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옛 기찻길… 인천 곳곳 폐선로 ‘눈살’ [집중취재]

“이젠 안 쓰는 기찻길이라는데, 온통 잡초와 쓰레기뿐이네요.” 22일 오전 9시께 인천 중구 수인선 신포역 인근 폐선로. 철길 곳곳에는 버려진 폐트병과 비닐봉지, 소주병 등이 널브러져 있다. 철길 주변으로 풀과 나무 등이 우거졌고, 잡초들이 철길을 뒤덮어 스산한 느낌까지 든다. 철길 옆으로는 녹슨 철조망이 쳐져 시민들이 들어갈 수도 없게 막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22년 공식 폐선 이후 기차가 다니지 않고 있다. 주민 임동연씨(57)는 “옛날엔 기차가 오가 시끄럽기도 하고 냄새도 나서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며 “이젠 기차도 안 다니는데 쓰레기만 쌓이고 온통 폐허처럼 변해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부평구 부평미군기지 동측 폐선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단지 아파트가 인근에 있는 도심인데도 한편에 총 3.88㎞에 이르는 녹슨 갈색 철길이 방치해 있다. 폐선로와 울퉁불퉁한 돌멩이가 널려 있다 보니 시민들은 이 길을 걷지 않고 건너편 인도로 오간다. 주민 김영우씨(27)는 “철길이 칙칙하고, 폐선로와 돌길이라 울퉁불퉁해 굳이 이곳을 지나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내 곳곳에 있는 폐선로가 방치 중이다. 수십년간 인천의 경제 발전을 이뤄낸 주축에서 이젠 기능을 다했지만, 여전히 도심을 단절시키며 원도심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연구원 등에 따르면 인천의 폐선로는 10여㎞에 이른다. 이중 시민들의 생활권과 가까이 있는 폐선로 구간은 중구의 석탄부두선 2.7㎞, 부평구 군용철도 3.88㎞, 동양화학선 일부 등이다. 전찬기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폐선로는 1900년대 지역 곳곳에 물자를 날랐지만, 현재는 아예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며 “하지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이젠 되레 도심의 흉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폐선로를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와 중·미추홀·부평구 등은 수년 전부터 폐선로 활용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폐선로마다 소유주가 다른 데다, 트램(TRAM) 등의 계획 등에 묶여 있다 보니 단기적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부평구에 있는 군용철도는 국방부의 소유이고, 나머지 경인국철 등과 이어져 있는 구간은 국가철도공단(KR)이나 코레일 등이 갖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련 기관과 함께 단기적으로 폐선로에 있는 쓰레기도 치우고 경관 정비 등에 나서겠다”며 “우선 선로를 철거하지 않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흉물로드’ 버려진 철길... ‘힐링로드’ 재탄생 절실 [집중취재]

인천시의 폐선로를 활용한 트램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폐선로들이 버려져 있다. 트램 사업 본격화 전 폐선로를 주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곳곳의 폐선로를 활용한 트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4년 개통 목표로 연안부두에서 인천·가좌역을 거쳐 부평역까지 총 18.7㎞를 잇는 ‘부평연안부두선’ 트램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중구 일대에 있는 석탄부두선(축항선)과 부평구 미군기지 인근 군용철도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부평연안부두선 트램 사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사업성이 부족해 국토교통부의 투자심사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시는 인천내항 재개발 계획에 이 같은 트램을 반영할 계획이다. 지역 안팎에선 트램 사업을 본격화 하기 전 폐선로를 활용한 주민 휴식 공간 조성 또는 관광자원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의 트램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져도 10년 이상 남은 데다 사업성 부족 등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의선 폐선로는 선형 숲길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춘천시도 폐선로와 지역 자연환경을 활용해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등 관광자원화 했다. 신일기 인천가톨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인천에는 역할을 다한 채 방치돼 있는 철길이 곳곳에 있어 충분히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인천의 폐선로들은 다양한 사연과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콘텐츠화해 문화공원 등 주민 휴식 공간으로 만들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폐선로 구간은 아직 각종 인프라가 부족해 트램을 하기엔 사업성이 낮다”며 “시가 트램 사업 전 10여년 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폐선로 활용을 위해 중구와 부평구 등 관련기관과 협의하고 있다”며 “부평 군용철도는 올해 상반기 중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지촌’ 사라진 동두천·파주…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채웠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⑤

