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비애?-위당설법(爲黨設法)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라.” 16대 총선에서 17석 확보에 그친 자민련이 지난 24일에 이어 26일 3당 총무회담에서도 재차 요구한 내용이다. 현재 국회법상(제33조) 교섭단체 요건인 20명을 15명으로 조정하는 것이 의원정수 감축과 원활한 국회운영, 세계적 추세 등에 부합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다분히 위당설법(爲黨設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자민련은 지난 19일에도 외국의 교섭단체 구성조건이 2명∼15명 등으로 매우 낮게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15명을 굳이 교섭단체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민주국민당(2석)등 소수정당의 권익보호 차원보다는 지극히 ‘자당몫 챙기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또 올 1, 2월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의원정수 감축으로 인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필요성에 대해 일절 언급한 적이 없었고, 총선 직후 민국당, 한국신당(1석)과의 소(小)통합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도 그렇다. 특히 자민련은 이날 어느 정당도 과반수(1백37석)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국회의장 경선이 이뤄질 경우 이를 빌미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만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16대 국회 개원일(6월5일)까지 교섭단체를 등록하지 못할 경우 국고보조금 대폭삭감, 상임위원장 배분문제, 원내협상력 약화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여권 일각에선 향후 군소정당의 권익보호를 위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자민련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련이 이제껏 ‘원조보수’를 자임해오면서 갖가지 개혁입법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약하다. 지난 20일 민주노동당이 ‘이제 소수정당의 슬픔을 알겠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자민련의 당리당략적 행태를 비아냥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새로운 시작 준비할 때

지난 4·13 총선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한 인사가 모 사찰에서 음독을 시도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선거 패배에 따른 중압감이라 할 수도 있지만 왠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마음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얼마전에도 낙선한 모 중진의원의 한 선거참모로부터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참모는 “평생 정치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인데 이번 선거에서 낙선하자 혹시(?)하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들어 만사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낙선지역의 한 참모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후보의 종적이 사라져 버렸다”며 걱정을 거듭했다. 왜들 이럴까. 비록 낙선했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는 지역에서, 나아가서는 중앙 정치권에서 신망받던 사람들이 아닌가. 더구나 상당수 낙선자들이 최소한 수천에서 수만표를 얻음으로써 자신을 지지해 주고 있는 유권자들을 확인했음에도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으로 낙선의 고통을 걱정으로 대신토록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낙선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해서는 결코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선거는 이기는 사람이 있는 만큼 반드시 지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은 전쟁을 치르면서 승리를 기다리기 위해 섶나무에 눕고 곰쓸개를 핥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면서 거듭했다 한다. 낙선자들이 ‘나만이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지금부터 준비해 달라고 주문해 본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포천군의원들의 호화외유

포천군의원들이 오는 25일부터 5월4일까지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캐나다 등으로 외유에 나서기로 한데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개인사정으로 불참하는 의원2명을 제외한 11명과 사무과 직원 5명 등 모두 16명이 떠나는 이번 여행에는 1인당 300만원씩 총 5천400만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구제역파동과 강원도지방의 대형산불로 인한 농가들의 어려움에 유치원생까지 성금 모금대열에 나서면서 축산농가와 이재민돕기에 전국민이 나서고 있는 이 시점에 군의원들이 동참을 못할망정 군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관광성 외유에 나선다는 사실에 주민들의 울분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주위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의장인 이모의장의 임기중 마지막 공식행사라는 명분으로 해외연수를 강행하는 점이다. 꼭 격식을 찾아가며 해외연수를 다녀와야 하는 자체를 15만 포천군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의 손에 의해 뽑은 군의회의원은 관광연수나 다니고 혈세나 낭비하라고 선출한 것이 아니다. 4.13총선이 끝난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연수를 빌미로 해외관광을 떠난다는 자체는 군민을 저버린 처사로 관광비용 5천400만원이면 군민들의 일부 숙원사업을 충분히 해결할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산불대기와 구제역방제를 위해 전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뒤로 한채 매일같이 철야근무를 하는 때에 의원들 수행 명목으로 사무과 직원들까지 동행하는 점은 군의원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포천=이재학기자<제2사회부> jhlee@kgib.co.kr

