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과 공무원이 문화예술현장에서 부딪히는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조례를 들어가며 원리원칙에만 치중하는 공무원들과 문화예술 특성상 원칙보다는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예술인들간의 입장차이는 지속적으로 충돌을 빚어왔다.
문제는 ‘무조건’안된다, 하지 말라는 식의 일부 문화관련 공무원들의 문화마인드 부재와 황당한 발상에 있다.
지난 8,9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옆 로비에선 ‘제4회 나혜석여성미술대전’의 작품 접수가 있었다. 책상과 의자 몇 개를 한켠에 내놓고 접수를 받고 있는 도중 도문예회관 시설계 직원들이 나와 ‘왜 여기서 작품 접수를 받느냐’ ‘수장고는 회관 비품창고인데 왜 작품을 거기다 보관하느냐’며 당장 철수하라고 지시를 했다. 대회 주최측은 매년 이곳에서 작품 접수를 받아왔고 더구나 작품보관장소인 수장고가 회관의 비품창고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직원들과 주최측의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한 두번이 아닌 회관측의 짜증나는 행태에 일부 미술인들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즉각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리 운영에 관한 경기도 미술인들의 결의문을 작성하고 도내 전 미술인과 도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예총 사무국장이 중재에 나섰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문예회관 관장이 관련 직원들을 질책하고 주최측에 사과함으로써 일단 일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미술인들은 비단 이번 일뿐 아니라 앞으로 회관의 납득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운영방식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언젠가 한 미술인이 이곳 전시실에서 개인작품전을 열고 있는데 관람객이 작품구매에 관해 문의하는 것을 보고 회관직원이 ‘왜 여기서 작품을 팔려고 하느냐? 여기가 당신 영업장이냐?’고 말해 황당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도문예회관 전시장을 이용하는 미술인은 물론 도민들은 그동안 많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회관 관리사무실은 1층에 있으면서 전시실은 지하에 마련한 것부터 작품 운반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는 문제, 더구나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등이다. 또 회관 자체의 그럴듯한 기획전시도 없고 전시장에 전문 큐레이터 하나 없는 도문화예술회관은 기껏 돈받고 대관이나 해주는 역할밖에 못하는데 그나마도 대관전날 저녁에 작품을 거는 것도 못하게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화의 세기가 다가왔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는 때에 일부 문화예술 관련 공무원들의 문화마이드 부재가 경기도 문화발전을 저해하는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박인숙기자 <문화부>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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