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임금체불 1천건... ‘어글리 코리안’ 경계해야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빈 일자리’를 이들이 채웠다. 이제는 그들 없이는 우리 산업생태계가 지속가능할 수 없을 정도다. 저출생, 고령화의 심화로 내국인만으로는 경제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을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런데도 인천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줄 임금을 떼먹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천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이 해마다 1천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2021년 998건, 지난해 1천102건 등이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481건이다. 올해 임금체불 금액만도 49억4천만원이다. 주로 고용허가제를 악용하는 수법의 임금체불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3년간 3회 이상 사업장을 옮겨 다닐 수 없다. 퇴직 이후 3개월 이내 재취업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반하면 사실상 국내에서 추방당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업장 변경에 부담을 느낀다. 이를 악용한 일부 사업주들은 ‘안줘도 어쩔 수 없겠지’ 하며 줄 돈을 안 주는 것이다. 약자의 약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출퇴근 기록도 없어 체불 신고도 제대로 못한다. 임금체불 증빙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 수법도 다양하다. 적발된 한 업체는 가족들끼리 사업주 명의를 계속 바꾸는 수법을 썼다. 임금체불 주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임금 꺾기’도 있다.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쪼개서 찔끔찔끔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다 점점 더 미루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 등을 외국인 근로자가 내도록 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온 한 외국인 근로자는 자신의 4대 보험료가 3개월째 미납 상태임을 뒤늦게 알고 신고했다. 회사가 월급에서는 보험료를 차감해 놓고 납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국 국적의 한 근로자는 지난해 12월 퇴직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매번 “다음에 줄게” 하면서 여지껏 미룬 것이다. 최근 확정한 ‘외국 인력 확대 및 규제 개선 방안’은 외국인 고용을 폭 넓게 허용하는 방향이다. 1년에 1천명 안팎이던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올해 3만5천명까지 발급한다. 고용한 기업과 지자체에는 장기 체류 추천 권한도 준다. 사실상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임금체불 구태가 남아 있다니 안타깝다. 빙과류까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K-산업 시대다. 외국인 근로자 체불은 벼룩의 간을 탐하는 격이다. ‘어글리 코리안’의 불명예를 경계해야 할 때다.

