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에서 살아남는 법

직장인 성승현씨(35)의 12월 책상 달력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일 술자리 약속만 빼곡히 적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술자리 때문에 하루를 버텨내기 조차 힘든 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몇 가지 팁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숙취 상태는 천차만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챙기며 탈나지 않게 송년회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음주 전 가벼운 식사로 속 달래야간을 보호하기 위해선 하루 50g 이하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 최적이다. 맥주 1천500㏄(7.5잔), 위스키 156㏄(5.2잔), 소주 250㏄(5잔) 정도다.술은 천천히, 물과 섞어 묽게 마시고 1주일에 적어도 23일은 간을 쉬게 해야 한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것보다 한번에 많이 마신 뒤 며칠간 금주하는 게 오히려 간에 부담이 적다.음주 전 식사는 꼭 해야 한다. 빈 속일 경우 알코올은 위에서 간으로 직접 가지만 위 안에 음식물이 있을 경우 장으로 흘러가 농도가 낮아진 후 간에 전달된다. 또 술을 마실 때는 약한 술에서 독한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게 좋다.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위 점막이 제대로 흡수를 못해 나중에 마시는 술은 그대로 간에 흡수되기 때문이다.폭탄주나 1차 소주, 2차 맥주 등으로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은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촉진시켜 빨리 취하는 원인이 된다. 인체가 가장 잘 흡수하는 술의 도수는 14도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순수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만드는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와 비슷하다. 또한 맥주에 섞여 있는 탄산가스도 소장에서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도와주기 때문에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하게 된다. 또 니코틴은 위산 과다를 부르고 위벽의 혈류를 나쁘게 한다. 알코올은 그 같은 니코틴의 흡수를 빠르게 한다. 간의 해독 기능도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담배 때문에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 과음 다음날은 어떻게 하나숙취는 음주 후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일컫는 말로, 술에 포함돼 있는 에틸알코올이 혈액이나 간에서 분해된 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에 의해 유발된다. 보통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또는 음주 뒤 시간이 흐른 후에 속쓰림,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술 마신 다음 날에 우리 몸은 수분뿐 아니라 당분, 전해질도 필요로 한다며 음주 뒤 체내에 남아 있는 알코올 성분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냉수보다 따뜻한 차가 좋으며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이온음료나 과일주스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술 마신 후 또 따뜻한 꿀물이나 식혜, 수정과를 마시면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커피 등의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피하고 칡차구기자차인삼차생강차가 숙취에 효과적이다. 또 과음한 다음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는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다. 매운 국물 음식을 먹고 땀을 빼면 술이 깬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큰한 음식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기보다 맵고 짜기 때문에 오히려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국물을 먹으려면 맑게 끓인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조개탕대구탕 등 기름기 없는 것이 좋다.간혹 술을 마시고 변비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럴 때는 굵은 소금을 탄 물을 한 잔 마시면 배변에 도움이 된다. 굵은 소금에 함유된 유산마그네슘이 이뇨작용을 도와 대변을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이다.술을 깨기 위해 일부러 토하는 사람도 있다. 일시적 효과는 있으나 술을 깨는 효과는 없다. 알코올은 위에서 10%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으로 가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위산만 식도로 역류돼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적은 양의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올바른 겨울철 운동법

