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특수교육 실태 점검, 법·제도 정비해야

자폐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변호인이 모두 사임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변호인들이 변론을 포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특수교사노조 등 장애, 학부모, 교육단체 회원들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씨 사건과 관련된 논란 이후 교육부가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교사와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주씨의 특수교사 고소건이 여론의 표적이 되면서 특수교육 실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사건 내용은 알려진 대로다. 지난해 9월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주씨의 아들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 돌발행동을 해 통합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됐다. 이후 주씨는 아들 가방에 설치한 녹음기로 녹취한 특수교사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교사는 불구속 기소돼 직위해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그러던 중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일 특수교사를 복직시켰다.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으면 직위해제가 될 수 있지만, 진상규명 전에 기소만으로 가해자 낙인이 찍혀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관심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조치로 보인다. 교권에 민감해진 교사들과 여론에 힘입어 전국 2만여명의 특수교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씨 사건은 자칫 특수교육 현장의 일탈 사례로 묻힐 뻔한 사안이었다. 부실한 특수교육 시스템이 교사와 학생 모두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8만6천633명이던 특수교육 대상 아동은 지난해 10만3천695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크게 부족하다. 법정 정원은 장애 학생 4명당 특수교사 1명이다. 중증장애 학생들의 수업 활동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실무사도 필요하다. 장애 특성에 맞게 전문교육과 돌봄이 필요한데 교육 현장에선 최소한의 법정 기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공립 유·초등 특수교사를 전년 대비 61% 적게 뽑았다. 정부의 소극적인 교사 수급 정책이 학급 과밀현상을 가중시키고,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교권 침해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수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학급 내 돌발상황까지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수교육 시스템 점검과 함께 법·제도 정비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