[사설] R&D 예산 싹둑, 과학을 실업자 만들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이렇게 말했다. “회계를 보면 기업이 보이고 예산을 보면 정부가 보인다.” 국무회의 자리였다. 또 전(前) 정부 살림살이를 ‘재정 만능주의’, ‘방만 재정’, ‘선거 매표 예산’으로 규정했다. 이와 차별화된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그렇게 편성된 윤석열 정부 2024년도 예산안이다. 657조원 규모다. 2023년보다 18조원 늘었다. 증가율 2.8%다. 문재인 정부 5년 평균치는 8.7%였다. 이걸 재정건전성 징표라고 내놓은 건지 모르겠다. 틀렸다. 단순한 예산 증감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 항목별 건전성이다. 불요불급 예산 삭감, 집중 선택 예산 배정 등이 포괄적으로 분석돼야 한다. 그렇게 보면 이번 예산은 ‘방만·매표’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병사 월급을 135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인상했다. 0세 아동 부모급여를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노인 기초연금도 33만4천원씩 올렸다. 모두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 선거 매표 예산’과 다를 것도, 나을 것도 없다. 특히 심각한 게 과학기술 연구 예산이다. ‘무슨 곡절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잘려 나갔다. 지난해 정부 R&D 예산에서 무려 16.6%나 삭감했다. 세수 감소로 인한 불가피한 축소로 설명 안된다. 살폈듯이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7.5% 늘었다. 외교·안보 분야는 19.5%나 늘었다. 두 자릿수 삭감률을 기록한 것은 R&D 예산이 유일하다. 1991년 이후 33년 만에 R&D 예산 후퇴다.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총 예산 대비 3%대 추락이다. 더 섬뜩한 것은 향후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과 함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2023~2027년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을 3.6%로 제시했다. R&D가 12대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0.7% 증가율로 책정됐다. 향후 5년간 R&D 예산을 동결할 것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정부 R&D는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투자 연구기관의 연구원 채용 계획도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런 불길한 소문은 이미 청년 과학도들에게 번졌다. 앞서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예산을 언급을 한 바 있다. ‘나눠먹기, 갈라먹기’, ‘R&D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백 번 이해해 그런 문제점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반영했다고 치자.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문제된 부분은 도려내는 것이다. 효율성 기하고 투명성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자고 백년대계, 과학의 떡잎을 잘라 버리나. 첨단 과학 시대 5년 뒤처진 기술이 어떤 재앙을 초래할지 몰라서 이러나. 윤 정부를 위해서라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사설] 국회, 강대강 대치로는 민생문제 해결 못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에 지난 1일부터 돌입했다. 제21대 국회 후반기 제401회 정기국회는 국정감사, 새해 예산과 결산 심사 등을 하는 중요한 회기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개회되는 회기이기 때문에 여야 간 총선을 겨냥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은 물론 지난 8월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도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이들 법안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국회를 강행해서라도 회기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이균용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라임 펀드 의혹,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해병대의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국방부·육사 내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 등 정기국회 곳곳에 뇌관이 놓여 있어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이미 시작됐다. 국회는 지난 1일 오후 2시부터 제401회 정기국회 제1차 전체회의 개회식을 개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민의 삶이 말할 수 없이 팍팍하다”며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간은 물론 정부와도 대화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여야 양당은 지난달 28~29일 양일 간 각각 연찬회를 통해 정기국회에 임하는 전략과 목표, 의지를 다질 뿐만 아니라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상황을 보면 과연 정기국회에서 주어진 일정을 파행 없이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이런 조짐이 발생하고 있다. 즉, 양당의 소속 의원 연찬회 결의와는 달리 정기국회 기간 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로 인한 여야의 대치 상태다. 특히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 3개항을 요구하면서 지난 8월3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감으로써 정기국회 자체가 파행으로 운영되지 않을까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 최근 국회 운영은 물론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인 정기국회까지 여야 간 정쟁과 강 대 강 대치로 인해 민생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사설] 대처는 신속하게, 판단은 신중하게/중부국세청 조치가 옳고 정확했다

국세청이 민원실 직원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세무 업무는 기본적으로 강제 징수 업무다. 납세자의 거부, 항변 등이 상존한다. 그만큼 민원 현장에서의 충돌이 잦다. 여타 행정기관보다 강화된 경비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런 특수성이 불거진 사건이 경기도에서 있었다.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의 순직 사건이다. 민원인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쓰러졌다. 잠재됐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건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대책이다. 내용을 보면 적극적이고 과감하다. 외주 경비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우선 수도권 내 6개 세무서부터 시행한다. 주요 지점을 순회 근무하는 전자순찰시스템도 도입했다. 방검조끼, 호신용 스프레이, 삼단봉도 지급된다. 직원들에게 상시적으로 지급되는 장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분증 녹음기’다. 민원인과의 모든 대화를 녹취할 수 있게 됐다. 사무실 내 CCTV 확대 설치로 촬영 사각지대도 없앤다. 국세청이 공식 발표했다. 동화성세무서 사건이 조직 내에 준 충격이 컸다. 민원인을 응대하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동료 직원들이 그 참담한 현장을 그대로 지켜봤다. 근본적인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충격은 일반 국민에게도 컸다. 민원 요구 과정이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을 깨달았다. 다양한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 한 달여간 주목받게 된 것이 중부지방국세청(청장 오호선)이다. 대단히 중요했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건 직후 대처가 신속하고 단호했다. 사고 발생 상황을 중부청이 직접 챙겼다. 동화성세무서 직원 보호 대책도 우선 시행했다. 전국적인 절차에 앞서 우선적으로 발표하고 조치했다. 중부청 책임자가 직접 피해자 유족과 대화에 나섰다. 여기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역할이 있다. 실체적 진실 파악이다. 냉정하고 신중한 조사를 진행했다. 추후 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컸다. 이에 대비한 조치였다. 국세청 내부 통신망 등에서 가해자 처벌에 관한 요청이 쇄도했다. 동화성세무서 측이 늑장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법 절차 진입은 신중했다. 이게 옳았다. 사법 절차는 지금 분위기와 다르다. 증거와 법률로 진행된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악성민원’의 판단도 다시 따져질 것이다. 인과 관계에 대한 증거, 증언도 조사될 것이다. 사건의 출발이 된 ‘민원 서류’도 다시 판단 받게 된다. 이 모든 가능성을 점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중부국세청이 보여준 비상시 상급기관의 역할과 지휘다. 향후 사법 절차에서 이런 노력이 새삼 평가될 것이다.

