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5일 “공기업 사장과 임원의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고 민간부문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민간이관이나 통폐합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와 4대부문 개혁 점검회의를 잇따라 주재하고 “4대 부문 개혁 가운데 공공개혁이 제일 부진하다”면서 “이에 대해 정부가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공기업에도 공개경쟁 채용방식을 도입해 우수한 경영자를 채용토록 하고, 공기업 산하의 자회사를 재정비해 본사에 통합하거나 민간부분에 이양하는 한편, 향후 3년이내에 전자정부를 완성해 예산 집행 등 생산성을 높이고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토록 하는 등 공기업 개혁 5대 중점 추진사항을 지시했다. 또한 김 대통령은 “내년부터는 새롭게 강화된 개혁 시스템에 따라 시장 원리에 입각, 상시적인 개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이를 정확히 실천해야 한다”면서 “금감원은 은행들이 회생기업에 자금지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고 기초생활 보장이나 실업 보험 등이 정확히 지켜지고 있는지를 철저히 관리감독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공기업의 민간 이관 및 통폐합과 관련,“현재 국무총리실과 기획예산처에서 공기업, 국책연구소, 산하기관 등에 대한 경영평가를 진행중”이라면서 “실사 결과에 따라 민간부문보다 경쟁력이 없는 기관들에 대해서는 정리를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또 ‘상시적인 개혁’에 대해 “4대부문 12대 핵심개혁과제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 이후부터는 상시 개혁 시스템으로 전환, 부실한 기업과 은행, 공기업은 즉시 퇴출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은 1일 경기도청을 방문, 임창열 경기지사와 조성윤 도교육감, 박금성 경기경찰청장 등으로 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업무보고는 임 지사 등 3명의 단체장으로 부터 도정과 교육행정, 치안행정 등에 대한 보고에 이어 김윤기 건교부 장관, 이돈희 교육부장관, 김한길 문광부장관,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 순으로 답변하고 김 대통령의 발언으로 약 1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임 지사의 안내로 도청 신관 1층에 마련된 업무보고장에 입장. 국민의례에 이어 곧바로 임 지사, 조 교육감, 박 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청취. 이날 업무보고는 종전 도청 행정부지사가 사회를 보았던 것과는 달리 김 대통령이 직접 업무보고 순서와 질의 순서 등을 총괄하며 진행돼 눈길. ○…평소 메모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대통령은 이날 임 지사 등 3명의 단체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중간중간 메모를 하고 중요 건의에 대해 밑줄을 치는 등 학구적인 자세를 유지. ○…김 대통령이 업무보고와 장관들의 답변에 이어 당초 시나리오 계획에도 없던 ▲서민생활 상황 ▲기업 가동율 ▲농촌부채문제에 대한 농촌실정 ▲실업대책 등을 임 지사에게 묻는 바람에 백성운 행정부지사 등 도청 간부공무원들이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 그러나 부총리까지 지낸 경험을 갖고 있는 임 지사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하며 조리있게 답변하는가 하면 경기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정책건의까지 곁들여 일사천리로 소견을 밝히자 간부공무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이에 대해 도청 공무원들은 김 대통령이 임 지사가 개인적인 문제를 신경쓰느라 도정을 챙기는지 여부를 알기위해 시나리오에도 없는 질의를 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듯 김 대통령은 임 지사의 답변을 들은 뒤 “임 지사는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과 지식, 리더쉽을 갖고 있다”며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선명하게 해결되길 바라고 앞으로 도지사로써 업무에 더한층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해 임 지사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기도. ○…김 대통령과 이희로 여사는 임 지사의 영접을 받아 오찬장에 도착. 호텔캐슬 영빈관 입구에서 김 대통령 내외는 올해 열린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리스크인 삼성에스원 이선희 선수와 소년소녀가장인 송원여중 2학년 박현지양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참석자들에게 인사. 이날 오찬장에는 경기지역 국회의원, 신창기 경기일보사 사장 등 언론사 대표, 각급 기관장 등 300여명이 참석. ○…김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우리 경제가 나쁘다. 대통령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어쩔 수 없는 고유가란 국제적 사정으로 인해 경제가 어렵게 됐지만 그 해결의 몫도 또한 정부”라며 해결방안을 제시. 김 대통령은 “경제는 심리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너무 겁을 내면 경제가 더 나빠진다”며 “4대 개혁을 제대로 해 낸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자기 힘으로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고 4대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 /유제원·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은 현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IMF위기후 대통령직에 오른 김 대통령은 국정 초반 외환위기 정책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3년도 안돼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경제가 악화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있고 당정개편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다. 김대중 대통령은 1일 경기도청에서 임창렬 경기지사로 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지역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인정하며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우선 이날 업무보고에서 “지금 경제가 어렵지만 과거 외환위기때와는 다르다”면서 “어려운 것은 여건이지만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은 그때에 비해 훨씬 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오찬에서도 “우리 경제가 나쁜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첫째 책임은 정부에게 있으며 공공부문 개혁을 못한데 대해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공기업 가운데 (개혁에 대한) 회의에 빠져 개혁을 안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이것이 국제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주가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노동조합도 구조조정에 저항하고 있고 한전 노조에서는 암흑세계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저항이 있다”며 개혁이행 과정의 고충을 털어놨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들에게 “너무 겁내지 말라”며 “너무 겁을 내니 경제가 더 나빠진다”고 지적하고 “경제는 심리적 측면이 있으며 정부는 4대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농가 부채 및 농산물 가격 하락에 대해서도 언급, “농민들이 배추와 무를 그대로 갈아버리는 것을 TV를 통해 보고 나도 농민출신으로서 안타깝다”며 “농민들 가운데 간혹보면 전자상거래로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는 것을 본 일이있는데 훨씬 효율적”이라고 권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을 수행한 이기호 경제수석은 “농가부채에 대해 대통령은 특단의 5가지 대책을 구상해 금명간 당정협의를 거쳐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농업경영개선 자금 1조원 신규 마련 ▲정책자금의 5년 분할 상환 ▲빚보증으로 고통받는 농민을 위해 저리자금 지원 ▲상호금융 6.5% 저리 융자 등의 방안을 설명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에 앞서 이날 월례조회에서 “대통령의 외국방문에 대한 정치적 시비는 온당치 않다”면서 “지금 세계는 통신망의 발달로 지도자가 세계 어디에 가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자세가 긴요한 것이며 대통령은 어느곳에 나가 있어도 노심초사 국내문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제원·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 대통령은 30일 아침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장시간 보고를 받고 당정개편은 정기국회이후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의 6박7일 순방 기간 내내 국내에서는 국정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여권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김대통령이 귀국 직후 모종의 정국 수습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돼 왔다. 