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보험의 의미와 보험범죄

보험은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나와 가족의 건강, 집과 자동차의 소유, 거대 선박의 운항과 멀리 인공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보험이 없다면 현대의 삶과 경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보험이야말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현재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미래가 지속하도록 보장하는 독특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험은 더불어 사는 인간이 고안해 낸 절묘한 제도이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무역을 하는 선박소유자가 출항 전에 투자를 받은 후 항해에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이익금을 나눠주고, 실패하면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일부 학자는 이를 근거로 보험의 기원을 기원전 2천 년 이상으로 본다.

즉 보험제도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을 돕고자 다수가 평시에 보험료를 걷어 관리·운영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험업이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사업목표 외에 공공선 실천이라는 공익목표의 결합체로 가동될 때만 그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공익을 추구하는 보험이지만 보험범죄라는 어두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적 의미의 보험산업이 일제 강점기에 이식되었듯 보험범죄도 일제의 잔재에서 영향을 받았다. 1930년대에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 친형·부인·장모까지 독살한 이른바 ‘보험마(保險魔)’는 모두 보험범죄의 극단적 사례이며 이러한 잔인한 수법 역시 당시 일본의 경우를 모방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근래는 어떠한가. 2019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천134억 원으로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이중 손해보험이 3천732억 원으로 전년대비 110억 원 증가한 규모였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추정액까지 감안하면 1가구당 40만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끄러운 통계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1인당 사기범죄 비율이 1위(2013년 기준)이고, 사기·위증·무고죄가 일본의 수백 배에 달한다는 최근 보도도 있다.

따라서 2020년에는 보험범죄에 대한 전향적 인식과 강력한 대응이 시급하다. 보험업계뿐만 아니라 검경 등 법집행기관의 지속적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료를 내는 모든 보험계약자, 선량한 우리 시민의 동참과 행동이다. 부정을 목격하는 경우 금융감독원(국번 없이 1332) 등에 적극 제보해야 한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부당하게 지급되지 않도록 항상 감시해야 한다.

주위에는 보험료를 오랫동안 내고도 보험금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분들이 많다. 언뜻 생각하기에 당사자로서는 아쉽거나 어쩐지 손해 보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평탄한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며 내가 낸 보험료로 사고 난 누군가를 도와준 것이므로 이웃돕기를 자동 실천했기 때문이다. 보험의 가장 핵심적 의미이기도 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올바른 목표는 보험범죄 근절이며, 필요한 행동은 우리 모두의 동참이다. 보험범죄가 쉽게 드러나고 엄중하게 처벌받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다수가 바라는 공정 사회·신뢰 사회의 기반이 될 것이다.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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