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 자신은 절대로 성현이 아니라고 孔子는 말했다. 남보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인(仁)을 설파했던 공자는 평소 인간을 위한 자신의 포부를 “늙은이들을 편안하게 하여 주고 ,벗들은 신용있게 대하도록 하여 주고, 젊은이들은 따르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자의 교훈 가운데 “ 사람에게 유익한 즐거움 세가지와 해로운 즐거움 세가지가 있다”는 말도 유명하다. 유익한 즐거움 셋 중 첫째는 예(禮)와 음악의 조화를 분별하여 넘치고 부족함이 없도록 조절하는 것을 좋아하라고 했다. 그리하면 정신적으로 예악의 조화를 이뤄 덕을 기르게 되고 처신할 때 위엄과 절제를 얻어 존경을 얻게돼 유익하다고 했다. 둘째는 사람의 착한 점을 들어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라고 했다.그리하면 인심을 얻게 되고 다른 사람의 착한 일이 자기에게 미치게돼 더욱 선(善)에 가까워져 유익하다고 했다. 셋째는 어진 벗을 사귀어서 자랑으로 알고 좋아하라고 했다. 그리하면 착한 사람, 착한 말씨, 착한 행동의 환경 속에서 살게 되므로 유익하다고 했다. 해로운 즐거움 세 가지도 말했다. 첫째, 자기의 부귀를 믿고 거만스럽게 향락을 좋아하면 방탕으로 폐가 망신하게 되니 해롭다고 하였다. 둘째, 게으르게 무사안일을 좋아하면 남는 것은 추락과 자포자기뿐이니 해롭다고 하였다. 셋째, 주색을 지나치게 좋아하면 소인배와 함께 야비한 습성에 젖어 학문과 도덕생활에서 멀어질 것이니 해롭다고 하였다. 공자의 이 여섯가지 즐거움은 자의식을 깊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혹자들은 말하기를 공자는 신에게 호소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선지자도, 진리를 환히 꿰뚫는 철학자도 아니라고 한다. 자기실현이라는 길에 나선 여행자들 가운데 다소 앞선 여행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자를 성현이라고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의 교훈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淸河 유럽에서는 매주 한 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동거남의 가정폭력에 의해 살해당한다.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가 최근 내놓은 소식이다. 15∼44세 여성 중 가정폭력으로 죽거나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암과 교통사고, 전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보다 많다니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 강간과 위협 등 모든 형태로 나타난다. 언어폭력과 모욕, 위협 등 심리적 폭력은 더 나쁜 영향을 미쳐 여성이 훗날 삶의 의욕마저 잃게 한다. 지난 한해 동안 프랑스에서만 135만여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1만3천여명의 여성이 살해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남편의 폭력, 주로 성폭력이 날로 늘어난다고 ‘한국여성의 전화연합’이 엊그제 발표했다. 야구방망이 등으로 위협하거나 구타한 후 성관계를 강요한다니 변태가 분명하다. 매 맞는 아내 중 67%가 남편의 일방적 성관계 등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를 남편은 ‘부부싸움 후 화해’로, 아내는 ‘구타 후 강간’으로 인식하는 등 남녀의 인식차가 크다. 더구나 배우자의 성폭력은 범죄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 피해여성의 84%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정폭력이 시작된 시기는 결혼 전부터 결혼 후 1년 미만이 55%로 절반이 넘는다. 연애시절과 신혼초기에 여자가 남자의 폭력대상이 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 대부분이 순결을 빼앗겨서(15.7%), 임신을 했기 때문에(9.4%), 강요나 협박에 의해(6.6%)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결이데올로기가 배우자의 폭력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남편에겐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존재하는 등 우리 사회에는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아내 강간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배우자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 조항을 가정폭력 방지법 혹은 성폭력 특별법에 신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남편들의 각성과 인격도야가 있어야겠다.
