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리더들이 알아야 할 인간의 보편적 욕구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를 대표하는 사림파 율곡 이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매우 깊었다. 그는 인간은 선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이런 욕구가 인간을 이끄는 행동의 뿌리라고 했다. 소위 인간의 선함이 기본 욕구라는 이론으로 백성을 다스릴 때 이를 기본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율곡 이이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나이도 많이 어린 지방의 한 학자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학자는 인간은 선한 욕구도 있으나 이는 행동의 뿌리가 아니며 인간의 이기적 욕구,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한 욕구라고 했다. 선한 욕구는 있으나 평소 이기적이고 욕심적인 욕구에 의해 억눌려지고 있으므로 통치는 이를 견제하고 누르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인간의 선한 욕구가 행동을 이끌고 이런 행동들이 모여 결국 선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8년간 둘은 서신을 교환했고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대화를 지속하는 이이의 태도는 역사의 귀감이 됐다.

또 다른 사례로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 ‘장자’를 들 수 있다. 그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며 이기적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기적 태도가 타인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나쁜 의미가 아니며 자신의 이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무의식적 욕구를 주장한 프로이드 또한 자신의 무의식을 받아들일 때 이런 무의식이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주장한 이론들을 보면 내용상에는 이견들도 있으나 핵심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있으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이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 보편적인 속성을 주장했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도 현재까지 인정받고 있다. 문화가 다르고, 세대가 다르고, 시대가 달라도 인간의 보편적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인간이며 인간의 기본적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봉건주의 시대, 신분제 사회에서 리더였던 귀족들과 왕족들이 폐기된 것도 백성이 가진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정책을 통해 만족시켜주지 못한 결과이다.

만약 자신의 기본적 욕구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듯이 백성의 욕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개인의 욕심적 욕구가 백성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적어도 백성에게 혁명을 결심할 정도로 심한 좌절과 분노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고 그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는 현대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념과 진영논리가 주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한쪽이 ‘선’이면 다른 쪽은 ‘악’이라는 극단적 논리가 과거보다 강해졌다.

대한민국의 근대사에서 인간들이 가진 보편적 욕구가 좌절되고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진영논리가 된 것이며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진영일 뿐이다. 상대방 진영 사람들이 가졌던 보편적 욕구와 오랜 세월 받은 상처를 이해해줘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으면 상대는 적어도 생각은 다른 사람이지만 적이라는 생각은 없어진다. 리더들이 이런 모범적 태도를 보여줄 때 그들을 따르는 국민도 같은 태도를 보일 것이고 대한민국은 진정한 한민족이 될 것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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