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받는 내부장애인, 인식 개선과 지원 절실하다

소수집단 안에도 또 다른 소수가 존재한다. ‘내부장애인’도 그중 한 집단이다. 지체장애나 시각·청각장애 같은 외형적 장애 외에, 겉으로는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는 내부장애를 ‘몸속 장기에 완치되기 어려운 장애나 질병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라고 규정하고 있다. 심장, 신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간질) 장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은 크게 떨어진다. 법적 장애인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장애인 수는 해마다 느는데 의료서비스는 물론 복지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수 내부장애인들이 고립된 채 편견과 무관심 속에 살아간다. 지난해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263만3천26명 가운데 내부장애인이 15만635명으로 5.7%를 차지했다. 경기도의 내부장애인 수는 도내 장애인의 6%를 넘는다. 도내 내부장애인은 해마다 1천명 이상 늘고 있다. 2018년 3만2천830명(5.99%)에서 2019년 3만4천251명(6.11%), 2020년 3만5천839명(6.29%), 2021년 3만7천587명(6.49%), 2022년 3만8천928명(6.65%) 등 5년간 6천명 넘게 증가했다. 내부장애인은 요루 장애인을 빼고는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지속적 증가에도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미흡하다. 장애가 아닌 질병을 앓는 환자로 보는 시선이 많아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경기도에서 내부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는 심장과 신장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연간 150만원의 치료비가 전부다.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심장·신장 장애인에 대한 연간 치료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부장애인들은 증상에 따라 약값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 치료비로 최대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신체내부기관 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률안은 내부장애인의 지원을 위한 관리,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지원사 지원, 소득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내부장애인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에 사회에 나서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내부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법안 통과도 절실하다.

[사설] 교사를 더 이상 아동학대범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무너지는 교권 현장에는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있다. 똑바로 앉으랬다고, 책상을 정리 하랬다고, 떠들지 말랬다고 등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신고한다. 친구와 놀다가 팔이 긁힌 아이를 화해시켰다고 신고 당한 교사도 있다. 학부모가 교사의 말을 녹음해 오라며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례들이다. 상대를 괴롭힐 목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학생과 분리한다는 명목으로 직위해제되거나 휴직으로 내몰린다. 무분별한 신고로부터 교권을 지켜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교사든 아동학대범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과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소 등 교권침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사들의 불만과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나 훈육도 아동복지법상 학대로 취급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최근 5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조사받은 사례가 모두 1천252건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9%(676건)가 무혐의 종결이나 불기소 처분됐다. 절반 이상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무혐의 종결이 날 정도인데 무턱대고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고소·고발을 당해 아동학대범으로 몰려도 학교와 교육청은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이 또 생겼다는 식이어서, 교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억울하게 직위해제되는 교사도 있고, 이런 학교 현장에 혐오를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있다.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청에서 먼저 정당한 교육활동인지를 판별하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여당이 교권 회복 및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난 14일 내놨다. 학부모 민원은 앞으로 해당 교사가 아니라 학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이 맡도록 하고, 교권침해로 전학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선 그 내용을 학교생활부에 기재토록 하는 내용이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 아동학대 논란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조사나 수사에서는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교사들이 더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잠재적 아동학대범에서 벗어나도록 교권 회복 조치가 시급하다. 부처 간 긴밀한 협의와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사설] ‘재난사태 선포권’ 시도 이양, 실용적 대응·관리 필요하다