[사설] ‘살인예고’ 폭주하는데 처벌 애매, 법 정비 시급하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오전까지 살인예고 글 총 485건을 수사해 이 중 235건(24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살인예고 글은 7월21일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해 지난달 3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찰은 살인예고 행위가 국민 안전을 위협해 형법상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처벌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촉법소년이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직접 송치해 소년보호처분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처벌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현행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경찰이 글 작성자들에게 협박죄, 살인예비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법원도 처벌 규정을 둘러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흉기까지 주문한 이모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담당 판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협박성 표현이 도달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신림역 인근 상인 등은 살인예고 글이 아닌 기사로 알게 됐을 것”이라며 검찰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시작부터 법리 적용이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이 입증돼야 해서 적용이 더 어렵다.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위 사실로 공무원을 속여 직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된다. 법무부는 행정력 낭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손해배상청구가 이뤄지기엔 법리 구성 요건이 쉽지 않다. 섬뜩한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삼아 했다고 주장해 무죄로 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선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 정부도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정비가 시급하다.

[사설] 학원가에 성범죄자 방치, 위험하고 불안하다

성범죄자는 학교나 학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취업제한 명령’을 받는다. 이런 경우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장은 채용 대상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한다.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관련 기관이 성범죄 경력 조회 등 인적사항 점검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했다가 적발된 성범죄자 수는 107명이다. 이 중 53명은 해임됐다. 39명은 근무 기관이 폐쇄됐으며, 15명이 있던 곳은 운영자를 변경 조치했다. 같은 기간 성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아 적발된 경기지역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은 총 379곳에 달한다. 기관 유형별로 보면 일반 학원이나 교습소 같은 사교육 시설이 358곳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이어 경비업 법인 17곳, 어린이집 2곳, 체육시설 11곳, 의료기관 1곳 등의 순이다. 성범죄자는 재범 우려가 높다. 일반 학원이나 교습소 같은 사교육 시설, 체육시설, PC방·오락실 등에 이들이 근무한다면 아동과 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그런데도 법을 어기고 성범죄 이력을 조회하지 않고 인력을 채용하는 기관들이 수두룩하다. 학원 등에 성범죄자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반드시 경력 조회를 해야 한다. 허술한 성범죄 경력 점검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여부 점검 주기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는 실시해야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최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성범죄자 취업제한 명령준수 여부 점검 횟수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아동·청소년 성보호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성가족부도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성범죄자에 대한 벌칙을 신설하고, 성범죄 경력자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선 법 준수가 우선이다. 성범죄자 경력을 조회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처벌로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사설] 서로 채워줄 수 있는 동두천시·가평군 결연/협의 기구도 만들어 특별하게 추진해 보라