살얼음판속의 공무원

‘참모들인 과장들은 모두가 한명도 빠짐없이 딸랑딸랑이다’ 본보 인터넷 공무원코너에 올라있는 내용이다. 하남시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단행, 모든 결제권이 부시장에게 이양되고 시장의 청내업무에 대한 무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글로 인해 시 전체가 동요하고 있다. 이같은 어수선함속에 공무원들은 상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이쁜짓(?)을 하는 부류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한다는 부류로 나뉘어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 직원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쁜짓도 못하고 중간도 못가는 공무원들은 능력의 유무를 떠나 하나둘씩 사표를 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청내직장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하남시가 오는 25일부터 양평한화리조트 연수원에서 1박2일간‘전직원 한마음 공동체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직 377명, 기능직 137명 등 총 589명을 대상으로 1기당 118명씩 5기로 나눠 실시되는 이번 훈련은 전문행정인 양성과 공직내부의 화합, 결속도모,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품성개발 등을 위함이다. 이번 훈련기간동안 기관장(시장, 부시장)과 직원과의 대화시간을 통한 경직된 상하관계의 분위기를 쇄신, 생동감있고 활기찬 직장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환영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4천9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에 대해 반가운 기색을 보이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청내분위기는 이미 생동감과 활기를 찾아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분위기가 만연돼 있는 가운데 이번 훈련으로 살얼음판을 걸으며 눈치보기에 급급한 분위기가 사라지길 바랄뿐이다./하남=최원류기자<제2사회부> wrchoi@kgib.co.kr

시장후보 밀약설

4·13총선은 끝났으나 상흔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모함, 비방 등으로 과거 그 어느 총선보다도 가장 혼탁선거로 비판받는 이번 총선은 지역사회를 지연·학연 등 갖가지로 갈래갈래 찢어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욱 해괴한 것은 차기 시장 밀약설이다. “아니! 대체 누가 누굴 다음 시장으로 민다는게 사실이냐?”며 어느 유지는 불쾌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물어왔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에 그는“파다한 얘기를 왜 모른다고 하느냐”며 따지듯 대들었다. 밀약설은 모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누구를 밀어주는 대신, 차기 시장은 그 반대로 밀어주기로 하면서 이를 중앙의 모인사가 보장한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물론 밀약설의 진상은 알 수 없으나 문제는 상황이 그런 말을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는데 있다. 또 국회의원 선거에서 난데없는 시장선거가 나온 것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사실이라면 선거법에도 저촉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의 사실여부는 앞으로 두고 봐야하겠지만 4·13총선에서도 돈거래가 많았던 것같다는 항간의 의문은 선량한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어떻게 된 것인지“돈을 마구 뿌렸다”는 주장이 들린다. 이런 가운데 반대로“선거자금으로 누가 갖다주어도 뿌리친 후보가 있었다”는 말도 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과연‘선거를 잘 치뤘는가’하는 반성과 함께 이런저런 선거앙금을 털어내야하는데도 그게 쉽지 않은 것같아 걱정이다. 4년의 임기는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다. 승패는‘병가상사(兵家常事)’라 했고 인간사는‘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도 했다. 모두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가 평상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평택=이수영기자<제2사회부> sylee@kgib.co.kr