지난 3월2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05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중대 재해감축 로드맵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국가재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고,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한다는게 골자다. 지역·현장의 재난관리 권한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17개 광역지자체에 재난사태 선포권을 넘겨 준다는 얘기는 처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 업무계획에 재난사태 선포권의 지자체 이양을 명시한 데 이어 지난해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올해 4월 이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 이양은 지지부진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재난사태 선포권’은 재난경보 발령, 인력 장비 및 물자 동원, 대피명령, 공무원 비상소집, 이동자제 권고 등의 권한을 의미한다. 현재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갖고 있다. 재난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례없는 재난과 마주하며 살고 있다. 최근 550㎜가 넘는 극한 호우로 댐 범람, 둑 붕괴,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으로 다수의 사망·실종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서울과 포항의 침수,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재난이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극한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 각종 재난의 신속한 대처를 위해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이 이양돼야 한다. 지금의 국가주도 재난 대응체제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 일례로 한 시·군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현재는 협조 차원에서 인근 시·군의 공무원 및 물자 지원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시·도지사가 재난사태 선포권을 갖게 되면 협조 차원을 넘어 지시에 따른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광역지자체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서 표류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시·도지사가 시·도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절차가 이원화됐다’는 검토 보고서를 냈다. 재난 현장의 기관 상황 보고 대상은 많으면 안 된다. 골든타임 대응·복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행안부는 재난 선포권을 광역지자체에 이양하려면 우려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재난 사태는 초동 대응이 중요하므로 지자체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시·도 이양은 지방분권 차원에서 옳은 방안이지만 재난 대응에 대한 판단 능력을 높이는 등 전문성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설] 中 유커 온다, 인천·경기 준비됐나

12일 낮,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이 왁자지껄했다. 중국을 출발한 국제여객선을 타고 온 중국인 118명이다. 84명은 중국인 유커(游客·관광객), 나머지는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다. 중국 카페리 입항이 사라진 것은 지난 2020년 1월이다. 3년7개월 만의 입항이다. 같은 날 비슷한 장면이 보여진 곳이 또 있다.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다. 다이궁 48명이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카페리를 타고 들어왔다. 화물만 오가던 평택항에 중국인이 왔다. 중국 관광객·보따리상의 입국은 즉각적이다. 한한령을 해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왔다. 중국내 한류 금지령은 2017년 3월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이었다. 관광의 큰 줄기는 그때 막혔고, 코로나 때 완전히 끊겼다. ‘사드 규제’로 보면 6년여, ‘코로나 규제’로 보면 3년여다. 그 폐쇄령을 중국이 전격 해제하고 첫 주말이었다. 인천에 중국 관광객이 들어왔다. 평택에 중국 보따리상들도 보였다. 역시 최대 수혜지는 제주와 서울이다. 한한령 이전 한 해 평균 300만명이 찾던 제주도다. 크루즈, 카페리 등 연결망이 곧 복구된다. ‘명동 유커’로 불리는 서울 역시 최대 수요처다. 인천과 경기도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수혜지다. 본보가 개항 이후 첫 주말을 ‘니하오 인천’이라고 표현했다. 역사문화의거리의 인천근대박물관에 중국인이 몰렸다. 단체 사진을 찍는 유커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교중산중학교, 인천개항박물관, 인천자유공원도 북적였다. “중국 관광객이 인천 곳곳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 지주현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사무처장이 전하는 분위기다. 인천에서의 ‘유커맞이’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경기도에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평택항은 원래 유커보다는 따이궁 비중이 컸다. 그 다이궁 움직임이 분명히 나타난 것이 다행이다. 다이궁이 지역사회에 주는 경제 효과는 크다. 대중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관건은 그 외 경기도 지역이다. 대표적인 중국 관광객 수혜지로 용인특례시가 있다. 에버랜드는 여전히 중국인들이 찾는 위락시설 1위다.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시설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이와 연계된 용인지역 관광상품이 많다. 신속히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수원특례시도 중국 관광객 수가 많았던 곳이다. 화성(華城), 왕갈비, 통닭거리 등이 뜨거운 명소였다. 기다리는 관광보다 찾아가는 관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짧게는 ‘코로나 3년’ 폐쇄였다. 실질적으로는 ‘사드 6년’ 폐쇄였다. 짧은 시간이 아니다. 관광 패턴이 바뀌었을 수 있다. 유커들의 움직임, 기호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그래서 모든 시·군에 열린 기회다. ‘유커 확보 행정’을 겨뤄볼 새로운 출발선이다.