동두천시와 가평군이 자매결연을 했다.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자고 잡은 손이다. 결연식에서부터 두 지자체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과 서태원 가평군수가 참석했다. 동두천시·가평군의회 부의장들도 함께했다. 두 지자체 국장과 과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협약 목적이 대단히 넓게 책정됐다. 행정, 경제, 문화, 교육, 예술, 체육, 관광, 농업 등이다. 거의 모든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번 협약에 의미를 두게 된다. 두 지자체가 처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동두천은 미군부대 이탈로 인한 후유증이 크다. 2022년 재정자립도가 13.1%에 불과하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31위다. 돈이 없는 곳에 일자리가 있을 리 없다.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가 있다. 여기서 동두천시는 56.5%다. 역시 도내 전체에서 꼴찌다. 부러워할 1위는 67.4%의 화성시다. 가평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재정자립도 16.8%로 28위다. 시정 전반이 활력을 찾지 못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지 않다. 동두천은 군사도시로 번창한 지역 인프라가 있다. 공장이 많아 제조업이 발달했다. 주위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도 힘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출구만 마련되면 언제든 재도약할 수 있다. 가평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관광의 보고다. 동두천 면적의 9배나 된다. 전체 면적의 83%가 산지, 3%가 수변지구다. 규제의 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도심과 인접한 자연 관광자원으로 해석되는 게 옳다. 닮은 도시끼리의 자매결연은 의미 없다. 그저 친교를 다지는 협약 수준에 머문다. 의외로 이런 무의미한 자매결연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자매결연은 분명히 다르다. 좁은 땅과 넓은 땅의 만남이다. 밀집 인구와 산재 인구의 만남이다. 제조업 기반과 관광 기반의 만남이다. 여기에 인접한 거리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기 북동부라는 공통의 생활권이다. 손쉽게 협력을 실현할 지리적 여건이다. 추후 연천 등 연접 지역의 전체로 발전할 수 있다. 동두천시와 가평군 모두에 득이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전하는 작은 제언이 있다. 상호 협력 체계를 유지시킬 조직의 구성이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 민간이 중심되는 조직이 논의될 수도 있다. 양 지자체가 만나고 토론하는 마당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특별한 기대를 가진 결연인 만큼 특별한 조직이 필요할 수 있다. 굳이 상설 조직이 아니어도 괜찮다. 일단 두 지자체를 연결하는 상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설] 민·관·경 협업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범죄예방 기대 크다

안산시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묻지마 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분당 흉기난동,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자 지역안정 특별대책기간을 정해 운영했다. TF는 범죄 대응과 피해 지원으로 나눠 경찰 등과 24시간 관리체계를 유지했다. 범죄 대응에는 시청 자치행정과·소상공인지원과·철도교통과·대중교통과·해양수산과·외국인주민행정과와 상록·단원구청 행정지원과가 동참했다. 피해 지원에는 시청 복지정책과와 보건정책과·의정법무과가 참여했다. 범죄 예방에는 순찰 활동을 하는 420여명의 로보캅순찰대와 1천400여명의 자율방범대원이 힘을 보탰다. 안산시에서 민·관·경이 공동 치안 활동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단원구에서 합동 치안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특별방범초소를 설치하고 기동순찰대 등을 투입해 치안력을 강화했다. 안산시는 25억원을 투입해 CCTV를 추가 설치했으며, 민간 영역에서는 자율방범대 등이 투입됐다. 그 결과 단원구에서는 조두순 출소 전후 범죄가 감소했다. 경찰-지자체-민간으로 구성된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이 28일 출범했다. 전국 최초의 협업 모델이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이민근 안산시장 등 경찰 및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날 범죄 사전 예방부터 범죄 사후 피해자를 위한 치료·지원까지 다양하게 상호 협력하는 대책회의를 가졌다.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은 범죄 대응과 피해 지원을 위해 경기남부청 각 기능과 안산시 관련 부서를 매칭하는 것이다. 경찰력에만 의존하는 치안 활동에서 벗어나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등 협력단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동체 치안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경기남부청은 협업 표준화 모델을 성공시켜 경기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 흉기난동 등의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이다. 각 지자체는 경찰력에만 의존해선 범죄 예방이 어렵다고 여겨 자체 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양특례시, 용인특례시, 평택시, 부천시 등이 자율방범대 활동을 통해 취약지 범죄 예방 순찰 등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방범 활동은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범죄 예방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방범을 강화하되 안산시 사례처럼 좀 더 체계적·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경찰-지자체-민간으로 구성된 시민안전 협업 모델을 벤치마킹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2+1 정책지원관 실패, 1인 1명으로 늘려라

