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도록... 경기도내 공공도서관 절반 이상 '법 위반' [집중취재]

경기도 공공도서관 절반 이상이 장(長)으로 '사서직'이 아닌 '행정직'을 임명, 도서관법을 위반하고 있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91년 이후 도서관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운영을 총괄하는 관장에는 사서직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서직은 도서관 및 자료실, 정보기관에서 문헌을 수집·정리·보관하는 전문 직종을 말한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다시 반납을 받는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 운영과 도서관 업무에 관한 제도의 조사 연구 등도 한다. 사서직 공무원은 국가직, 지방직, 군무원 등으로 채용되는데 국가직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지방직은 지방자치단체 운영 도서관, 군무원은 군부대 내에 있는 도서관이나 자료실에서 사서로서 업무를 수행한다. 지방공무원임용령상 사서직은 행정직, 기술직, 농업직 등 공무원 직렬의 하나다. ■ 도내 공공도서관, 51.1% 비사서직 관장…전문성 부족 지적 그러나 경기일보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2022년 공공도서관 통계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도내 공공도서관 297곳 가운데 152곳(51.1%)에서 사서직이 아닌 다른 직렬의 공무원이 관장을 맡고 있었다. 포천시는 가산도서관 등 8곳의 공공도서관을 운영 중이지만, 교육청이 운영하는 경기포천교육도서관을 제외한 지자체 운영 공공도서관 7곳은 관장 중 단 한명도 사서직이 없는 실정이다. 의왕시도 포일 어울림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4곳 모두 비사서직 관장을 발령내 운영 중이다. 의왕시의 경우, 의료기술직 공무원이 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양평군과 이천시에서는 농업직과 공업직 출신이 공공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는 등 도내 31개 시·군 대부분이 도서관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공공도서관 관장이 ‘사서 자격증’마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비사서직 관장 152명 가운데, 사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관장은 12명(7.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서관장을 비(非)사서들이 맡게 될 경우 운영 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문 한국도서관협회 정책기획팀장은 "공공도서관 운영의 취지와 목적을 생각하면 문헌정보학 전문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도서관서비스의 목적과 임무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사서가 관장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사서직 관장의 우수한 사업성 관련 연구결과들에서도 사서직 관장 보임을 강제한 현 '도서관법'의 당위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 나은 상황에서 일할 수 있기를” 사서들 불만 속출 경기도내 공공도서관 둘 중 한 곳이 사서가 아닌 관장을 임명, 이는 공무원의 인사 적체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내부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지자체의 사서직 공무원 A씨는 "도서관 서비스 활성화나 프로그램 개발 등 도서관 발전을 위해 일하는 행정직 관장은 보기 드물다"며 "관계법을 무시하면서 빚어지는 인사적체로 공직자 사기저하와 소외감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지자체의 사서직 공무원 B씨는 "보통 퇴직을 앞둔 분들이 오셔서 1년 반에서 2년 정도 쉬어가는 자리로 생각한다"며 "도서관 발전을 위해 관장으로 전문성 있는 분들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서관법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자체 사무라는 이유에서 사서직 관장 임용을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도서관법상 비사서직 임명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하라는 등의 도서관법 준수 요청 공문을 각 지자체에 주기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지자체를 보조하는 공모사업에서 지원기관을 선정할 때 법률 준수 여부에 따라 제약을 두겠다"고 전했다. ■ 수십년째 이어진 관행, 개선 없이 반복 이러한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직사회의 인사 운영이라는 구조적·제도적 모순 때문이다. 이 중심에는 지자체의 조직 및 인사운영의 근거 중 하나인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시행규칙’이 있다. 10일 경기일보가 도내 31개 시·군의 조례 및 시행규칙 등을 확인한 결과, 30개 시·군(화성시 제외)에서 공공도서관장에 사서직이 아닌 행정, 기술 등 타 직렬 공무원의 임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안양시 석수도서관과 평촌도서관의 경우, 지방사서사무관뿐 아니라 지방행정사무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정부와 포천, 안산 등 다른 지자체도 공공도서관장에 사서직이나 행정직 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등 시설직이나 농업직이 도서관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자치법규를 운영 중이다. 결국 지자체가 도서관법을 위반하는 내용의 자치법규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 ‘평생학습 시대’ 도서관 중요성 높아져, 전문가 필요 이에 따라 사서직 공무원뿐 아니라 도서관 전문가, 학계 등에서는 공공도서관장 임명에 도서관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비사서직 공무원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사서직 관장이 근무할 경우, 우수한 사업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한국문헌정보학회지에 실린 ‘공공도서관장의 리더십 역량수준 측정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사서자격증 보유여부에 따른 공공도서관장 리더십 역량수준이 유의한 차이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5월 전국 지자체에 도서관법 준수요청(사서직 관장 임명 및 법정 사서배치) 공문을 보내는 등 수시로 사서직 관장 임명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도 과거(지난 2007년) 행정자치부(현 행안부)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에서 도내 27개 시·군에서 도서관법을 위반한 자치법규를 운영 중이라고 지적한 뒤 자치법규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도서관 발전 및 국민도서 진흥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 목적으로 제정된 '도서관법'의 입법취지와 상이하게 공공도서관 관장 보직 직렬을 규정했다"며 "도서관 관장의 보직을 승진이 적체된 지방행정직 등의 인사관리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의 자치법규를 개정하고, 공공도서관의 관장 보직업무에 대한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 지자체 “비현실적인 법”…방안 모색해야 일선 지자체에서는 도서관법이 공직사회 전반적인 인사·조직 운영의 특수성이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사서직의 경우, 시·군 공무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적은데다 공공도서관장을 무조건 사저직에서 임명할 경우, 승진 인사시 직렬별 형평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9급으로 임용 후 15년에서 20년, 또는 그 이상의 근무기간을 거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현실에서 4~6급인 공공도서관장을 사서직으로만 임용할 경우, 다른 직렬보다 훨씬 더 빠른 승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군 인사 담당자들은 "작은도서관 관장 자리만 해도 보통 15년에서 20년 경력인 6급공무원이어야 가능하다"며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인력 운영 어려움이 있어, 복수 직렬을 배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지자체 인사·조직운영의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김기헌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서직 공무원이 도입된 지 20년 정도 밖에 안돼 도서관장을 할 정도의 직급이 높은 사서직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전문성을 지닌 사서를 외부에서 뽑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인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노인학대 매년 수천건… ‘헉헉’ 전담인력 멍든다 [집중취재]

