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남시 맞선 행사, 시대에 맞는 필수 행정/‘최고 중매쟁이 성남시’ 되면 좋은 일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이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과 연계된 선행지표가 혼인율이다. 유교적 성관념이 강한 우리는 더하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종사자 특성에 따른 혼인율 및 출산율 비교 분석’이 있다. 결혼을 통한 출산 비중 통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59.3%다. 반면 우리나라는 97.8%에 달했다. 외국은 결혼 외 출산 비중이 절반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의 출산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큰일이다. 젊은이들의 혼인율이 심각하다. 지난해 결혼 커플은 19만1천700쌍이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조혼인율도 해마다 떨어져 3.7건을 기록했다. 조혼인율은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다. 살폈듯이 혼인율 저하는 곧 출산율 저하다. 출산율 대책의 첩경이 혼인율 제고에 있다. 출산장려금 지급에는 앞다퉈 경쟁하는 지방이다. 보다 근본적 처방이랄 수 있는 혼인율 제고 노력은 부족하다. 아주 일부가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그 좋은 본보기를 성남이 열었다. 2일 치러진 ‘솔로몬의 선택’이다. 1985~1997년 직장인 미혼 남녀다. 지역 거주 혹은 지역 직장인 100명이 참여했다. 남녀 50명을 선발하는 데 경쟁률이 6 대 1이었다. 모두 1천200여명이 참여를 희망했다. 대행업체를 통한 추첨으로 뽑았다. ‘맞선’이라기보다는 ‘파티’에 가까웠다. 성격유형검사(MBTI) 커플 레크리에이션, 와인 파티, 일대일 대화, 식사, 본인 어필 시간 등으로 꾸렸다. 웃고 즐기면서 15쌍이 인연을 맺었다. 성남시가 내린 스스로의 판단은 긍정적이다. 높은 경쟁률과 참여율을 행정 수요의 증명으로 본다. 신상진 시장은 “꼭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좋은 인연이 돼 성남시민으로 계속 함께해 달라”고 전했다. 물론 ‘맞선 행사’가 최고 유일의 인구 대책은 아니다. 반대 여론도 있고 망설이는 시·군도 있다. 그럼에도 시·군이 도전해야 할 방향임은 틀림없다. 수십억원 쏟아붓는 출산장려금 정책인들 만능이겠는가. 앞선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이런 분석도 있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혼인율 차이다. 15~49세 남녀에서 성별, 연령, 교육수준, 거주지역, 산업 분야 등 개인의 특성이 모두 일정하다고 가정했다. 비정규직이 한 해 동안 100명 중 3.06명이 결혼했다. 반면 정규직은 100명 중 5.06명이 결혼했다.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결혼 비율이 1.6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남시가 고민해야 할 방향이다. 모든 젊은이에게 기회가 가도록 하는 배려가 꼭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4세대 나이스’ 졸속 개통에 교육현장 혼란 여전하다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도입 이후 학교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접속 장애와 오류, 먹통 등으로 교사들이 업무를 보기 힘들 지경이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지금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장에선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나이스는 학생 성적과 생활기록, 출석과 결석, 교원 인사정보 등을 입력·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가 2천824억원을 들여 구축한 4세대 나이스는 지난달 21일 개통됐다. 2025년 전면 도입할 예정인 고교학점제 등 변화된 교육정책을 반영하고 태블릿, 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이용환경 변화를 적용하기 위한 조치다. 일선 학교에선 기말고사를 앞두고 새 시스템 개통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연기를 주장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묵살하고 개통을 강행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들이 터졌고,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개통 첫날부터 접속이 안 돼 ‘로딩 중’ 화면만 뜨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학교에선 시스템에 접속했더니 다른 학교의 정답표(문항정보표)가 출력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나왔다. 교사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시험 문제를 고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수능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나이스 졸속 개통까지, 교육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21∼22일 교사 1천990명을 대상으로 한 ‘나이스’ 관련 설문조사 결과 89.2%가 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 개통 시기가 6월인 점에 대해 97.1%가 부적절하다고 했고, 94.5%는 4세대 나이스 도입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새 시스템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의견수렴도 없이 왜 서둘러 개통했는지 의문이다. 교사들이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바꿀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우려를 표했는데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개편을 밀어붙여 혼란을 키웠다. 이후 교육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학교에선 각종 오류가 계속 발생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존 나이스보다 간결성과 사용 편의성 등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 ‘세부적으로 지적할 문제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이전 3세대와 연동되지 않아 자료를 수기로 남겨야 하는 등 업무 처리가 몇 배로 늘었다’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밀어붙이기식 불통·졸속 행정으로 전국의 학교를 혼란에 빠뜨린 교육부는 각성해야 한다. 피해 축소나 변명은 그만하고 시스템을 조속히 안정시켜 교육 현장의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설] 국민의힘, 자객공천 말고 교체혁명/안 그러면 ‘10년 민주 경기’ 못 이겨

