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교육 정상화 위한 중장기 대입 개편안 제시 우선돼야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불과 153일 앞두고 일선 학교는 물론 수험준비생, 학부모 등에게 일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혼란의 요인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혼란이 확대되자,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다. 즉, 김은혜 홍보수석은 16일 교육계의 카르텔 해소와 공정성 강화가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은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며 “모든 시험의 본질인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하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 생각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지시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1년간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에 지출한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1년 새 학생 수는 0.9% 줄었는데 오히려 사교육비는 10.8%나 늘었다.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41만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78.3%만으로 한정하면 52만4천원이 되고 있으니, 이는 가계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해 가계 부담이 크다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야기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학벌지상주의가 장래를 결정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학부모들은 수능에 높은 점수를 받아 일류 대학에 보내려고 사교육에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역대 정부와 교육계는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과 같은 갖가지 대책을 통해 사교육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지만, 오히려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교육개혁은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선 학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설은 최고 수준으로 현대화됐지만 내실 있는 공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주체인 교사들의 교권은 이미 추락한 지 오래이며, 교사들도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아주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교육은 이미 추락 일로에 있다. 정부는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등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논의를 해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입 개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설] 수원 軍공항 이전 문제, 총선에 빨려 들어간다

정쟁화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이미 그렇게 됐다. 시작은 시의회 ‘막말 논란’이다. 국민의힘 배지환 의원의 질의였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를 물었다. 협의회 임원 임기를 말했다. 계속 연임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 나온 말이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협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회원의 삭발 항의까지 있었다. 회장인 장성근 변호사가 사의를 표했다. 도의원의 비난까지 가세했다. 완전히 정치 문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싸움이다. 형사 고소전까지 더해졌다. 협의회가 배 의원을 고소했다. 장 변호사도 별도로 고소했다. 정당이 충돌하고, 사건으로 비화했다. 왜 이렇게까지 될까. 주변에 이런 분석이 있다.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협의회를 정치 관련 단체로 보고 있다. 배 의원의 질의의 배경으로 본다. 국민의힘이 이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들 요구가 배경에 있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민주당 도의원이 ‘국민의힘 입장’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로 보인다. 협의회는 지난 2015년 발족했다. 앞서 2년의 준비 기간도 있었다. 공항 이전 관련 특별법이 통과된 게 2013년이다. 2014년에는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런 시민 열망을 담아 출범했다. 당시 명칭은 군공항이전수원시민협의회였다. 시 또는 정치권과 무관했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시민단체다. 이후 수원 정치권은 민주당 독주였다. 시장이 계속 민주당이었다. 시의회도, 국회의원도 민주당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이 10년을 의심한다. 협의회 측은 펄쩍 뛴다. 명예 훼손이라고 강변한다. 형사 고소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무관함을 증명하려는 것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한 인물이 있다. 현 회장인 장 변호사다. 수원지역 봉사 이력이 많다. 80년대 수원지검 공안 검사였다. 개업 이후 수원과 연고를 맺었다. 수원천 살리기 운동도 펼쳤다. 경기고등법원 추진도 했다. 회장을 직접 맡아 결과를 냈다. 협의회가 그를 택한 이유다. 그도 “나는 ‘보수 시장’ 때부터 봉사했다”고 한다. 정쟁이 오래갈 수도 있어 보인다. 불신이 깊고, 대응도 강하다. 그 중요한 분수령이 오는 23일이다. 협의회 총회가 열린다. 회장 사퇴가 거기서 논의된다. 분위기가 전해진다. 사의 번복을 요구하는 회원이 많다. 장 회장은 총의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회장직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협의회 참여 단체를 대폭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몸집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이 경우 각 당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총선에 빠지는 군공항이 걱정이다.