겨울철 운동은 운동 자체보다 올바른 운동법과 날씨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인체기능이 저하되면 작은 충격에도 다치기 쉽기 때문. 올바른 겨울철 운동법을 알아보고, 몸짱이 돼보자.차가운 바람이 몸이 경직되면, 낙상의 위험도 커지고 자연스레 기초대사량도 줄어든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몸매관리에도 좋은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 10분 정도를 투자해 온몸 근육을 이완 시켜주는 게 좋다.겨울철에는 몸이 움츠러들면서 안전사고가 나기 쉽기 때문에 비만을 비롯해 질병이 있는 환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겨울에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는 운동을 피하고 햇볕이 가장 따뜻한 오전 10시부터 2시가 가장 좋은 시간이다.수면이 부족하거나, 숙취가 있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이 풀리지 않아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발열이나 두통, 오한 등 감기증상이 있을 시 가벼운 체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겨울철 운동의 포인트는 체온관리. 보통 운동을 하게 되면 땀이 나 체온 관리에 소홀해지는데, 기온이 낮으면 운동을 해도 체온이 잘 올라가지 않으면서 땀이 나도 바로 식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통풍이 잘되는 옷을 여러 겹 껴입거나, 목도리와 모자를 착용해 체온을 관리하면 더욱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겨울철 운동 통해 몸매관리

겨울은 몸매관리가 어려운 계절이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밖에서 운동하기 꺼려지고, 맘먹고 도전해도 땀도 잘 나지 않는다. 집에서 하는 운동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에, 아예 겨울철 다이어트는 포기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두툼하고 긴 옷에 몸을 숨기고, 잔뜩 움츠리고 있다 보면 운동량이 적어져 콜레스테롤 과다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체중이 늘게 된다. 추위를 극복하는 겨울철 운동법을 알아보고, 건강관리와 다이어트의 일석이조 효과를 누려보자. ■계단 이용다이어트의 기본은 식이요법과 운동이지만, 추운 겨울에는 몸이 움츠러들고,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려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생활 속 운동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계단 오르내리기다.보통 1개 층에 7Kcal씩 소모, 5층까지 올라가면 평균 35Kcal를 소모하게 되며 이는 10분간 자전거 타기나 등산과 같은 운동 효과다. 하체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고, 각선미를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고칼로리 식단, 야식은 금물사람의 몸은 체온이 떨어질수록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면서, 겨울철 쌀쌀한 날씨에는 따뜻하고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다.그렇다고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이나, 야식에 맛을 들이면 쉽게 중독돼 헤어나기 어렵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밤에 음식 섭취량이 많은 야식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량이라도 아침식사를 포함한 매 끼니를 챙겨 먹고, 늦은 시간 식욕이 생기면 음악 듣기, 차 마시기 등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늦은 시간 음식을 섭취해야 할 때에는 적은 양으로 오래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30회 이상 씹고, 음식 섭취 중에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중 물을 마시게 되면,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게 돼 음식물 흡수가 방해되고 포만감을 덜 느끼게 되기 때문. 식이섬유가 풍부한 저지방, 저당질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쉬운 다이어트 운동부터겨울철 다이어트는 무리한 감행보다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무리해서 다이어트에 흥미를 잃는 것보단, 노출이 많은 여름철을 대비해,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겨울철에는 과격한 운동보다는 소위 파워워킹이라 불리는 경보가 적당하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으면서 서서히 속도를 올려, 보폭을 좀 더 크게 하고 손을 앞뒤로 흔들어주면서 파워워킹을 하면 전신 근육이 고루 움직인다. ■물과 친해지기반신욕과 족욕은 혈액순환을 개선하며 겨울철 다이어트에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반신욕은 체온을 올려주면서 기초 대사량을 높여주기 때문에 체내에서 지방들이 쌓이는 것을 예방한다. 또,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붓기도 줄어들어 체액이 쌓이는 것도 막는다. 하루에 물 8잔 이상 마시는 등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철은 건조하지만, 땀을 흘리지 않는 탓에 다른 계절에 비해 수분 섭취량이 줄어든다. 수분을 적게 섭취하면 혈액순환이 저하되고, 다이어트에도 좋지 않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마을이 돌아왔다] <22>안성 덕봉리 선비마을

500년동안 산신제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유교문화의 보존마을로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을의 가치가 높아지는 마을. 안성시 양성면 덕봉리에 위치한 선비마을이다. 이곳은 해주 오씨의 집성촌으로 5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전통역사마을이다. 최근 마을 주민들은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소중한 역사자원을 훼손하지 않고 마을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면서도 마을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 마을은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역사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본격적으로 외부와의 소통을 시작했다. ■문화역사마을 가꾸기 사업은 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우리 삶의 터전인 마을 문화를,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마을의 문화역사적 소재를 발굴육성, 관광자원화해 문화와 환경이 아름답게 조화된 자생력 있는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추진한 사업이다. 