/淸河 지난 9월29일 오후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旗)’를 앞세우고 공동으로 입장, 박수갈채를 받았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한반도가 펄럭이는 한반도기 아래 이뤄진 남북 공동입장은 성화 점화와 함께 가장 관심을 모은 부산 아시안게임의 하일라이트였다. 이번 공동 입장이 관심을 모은 것은 ‘단일기’의 상징적인 의미가 가장 잘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1963년 1월 스위스 로잔체육회담에서 처음 거론된 남북 단일기 사용은 1989년 10월 판문점 체육회담을 거쳐 1990년부터 1991년 2월까지 4차례 열린 판문점 회담에서 최종 결정됐다. 남북은 이 회담에서 1991년 제41회 지바(일본)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와 제6회 리스본(포르투칼)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 단일팀·단일기로 참가하기로 합의, 마침내 실현했다. 한반도와 제주도 지형이 그려진 단일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동쪽 끝 외딴 섬인 ‘독도’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체적으로 북한 응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지역 90여개 시민·사회단체연합의 통일아시아드시민연대 산하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제작,배포한 한반도기에 독도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호응을 받았다. 북한 응원단이 선보인 한반도기에도 독도가 ‘한 점 ’으로 표시돼 있어 같은 민족임을 피부로 느끼게 하였다. 지난 28일 만경봉호를 타고 대포항에 입항한 북한 응원단의 한반도기가 대형을 비롯해 소형 수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도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가 만든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없어 특히 부산시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한반도기에 독도가 없는 것은 남북한 합의사항 ”이라고 부산시는 말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난이 더 높다.그러니까 독도 표시는‘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도 “부산 아시안게임에 사용되는 한반도기가 현재 남북 양측이 인정하고 있는 공식 단일기”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본땅도 아니고 한국땅에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소심한 처사다. 남북이 공동대처한다는 점에서 독도 표시와 같은 외교적 마찰은 많을 수록 좋은 일인데,정부가 일본 눈치를 너무 보고 있어 언제나 뒷통수를 맞는다.
白山 조선조 태종2년(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 대국도지도’는 한국사 최초의 세계지도다. 한·중·일과 중앙아시아, 유럽,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등까지 큰 손색없이 그려졌다. 다만 대양주와 남미·북미만이 제외됐다. 이같은 사실은 권근(權近)의 양촌집(陽村集)에 전한다. 석굴암 건축에는 피타고라스정리가 실용화 됐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을 한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는 각각 다른 변을 한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과 같으며 이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정리다. 석굴암은 입체기하학의 원리까지 활용한 걸작이라고 수학자들은 말한다. 태풍에 대한 관측도 삼국시대부터 이미 시작돼 고려∼조선조까지 계속됐다. 풍속, 풍향 등에 실험적 관찰이 있었다. 옛 기록에는 태풍을 풍이(風異)라고 불렀다. 다만 그 강도에 따라 나무가 뽑힐 정도의 풍이는 대풍, 이보다 더 강한 풍이는 폭풍이라고 했다. 전통한옥은 지진에 강한 매우 과학적이라는 실험 평가가 나왔다.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가 얼마전 지진시뮬레이터에 의해 전통한옥 기와집에 대한 인공지진 실험에서 7.0 강진까지 거뜬히 견뎌내는 것을 확인했다. 무거운 기와지붕을 받치는 튼튼한 목재 구조가 지진 에너지를 분산, 흡수하는 내진설계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기와집의 전통한옥이 아닌 초가집, 토탐집은 경우가 다르다. 8세기 중엽 신라 혜공왕 때 일어난 지진 기록 중 ‘땅이 흔들리고 민가가 무너져 깔려 죽은 자가 100인이나 됐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말한 민가란 초가집, 토담집을 말한다. 남산골(양반촌)에서는 기와장이 떨어졌다고만 기록됐다. 전통한옥은 이처럼 지진에 강하다. 지금의 시멘트 블럭집이나 벽돌집보다도 더 안전하다. 시멘트 구조는 누르는 힘엔 잘 견디지만 흔드는 힘에는 약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이토록 과학적인 생활을 했다. 비록 세계일주는 못했어도 세계지도를 그릴 줄 알고, 피타고라스정리가 뭣인지는 몰라도 실용화 할 줄은 알고, 기상학은 몰랐어도 태풍을 관측했으며, 지진의 원인은 몰라도 내진설계는 할 줄 알았다. 이는 이론과학이 아닌 경험과학의 지혜였던 것이다. 전통한옥은 건축미도 운치가 있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된 구조적 특징이 또 있다. 한옥의 광(廣)은 훌륭한 냉장고 구실을 했다. 전통한옥이 점점 사라져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져 간다.