[사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취지 좋지만 미흡한 점 많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다. 다행히 의사나 간호사가 집이나 시설로 찾아가 진료·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생겼다. 방문 의료, 왕진(往診)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부터 1년 동안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은 재가 장기요양 수급자(1·2등급 우선)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팀을 이뤄 의사 월 1회, 간호사 월 2회 가정 방문과 돌봄 등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비용은 건강보험 시범사업 수가에 재택의료 기본료(장기요양보험) 등을 더해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의료기관은 재택의료 기본료로 월 14만원을 지원받는다. 재택의료는 진료실이 아니라 환자가 머무는 공간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어 수급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노인들의 경우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노인정이나 노인회관, 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택의료센터는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령층과 장애인 등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제도다. 재택의료가 주목받는 것은, 현재의 병원 중심 의료체계가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인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15만명씩 늘어나는 장기요양보험 사용자의 폭발적 증가는 병원에 못 가는 의료 취약자에 대한 의료적 대안을 요구한다. 또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는 3월 말 기준 전국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를 받는 장기요양 수급자는 1천61명이다. 경기도에서도 10개 병원이 참여 중이다. 이들 의료기관에선 인력 부담, 진료 수가 지원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병원의 경우 재택의료 전담의사는 1명인데, 담당하는 수급자는 28명이다. 신청자가 점점 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택의료 기본료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거나, 지원금이 적어 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재택의료 사업은 취지가 좋고, 앞으로 더 확대시켜야 할 제도지만 허술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 돌봄과 재택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재택의료 교육과 수련, 재택의료 인력 양성 등 과제도 많다. 시범사업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거쳐 의료기관과 수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설] 은둔·고립 청년 증가, 경기도 차원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20대 ‘또래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수년째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아온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한다. 외부와 단절한 채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며 사회활동을 스스로 차단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경기 침체와 사회 공동체가 분리되면서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 증가했다. 은둔·고립 청년들은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이 청년들은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활력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53만8천명(5.0%)에 이른다. 100명 중 5명이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인 셈이다. 이들 고립 청년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청년들의 은둔·고립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 사회 문제화된 은둔·고립 청년은 그동안 국내에서 정책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재 관련 법이 없다. 지난해 김홍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 법안’은 소관위원회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올해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은둔·고립 청년은 12만9천명에 이른다. 서울시 청년인구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전국 단위로 넓히면 6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 해당 연령 인구는 지난달 372만3천797명이다. 서울시보다 28.8% 많다. 단순 계산 시 은둔·고립 청년이 서울시보다 경기도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은둔·고립 청년 관련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있다. 근거 조례, 예산 미비 등을 이유로 실태조사도 안 해 규모도 파악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유호준 도의원(민주당·남양주6)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은 2020년 제정한 ‘경기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와 충돌, 상정도 안 됐다. 기존 유사 조례, 사업 간 충돌이 있다면 논의해 조정하면 된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약자다. 그들이 은둔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론화만 하고 지원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원도 필요하고, 지자체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절실하다.

[사설] 수원지검 수사, 국익을 지키다

수원지검이 삼성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일당을 검거했다. 삼성전자 전 상무와 삼성전자, 계열사, 협력업체 직원 등 7명이다. 빼돌린 기술은 반도체 공장 설계다. 반도체는 특수한 공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독자 개발한 기술이다. 이걸 빼내 중국에 ‘짝퉁 삼성전자’를 지으려 했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와 1.5㎞ 떨어진 곳이 예상 입지였다. 다행히 공장 설립 전에 모두 검거됐다. 반도체 공장 설계 유출 사건은 처음이다. 기술 유출 사건에 끝이 없다. 올 초에도 삼성전자 자회사의 전 연구원 등 7명이 적발됐다.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돌렸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2021년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검거됐다. OLED 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팔아 넘겼다. 기술 유출의 상대국은 대부분 중국이다. 지난 3년간 기술 유출 국가를 보면 중국으로의 유출이 70%를 넘는다. ‘반도체 굴기’ 중국에 한국은 더없는 타깃인 셈이다. 형량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그런 면이 있다. 지난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형사 사건 선고가 33건 있었다. 무죄나 집행유예 비중이 87%를 넘는다. 기술 유출 범죄가 침해하는 법익은 상상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산업 기술 유출이 93건 있었다. 피해액이 25조원 정도다. 이번 삼성전자 사건 피해도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으로 추산된다. 형량을 정함에 있어 반드시 감안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다. 사건 때마다 나오는 업계 반응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고 탄식한다. 기술 보유자들은 사람이다. 사람 두뇌를 단속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 연봉의 3, 4배로 유혹하는 건 기본이다. 상상 못할 뭉칫돈이 제시되기도 한다. 애사심·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단속 의지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범죄 심각성이 일반화될 수 있다. 그 전형을 보여준 것이 이번 수사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다. 수원지검에는 산업 기술 유출 범죄 수사의 특별한 역사가 있다. 1990년대 최고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도 수원지검이 했다. 이메일을 통한 기술 유출이란 생소한 범죄였다. 2018년 첨단산업보호전문수사단이 생긴 것도 수원지검이다. 당시 한찬식 검사장이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러한 수사 전통이 또 한번 이어지는 듯하다. 평가하고 갈 일이다. 아주 좋은 수사다. 국가와 국민에 큰 득이 됐다.