문광부는 각 도별로 1개 마을씩을 선정했으며, 경기도를 대표해서 덕봉리가 전국에서 13번째 대상 마을로 지정됐다.실제로 경기도는 지난 2005년 안성시 청룡마을, 2006년 군포시 대야미 마을 외 2개 마을을 추천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덕봉리는 집성촌으로, 종중을 중심이 되어 주민단결력이 견고하고, 덕봉서원을 비롯한 오정방 고택, 경앙사 등 전통가옥과 마을내 연못, 정자, 공동우물터, 고성산 등 문화자원이 풍부하며 아직도 산신제, 석전대제 등의 전통행사와 국말이국밥 등 전통음식도 잘 보존돼 있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사업 대상지 지정과 함께 국도시비 각 5억원씩 총사업비 15억원이 투입됐다. 이에 따라 사회적기업 이장이 수립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마을회관을 리모델링 해 선비마을 체험관과 한옥 숙박이 가능한 백련재를 건립했으며, 기존의 백련정, 백련지, 큰우물 등을 재정비했다. 편의시설로는 친환경 주차장 및 체험마당이 조성됐고, 주변 조경 경관을 활용한 주변 정비사업도 진행됐다.특히 관광객들이 선비정신과 선비생활사 옛 풍속 재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20여종의 체험프로그램도 개발됐다.이렇게 3년여의 준비를 거쳐 덕봉리는 역사문화체험마을에 걸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루 갖췄다. 남은 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느냐의 문제뿐. 마을 내부적으로는 운영주체 발굴의 문제였고, 외부적으로는 관광객 유치의 문제였다.사업 시작 3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인 지난 29일 찾은 덕봉리 선비마을은 이 두 가지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업 개시 원년인 2010년. 씨족 공동체답게 사업운영주체 발굴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농협에서 근무를 하다 퇴직한 오세익씨가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자연스럽게 부녀회와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운영조직이 꾸려졌다. 하루 인건비는 단돈 2만원, 적은 액수였지만 마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일을 거들었다.첫 해 치곤 성과도 나쁘진 않았다. 고작해야 몇몇 유학자나 풍수지리학자들이 다녀가는 것이 전부였던 마을에 2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아들었다.하지만 장밋빛 희망도 잠시, 사람들의 발길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조금이라도 생활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가깝다고 무작정 나오라는 것도 한두번이지. 다들 입에 풀칠 하느라 바쁜데. 지금은 하려는 사람이 없어 걱정입니다.지난해 초 전국을 휩쓴 구제역은 이곳을 찾는 관관객들의 발길을 끊게 만들었고, 수입규모가 변변치 않자 운영위원들조차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위원회 일을 도맡아 하던 사무장마저 농사일을 이유로 뒤로 물러난 실정이다.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되니까 참여하기가 어렵죠.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고 하니까 나갔지만, 관광객들도 많이 오지 않을뿐더러 내 코가 석잔데 어떻게 나갑니까?마을 주민 오세준씨(56)의 말처럼 경제적 빈곤 앞에 씨족 공동체의 유대감은 뒤로 밀리고 말았다. ■15억이나 들여 만든 체험시설이 애물딴지가 될 위기에서 오 위원장뿐만 아니라 안성시와 안성지역내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사)농촌관광 커뮤니티 비지니스 센터(CB 센터)는 타계책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오 위원장은 선비마을과 연계해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 위해 내년에는 시 예산 1천500만원을 지원받아 연꽃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꽃을 가꿔 마을 경관도 개선하고, 연입쌈밥 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의도다.이와 함께 안성시는 지역내 8개 농촌관광 마을들의 유기적 협력체가 될 CB센터를 지원함으로써 시 전반적인 농촌관광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이소영 안성시 테마마을 담당자는 덕봉리 선비마을의 경우 시작단계부터 다수 주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한계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부터는 최대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CB 센터 또한 안성의 특성에 맞는 농촌관광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김상현 CB 센터 컨설팅 전문위원은 지역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해당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관광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전체가 관광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 지역사회관광의 기본 개념이라며 지역사회관광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 초기부터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현실성있는 계획을 도출함은 물론, 지역 주체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행정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은 기본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본 계획과 관련한 다양한 정부정책 사업 유치에 관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성 선비마을을 지속 가능한 역사마을로 보존하면서 관광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은 씨족 공동체 규범에 있다. 