경기도내 매년 수천건의 노인학대가 발생하고 있지만 학대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심한 학대 사례 관리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기관 및 개인으로부터 노인학대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 방문·내방 상담, 학대 예방 활동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상담 업무 역시 접수·진행 상담, 종결상담, 사후관리 등 단계별 업무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노인보호 전문기관은 도내 수원, 성남, 부천, 고양, 의정부 등 권역별로 5곳에 위치해 있으며 기관 당 최소 5개 지역에서 최대 7개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학대 건수에 비해 전문기관 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도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1천855건, 2019년 2천151건, 2020년 2천427건, 2021년 2천732건, 지난해 3천5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내 노인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전문기관 내 노인학대 신고 사례를 관리하고 상담 및 현장조사를 하는 인력은 전문기관 별 9명씩 배치돼 45명이 전부다. 지난해 기준 기관 내 상담 인력 1명이 약 67건의 노인학대 사례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대 관리자들은 세세한 사례 관리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노인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사례가 방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례 1건 당 현장 점검, 학대 판정을 위해 최소 4시간이 소요된다”며 “학대 신고 건수는 많지만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며칠 밤을 꼬박 새워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례를 질적으로 신경쓰지 못할 때도 다반사다. 특히 학대 유형이 다양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급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부분의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수년째 이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인력 증원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문기관 내 인력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꾸준히 인력 증원을 요청 중”이라고 전했다.

가해자·피해자 분리 쉼터 경기도 세 곳뿐… 노인보호 ‘한계’ [집중취재]

노인학대 신고 후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 격리를 위한 경기도내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가 존재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는 학대 행위자로부터 학대피해 노인을 분리시켜 보호하고 심신 치유 프로그램,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한다. 학대피해 노인이 입소를 희망하거나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피해 노인의 동의 하에 입소를 요청할 수 있다. 쉼터 입소기간은 4개월이며 1회(2개월) 연장이 가능해 최대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경기도내 전용쉼터는 지난 2011년 의정부와 부천에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10월 용인에도 마련돼 총 3곳이다. 의정부와 부천의 쉼터에는 국비와 도비 50%씩 총 2억3천6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으며 용인의 경우 도비로만 3억2천만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용쉼터는 3곳뿐으로 매년 수천건 발생하는 학대피해 노인 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4개의 쉼터가 마련된 아동학대 사례와 비교해도 터무니 없이 적은 수다. 더욱이 이들 전용쉼터 정원은 한 곳당 5명씩으로 총 15명의 학대피해 노인만 수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 학대피해 노인 누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 설치를 확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대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전용쉼터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노인 관련 시설은 늘어나고 있지만 학대 예방 체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를 즉각 격리시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쉼터 증원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쉼터뿐만 아니라 노인학대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용인에 위치한 쉼터의 경우 경기남부지역 관할 쉼터가 없어 만든 것”이라며 “쉼터가 부족할 경우 노인보호전문기관 등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해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쉼터를 추가 마련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 3년… 디지털 성범죄 되레 늘었다 [집중취재]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경기지역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책의 일환인 ‘n번방 방지법’이 제대로 적용되는 경우도 드문 데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 규제 사각도 여전해 디지털 성범죄 근절까진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이다. 23일 경기남·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지역 ‘디지털 성범죄 발생률’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의 경우 총 4천568건이 발생했다. 이는 2021년(2천951건)과 2020년(1천963건) 대비 각각 54.79%, 132.71%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대면 범죄인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2020년 1천429건, 2021년 1천582건, 지난해 1천761건 등으로 연평균 100건 이상씩 증가했다. 비대면 범죄인 ‘통신매체 이용 음란’ 역시 2020년 534건에서 2021년 1천369건, 지난해 2천807건으로 폭증했다. 디지털 성범죄로 검거된 인원 또한 성인과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고,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천871명에 그쳤던 디지털 성범죄 검거 인원은 2021년 2천751명으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엔 4천325명으로 불어났다. 텔레그램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을 계기로 ‘n번방 방지법’을 시행한지 만 3년이 다 돼가지만 범죄가 줄긴 커녕 도리어 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5월 국회를 통과,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은 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포괄한다. 벌금형 삭제 등 성착취물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게 핵심이다. 다만 그동안 n번방 방지법이 제대로 적용된 경우가 극히 드물어 오히려 시행 이전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이 지난 2021년 1~6월 성폭력처벌법 위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은 n번방 방지법 적용 사건이 79.4%로 구법 적용 사건보다 3.2% 더 많았다. 같은 기간 내에 선고받더라도 범죄 발생 시기에 따라 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n번방 방지법 시행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구법이 적용된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는 플랫폼이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라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텔레그램은 러시아 개발자가 2013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본사 등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해외엔 한국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아 운영사 측의 협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텔레그램은 한국 수사기관의 수사 협조 요청에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여전히 관대한 면이 있다”며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수사·처벌 측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다서다 시속 30km… 제1경인 고속도로 “고속道 기능 잃은 지 오래” [집중취재]