[사설] 경기도 보훈병원 절실, 위탁병원이라도 당장 확대해야

경기지역에는 보훈대상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 4월 기준 19만4천985명으로, 전국 보훈대상자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한다. 보훈대상자들은 상당수가 고령이다.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평균 연령이 90세 중반이고, 월남전 참전유공자도 70세가 훨씬 넘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보훈대상자 중 70세 이상 고령인구가 56만5천640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이들은 만성 퇴행성 질환, 고엽제 후유증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어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경기도에는 보훈병원이 없다. 도내에 보훈대상자가 가장 많지만 의료지원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중교통으로 3, 4시간은 가야 한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병원 가기도 어렵다. 환자가 밀려 몇개월씩 대기하기도 한다. 때문에 경기도에도 보훈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보훈부는 보훈대상자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보훈병원의 대체 역할을 할 수 있게 보훈위탁병원을 지정했다. 올해 기준 전국에 617곳의 보훈위탁병원이 있다. 경기지역에선 92곳의 병·의원 및 종합병원이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이 의원급이어서 진료과목이 한정적이고, 의료접근성도 낮아 제대로 치료 받기가 어렵다. 과천시의 경우 의원급 병원인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2곳만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 이외 과목의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연천군도 보건의료원 1곳과 비뇨기과의원 1곳 등 2개 병원이 전부다. 구리·김포·부천·의왕·포천시도 병원이 2곳뿐이다. 이천·여주·오산시는 1곳밖에 없다. 부천시의 경우 보훈대상자가 1만명 가까이 되는데 위탁병원이 2곳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 등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보훈병원이 설립돼 있다. 전국에서 보훈대상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도 보훈병원이 절실하다.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이 언제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원정 치료를 다녀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한테 재정 부담 등 경제효율성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경기도와 시·군이 적극 나서 경기도 보훈병원 건립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국가보훈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선은 보훈병원 건립에 시간이 걸리므로, 각 지역의 종합병원을 보훈위탁병원이나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문제다.