유권자와 역린

엊그제 실시됐던 4.13총선은 국회의원 총선거 사상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씻지못할 오점을 남겼다. 또 승승장구하며 관록을 자랑하던 다선의원들이 추풍낙옆처럼 쓰러져 당초 예상을 뒤엎는 이변과 경악이 교차하며 전국 곳곳에서 희비쌍곡선을 연출했다. 오산·화성선거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강성구 후보가 현역의원을 비롯한 2명의 야당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함에 따라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재선의원을 배출하지 않은 기록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지켜졌다.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한다면 다선의원이 배출돼야 마땅하지만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청 또한 불가피하기 때문에 혹자는 이같은 양면성을 꼬집어‘두얼굴을 가진 선거의 실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오산·화성지역 선거는 14대 때 초선의원으로 당선된 한나라당 정창현 후보, 15대때 정후보를 누르고 엮시 초선의원이 된 자민련 박신원후보, 그리고 강성구 후보가 출마해 자웅을 가렸지만 결과는 이들을 가볍게 제치면서 정치에 첫발을 디딘 강후보가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한비자의 설난편(說難篇)에‘역린(逆鱗-용의 턱에 거슬러 난 비늘)’이란 말이 있다. 용은 상냥해서 친하면 탈 수도 있지만 잘못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상대를 해친다는 뜻으로 노여움을 의미해 일컫는 말이다. 유권자를 역린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에 당선됐다고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용의 턱에 거슬러 난 비늘은 반드시 노여움으로 보답할 것이다. 재선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선전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당선자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 주어야 할 몫이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지 않을까. /화성=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분위기 조성위한 유권자 개혁을

요즘은 어디를 가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국회에 입성한 제16대 선량들의 이야기가 만발한다. 16일간의 후보 검증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 화두는 ‘제16대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선량들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는식의 기대 표명도 있으나 대부분은 ‘누구누구는 어떠어떠 했더라 ’는 식의 과거행적평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모후보는 ‘정말로 나쁜 짓을 했는데 당선됐다. 누구는 성품이 어떠해 나쁜짓을 할 것이다’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야기의 대열속에 있는 개개인의 지지로 당선증을 받은지 불과 사흘도 지나지않은 선량들을 두고 일어나는 말들이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힘을 주기보다는 헐뜯는 이야기가 더 많다. 이번에 뽑힌 선량들은 진정으로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선량들이다. 유권자의 인정을 받았다는 단순한 의미도 있지만 의정활동을 통해 새로운 천년의 새국정방향을 제시, 2천년대 모든 국민이 나가야할 지평을 제시한다는 역사적인 의미를갖고 있다. 자라지도 않은 나무가지를 흔드는 것은 잘못이다. 잘못한 것은 따끔하게 꾸짖어야 하겠지만 현재는 이들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어이들이 큰 나무로 자라 그늘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을 지지해준 유권자의 책무이다. 뽑아났으나 잘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허뜯어 상처를 입혀서 국회로 보내서는 더욱 안된다. 선량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들의 정열을 쏟을 수 있는 분위기조성을 위한 선거후 유권자 개혁을 요구해 본다./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출구조사에 기만당한 유권자

제16대 총선투표가 마감된 직후인 13일 오후 6시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방송3사의 출구조사 발표에 쏠렸다. 그러나 방송3사는 각각 미디어리서치와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이 전국구를 포함 119석에서 138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단언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각당 표정과 선대위원장의 인터뷰까지 하는등 완벽한 시나리오로 한편의 모험영화를 연출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새벽녘 가가호호 배달된 중앙지들도‘한나라·민주 3∼4석차 제1당 접전’을 머릿기사로 올리는등 오보대열에 합류하기는 마찬가지. 선거전 앞다퉈 내보내던 여론조사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뒤범벅시켜 놓아 국민들의 속마음만 뒤집어 놓았던 신문이 또다시 빠른 정보(?)를 앞세워 정확성을 상실한 것. 언론보도면 마치 사실이고 진실로만 믿었던 순진한 국민들은 신문의 틀린 정보를 읽고 방송의 어긋난 예측보도를 듣고 기가 막힐 지경이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실제 개표가 진행되면서 개표결과가 출구조사를 통한 예측과 크게 다른점이 명백해진 이후에도 방송사들이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개표초반에 민주당이 앞서가자 자신들의 예측이 맞았다고 자화자찬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예측이 계속해서 빗나가는데도 결코 실수 한번 인정하지 않는 후안무치의 절정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하루밤사이에 철저히 농락당하고도 부족해 새벽녘 신문보도에 또 한번 뺨 맞은 꼴이다. 언론의‘아니면 말고’의 무책임한 습성(?)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총선연대가 낙선운동을 펼쳤듯이 국민들이 언론개혁을 정면으로 요구하지 않을까?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방송사의 무책임한 출구조사 발표