마을의 정신적 지주가 돼 온 가문은 물론이고 외지에 나가 있는 후손들도 돌아와 가문의 전통을 지켜 나가고 싶은 곳으로 남아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대대로 유지해 온 마을의 전통문화를 관광객의 일회성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싸구려 관광자원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이를 위해 관광객의 수요에 맞는 관광이 아닌 마을 특성에 맞는 관광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여러 번 방문해야 마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곳 선비마을에 와야만이 맛 볼 수 있는 전통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수백 년 이어온 공동체 규범이 살아 있는 마을은 가 보고 싶은 마을이 아니라 살아 보고 싶은 전통마을로 남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제2, 제3의 전통마을이 자생적으로 살아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핀으로 그리는 세상, 예술가 인경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쳐다보다가 문득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동그랗고 영롱한 푸른빛을 발하는 지구. 무엇인가 축복받는 존재만이 기거할 것처럼 태양광을 반사시켜 푸르게 빛나고 있는 지구가 그려진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지구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하늘과 땅, 바다 그리고 수많은 종의 생명체가 구성요소일 것이다. 우주만물에는 그것들을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있다. 자연은 수소나 헬륨 따위의 원소들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생명체는 세포들의 집합으로 구성?을게다. 하나가 여럿으로 모여 이루어진 세계와 생명체. 그것이 세상을 구성하고 우주를 찬란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 작은 무엇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세상. 이들은 촘촘하게 또는 넓게 박혀있어 때로는 밝게 때로는 어둔 그늘을 만들어 낸다. 형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밤하늘의 별이 빽빽하게 모인 것 같기도, 어느 산맥의 등줄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다시 뒤로 물러나 바라본 그것은 음습한 진흙을 뚫고 나와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작가 인경이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그럴 것이다. 세포들의 교집으로 생명체가 탄생하듯 인경의 세상에는 항상 핀이 등장한다.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만들어진 이 물건은 이것과 저것을 이어주는 임시적 연결고리이자, 인경이 세상과 만나는 소통의 창이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이기도 하다. 작가 인경이 획득한 핀이라는 조형언어에는 영원성이 부재한다. 이는 핀이 갖는 속성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임시로 옷깃을 고정하거나 무엇인가를 잠시 동안 연결하는 부속으로서의 핀의 기본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부여했다. 어쩌면 빨갛게 드러난 자신의 환부를 꿰매지 못하는 불완전한 자신과 세계와의 만남을 표현한 것을 아닐지.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가을차

차가운 음료보단 따끈한 차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10℃ 안팎을 넘나드는 요즘 같은 날에는 따뜻한 차를 마셔 몸의 온기가 유지되도록 돕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감기예방, 건강관리도 좋지만, 차의 은은한 향을 맡으며 저물어 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것 또한 좋을 터. 제철 과일과 이파리로 우려낸 차는 저마다 효능이 있어, 환절기 감기는 물론 각종 질병 예방에 탁월하다. 운치를 담은 차 한잔에 건강 걱정까지 말끔히 해소해보자. ■국화차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의 약학서 본초강목은 국화차에 대해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위장을 편안케 하고 오장을 돕는다고 전한다. 국화에는 비타민A, 비타민B1, 콜린, 스타키드린, 아데닌 등 눈과 간 기능 회복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을 밝게 하고, 간장을 보호하며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수험생 등 장기간 공부해야 하는 학생이 마시면 좋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국화차 중 일부는 식용이 아닌 감국으로 이뤄진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감잎차레몬의 20여배에 달하는 비타민 C를 함유한 감잎차는 나이트로사민이라는 암 물질을 제거하는 효능이 뛰어나 암 예방에 좋다. 타닌이 함유돼 있어 얼굴이 잘 붓지 않을 뿐 아니라, 이뇨작용으로 혈압과 동맥경화,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약산성이므로 알칼리성 약초 차와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하며, 변비가 있는 사람은 삼가는 게 좋다. ■오미자차오미자차는 단만, 쓴맛, 신맛, 떫은맛, 매운맛 등 5가지 맛이 모두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중추신경계통의 반응성을 높여 뇌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정신기능을 안정시킴에 따라 치매를 예방하며,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수험생에게 좋은 게 특징이다. 아울러 혈당치를 떨어뜨려 당뇨환자에게도 좋다고 알려져있다. 