이같은 주장들은 한마디로 김 대통령이 정국 쇄신을 위해 조기에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인적 개편을 통해 하루빨리 정국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김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마친 뒤 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한 실장은 당정개편은 정기국회 이후에나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실장은 “정기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금년말로 예정된 금융·기업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같은 인식은 차이가 없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식은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오늘 보고하면서 김 대통령은 정확히 국내사정을 알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며 “언로가 막힌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고위 관계자도 “지나친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식이 끝난 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 및 정기국회 등의 일정을 마무리 한뒤 당의 체제 정비와 일부 정부 인사에 대한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는 여론에 쫓겨 국정 쇄신책의 마지막 카드인 당정개편을 서둘러 단행하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경제가 여러 국내외적 요인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때 일수록 4대개혁을 다그쳐야 하며, 정치·사회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인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날 오후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부터 한전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번주 경기도와 강원도에 대한 업무보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도 조급하게 국정쇄신책을 내놓지 않고 여유있게 국정운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또 내달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행되는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도 참석키로 했다. 일각의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불참이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다만 한 실장은 “규모와 일정은 최소화하고 단축할 것”라고 밝혔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국회 운영위는 29일 청와대 비서실 등을 상대로 예산심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위기’ 등 국내사정을 들어 김 대통령의 시상식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시상식 참여는 오히려 국제신인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국가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조들의 잇단 파업조짐과 이익집단들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당정쇄신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대통령의 시상식 참여의 재고를 촉구했다. 윤경식 의원도 “한국전력의 파업과 양대노총의 동투 움직임 때문에도 대통령이 나라를 비우는 것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시기에 김 대통령이 상을 타러 가기보다는 노동현장을 방문, 설득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은 모든 의전행사를 취소하고 구조조정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학송 의원은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외유중이면 총리가 나서 국민의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으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용호 의원(인천 서·강화을)은 “대통령의 외교는 어려운 국내경제를 살리기 우한 세일즈 외교”라며 김 대통령의 시상식 참여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임종석 의원도 “대통령이 며칠 나라를 비운다고 내치에 소홀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이 국제신인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답변을 통해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국가의 영예”라면서 “시상식 참여는 국가신인도 개선 뿐 아니라 외국투자가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치문제에 대해서도 “오늘 아침에도 대통령이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을 만큼 대통령은 국내문제도 소홀히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자세가 변한 만큼 지난 8월 이후 중단된 남북한, 미국,중국의 4자회담을 다시 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북한에 4자회담을제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이 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샹그리라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주최 특별강연에서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지난 24일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때 중국의 주룽지 총리에게 이에 관한 의견을 타진했고 주 총리는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미국과는 이미 4자회담 재개가 합의돼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는 4자회담에서 남북한이 평화협정 당사자가 되고 6.25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증하는 형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남북간 군축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문제와 관련, “미국과 북한 정상간에 미사일을 포함해 모든 문제가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미국내 정치문제도 있기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문제”라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결정하면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일본과 북한 관계는 과거 식민통치에 관한 의견차이와 일본인 납치문제 등 현안이 있기는 하지만 남북, 미북관계가 잘 진전될 경우 좋은 결과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김 대통령은 강연에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은 한국과 동아시아 모든 나라에게 많은 경제적 기회를 주게된다”며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나라들이 북한으로의 교역과 투자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북한진출 노력에 대해 모든 정보와 자료의 제공 등 어떠한 협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원한다면 우리 기업들과 합작으로 진출하는 것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9일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연장전’ 끝에 마침내 한 고비를 넘었다.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는 26일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이 선거 결과를 인증하면서 승자로 선언함에 따라 플로리다에 걸린 선거인 25명을 차지함과 동시에 백악관에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사태가 그리 간단히 끝날 것같지는 않다. 