국내 선거 사상 처음 실시된 방송3사의 4·13 총선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와 너무 차이를 보여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투표가 마감된 지난 13일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방송3사는 일제히 민주당이 7∼17석 차이로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 보도했었고 뒤이어 민주당의 축하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의기소침해있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표정을 연속적으로 내보냈었다. 민주당의 승리를 기정 사실화한 셈이다. 그러나 선관위 개표 결과 수십곳에서 당락이 뒤바뀌었고 제1당도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이 차지, 예측 방송이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판명됐다. 불확실한 출구 조사를 무책임하게 방송한 결과, 후보자 당사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막대한 혼란만 야기시킨 결과를 방송사는 초래했다. 지난 98년에 실시된 재·보선에도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빗나간 사례가 있었고 이번에도 이같은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출구조사가 투표소 300m 밖에서 실시해야 하는 선거법 규정을 어기고 투표소 바로 옆에서 이뤄져 유권자들의 불만을 샀었고 ‘몇번을 찍었느냐’는 조사원의 막무가내식 또는 무성의한 질문도 유권자의 정확한 속내를 끄집어 내는데 역부족이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의 경우 1% 이내의 지지율 차이를 보인 박빙지역이 많았고 특히 오차 범위내의 지역구가 상당수에 달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당락을 판정한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여론 조사를 토대로,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쟁적으로 당락을 판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이제는 통감하기 바란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대만은 지난 97년 대만은 구제역으로 인해 축산물 수출을 못하면서 현재까지 41조원의 손실과 대규모 실직사태로 이어지는 국가재앙을 입었으며 국내에서도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축산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으며 축산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생산자단체, 축산농가, 시민 등 모두가 하나가 돼 축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축산농가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운동에 나서는 등 온정의 손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구제역 방역 대책에 앞장서야할 농림부, 축협 등 단체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얼마전 금융노련, 농협중앙회 노조 등은 구제역 파동과 관련 축협 임원진은 구제역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축협직원들은 “방역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농림부장관부터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축협임원진을 사퇴하라고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발끈했다. 또한 방역당국은 축협중앙회에 공문을 보내 “정부의 특별방역 대책 추진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고 축협은 대다수의 질병신고가 축협 계통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다며 반박자료를 내는 등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분열된 모습은 우리에게 닥친 축산재앙을 이겨낼 수 없다. 그동안 통합농협법을 두고 갈등을 보여온 농림부와 축협은 그동안의 갈등은 뒤로하고 하나된 모습을 보여 축산농가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97년 대만 구제역 발생시 농림부와 축협 등이 보여준 공조체계를 다시 보여줄때다. 하나가 돼야만 축산재앙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모두 구제역 발생은 모두 내탓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근호기자 ghjung@kgib.co.kr

