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해경본부 이전 위한 꼼수 중단하라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고집불통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와 ‘효율성’을 강조해온 정부가 이를 역행하며, 인천 해안도시에 제대로 배치된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본부)를 내륙의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 억지 무리수를 쓰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안전처(해경본부 포함) 등의 이전비 360억 원을 정부 예비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민안전처 이전비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예비비라는 편법적 예산집행 방법을 동원한 거다. 비정상적 조치다.

3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와 인천 정치권은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예산을 정부가 예비비를 동원, 편법으로 집행하겠다는 건 꼼수이자 불통행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또 “국민안전처가 해경본부를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이전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민안전처를 올 3월 세종시로의 이전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국민안전처의 세종시 이전 예산을 2016년 예산안에 편성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전비가 포함 안 된 예산안을 지난해 9월11일 국회에 제출해놓곤 36일 후인 10월 16일엔 국민안전처를 올 3월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고시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적 행정 절차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일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에 앞서 예결위원인 정용기 의원(새·대전 대덕구)이 국민안전처 이전 예산 297억 원을 신규 증액 요청했지만,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를 반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전 안행부에서 분리된 국민안전처를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 행자부가 이전 고시를 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정부는 국회 결정에 위배되는 편법을 사용해선 안 되는 거다.

이유는 또 있다. 홍일표 의원(새·인천 남구 갑) 등 인천출신 국회의원 13명은 이미 지난해 11월 10일 “국민안전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위배 된다”며 헌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특별법 제정 당시 안행부는 세종시 이전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안행부에서 분리된 국민안전처를 이전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거다. 이와 함께 이들은 행자부의 이전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또 박남춘 의원(더민주·인천 남동 갑)이 대표 발의한 해경본부를 이전대상에서 제외하는 행복도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과 국회의 개정안이 처리될 때까지 정부의 예비비 집행은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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