⑤기지촌 사라진 동두천 보산동. 파주 법원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이주민 및 다문화 가정의 구성 형태가 중국·베트남 같은 아시아계를 넘어 아프리카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의 발자취를 따라 K-ECO팀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경기북부지역, 신흥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동두천시 보산동과 파주시 법원읍이다. 그간 방문했던 외국인 집주 지역과는 또 다른 모습이 취재진을 반겼다. 15일 찾은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역에 다다르자 보인 거리는 영어 간판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는 검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같은 날 파주시 법원읍에서도 어렵지 않게 흑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인들이 모여 새롭게 마을을 이뤄가고 있는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오래전 ‘기지촌’의 역사로 거슬러 간다. 한국전쟁 이후 1960~1970년대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에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한 쪽방촌과 미군 점유 주거지가 대거 들어섰고, 내수 경제의 한 축이 될 정도로 크게 활성화 됐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면서 동두천 캠프 케이시, 파주 캠프 보먼트와 캠프 버드를 둘러싼 미군 이전, 공여지 반환 이슈 등으로 군부대 앞은 점점 비어갔고, 보산동과 법원읍은 외국인은 물론 원주민마저 대거 빠져나가 황량한 마을이 됐다. 이들의 공백으로 빈 건물이 늘어가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자 건물주들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건물 용도를 거주지로 전환, 월세를 대폭 낮춰 세입자를 들이는 등 추락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러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었다. 저렴한 임대료에 기존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영어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이들이 정착하기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보산역 월드푸드스트리트 길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한 상점이다. 아프리카의 소울을 담고 있는 레게 헤어샵과 이들 특유의 화려한 악세서리샵, 아프리카 전통 식당이 들어서 있다. 저녁 시간만 되면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8년 동안 운영 중인 슈퍼마켓은 미군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프리카계 외국인 덕에 다시 간판을 환하게 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 A씨는 “저녁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사러 오는 아프리카 인들이 많다”며 “손님의 절반가량이 아프리카계라서 안내문구도 영어로 작성해 놨다”고 말했다. 파주 법원읍 대능5리에 위치한 ‘문화창조 빌리지’도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다. 문화창조 빌리지는 10여년간 비어 있던 기지촌을 문화·예술인 육성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지만, 당초 목적과 달리 예술인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며 잊혀갔고 현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정착지가 됐다.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도 동향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마음을 나누는 등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은 신흥 외국인 집주 지역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 아프리카계 증가하는 동두천·파주…국적은 나이지리아 최다 동두천과 파주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있었던 만큼 생활 인프라 등이 좋아 새롭게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데, 가장 많은 국적은 나이지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동두천시에 동록된 외국인은 총 3천788명이다. 국적 별로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524명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베리아(120명)·가나(89명)·아이티(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산동에는 동두천 전체 외국인의 25%인 960명이 살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주시 역시 다수의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국적 수 상위 3개 국가(나이지리아·가나·남아프리카공화국)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87명, 2022년 302명, 2023년 32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는 G-1 비자나 기타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보산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974명 중 308명이 G-1 비자, 307명이 기타 비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주시에서도 1만2천133명 중 883명이 G-1 비자로 거주하고 있다. ■ “아프리카 근로자 없는 경기북부 섬유공장, 상상하기도 힘들죠” 이같이 동두천과 파주 등에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주로 섬유, 가죽, 패션 등이 특화된 양주와 포천, 동두천에 소재한 섬유·염색 등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D 산업’으로 여겨지며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 규모의 공장 곳곳에 녹아들며,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경기북부 지역경제의 가장 밑바탕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주에서 섬유공장을 운영 중인 사장 김모씨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없는 공장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단언했다. 현재 김씨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5명 중 2명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국인 고용 시엔 비싼 인건비 때문에 경쟁 상품인 중국·동남아산 섬유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꾀하기 힘들다고 했다. 동두천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가죽 가공업체도 전체 직원 4명 중 2명이 아프리카계 외국인이다. 물론 나머지 2명 역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다. 업체 대표 이모씨는 가죽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일 자체를 내국인이 기피하다 보니 외국인이 없다면 공장을 운영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애초에 이 일을 하려는 내국인이 별로 없다”며 “공단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아프리카계 등 외국인이 많은데,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모든 기업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다수 포진한 경기북부지역의 섬유 생산은 전국 섬유 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기북부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섬유·염색 공장 외에도 농공시설이나 폐차장 등에 종사하며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박혜원 경기북부이주민센터장은 “동두천에 있는 닭고기 마니커 공장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을 위한 섹션이 따로 구분이 돼 있을 정도”라며 “이미 경기북부의 산업적인 측면에선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병원, 한국어교육까지…아프리카인 거점 된 종교시설 “A-men”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자유로운교회에선 특별한 예배가 시작된다. 흑인 목사의 주도 아래 이들은 각자 지난 한 주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날을 위해 기도한다. 흑인으로 가득한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꾸려졌다. 예배는 물론 전도와 교육까지 모든 절차와 과정을 흑인들이 직접 이끌어 간다. 약 20개국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종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독교인은 현재 약 7억 3천400만명으로 대륙 전체 14억 인구의 52.4%를 차지한다. 또 교인은 연간 약 3%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아프리카인들의 남다른 기독교 사랑은 이주 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북부이주민센터를 많이 찾았는데, 이곳을 찾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서로 모여 종교단체를 구성, ‘자유로운교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종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교회를 통해 종교 외에도 의료 서비스,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해 치과를 운영하는데, 대부분의 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항상 아프리카인들로 북새통이다. 부모 손을 잡고 교회를 찾은 아프리카계 어린 친구들에게도 교회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토요일 오전 교회를 찾아 한글 수업을 듣거나 일요일 예배를 마친 뒤 교회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글이 서툴러 언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말 한글 교실에 참석해 언어 습득을 돕고 친구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한국어 교육은 인근에 있는 천주교 단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의정부 천주교구 동두천 엑소더스(EXODUS)는 교육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센터를 운영,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외국 아이들에게 한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 1층 떼꿈(TECUM)은 지역아동사목위원회가 난민 가정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공부, 식사, 체험활동을 하는 데 사용 중이며 2층은 엑소더스로, 이주사목위원회가 난민 상담과 교구의 ‘1본당 1난민가정 돌봄 사업’의 중심 공간이다. 파주 법원읍 법원리에도 주말이 되면 아프리카인들의 열정적인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아프리카계 외국인 수십명으로 이뤄진 법원리 CHRIST APOSTOLIC INTERNATIONAL 교회는 오전 예배를 마친 뒤 한국인 목사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한글 공부방을 운영, 아프리카 아이들이 교육에 뒤처지지 않도록 뒷받침이 돼 주고 있다. 교회를 운영하는 가나 출신 프랑코씨(53)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교회는 우리에게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가족과 행복하게”…보산동·법원읍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소박한 꿈 파주 법원읍에 사는 인디필립(11)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두 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머나먼 한국까지 왜 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주’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지만, 열한 살 꼬마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궁금한 것 투성이다. ‘말괄량이 아이’ 같은 인디필립에게 법원읍은 벌써 ‘우리 동네’가 됐다. 같은 나라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들은 물론 말은 완벽하게 안 통해도 어느새 학교에는 함께 장난을 치는 한국인 친구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너무 잘해주고 아프리카 친구들도 있는 우리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필립과 비슷한 나이대의 딸들을 키우는 나이지리아 출신 은고지는 12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을 따라 그는 두 살배기 딸과 이태원에 처음 정착했다. 문화권이 달랐던 그에게 적응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이태원을 떠난 은고지 가족은 평택을 거쳐 보산동에 지난 2019년 뿌리를 내렸다. 그 사이 두 살이었던 첫째 딸은 중학생이 됐고, 한국에서 태어난 둘째와 셋째 딸도 보산초에 다니고 있다. 은고지 가족의 꿈은 소박하다. 일자리를 구해 세 딸과 ‘제2의 고향’ 보산동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사는 것이다. 최근 아주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은고지씨는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제 가족이 보산동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여전히 이민정책 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돼서 보산동에 계속 살고 싶고, 열심히 번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20년 전 한국에 들어와 2009년에 동두천으로 이주한 ‘보산동 토박이’ 벤자민 아나짐바(47)의 꿈도 다르지 않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에서 산 벤자민은 개인 사업부터 공장 일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양주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부천의 한 섬유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10년 전 보산동에서 태어난 아들 해리슨에겐 이미 한국어가 더 자연스럽다. 비자 문제로 아내가 한국으로 못 들어오고 있는 탓에 그는 엄마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이 맘 때 한국인 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것처럼 벤자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들이 친구들을 잘 사귀어서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아들과 함께 제2의 고향이기도 한 보산동에서 비자나 생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소박하지만 가장 바라는 꿈”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인천 청라친환경복합단지 10년째 ‘빈 땅’… 핵심시설 無소식 [집중취재]