문화관련 공무원 문화마인드 절실

문화예술인과 공무원이 문화예술현장에서 부딪히는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조례를 들어가며 원리원칙에만 치중하는 공무원들과 문화예술 특성상 원칙보다는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예술인들간의 입장차이는 지속적으로 충돌을 빚어왔다. 문제는 ‘무조건’안된다, 하지 말라는 식의 일부 문화관련 공무원들의 문화마인드 부재와 황당한 발상에 있다. 지난 8,9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옆 로비에선 ‘제4회 나혜석여성미술대전’의 작품 접수가 있었다. 책상과 의자 몇 개를 한켠에 내놓고 접수를 받고 있는 도중 도문예회관 시설계 직원들이 나와 ‘왜 여기서 작품 접수를 받느냐’ ‘수장고는 회관 비품창고인데 왜 작품을 거기다 보관하느냐’며 당장 철수하라고 지시를 했다. 대회 주최측은 매년 이곳에서 작품 접수를 받아왔고 더구나 작품보관장소인 수장고가 회관의 비품창고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직원들과 주최측의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한 두번이 아닌 회관측의 짜증나는 행태에 일부 미술인들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즉각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리 운영에 관한 경기도 미술인들의 결의문을 작성하고 도내 전 미술인과 도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예총 사무국장이 중재에 나섰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문예회관 관장이 관련 직원들을 질책하고 주최측에 사과함으로써 일단 일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미술인들은 비단 이번 일뿐 아니라 앞으로 회관의 납득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운영방식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언젠가 한 미술인이 이곳 전시실에서 개인작품전을 열고 있는데 관람객이 작품구매에 관해 문의하는 것을 보고 회관직원이 ‘왜 여기서 작품을 팔려고 하느냐? 여기가 당신 영업장이냐?’고 말해 황당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도문예회관 전시장을 이용하는 미술인은 물론 도민들은 그동안 많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회관 관리사무실은 1층에 있으면서 전시실은 지하에 마련한 것부터 작품 운반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는 문제, 더구나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등이다. 또 회관 자체의 그럴듯한 기획전시도 없고 전시장에 전문 큐레이터 하나 없는 도문화예술회관은 기껏 돈받고 대관이나 해주는 역할밖에 못하는데 그나마도 대관전날 저녁에 작품을 거는 것도 못하게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화의 세기가 다가왔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는 때에 일부 문화예술 관련 공무원들의 문화마이드 부재가 경기도 문화발전을 저해하는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박인숙기자 <문화부>

최선아니면 차악이라도

중앙선관위와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은 16대 총선의 투표율이 총선사상 처음으로 60%를 밑돌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유는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주의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국민주권찾기운동은 기존 정당 및 후보자들의 반발과 지역주의의 높은 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보자의 신상공개 또한 후보별 선택의 기준보다는 정치인 일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만 증폭시킨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과거처럼 민주 대 반민주같은 뚜렷한 이슈도 없다. 여야 정당간정체성도 확연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선거판에서는 여전히 저질의 인신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벌거벗은 지역주의가 힘을 발휘하면서 정당을 보고 찍어야 하는 것인지 인물을 보고 찍어야 하는지 헷갈린다. 이러다 보니 투표를 해봐야 뭐하나 달라지는게 없는데 차라리 집안일이나 보고 봄나들이나 가는 것이 속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들은 지난 15대 국회를 식물국회니 방탄국회니 하면서‘바꿔’열풍을 목청높여 외쳤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국민참정권 기회에는 어김없이 혐오와 냉소를 이유로 또다시 권리를 포기하려 하고 있다. 투표는 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해 비난과 냉소만 보낸다면 낡고 부패한 정치인은 영원히 국민을‘봉’으로 여길 것이다. 국민은 더이상 정치인들을 비난할 근거마저 빼앗기는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유권자의 손으로 선택해야 한다. 정치가 바뀌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못하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모두에게 돌아온다. 내 한 표가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새겨야 한다.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선거문화 바로 잡자