[사설] 경기일보와 오늘 아침 61만 구독자/경기 언론에 없었던 새 길 가고 있다

언론 역사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일찍이 없었던 인터넷 보급 시대다. 지역·국가의 영역을 초월했다. 세계인과 직결되는 광속 정보망이다. 그 변혁의 역사를 경기일보가 홀로 떠안았다. 시작은 2022년 10월14일이었다. 뉴스 콘텐츠 제휴사(CP) 선정이 있었다.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카카오 동시 제휴다. 전국 9개 권역의 대표를 정하는 경쟁이었다. 신문·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이 겨뤘다. 경기·인천에서 단 한 곳이 선정됐다. 경기일보사다. 2023년 1월3일 오후 4시33분(네이버). 그리고 2월1일 0시(카카오). 서비스가 시작됐다. 1명부터 시작된 구독이다. 전체 구독자 규모를 비공개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초반부터 공개하면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였다. 경기일보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구독자 현황을 실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겁내지 않고 구독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곧 결과를 만들어갔다. 전문가들도 놀라는 속도였다. 언론계도 주목했다. 4월 26일 30만 독자, 7월7일 50만 독자였다.    수반된 책임이 커졌다. 수십만 독자가 지켜본다. 수천 개 평가가 따라붙는다. 때론 사랑 담긴 조언이다. 경청해야 한다. 간담 서늘한 비판도 있다. 반성해야 한다. 신참 기자가 ‘개구리 토핑’(2023년 7월25일)을 보도했다. 35만명의 구독자가 다녀갔다. 사건 기자들이 서현역 참변(2023년 8월4일)을 보도했다.  52만명의 구독자가 다녀갔다. 기사의 허술함은 용납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전에 없던 엄격함과 세밀함이 요구된다.  더 늘 것이다. 100만, 300만 구독자를 모실 것이다.  500만, 800만 구독자도 모시고 싶다. 하지만 그 설렘은 미래로 넘겨두겠다. 2023년 8월8일, 오늘에 겸허하겠다. 창간 35주년 아침, 현재를 함께해 주시는 구독자 61만 분께 감사하겠다. 일찍이 신문 유료 구독으로 받은 사랑도 크다. ABC 조사에서 경기·인천 1위다. 경기·인천 사랑으로 경영의 도약도 이뤘다. 경기·인천 신문사 매출 1위다. 구독자께, 도민께 감사하는 아침이다. 이 은혜에 답할 약속이 있다.  경기도 정체성-경기일보가 만들어 가겠다. 변방 패배주의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겠다. 모든 것은 경기도민의 이익으로 말하겠다. 경기도민 이익을 저버린 일체의 논쟁을 반대한다. 철저하게 경기도를 챙기는 논쟁을 희망한다. 고속도로는 경기도민의 뜻대로 놓여야 한다. 거기 역행하는 어떤 집단적 판단도 규탄한다. 경기도만의 문화도 만들겠다. 정치에 기생한 왜곡 문화에 반대한다. 이를 규범으로 지켜가겠다. 경기일보가 규정한 ‘지역 기사 비율’이다. 경기도 정치-경기일보가 만들어 가겠다. 경기도의 정치여야 한다. 근본 없는 뜨내기 정치를 배제한다. 정치의 목표는 경기도민이어야 한다. 또 지역구민 이익이어야 한다. 이 이익과 상충되는 정치 행위가 많다. 당앞에 철저히 무시되는 지역 이익이 많다. 그래 놓고 또 출마하고 또 당선된다. 이에 대한 도민 목소리를 전하겠다. 당파의 이익 위에 경기도의 이익이 있음을 강조하겠다. 정치인에게 맡겨진 임기는 4년이다. 경기도민이 살아갈 임기는 무한하다. 경기도 공직사회의 자긍심-경기일보가 지지하겠다. 인구 1천300만 거대 행정이다. 그 행정을 짊어진 공직자들이다. 잘못된 ‘2류 관습’을 걷어내야 한다. 지방 행정의 역할이 중앙 행정보다 중하다. 1천300만 경기도 행정의 폭은 940만 서울시보다 넓다. 그럼에도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상대적인 인사 불이익이 여전하다. 과도한 업무 부담은 여전히 숙명이다. 누구 하나 이 구태의 혁파를 선창하지 않았다.  경기일보가 하겠다.  경기도 균형발전-경기일보가 만들어 가겠다. 경기 북부 발전은 늘 구호에 그쳤다. 여론은 정확히 계측되지도 않았다. 정치적 시류에 편승한 공약들이 반복될 뿐이다. 경기 동부권의 낙후는 이제 논쟁에서도 멀어졌다. 낙후 지역 지정 요구가 20년을 넘었다. 역시 필요한 때 시늉만 하다가 끝났다. 경기 남부의 산업 인프라 구축도 늘어진다. 반도체, 자동차로 이어지는 클러스터는 여전히 그림 속 떡이다. 너무 더디다. 경기일보가 그 답답함을 대변하겠다. 1988~2023년. 결실로 맞이하는 서른다섯째 해다. 그 먼 날에 씨 뿌린 농부가 있었다. 그 씨를 키워 열매로 맺은 농부도 있었다. 이제 그 경기일보가 61만 구독자와 함께 섰다. 경기·인천 언론이 가 본 적 없는 길을 가려한다. 묵묵히 헤쳐 나가겠다. 좌고우면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 힘은 독자다.

[사설] 세계잼버리대회, 정부는 특단의 대책 세우고 끝까지 책임져야

폭염 속에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준비 부족으로 국제적 망신 속에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4천400여명의 가장 많은 대원이 참석한 영국은 이미 토요일부터 짐을 싸 서울로 퇴소하고 있으며,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로, 싱가포르는 별도의 숙소로 이동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잼버리조직위원회에 조기 종료와 일부 행사 취소를 권고했으며, 세계적인 외신들도 잼버리대회의 준비 부족과 온열 환자 및 해충 피해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어 한국의 발전상을 알려 국격을 높이려던 잼버리대회가 오히려 국격을 추락시키는 대회로 변모했다. 지난 4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잼버리 영지 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1천486명이었고 이 중 벌레 물림은 383명, 피부 발진은 250명, 온열 질환은 138명에 달한 것으로 발표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진자도 70명이 발생해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가 하면, 화장실도 오물을 처리하지 않아 엉망이고, 식사의 질도 낮아 불만이 대단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이 장기간의 폭염과 씨름하면서 잼버리 참석자 수백명이 앓아 누웠다”고 전했으며, AP통신은 “잼버리를 광대하고 나무가 없는,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준비 부족을 비판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4일 긴급회의를 갖고 잼버리 안전 대책으로 전기 공급 용량 증설과 쿨링텐트·버스와 얼음물 공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무제한 생수 공급과 같은 특명을 지시했고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삼성·HD현대·한진 등 대기업이 총력지원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는 ‘사후약방문’이 되고 있다. 잼버리대회의 파행 운영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사전 행사인 ‘프레잼버리’가 개최 14일을 앞두고 기반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취소되는 일까지 있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했는데 그동안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5일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잼버리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폭염이 계속되고 태풍 ‘카눈’까지 덮칠 가능성이 있어 불안하다. 정부는 특단의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보름 만에 또 흉기 난동, 치안이 흔들린다