한국농어촌공사의 인천 청라친환경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10년째 지지부진하다. 수익성이 높은 오피스텔 및 상업시설의 땅만 매각했을 뿐, 핵심 시설인 화훼단지와 연구개발(R&D) 및 첨단산업용지 개발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빈 땅으로 방치 중이다. 1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지난 2003년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 북쪽 42만㎡(12만평)에 화훼단지와 R&D 및 첨단산업단지에 휴양기능까지 결합한 친환경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광과 친환경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미래기술이 결합한 친환경 농업 단지 조성이 목표다. 그러나 화훼단지 등의 주요 시설 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오피스텔 단지’로 전락했다. 현재 이곳의 상업시설·휴양용지 분양은 모두 이뤄졌으나, R&D·첨단산업용지·화훼산업단지 등은 여전히 허허벌판이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전체 부지인 42만㎡ 중 휴양용지 12만4천㎡(3만7천평)와 상업시설 용지 4만㎡(1만2천평)은 분양을 마쳤지만, 나머지 16만8천㎡(5만평)은 수년째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2021년 화훼산업단지 부지 10만㎡(3만평)에 화훼유통과 도매센터를 비롯한 박물관 등을 유치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사업자를 찾지 못해 결국 백지화했다. 또 R&D 및 첨단산업용지인 6만8천㎡(2만평) 역시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할 구상이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날 R&D 및 첨단산업용지 일대는 높은 펜스가 세워져 있고, 안에는 잡초와 갈대만 무성하다. 또 비닐·플라스틱 등의 버려진 쓰레기도 곳곳에 쌓여있다. 인근의 화훼 전시·박물관이 들어서야 할 부지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다. 부지 한켠엔 농어촌공사가 세워둔 무단출입 및 쓰레기 투기 금지 등의 경고문만 세워져 있다. 특히 이미 분양이 이뤄진 휴양용지도 당초 계획에 어긋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농산물 관련 교육기관과 농산물 유통 센터를 계획했으나 현재는 드론 교육장만 들어서 있다. 농어촌공사는 최근 도로 9곳 2.4㎞, 상하수도 9.3㎞, 공원 1곳 1.5㏊, 완충녹지 3곳 1.5㏊ 등의 기반공사만 마쳤을 뿐, 전체적인 사업은 10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다. 이순학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서구5)은 “사업자가 돈벌이에 급급해 오스피텔과 상가만 분양했을 뿐, 정작 사업의 핵심 시설 유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경제청이 사업자가 당초 사업 취지대로 핵심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나서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주요 시설 유치를 빨리할 것을 요구하며 화훼단지 등이 빨리 들어설 수 있게 하겠다”고 해명했다.

촉법소년 범죄 느는데… 지문자료 없어 ‘수사 난항’ [집중취재]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면서 지문등록의 의무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등록증 발급 등 지문등록 시기를 앞당겨 촉법 소년 등 미성년자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6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지역의 촉법소년 범죄는 급증했다. 연도별로 보면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019년 2천649명에서 2020년 2천822명, 2021년 3천242명, 2022년 5천55명, 지난해 5천924명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로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역시 116명, 118명, 128명, 183명, 257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촉법소년 범죄 급증에도 수사는 쉽지 않다. 많은 범죄 수사에 지문감식이 활용되지만, 만 17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지문등록 의무가 없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지문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만 17세 이상의 국민들에게 지문 등의 정보가 담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이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통해 18세 미만 아동 등의 지문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이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 실종아동을 찾는 목적 외에는 활용될 수 없다. 그러나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의 지문이 범죄 수사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지난해 9월24일에는 의정부시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학생 3명이 지폐교환기를 뜯고 4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 학생들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던 데다 전과도 없어 한동안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지문 재검색을 통해 범행 당시 미성년자 신분이었던 피의자들이 검거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은 주기적으로 미제사건의 사건 용의자 지문을 대조해 범인을 검거하고 있는데, 지난 2017년에는 미제사건 482건의 사건 용의자 지문을 대조해 177명(154건)을 검거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살인 2건, 강도 6건, 성폭력 1건, 절도 등 145건이다. 사건발생 당시 연령 등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가 16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인은 15명, 외국인은 1명이었다. 이처럼 미제사건의 피의자 중 미성년자가 많은 것은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자였을 경우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이 아니어서 지문 자료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문등록 의무 연령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 범죄가 점차 지능화·흉포화되고 있다”며 “지문 등록의 의무 연령을 낮추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확보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해 조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다만 지문 등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지문 등록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문등록 의무화… 범죄 예방 vs 인권 침해 ‘팽팽’ [집중취재]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 범죄 예방을 위해 지문등록 의무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인권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의 경우 자기 결정권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문 등록을 강제할 경우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문 등의 정보가 담긴 주민등록증 발급은 1968년부터 만 18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화됐다. 이후 1975년 민방위대 및 전시 인력동원대상자 연령과 일치시키기 위해 만 17세로 인하, 지금까지 약 50년간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민등록증은 신원 증명과 함께 원활한 행정 처리를 위한 거주관계 확인 등에 사용된다. 경찰은 여기서 축적된 지문 정보를 토대로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변사자 등의 신원 확인에 활용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만 17세 미만의 경우 범죄 등의 사건에 연루됐을 때 신속한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지문을 확보해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에 나섰지만 미성년자가 일부 포함돼 있어 애를 먹기도 했다. 지문이 등록된 성인의 경우 20~30분 내외로 신원이 조회됐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실종신고 등을 토대로 신원을 파악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와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지문등록 의무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문 등록 연령을 낮추면 아동들의 실종 문제나 각종 사고 등의 피해자 식별도 원활해진다”며 “특히 강력범죄의 저연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아이들의 성숙도나 강력범죄 발생률 등을 고려해 만 17세 미만의 아이들도 의무적으로 지문을 등록하도록 하는 등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소년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청소년들의 지문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실종에 대비해 아동의 지문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청소년은 자기 결정권이 부족한 나이”라며 “지문이라는 생체정보를 포함해 얼굴, 성명, 성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광범위한 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행정안전부도 당장 지문등록 의무 연령 하향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청소년들의 지문 수집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단계”라며 “아직까지는 주민등록 발급 연령 등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고래 싸움에 환자 고통 커져... 양측 절충안 찾아야 [집중취재]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며 ‘의료공백’ 사태와 함께 ‘총궐기대회’까지 벌어지자 일단 해결책부터 모색하는 게 선순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의료수가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의료계는 본인들이 희망하는 적절한 증원 규모를 정부와 논의하는 등 양측이 절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의료계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의료 인력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목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이 같은 필수 의료 인력을 ‘언제’, ‘어떻게’ 배치하고 조정할지가 관건인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작정 정부가 증원만 논한다는 주장이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다른 분야보다 고발 위험성 등이 높은 필수 의료 과목을 선택하지 않다 보니 의료 현장은 이미 초토화 직전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 의료 쪽으로 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정부가 여론에 편승한 ‘의사 악마화’를 멈추고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부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료수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반된다. 수가 제도는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마다 항목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가가 낮아 낙후된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앞서 2022년 8월 대한의사협회 역시 “‘수가 제도’를 활용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뇌 관련 수술 수가를 비교한 결과 국내 수가가 일본의 20% 내외 수준을 보였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두개내 종양적출술(송과체부 종양)’ 수술의 우리나라 수가는 244만9천531원이지만 일본은 1천581만원으로 6.45배 차이였고, ‘경비적 뇌하수체 종양 적출술’은 한국 199만700원, 일본은 872만원으로 4.38배(4.38배) 차이였다고 분석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수가를 올리면 단순히 의사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올라간 돈만큼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필수 의료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꺼내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방에 위치한 대형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사들에게 줄 돈도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증원을 이어간다면 의료 품질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며 “더 나은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호 협의를 통해 증원 규모를 논의하는 게 급선무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성균관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은 “최근 협의회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9%는 의약분업 이전처럼 350명 증원 규모를, 그 외 24.9%는 500명 증원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달하는 45.8%가 350~500명 증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모두 양보하고 적절한 증원 규모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극렬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도 “정부의 2천명 증원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물음은 있지만 이대로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의료 공백을 막기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며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가 ‘조건 없는 협의를 통한 의료대란 조기해결’을 우선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약 2주간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며 ‘의료 공백’이 우려된 가운데, 이날(3일)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까지 열리면서 결국 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에 대해 정부 스탠스(입장)가 변화한 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겐 “불가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 처분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 간호사들만이 남아 가뜩이나 많던 현장 업무가 가중되는 중”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빨리 강경 대치를 끝내고 대화에 나서야 환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수가란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