“말만 고속도로지, 매일 차가 막혀요. 이런데도 통행료를 받는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10일 오전 7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인근 제1경인고속도로. 서울·인천 양방향이 출근하는 차들로 가득찬다. 고속도로는 차들의 평균 속도가 시속 약 30㎞에 불과하다. 잠시 뒤 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아예 멈춰 서기도 한다. 특히 인천요금소(TG)를 지나는 화물차들은 줄을 길게 늘어선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김은호씨(30)는 “고속도로면 시속 100㎞로 달려야 하는데, 이건 뭐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라며 “벌써 십수년 동안 이런 상황이라, 이젠 통행료가 아깝다”고 말했다. 제1경인 인천 구간의 교통체증이 출퇴근 시간마다 반복, 사실상 일반 도로로 전락했다. 이런데도 인천시민들은 여전히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고 있어 통행료 무료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제1경인의 출퇴근 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0~36㎞이다. 구간에 따라 교통체증이 심한 곳은 명절 귀성길을 방불케 한다. 특히 제1경인 기점인 서인천나들목(IC)은 진입 차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있다. 인근에 청라국제도시와 루원시티 등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제1경인 무료화는 물론 교통체증을 완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민선 8기 들어 국토교통부에 제1경인 무료화를 건의했다. 인천시는 제1경인 서인천IC~신월IC의 13.45㎞ 구간 회수율이 259.6%, 즉 건설투자비 3천4억원을 초과한 1조4천716억원을 통행료로 걷은 만큼 무료화가 타당하다고 본다. 유료도로법 제16조에는 통행료의 총액이 건설유지비 등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인천시의 무료화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제1경인을 무료화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게 이유다. 국토부는 2개 이상의 유료도로를 통합 운영하는 통합채산제를 적용, 1968년 개통 이후 현재까지 55년째 통행료를 계속 받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도로의 무료화는 불가능”이라며 “현재 흑자 노선의 이익으로 적자 노선의 유지 보수 등을 해오고 있는데, 이 같은 정책에 차질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명절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고속도로 무료화를 추진하지 않느냐”라며 “제1경인도 출퇴근 시간마다 고속도로 기능을 잃는 만큼,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제1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새로운 전략’ 급부상 [집중취재]

인천시의 제1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요청에 국토교통부가 거부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인천지역 안팎에선 국토부를 설득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제1경인 무료화를 위한 논리의 핵심은 유로도로법 제16조 ‘통행료의 총액이 건설유지비 등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현재 제1경인은 회수율이 259.6%에 이른다. 그러나 통행료의 총액이 건설비를 초과했을 때에 대한 후속 조치나 강제 조항이 없는 등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통합채산제를 적용, 계속 통행료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가 지역 국회의원 등과 힘을 모아 유료도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 인천지역 현안으로 확산시켜 제1경인 무료화를 위한 법 개정을 선거 공약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동·미추홀갑)은 “경인고속도로를 무료화할 수 있도록 유료도로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유로도로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시가 타 시·도와 공동으로 국토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울산시도 지난 1969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의 울산~언양 구간이 건설비와 유지비를 제하고도 1천억원 이상의 초과수익을 냈다며 국토부에 통행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구간은 제1경인에 이어 2번째로 회수율 250%를 넘겼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단순히 인천의 주장을 국토부에 건네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며 “법 개정 및 울산시와 공동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가 통합채산제로 제1경인의 통행료를 계속 받는 꼼수를 차단하려면, 인천시민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제1경인 무료화를 이뤄내기 위한 논리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며 “국회의원을 통해 적극적인 법 개정에 나서는 한편, 울산시와의 공동대응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이버 전쟁’ 공격 막을 방패... 경기도, 서울의 절반 [집중취재]