[사설] 경기도체육행정·도체육회, 체육인을 가벼이 여기다

지금은 직장운동부와 체육시설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위탁 관리돼 있다. 이 인력과 시설이 체육 단체로 이관된다. 8일 있었던 경기체육발전 소통간담회에서 김동연 지사가 발표했다. 경기도는 11일 관련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모는 8일 도청 홈페이지에 고시돼 있었다. 김 지사가 발표한 것은 8일, 경기도가 밝힌 것은 11일, 실제 공고일은 8일이다. 이렇게 경기도 직장운동부 등 이관이 시작됐다. ‘최근 5년 이내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관련 업무 실적이 있는 공공기관·체육전문기관·법인단체’가 자격이다. 공모라지만 나설 곳은 없을 것 같다. 결국 도체육회로의 업무 이관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분석이 많다. 경기도와 도체육회 간의 의견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직장운동부와 체육시설의 관리 주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일장일단이 있고, 굳이 정답을 찾을 일도 아니다. 주목할 건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이다. 개운치 않다. 사전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유·무형의 재산 변동 사안이다. 도의회가 토론하고 협의하는 게 맞다. 더구나 이관 대상 시설 4곳은 위수탁 관리 기간이 2년6개월 남았다. 이런 중요한 계획을 도지사가 갑자기 발표했다. ‘이달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처리 시한까지 못 박았다. 도의회 해당 위원회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선수들 의견이 무시됐다는 비난도 들린다. 도는 ‘이제부터 설명해 가겠다’고 한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체육 행정의 잡음은 앞서도 있었다. ‘경기 체육 활성화 맞손 토크’ 때다. 도지사 주관의 이 행사가 5월30일 열렸다. 전국소년체육대회 마지막 날이었다. 종합우승(비공인)을 위해 16개 종목 관계자들이 울산에 총집결했다. 선수들이 있는 울산과 도지사가 있는 수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 몰렸다. 많은 체육인들이 그때도 불만을 말했다. ‘체육인 입장을 고려치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게 불과 달포 전이다. 왜 자꾸 이러나. 우리가 모르는 곡절이라도 있나. 도정의 모든 책임은 지사에게 있다. ‘맞손 토크’는 도지사 주관 행사였다. ‘이관 결정’도 도지사가 밝혔다. 원성이 김 지사를 향할 수 있다. ‘김 지사가 도의회를 경시한다’, ‘김 지사가 체육인을 경시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내기에는 행정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 두 번, 경기도행정과 경기도체육회가 협의하고 대화했을 것이다. 도는 일정·절차를 살펴야 했다. 체육회는 체육인들 상황을 전달했어야 했다. 그런 역할이 부족했던 것 같다. 전국소년체전 마지막 날 도지사와 체육인 토크쇼를 잡은 것, 일정을 조율 못한 행정 사고다. 체육 업무 이관을 발표했는데 도의회는 처음 들었다는 것, 논의 절차 못 챙긴 행정 사고다. 행정의 이런 사고가 기관장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사설] ‘남은 애들 권리’ 강조하던 김포FC 유소년/그 ‘남은 애들’끼리 폭행해 9명 퇴출됐다

한번 각인된 불명예 그림자는 짙고 길다.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유사시 쏟아지는 비난도 배가 된다. 김포FC 유소년팀이 그래 보인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우리도 김포FC유소년을 또 논평하기가 고민이다. 하지만 그렇게 봐 넘기기 어렵다. 김포FC에서의 일련의 일들은 특별하다. 타 구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건이 아니다. 축구단 소속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해자로 지도자가 지목됐다. 구단은 지도자 처리에 미온적이었다. 피해 학생 유족, 김포 시민단체 등이 일어났다. 1년 넘겨 대한축구협회의 징계가 내려졌다. 전 감독 1명과 전 코치 2명에게 자격정지 2, 3년이 내려졌다. 유족들은 ‘징계가 가볍다’며 이의 신청을 예고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김포FC가 했던 주장이 있다. “(남은)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건가.” 서영길 대표이사의 발언이었다. 그랬던 김포FC에서 또 비위가 터졌다. 바로 그 ‘남은 아이들’ 간의 폭력이다. 성추행에 하극상 폭행 주장까지 들린다. 상당 부분 사실인 듯하다. 가해 선수로 지목된 6명이 퇴출됐다. 방관자 3명도 퇴출되거나 스스로 나갔다. 선수 9명이 이 일로 사라진 것이다. 김포FC 유소년 선수가 30명 정도다. 선수단의 3분의 1이 한 사건으로 사라진 셈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건이 있었나. 학창 시절 폭력 이력은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다. 많은 유명인들이 이 문제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거기 운동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선수단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사건은 없다. 이런 사건이 또 김포FC 유소년에서 생긴 것이다. 사건 발생은 지난달이다. ‘극단적 선택 사건’에 대한 처리가 진행되던 차다. 대한축구협회의 결정 지연, 구단 측의 미온적 대처 등이 논란이었다. 유족과 시민단체 등은 시청까지 찾아가 항의를 하곤 했다. 그 와중에 발생한 집단 폭행이다. 선수단 가족이 본보에 밝혔다. “피해 학생 쪽은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말도 못 꺼내게 하고 있다... 선수단 쪽에서 조용히 처리하려고 쉬쉬하는 듯하다.” 차제에 분명히 밝히고 가야 할 주장이다. ‘극단적 선택’ 때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 은폐하고, 축소하고,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또 그렇다는 건가. 사건의 정확한 진실, 구단의 은폐 시도 여부, 조사와 징계의 적정성 등을 섬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사설]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철저한 조사와 방지책 마련해야