위기의 인천 새마을금고, 자산건전성 지표 시중은행 최대 130배 [집중취재]

인천의 서민과 소상공인의 금융파트너인 새마을금고(MG)의 경영이 휘청이고 있다. 인천 곳곳 동네마다 들어선 새마을금고는 주민이 낸 출자금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은행이다. 하지만 인천의 새마을금고 53곳 중 절반 가까이가 부실채권과 대출 연체 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이 같은 부실 새마을금고 때문에 주민들은 맡겨둔 예금까지 사라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인천지역 새마을금고의 경영 상태 등을 분석해보고, 이에 따른 해결 방안 등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인천의 53곳 새마을금고 중 23곳(43%)의 경영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경기일보가 인천지역 새마을금고 53곳의 지난해 상반기 정기 공시 자료를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독 기준 등은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을 자산건전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삼고 있다. 이 비율은 은행들이 대출을 해 줄 때 혹시 못받을 것을 대비해 마련한 대손충당금을 감안 것으로, 낮을 수록 경영이 안전하다. 3% 이하는 ‘1등급(우수)’, 4~6%은 ‘2등급(보통)’이다. 반면 7%가 넘으면 ‘3등급(취약)’, 9%가 넘으면 ‘4등급(위험)’으로 분류해 사실상 경영이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에서는 53곳 중 17곳(32%)의 새마을금고가 4등급이다. 신선(23.44%)이 무려 20%를 넘으면서 경영 악화가 심각했고 관교문학동(19.29%), 남인천(15.34%), 도화1동(15.65%), 도화3동(15.39%) 등의 순이다. 이 밖에 미추홀(11.15%)·석바위(16.1%)·온누리(14.23%)·용일(16.6%)·제물포(8.87%)·한마음(10.53%)·송림(11.28%)·송화(14.08%)·서인천(8.32%)·서일(12.86%)·서해(10.35%)·연수(14.1%) 등이다. 또 3등급은 부평제일(7.13%)·신포중앙(7.75%)·새인천(7.88%)·학익(7.61%)·정서진(7.59%)·동인천(7.65%) 등 6곳이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 평균 0.18, 저축은행 평균 3%와 비교하면 최대 130배 높은 수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금 회수가 불안정 할 수록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다”며 “일반적인 은행과 비교하면 새마을금고 수치는 매우 높아 경영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들 새마을금고들은 서민 등을 위한 가계 대출 이외에도 각종 건설사업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나섰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대손충당금이 쌓여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교문학동, 도화1동, 도화3동, 미추홀, 석바위, 온누리, 용일, 송화, 부평제일, 정서진, 연수, 동인천, 신선 등 13곳의 새마을금고는 지난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3~4등급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새마을금고의 자산건전성이 낮으면 금고 운영을 위해 출자금을 낸 조합원의 배당금은 불투명하다. 또 예금 가입자들도 이자는 물론 5천만원을 초과하는 원금까지 되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관교문학동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경영에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운 경기 여건으로 계속 4등급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경영 실적에서는 3등급으로 1계단 올라가는 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새마을금고는 농협과 달리 중앙회의 권한이 매우 약한 각자 독립채산제 형태다 보니 전문적 경영이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오랫동안 경영이 나쁜 새마을금고는 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칫 출자금이나 예금 등까지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속으로 4등급을 받으면 다른 곳과 통폐합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거나 농협처럼 중앙회가 지원해주는 형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부 관계자는 “인천의 많은 금고에서 PF로 인한 손실 등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금융당국 등과 협조해 앞으로 자산건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자본적정성이나 경영 상황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실태는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다 죽어!” 위기의 인천 새마을금고... 적자·부실채권·연체대출금 ‘위험수위’ [집중취재]