오는 4월13일 치루는 총선을 한시바삐 끝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보는 차치하더라도 주방아줌마 등을 구하지 못하는 음식점 업주도 그들중의 하나다. 잠시 유권자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기호를 외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 식당일보다 보수가 월등히 낫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정부 2동의 M음식점과 S음식점, 녹양동 K음식점 등도 며칠째 주방아줌마를 찾고는 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된 운동원에게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보수는 수당 3만원을 비롯해 일비 1만원, 식비 1만5천원 등 5만5천원선. 그러나 선거라는 특수(特需)를 겨냥하고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그 이상이라는 게 선거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선거사무원들 뿐만이 아니다. 자원봉사자 명목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음식점에서 종일 물을 뭍히는 궂은 일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돈은 선거에 참여해서 얻는 수고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선거철만 되면 암묵적으로 오가는 눈먼돈을 학수고대하는 부녀자들도 우리 주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선거가 끝이 나야만 사라지는 양상인가? 악순환 되풀이 돼가고 있는 우리의 선거풍토를 어느 누구도 욕할 수 없다. 우리 자신들의 문제이며 우리가 앞장서서 바로 세워야 할 선거문화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조기유학 부작용

최근 해외 조기유학붐이 일면서 미국내에 10대 유학생들이 최고급승용차를 구입해 탸고 다니면서 하루에 수천달러씩을 쓰고 유흥가에 드나들며 방탕생활을 하고 있어 교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거주 주민들은 이런 생활을 지켜보면서 유학생부모가 정상적인 수입으로 이렇게 해주겠냐는 지적과 함께 제2의 환란이 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3일 오후 8시께 미국 휴스턴 페어랜드에 거주하는 조종수씨(41)와 40분간에 걸쳐 통화한 결과 한국 유학생들의 비정상적인 생활이 교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최근 유학이 자율화되면서 휴스턴 지역에 10대 유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많은 유학생들이 하루에 수천달러를 가져야 갈 수 있는 유흥업소를 버젓이 드나들며 유흥비로 탕진하고 있다는 것이 조씨의 주장. 더욱이 이들은 유학온 기간이 얼마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구입하기 어려운 벤츠승용차를 타고 한국서 유학온 학생들과 서로 어울려 호화생활과 함께 방탕생활을 하고 있어 현지 교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 조씨는 이같은 말을 전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엄청난 돈을 물쓰듯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에 있는 부모들이 돈을 보내면서 정상적으로 번돈이면 이렇게 하고다니겠냐고 반문하며 제2의 환란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화성=강인묵<제2사회부> imkang@kgib.co.kr

전과기록의 함정

16대 총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정치개혁 욕구가 그 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연대가 반민주, 반인권전력 등을 기준으로 올해 1, 2월에 이어 이달 3일 발표한 84명의 낙선대상자명단이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했다. 중앙선관위 역시 지난 2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들의 병역·납세실적에 이어 6, 7일 네차례에 걸쳐 전과기록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과거 후보자에 대한 일방통행식 홍보자료를 ‘선택기준’으로 삼았던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비약이다. 그러나 이같은 후보자 검증에도 함정은 있다. 소득세 및 재산세 0원, 병역면제, 실형전과를 지녔다고 해서 ‘자질없는 후보’라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지난 7일 한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모지역 출마자의 경우를 들어 민주화운동으로 구속, 옥고를 치뤘는데도 죄명이 잡범에 가까워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과 다른 죄명만으로 언론에 공개될 경우 해당 후보는 해명할 기회조차 없게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검증을 위해 실시된 신상기록 공개가 자칫 진주를 진흙에 파묻고 잡석(雜石)을 캐내는 어리석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민주전과’를 가진 여당후보들이 8일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병역기피자와 전과자로 매도하지 말라”며 일부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선거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는 최소한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통해 적어도 잡범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쓰레기를 줄이자

