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
지난 9월29일 오후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旗)’를 앞세우고 공동으로 입장, 박수갈채를 받았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한반도가 펄럭이는 한반도기 아래 이뤄진 남북 공동입장은 성화 점화와 함께 가장 관심을 모은 부산 아시안게임의 하일라이트였다. 이번 공동 입장이 관심을 모은 것은 ‘단일기’의 상징적인 의미가 가장 잘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1963년 1월 스위스 로잔체육회담에서 처음 거론된 남북 단일기 사용은 1989년 10월 판문점 체육회담을 거쳐 1990년부터 1991년 2월까지 4차례 열린 판문점 회담에서 최종 결정됐다. 남북은 이 회담에서 1991년 제41회 지바(일본)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와 제6회 리스본(포르투칼)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 단일팀·단일기로 참가하기로 합의, 마침내 실현했다.
한반도와 제주도 지형이 그려진 단일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동쪽 끝 외딴 섬인 ‘독도’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체적으로 북한 응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지역 90여개 시민·사회단체연합의 통일아시아드시민연대 산하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제작,배포한 한반도기에 독도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호응을 받았다. 북한 응원단이 선보인 한반도기에도 독도가
‘한 점 ’으로 표시돼 있어 같은 민족임을 피부로 느끼게 하였다. 지난 28일 만경봉호를 타고 대포항에 입항한 북한 응원단의 한반도기가 대형을 비롯해 소형 수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도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가 만든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없어 특히 부산시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한반도기에 독도가 없는 것은 남북한 합의사항 ”이라고 부산시는 말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난이 더 높다.그러니까 독도 표시는‘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도 “부산 아시안게임에 사용되는 한반도기가 현재 남북 양측이 인정하고 있는 공식 단일기”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본땅도 아니고 한국땅에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소심한 처사다. 남북이 공동대처한다는 점에서 독도 표시와 같은 외교적 마찰은 많을 수록 좋은 일인데,정부가 일본 눈치를 너무 보고 있어 언제나 뒷통수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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