인천 새마을금고들의 적자와 부실채권, 그리고 대출 연체 등이 심각하다. 2일 새마을금고중앙회 인천지역본부(본부)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새마을금고 53곳의 지난해 상반기 정기 공시 자료를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24곳(45.2%)이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관교문학동(18억5천만원), 남인천(14억1천만원), 석바위(10억2천만원), 온누리(13억2천만원), 송림(11억2천만원) 등 5곳의 새마을금고가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새마을금고 24곳의 총 적자 금액은 157억9천700만원에 이른다. 이중 관교문학동은 지난 2021년 2억3천600만원의 적자에 이어 2022년엔 11억8천900만원 등의 적자를 봤고, 남인천은 그동안 흑자 경영에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특히 인천의 새마을금고들은 3개월 이상 연체해 사실상 대출금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도 비율이 높다. 현재 인천의 새마을금고 53곳의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평균 9.26%에 이른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 등의 부실채권 비율 0.41% 비교하면 무려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중 신선(27.49%), 관교문학동(22.9%) 등 2곳은 부실채권 비율이 20%를 넘는다. 이어 용일(19.98%), 석바위(19.2%), 도화1동(18.66%), 도화3동(18.48%), 남인천(18.1%), 온누리(16.99%), 연수(16.88%), 서일(15.57%), 송림(13.65%), 미추홀(13.46%), 한마음(12.84%), 서해(12.56%), 서인천(10.1%) 등 13곳도 부실채권 비율이 인천 평균 이상이다. 게다가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인천 새마을금고의 평균 연체대출금은 11.3%에 이른다.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기업 등의 10명 중 1명 이상은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관교문학동이 23.02%로 연체대출금 비율이 가장 높고, 이어 용일(19.59%), 한마음(18.29%), 도화3동(17.75%), 서일(17.21%), 송화(16.81%), 석바위(16.67%), 도화1동(15.45%), 온누리(14.32%), 서해(14.5%), 송림(13.56%), 미추홀(13.16%), 연수(11.05%) 등의 순이다. 본부는 지난해부터 악화한 건설 경기로 건설·분양업계 등이 적자를 보면서 이와 맞물린 소상공인, 직장인 등까지 대출금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연쇄적으로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 및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지역 금고들이 PF 대출관련비용 등으로 손실이 발생해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손실 최소화를 위해 애썼기에 현재 큰 위기까지 몰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신규대출 취급을 자제하고 있고, 리크스 관리와 부실채권 매각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인천 새마을금고… 대책은? 경영 투명성 없인 미래도 없다 인천 새마을금고들이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중앙회 기능 강화와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 인천지역본부(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새마을금고는 개별 운영 방식인 독립체산제다. 하지만 지역 안팎에선 새마을금고가 농협처럼 중앙회의 권한을 확대해 자체적으로 통제 및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새마을금고의 이사장 등에 전문 경영인을 도입,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각종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단순히 행안부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으로는 이 같은 건전성 위기와 부실 운영을 막을 수 없다”며 “중앙회가 어느정도는 하나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경영을 위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런 방안들이 있어야 어느 정도 투명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각종 의사결정을 엄격하게 통솔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감독기관인 행안부는 물론 금융 당국의 상시적인 관리 등 2중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을 맡고는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상호금융권수준의 기준으로 감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마을금고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부 관계자는 “각 새마을금고의 운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금융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은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조합원과 예금자들의 걱정이 없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2년간 1천362곳 급증… 컨트롤타워 없다 [경기도 희망, 수출기업 살리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경기도내 수출기업이 매년 수백곳씩 늘어나는 등 대외 무역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활성화할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출 기업이 경기도에 위치하지만 기업 해외 판로 확보, 수출입 지원 등 통상 전략을 수립·지원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대응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도내 수출 기업은 지난 2021년 3만3천983곳, 2022년 3만4천429곳, 지난해 3만5천345곳으로 지난 2년간 1천362곳 늘었다. 전국 수출 기업 중 도내 기업 점유율도 2021년 33.8%(전국 10만367곳), 2022년 34.1%(전국 10만741곳), 지난해 34.2%(전국 10만3천126곳)로 매년 30%대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수출 기업 밀집에도 해외 기업·바이어간 교류, 해외 투자 유치, 해외 신규 시장·사업 발굴,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해외 통상 전략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요원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일선 시·군은 자체 조직과 해외 네트워크, 예산을 투입해 지역 수출입 기업의 판로 확보 등 통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도에는 시·군 한계점을 보완하고 지역 통상 전략을 이끌 정책적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격변하는 해외 투자·수출입 시장 대응을 위한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안양시에서 화장품을 생산하는 A사는 시장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사는 지난 2021년 자체 생산량 70%를 베트남에 수출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서 지난해 54%까지 수출량이 떨어졌다. 이에 A사는 유럽 시장을 개척하려 했지만, 행정 기관의 통상 전략 지원이 없어 시장 변화 대응에 난항을 겪는 실정이다. A사 관계자는 “수출 기업들의 무역 이슈에 선점할 수 있는 광역 단체의 지원이 부족해 민감한 해외 시장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용인특례시에 위치한 의료 기기 업체 B사도 해외 물류비 상승 이슈로 수출 지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홍해 해협 운항 중단 등의 여파로 국제 물류비가 치솟으면서 선박 일정에 차질을 겪으면서다. 이에 B사는 유럽에 있는 거래처에 정해진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도내 수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이외의 기업은 공략할 수 있는 해외 시장이 국한된 데다 국가별 민감한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기에 한계점이 있다”며 “시장 재편, 물류 등의 문제에 선제 대응하는 지자체 차원의 종합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의도 46배’ 최대 규모… 軍시설보호구역 푼다 [도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경기도에서만 여의도 면적(2.9㎢)의 46.2배에 해당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하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된다. 이에 경기도내 건축물 신·증축이나 용도 변경 등 각종 개발 규제가 대폭 완화 또는 폐지, 주민 재산권 행사와 지역 발전에 마중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는 26일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국민 권익 증진을 위해 올해 군사보호구역 339㎢ 해제 방침을 밝혔다. 해제 지역은 ▲군 비행장 주변 287㎢ ▲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접경 지역 38㎢ ▲민원이 있는 지역 14㎢ 등으로, 여의도 면적의 117배 규모다. 국방부는 지자체와 주민의 지속적인 해제 요구에 부응하고자 민·군이 상생할 수 있고 군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 해제를 단행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특히 경기 지역 해제 면적은 약 134.19㎢로 전체 해제 면적(339㎢)의 39.58%를 차지, 충남도(141.04㎢) 다음으로 넓었다. 도내 세부 지역별로는 성남시에서 서울공항 인접 40개 동에 걸쳐 약 71.56㎢가 군 비행장 주변 보호 구역이 해제, 가장 넓은 면적을 보였다. 군 비행장 주변 보호구역이 해제되면 비행 안전 구역별 제한 고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 당국 협의 없이 건축물 신·증축, 건축물 용도 변경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이어 ▲하남시 약 36.56㎢ ▲포천시 약 20.87㎢ ▲양주시 약 15.65㎢ ▲연천군 약 12㎢ ▲가평군 10.4㎢ 등 순으로 뒤를 이었고, 이외 평택시 5만2천125㎡, 과천시 9천123㎡ 규모의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된다. 접경 지역 내 보호구역 해제 지역에선 높이 제한 없이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이 가능해지고, 토지 개간 또는 지형 변경도 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국방부는 파주 등 구역 해제가 어려운 일부 지역 군사보호구역은 군 당국과의 협의 절차 없이 일정 높이 이하 건축물을 신축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이번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통해 군사 시설 인근 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한편, 지역 개발을 통한 경제 활성화 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에도 보호구역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군·지자체·주민 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호구역 해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軍·주민 상생… 지역 개발 활성화 ‘기대’ [도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정부가 경기 지역 8개 시·군에 산재한 134.19㎢ 규모 군사 시설 보호구역(이하 군사보호구역) 해제 방침을 밝히자,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지역 개발 활성화 기대감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파주시 등 일부 접경지역은 관련 법이 장애물로 작용하며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도와 해당 지자체는 정부에 규제 완화를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26일 경기도, 각 시·군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충남 서산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군 비행장 주변 보호구역,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접경 지역, 민원 지역 등에 해당하는 군사보호구역을 올해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의 경우 성남 공항 주변 40개동이 군 비행장 보호구역에서 해제, 향후 재개발 시 비행안전구역별 제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건축물 높이 규제가 완화된다. 또 평택시의 경우 고덕국제신도시에서 개교를 예정하던 민세초등학교가 학교 부지와 인접군사보호구역 간 저촉 문제를 해결하며 올해 9월 예정대로 개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일부 부지가 군 부대 탄약고와 겹쳐 제척 중이었던 상태”라며 “구역 해제가 이뤄지면 학교 진입로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주시 등 일부 접경지역은 이번 정부의 대대적 군사보호구역 해제 방침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 군사분계선과 인접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구역 해제 대신 군 당국과의 협의 없이도 일정 높이 이하 건축물을 신축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 파주시는 매년 정부에 약 60㎢ 규모의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신청하고 있지만, 올해 기준 500분의 1 수준인 0.12㎢만이 해제됐다. 파주시 관계자는 “지역 개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매년 요구하고 있지만, 남부지역 대비 턱없이 적은 면적만 해제되고 있다”며 “구역 해제가 완전히 이뤄진 곳에서만 원활한 개발이 가능한 만큼 정부에 지속적으로 구역 해제를 건의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 역시 파주시 사례를 강조하며 정부에 관련 법 개정, 추가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적극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김평원 도 규제개혁과장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군사보호구역을 군사분계선 기준 25㎞ 이내 지역으로 두고 있어 파주 등 일부 접경 지역의 구역 해제가 더디다고 보고 있다”며 “이에 도는 군 작전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군사보호구역 지정 기준을 군사분계선에서 20㎞까지 완화하는 규제개혁 방안을 정부에 지속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왕복 4시간 ‘섬’… 인천 백령 주민, 닥터헬기 타도 골든타임 놓친다 [집중취재]

