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공항公, 항공대란 망신 반복해선 안 된다

세계1위인 인천국제공항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인천공항이 새해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대거 몰린 승객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항공기가 무더기로 지연 이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하물처리시스템이 정상 작동되지 않아 1~5시간가량 지연 이·착륙한 항공기가 160편에 달했다. 일부 항공기는 승객 짐도 싣지 못한 채 이륙해야 했고,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사고 이틀째인 4일 오후까지도 수백 명이 짐을 찾지 못하는 혼란이 이어졌다. 명품공항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치욕적 사건이다.

국제적인 허브 공항에선 있을 수 없는 대규모 수하물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천공항에 취항 중인 항공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 내 67개 항공사 모임인 인천공항항공사운영위원회(AOC)측은 수하물처리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후 공항 측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려 졌다. 국제적 망신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중고교 방학으로 겨울 성수기가 시작됐고, 신정 연휴 끝에 귀국하는 승객까지 겹쳐 2001년 개항 이래 제일 많은 17만6천400 명의 승객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수하물처리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거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과부하 사고는 이미 충분히 예고된 것이어서 미리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인천공항은 이미 2014년 국제 여객수가 4천551만 명을 기록, 터미널 수용한계(4천400만 명)를 넘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연발착 사태가 종종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시설 확장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거다.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정피아 사장’들이 철새처럼 수시로 들락거렸으니 경쟁력을 높일 시설 투자 계획을 세웠을 리 없다.

MB 정부 때 임명돼 인천공항공사의 성공적 경영성과를 인정 받아온 이채욱 사장이 시설 확장을 결정할 시기에 임기 8개월을 앞두고 2013년 석연찮게 돌연 사퇴했고, 2014년 낙하산 논란의 정창수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해 7개월의 경영 공백이 생겼다. 사장석이 빈 사이 허브 공항의 주요 지표인 환승객이 771만 명에서 725만 명으로 줄었다. 2014년 정 사장 후임으로 취임한 친박계 박완수 사장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달 물러났다. 이런 와중에 공사의 조직도 느슨해졌다. 5조 원을 들여 짓는 제2터미널 공사는 시작됐지만 중장기 발전 전략은 생각지도 못했고, 2017년에나 완공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3일과 같은 대형사고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다간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10연패한 인천공항이 1위는커녕 상위권 유지도 어렵다. 환골탈태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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