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6일 노벨 평화상 수상발표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수상 소회와 향후 국정운영 구상의 기본틀을 밝혔다. 이날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40분 가량 진행된 간담회는 기자단의 축하 박수속에 입장한 김 대통령이 약 15분 동안 수상소감과 ▲국민화합의 정치 ▲인권·민주주의 국가 건설 ▲남북관계 진전 노력 ▲경제강국 건설 ▲서민생활 안정 등의 5대 국정 구상을 피력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는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김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여러분께 말씀하는데 어렵지만 해낼수 있습니다”, “나를 믿으십시오”, “해 냅니다”라며 강한 어조로 극복 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평화상 수상 상금 10억여원의 용처와 관련한 질문에는 “우리 국민이 지원해 받은 상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국민과 민족을 위해 뜻있게 쓸 작정”이라면서 “아이디어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9월 수상한 라프토 상금 및 지난해 7월의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수상 상금과 관련한 질문에도 “자유메달 상금은 아·태지도자회의에 기증했다”면서 “라프토상은 상금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늘 희소식을 듣게 됐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또 “수상 발표 1초전에라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통령은 “10분의 1초전에도 몰랐다”고 말했으며, 수상발표 당시의 감정에 대해서는 “13일 오후 6시에 안방에서 아내와 지켜봤는데 발표가 된 후 좀 창피한 얘기지만 아내와 껴안고 좋아했다”며 수상당시의 기쁨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주 개막되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이 건국이래 처음으로 2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국가적 경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요일인 어제도 외교안보수석과 하루종일 회의준비를 했다”고 밝혀 이번 회의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음을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날 무렵 “노벨 평화상 타고 처음으로 여러분하고 악수한번 해봐야 겠다”며 출입기자단과 일일이 악수했다. ◇ 김 대통령 서두 발언 요지 오늘은 박수도 나오고 평소와 다르긴 다르다. 매일 이렇게 박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통해 성원해준 국민에게 감사한다. 73년 일본에서 납치당했을 때배에 실려 선창 밑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81년 사형선고 받으면서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내가 견딜수 있었던 힘은 내 자신의 신앙의 힘이 아주 컸고, 또 하나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세상을 떠도 국민과 역사속에서 당당히 평가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됐다.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서 대통령이 되고 평화상도 받는 영광을 얻었으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지금은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준비하는 시기다. 26개국 정상이 모여 아시아와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큰 틀을 잡는 중요한 회의이며 우리나라로서는 국가적 경사다. 협력을 바란다. 수상자가 된 뒤 많은 생각을 했지만 ASEM 때문에 워낙 바빠서 별 구상을 못했지만 우선 무엇보다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 국민이 모든 분야에서 화합하고 정치도 여야가 화합의 정치를 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정치답게 평화속에 경쟁하고 정책을 가지고 대결하고, 그러면서도 화합의 틀을 깨지 않는 그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제가 앞장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둘째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약간의 공헌을 한 것이 수상 원인이었다. 부끄럽지 않게 한국이 인권, 민주주의 국가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셋째로 가장 큰 수상 이유가 남북관계 진전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긴장완화와 평화적 교류 두가지 측면에서 착실히 발전시켜 나가겠다. 넷째는 앞으로 경제적 세계적 경제강국이 되어야겠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과 더불어 노력하겠다. 4대 개혁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짓고 전통산업과 정보산업, 생명공학을 3위일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다섯째는 서민생활을 안정시켜 의료와 교육을 반드시 보장하도록 하겠다. 기초생활 보장도 중요하지만 서민을 포함해 모든 국민을 평생 재교육시키고 새로운 정보화 시대에 맞는 고급인력으로 양성하겠다. ASEM이 끝나고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생각을 한뒤 다시 만나 (국정구상을)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16일 노벨평화상 수상이후의 국정운영 구상과 관련해 “앞으로 무엇보다도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면서 “국민들이 모든 분야에서 화합할 수 있도록 하고, 여야간에도 화합의 정치를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나라의 정치답게 평화속에 경쟁하고 정책을 가지고 대결하면서도, 화합의 틀을 깨지 않는 그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제가 앞장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통령은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고 나아가 이 나라가 세계적 강국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뒤 다음 정부에 물려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금융·기업·공공·노사 등 4대 개혁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짓고 정보화와 생명산업을 적극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에 부끄럽지 않게 인권·민주주의에서 세계의 모범국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남북관계도 착실히 발전시켜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새로운 남북 화해협력시대를 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야당측의 민주당 당적이탈 주장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 문제를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정치권 일각의 ‘사정정국설’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없는 소리이며, 그런 짓을 한다면 노벨평화상을 준데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언급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노벨평화상에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평화상을 준 의도에 부응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끝으로 노벨상 상금(약 10억원)의 용처에 대해 “내가 받는 형식이지만 우리 국민이 지원해서 받은 상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국민과 민족을 위해 뜻있게 쓸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정치권은 일제히 반기며 축하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소형TV를 통해 노벨평화상발표를 본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뜻을 전했다.