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동족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경제발전과 문화부흥을 빠르게 이루어냈다. 모진 시련은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더욱 강하게도 만들고, 때로는 한 인간을 호명하여 여럿 중에서 위대한 영웅으로 일으켜 세운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흉흉하다.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우리 같은 장삼이사의 생업에까지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언제 종결될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인류적 시련이다. 그런데 시련은 우리의 인간성을 생생히 증명토록 요구한다.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서 Beautiful message from Bill Gates를 소개해주셨다. 이 메시지의 원작자가 빌 게이츠는 아니라는 설명이 부연되어 있었지만 그 뜻은 의미심장하였다. 이 메시지를 거칠게 요약하면 코로나19는 개인별 상황이나 명성과는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똑같이 평등하며, 우리 모두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평생을 억압 속에서 보낸 사람들을 새롭게 주목하게 하였고, 짧은 인생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서로 보살피고 서로 보호해야 하는 것 등등이었다. 이를테면 이러한 대규모의 감염병 시대를 그저 불안과 고통의 시간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에 당연시했던 일상을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하면서,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 무엇을 바꾸어야 할 것인지, 묵상과 교정의 시간을 가지자는 말과 그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엄혹하지만 어쩌면 꼭 필요한 묵상과 교정의 시간을 거쳐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를 기대해 본다. 죽음이 자기에게만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기만하지 않고 생로병사라는 한계상황을 인정하며 겸허하게 사는 일, 어려운 시간일수록 더욱 어려운 약자에게 관심을 두고 서로 간 연대를 통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일, 여럿의 안전을 위해 보건당국에서 요구하는 지침을 잘 준수하는 일,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도와주고 격려하는 일, 거짓뉴스나 아동착취 같은 범죄를 영구히 추방하는 일, 혼란한 때 일수록 교통법규 등을 철저히 지키는 행동 등이 그러하다. 간혹 타인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편의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사람도 있지만, 다행스럽게 남다른 사명감으로 공공안전에 몸을 바쳐 헌신하는 사람이 주위에 훨씬 더 많은 듯하다. 하나하나가 우리의 영웅들이다. 춘분을 지나 이제 곧 청명이다. 목련은 벌써 흐드러졌고 진달래개나리벚꽃이 계절을 밝히기 시작하였다. 천지간에 생동하는 봄기운을 음습한 추위가 결코 막을 수는 없다. 흉흉한 질병일지라도 우리 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연대하여 올바르게 대응한다면 반드시 물리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혹독한 겨울 끝에 약동하는 봄이 오듯, 묵상과 교정의 시간을 거쳐 우리의 노력으로 건강한 신 성장시대를 끝내 도래시켜야 한다. 김성훈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오피니언
김성훈
2020-03-30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