쓰레기대란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주택가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에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상인들은 치워지지 않은 대형쓰레기봉투로 인해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정이 어찌됐든 사람이 사는 동네에 쓰레기가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의정부시만해도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가 81.7t, 재활용품쓰레기가 86.9t 등 모두 296.5t에 이르는 막대한 생활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엄청난 양이다. 쓰레기를 조금만이라도 줄일 수는 없을까? 일부 상점들은 20/20운동이라고 해서 음식량을 20%줄이고 음식값을 20%내리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관할 행정도 PET병이나 폐현수막 등의 재활용품을 수거하고는 있으나 대단치는 못하다. 미국이나 호주 등의 국민들처럼 모아둔 음식물쓰레기로 비료를 만들어 화단을 가꾸는 아름다운 사례를 들어보기가 힘들다. 재활용품을 버리면 버렸지 그것을 이용해 뭔가 생산적인 산물로 승화시켜 나가는 시민들도 흔하지 않다. 보관상의 문제를 들먹이며 쓰레기로 전락하는 음식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차제에 쓰레기를 양산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우선적으로 전환돼야 한다. 쓰레기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는 곧 시민들 자신에게 돌아온다. 시민 개인개인이 바로 오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단 한가지의 계획이라도 세워야 할 때다. /의정부=배성윤<제2사회부> sybae@kgib.co.kr

공명선거 의지 중간점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는 P시 모당 W 후보측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W 후보에 대한 흑색 선전 유인물이 최근 선거구민 가정에 우편으로 대량 발송됐기 때문이다. A4 용지 한장 분량의 이 유인물에는 ‘W 후보가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자신의 부 축척에만 골몰해온 부패 정치인이다’는 등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비방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 유인물은 시내 목욕탕은 물론 미장원 등 대중이 모이는 곳이면 대부분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결과, 지역구인 P시 우체국에도 미발송된 유인물이 2천여통이나 더 발견됐다. 서울 서초구 관악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는 이 유인물의 발신자가 유령 단체로 확인됐다는 W 후보측은 이는 분명 총선에 출마하는 상대 후보중 한명이 한 소행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W 후보측 주장은 그동안의 우리 선거 문화를 볼때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다. 이런 유인물 때문에 곤혹을 치루는 후보자는 비단 W 후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이 나돌았던 같은시 H 후보를 비롯해 H, K군 모 후보들의 경우도 여자 관계는 물론 심지어 후보 동생이 교통사고를 내자 보상금을 타낼 목적으로 하는 흑색 선전까지 난무하고 있다. 오죽했으며 얼마전 수원시 모 후보가 측근들을 상대로 “남들 다해도 우리만은 상대 후보 비방하거나 모함하지 말자”고 다짐까지 했을까. 저마다 후보들은 공명선거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 행태를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여전한 것 같다. 선거전이 중반전에 접어든 만큼 각 후보들은 판세를 점검하듯 자신이 공명선거의지를 중간점검해주길 바란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명판관 포청천

몇년전 국내 TV방송사 프로그램중 중국 송나라 인종시대를 배경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들의 민의와 조정의 부정부패를 파헤져 명쾌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내면서 당대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판관 ‘포청천’이란 무협극화가 방영된 적이 있다. 물론 이 극화는 높은 시청율을 보이며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외화 시리즈중 하나로 기록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교훈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최근 화성경찰서 직원들 사이에서 청문감사관 정종욱 경감(53)을 명판관 포청천으로 통칭되고 있다. 당초 일선 경찰서에는 과장직급의 청문감사관이 없었다. 이는 경찰청이 지난해 6월 경찰대개혁을 앞두고 도입한 제도로 경찰조직에 야기되는 문제점과 각종 사건처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민원을 청문감사관으로 하여금 여과없이 수렴, 원만한 처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정 청문관 집무실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오는 민원인들로 조용한 날이 없다. 무턱대고 자기주장만 외쳐대거나 생트집을 잡는 억지성 민원인들로 바람잘 날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정 청문관은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순수한 인상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민원인들을 정성껏 맞이하며 이들의 항변을 끝까지 귀기울여 듣는다. 한번도 싫은 표정이나 짜증섞인 말투없이 민원인들을 대하는 그의 인내와 노력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문관실을 찾는 민원인들이 끝내 웃는 낯으로 돌아간다. 정 청문관이 지금까지 만난 민원인은 줄잡아 400여명에 상담건수만 해도 300여건이 넘었고 이같은 공로로 지난 18일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 종합평가에서 행자부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명쾌한 판결로 시청자들에게 교훈을 남겼던 중국 무협극화가 보여준 명판관 포청천이 화성경찰서에 존재하는 것이다. /화성=조윤장<제2사회부> yjcho@kgib.co.kr