자객공천이 묘수일 수는 있다. 전략공천이 주는 신선감도 있다. 다만 전체 승리를 담보할 공식은 아니다. 혹시 그런 기대를 한다면 경기도 정치 판세를 모르는 소리다. 민주당으로 완전히 기운 지 10년도 넘었다. 시·군 권력은 2010년 이후 민주당 독식이다. 총선도 2012년 이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도 경기도에서는 패했다. 그 막판 쏠림에 전국이 깜짝 놀랐다. 광역자치단체장도 경기도는 민주당이었다. ‘유력’이 새벽에 바뀌는 경기도 표심을 모두가 목격했다. 그 10년, 보수는 패배 의식에 젖어 들었다. 이제 낙선의 부끄러움도 없다. 되레 낙선 횟수가 경력이 되는 풍토다. 경쟁력 없는 지역구에는 이방인들이 짐을 풀었다. 근소한 표 차이를 무용담처럼 자랑한다. 현재 원외 위원장의 상당수가 그렇다. 그 기간, 민주당은 철옹성을 쌓았다. 다선으로 중량감 키웠고, 국정 운영 경험 쌓았고, 화두 선점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경기도의 현재 정치 판세를 냉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낙선 전문 정당과 당선 전문 정당 간 대결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얘기가 있다. 자객 또는 전략 공천설이다. 그중 하나가 윈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고양갑 지역에 공천한다는 얘기가 있다. 거물 심상정 의원을 목표 삼는 가설이다. 심 의원이 ‘오냐’고 물으니 원 장관이 ‘영광’이라고 응수한다. 김은혜 수석의 수원 출마설도 있다. 원래 지역구가 성남 분당이었다. 수원에 꽂아 남부권 바람을 일으킨다는 작전이다. 최근에는 한동훈 법무장관의 경기도 출마설까지 나온다. 언론은 ‘거물 투입론’이라고 써 댄다. 우리는 거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자칫 경기도민을 우롱하는 표현이다. 그저 정치 현장에 주목 받을 카드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지역적·일시적 시너지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 전체 승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인물 한둘에 요동칠 만큼 경기표심이 한가롭지도 않다. 보수 지지자들이 말하는 가장 시급한 총선 비책, 그나마 해볼 유일한 비책은 교체 공천이다. 모든 지역구를 바꾼다는 의기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에 갔던 표심이 곁이라도 준다. 연고가 없는데 열정까지 없는 후보, 바꿔야 한다. 패배가 누적되며 익숙해진 후보, 바꿔야 한다. 사라졌다가 3년여 만에 나타난 후보, 바꿔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대통령 이름만 써붙인 후보. 바꿔야 한다. 어렵지 않다. 주위에 즐비하다. 지역구민은 알고 있다. 물어 봐서 바꾸면 된다.

