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교통대학교와 국립충북대학교가 통합한다. 정부의 ‘글로벌대학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통합하는 대학에 1천여억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통합 방식에 대한 논의는 많은 부분 정리됐다. 청주, 충주, 의왕, 오창·증평 캠퍼스에 학과 배치도 끝났다. 학교 명칭, 본부 위치 등 예민한 문제는 지난해 연말 논의됐다. 대학 본부는 현 충북대가 있는 청주에 두기로 했다. 교명은 교명선호도투표로 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미정이다. 지금 충주 지역 사회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통합 대학 본부 사무실 배치에 대한 이견이다. 현 교통대학교의 본부는 충주시 대학로 50번지에 있다. 통합되면 이 본부를 청주로 빼앗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충주 지역 반발이다. 이달 20일에도 7개 단체가 연합 성명을 냈다. “대학 본부는 충주에 남겨 두라”, “충북도가 나서 중재하라”. 충주 시민단체, 충주 학부모 단체, 충주 상공인 연합회 등이 총 망라됐다. 대조되는 지역이 있다. 침묵하는 의왕시다.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의왕에 있다. 의왕 지역 유일의 4년제 대학이다. 한국 철도의 역사는 곧 의왕의 역사다. 지금도 철도기술연구원, 철도박물관, 코레일 인재개발원 등이 의왕에 있다. 2013년에는 철도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교통대학교의 기원도 의왕이다. 1905년 철도이원양성소, 1985년 철도전문대학이 의왕에서 문을 열었다. 역사성에서 충주·청주는 비교도 안 된다. 의왕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의왕 철도대학이 충주대학교와 통합했다. 충남대와 경쟁을 벌이던 충주대가 전향적 제안을 했다. 교명을 국립교통대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서 의왕 캠퍼스는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됐다. ‘의왕=철도’라는 역사성은 그렇게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학교명이 충북대로 갈 것 같다.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가 될 것 같다. ‘철도=의왕’ 역사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25일 의왕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왕시의회 김태흥 부의장의 주장이다. “충북대학교 의왕 캠퍼스로 변경되면 철도의 본고장 역사를 지켜오던 의왕시의 지역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우려를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교통대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자”고 했다. 너무 목소리가 없다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도 그 우려에 공감하고 제언을 지지한다. 의왕시 유일의 4년제 대학 캠퍼스다. 철도 역사의 중심을 지켜온 자부심이다. 그런 상징 학교에 내걸릴 현판 아닌가.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는 아무리 봐도 아니다.
사설
경기일보
2025-02-2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