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도 13일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성명을 내고 “김 대통령의 수상을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수상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수십년간 온갖 고초를 겪은 우리 국민, 그리고 지구촌 유일의 냉전의 땅 한반도를 평화의 땅으로 물줄기를 바꾼 위대한 우리 지도자에 대한 국제적 평가”라며 “노벨상 수상으로 도덕적, 국제적 위상을 높인 김 대통령이 앞으로 국제적 지도력을 한층 더 발휘,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의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도 13일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린다”면서 “역사에 남는 큰 지도자가 되도록 한반도 평화와 국가발전을 위해 더욱 기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어 “요근래 불거지고 있는 남-남간, 여-야간 갈등이 평화롭게 치유되도록 큰 힘을 발휘해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아무쪼록 금번 수상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을 앞당기고 우리사회 여러 갈등구조를 극복하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은 “한민족 사상 최초이자 건국이후 최초의 노벨상 수상은 국가적 신인도 제고와 우리 국민에게 긍지와 희망을 주는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진심으로 경축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 대변인은 또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그동안 쌓아온 김 대통령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장노력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했던 서남해안의 조그만 섬 하의도가 2년여만에 다시 환희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지난 97년 12월 대통령 당선 이후 떠나갈 듯 기쁨에 휩싸였던 연꽃 모양의 섬 하의도가 13일 오후 김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다시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의도 주민들은 김대통령이 과거 14차례나 수상후보에 올랐던 기억을 되새기며 가슴을 졸인 끝에 수상소식이 TV 등을 통해 알려지자 만세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환하게 불을 밝힌 김대통령의 생가에 삼삼오오 몰려든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의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급하게 잡은 토종돼지에 잘익은 인동초 막걸리를 큼지막한 사발에 철철 넘치게 담아 잔을 돌리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기쁨 그 자체였다. 생가앞과 마을 선착장과 면사무소 등에는 급하게 내건 플래카드가 수상의 기쁨을 만끽하듯 가을바람에 펄럭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인동초가 노벨평화상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신안군의 영광, 전세계의 영광.” 작년 9월에 준공된 김대통령 생가는 6칸(18평) 목조초가 본건물에 화장실과 창고 등 20여평의 아담한 초가로 김해김씨 종친회에서 복원, 신안군에 기증했다. 김대통령의 큰 형수 박공심(81)씨는 “며칠전에 돌아가신 남편(김대통령의 큰 형님)이 꿈에 나타나 잘 구운 갈치에 밥 잘먹고 간다고 했는데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고 나타났는가 보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조카 김홍선(39)씨는 “노벨상 수상은 전 세계인의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보다 오히려 더 큰 경사다”며 “고향 면민을 대신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광리 이장 김종기(60)씨는 “이렇게 큰 상을 받은 것은 하의도 주민만의 자랑은 결코 아닐 것”이라며 “이제 전세계인의 추앙을 받은 대통령이 된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개혁을 완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형수집과 생가에 모인 수십여명의 주민들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인고의 세월, 노벨상 수상 등을 화제로 삼으며 제법 쌀쌀한 가을밤을 하얗게 지샜다.
김대중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배경 가운데 중요한 것은 6·25 전쟁 이후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전환시킨 공로 때문일 것이다. 김 대통령은 50여년간 이어져온 뿌리깊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지난 98년 취임 이후 이른바 ‘햇볕정책’으로 명명된 대북 포용정책을 실시,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반도 문제를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철학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차별성을 갖는 것이었다. 북한이 90년대초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 심화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통한 대결정책을 통해 체제보장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98년 북한의 금창리 핵개발 의혹 시설과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됐음에도 햇볕정책에 기초해 미국·일본과 3국 공조체제를 형성,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 마련을 이끌어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한 대북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 천년이 시작된 6월 13∼15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즉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남북 화해·협력 추진’ 등 대북 3원칙 아래 김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행동과 실천으로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남측의 진의를 이해,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된 정상회담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에 기초한 통일지향, 8·15에 즈음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비전향 장기수 송환, 경제 등 제반 분야의 교류와 협력 등에 합의하고 이를 6·15 공동선언이라는 형태로 세계 앞에 당당하게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이후 이산가족 추가 상봉과 남북 장관급 회담, 분단사상 최초의 외무장관, 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신뢰회복에 나서면서 경제 교류와 협력체계도 가속화시켜 남북의 화해무드를 전반적인 흐름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남북 간의 훈풍은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 위원장의 방미에 이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 등 북·미관계의 획기적 진전,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재개 등을 추동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김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에도 정상회담으로 마련된 민족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진일보시키고 남북공동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켜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나간다는 ‘한반도 시대’의 비전을 실현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북한의 개방을 지원함으로써 통일을 위한 외교적 기반 조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오랜 인고(忍苦)의 세월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피워낸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21세기 벽두에 분단의 땅 한국에 날아든 민족적 낭보(朗報)라고 할 수 있다. 13일 저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표된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결정으로 한반도 분단극복 노력이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았을 뿐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침내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적 권위의 노벨상 수상국 대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수상으로 한국은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며 해묵은 숙원이었던 노벨상 수상의 물꼬를 트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번역의 문제 등으로 후보로 올랐으면서도 번번이 탈락한 문학상을 비롯, 의학, 물리학 등 다른 부문에서도 세계적 권위의 이 상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된 것은 큰 소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지난 수십년간 숱한 고초와 만난(萬難)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데다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구상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던 한반도에 평화의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가 이날 김 대통령의 수상자 선정사실을 발표하면서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한 평화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사유를 적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김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은 몇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기도 했던 온갖 박해와 탄압속에서도 신념을 꺾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보답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가치의 정립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지난 63년 6대 국회 진출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30여년간 줄곧 험난한 야당의 길을 걸으며 도쿄 납치살해음모 사건과 가택연금, 투옥, 사형선고 등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와 인권 수호에 앞장서왔다. 