인천의 닥터헬기가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소청도까지 오가는데 왕복 4시간 이상이 걸리다보니 중증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해마다 20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지역 안팎에선 닥터헬기를 백령도나 연평도 등에 추가 배치해 이동 시간을 줄여 골든타임을 확보하거나, 섬 지역의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국립중앙의료원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의 닥터헬기가 백령 등으로 출동하다가 환자가 사망해 헬기가 되돌아오거나, 아예 출동을 취소한 건수가 해마다 2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22건, 2021년 19건, 2022년 12건, 지난해 19건 등이다. 현재 시는 해마다 45억원을 들여 AW-169 중형 닥터헬기 1대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산간지역 등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부평구 일신동 505 항공부대에 있는 계류장에서 길병원으로 이동, 전문의료진 등 4명이 닥터헬기를 탑승해 출동한다. 하지만 길병원에서 백령도까지 왕복거리가 384㎞로 멀다보니, 기상 상태에 따라 빠르면 왕복 3시간30분, 늦으면 4시간40분까지 걸린다. 통상 골든타임은 뇌혈관 질환이 3시간, 중증 외상 1시간, 심장마비 4~6분이다. 이로 인해 닥터헬기가 출동하는 도중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있는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에 실려온 급성 뇌출혈 환자 A씨는 전문적인 수술을 할 수가 없어 결국 육지의 대형병원에 닥터헬기를 요청했다.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파악하고 수술 등의 치료가 이뤄져야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닥터헬기가 날아 오는 2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백령도에 사는 심효신씨(61)는 “당시 친구는 숨이 꼴깍 꼴깍 넘어가는데, 마냥 헬기만 기다려야 하니 너무 답답했다”며 “급성 뇌출혈이라 긴급처치를 해도 3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골든타임이 넘어갈까 너무 조마조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헬기가 백령도로 오는 2시간을 기다리는데, 이러다 (친구가) 죽겠구나 싶었다”며 “사람이 죽고 나서 오는 닥터헬기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백령병원 관계자는 “백령도나 중간 지점인 연평도 등에 닥터헬기를 고정 배치하는 등 의료 환경 및 접근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1분 1초에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며 “백령도 등은 현지 병원에 1차로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상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의 상주 의료 인력을 강화하는 등 지역 의료 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헬기를 추가로 배치하기엔 구입은 물론 운영 예산이 너무 커 당장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보건분야 예산 ‘쥐꼬리’… 의료사각 ‘생명 위협’ [집중취재]