白山 발해(渤海)는 중국 송화강 이남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국토를 이룩한 우리의 옛 왕국이다. 서기 699년 대조영(大祚榮) 등 신라에 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세워 926년 요(遼)나라에게 망할 때까지 227년동안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다.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가 도읍지였다. 연해주에선 아직도 발해시대의 기와 등 유물 유적지가 발견되곤 한다. 중국 흑룡강성박물관에는 발해 유물전시관이 따로 있다. 고구려에 이어 발해가 망함으로써 요령성 일원에까지 뻗쳤던 우리의 옛국토가 중국에 돌아가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중국땅의 고구려는 자기들 역사라고 우긴다. 발해도 자기 나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발해를 자기 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국권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얼마전 노태돈 서울대교수(국사학)는 중국 해성(海城)현의 옛 안시성(安市城)인 영성자산성(英城子山城)을 찾다가 공안원에 억류돼 필름까지 빼앗기는 곤욕을 치렀다. 안시성은 고구려 양만춘(楊萬春) 장군이 당 태종(唐太宗)이 이끈 대군을 궤멸한 대첩지다. 흑룡강성박물관에서는 한국사람이 발해 유물을 메모하는 것 조차 막는다. 고구려의 옛 땅이 중국땅이 되어 역사의 일부를 잃은 것도 안타깝지만, 발해 역사는 사료가 생소할 정도여서 송두리째 잃은 것같아 더욱 안타깝다. 평생을 발해사 연구에 몸바친 방학봉 전 연변대 교수는 “우리가 소홀히하면 발해는 남의 나라 역사가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그는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자신의 저서 ‘발해성곽’출판기념회에 참석키 위해 왔었다. 연변 돈화(敦化)현에 있는발해 3대 문왕(文王)의 딸 정혜(貞惠)공주의 무덤을 발견하는 등 발해의 화폐, 문화, 소를 이용한 농경법 고증 등에 독보적 업적을 쌓은 역사학자다. 비록 한반도마저 분단된 형편이긴 하나, 만주땅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차지한 넓고 넓은 국토를 누빈 선조들의 호연지기를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좋은 역사를 지닌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는 고구려와 발해사 연구를 위한 국내 학자의 현지실사 등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는 역사문화 외교에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선조가 이룬 문화유적지를 찾지도 못한대서야 후대로서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사극(史劇)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또한 근대사의 권력 투쟁따위 보단 고구려나 발해의 만주땅 활약을 무대로한 자랑스런 역동적 사실(史實)을 조명해야 할 것이다.
淸河 정부가 확정한 111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문제점 가운데 환경부문을 언급하였다. 내년도 환경부 배정 예산은 총 1조3천850억원으로 올해 1조4천336억원과 비교할 때 3.4%(486억원)가 삭감됐다. 환경부 예산은 낙동강 페놀사건 직후인 1993년 1천887억원에서 1995년 6천729억원, 1999년 1조1천536억원, 2001년 1조4천143억원 등으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환경은 점점 악화돼가는데 내년 예산이 줄었으니 환경보전 관련사업과 업무 등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하다. 우선 지방 상수도시설 개량 예산이 1천124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농어촌지역의 수돗물 공급 차질은 물론 수질 저하가 예상된다. 현재 상수도 시설이 없이 지하수를 음용하는 학교만도 전체 초·중·고등학교의 20%인 2천여개교애 달한다. 전남 완도, 진도와 강원 속초 등 만성 급수난 지역의 저수지 건설계획 역시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해 사업 자체가 백지화할 위기에 놓였다. 또 강원 영월·정선군 일대 동강유역 사유지 매입비도 40억원을 배정받는데 그쳐 생태계 보전지역 추가지정 사업을 난항을 겪게 됐다. 환경부가 난개발 집중지역의 사유지를 사들일 계획이지만 배정 예산은 전체 매입 비용(1천억여원)의 4%에 불과하다. 또 적조의 주요 원인인 내륙 오염물질 차단을 위한 연안지역 하수처리장 설치비용도 올해 1천591억원에서 1천36억원으로 축소됐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식이며 ‘균형’에만 집착했다. 긴축도 좋고 적자 예산 탈피도 좋지만 국민 1인당 세 부담이 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세금이 늘면 모든 지출을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 ‘알뜰예산’의 의미도 반감된다. 정부 예산안은 조만간 국회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대선에만 정신이 빠진 국회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넘어갈 것 같아 도통 안심이 안된다. 문제점만이라도 많은 예산안 가운데 환경예산 축소가 아니라 증액이 검토돼야 할텐데 걱정스럽다.