김 대통령은 특히 취임후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배격하고 민족간 평화공존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지난 6월에는 역사적인 평양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민족평화의 새 장전(章典)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 이번 수상으로 김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불굴의 정치인이라는 차원을 넘어 진정한 국가적 지도자로 추앙받을 수 있는 또다른 신화를 창조해낸 셈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온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을 단시일내에 극복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데 이어 최고의 영예인 노벨평화상까지수상함으로써 생애의 절정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이제 남은 재임기간에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 및 평화를 더욱 공고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나아가 김 대통령은 이제 정권을 장악한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는 차원을 넘어온 국민의 존경과 흠모를 받을 수 있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남은 재임기간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21세기 첫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통해 온국민과 후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선사한 김 대통령이 퇴임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의 길을 닦은 훌륭한 지도자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향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박준영 대변인을 통해 “다시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며, 오직 감사할 뿐”이라면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과 더불어 이러한 노력을 성원해준 세계의 민주화와 인권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그동안 고난을 같이해온 가족, 동지, 친지, 그리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한 이 땅의 많은 분들과 영광을 나누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인권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아시아와 세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 계속 헌신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이 마침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는 13일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의 군나 베르게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오슬로에 있는 노벨위원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분단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켰다면서 21세기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김대통령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올해 사상 최다였던 150명의 평화상 후보자들중에서 단독으로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게됐다. 베르게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김대중이 일반적으로는 한국과 동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 특별히 지적하자면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해 2000년 노벨평화상을 그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김대중은 한국에서 수십년간 독재통치가 계속되는 동안 여러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오랜기간 국외생활을 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한 지도적인 대변자로 점차 부상했다”면서 “한국은 1997년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민주국가의 대열에 결정적으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김대중은 대통령으로서 민주적인 정부를 강화하고 한국 내부의 화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김대중은 동아시아의 보편적 인권의 지도적인 수호자로서 강력한 도덕적 힘으로 아시아에서 인권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맞서왔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이어 김 대통령이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동티모르에의 탄압반대를 위해서도 상당히 노력했으며 특히 ‘햇볕정책’을 통해 전쟁과 50년 이상 지속된 적대감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제 한국에서도 냉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벨 위원회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의식한 듯 “한반도 화해 진전과 재통일을 위한 북한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기여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밝히고 자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노벨사 제정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오는 12월10일 오슬로 시청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으로부터 상을 받으며 900만스웨덴 크로나(약 10억원)의 상금도 받게된다.
북한과 미국이 12일 공동성명(코뮈니케)을 통해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그 사전 준비의 성격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조만간 방북에 합의함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미 공동성명은 “미합중국 대통령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하여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가까운 시일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이날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확정된 것이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는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에 필요한 국제 반테러기구 가입, 미사일 개발.수출에 관한 입장표명 등의 조건을 선행시켜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1년 1월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시기를 못박기 어렵다는 분석이 현단계에서는 유력하다. 더욱이 오는 11월 7일에 실시되는 미 대통령 선거는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전 방북의 또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승리할 경우에는 대북정책의 지속 차원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겠지만, 조지 부시 후보가 이길 경우 정권인수 작업 등 복잡한 국내 정치정세 때문에 방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올브라이트 장관이 ‘가까운 시일내에’ 방북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11월 7일 미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시기와 조건들을 저울질 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어떤 경우에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50여년 적대관계와 기술적인 교전상태에 있던 북·미관계의 구도를 완전히 획기적으로 뒤바꾸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될 경우 남북한 관계는 물론 주변 강대국들의 정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12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81회 부산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치사에서 “새천년에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전국체육대회는 화합과 희망의 새시대를 여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새천년 새출발, 한민족 힘찬도약이라는 이번 체전의 구호처럼 모든 차이의 장벽을 넘고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힘차게 새출발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시드니 올림픽의 동시입장으로 한반도에서는 7천만이 한민족 한핏줄임을 다시한번 느꼈다”면서 “앞으로 우리 체육인이 북한에 가고, 북한 체육인이 남한에 와야 하며, 경평축구도 열리고 국제대회에도 단일팀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체육인 이상 민족적 과제의 선두에 설 적임자는 없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는 정치회담이나 경제회담에서 이룰수 없는 엄청난 성과를 이룰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