광란의 유혈극 그 자체였다. 백주 대낮에 벌어진 살상극이다. 차량에 깔려 사람이 줄줄이 쓰러졌다. 건물에 뛰어든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시민들이 영문 모르고 쓰러졌다. 도로에, 건물에 중상자들이 널부러졌다. 공중에는 헬기가 날아다니며 부상자들을 날랐다. 영화도 이렇게 난데 없고, 이유도 없으며, 무자비한 장면은 묘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변이 일어난 것은 3일 오후 6시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일대다.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모(23)씨다. 먼저 차량을 인도로 몰아 보행자들을 들이 받았다. 여기서 보행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어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백화점 1∼2층에서 고객들에 흉기를 휘둘렀다. 여기서 다시 9명이 다쳤다. 범인은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얼굴을 노출시키기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21일 ‘신림동 사건’의 영향은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곳이라는 점, 백주대로에서 벌어졌다는 점, 불특정 다수에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 등이 닮았다 새삼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신림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등장했던 범행 예고다. 신림동 사건과 같은 사건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이었다.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하고 있다고 경찰이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사 결과가 공개된 바는 없다. 신빙성 없는 것이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혹여라도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예고가 있었을까 걱정이다.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예고가 있는지도 궁금하다.그리고 무섭다. 시민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생생한 묘사가 있다. SNS로 전해진 목격담이다. “범인 잡힌 거 목격했는데 1층에서 사람 한 명 쓰러져 있었고 2층 문 앞에도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사람들이 다 놀라서 에스컬러에터 역주행하고...”라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현장에 출동한 헬기 사진을 공유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게 다쳤으면 헬기까지 출동했을까”하고 했다. 긴박하고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언들이다. 시민들은 이제 ‘나와 가족의 안전’을 걱정한다. 신림동 사건에서도 서현동 사건에서도 치안은 없었다. 흉기에 인명이 유린당한 뒤에야 경찰이 있었다. 처음이라면 어떻게든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보름 사이에 닮은 범죄 두 건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 협박이 10건이나 있었다. 그 협박의 진위 여부조차 명확히 발표된 게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나. 경찰의 치안을 믿으라고 할 수 있겠나. 목숨 걸고 현장 제압에 나선 경찰의 노고를 안다. 묻지마 범죄 특성상 예방이 쉽지 않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이해가 시민을 더 공포스럽게 하고 있다. 막을 수 없다는 얘기인가. 제3의 신림동, 제2의 서현동 참변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국민 생명 보호하는 치안 유지는 경찰의 존재 이유다. 존재 이유 증명 못하는 경찰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사설] 부실 아파트 공포, 국회 정쟁 그치고 입법 서둘러야

‘철근 빠진 아파트’ 사태에 대해 여야가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 살거나 입주 예정인 주민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는데 여야는 또 정쟁만 일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철근 누락 원인을 ‘건설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한다. 국정조사도 하겠단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이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남 탓 타령’이라며 “국토부가 책임지고 원인 규명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파트 부실 시공을 막기 위해 발의된 ‘부실공사 방지법’ 대부분이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무성의와 태만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무슨 이슈가 터지면 생색내기식으로 앞다퉈 법안을 발의한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식으면 ‘나 몰라라’ 한다. 법안 발의 후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한번 안 하는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등한시한 채 여야가 서로 비난만 쏟아내고 있으니 한심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부실시공 재발 방지·처벌 강화, 건설사와 감리업체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부실공사 방지법이 다수 발의됐다. 현재 13건이 국회 국토교통위에 계류 중이다. 이 중 6건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잇따라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건설사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후 5년 내 다시 법령을 위반할 경우 3년간 시공사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도 건설사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등록말소 사유로 규정하는 동명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국토위 법안소위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도 1년 넘게 소위에 묶여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감리자의 시공관리·안전관리 의무 강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근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발주자의 감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도 2020년 9월 발의 이후 논의가 없다. 국회는 문제가 터진 뒤 뒤늦게 TF를 꾸리고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말싸움만 할 게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부실공사 방지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일 안 하는 국회, 뒷북 대응도 제대로 못해서야 되겠는가.