서버 침입을 통한 성적 유출·북한발 해킹 시도 등 최근 국내외 ‘사이버 공격’ 사태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지만, 경기도의 보안 투자·인력 육성 의지에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서울시와 유사한 책임 규모를 떠안고도 관련 예산과 인력은 반 토막 수준이기 때문이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국가 사이버 안전관리 규정’ 등을 근거로 지난 2009년부터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해 왔다. 해당 규정에는 사이버 보안 기구 설치·운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는 국가정보원의 사이버안전센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도의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바이러스에 즉시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의 예산·인력은 담당해야 하는 보안 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도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77곳(본청·북부청 등)으로 서울시 76곳(본청·사업소 등)과 비슷한 규모인데, 대등한 책임 범위를 지니고도 관련 예산과 인력 규모는 절반에 그쳤다. 먼저 예산의 경우 도와 서울시의 격차가 극명했다. 도는 ‘사이버침해대응센터 보안관제 용역’ 사업비에 올해 본예산 10억1천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서울시는 17억4천만원으로 도의 1.7배에 달한다. 게다가 도의 관제 인원 11명도 서울시 20명 대비 반 토막이다. 도와 공공기관, 일선 시·군의 행정망 및 인터넷망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상주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매년 4천여건의 보안 위협을 감당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침해사고대응전문가는 2명에 불과해 지능화·고도화되는 위협을 신속히 조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앞서 도교육청의 성적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기밀정보 유출에 대한 도민 우려는 현실화됐다. 도교육청이 도의 관제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보안 사건·사고의 도내 피해 사례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는 지난 2월18일 도교육청 학력평가시스템 서버에 무단 침입해 지난해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성적 등 정보 27만여건을 탈취한 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 관계자는 “서울시에 비해 사이버 보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 역시 상시 보안관제 운영을 통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확보하고 있다”며 “사이버 공격에 따른 도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이버 침해·재난 신속 대응... 공간·장비 ‘이중화’ 필요하다 [집중취재]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에 대한 투자·인력 규모가 열악한 가운데, 도 본청과의 ‘분리 운영’을 향한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침해 및 물리적 재난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망 분리뿐 아니라 공간·장비 이중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현재 경기도청 구청사 전산실 내부에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면적 40㎡ 규모의 센터 내부에는 업무를 처리하는 본장비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예비장비가 함께 위치해 각종 문제 발생 시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서울시는 본청과 분리된 곳에 면적 82㎡의 사이버안전센터를 갖추고 있다. 인력·장비 역시 본청과 일부 이중화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킹과 같은 보안 사고뿐 아니라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의 신속한 수습을 위해서는 투자·인력 확대와 함께 주요 기밀정보에 대한 이중화 검토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분리 운영은 사이버 보안 사건·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화재와 같은 재난 발생과 관련된 대응 방안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이 같은 재난이 사이버 보안 사고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도 차원의 대안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도와 서울시의 예산과 인력이 큰 격차를 보이는 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며 “도의 관제 범위에 드는 일선 시·군의 규모, 인구 수, 인터넷 사용률 등을 감안해 합당한 투자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모든 정보에 대한 이중화는 어렵겠지만 민감 정보를 다루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이중화가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기밀 정보에 대한 시스템 및 장비 이중화 또는 센터 자체를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시스템 관리 체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사이버 침해에 대응하는 전문인력을 늘리고 적절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내년 말쯤 구축되는 통합데이터센터에서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후 통신관제실과 통합유지보수실, 침해대응센터 세 곳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보안 및 장애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너지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민관협치 퇴행… 도민과 道政 동행 ‘빨간불’ [집중취재]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경기도민의 정책 참여도’를 나타내는 각종 성과지표가 퇴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다양한 민·관 협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책 등에 도민 참여가 크게 줄어 도정 전환을 이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9년 ‘경기도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제1차 경기도 민관협치 활성화 기본 계획(2020~2023년)’을 발표하는 등 도민과의 소통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문제는 협치 친화적 도정을 뒷받침할 굵직한 정책들과 관련된 도민 참여도가 퇴보하고 있다는 데 있다. 먼저 ‘민관협치형 주민참여예산’이 대표적이다. 이는 주민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숙의·토론 과정에서 도민의 참여 없이도 내부 검토를 거쳐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지역지원형·도정참여형 주민참여예산’과 달리, 검토 과정에서 도민의 참여가 필수인 만큼 의미가 깊다. 하지만 민관협치형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연도별 도민 제안 건수는 2020년 105건(선정 19건), 2021년 71건(선정 24건), 지난해 46건(선정 16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3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경기도민 정책축제’를 통해 도민의 제안이 정책화된 부분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연도별 정책화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 11건, 2020년 9건, 2021년 6건 등이다. 지난해의 경우 심의 과정에 있으며, 단순 제안을 제외하고 최종 단계까지 논의된 도민 제안 건수도 같은 기간 매년 16건, 15건, 10건으로 줄었다. 이에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주민자치가 구현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가 연도별 실행 계획과 신규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당초 취지인 도민과의 소통을 확대시키지 못하면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올해에는 도 민관협치위원회를 확대하고, 도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사업을 강화해 실질적인 민·관 협치 체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도민 참여가 줄어든 부분이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며 “협치역량평가제도 등의 내부 평가뿐 아니라 도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시·군 3곳 중 1곳만 ‘민관협치 활성화 조례’ 제정 [집중취재]