개구리 소년 白山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개구리 소년’ 5명 가운데 4명이 결국 유골로 돌아왔다. 동네서 3.5km 가량 떨어진 와룡산 중턱 해발 400m 지점에서 유골은 서로 엉킨 채 흙더미에 묻혀 있는 것을 도토리 줍던 50대 남자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그간 연인원 32만여명이 수색에 나섰음에도 지척에 두고 찾지 못했던 의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의문은 또 있다. 5명 중 1명의 행방이 우선 궁금하다. 왜 뒤엉켰으며 흙더미는 뭣인지도 알 수 없다. 타살이든 사고사든 참혹하고 비통스런 일이다. 다른데서 타살당해 무더기로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경찰은 사고사로 추정하고 있다. 또 1명의 유골이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보고 부근을 계속 수색 중이다. 와룡산 중턱은 보통 야산이 아닌 산중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데다 두려움은 더하고 배는 고픈 가운데 3월이어서 엄습하는 한기에 견디지 못해 서로가 몸을 의지한 체온으로 버티다가 추위에 지쳐 숨졌을 지 모른다. 어쩌면 흙더미에 깔려 생매장 당했을 수도 있다. 사태난 흙더미는 더많이 무너져 있던 것이 지난번 비로 많이 씻겨 내려가 비로소 발견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엔 ‘개구리 소년’ 아들을 찾다가 지친 어느 아버지가 병을 얻어 한을 풀지 못한 채 숨졌다. 유골 발굴 현장을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옷을 보고는 “내가 사준 체육복인데…” 하면서 통곡을 터뜨렸다. 소식을 몰랐을 적엔 생사라도 알았으면 했던 부모들이다. 그러나 주검으로 돌아온 이 마당에서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나마 유골을 수습하여 어린 원혼들을 달랠 수 있는 것도 불행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쉬운 것은 그 깊은 산중에 들어가도록 말리는 어른 1명이 없었을만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정확한 사인은 더 두고 보아야 겠지만 아무튼 ‘개구리소년’들의 주검이 안타까운 것은 다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너무 가엽기 때문이다. 허무한 것은 부모들 뿐만이 아니다. 지켜보는 우리들도 같은 심정이다. 남의 아이일지라도 위기에 처하면 관심을 갖는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외국인 단역배우 淸河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 출신 이다도시와 미국 출신 로버트 할리, 이탈리아 청년 브루노가 한때 국내 브라운관을 누비며 인기를 끌었다. 얼마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외국인은 나이지리아에서 온 티모시 어추바씨다. 무역업을 하러 한국에 왔다는 그는 능수능란한 우리말을 구사하며 KBS ‘세상의 아침’의 리포터로 활약중이다. 러시아 유학생 B씨는 KBS ‘명성황후’에서 ‘러시아공사’역으로 고정 출연했고 MBC ‘서프라이즈’의 ‘링컨 대 케네디’편에서 링컨대통령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이 코너에서 케네디 대통령역으로 출연한 외국인 역시 국내 모 대학원에 재학중인 불가리아 유학생이다. 이렇게 외국인 엑스트라의 출연이 늘고 있는 것은 방송사마다 MBC ‘타임머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BS의 ‘깜짝 스토리랜드’등 7∼8개의 재연 프로그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신기한 사건·사고의 재연을 소재로 삼다보니까 외국인 단역배우가 이들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들의 출연은 프로그램의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이 선호한다. 따라서 단역배우 활동은 한국에서 어렵게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아르바이트로 각광받고 있다. 돈도 벌고 다양한 한국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들끼리 프로그램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배역에 맞는 사람을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 외국인들을 각 방송사에 알선하는 업체까지 등장, 3∼4곳이 성업중이다. 출연료는 배역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4시간에 8만∼10만원선이다. 브루노의 경우 두시간짜리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고 70만원까지 받았다. 문제는 이들 활동의 상당수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티모시나 브루노처럼 전문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연예활동이 가능한 ‘E-6’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학비자나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사전허가없이 방송사에서 단역 배우로 활동할 수 없게 돼 있다. 전문적 알선 업체가 악덕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은데 ‘불법’이라는 것이다. 방송사 역시 이들 출연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구도 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
