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문체부의 무예정책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역사에서 무예는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지키고 작게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어 왔다. 1790년 정조(正祖 14년)는 잦은 외세 침탈로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 무예훈련 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했다. 이 무예서에는 병사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글과 그림 설명서를 첨부하였고, 서문에는 국가사업이었던 것만큼 정조의 친필도 있다. 정조시대에는 무려 37차례 무과시험이 치러질 정도로 무(武)를 중시하고 자신이 직접 시험과목을 정하고 감독하기도 했다. 실력만 있다면 집안과 신분에 상관없이 무사로 발탁했고, 실력 있는 무사양성을 통해 조선 무예의 혁신을 이루려 했을 정도로 정조시대의 무예 양성은 국가의 숙명사업이었다.

이후 2008년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되고, 2020년 8월 문체부는 전통무예의 체계적인 보존 및 발전을 위한 ‘전통무예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법 제정 이후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에서 무예진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실현 가능한 사업 위주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무예계는 기대가 크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전통무예는 64개 종목이 있고, 용인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약 5백여 개의 무예단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실 우리의 전통무예라고 말은 하지만 신뢰받는 무예는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전승됐고 소멸하였는지에 대해 불투명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무예단체는 자신들에게 없는 무예역사를 새롭게 만들려고 애쓰거나 전통무예로 둔갑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많은 무예가 학술적인 뒷받침이나 기술체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씨름마저도 현대씨름을 ‘왼씨름’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씨름 원로들의 구술에는 ‘오른씨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과거 각 지역에서 행해진 씨름은 지금과 다른 형태의 씨름인데 그 씨름의 원형복원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이번 문체부가 발표한 ‘전통무예진흥 기본계획’에는 전통무예진흥 기반구축, 전통무예 활성화 추진, 전통무예의 가치확산 등 3대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가칭)전통무예진흥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육성 종목 지정을 심의하고 전통무예 종목 및 단체의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등, 육성 종목의 유지검증 체계도 마련한다. 전통무예 종목대회의 정부예산 지원과 무예분야의 정부시상 권위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향후 문체부의 전통무예 육성 종목 지정 심의는 어떤 단체가 정통성 있는 전통무예 단체인지 규명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특정단체를 대변하는 몇몇에 의해 국가 무예 정책이 흔들려 나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무예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문체부의 무예정책이 12년 전으로 다시 뒷걸음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무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청소년의 정서를 함양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기존 스포츠의 성적지향, 과잉경쟁 등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예단체도 진영논리나 다툼에서 벗어나 국민건강 증진과 무예의 가치 확산을 위해 기여할 때가 되었다. 문체부도 기본계획이 수립된 만큼 코로나19의 문제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무예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통무예 육성 종목 지정 사업을 서둘러 시행해주길 바란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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