력이 뛰어나며, 대부분의 작품에 작은 의자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콩강 등 거대한 자연이나 뉴욕의 마천루 등 인간이 만들어 낸 높은 구조물을 담아내면서 이와는 대조되는 작은 의자를 한편에 그려 넣는다.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는 ‘부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지 작가는 부재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부재로 가득 채워진 세상을 표현하며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해 사유토록 했다. 올해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한 김기라 작가는 ‘인간 소외’ 문제를 다뤘다. 김 작가는 이념, 종교, 계층, 젠더 등 무겁지만 개인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갈등을 비디오와 설치 작품에 담아냈다. 특히 양모카펫으로 제작된 ‘이념의 무게, 한낮의 어둠, 무지개를 넘어-자살지수’ 작품은 실제 자살지수를 벤 다이어그램 형태로 표현했다. 작가는 자살, 갈등의 문제를 관람객이 살갗으로 접촉하면서 고민하길 바라는 의도를 담았다. 전시 후반부에 들어서면 김선현 작가의 ‘Anima’ 시리즈가 등장,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김선현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버려지는 달걀 껍데기로 작품을 제작한다. 달걀 껍데기는 깨지기 쉽고 약하지만 집적되면 단단해지고 빛나며 에너지를 발한다. 작가는 이 같은 달걀 껍데기의 속성을 활용해 생명 탄생의 완벽함과 숭고함, 가치를 일깨운다. ‘Anima’ 시리즈는 달걀 껍데기를 붙여 원과 원을 이루는 파동을 반복적으로 만든 결과물인데, 검은색은 생명이 시작하는 자궁 속 어두운 공간, 죽음·소멸을 표상하고 흰색은 빛과 부활, 그 안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상기시켰다. 이어 초현실적 인물화를 그리는 서기환 작가는 가족생활의 애환을 담은 ‘사람풍경’ 시리즈를 통해 꿈과 희망,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최성임 작가는 양파를 담는 PE망에 플라스틱 공을 넣어 길게 매달아 놓은 설치 작품 ‘구멍들’을 통해 이기적이지만 비난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냈다. 김동우 한강뮤지엄 부관장은 “현대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인지하게 되면 문제에 대한 다양한 회복의 방법도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다”며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나설 때 비로소 침대에 누운 듯 폭신폭신한 느낌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기쁨과 눈물·고통과 빛을 연주하다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지난달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대구 등 국내 투어를 진행했다.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과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F장조,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다. 피아노 앞에서 70여년, 여전히 배움을 말하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그 음악들을 사랑하고 배우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944년생, 올해로 80세가 된 피아니스트가 전국 투어에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진행된 팬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고 슈베르트, 쇼팽, 드뷔시 등 서정성이 짙은 음악을 자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끌리고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을 여전히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으로 5세에 독주회를 열고 7세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첫 독주회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했노라 회상했다. 물리적인 세월만 따져 봐도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모차르트를, 피아노를 ‘공부’한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임이 분명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레스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조금씩 달리했다. 9월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고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드뷔시 대신 쇼팽의 ‘녹턴’을 선택했다. 명쾌하고 건강한 터치, 맑고 투명한 피레스의 음색은 모차르트 음악에서 절정의 빛을 낸다. 20대에 녹음한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은 발매 당시 이미 ‘완성형’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그녀는 반세기 동안 자유로움과 깊이, 절제와 유연함을 더해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숙성시켜 왔다. 인격이 묻어 나는 음색, 삶에 대한 겸손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무채색의 단순한 옷과 낮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 등장한 피레스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C장조’를 연주했다. 피레스의 연주는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주저함이 없었다. 대체로 양손 한 성부씩 단선율로 구성된 작품의 각 음과 프레이즈마다 피레스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앞선 대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기쁨과 눈물, 고통과 빛이 한 프레이즈에 있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피레스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런 피레스조차 모차르트보다는 드뷔시를 연주할 때 한결 편안해 보였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공통적으로 “모차르트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데 70여년을 모차르트에 천착해 온 피레스도 예외는 아닌 것일까. 신동이었던 그녀가 연주자를 넘어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경과 지지의 대상이 된 데는 1999년 그녀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해 고국에 설립한 ‘벨가이스 예술센터’와 2012년부터 벨기에에서 시작한 ‘파르티투라 프로젝트’의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파르티투라 프로젝트는 크게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위한 합창단 운영과 경쟁 중심에 대안을 제시하는 워크숍을 들 수 있다. 음악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피레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물질적인 표현보다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그녀의 삶과도 직결된다. 피레스는 이번 내한을 통해 9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4개 도시에서 총 5회 공연을 가졌다. 잠시 대만에서 연주를 한 후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협연한다.

