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3 총선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한 인사가 모 사찰에서 음독을 시도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선거 패배에 따른 중압감이라 할 수도 있지만 왠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마음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얼마전에도 낙선한 모 중진의원의 한 선거참모로부터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참모는 “평생 정치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인데 이번 선거에서 낙선하자 혹시(?)하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들어 만사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낙선지역의 한 참모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후보의 종적이 사라져 버렸다”며 걱정을 거듭했다.
왜들 이럴까.
비록 낙선했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는 지역에서, 나아가서는 중앙 정치권에서 신망받던 사람들이 아닌가.
더구나 상당수 낙선자들이 최소한 수천에서 수만표를 얻음으로써 자신을 지지해 주고 있는 유권자들을 확인했음에도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으로 낙선의 고통을 걱정으로 대신토록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낙선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해서는 결코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선거는 이기는 사람이 있는 만큼 반드시 지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은 전쟁을 치르면서 승리를 기다리기 위해 섶나무에 눕고 곰쓸개를 핥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면서 거듭했다 한다.
낙선자들이 ‘나만이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지금부터 준비해 달라고 주문해 본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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