[사설] 갈취·협박 노조범죄자들 줄줄이 집유 석방/尹 정부 노동 정책과 법원의 온도차 크다

1억5천만원 뜯어낸 건설노조 간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국통합연대건설노동조합 건설현장분과 간부 A씨다. A씨는 광주지역 등 건설업체 24곳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 건설 현장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안전 미비 사항을 거론하며 업체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이다. 내려진 1심 선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성남지원 형사단독 판결이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협박, 갈취다. 대표적인 부당 노동 행위로 적발된 사례다. 경기도 일대 사회적 공분도 적잖이 컸다. 그 1심 결과가 집행유예다. 사건을 획일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형량의 경중을 섣불리 재단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판결 결과에 모아지는 여론 또한 현실이다. 판결을 귀속해도 안 되지만 무시해도 안 될 대중의 목소리다. 11일 판결 이후 많은 목소리가 나온다. 혐의에 비해 너무 가벼운 형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많다. 같은 11일, 유사한 재판이 또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결이다. 한국연합건설노조 위원장과 해당 노조 경인서부 본부장 사건이다. 혐의는 성남지원 사건과 비슷하다. 건설 현장에서의 협박, 채용 강요, 금품 갈취다. 모두 19개 업체를 협박했다고 기소돼 있다. 이런 협박을 통해 917명을 고용하게 했다고 한다. 내려진 선고 형량은 두 명 모두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이다. 역시 집행유예다. 이 판결에 대한 의견도 많이 붙는다.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과의 확연한 온도차다. 두 사건 모두 유무죄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른 것은 비난 가능성, 처벌의 정도다. 물론 집행유예가 가능해 보일 상황은 있다. 성남지원 사건의 경우 ‘합의를 위한 노력’이 엿 보인다. 피해 업체 24곳 중 19곳과 합의했고, 나머지 피해 사실은 공탁했다. 서울중앙지법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확인된다. 집행유예로 낮춰주는 사유가 된 듯하다. 바로 이 부분에 본질이 있다. 검찰은 강력 반발한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현장 정화에 손을 댄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사회적 범죄, 공정질서 훼손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런 기조와 분위기가 다른 법원 판결이다. ‘합의’ 또는 ‘합의를 위한 노력’만으로도 형량을 감경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죄로만 보는 듯하다. ‘반사회성’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은 듯하다. 같은 날 두 판결이 이랬다. 분명한 차이로 보인다. 앞으로도 판결은 이 추세를 보일 수 있다. 노동 현장 범죄가 계속 풀려 날 수 있다. 그걸 보는 피해 기업들은 위축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사설] 국격 추락시킨 잼버리대회, 철저한 부실 책임 진상규명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지난 11일 폐영식과 케이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의 축제인 잼버리대회를 통해 케이팝 등 한국문화는 물론 경제발전상을 알려 국격을 제고하려 했던 목적과는 달리 국제적 망신을 당해 오히려 국격을 추락시킨 행사가 됐다. 2017년 여름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확정됐는데, 지난 6년 동안 무려 1천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회 준비가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다. 갯벌에서 개최됐는데, 이를 제대로 매립하지도 않아 나무 한 그루 없는 땡볕 야영장에서 수백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하고, 해충에 물려 상처투성이가 된 자녀들의 모습을 본 부모들의 원성은 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니, 이 얼마나 국가 망신인가. 세계에서 화장실 문화가 가장 발달해 외국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인데, 행사장에 설치된 화장실은 아프리카 최빈국의 화장실보다도 지저분했다. 샤워시설도 엉망이고 식사는 왜 그리 부실한가.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대원들도 오지 않았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숙소와 음식 제공을 요청한 조직위는 도대체 무슨 행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카눈’ 태풍을 핑계로 야영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새만금에서 행사를 계속했더라면 과연 또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카눈’ 태풍 덕분에 새만금에서 철수해 전국으로 대원들을 분산·배치하고 경기도,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 경기대, 아주대, 인천대, 인하대 등 대학, 그리고 삼성, 포스코, LG, GS 등 대기업들의 협조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 지자체·대학·기업 등은 준비 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총력을 다해 대원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했으며, 숙소 등 편의 제공에 최선을 다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수차례 성공적으로 개최,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이번 잼버리대회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쌓은 명성을 일시에 추락시키고 오명만 남긴 최악의 행사가 됐다. 기대했던 수조원 경제효과는커녕 추가로 막대한 세금만 투입됐다. 잼버리대회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과연 잼버리대회를 왜 새만금에 유치했고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하지 말고 국정조사라도 실시,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 안성서 또 공사장 붕괴, 빗속 콘크리트 타설 금지해야