[사설] 상습 쌍욕∙협박 용인체육회장, 수사하라

용인시체육회장 사퇴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9일 용인시체육회종목단체협의회가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용인시체육회 오광환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 이틀 전에도 같은 요구가 있었다. 오 회장과 함께 근무하는 체육회 직원들 목소리다. 앞서 용인시의회의 사과 촉구 성명서 채택도 있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라’고 했다. 민선 체육회장이다. 이런 선출직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사퇴와 사과 촉구다. 놀랍게도 발단은 상습적인 욕설, 모욕, 협박이다. 전언 또는 녹취로 불거진 것만 보자. 취임식 때부터 직원들이 참담한 욕설을 들었다. 회장 본인 얼굴이 있는 현수막에 주름이 졌다는 이유였다. 축구협회 정기총회에서는 ‘예산을 없애는 시의원을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시의회 의결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으로 들릴 수 있었다. 시의회 공식 성명이 나오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잡음은 뒤에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직원 워크숍에서도 일이 터졌다. 오 회장이 가까운 곳에서 먹자고 제안했다. 체육회 임직원들이 정한 식사 장소가 약 30분 떨어져 있었다. 이동할 때부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착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고, 필설로 옮기기 민망한 욕설을 해댔고, 직원에게 달려들다가 다른 직원을 밀치기도 했다고 한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쌍욕으로 위협했다고 한다. 결국 객지에서 경찰까지 출동해야 하는 사건이 되기에 이르렀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그런데 현장 일부가 담긴 동영상이 제시됐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모습이 거기 있었다. 직원들은 이런 공포가 일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워크숍이 끝난 뒤 업무 복귀 뒤에도 이어졌다. ‘앞으로 더 힘들게 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오 회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죄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주위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선거로 된 상황이기 때문에’라며 거부했다. 그렇긴 하다. 표로 뽑힌 자리다. 그러나 그 표가 인권 말살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다. 쌍욕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 끼친 손해 있으면 배상해야 한다. 직원들은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라 한다. 오 회장 입장도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그들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맞서게 됐다. 세상에 이런 괴이한 파행이 또 있을까. 다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우리가 권해 볼 것은 하나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다. 빠른 유·무혐의 결정 또는 기소·불기소뿐이다. 그래야 시민 망신이 덜할 것 같다.

[사설] 軍 유휴지 특별법 제정해 활용방안 마련해야

경기도에는 연천군을 비롯해 포천시, 동두천시를 포함, 여러 지자체에 많은 군 유휴지가 분포돼 있다. 지난해 국방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내 국방부 군 유휴지는 약 658만㎡로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며, 이는 축구장 면적으로 치면 1천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이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아 지역발전을 위한 부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군 유휴지는 국방부나 군부대가 소유하고 있지만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거나, 앞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는 방치된 부지를 말하고 있다. 이들 부지는 대부분 군부대가 이전했거나 훈련장 및 사격장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군 유휴지가 많이 생긴 이유는 군 병력이 축소되고, 무기 체계도 바뀌어 군부대가 통합 또는 폐지된 경우 등이다. 또한 훈련이나 사격훈련이 축소돼 훈련장이나 사격장이 줄어들어 유휴지가 된 것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군 유휴지 관련 법안이 2개 제출돼 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2020년 11월 ‘군 유휴지 및 군 유휴지 주변지역 발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군 유휴지 특별법)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2022년 11월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이다. 이들 법안은 지자체가 군 유휴지 등에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국가가 토지 매입비용을 보조하고, 또한 토지대금의 장기분할 상환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휴지 부지에 회사나 공장 등도 설립, 이전하면 세제상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 법안은 지역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군 유휴지를 활용하기 위한 법안임에도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에 계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윤종영 의원이 지난 3월29일 도의회 북부분원에서 ‘경기도 미활용 군용지 공공 활용을 위한 입법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한 지난 6월28일 ‘경기도 군 유휴지 및 군 유휴지 주변 지역 활용과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윤 의원이 추진, 도의회 본회의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그러나 이 조례는 국회에서 군 유휴지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재정 등 여러 가지 여건상 제약이 많아 사업 계획 수립이 쉽지 않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군 유휴지 실태 파악이다. 국회에 보고된 것보다 유휴지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바, 이는 국방부에서 군사시설에 대한 어떤 정보를 공개하거나 제공에 대해서 꺼리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는 군 유휴지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군 유휴지 활용을 공약에서 약속했으니, 가칭 ‘군 유휴지대책TF팀’을 구성, 경기 북부지역 발전에 동력을 제공하기 바란다.