도의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이런 것이다. 정책지원관 한 사람이 의원 둘을 지원한다. 가장 중요한 활동은 조례 제·개정 작업이다.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의원끼리 선의의 경쟁을 한다. 다른 의원들보다 좋은 조례를 만들려고 한다. 다른 의원들보다 신속하게 발의하려고 한다. 이런 두 의원의 입법 활동을 한 명의 지원관이 돕는다. 당연히 두 의원의 준비 내용을 알고 있다. 두 의원이 보안 유지를 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원관 본인도 고역이다. 곧 알게 될 내용을 숨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원관이 보좌하는 의원은 같은 상임위 소속이다. 77명의 정책지원관이 운영위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에 배치돼 있다. 보통 6~8명씩인데 이들이 소속 의원 두 명을 지원한다. 업무가 중복되면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의원들끼리도 없던 고민거리가 생겼다. 다른 의원 측에 본인의 입법 활동이 누설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도입 직후 제기되는 문제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이 임명된 것은 5월30일이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근거다. 시행 첫해인 2022년은 의원 정수의 25%까지 임명했다. 올해에는 의원 정수의 50%까지 임명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의원이 156명이다. 절반인 78명을 임명했고 현재 77명이 근무 중이다. 법에 추후 증원에 관한 규정은 없다. 현 78명이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의 법정 정족수다. 불편함이 여간 아니다. 지원관 활용 않겠다는 의원까지 있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자치 발전의 상징이다. ‘지방 의원 주제에 무슨 보좌관이냐’는 모욕의 세월이 길었다. 그 잘못된 중앙집권적 사고를 깨고 어렵게 도입됐다. ‘개인 비서처럼 쓸 것이다’는 우려도 많았다. 다분히 지방자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는 지방의원에게도 절절하다. 개인 비서처럼 활용한다는 우려도 불거지지 않는다. 제도의 취지를 지방의원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 확대해도 된다. 의원 수와 같은 수준의 정책지원관 정원이 필요하다. 의원 1인에 정책지원관 1인 체제를 제안한다. 국회의원 1인은 7~8명이 비서진을 보장한다. 뭐 그렇게 대단한 국익을 창출하는 국회인가. 지방의원 1인에 지원관 1인이 절대 과하지 않다. 정상적인 지방자치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다. 마침 염종현 도의장도 “도의원 1인당 정책지원관이 1명 이상 지원되도록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이 방향에 힘과 주장을 보태 가겠다.

[사설] 바가지요금 땐 도비 지원 다시 뺐는다/지역 행사 내실 강제 조례 개정안 발의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운영, 잘못된 운영으로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이태원 집단 압사 사고, 안전 조치 실종으로 최악의 축제로 기록됐다. 일부 지역 축제의 바가지요금,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지역 행사 파행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행사는 지자체가 개최·후원했다. 어떤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연례 행사였다. 이 모든 게 대외적으로는 ‘지역 행사’다. 지역 명예를 실추시키고 지역 관광을 심각히 훼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경기도 지역 축제 지원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다. 황대호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수원3)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 목적은 분명하다. 일부 지역 행사에서 나타난 예산 낭비 의혹과 일부 지역 축제 내 먹거리에서 확인된 과도한 가격 책정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안전사고 예방도 목적에 있다. 경기도 예산이 시·군 보조금 형태로 투입된 행사가 개정안 규제의 대상이다. 핵심 내용은 예산 회수다. 지원된 도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빼앗는다. 바가지요금의 경우 과도한 가격이 그 기준이다. 파행 운영의 경우는 사회적 논란이 그 기준이다. 안전운영의 경우 인파 밀집 등으로 인한 사고 예방 미비 등이다. 또 도가 지역 축제에 지원한 예산과 관련해 위법 및 부당한 사례를 발견할 경우 시정 권고, 고발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도록 규정했다. 지역 축제에 대한 도민 신뢰도를 높이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황 부위원장이 본보에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의 혈세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축제는 희망이 아닌 절망의 축제로 돼 버렸다. 이처럼 소중한 예산이 방만하게 사용돼선 안 되는 만큼 도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안전관리 대책 수립 규정도 만들어 공공성을 갖춘 지역 축제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시의적절한 발의다. 별 이견 없이 다음 달 5일 시작되는 제371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것 같다. 입법에 따른 여러 가지 여건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선언적 수준에서 멈춘 측면은 아쉽다. 바가지요금의 기준, 파행 운영의 판정, 안전조치 평가 등을 다룰 제도적 장치도 장만했더라면 좋을 걸 그랬다. ‘준 예산을 다시 회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회수 결정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주최 측 간의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권위를 갖춘 위원회 또는 강제성이 부여된 절차. 나중에라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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