지난 8일 도내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쳤다. 경찰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9분께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뒤쪽으로 역주행했다. 영상에 나타난 사고 현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사고로 이용객 A씨는 허리와 다리 등에 중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B씨 등 1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 9m 길이로 설치돼 올해로 14년째 사용되고 있으며, A업체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매달 1회 안전 점검을 하고 있는 바, 지난달 10일 A업체가 해당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했으며, ‘이상 없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또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지난해 9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안전 점검에서도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10년 전 분당선에서도 발생했다. 즉, 2013년 7월 분당선 야탑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으로 사고가 발생, 무려 39명이 다쳤는데 이번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야탑역 사고 이후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했지만, 아직도 전국 3만3천여대의 에스컬레이터 중 56% 정도만 역주행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어 지하철 이용객들이 항상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중대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총 144건 발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기계 결함, 역주행 방지 장치 오작동, 부실 점검 등을 꼽고 있다. 2013년 야탑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당시 정비업체가 감속기와 모터를 연결하는 피니언기어를 강도가 떨어지는 ‘짝퉁’ 부품으로 교체해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대전역에선 구동체인 문제로, 2019년 서울대입구역에선 감속기 오일 부족으로 기어가 마모돼 역주행이 발생하는 등 매년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지하철 이용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코레일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코레일은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CCTV 영상이 유포된 것에 대해 조사와 법적 책임 운운하기 전에 철저한 점검을 통해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는 13일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현장에서 합동 조사를 벌이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코레일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분석함과 동시에 근본적 방지대책을 강구, 더 이상 지하철 이용객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안성 정치, 이장·통장들 분노에 고개 숙여라

“뒤에서 알려지고 있는 퇴진운동은 하면 하는 것이다.” 경기일보 기자가 전하는 어느 안성시의원의 발언이다. 안성시 일부에서 그에 대한 주민소환 얘기가 나왔다. 이런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할 테면 해보라’는 투의 어감이 물씬 풍긴다. 얼핏 들어도 뭔가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안성지역에 무슨 일이 빚어지고 있는가. 시의원과 주민의 대립이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을까. 누가 봐도 막 가는 안성을 살펴보자. 안성지역 이장과 통장들이 7일 시청 앞에 모였다. 관내 15개 읍·면·동에 이·통장들이다. 이 자리에서 이·통장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시와 시의회 모두를 향한 호소다. 시민을 보호하고 안성시민을 대변해야 할 시와 시의회가 “정쟁만을 일삼고 타협하지 못해 시민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보훈명예수당 인상분으로 촉발된 추경 예산안을 안성시가 편성하지 않자 “시의회가 시 안건들을 모두 부결시켰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갈등의 핵심으로 ‘정치 싸움’을 지목했다. 김보라 시장은 민주당, 의회 다수당은 국민의힘이다.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의 이런 대립적 정치 구도가 갈등의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협의회가 분석하는 책임은 시보다는 시의회 쪽에 다분히 치우쳐 있다. 주민소환 주장의 대상도 시장이 아닌 특정 시의원에게 맞춰져 있다. 해당 시의원이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하면 하는 것이다’라는 반응은 그래서 나오는 대응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옳지 않다. 지난해 개원 이래 1년이 다 돼 간다. 그간 안성시의회가 보여온 모습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개원 초기는 김보라 시장 인사와 충돌했다. 의회사무과장, 전문위원 등 6명을 문제 삼았다. 갈등은 첫 추경까지 파행으로 이어졌다. 2022년 7월 말 그렇게 시작된 갈등은 연말까지 갔다. 안성시의회의 2022년 6개월은 마비였다. 해가 바뀌어도 이런 마찰은 계속됐다. 지난달 임시회 역시 심의 중단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갈등의 책임을 계량하듯 똑같이 나눌 순 없다. 안성시의 책임이 왜 없겠나. 김보라 시장의 협치 능력도 비판 대상이다. 하지만 책임의 균형추는 시의회 쪽이다. 시장의 책임과 직접 관련 없는 허송세월이 많다. 시의회 여야 간 충돌이었고 힘겨루기였다. 이렇게 싸우면서 열 달 치 월급은 다 받아갔다. 보다 못해 이장, 통장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오죽하면 주민 소환을 말하겠나. ‘할 테면 해보라’고 맞설 자격 없다. 이·통장들 앞에 사과해라.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