민관협치 정책 실현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내 지자체 3곳 중 1곳만이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도를 중심으로 협치 도정을 활성화시킬 중간 조직의 역할을 강화, 정책적 연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올해 4월 기준 ‘민관협치 활성화 조례’를 제정한 곳은 11곳뿐이다. 수원·용인특례시, 광명·군포·성남·안산·안양·파주·평택·하남시, 양평군이 해당된다. 조례에는 각 지자체가 정책 기획부터 집행, 평가 과정까지의 시·군민 참여를 보장하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에서도 민관협치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10곳, 민관협치위원회 전담부서를 운영 중인 곳은 7곳이다. 시·군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설립된 곳도 5곳에 그쳤다. 조례 제정 이후에도 민관협치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 논의와 실행을 이끌어갈 조직을 구축하진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도와 지자체 간 협치 역량을 강화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장은 “도민이 행정 수혜자에 머물지 않도록 적극적인 참여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도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제도적 기반을 탄탄히 갖춰야 한다”며 “기존의 민관협치 정책을 분석하고, 중복적인 요인은 제거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와 마찬가지로 시·군은 시민단체와 마을공동체가 혁신적인 의견을 제안하고, 합당한 시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괄적인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도민의 정책 참여도를 높일 연령층·지역별 대책 마련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유현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기도가 다양한 민관협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도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젊은층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 등에 친숙한 만큼 연령층에 따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도가 시·군의 조례 제정이나 이후 정책 실행 과정에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도정의 주인인 도민 누구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군과의 협력을 긴밀히 하고, 컨설팅 등 도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주차 지옥’ 인천 남동산단, 주차장 확보 난항 [집중취재]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가 20여년이 지나도록 주차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차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큰 공원 지하와 2유수지 상부에 대규모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인천시와 남동구,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본부 등에 따르면 구는 최근 시에 남동산단에 있는 유수지근린공원, 복지근린공원, 염골근린공원 총 3곳의 소규모 공원의 일부 공간을 주차장으로 바꾸기 위한 용도변경을 건의했다. 구는 이를 통해 142면의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는 현재 남동산단의 공원 등 녹지 비율이 법적 기준치에 근접, 용도변경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토교통부의 산업입지개발 지침 제14조는 3㎢ 이상의 산업단지에는 10% 이상의 녹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남동산단의 녹지 비율은 10.2%에 불과하다. 특히 시의 남동산단에 대한 주차장 추가 확보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시는 남동산단 재생사업 등을 통해 지식재산센터, 즉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 구조고도화를 이뤄내며 지하주차장을 추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식재산센터에 많은 기업들이 들어가는 만큼, 순수하게 늘어나는 주차장은 많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남동산단에는 지난 4월 기준 7천846개의 기업에 근로자 8만4천70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는 현재 남동산단 내  불법 주차는 1일 1만여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선 시와 구의 이 같은 주차장 확보 계획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노상주차장의 추가 설치나 근무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통근버스 확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공유자전거 등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시와 구가 아예 대규모 공원의 지하 공간이나 2유수지 상부 공간 등에 대형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석진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공원 지하나 유수지 상부에 많은 주차면이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어야 남동산단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차 문제 등 남동산단의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기업도 잘 돌아가는 것”이라며 “남동산단의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을 위해선 주차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성길 산단공 인천본부장은 “현재 남동산단의 구조고도화 사업 등과 연계한 공용주차장 조성 등 주차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와 남동산단의 근린공원 6곳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슈퍼 엘니뇨 온다는데 또 산사태 날까 ‘비상’ [집중취재]

올여름 ‘슈퍼 엘니뇨’에 따른 많은 강수량, 태풍 위력 증대가 예고되면서 경기도내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집중 호우, 태풍으로 발생한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데 더해 기상청이 평년 대비 많은 강수량과 국지성 호우를 예측,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 9월 도내 산사태 피해 면적은 92.62〈E37B〉로 최근 10년간 누적 피해 면적(382.79〈E37B〉)의 24.2%가 집중됐다. 지난해 8, 9월 호우와 태풍에 20개 시·군이 크고 작은 산사태를 겪은 것이 주 요인으로, 특히 산사태 취약 지역이 밀집한 양평, 광주, 가평, 여주 등지에 피해가 몰렸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지난달 기준 도내에는 2천260곳의 산사태 취약 지역이 있는데 △양평 348곳 △광주 313곳 △가평 302곳 △여주 196곳 등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4개 시·군에 절반이 넘는 51.28%가 집중된 상태다. 도는 올여름에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산사태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3개월 전망’을 통해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강수량이 40%의 확률로 평년 대비 많을 것으로 예측해서다. 이어 태풍이 시작되는 8월의 경우 엘니뇨 현상이 대기 불안정, 국지성 호우를 불러올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 피해 복구율이 지난달 말 기준 75% 수준인 점도 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도는 7월 우기 전까지 복구 완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군별 산지와 민가 경계 부분, 사방댐(급류에 따른 토사 유출을 방지하는 댐) 등 산사태 피해 예방과 직결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심했던 지자체 사례를 취합해 시·군 회의를 통해 상황별 대처 방안을 공유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국지성 호우가 심화되면서 산사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피해 지역 복구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난해 피해를 복기, 올해 예상되는 피해에 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포천, 가평 등지에는 78㎜, 77.5㎜의 국지성 호우가 내렸으며 이날 오후 3시20분 기준 여주시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무분별한 산림 훼손 막아야... ‘산사태 되풀이’ 차단 [집중취재]