인천 옹진군의 응급의료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지역의 일상 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분야 예산도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역 안팎에서는 열악한 의료 환경 등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만큼 일상 의료 업무 분야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옹진군에 따르면 섬 지역마다 8개 보건지소와 11개 보건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약국은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한 영흥면과 백령면 등 4곳이 있다. 의료기관은 인천의료원 백령병원 1곳과 개인의원 1곳, 치과의원 1곳으로 3곳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섬 지역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의료취약계층 비율은 인천 내륙보다 높다. 인구 1천명 당 응급실 이용자 수는 151.8명으로 중구·강화·서구에 이어 4번째로 높다. 중증 외상환자의 수 역시 인구 10만명 당 157.3명으로 인천 내륙의 122.4명보다 34.9명 많다. 그러나 수요 대비 의료 시설 공급 등의 예산은 전체 예산의 3%에 불과, 전문의 부재 등의 의료환경 열악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옹진군의 지난 2022년 총 예산 3천871억5천800만원 중 보건 분야 예산은 고작 104억5천300만원으로 3% 수준이다. 더구나 옹진 지역의 2차 의료기관인 백령병원에는 필수 5대 의료 중 내과·외과·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의료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군 역시 의료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하면서 응급환자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의료 대응체계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혁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일상적인 섬 의료 체계를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백령병원을 비롯해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원격 진료 서비스 확대 등의 방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인천의료원의 내과, 산부인과 전문의 등이 백령병원에서 순환근무 할 수 있도록 인천시에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백령병원 전문의 채용을 위한 인건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등 섬 지역 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환자 볼모' 집단 사직 줄이어…의료대란 현실화 [집중취재]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민들은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빅5 대학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진료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하루 앞선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같은 집단 사직서 제출은 경기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오후 7시 기준 아주대병원은 전공의 225명 중 절반이 넘는 13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은 270명 중 110명이 사직서를 냈다. 가톨릭대 부속병원의 경우 부천성모병원 92명 중 62명, 의정부성모병원 100명 중 50명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성빈센트병원은 전공의 123명이 있지만, 아직 사직서 제출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오후 7시 기준 인하대병원 전공의 158명 중 10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가천대길병원은 196명 중 71명, 인천성모병원은 92명 중 60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무엇보다 공공의료를 전담하고 있는 경기도의료원(전공의 8명)과 인천의료원(12명)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경우 근무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사직서는 의국장과 과장 등을 거쳐 병원에 제출되는 만큼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못한 사직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각 병원은 실제 사직서 제출 및 파업 동참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줄을 이으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오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와 함께 이날 사직서 제출 후 실제 근무를 하지 않은 전공의 103명에 대해서는 이미 업무개시명령까지 발령한 상태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의료 중단 행위가 시작될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 등 강력한 법적 조치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미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등 집행부 2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이들이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발표된 후 처음으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수술 취소·연기…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요 ‘분노’ [집중취재]

“2개월을 기다린 수술이 취소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요.” 19일 오전 9시께 수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접수처 벽면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은 안내문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김모씨(여·50)는 “가뜩이나 예약이 어려운 대학 병원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골치 아프다”며 “수술 후 치료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머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울분을 토했다. 비슷한 시각 수원 아주대병원 접수처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했다. 아내와 함께 암투병 중이라는 박모씨(59)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에 대해 “아내도 아프고 나도 아픈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알 수 없으니, 눈앞이 깜깜하다”며 “국민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과 진료가 연기된 시민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약을 타기 위해 5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시민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서 장례식장이 붐벼야 정신차리는 것이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환자도 있었다. 담낭염증 수술을 일주일 앞둔 A씨는 이날 인하대병원으로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 등으로 수술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급한 마음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병원 측은 “마취과 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A씨는 “수술을 2개월 넘게 기다렸다”면서 “언제 다시 예약을 잡고 수술받을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시작되면서 경인지역 병원 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필수 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대체 인력이 마땅치 않은 의료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의료계 등에 따르면 경인지역 곳곳의 대학 병원 등에서 전공의가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수술이 연기되거나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각 병원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수술을 미루거나 입원을 제한하는 등 환자 불편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경찰과 검찰은 ‘강력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고, 명백하게 법을 위반하고 출석에도 불응하면 개별 의료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며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수사까지 염두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NS 타고…미디어가 쌓아 올린 세대 간 ‘갈등의 벽’ [청년과 노인의 현주소]

“솔직히 저출산이 20·30세대 탓인가요? 40·50·60 기성세대들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탓이 훨씬 큰 것 아닌가요? 그런데 사회는 우리에게 ‘일을 안 한다’ ‘눈이 높다’고 자꾸 비난합니다. 서로 비교하는 문화를 만들고 학벌 순위를 매겨 우릴 바보로 만든 게 대체 누구입니까?” 지난달 16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글의 일부다. 동의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일부 20·30대 사이에서 “핑계 대지 말고 낳아서 기르기 싫으면 당당하게 말해라”라며 비판이 나왔다. 저출산의 책임까지 서로에게 돌릴 만큼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인천의 한 카페에서는 줄입문에 붙은 ‘노 시니어 존’ 문구로 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60세 이상 카페 출입 제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댓글에는 “노시니어존을 만든 이유가 있을 것”, “가게에서 진상 부리는 사람 80%가 60대 이상인데 적극 찬성한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속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노인을 ‘꼰대’, ‘틀딱’, ‘할매미’, ‘연금충’, ‘노슬아치’ 등으로 부르는 혐오표현이 일상화하면서 갈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5세 이상 남녀 1천2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혐오표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온라인을 통한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험률이 82.4%에 이른다. 온라인 뉴스기사 36.5%, 온라인카페·커뮤니티 27.1%, 개인방송사이트 18.6%, SNS 12.1% 등이다. 특히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험은 40.4%로 ‘정치적 신념’, ‘성별’ 다음으로 높았다. 혐오표현을 접한 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는 응답이 61.6%이며 ‘혐오 표현을 내가 사용하게 되었다’가 22.5%가 이른다. 이러한 혐오표현으로 세대 간 갈등의 벽이 높아지면서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소통 및 협업 등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우리 사회 고령층과 젊은층의 사회갈등 정도는 '(갈등이) 약간 심하다'가 전년대비 0.6%포인트 늘어난 49.3%, '전혀 심하지 않다'는 전년대비 0.5%포인트 줄어든 2.7%로 조사됐다. 갈등이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늘었고,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줄었다. 세대갈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각종 방송, 언론 등의 미디어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방영된 'SNL코리아-MZ오피스'는 특정 세대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개그 소재로 활용해 논란이 된 경우다. 해당 콩트에서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직장인 캐릭터 아영이 상사들의 지적에도 업무 중 무선 이어폰을 꼽고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동후 인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미디어 환경 자체가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표현을 굉장히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며 “이를 통제하거나 제어, 규제할만한 방어책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세대에 대한 틀리거나, 과장한 평가를 주로 본 뒤 이를 고정관념을 구성한다”며 “이것이 세대 간 갈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철도 지하화 우리가 먼저”… 선도사업 뛰어든 경기 시·군 [집중취재]