[사설] 철근 누락 ‘무량판’ 시공, 전수조사하고 후속조치 서둘러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철근 누락’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가 민간아파트로 점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도도 자체적으로 무량판 구조 채택 공동주택에 대한 점검에 돌입한다. 철근이 빠진 ‘순살 아파트’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폭하고 있어 국토부와 경기도는 빠른 시일 내 점검,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무량(無梁)판 구조는 보(beam) 없이 기둥 위에 슬래브를 바로 얹는 건축 방식이다. 보를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유리하고 시공비, 공사 기간 절감의 장점이 있다. 보가 없어 높이가 높은 차량 출입이 가능해 2017년 이후 국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다수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의 안전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설계·시공하지 않을 경우 붕괴 위험이 있다. 기둥과 맞닿는 부위에 하중이 집중되면 슬래브에 구멍이 뚫리며 붕괴하는 펀칭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보강하기 위한 전단보강근 등에 대한 철저한 시공이 필수다. 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설계·시공·감리 단계에서 제대로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전국 민간아파트 가운데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는 모두 293개다. 105개 단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188개 단지는 입주를 마쳤다. 이 가운데는 지하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붕괴 사고가 일어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파트도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했다. 경기도는 국토부 조사와 별도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도내 민간아파트 88개, 경기주택도시공사(GH) 공공아파트 7개 등 총 95개 단지를 대상으로 이달 중순부터 점검에 들어간다.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을 투입해 공사 중인 29개 단지에 대해 설계도서 등 서류 점검, 주요 구조부 철근 배근 적정 여부, 비파괴 검사를 통한 시공 적정 여부 등을 확인한다. 이후 준공 완료된 66개 단지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점검해 부실이 확인되면 보수·보강을 추진 예정이다. 국토부 장관이 건축 허가하는 LH 양주 회천(A15) 등 6개 단지 무량판 아파트는 국토부·LH와 대책을 협의할 계획이다.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려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든다. 그런데 철근 누락을 비롯해 각종 부실 시공이 수두룩하다. 이는 자칫 생명까지 위협한다. 무량판 구조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 이용을 꺼리고 있다. 전수조사를 철저히 한 후 보수·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감리 업무 방식도 개편해야 한다. 부실공사 방지를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등 관련 입법 조치도 신속히 완료해야 한다.

[사설] 양평고속道 중단 분노, 민주당 향할 수 있다

원희룡 장관이 노선검증위를 얘기했다. 여야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다. 원 장관은 “심상정 의원이 제안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간사를 중심으로 전문가 검증위를 꾸리는 부분들에 대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노선검증위원회를 꾸려 노선을 정한 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재개하자”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여기에 당 입장을 보탰다. 논란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은 반대다. 물타기 꼼수라고 규정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정조사를 강조했다. 원 장관이 지목한 심상정 의원이다. 심 의원의 주장도 원 장관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원 장관의 사과와 백지화 백지화, 그리고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강상면 일대 토지 매각을 전제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은 노선검증위는 ‘국정조사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설명한다. 3당의 입장이 이렇게 3색이다. 각설하고, 우리의 일관된 논지는 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완벽한 재개다. 원 장관 백지화를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2조원 가까운 국책 사업이다. 장관 말 한마디로 없앨 수 없다. 양평군민은 원 장관 개인 정치에 관심없다. 개인 장관 자리와 양평군민 숙원도 상관없다. 야당의 사과 없이는 사업 재개도 없다고 했었다. 그러던 원 장관이 ‘검증위-사업 재개’를 말했다. 민망할 법하다. 하지만 양평군민은 반긴다. 논의를 환영한다. 그게 양평이다. 그 양평이 이제 야당을 보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대응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논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다른 하나가 원 장관 백지화 책임이다. 백지화 선언을 더 독하게 몰았다. 장관의 경솔함이라고 했다. 행정의 월권이라고 했다. 장관 고발까지 했다. 이런 끝에 나온 ‘사업 재개’ 역제안이다. 민주당이 답해야 할 차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미덥잖을 수 있다. ‘제안 같지 않은 제안’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 ‘사업 재개 조건’의 개념부터가 모호하다. ‘노선검증’이라는 작업 자체가 사업 절차의 재개다. 그렇다면 검증위 참여가 곧 사업 재개인가. 국정조사와의 관계는 또 어떤가. 검증위 참여로 국정조사는 없어지나. 이 모든 게 토론해야 할 과제다.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시작해야 한다. 사업 재개’를 토론해야 한다. 원 장관을 향했던 비난은 이거였다. ‘주민 숙원 무시한 정치꾼 장관’. 이 방향이 바뀔지도 모른다. ‘양평군민 관심없는 정쟁 집단 민주당’. 비난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해결의 시간이다. 양평에 그 답이 있다. 정치 구호에 귀 막고, 양평 민심에 귀 기울여라.