부시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지만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사활을 건 강력한 법정 투쟁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는 12월1일에는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인정하도록 허용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에 불복, 부시 후보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연방대법원 심리가 열릴 예정이어서 적어도 선거인단 확정 시한인 12월12일까지의 보름 남짓동안 양 진영은 개표장에서 법정으로 옮겨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공화당의 플로리다 재개표 대책을 총지휘하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법이 승리했으며 변호인들도 어느 시점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양측 변호인단은 오히려 이제부터 팔을 걷어붙여야 할 판이다. 고어 진영은 27일 팜 비치, 마이애미-데이드, 내소 등 적어도 3개 카운티에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며 이밖에 다른 곳의 ‘건수’ 찾기에도 불을 켜고 있다. 고어 진영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개표위원회의 수검표 중단과 팜 비치 카운티와 내소 카운티의 유효표 인정 기준 등을 문제로 삼을 예정이다. 고어 진영의 법률팀장인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 1만표가 개표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고 “12월12일까지는 모든 게 끝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그러나 내달 1일의 연방대법원 심리가 사태의 결정적인 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24∼25일‘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동남아와 동북아를 ‘동아시아’라는 하나의 블록으로 공고히 다지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10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국제적 지도자로 부상한 김 대통령은 지난 13∼17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APEC(아·태경제협력체) 회의에 이어 이번 ‘아세안+ 3’ 회의를 통해 그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김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 조찬 회동을 통해 동북아 3국이 정보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특히 월드컵이 열리는 오는 2002년을 한·중·일 국민교류의 해로 지정해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일 국책연구기관이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후를 주제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하는 한편, 중국의 ‘황사’ 피해에 대해 3국이 환경 대책을 공동 수립키로 합의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를 본 것도 주목할만 하다. 이날 회동은 지난해 우리측의 제안에 따라 금년부터 정례모임으로 승격된 뒤 가진 첫 회동으로 우리측의 주재하에 진행됐으며, 내년에는 일본, 다음해에는 중국이 각각 회동을 주관하기로 합의하는 등 3국간 우의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도 김 대통령은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통화 스와프(교환) 협정의 조속한 체결과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창설 등을 제안해 많은 국가들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물론,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동아시아 경제블록 창설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제안은 향후 가시화의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비공식 정상회의인 ‘아세안+3’ 회의를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공식 정례화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APEC에서도 김 대통령의 제안 내용들이 모두 정상선언문에 포함됐으며, 이번에도 한·중·일 정상회동, 아세안+3 회의 등에서 김 대통령이 제안한 안건들이 거의 채택됐다”면서 “ 이는 국제 지도자로서 김 대통령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의 참석 기간 베트남·캄보디아·태국 정상들이 잇따라 양자회담을 요청, 메콩강 유역 종합개발 사업의 한국 참여를 요청해 온 것은 침체에 빠져있는 한국 건설업계의 활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꼽힌다고 외교 당국자들은 밝혔다.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26일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증진과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정세,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최근의 한.싱가포르 관계발전에 만족을 표명하고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동북아에서, 싱가포르는 동남아에서 경제협력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특성을 살려 역내 국가들간의 조정역할을 적극 수행, 지역 공동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키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이번에 체결되는 중소기업 협력 및 표준화협정을 계기로 양국 중소기업간 협력을 증진하고, 내년에 초고속통신망 구축을 위한 제1차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정보화·생물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의 신규사업인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트랜스 유라시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도 두나라가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아울러 양국간 교역(99년 72억달러)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작년말 현재 18억달러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중 말레이시아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싱가포르의 대한(對韓) 투자 등을 촉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대통령은 이와 관련, 최근 한국의 삼성과 싱가포르의 PS사가 인천 남항 항만개발에 서명한 것 등을 계기로 싱가포르가 우리나라 항만개발 등에 적극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김 대통령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 화해협력 진전상황을 설명했으며 고촉통 총리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후 숙소인 샹그리라 호텔에서 싱가포르 거주 동포들을 초청,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저녁에는 싱가포르 상공회의소 초청으로 경제인과 정부인사 등 30여명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 증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27일 오전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한 뒤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을 위해 자카르타로 떠난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 한·중·일’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은 23일 오후 판 반카이 베트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모든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김 대통령과 카이 총리는 특히 지난 7월 미·베트남 무역협정 체결,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등을 계기로 베트남의 국제사회 편입과 경제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베트남간 교역·투자 증진과 실질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을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확보하는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24일 개막되는 ‘아세안+3’ 회의에 참석, 동아시아 국가간의 공동이익 증진과 한·아세안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 주룽지 중국총리와 3국 정상급 회담을 갖고 3국간 협력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 이번 김 대통령의 싱가포르 및 인도네시아 방문에는 황두연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 민간 경제인 10여명이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