철도 지하화로 생기는 부지를 개발하는 추진 근거가 생기자 철도 지상 노선이 지나는 경기도내 시·군이 선도사업 유치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선도사업은 사업 준비기간을 1~2년가량 단축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정부가 각 시·도별 후보지를 선정하기에 앞서 우선 선점에 나서기 위한 처사로 풀이된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철도 지하화 사업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노선이 있는 안양시, 군포시는 지하화 추진을 위해 선도사업 경쟁에 나서기로 했다. 경부선 철도가 지역 동서로 갈라놓으며 각종 개발사업과 도시 재정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안양, 군포시는 서울역~당정역까지 경부선 철도가 맞닿은 서울 용산·영등포·구로 등 서울 지자체와 실무 협의체를 구성, 개발 구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정치권도 가세해 4·10 총선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를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앞다퉈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9일 철도 지하화 추진 근거가 되는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철도 지하화 사업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오는 3월 지하화 노선과 구간, 상부 개발 구상, 철도 재구조화 등이 담긴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이후 12월까지 지자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선도사업은 1~2년가량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도내에선 경부선 서울역~당정역 구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구로~석수까지 ‘신산업경제축’으로 조성하는 구상을 내놨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실무 협의에 나섰다. 도내 철도 구간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 선도사업에 우선 반영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앞서 도는 지난 2014년 서울시 등과 함께 경부선 서울역~당정역 32㎞ 구간에 대한 지하화 용역을 진행했는데, 이 자료에 포함된 철도 주변 공시지가, 도시관리계획 등을 현행화해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도 관계자는 “어느 노선을 사업 대상으로 삼을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경제성을 높여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며 “도내 선점 가능성이 높은 철도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철도 지하화 비용 50조… 성공열쇠는 경제성 확보 [집중취재]

경기도내 지자체가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경쟁에 뛰어들자 전문가들은 경제성 제시가 사업 자체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철도 지하화를 통한 도시공간 재창조라는 방향성은 적절하지만, 여기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정부는 별도 재정 투입 없이 철도 상부 개발이익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당 사업에 드는 비용을 50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1일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철도 주변 도심을 포함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제시돼야 하지만, 국공유지인 철도 부지만의 개발이익만으로 사업 비용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철도가 지나는 도심에는 아파트와 건물 등 사유 공간이 이미 빼곡하게 들어서 통합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지자체들이 주택정비사업과 기반시설사업 등 상위계획과 연계해 사유지·국공유지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구상을 그리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철도 주변 개발로 발생하는 비용 수익이 높은 지역을 찾고, 지하화로 인한 공간구조 개편 효과를 명확히 제시해 ‘경의선숲길’ 같은 혁신 기업 등이 모이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내 철도 구간이 선도사업으로 지정되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본계획 수립 과정부터 지자체로 공이 넘어오는 만큼 철도 공간에 따라 부지 활용성이 달라진다는 평가다. 김황식 남서울대 드론공간정보학과 교수는 “도심 속 철도는 공간이 한정돼 있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에 철도 상부 공간을 한정적 자원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 부지가 넓고 지하공간, 철도 주변 개발 필요성이 큰 곳을 엄격하게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시·공간발전을 포함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향후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과 도시개발계획 등을 함께 마련,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 이목지구 준공 또 지연…‘눈덩이 이자’에 속타는 수분양자 [집중취재]

“농어촌공사만 믿고 투자했는데, 무작정 3년을 더 기다리라니…기업들이 도산해야 대책을 마련해줄까요.” 한국농어촌공사의 ‘수원 이목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준공 일정이 당초 2023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지연되면서 건설시장 불황을 간신히 버텨온 분양자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닥뜨렸다. 특히 기업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에도 농어촌공사는 ‘법적 책임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수원 이목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수원특례시 장안구 이목동 475번지 일원(47만3천721㎡)에 공동주택과 상업·업무용지 등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2020년 사업 초기 진행 당시 준공 예정시기를 2023년 12월로 못 박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공사는 실시계획(변경) 인가 및 공원 조성계획 심의 등 과정에서 조율할 사항이 발생했다며 준공 시기를 2024년 12월로 연기했으며, 2022년에는 또다시 준공 시기를 2025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이후 공사는 같은 해 12월, 또 한 번 이목지구 사업의 준공시기를 2026년 12월31일로 연기했다. 3차례 준공시기가 연기되면서 당초 2023년 12월이었던 준공 예정 시기도 3년이 늦어진 2026년 12월로 늦춰진 것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늦춰진 이유는 사업 지구 내 공원 연못 조성 과정에서 수원시가 지상으로 설계돼 있던 저류조를 물 고임, 악취 등의 이유로 지하로 변경할 것을 농어촌공사에 주문, 설계 변경 및 인허가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업이 3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상업 용지를 분양받은 기업들은 최근 치솟은 금리와 부실 PF(파이낸싱 프로젝트) 사태 등으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부지 개발을 하지도 못한 채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공사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일부 부지를 매각해 공사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준공이 미뤄지면서 이마저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업용지를 분양받은 A건설사 관계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납부했지만, 준공이 늦어지며 잔금을 치지 못해 매달 약 8천만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며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토지를 매각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는데, 공사가 계속해서 지연되는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매달 수천만원의 금융 비용만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농어촌공사는 공공기관임에도 기업들이 부도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을 지켜만 볼 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건설사 역시 “공사가 첫 공고보다 3년이나 지연되며 수익은 하나도 없이 이자 비용만 내고 있다”며 “이 정도 상황이 됐으면 농어촌공사가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설계를 바꾸고 새롭게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공사가 지연됐다. 고시된 기일 내에 공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분양자들에겐 공사 연계 저금리 대출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른 구제 방안이 있는지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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