신맛이 특히 강해 말려서 차로 마시거나, 한약재로 이용되는데, 한의학적으로는 만성기관지확장증 환자의 기침과 천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며 폐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산수유차약간의 단맛과 떫은맛, 강한 신맛이 나는 열매 산수유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수확되므로 차로 우려 가을에 마시기 더없이 좋다. 산수유차는 허약한 콩팥의 생리기능을 강화하고, (최근 광고를 통해 유명세를 탄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정력을 증가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정기를 돋아 주는 효능이 손꼽히면서 중년남성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다.■두충차비타민C 함유량이 녹차보다도 많은 두충차는 강장효과가 있어 옛날부터 한방에서 몸을 튼튼히 하는 데 사용돼왔다. 혈액순환을 도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이뇨작용으로 신장 기능을 도우며, 간해독에도 좋다. 이에 따라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은 물론, 요통, 관절통, 신경통 등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차 우리는 법]찻잎의 양, 온도, 우려내는 시간 맞으면 최상의 맛

찻잎의 양, 물의 온도, 우려내는 시간은 맛잇는 차를 위한 세 가지 요건이다. 방법을 잘 익혀 최상의 향과 맛을 느껴보자.■찻잎의 양차의 종류, 다기의 크기, 마시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잔마다 3~5g 정도가 적당하다. 홍차나 녹차는 잔마다 3g 정도의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 150㎖ 정도를 부으며, 보이차를 우려낼 때에는 5~10g을 넣는다.■물의 온도잎이 가늘고 부드러운 고급녹차는 100℃ 뜨거운 물에서 우려내지 말고, 80℃ 정도에서 우려낸다. 특히 물을 팔팔 끓인 후 식혀서 80℃를 유지해야 우려낸 차의 빛깔이 곱고, 맛도 신선하고 개운하다. 반면, 고온의 물을 사용할 시에는 색이 황색으로 변하고 맛도 쓰다. 각종 화차와 홍차, 중저급 녹차는 100℃의 뜨거운 물을 사용한다.■우려내는 시간과 횟수우려내는 시간과 횟수도 찻잎의 종류, 물의 온도, 차 마시는 습관에 따라 다르다. 보통 녹차나 홍차는 찻잔에 찻잎을 3g 넣은 뒤 뜨거운 물을 조금만 붓고, 3분 정도 지나면 뜨거운 물이 찻잎에 스며들면 다시 뜨거운 물을 찻잔의 80% 안팎으로 부어 찻잔이 뜨거워지면 마신다. 3분의 2 정도 마신 후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면, 차 농도가 고르게 유지되며 대게 세 차례 우려내는 것이 적당하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서양화가 신원삼] 초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불특정다수의 인간

신원삼이 그리는 하늘은 어둡고 축축하다. 그가 표현한 짖게 드리워진 음울한 하늘의 시커먼 먹구름은 수분을 잔뜩 머금고선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기세다. 어느 여름날 장마철의 우울한 날씨를 표현한 것일까. 그러기엔 화면 속 하늘은 높기만 하다. 그곳의 세상은 수증기를 품은 먹구름이 대지에 낮게 깔린다는 기압차에 관한 상식을 무시한 채 땅에서부터 구름까지의 간극을 넓다 못해 공활하게 묘사했다. 비상식적이고 현실을 위반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초현실의 공간에는 일렁이는 구름과 낮게 깔린 대지, 그 사이에 위치한 무엇이 보인다. 화면의 중앙에 자리한 것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비행기이다. 이는 기계문명이 발달한 이래 완성된 메카니즘의 정수이자 인류가 꿈꿔온 이카루스의 숙원을 풀어준 거룩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신의 영역을 탐했던 인류의 신화적 상상력의 결정체이자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영원불멸의 진입로일 것이다. 신원삼이 표현한 하늘과 대지, 그리고 그 사이로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창조물이 우두커니 멈춰서 있다. 그런데 거대한 기계의 몸체는 넓게 관통되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안을 보니 서로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느낌을 한 무엇이 포착된다. 마치 유령처럼 하얀색 표피를 지닌 인간의 형상이다. 비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악화된 기상조건 탓에 그날의 비행은 힘들어 보인다. 창공을 날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기계의 몸체가 미세하게 떨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신원삼은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유령이나 좀비처럼 목적을 잃어버린 부유하는 군상을 표현한다. 그의 세계는 고층빌딩이나 쇼핑타운, 공항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하루에도 수많은 인파가 지나다니는 과밀화된 공간으로 많은 이들의 욕망과 허상이 충돌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류가 이룩한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의 일상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배경을 뒤로 한 채 모호한 표정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별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뭉개진 하얀색 군상들은 초점 없는 눈을 몽롱하게 뜬 채 부유하듯 떠있다. 작가는 결국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지만 결국 초조하고 무력한 인간의 자화상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개인의 몰개성화와 부품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만들어진 불특정다수의 모호성을 이야기한다.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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