매년 우기마다 반복되는 산사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산림 복원과 더불어 무분별한 산림 훼손을 규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택지 개발을 위해 형질 변경을 거친 뒤 지자체 허가 연장을 반복하며 방치되는 훼손림과 사유림 불법 전용으로 발생하는 훼손림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와 전문가 진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림청이 추산한 경기도내 불법 산림 훼손 의심지 면적은 1천338㏊로 여주·화성·평택·가평·이천 등의 순으로 훼손 의심 면적이 넓은 상태다. 경기연구원도 지난 2020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여주·화성·평택·가평 등이 높은 개발 압력 탓에 불법 산림 훼손이 심하다고 진단하며 무분별한 나지화와 절토, 불법 옹벽 설치가 토석류 발생 및 산사태 위험도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어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산지전용 수요가 급증하고 절토사면 하부에 거주하는 인구가 급증,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에는 도내 전체 산림의 72.7%를 차지하는 37만2천493㏊ 가 2015년부터 산지 관리 소홀로 소실,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의 1만5천173배에 달하는 1만834㏊가 훼손됐다고 집계했다. 여기에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은 지난 3월 “산사태 재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도의 자체 예찰 예산을 강화하고 산사태 방지 지원 등을 포함한 산림 재해 예방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개발로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산지와 불법 전용되는 사유림을 적극 관리, 산사태 주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운동가이자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인 최병성 목사는 경기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여주·용인지역 등의 특징은 산불 방지를 위해 산림에 낸 인도, 개발을 위해 산림을 절토·나지화 한 뒤 방치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목사는 “개발 또는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형질을 변경하고 방치하거나 불법 전용한 산지가 대규모 산사태 주 요인”이라며 “지자체의 엄격한 민간 산지전용 및 연장 허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지 전용 관리와 더불어 근본적인 산지 회복 대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경기일보에 “산사태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사방댐 보수 기간을 기존 해빙기 이후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주거지 근처 산림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토사를 잡아주는 근본적인 산림 회복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소·마을노무사 경기남부에 집중... 그늘진 북부 노동인권 [집중취재]

노동권 향상에 대한 경기도내 일선 시·군별 의지가 천차만별인 가운데, ‘노동상담소·마을노무사’ 등 현장 밀착형 노동정책이 남부권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인구 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제도에 대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북부 노동자들이 많아 도 차원의 균형 잡힌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도내 노동상담소는 22개 시·군 39개소다. 남부에는 15개시 26개소가 운영되고 있어 북부 7개시 13개소 대비 2배다. 이 가운데 민간위탁 2개소를 제외한 도 ‘시·군 노동상담소 운영지원사업’을 지원받는 6개소 모두 남부에 쏠려 있어 지역에 따른 서비스 이용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되는 지역은 시흥·이천·안성·평택·여주·의왕시다. 도내 마을노무사는 28개 시·군 120명이 위촉됐는데, 이 역시 북부지역인 가평·연천군, 동두천시에는 단 1명의 마을노무사도 활동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당초 내년 4월까지 활동할 예정이었던 북부지역 마을노무사 5명은 사무실 이전 등의 개인 사유로 해촉돼 이들의 공백에 따른 사안의 심각성을 더했다. 지역별로 해촉된 인원은 고양특례시 1명, 구리시 2명, 남양주시 1명, 의정부시 1명 등이다. 도는 이러한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인 ‘스마트 마을노무사 플랫폼 상담’을 시작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 이용률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당 사업의 상담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467건으로, 마을노무사 운영 성과인 1천818건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한 상황이다. 시행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사업 성과가 크지 않아, 서비스가 자리 잡기 전까지 지역에 따른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른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북부지역에도 노동상담소·마을노무사 운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부에 비해 북부 인구가 적은 것을 고려했을 때 수치 자체는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마을노무사 등 관련 정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는 북부지역이 있어 이 같은 편차를 해소할 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동 시간에 따른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스마트 마을노무사 운영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노동상담소의 경우, 권역별로 활동해 해당 시·군에서 이용이 어렵더라도 인근 지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마을노무사도 같은 상황인데, 현재 노무사가 없는 북부지역은 사무소를 개업한 인재가 없어 위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촉된 인원은 신규 위촉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매년 경기도내 1년 이상 미거주 4천여가구... ‘흉물 빈집’ 골칫거리 [집중취재]

