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의 허탈과 실망을 백 번 이해한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나. 그 사업지로 안산시 안산선이 선정됐다. 안양시 경부선 구간은 탈락했다. 14년 동안 이어온 시민의 탄원과 노력이 있었다. 관련 예산 승인 등 시의회 차원의 협조 노력도 있었다. 안양시의회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고 종합계획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결의가 담긴 시의회 성명서도 24일 발표했다.
안양시가 희망했던 노선은 경부선 석수·관악·안양·명학역을 지나는 7.5㎞ 구간이다. 안양시가 관련 구상을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인근 7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도 안양시가 주도했다. 인근 군포시가 염원하는 지하화 구간도 있다. 금정역과 당정역을 지나는 4.9㎞다. 두 지역의 요구는 ‘경부선 구간’으로 합쳐졌고 경기도를 거쳐 국토부에 신청됐다. 두 지역 모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20일 공식 입장을 냈다. 14년 전, 본인이 직접 밝힌 대표 공약이었다. 103만명 시민의 서명운동을 이끌어 낸 적도 있다. “이번 결정(안양 구간 탈락)은 14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안양시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하은호 군포시장도 입장을 냈는데 느낌의 차이가 있다.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성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대체안을 곧 만들겠다고 했다.
국토부가 밝혔던 공식 입장을 보자. 안산선을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무리가 없는 적정한 규모’가 하나, ‘재원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가 보조하겠다는 약속’이 다른 하나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인할 사업성이다. ‘돈이 되겠느냐’는 불확실성이 크다. 국토부 입장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안양·군포시가 주장하는 ‘절박한 현실’을 부정한 건 아니다.
사업의 변화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양·군포시가 추진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사업은 법률로써 가능해졌다. 지난해 통과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다. 향후에도 사업 추진의 근거는 열려 있는 셈이다. 안양시 또는 군포시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의사를 끌어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시•군과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성 높은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군포시 입장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도심을 두 동강 낸 경계, 문화·경제의 심각한 단절, 인접 도심의 슬럼화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 애물단지를 지하로 넣어 달라는 시민의 수십년 숙원이다. 당장의 서운함보다 미래의 대안을 찾는 게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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