[사설] 툭하면 ‘묻지마 범죄’, 일상 위협하는데 대책 없나

국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사건과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범죄 대상이 불특정 다수인 데다 범행 동기조차 불분명한 범죄가 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이유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을 넘어 공포스럽다.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난동은 끔찍하다. 역 근처 상가 골목에서 30대 남성이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 몇 건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20대 남성은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구속됐다. 그는 실제 흉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가 취소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 어렵다. 모방 범죄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범죄는 동기가 불투명하고, 대상도 무차별적이어서 예방이나 대비가 쉽지 않다. 층간소음, 벽간소음 등으로 인한 보복성 범죄도 일상을 위협한다. 층간·벽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계속되고,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지만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최근 3년간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센터에 접수된 경기도내 층간소음(벽간소음 포함) 민원은 2020년 1만9천585건, 2021년 2만4천210건, 2022년 2만102건 등이다. 층간소음 외에 벽간소음은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벽간소음이 이웃 갈등 강력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데도 관련 법에선 소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벽간소음에 따른 마찰을 중재하는 곳도 없다. 그 사이 벽간소음을 부추기는 불법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발적 동기에 의한 반사회적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살인·상해 등 중범죄 비율이 80%를 넘는다. ‘묻지마 범죄’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찰청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異常)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 통계, 예방책 등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법적·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 보복성 범죄나 묻지마 범죄를 단순히 범죄자의 일탈, 혹은 정신이상자의 예측 불가능한 사이코패스 범죄 정도로 인식하면 안 된다. ‘이상 동기 범죄’는 사회적 양극화 또는 상대적 박탈감 등의 특성을 갖거나 개인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공격성이 사회로 표출되는 경우다. 이런 범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사례 분석과 사회 전반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 일상생활을 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사설] 오호선 중부청장, 민원에 쓰러진 공무원 보듬다