경기도내 ‘빈집’이 미분양 주택 증가와 도심 단독주택 방치, 지방 인구 감소 등 삼중고를 겪으며 매년 전국 최다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이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채로 방치돼 미관 저해나 붕괴로 인한 안전 사고, 우범지역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빈집도 매년 4천여가구씩 집계되는 실정이다. 1일 경기도,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1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2021년 말 기준 도내 빈집은 24만2천가구로 집계됐다. 그해 전국 빈집 139만5천가구의 17.4%, 최다 비중으로 2016년(16만8천가구) 이후 매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빈집 수를 보였다. 특히 5년 전인 2016년(16만8천가구)과 비교하면 빈집이 44.3% 증가해 강원도(44.9%)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주택 총조사상 빈집은 기간에 상관 없이 조사 시점에 사람이 없는 모든 집이 대상”이라며 “경기지역의 경우 미분양 또는 미입주 주택 증가가 빈집 증대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내 일선 시·군이 1년 이상 사람이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음을 확인한 도시·농촌지역 빈집만 매년 4천여가구씩 집계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1년 이상 빈집은 도시 1천650가구, 농촌 2천454가구 등 4천100여가구로 전년(4천300여가구)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도시지역 빈집 1천650가구의 경우 아파트는 92가구에 불과했고 단독주택(1천1가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간단한 정비만 요구되는 노후도 1~2등급 빈집은 1천32가구에 불과했다. 남은 518가구 중 255가구는 상태가 매우 불량한 3등급, 263가구는 철거 또는 구역 폐쇄가 필요한 4등급으로 구분됐다. 농촌지역 빈집 역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안성시(487가구), 연천군(279가구), 평택시(298가구) 외곽지역 등에 주로 포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도와 일선 시·군에는 장기 방치된 빈집으로 인한 △마을 미관 저해 △동물·쓰레기 밀집에 따른 악취 △우범지역화 우려와 같은 민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매년 빈집 정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올해는 동두천시와 평택시 빈집을 대상으로 주차장 등 주민 공용공간 조성 시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또 빈집 정비 독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일선 시·군과 함께 정기 또는 수시로 노후 정도가 심한 빈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대면 돈 나간다... 경기도 빈집 10곳 중 1곳만 ‘정비’ [집중취재]

경기도내 도시·농촌 지역에 매년 4천여가구의 빈집이 방치된 채 미관 저해와 안전 사고 우려를 초래하고 있지만 제도 실효성 부족으로 실제 정비는 10곳 중 1곳꼴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주들은 빈집 정비에 따른 비용, 세제 부담 때문에 방치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을 이유로 철거 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를 실시하면 재산권 침해 반발이 뒤따라 적극 행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29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1년 이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빈집은 도시지역 1천650가구, 농촌지역 2천454가구 등 4천104가구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철거나 수리, 구역 폐쇄 등 정비가 이뤄진 빈집은 도시지역의 경우 111가구, 농촌지역 367가구 등 478가구로 집계, 전체 빈집의 11.65%에 불과했다. 2021년 역시 12월 기준 도내 빈집은 도시지역 1천898가구, 농촌지역 2천447가구 등 4천345가구였지만 정비 실적은 도시지역 92가구(4.85%), 농촌지역 (17.53%) 521가구(11.99%)에 그쳤다. 도는 낮은 빈집 정비 실적 요인으로 현행 빈집 정비 제도의 부족한 실효성을 지목하고 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리에 관한 특별법’, ‘경기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는 빈집에 대한 지자체장의 철거 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과 그에 따른 민원 증대 우려로 지금껏 도내 시·군이 이행강제금을 실제 부과한 사례는 전무하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빈집 철거 시 소유주는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재산세, 지방세 증대가 뒤따르지만 지자체의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정비 유도의 한계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시·군이 철거를 명령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경우 재산권 침해 분쟁으로 이어져 꺼리는 것”며 “연내 조례 개정, 예산 편성으로 시·군에 이행강제금 권한 폭을 넓히고 조세 지원을 적용, 적극 정비 참여·강제 체계를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근식 한국부동산원 소규모정비지원부장은 “정부에 빈집 자진 철거 시 조세 중과분을 감면하는 제도 개선안을 건의하고 있다”며 “지자체 역시 현행 제도에 명시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먹거리 전략’ 용두사미 '전락' [집중취재]

2조원 규모의 예산 투입이 예정된 ‘경기도 먹거리 전략 계획(2019~2023년)’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 사업 시행 당시 근거 조례까지 제정했지만 도는 조례에 명시된 의무 사항 이행은 물론 사업 기간 예산 집행 실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는 사업 초기 설정한 4대 비전‧목표, 143개 세부 사업에 대해 5년째인 지금에서야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내부 평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도에 따르면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도비 54.2%, 시·군비 40%, 국비 4.2% 등 2조1천574억4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먹거리 정책 평가 및 홍보, 먹거리 지원 센터 설치 등 도민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마련됐으며 최근 고물가 지속으로 대학생 사이에서 각광 받는 ‘천원의 아침밥’ 역시 포함됐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31개 시·군별 ‘먹거리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공 분야 지역 농산물 공급 규모를 기존 4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해 ▲취약계층 먹거리 부족 비율을 기존 41.3%에서 27.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 결과 지난 1월 기준 먹거리 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은 단 11곳에 불과했고 위원회가 구성된 지역 역시 후속 사업 실적을 가늠할 자료가 구축되지 않았다. 2019년 1월 도지사의 사업 추진 근거와 전담 부서 구성, 실태 조사 책무가 담긴 ‘경기도 먹거리 보장 기본 조례’를 시행했지만 사업 마지막 해인 지금 지자체 이행, 실적 결산 모두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영향으로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9월 열린 ‘2022년 경기도 먹거리 전략 포럼’에서 지난해 도내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실적과 이들의 주관적 식생활 형편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보다 되레 나빠진 것으로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도는 이번 5개년 사업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분석해 2024~2028년 시행할 두 번째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먹거리 전략 추진을 위한 세부 사업이 워낙 많아 부서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개별 사업 실태 조사와 종합 평가, 후속 대책 마련 모두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음 계획 수립 때에는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도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책 효과를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경기도가 컨트롤타워 역할... 먹거리 공공성 확보해야” [집중취재]