白山 발해(渤海)는 중국 송화강 이남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국토를 이룩한 우리의 옛 왕국이다. 서기 699년 대조영(大祚榮) 등 신라에 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세워 926년 요(遼)나라에게 망할 때까지 227년동안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다.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가 도읍지였다. 연해주에선 아직도 발해시대의 기와 등 유물 유적지가 발견되곤 한다. 중국 흑룡강성박물관에는 발해 유물전시관이 따로 있다. 고구려에 이어 발해가 망함으로써 요령성 일원에까지 뻗쳤던 우리의 옛국토가 중국에 돌아가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중국땅의 고구려는 자기들 역사라고 우긴다. 발해도 자기 나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발해를 자기 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국권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얼마전 노태돈 서울대교수(국사학)는 중국 해성(海城)현의 옛 안시성(安市城)인 영성자산성(英城子山城)을 찾다가 공안원에 억류돼 필름까지 빼앗기는 곤욕을 치렀다. 안시성은 고구려 양만춘(楊萬春) 장군이 당 태종(唐 太宗)이 이끈 대군을 궤멸한 대첩지다. 흑룡강성박물관에서는 한국사람이 발해 유물을 메모하는 것 조차 막는다. 고구려의 옛 땅이 중국땅이 되어 역사의 일부를 잃은 것도 안타깝지만, 발해 역사는 사료가 생소할 정도여서 송두리째 잃은 것같아 더욱 안타깝다. 평생을 발해사 연구에 몸바친 방학봉 전 연변대 교수는 “우리가 소홀히하면 발해는 남의 나라 역사가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그는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자신의 저서 ‘발해성곽’출판기념회에 참석키 위해 왔었다. 연변 돈화(敦化)현에 있는 발해 3대 문왕(文王)의 딸 정혜(貞惠)공주의 무덤을 발견하는 등 발해의 화폐, 문화, 소를 이용한 농경법 고증 등에 독보적 업적을 쌓은 역사학자다. 비록 한반도마저 분단된 형편이긴 하나, 만주땅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차지한 넓고 넓은 국토를 누빈 선조들의 호연지기를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좋은 역사를 지닌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는 고구려와 발해사 연구를 위한 국내 학자의 현지실사 등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는 역사문화 외교에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선조가 이룬 문화유적지를 찾지도 못한대서야 후대로서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극(史劇)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또한 근대사의 권력 투쟁따위 보단 고구려나 발해의 만주땅 활약을 무대로한 자랑스런 역동적 사실(史實)을 조명해야 할 것이다.
흡연자의 얼굴 淸河 사람은 누구나 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특히 용모와 피부를 아릅답게 유지하고 싶은 것은 모든 여성의 영원한 희망이다. 아름다운 용모와 피부를 간직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우선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흡연여성이라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어야 된다. 일반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피부가 거칠다. 건조하고 주름이 많다. 담배를 피우면 피부를 매끄럽게 유지시키는 피부 각질층의 수분과 비타민A 농도가 감소되고, 피부에 있는 모세혈관이 막혀 피부가 만성 허혈(虛血)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햇볕에 피부가 손상을 받는 광로화(光老化)도 촉진된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 남성의 광로화는 2.3배, 흡연여성의 광로화는 3.1배다. 담배를 피우면 피부를 탄력있게 만드는 탄력소의 결합도 파괴돼 피부가 더 쭈글쭈글해진다. 애연가들은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일반적으로 흡연자의 얼굴은 주름이 많을 뿐 아니라 눈이 퀭하고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인다. 입술과 잇몸에 회색빛이 감도는데 이를 ‘흡연자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이는 담배를 피울 때 입을 오므리거나 눈을 가늘게 뜨는 흡연자 특유의 버릇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 도심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워무는 젊은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술집이나 커피숍이 아니라 거리에서도 피운다. 예전에는 시골의 할머니들이 담배를 피웠으나 요즘은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의 흡연이 폭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전체의 흡연율은 감소 추세지만 20대 여성 흡연율은 1990년 1.5%에서 1999년 4.8%로 증가했다. 미성년인 여고생 흡연율도 8%나 된다. 남성도 흡연이 해롭다고 금연 캠페인에 호응하는데 가임 여성은 더욱 위험하다. 담뱃속 유해 성분은 핏속의 헤모글로빈과 달라붙어 태아에 대한 산소공급을 차단한다고 한다. 무뇌아, 선천성 심장기형 등 기형아의 출산 빈도가 높아진다. 기형이 생기지 않더라도 남자아이는 행동장애, 여자아이는 약물남용과 같은 정신적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담배 안피우면 간단히 해결될 것을 무슨 보약이라고 끊지 못해 미숙아 출산이나 사산 위험에 걱정하는가. 흡연은 여성 수정능력도 떨어뜨려 불임을 유발하며, 자연 유산이나 자궁외 임신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피부노화·주름살·기형아 출산을 부르는 여성흡연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흡연은 멋이 아니다. 노화의 지름길이다. 여성이 아름답고 건강해야 세상이 행복해진다.