안성의 신축 공사장에서 9일 또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건설현장 사고와 부실공사가 잇따라 정부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사 단계마다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안성의 사고는 옥산동 근린생활시설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9층짜리 건물 9층의 바닥 면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베트남 국적의 20, 30대 노동자 2명이 매몰돼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베트남 남성 2명은 형제지간이다. 형제의 ‘코리안 드림’은 건물과 함께 무너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 면을 받치던 거푸집(가설구조물)과 동바리(지지대) 등 시설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처럼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가 타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측은 “현장 작업에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한 데다 태풍 소식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7월 폭우가 내릴 당시에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 노동자들이 위험해보여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폭우 당시 공사를 목격한 주민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작업을 계속해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비가 올 때 타설을 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져 붕괴 등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의 비율이 중요한데, 비가 내릴 경우 강우량만큼 필요 이상의 물이 콘크리트에 들어가게 된다. 6명의 인명 피해를 낸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른 참사인데 같은 사고가 안성에서 또 일어나다니 참담하다. 현행법상 빗속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할 규제나 근거가 없다. 우중 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명확한데도 법적 잣대가 없어 건설현장에선 마구잡이식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에 필요한 철저한 강도 테스트 등 강우량에 따른 명확한 작업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서 스스로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사기간 단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목숨이다.

[사설] 정책지원관은 도의원 비서가 아니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선발된 78명이 활동하고 있다. 임기제로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78명 모집하는 데 342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4.4 대 1을 기록했다. 도의회 공모 요강에 역할이 나와 있다. 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 등이다. 도의회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도 설명돼 있다. 의정 활동 지원 전문가라고 밝히고 있다. 지방 의회의 숙원이었던 보좌관제의 전 단계다. 그때 일부에서 나온 우려가 있다. ‘지원자 스펙이 너무 화려하다’. 그랬다. 수원시의회 재선 의원 출신도 있다. 의회 상임위원장까지 했다. 의정부시의회 재선 출신 합격자도 있다. ‘연령이 너무 높다’. 이것도 사실이다. 합격자 가운데 3명이 60대 이상이다. 3명 모두 공직 유관 단체 출신이다. 이 중 한 명은 공공기관 1급(본부장급) 출신이다. 50세 이상이 전체 합격자의 20%가량이다. 제11대 도의회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다. 이걸 두고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예고된 불일치다. 정책지원관 역할 이해가 애매하다. 지원 공고는 이랬다. 경기도의회가 선발한 임기제 공무원이다. 지원자들도 그런 역할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의 이해는 다른 듯하다. 사실상의 보좌관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의원의 개인 비서로 여기는 시각도 엿보인다. 도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에 동원한다. 의원 표창장 발급 업무도 시킨다. 이러니 지원관의 다양한 경험, 풍부한 식견이 되레 거북해지는 것이다. 실시된 지 3개월여다. 대단히 불안정하다. 언제 불거질지 알 수 없다. 때마침 의미 있는 화두가 등장했다. 정책지원관의 업무 분장 문제다. 유호준 의원(남양주6·더불어민주당)이 제기했다. ‘경기도의회 사무처 설치 조례’가 있다. 여기서 ‘정책지원관은 사무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들에게 일반행정지원 업무를 부여했다. 유 의원은 “상위법에 근거도 없는 일을 (지원관들이) 떠맡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지원관들은 근무실적에 따라 총 5년 범위에서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명확한 업무 분장이 안 된다면 자신의 실적과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리 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지금 살펴야 한다. 역할의 경계를 조례로 명문화해야 한다. 도의회, 도의원, 정책지원관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사설] 내년 총선 ‘현역 뽑지 않겠다’ 40% 이상, 엄중한 경고다