[사설] ‘미문화원 점거’ 주동자의 괴담 지적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은 1985년의 일이다. 38년도 넘어가는 과거의 일이다. 학생운동사의 족적이 세월보다 크다. 서울 복판의 미국문화원을 통째로 점령했다. 주한 미 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광주 사태 책임지고 미국은 공개 사과하라.’ 문화원 외벽에 그들의 요구를 내걸었다. 학생 운동을 세계적 이슈로 확산시켰다. 농성을 72시간 만에 풀었다. 스스로 연행됐다. 주동자 20명이 다 실형을 살았다. 서슬퍼런 전두환 정권과 강대국 미국을 동시에 타격했다. 일찍이 없었던 정권 투쟁이었다. 윤성민 당시 국방부 장관이 ‘광주 사태 전모’를 발표했다. 국방위 답변 형식이었다. 그나마 첫 언급이었다. 워커 주한 미국 대사도 입장을 냈다. ‘광주 사태는 한국 내의 문제로 미국이 책임질 것이 없다.’ 역시 첫 입장이었다. 정부의 학생 운동 대처는 강경으로 돌변했다. ‘경찰력 투입 자제’ 기조를 버렸다. 대대적 검거 작전에 나섰다. 그 사건의 주동자 중 하나가 함운경씨다. 사건 당시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이었다. 국민의힘이 그를 초청했다. 강연의 방향성은 예상됐었다. 그런데 발언과 정도가 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공격을 ‘반일감정 자극’이라고 단정했다. 한미일 삼각 안보 체계를 흔드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의 죽창가도 다시 말했다. ‘쟤가 미쳤나’ 생각했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 더없는 소재로 받았다. 반미까지 외쳤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달라진 견해다. 보수 진영에 큰 보탬일 것이다. 당황스러움은 야권 몫이다. 그렇다고 변절로 뭉개기도 어렵다. 시대 속 사건의 비중이 워낙 컸다. 현재 제도권 내 어떤 의원보다 가열찬 투쟁의 역사다. 결국 함운경 활용법은 하나다. 진영을 떠나 한 사람의 견해로 받으면 될 듯하다. 그가 나머지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때 그 사람들’의 길은 모두 다르다. 그중 이치선 변호사도 있다.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수원 출신이다. 경기지역의 관심이 그래서 많았다.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학생이었다. 그 후 소련 붕괴와 함께 그의 길도 달라졌다. 노동자 변론과 환경 운동에 투신했다. 지금은 녹색당 정책위원장이다. 당연히 함씨의 이번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론에 기초한 전혀 다른 견해를 피력할 것이다. 시간만큼 다양해진 미문화원 점거 농성자들의 현실이다. 다름을 존중하며 가는 그들이다. 86 투사 함운경의 후쿠시마 괴담 비난이 소환한 잊혀졌던 역사 한 페이지다.