중국산 양식활어 수입 白山 농협이 국산 농산물 애용을 권장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 구호는 참으로 절묘하다. 이치에 맞는 것이 정곡을 찌른다. 그러나 소비자가 신토불이를 이행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것은 중국산 농산물의 대거 상륙때문이다. 비록 국산 농산물이 값은 더 비싸지만 그래도 선호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 중국산 농산물의 국산화 둔갑이다. 유통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를 아예 않거나 원산지 표시를 허위로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산 상륙은 농산물에 국한하지 않아 수산물까지 크게 확대됐다. 하긴, 미꾸라지는 국내소비의 90% 가량이 중국산이란 소리는 벌써부터 있긴 있었다. 비단 민물 수산물에 한하지 않고 갯물 수산물까지 이젠 중국산이 판을 친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에서 양식한 중국산 활어 수입량이 지난해 1만3천961t으로 2년전인 1999년의 5천573t에 비해 2.5배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지난 6월말 현재 8천477t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천161t에 비해 18%가 늘었다. 국내 소비자가 횟감으로 즐기는 활어에 중국산 수입량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국내 양식 활어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활민어의 중국 산지가격이 kg당 2천∼2천500원인데 비해 우럭 국내 산지가격은 4천600원이다. 따라서 중국산 활민어의 국내 도매가격 역시 국산 우럭보다 kg당 600∼700원이 더 싸다. 이 때문에 국내 양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어나 우럭은 국산이 많지만 특히 활민어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자연산의 국산 활어회를 맛보는 것이 식도락가들의 소망이었다. 이젠 국산 자연산 활어는 고사하고 국내 양식활어회라도 제대로 먹으면 다행이겠으나 중국산 양식 활어가 판을 치니 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먹거리란 먹거리는 죄다 중국산 투성이로 어느새 우리의 식탁이 중국산에 점령 당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개방이란 이토록 무섭다. 물론 이 대신에 우리는 중국에 각종 공산품을 더 많이 팔고는 있지만 농수산물의 중국산 심화는 보통 일이 아니다. 신토불이를 이행하고 싶어도 중국산에 밀리는 세태가 됐다. 국내 어디서든 국산 활어회를 마음놓고 즐겼던 그런 시대는 영 갔는가싶어 그때가 그리워진다. 세상이 두렵도록 빠르게 달라져 간다. 수년 후엔 어떤 먹거리가 어떻게 변화할지 또 모른다.
IHO의 번복 白山 지난 8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한국과 일본의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동해지역에 대해 명칭표기를 않기로 결정한데는 김신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이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거나 아니면 표기없이 일본해 삭제를 일단 이끌어낸 것으로 동해 명칭찾기에 절반의 성공이었던 것이다. IHO의 결정은 1615년에 제작된 것으로 포르투갈 코인부라대학 도서관에서 발견된 지도에 동해를 ‘Mar coria’(한국해), 또 1440년께 이탈리아 수도사가 쓴 ‘몽골견문기’의 세계지도에 ‘동해’라고 표기된 옛날 지도 등 고문헌을 바탕으로 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고문헌 수십점을 수집키 위해 지난 25년동안 세계적인 유명 도서관 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뒤졌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영토 표기는 병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1974년의 IHO결의를 근거로 IHO사무국에 고문헌을 제출, 시정을 촉구한 것이 지난 2월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8월 IHO의 결정으로 절반의 성공을 하기까지는 김 교수가 주역이었고 정부는 조역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땅히 오는 11월말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내에 ‘일본해 표기삭제를 철회한다’는 지난 19일의 돌연한 IHO 번복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이로써 동해를 둘러싼 한·일 두나라의 표기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되레 불리한 입장이 됐다. 정부는 뒤늦게 IHO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하고 나섰으나 이미 버스 지난 뒤에 손드는 꼴로 사후약방문이다. IHO의 석연치 않은 번복도 문제이지만 정부 처사가 더 큰 문제다. 일본측의 큰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럼 일본이 로비를 펼동안 정부는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넋놓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뒤통수 얻어 맞고 나서 하는 말은 소용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사회다. 동해는 우리 영토의 집 마당이다. 집 마당이 남의 나라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일종의 주권 침해다. 