행정용어에 특이민원이란 게 있다. 위법한 민원인 행위를 말한다. 기물파손, 폭언·욕설, 성희롱, 폭행, 협박 등이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3년 치는 이렇다. 2020년 5천500건, 2021년 9천건, 2022년 4천500건이다. 어떤 공무원은 흉기에 찔렸다. 긴급생계비 빨리 달라는 요구였다. 어떤 공무원은 무릎이 꿇렸다. 공무원 6개월 된 신참이다. 오늘도 경기도 어디선가 벌어질 일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동화성세무서. 그날 거기에는 민원실장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있다. 꼭 해야 할 여섯 가지 의무다. 성실의무, 복종의무, 친절공정의무, 비밀엄수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다. 절대 하면 안 될 네 가지 금지다. 직장 이탈 금지,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정치 운동 금지, 집단 행위 금지다. 이걸 꼭 지키라고 교육한다.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장은 어떤 걸 위반했나. 여섯 가지 할 일을 안 했나. 네 가지 하지 말 것을 했나. 그런 거 없다. 격한 민원 앞에 쓰러졌다. 그리고 7일째 사경을 헤맨다. 경기일보 단독 기사였다. 여론이 특별하다. 응원 목소리가 많다. “얼른 건강 회복하고 쾌차하시길 바란다.” 분노 목소리가 많다. “매일같이 공무원이 죽고 쓰러진다.” 대책 요구도 있다. “세무서에 청원경찰을 배치해야 한다.” 어떤 댓글은 최근 교육계 사태를 비교했다. “국세청판 서이초 교사 사태다.” 공복의 자세를 주문하는 댓글은 없다. 민원인의 권리 주장도 거의 없다. 적어도 이번 기사 속 여론은 이렇다. 안타까워할 뿐이고 분노할 뿐이다. 행정이 떼쓰기에 정복 당한 지는 오래다. 욕하고, 협박하고, 때리고, 부수고.... 명백한 범죄다. 그래도 공무원은 무력하다. 민원인 대응이 인사에 반영된다. 큰 소리라도 나면 승진 못한다. 그래서 쳐다보게 된 게 중부국세청장의 대처다. 통상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결과 나오기 전에 피해 공무원 구제부터 나섰다. 공상 처리·직장 단체 보험·직원 사랑 보장 등을 검토시켰다. 법률 지원도 적극적이다. 공무원 가족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자문했다. 대책은 과단했다. 민원 응대 매뉴얼을 이틀 만에 교부했다. 개인 휴대용 녹음기기도 곧 지급한다. 사건을 주제로 한 공론화도 내주 갖는다. 중부국세청장이 지시했거나 직접 참여한다. 31일에는 병원을 찾아 가족과 대화했다. 대처 방안, 지원 내용 등을 논의하고 자문했다. 중부국세청장의 대응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공직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 하지만, 생떼 민원에 대항할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시대 필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오호선 청장이 이런 말을 했다. “팩트 확인 없이 불필요하게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이 없는, 교양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직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울림이 있다.

[사설] ‘아동학대법’ 개정에 보수·진보 없다/폭염 아스팔트 위 ‘선생님’들도 호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함께했다. 28일 오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다. 이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 수장이다. 조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진영 교육감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보수 수장과 진보 수장이다. 하지만 이날 모습에서 그런 구분은 없었다. 작금의 교육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책임질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조 교육감). ‘교육청 교육부 따로 없다.’(이 부총리). 대책을 말함에도 다르지 않았다. 아동학대에 근거한 고소·고발을 들었다. 교사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폐단으로 지목했다. 이 법에 근거해 수사와 동시에 교사는 직위해제된다. 아동학대로 수사 시작만으로 직위해제되는 것이다. 결론도 안 났는데 이미 죄인이 되는 꼴이다. 무고가 판을 치게 만든 제도적 근거다. 이 불합리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 둘은 입을 모았다. 입법에 의한 대책의 필요성을 같이 강조했다. 수사 개시 요건이 강화돼야 한다. 또 수사 전에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이런 부분이 포함된 개정안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조 교육감도 개정 방향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수사 개시의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같이했다. 여기에 교사에 대한 사후 지원 시스템 현실화까지 주문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비용 지원 등이다. 현재 지원되는 예산 인력은 턱없다고 했다. 한 편에서는 전국 교사들이 또 모였다. 정부서울청사 앞 2만명이다. 교사 1천900명이 전세버스 45대로 상경했다. 발언대에서 교권 침해의 참담한 사례가 소개됐다. 대부분 학부모에 의해 이뤄진 횡포다. 여기에도 아동학대법 개정이 요구됐다.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학대, 큰 소리로 제지하면 아동학대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다.’ 소명할 기회도 없이 직위해제하는 아동학대법을 개정해 달라고 소리쳤다. 앞서 이 부총리와 조 교육감이 이견을 보인 것은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필요성이다. 예상했듯이 이 부총리와 국민의힘은 개정 내지 폐지를, 조 교육감과 민주당은 존치를 주장하며 맞섰다. 이 문제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논할 여유도 없다. 실천 가능한 대책만 보자. 아동학대법 개정이 그렇다. 이견 없고 대립 없다. 그러면 이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교육부에 마침 개정안까지 있다고 하지 않나. 아동학대법부터 바꾸자.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린 29일 오후였다. 이글거리는 복사열에 아스콘까지 끈적댔다. 그 위에서 ‘선생님’들은 연좌했다. 어떤 노동 가요도 없었다. 어떤 정치 구호도 없었다. 그저 ‘선생님’들뿐이었고, 참다 못해 내는 ‘하소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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