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본 대상은 지지층이다. 투쟁 선언을 했고 싸울 명분을 전달했다. 퇴진 관련 담화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담화 내용은 야권 성토와 계엄 정당화였다. ‘광란의 칼춤’, ‘국정 장악 기도 세력’ 등의 거친 표현도 했다. 다수의 반(反)계엄 여론에 불을 그어 댄 셈이다. 퇴진과 탄핵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탄핵 반대 세력도 더욱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국론 분열이 걱정이다. 12일 담화는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로 시작됐다. 야당의 탄핵 남발 사례로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검사를 열거했다. 특검 법안 발의도 27번이라고 특정했다. 야당의 삭감 예산도 원전, 과학, 특활비, 동해 가스전, 돌봄 수당 등 일일이 거론했다. 3일이 총론이었다면 이날은 각론이었다. 여기에 선관위 시스템 규명 필요성도 얘기했다. 해킹 가능성, 조사 방해 등을 말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주장할 법리 공방을 미리 꺼낸 것이다. 계엄 선포가 내란죄가 아니라는 점도 길게 설명했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는 얘기다. 최근 검찰, 경찰, 공수처 등에서 진행되는 수사를 전면 부정하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야권의 탄핵 추진 움직임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여론은 싸늘했다. ‘대통령이 계엄의 불법성을 시인한 것’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여당 내부에서도 탄핵 찬성과 사퇴 종용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짐작 못했을 윤 대통령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대체 어떤 셈을 하고 있을까. 윤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다. 윗선의 만류에도 수사를 확대했다. 직무배제, 해임, 정직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국은 이겼다. 두 번째 사건은 2020년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실세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했다. 직무집행정지를 받았다.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벌였다. 여기서도 한 달만에 이겼다. 이런 과거를 보면 이번 담화의 의도가 읽힌다. 또 다시 버티기와 쟁송전(爭訟戰)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의지와 명분을 지지층에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윤의 전쟁’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과거 두 번의 싸움에서 여론은 그의 편이었다. 권력에 맞선 정의로운 검사였다. 이번은 다르다. 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그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지만 그 국민이 어디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 첫 번째 가늠자가 이번 주말에 있을 탄핵 표결과 찬반 집회 규모다.
사설
경기일보
2024-12-1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