일본해란 일제통치의 산물로 이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일본의 의도는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식민지 지배의 사고(思考)다. 국제사회에서 실로 창피하기가 이를데 없다. 뜻있는 백성(百姓)이 앞장서 간신히 되찾게 된 동해 명칭을 멍청하게 대처하다가 놓친 책임을 정부는 어떻게 질 것인 지 묻는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길래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인지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개방형 공무원 白山 박사공무원을 우습게 보는 공무원이 있는게 직급위주의 공직사회 풍토다. 업무와 무관한 학위가 아니다. 가령 업무에 관련한 박사공무원이 5급(사무관)이라면 일반적 4급(서기관) 공무원은 그를 부하로만 본다 .그가 5급일지라도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선 전혀 상관없이 대한다. 이러니 5급도 안되는 박사공무원은 2,3급 공무원이 수하대하듯 하는 것은 더 말할 게 없다. 연구직이나 전문직 공직사회에서 이런 경향이 특히 심하다. 꼭 박사가 아니더라도 업무기능이 특별히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면서도 직급은 낮을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일반직 고위공무원은 그의 직능 대우는 제쳐두고 직급으로만 군림하는 게 일반적 풍토다. 이러다보니 전문직 공무원, 그중엔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도 공직사회를 떠나는 사례가 적잖다. 전문직에 대한 처우도 불만스런 판에 일상적 대우조차 공무원 급수로만 대해 자존심을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방형 공무원, 즉 직위계약 임용은 이런 폐단을 막을 수가 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분석한 자료가 나왔다. 개방형 임용자 40명의 평균 연봉은 8천277만여원으로 일반직 1∼3급 공무원의 연평균 보수 7천55만여원보다 17.4%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연봉 1억원 이상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장, 과학기술부 국립중앙과학관장, 산림청 임업연구원장, 보건복지부 국립의료원장, 환경부 상하수도국장 등이다. 개방형 직위임용자들의 연봉은 해당부처에서 임용자의 직무수행 능력 및 경력과 민간보수 수준을 참작하여 결정한다. 개방형 공무원 임용은 유능한 전문가를 초빙한다는 게 취지다. 그러나 공무원의 승진 길을 막아 공직사회 사기를 위축할 우려가 있는 부작용 또한 없지 않다. 따라서 전문직에 국한해야 하는 제한성이 요구되나, 각종 연구직 등 전문직의 개방형 임용 필요성은 비단 고위 전문직에 한정돼 있는 건 아니다. 중하위 전문직 역시 개방하거나 개방 임용에 준한 처우를 검토해볼만 하다. 중앙인사위원회가 분석한 고위전문직 40명에 대한 업무능력이 성공적인지는 평가가 없어 잘 알수가 없다. 만약 별 성과가 없으면 인선을 잘못한 것이지 개방형 임용의 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淸河 고려의 마지막 34대 왕 공양왕(恭讓王·1345∼1394)은 이성계 일파의 손에 의하여 1389년 왕이 되었다가 1392년 이성계에게 쫓겨난 비운의 왕이다. 지난해말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왕릉골 마을에 있는 공양왕릉이 도굴된 것으로 알려져 큰 소동이 일었지만 나중에 도굴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공양왕릉은 고양과 강원도 삼척, 고성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느 능(陵)이 진짜인지 모르는 채로 서로 공양왕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고양시 왕릉골 마을 야산에는 공양왕과 왕비의 봉분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주위엔 조선초기 왕릉에 보이는 문인석과 무인석, 호석(虎石)이 자리잡고 있다. 1964년 국가사적 제191호로 지적됐다. ‘조선왕조실록’ 태종편에 ‘왕이 고려의 능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고양에 공양왕릉이 있다고 보고하자 왕은 묘에서 능으로 승격하도록 지시했다’라는 대목도 유력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고양시는 비석 탁본에서 ‘고려공양왕릉’과 ‘공양왕순비릉’이란 문구를 확인했다고 한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의 공양왕릉은 특별한 석물없이 4개의 봉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이 지역 유림에서 공양왕릉이라고 주장하는 봉분은 높이 6m, 둘레 30m로 다른 지역의 ‘공양왕릉’에 비해 월등히 크다. 강원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매년 4월 유림에서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있다. 공양왕 유배지이며 사사지(賜死地)였던 ‘궁촌리’라는 지명에 나오는 ‘궁’은 왕을 상징한다는 점도 제시된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야산 중턱에 있는 ‘공양왕릉’은 높이 1.2m, 둘레 5m의 작은 규모다. 비석도 전혀 없으나 공양왕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홍문관 박사 출신의 함부열이 왕이 시해된 뒤 아무도 돌보지 않자 남의 눈을 피해 시신을 삼척에서 수습해 고향인 고성으로 옮겨와 모셨다는 이야기가 후손 사이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함부열의 후손들은 현재도 자신들이 왕씨 일가와 함께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공양왕의 비참한 최후를 말해주지만 한 사람의 묘가 세 곳일 수는 없다. 아무래도 고양시에 있는 능이 ‘공양왕릉’일 것 같다. 