[사설] 고엽제 50년간 고통, 정부 민간피해자 지원 적극 나서야

‘고엽제 피해는 국가 범죄이자 국가 폭력이다.’,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방치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28일 파주 통일촌 주민대피소에서 열린 ‘고엽제 민간인 피해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핵심 요지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국회의원과 파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일보와 강원도민일보가 공동 주관했다. 이 자리엔 파주와 철원의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가 참석해 생생한 증언을 했다. 후유증인지도 모르고 수십년간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온 이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해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식물통제계획’이라는 작전을 세워 1967년 시범 살포를 시작으로 1968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고엽제 원액 315드럼 분량을 철책선 전방 100m와 전술도로 주변 30m 주변에 집중 살포했다. DMZ 일대 파주 대성동마을과 철원의 마을 주민들은 고엽제의 실체도 모르고 마구 뿌려댔고, 이후 원인 모를 갖가지 병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정부는 고엽제 피해보상 범위를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한정, 민간인은 제외했다. 엄청난 양의 고엽제를 뿌려놓고 무책임하게 전수조사 한 번 안 했다. 경기일보가 대성동마을 주민의 고엽제 피해 실태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파주시가 여기에 응답했다. 전국 최초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지난 6월 지자체 최초로 ‘파주시 고엽제후유증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를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해도 시행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피해 주민들의 나이와 질환을 감안할 때 지원 근거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조례를 서두른 것이다. 고엽제전우회 파주시지회도 파주시 정책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박정 의원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고엽제 피해 민간인 지원의 밑바탕을 마련했다. 경기일보와 파주시, 박정 의원이 민간인 고엽제 피해에 대한 실상을 밝히고, 피해지원 방안까지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 정부가 적극 나설 차례다. 고엽제 대량 살포 시기에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 거주했거나 거주 중인 민간인들의 고엽제 피해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국가보훈부와 정부가 고엽제 살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1993년 지원을 위한 관련법을 제정했다. 지원 대상자에서 민간인 피해자를 제외시키고 방치한 것은 도저히 이해와 납득이 어려운 처사다. 정부는 고령의 피해자를 감안해 한시라도 빨리 피해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노후한 1기 신도시, 사고 많은데 부실점검만 해서야

1기 신도시의 기반시설이 노후화해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때는 부러움의 대상지였지만, 30여년이 지난 현재는 노후화·슬럼화로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1기 신도시는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군데다. 이 지역의 도로·철도·교량·주차장 등 교통시설부터 수도·전기·가스 시설, 하천·유수지 등 방재시설 등 모든 게 불안하다. 크고 작은 균열, 붕괴, 누수, 폭발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5일 분당신도시에선 정자교가 붕괴돼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어 두 달 만에 수내역의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는 사고가 일어나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 설치돼 올해로 14년 됐다. 설치 후 15년이 지나면 3년마다 받아야 하는 정밀안전검사를 1년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 시설은 지난달 유지보수업체가 실시한 정기점검 결과 ‘양호’로 이상이 없었다. 앞서 붕괴된 정자교 역시 지난해 8~11월 실시한 정기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점검 결과 별 문제가 없다는 ‘양호’ 판정을 받았는데 사고가 계속되자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기 겁난다”며 “분당신도시 인프라 전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018년 8월엔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분당신도시 곳곳에서 정전사고가 잇따랐다. 변압기 과부하가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한전은 1기 신도시에 정전 피해가 집중된 원인이 변압기 설비 노후화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설계된 아파트는 가구당 적정용량이 3㎾ 수준이지만 1기 신도시는 1㎾ 정도가 대부분이다. 노후화로 인한 신도시 문제는 분당뿐만이 아니다. 일산신도시에서는 2018년 12월 열수송관 누수로 41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했다. 1991년 매설된 해당 열수송관은 사고 발생 시점까지 한 번도 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당일 점검 일지에는 ‘이상 무’로 기록돼 있었다. 1기 신도시의 각종 기반시설 노후화로 사고 위험이 어느 곳보다 높다. ‘언제 어디서 큰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점검과 철저한 관리가 절실하다. 각 지자체가 상·하반기, 1년에 2회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점검 당시 이상이 없다는 결과에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부실 점검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사고 발생 후 원인을 진단하면, 모두가 인재(人災)다. 수시 안전점검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설] 조례로만 보면 ‘수원 공항 이전’은 끝났다/金 지사, ‘수원·군·민군’ 불가 조례안 동의

