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양식활어 수입
白山
농협이 국산 농산물 애용을 권장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 구호는 참으로 절묘하다. 이치에 맞는 것이 정곡을 찌른다. 그러나 소비자가 신토불이를 이행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것은 중국산 농산물의 대거 상륙때문이다. 비록 국산 농산물이 값은 더 비싸지만 그래도 선호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 중국산 농산물의 국산화 둔갑이다. 유통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를 아예 않거나 원산지 표시를 허위로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산 상륙은 농산물에 국한하지 않아 수산물까지 크게 확대됐다. 하긴, 미꾸라지는 국내소비의 90% 가량이 중국산이란 소리는 벌써부터 있긴 있었다. 비단 민물 수산물에 한하지 않고 갯물 수산물까지 이젠 중국산이 판을 친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에서 양식한 중국산 활어 수입량이 지난해 1만3천961t으로 2년전인 1999년의 5천573t에 비해 2.5배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지난 6월말 현재 8천477t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천161t에 비해 18%가 늘었다.
국내 소비자가 횟감으로 즐기는 활어에 중국산 수입량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국내 양식 활어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활민어의 중국 산지가격이 kg당 2천∼2천500원인데 비해 우럭 국내 산지가격은 4천600원이다. 따라서 중국산 활민어의 국내 도매가격 역시 국산 우럭보다 kg당 600∼700원이 더 싸다. 이 때문에 국내 양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어나 우럭은 국산이 많지만 특히 활민어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자연산의 국산 활어회를 맛보는 것이 식도락가들의 소망이었다. 이젠 국산 자연산 활어는 고사하고 국내 양식활어회라도 제대로 먹으면 다행이겠으나 중국산 양식 활어가 판을 치니 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먹거리란 먹거리는 죄다 중국산 투성이로 어느새 우리의 식탁이 중국산에 점령 당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개방이란 이토록 무섭다. 물론 이 대신에 우리는 중국에 각종 공산품을 더 많이 팔고는 있지만 농수산물의 중국산 심화는 보통 일이 아니다. 신토불이를 이행하고 싶어도 중국산에 밀리는 세태가 됐다. 국내 어디서든 국산 활어회를 마음놓고 즐겼던 그런 시대는 영 갔는가싶어 그때가 그리워진다. 세상이 두렵도록 빠르게 달라져 간다. 수년 후엔 어떤 먹거리가 어떻게 변화할지 또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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