경기·인천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뽑지 않겠다고 했다. 경기일보가 창간 35주년을 맞아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일하지 않는 국회,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원에 대해 불만이 쌓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민은 18세 이상 1천21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43.7%가 22대 총선에 현 지역구 의원이 재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지할 것’이라는 답변은 34.7%,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20.1%, ‘잘 모르겠다’ 1.4%로 부동층이 21.5%를 차지했다.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도내 5개 권역에서 모두 40%를 넘었다. 이 중 경원권(동두천·양주·연천·의정부·포천)이 47.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의권(고양·김포·파주) 45.8%, 서부권(광명·부천·시흥·안산·오산·평택·화성) 44.9%, 동부권(가평·광주·구리·남양주·양평·여주·이천·하남) 44.5%, 경부권(과천·군포·성남·수원·안성·안양·용인·의왕) 40.7%로 집계됐다. 인천시민은 801명 조사에서 46.9%가 현역 지역구 의원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중·동·미추홀구가 52.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연수·남동구 49.4%, 부평·계양·서구 43.2%, 강화·옹진군 37.1% 순으로 현역을 뽑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 여론은 낙제점이다. 일하지 않고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가득하다. 이는 정치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회가 입법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2021년부터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일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14개 상임위 소속 25개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매달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야 하는데 이를 지킨 곳은 한 곳도 없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1대 국회의 최근 3년간(2020년 5월30일~2023년 5월29일) 국회의원 입법 실태를 전수조사해 지난달 발표했다. 조사 기간에 25개 법안심사소위 회의는 총 612회 열렸다. 법안소위당 월평균 0.68회 개최된 꼴이다. 이들의 법안 심사 시간은 법안 1개당 평균 5분여에 불과했다. 상임위 전체회의의 경우 448개 법안을 57분 만에 처리한 적도 있다.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졸속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에 구속력이 없는 법을 만들어 놓은 것도 문제지만, 무용지물로 만든 책임도 크다. 법적 구속력을 명시해 실효성을 높이든가, 지키지 않을 거면 폐지하는 게 낫다. 여야 의원들은 “현역 국회의원을 뽑지 않겠다”는 국민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사설] 휴가·휴일에도 그들은 생명을 구한다/세류지하도에 등장한 선행 소방관님

큰일 날 뻔했다. 수원 세류지하차도에서 추돌 사고가 났다. 차량 많은 오전 8시 출근길이었다. 다섯 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했다. 세 번째 차량에서 불이 났다. 차량 엔진 쪽이었다. 오도가도 못 하게 막힌 지하차도다. 연쇄 차량 화재로 이어질 위기였다. 대형 폭발 등이 우려됐다. 사고 차량 운전자들이 당황했다. 지켜보는 운전자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로 그때 네 번째 사고 차량에서 운전자가 내렸다. 자기 차량의 소화기는 쓸 수 없었다. 사고로 찌그러져 있었다. 지하차도에 비치된 소화기 3개를 가져왔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불을 끄기 시작했다. 용기를 얻은 다른 남성이 힘을 보탰다. 화재는 33분 만에 완전 진화됐다. 지켜보던 운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네 번째 사고 차량 운전자 신원이 알려졌다.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장 김광운 소방경이다. 육아휴직 중이었다. 김 소방경은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어느 소방관이든 똑같은 상황이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데이트 중이던 남녀 경찰관이다.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진 손님에게 달려갔다. 현장에서 인공호흡을 실시했고 호흡을 되살렸다. 식당 내 CCTV에 그 아름다운 순간이 담겨 있다. 집 나와 방황하는 치매 환자를 도운 경찰도 있다. 역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편에서 식사 중이던 손님을 다른 손님이 유심히 봤다. 근무 중 식사를 마친 경찰관이었다. 결국 가족들이 뿌린 전단지를 기억해냈다. 덕분에 그 노인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휴직 중인 소방관, 퇴근 후 데이트 중이던 경찰관. 생명을 구한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업무상 직접 책임이 없는 상황이다. 안 했어도 책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본능처럼 본연의 역할을 했다. 둘째, 주위에 모범이 된 교과서적인 구명 조치다. 시민들에 생생한 교본이 됐다. 셋째,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행동에 시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이들의 선행을 보면서 시민 모두가 잠시나마 행복한 소감을 나눌 수 있었다. 지금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장갑차가 동원되고 무장 경찰이 배치된다. 제도 보완 목소리도 높아진다. 직무 집행 면책권 확대를 요구한다. 총기 사용을 원활히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소방장비 보완과 소방인력 충원이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 옳은 지적이고, 타당성 있는 요구다. 그에 못지 않게 시민을 안심시키는 게 있다. 지하차도 소방관, 식당 경찰관 등의 듬직한 모습이다. 장갑차, 자동소총수 못지않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맞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격려와 표창, 승진이 따라 주면 참 좋겠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