신중대시장에게 거는 기대

“그동안 보여준 행정중심의 관선시장 모습에서 벗어나 큰 틀을 갖춘 민선시장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최근 열린 안양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취임1주년을 맞은 신중대시장이 밝힌 시정방안을 놓고 2천400여 공무원들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보궐선거에 당선된이후 신시장이 보여준 행정스타일은 정치력을 갖춘 민선시장의 역할이 아닌 너무 세세한 업무까지 챙기며 산더미같은 서류를 들고 집에까지 갖고가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벌레시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불도우저를 연상하듯 본인의 의지만을 앞세워 부시장을 비롯, 서기관급 국장 등 참모진들과 보이지 않게 마찰과 갈등을 빚어오는등 대다수 시공무원들에게 실망과 함께 불만을 주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시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신시장이‘자기자신만을 아는 개인주의적인 인물’‘칭찬에 인색하고 부하직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차가운 인물’이라는등 극단적인 평가절하와 함께 차기 시장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극히 부정적인 여론까지 돌았다. 그러나 취임1주년을 맞아 신시장이 밝힌 새로운 각오는 지금까지 나타난 불만요인을 말끔이 씻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신시장은“민선시장 체제하에서 원칙이 무시된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불만여론에 개의치않고 자신이 앞장서왔다”며“나를 따르고 같이 노력해준 공무원들의 노고로 행정의 기초가 다져진 것은 물론 시의 장기적 계획수립도 마쳤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 시공무원들은 변모된 신시장의 입장을 크게 반기며 취임할때보다 더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 역력하다. 행정의 달인, 행정전문가의 닉네임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대화합의 큰 틀을 갖춘 민선전문가 신시장의 행보를 기대해본다./안양=이용성<제2사회부> leeys@kgib.co.kr

당근과 채찍의 역할

‘당근’과 ‘채찍’은 상황여하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가기 위해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반면 무리에서 이탈하려는 소나 말에게는 ‘당근’보다는‘채찍’이 더 효과적이고 무리를 이끌어가는데 ‘약’이 될 수 있다. 최근의 경기도정은 ‘당근’을 써야 할 때 ‘채찍’을 가하고 ‘채찍’을 써야 할 때 ‘당근’을 주는 ‘꺼꾸로 된 정책’을 쓰고 있다. 한 일례로 경기도가 지난 98년부터 각 분야의 사회지도층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경기포럼’의 참석에 대한 제도다. 지난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포럼의 자율적 참가자에 대해 개인별 실적관리를 해 왔고 이를 토대로 실·과간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 때문에 참가자는 도 본청 798명중 200∼300명이 고정적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 1월부터 ‘경기포럼’에 공무원들을 의무적으로 참가토록 했다. ‘경기포럼’강사들에게 도의 공무원들의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강제로라도 공무원들을 공부시키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출석표’까지 나눠주고 참석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참석가능인원 78%인 750여명 내외가 참석했다. 이같은 시책이 시대역행적 발상이란 지적이 일자 지난 2월 완전 자율적 참석제로 전환했다. 물론 참석인원도 의무적 시행때보다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도는 또 다시 ‘채찍’을 들었다. 경기포럼 참석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6회이상 불참시 불이익을 주며 실·과간 경쟁력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도청 한 공무원은 “불이익을 준다니 참석하지만 대부분이 졸거나 딴 생각을 하는게 태반”이라며 “포럼의 내용이 직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면 참석치 말래도 참석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강사에다 강의내용을 강제로 들으라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경기도는 도정 추진자세를 이제 바꿔야 할 때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