경기도의 문화재 당국이 3개 시·군과 함께 정밀조사를 실시하여 진짜 공양왕릉을 확정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白山 자동차가 운행하는 시간보다 가만히 서서 기름을 태우는 정체시간이 훨씬 더 할 때가 많다. 교통혼잡비가 해마다 가중된다. 교통정체는 시내·시외고간에 신호등이 주범이다. 그렇다고 지금같은 도로구조에선 신호등이 없을 수도 없다. 가능하면 신호등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좋지만 장래적으로는 신호등이 아주 필요없는 도로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지상·지하 입체교차로를 두어 차량이 막힘이 없이 소통되게 해야한다. 이럴려면 지금의 신호등 주변의 땅이 대규모로 수용돼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실적 방법으로는 자가용 승용차의 박대다. 교통경찰관을 두어 버스같은 대중교통편이나 화물차를 우선적으로 통행케 하고 자가용 승용차 같은 건 틈틈이 통행시키는 방법이다.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하고 있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나가면 오히려 불편해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고들 말한다. 국내에서 이렇게 하면 자가용 승용차 소유자들의 반발도 있지만 이바람에 승용차 내수가 줄어 경제의 일각을 이루는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다. 참으로 난해한 것 중의 하나가 교통소통 문제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되는 것이 날아 다니는 방법이다. 꿈같은 시가지 비행방법이 현실화 해 가긴 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 ‘에어 택시’가 2년후 쯤이면 등장한다고 한다. 이클립스 항공사가 추진하는 ‘에어 택시’는 6인승 소형제트기로 동네 공항에서 이륙해 동네 공항에 착륙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험비행에 성공해 2004년부터 대중화 할 요량으로 벌써 500대의 주문을 받았다고 항공사측은 기염을 토했다. 마일당 비행 비용이 56센트에 불과해 경제성이 뛰어난데다가 조종이 쉽고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날아가는 배’를 개발, 내년부터 상용화단계에 들어간다. 한국해양연구원이 만든 4인승 위그선이 대당 1억5천만원에 판매된다는 것이다. 위그선이란 해수면 공기가 비행체를 떠받쳐 주는 것으로 해면 2m 높이에서 시속 120km로 비행한다. 인천 앞바다에서 시험비행을 마쳤으나 시화호에서 더 시험한 뒤 상품 제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에어 택시’는 그림의 떡이고, 국내의 ‘날아가는 배’는 값도 값이지만 해상용이지 육상용은 아니다. 결국 해가 갈수록 더욱더 심각해지는 교통체증을 면할 길은 우리에겐 정녕 없는 것일까. 어떤 단안이 내려져야 한다. 이대로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무대책 교통대책으로는 안된다.
白山 남북교류의 지속, 평화 공존을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국가안보 태세가 굳건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가 취약한 나라는 평화를 누리지 못한다. 동서고금을 통한 사실(史實)이 이러하다. 주한 미군의 필요성을 이점에서 인정한다. 주한 미군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의 균형에 역할이 있다. 부시 행정부의 패권주의는 물론 거부하나 부시의 패권주의와 주한 미군의 역할은 문제가 다르다.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은 관철돼야 할 현안이지만 이 또한 주한 미군의 역할과 혼돈해서는 안된다. 경의선 등 연결공사를 위한 비무장지대(DMZ)의 남북간 군사보장 조치가 타결된 것은 1953년 휴전이후 실로 반세기만의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이는 상징적 평화의 시작이지 실질적 평화의 정착은 아니다. 상호 신뢰가 가능한 평화 구가는 아직도 길이 멀다. 모처럼 싹튼 먼 평화의 길을 무사히 도달하여 평화고착의 결실을 갖기 위해서도 방어적 안보태세가 굳건해야 한다. 미군의 탱크 통과를 위한 교량 보강 공사의 필요성을 이같은 맥락에서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다. 중량 40t 이상의 통행이 금지된 도내 북부지역 교량 112개소를 62t의 탱크가 지나갈 수 있도록 보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나 이 또한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는 국가안보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에 국가 안보를 위한 보강공사비를 부담시키려는 것은 심히 당치않다. 정부는 경기도 관리교량 36개소는 도가 맡아 2004년 1월부터 시작해 2005년 10월까지 112개 교량에 대한 보강공사를 마칠 요량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경우가 아니다. 도 관리교량 공사비만도 약 2천억원이 소요된다. 교량 보강공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작전지역이 넓어진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의한 것으로 이 협정은 지난 봄에 한·미 두 나라가 맺었다. 국방부와 미군측이 부담키로 된 공사비를 정부가 건교부를 통해 국방부 부담의 일부를 도 관리교량을 이유로 들어 자치단체에 떠맡기려는 것은 지방재정법에도 없는 일이다. 경기도는 이미 도로법에 의한 선의의 공공단체 관리의무를 다 하고 있다. 작전상 국가가 필요로 하는 관리의무는 당연히 국가에 귀속된다. 정부는 예산집행의 혼선을 강행해선 자칫 지역주민의 엉뚱한 반미감정을 유발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