광명 시민사회단체 “과학고 유치 즉각 중단”…市 “시민 95% 찬성”

광명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가 추진 중인 과학고 유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칭 ‘광명시 과학고 유치 반대 시민단체연대’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의 과학고 설립 추진은 일반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과 학교 서열화를 심화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증가와 공교육 부실을 불러일으키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광명교육은 모든 학생이 주인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해왔는데 시의 과학고 유치는 이런 노력을 퇴행시킬 뿐 아니라 공교육을 말살하려는 우려와 탄식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연대는 "지역의 유치원, 초·중·고교 90곳이 노후화로 시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이런 실정을 외면한 채 최소 7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예산을 과학고 유치에 쏟아붓는다면 공교육 부실만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연대에는 광명교육희망네트워크, 광명경실련, 광명교육연대 등 광명지역 1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시민 95.69%가 과학고 유치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의 찬반 의견을 최대한 들어 대안을 찾고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7월 교육당국과 과학고 유치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과학고 설립을 위한 기초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4월 과학고 추가 설립 계획을 발표한 뒤 도내 10여개 지자체가 과학고 유치에 나섰다.

“시니어 삶에 행복과 활력을” 심미경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장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작은 건물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지금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하며 당당한 걸음을 걷는 이들이 매일 모인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라고 적힌 이 곳엔 하얗게 센 머리와 얼굴에 굽이굽이 꽃 핀 세월의 이야기를 안고 당당하게 자신을 발산하는 ‘시니어 모델’들이 도전의 삶을 일궈나간다. 지난해 창단된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에는 현재 250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시니어들의 새로운 도전을 돕고 있는 심미경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장(57)은 “시니어 모델은 패션, 광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라며 “그들의 경험과 독특한 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패션과 뷰티 산업에서 나이와 경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파트 형틀 목수팀장으로 건축 일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심 회장은 스스로가 “시니어 모델로 새로운 인생을 열게 된 주인공”이라 말한다. “흐른 세월만큼 나이가 제법 들었는데 이제 옆에서 편하게 일상과 삶의 즐거움을 나눌 벗이 없더라고요. 어떤 것을 즐기고 기뻐할지, 무엇을 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맞이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친구 사귀는 법’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동네 정보지에 친구 사귀는 광고를 내볼까 생각까지 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시니어 모델을 알게 돼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열심히 하는 것은 뭐든 자신이 있었다. 베이직 워킹클래스 과정 수료에서 시작해 KW국가대표 모델선발대회, 클래식 모델대회 탤런트상, GMAEA 탑모델상 등 상을 수상하며 국제외교문화홍보대사, 각종 패션갈라쇼와 드레스패션소 등을 총괄하고 연출했다. 바른 자세와 바른 걸음을 하고, 마음에 새로운 꿈을 싹 틔우니 삶이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살면서 조금씩 구겨졌던 몸과 마음이 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더 소중히 돌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삶에 활기가 돌았다. “함께 하면 더 재밌고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에 지난해엔 시니어 모델 양성 전문 교육장인 행복채움을 설립하고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를 창단해 협회장에 취임했다. 올해엔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수원화성행궁알리기 한복패션쇼 개최,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개관식 오프닝 패션쇼를 총괄하고 팔달노인복지관 ESG 시니어모델공개 오디션 심사위원, 2024 혜경궁홍씨선발대회 심사위원, 지역 복지관 등에서 강좌를 여는 등 바쁘게 활동 중이다. 협회엔 40대 중반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이들이 활동 하고 있다. 평생 주부였던 이들, 삶이 무료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이들,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쌓고 싶어 배우고자 도전한 40대, 더 자신있고 멋지게 나이들고 싶어 얼떨결에 발을 들였다가 동네 친구 10명을 더 데리고 온 어르신까지. 특히 30여명의 실버세대가 활동 중인 ‘70 플러스 다시 봄’은 협회의 핵심이다. 평생 주부로 가족과 시어머니를 돌보고 살던 안혜숙 실버회장이 우연히 참여했다가 “내가 해보니 재밌고 행복해서” 지인 10명을 데리고 왔다. 이후 실버군단에 자연스럽게 활기가 돌고 힘이 생겼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는 지난 8월23일 1주년 발대식을 개최하며 1기 졸업생 배출과 지역사회에 펼친 활동 등 그동안 바쁘게 걸어온 첫 해를 함께 돌아봤다. 회원들은 워킹 연습 등을 제외하고도 지역의 의미있는 일에도 함께 나선다. 최근엔 수원전통문화회관에서 한복을 입고 수원화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 등에 참여했다. 심 회장은 “해가 뜰 때 태양이 더 이글거리며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 회원들이 다시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서 또는 삶의 어떤 목표를 위해서 자신을 누르고 표현을 잘 하지 못했던 시니어 분들이 어찌 보면, 이제라도 자기 표현과 자아 현을 가장 하고 싶은 분들인 것 같아요. 시니어들이 시대에 맞게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도와드리는 게 무엇보다 가장 보람있습니다.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10일 경기교총 웨딩하우스에선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가 주최하는 1주년 기념축제 ‘행복채움 패션 쇼’가 열린다. 시니어 모델 90여명이 참여해 화려한 런웨이와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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