지난해 1월 ‘농업·농촌 식품 산업 기본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형 먹거리 체계를 구축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관련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은 경기도내 지자체가 절반가량(42%)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먹거리 공공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도가 전담부서를 설치, 지자체의 조례·정책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중 먹거리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수원·고양·용인특례시, 구리·평택·안성·의정부·시흥·파주·광명·여주·화성·부천·김포·안양·이천·안산시, 가평군 등 18곳(58%)이다. 해당 조례를 제정했더라도 지역 먹거리 계획을 수립해 정책을 발전시킨 곳은 극히 드물다. 실제 조례를 제정한 일선 시·군 가운데 관련 추진 계획을 세운 곳은 올해 1월 기준 7곳에 불과했다. 화성·평택·시흥·광주·이천·안성시, 가평군 등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농업·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먹거리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 전담팀 구성을 통해 부서 및 지자체 간 칸막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진 경기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은 “도가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먹거리정책조정관’을 도지사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다 촘촘한 먹거리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제1차 도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을 이행하고,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 제2차 5개년 계획을 위해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평가·분석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먹거리 전략을 실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광역 단위의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도와 지자체 간 사업을 연계·협력할 수 있는 중간 단위의 실행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며 “현재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일부 사업을 위탁 수행하고 있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먹거리 전략을 실행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일선 시·군이 먹거리 전략과 관련된 세부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가 함께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산시 등 이 같은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일부 지자체는 관련 부서에서 친환경 공공급식 등 먹거리 관련 정책들을 검토하고 필요 시에는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만년제 보호하면서 지역 개발… 상생방안 필요” ['만년제' 늪에 빠진 주민들. ⑤]

수십 년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년제 인근 주민들은 문화재를 보호하면서도 지역을 개발하는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서울시의 문화재 관리 규정을 본보기 삼는다면 주민과 문화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1일 경기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시 지정 문화재의 경우 보존지역에서 50m 안에 있는 건축물만 높이와 규모 등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 지정 문화재가 주거·상업·공업지역은 200m, 녹지·관리·농림지역은 300m 이내로 규정한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지정 문화재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시민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만년제 인근 주민들은 만년제가 건축물이 아닌 저수지인 점을 감안했을 때, 서울시처럼 문화재 보존지역을 대폭 완화하더라도 문화재 외관을 훼손하는 등의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지역 주민 정장환씨(74)는 “같은 수도권인데도 서울시와 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아쉽다. 서울에서 이미 하고 있다면 도에서 추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그동안 큰 피해를 본 주민들의 상실감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도가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녕동 통장을 지낸 바 있는 김동양씨(70) 역시 “도의 규제가 심하다 보니 주민들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과 문화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고, 도시 역시 체계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보전지역 범위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넓은 편에 속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나온 건 사실”이라며 “도 역시 주민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벽간소음 참극 뜯어보니… 불법 ‘방 쪼개기’ 시공 [끊이지 않는 벽간소음.下]

최근 벽간소음이 살인까지 번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이 경계벽 소음 차단 규정 부실과 이른바 ‘방 쪼개기’ 등 무차별적인 원룸 임대사업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벽간소음을 유발하는 경계벽의 경우 방음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만큼 제도 마련이 필요한데다 일선 시군의 단속 강화를 통해 방 쪼개기와 같은 불법건축물 양성을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주택건설기준규정)상 바닥구조는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210㎜ 이상이고 층간바닥의 충격음이 49dB 이하여야 하는 등 두께와 방음성능 기준에 대한 규정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경계벽은 벽의 자재와 두께, 차음성능의 기준이 존재하나 바닥구조와 달리 이 중 하나만 해당하면 된다. 더욱이 바닥구조는 시공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사전에 검사하는 사전인증제도와 시공 후에도 기준에 충족하는지 검사하는 사후확인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경계벽은 관련 제도가 미비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지방자치단체는 건축물 준공 허가 전 현장점검으로 시공 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경계벽의 경우 사전인증제도 등 미비한 관련 제도로 두께 및 자재 등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시공 기준 역시 방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와 함께 쪼개기 원룸도 벽간소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방 쪼개기는 건축주 등이 준공 허가를 받고 주택 내 가벽을 설치해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가구보다 더 많은 가구가 살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불법이다. 더 많은 가구 거주에 따른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주택건설기준규정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다가구주택은 건축물대장상 한 층 당 한 가구로만 돼 있다. 그러나 건물 외벽 누전차단기는 십 수개에 달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다가구주택 역시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가구 수보다 많은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옆방에서 들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 알람을 확인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경계벽은 시공 단계에서부터 부실시공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을 뿐더러 법이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해도 벽간소음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방 쪼개기에 대해선 “외벽에 설치된 누전차단기 건축물대장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24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벽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20대 남성이 40대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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