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혈액 재고량 부족으로 인천지역 의료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혈액부족 사태는 추위와 각급 학교 방학으로 헌혈층의 60%를 차지하는 중고생 헌혈이 급감,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현상이다. 그런데다 인천지역 공공기관의 무관심으로 단체 헌혈이 미미해 혈액 보유량이 전국 평균을 밑돌아 병원들이 응급수술환자 진료에 차질이 우려된다니 안타깝다. 적십자사 인천혈액원에 의하면 혈액 보유량에 따른 경보단계는 ‘관심’(5일분), ‘주의’(3일분), ‘경계’(2일분), ‘심각’(1일분) 등 4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지난 8일 기준 인천의 혈액 보유량은 전국 평균 2.3일분보다 적은 2.1일분으로 ‘경계’ 상태였다. 특히 B형을 제외한 AB형, O형, A형 보유량은 각각 1.2일분, 1.6일분, 1,7일분으로 모두 ‘심각’ 단계였다. 이 같은 혈액기근 사태의 주요 원인은 단체 헌혈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4년 헌혈자는 개인 13만7천923명(74.3%), 단체 4만7천824명(25.7%) 등 18만5천747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개인 13만8천66명(76.3%), 단체 4만2천781명(23.7%) 등 18만847명으로 개인은 143명 늘었으나 단체 헌혈자가 5천43명이나 줄어 전체적으론 4천900명이 줄었다. 특히 공공기관의 단체 헌혈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단체 헌혈은 고작 인천시청 70명과 인천경찰청 55명이 전부다. 인천지법과 인천지검·인천시교육청 등 주요 기관의 헌혈 참여는 3년째 전무한 상태다. 피를 구하지 못해 고통 받는 위급환자를 위해 헌혈하는 행위는 단순히 내 것을 남에게 준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몇 방울의 피를 제공해서 위급환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면 그건 곧 생명을 나누는 일이요, 무엇보다도 숭고하고 진한 사랑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헌혈기피 현상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인습과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만성적으로 겪는 혈액부족 현상 사태가 충분히 예상되는 계절적인 상황임에도 번번이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혈액원의 대책소홀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겨울철 혈액난은 전국적인 것이어서 다른 지역 혈액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당해 혈액원의 사전 대비가 절실하다. 인천혈액원은 헌혈 계도활동을 강화해 헌혈을 학생층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장·단체로 확대해야 한다. 헌혈자도 헌혈행위가 위급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인간애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헌혈자 자신이 당할지도 모를 미래의 위급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자발적인 참여가 바람직한 것이다.
사설(인천)
경기일보
2016-01-20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