당장 눈앞의 용역 발주부터 이상해졌다. 애초 조례 추진 목적은 용역이었다. 경기도가 국제공항 관련 용역을 계획한 것은 올 초다. 도의회 상임위가 제동을 걸었다. 관련·근거 조례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급히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했다. 26일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 그 조례안이다. 계획대로면 곧 용역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핵심이던 ‘수원·군공항’이 빠졌다. 계획했던 용역의 뼈대가 사라진 것이다. 무엇을 연구할지부터 불확실하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가 최종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대단히 중요한 수정이 있었다. 경기국제공항 정의를 ‘경기도 국제공항’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군공항은 제외한다’는 조항을 뒀다. 도내에서는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군공항의 말도 못 꺼내게 봉쇄한 것이다. 화성에서 논란 중인 국제공항은 민군통합공항이다. ‘민군(民軍)’이니 이것도 대상이 아니다. 목적도 바뀌었다. 조례안 속 당초 목적은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촉진하고 지원한다’였다. 이것이 ‘경기도에 국제공항을 유치하고 건설을 촉진한다’로 바뀌었다. ‘경기국제공항’은 화성 논란 공항으로 지칭돼 왔다. 이걸 ‘경기도에 국제공항’으로 이름부터 차단한 셈이다. 자문위원회나 상생협의체도 바뀌거나 삭제됐다. 군공항을 매개로 수원시와 화성시가 연결될 모든 소지를 없앴다. 여기에 경기도가 동의했다. ‘수원 완전 배제’에 동의한 셈이다. 경기도에 추진되는 신공항은 딱 하나다. 논란 중인 경기국제공항이다. 수원의 군공항 이전과 직결된 공항이다. 군공항 거부감을 상쇄하려는 의도도 있다. 여기에 경기 남부 산업이 갖는 필요성도 있다. 이것 말고 추진되는 공항은 없다. 그런데 경기도에 군(軍) 공항을 언급 못하는 조례가 등장했다. 도대체 어떤 공항을 지원한다는 것인가. 혹시 수원·화성 공항을 빼고 새로운 공항이라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국제공항 조례의 존재 이유가 헷갈린다. ‘화성 공항’을 반대하던 쪽은 환영할 것이다. 조례가 무력화된 꼴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실망할 것이다. 도가 손을 뗀 꼴이다. 이쯤에서 많은 도민이 도지사 입장을 묻게 된다. 후보 때, 공항 이전·국제공항 신설을 공약했다. 올 초, 그 실현을 위한 용역발주를 밝혔다. 그런데 ‘이전 무력화’ 조례안에 동의했다. 군공항 이전에 말도 못 꺼내는 상황에 동의했다. 100만 찬성과 100만 반대의 중도 선택인가. 아니면 더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중인가. 옳고 그름의 구분이 있는 사안은 아니다. 도지사가 소신을 갖고 판단하면 될 일이다. 다만,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일관된 방향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기 남부 주민 700만명이 보는 도정이 예측 가능해진다.

[사설] 국회 불체포특권 폐지, 선언으로 끝나선 안 된다

여야 대표가 나란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의원들도 구속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를 더 이상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관건은 실천이다. 과연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을 권리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 요청이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 이 ‘특별한 권리’가 헌법(44조)에 명시돼 있다. 당초 취지는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국회 기능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올 때, 정부의 폭력으로부터 국회의원의 활동이 제약받지 않고 정상적인 의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을 누려야 할 이유가 없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국민은 단순 범죄로도 구속수사를 받는데, 거액의 뇌물 수수나 개발 이권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람을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봐주는 건 문제가 많다.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 벌써 폐기했어야 할 특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26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비판하며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불체포특권 포기에 찬성, 총 110명이 연대 서약을 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근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국회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등 ‘정치쇄신 3대 과제’ 공동 서약을 야당에 제안한 바 있다. 여야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늦었지만 환영한다. 방탄 국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컸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불체포특권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둘러싸고 민주당에선 이견이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의원들이 서약을 해야 한다. 그동안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던 국회다. 선언만 하고 또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200여가지에 이른다. 불체포특권을 비롯해 국민 눈높이와 시대에 맞지 않은 특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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