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부, 꼭 안산 ASV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주라

안산 ASV(안산사이언스밸리) 지구의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다. 안산 ASV지구는 첨단로봇·제조산업의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기술 지원에서 인증까지 체계적인 시스템과 기반 시설을 보유한 곳이다. 이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볼륨을 키우자는 것이다. 도는 2032년까지 4천10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정해놨다. 글로벌 연구개발 기반 첨단로봇·제조 산업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양질의 외국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안산시만한 적지(適地)가 없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에 더없는 여건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를 기존 여건으로 깔고 있다. 여기에 한양대 ERICA 캠퍼스를 중심으로 기술 인재 공급 여건도 용이하다. 경기도가 공적으로 보증하는 대규모 투자 청사진까지 더해졌다. 산학연의 모든 것을 갖춘 비교할 수 없는 과학 산단 후보지다. 경기도가 자체 추산하는 기대 효과가 있다. 2조2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됐다. 1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도 이뤄질 것으로 추산됐다. 안산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필요성은 경기도 전체를 보더라도 시급하다. 경기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계속 찾아야 한다.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일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의 땅 경기도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안산시다. 지정해주는 것을 떠나 신속히 지정해야 한다. 지난달 우리는 안산 지역경제의 위기 상황을 논평했다. 안산지역 경제 동향을 기초로 한 분석이었다. 2024년 3분기 실적의 거의 모든 분야가 빨간불이다. 가동률이 전 분기 대비 3.4%포인트나 떨어진 79.8%였다. 전국 평균 82.6%보다 낮다. 생산액도 전 분기 대비 6.5%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호황이라는 수출도 안산시에서는 비상이다. 지난해 9월 실적이 한 달만에 4.0% 떨어졌고, 무역수지도 5.3% 감소했다. 고용률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정부도, 지자체도 기업 살리기를 목표로 말한다. 하지만 공공 분야가 할 수 있는 기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운영 주체가 민간이고, 경쟁 상대가 외국이기 때문이다. 산업 활동을 개선하는 인프라를 확대해주는 것이 그나마 대책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그 대표적인 정책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안산시가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보자며 꺼낸 카드가 ASV 경제자유구역이다. 지정해줘야 할 여건도 완벽하다. 빨리 지정해라.

[사설] 중국인 간병인 현장 마찰 만연, 정부는 대책 내라

간병인이 치매 노인 통장에서 13억원을 빼내 가로챘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인 간병인이 중형에 처해졌다. 2014년부터 무려 6년간 이어진 범행이다. 간병인이 말기 암 환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역시 조선족인 간병인의 폭행 장면이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2022년 국내 방송사가 방영한 장면이다. 피해자는 모두 판단력이 부족한 중증 노인 환자들이다. 그리고 두 사건의 간병인은 중국 국적 조선족이었다. 중국인 간병인 일부의 일탈인가. 그럼 또 보자. 2024년 10월 말 오산시의 한 병원. 조선족 간병인이 중증 치매환자에게 폭언을 했다. 다른 환자의 기저귀를 자신이 샀다며 돈을 요구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의약품을 환자 가족에게 팔기까지 했다. 간병비 외 촌지까지 받아 챙겼다. 환자 가족이 문제 삼자 모든 걸 인정하고 사과했다. 2024년 1월 화성의 한 병원. 조선족 간병인이 중증 치매 환자에게 막말과 폭압적 언사를 계속했다. 가족에게 특정 가정용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항의하는 가족이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 왜 여기 처박아 놨는가’라며 막말을 쏟아낸다. 시비가 붙으면 같은 조선족 간병인들이 몰려와 위압적 분위기도 연출한다. 피해자는 정신과 몸이 온전치 않은 어르신들이다. 중국인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열거하는 이유가 있다. 한두 병원, 한두 사례가 아니다. 증명이 필요하다면 증빙은 널려 있다. 현장이 목격된 제보가 즐비하다. 얼마든지 밝힐 수 있다. 진짜 인권 침해 피해는 환자들이다. 더구나 이를 구제할 방도가 없다. 간병인은 병원 소속이 아니다. 간병인 소개 업체와 환자의 일대일 계약 관계다. 개입했다가는 병원 측도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인권 침해 현장을 채증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요양병원 100곳 가운데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은 다섯 곳 정도다. 결국 판단력 없는 환자들이 다 감내하고 있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인권침해다. 폭행하는 간병인에게 애원하는 노인을 보지 않았나. 국적의 문제가 아니다. 발생 빈도의 문제다. 간병인의 70~80%가 외국인이다. 그 상당수가 조선족이다. 정상적인 비율로 보더라도 비행 발생률은 당연히 조선족이 많다. 그러니 조선족 간병인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십수년째 요구되는 목소리가 있다. 국가자격증제 도입이다. 요양보호사는 이론·실습에 시험까지 거쳐야 한다. 간병인제도에도 최소한의 자격을 법제화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이다.

[사설] 대한민국 대통령 비극 역사, 이게 끝은 맞나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경찰이 15일 관저에 진입했다. 사다리차와 절단기까지 투입됐다. 막판 대통령 측의 자진출석 협상이 있었다. 공수처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체포 형식이 됐다. 공수처 수뇌부와의 티타임은 없었다. 곧바로 내란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구속영장 청구 등의 향후 일정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부터 모든 과정을 부정했다. 지난한 사법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의 대통령 비극사다. 최초는 11월16일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기업체로부터 3천여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처음 보는 전직 대통령 구속이었다. 곧바로 12·12 내란 수사로 옮겨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 출두 요청에 그가 골목 성명으로 대항했다. 몇 시간 뒤인 12월3일 새벽 고향 합천에서 체포됐다. 5·18, 12·12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국민에게는 특별한 경우였다. 하지만 참담한 대통령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보의 상징이라 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퇴임한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국가 정보기관과 언론도 가세했다. 부인 권양숙씨를 향한 의혹이 집중 유포됐다. 이른바 ‘논두렁 시계’가 있었고, ‘640만달러 뇌물 의혹’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 뒤 칩거하던 노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 2009년 5월23일의 일이다. 이 또한 전 대통령 최초다. 당시 수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졌다. 그 이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머지않아 시작됐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등이었다. 이 전 대통령도 2018년 3월22일 구속됐다. 퇴임한 지 5년여 만이었다. 그와 시차를 두고 대통령 탄핵과 형사처벌이라는 역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3월10일 파면됐다. 국정농단 등의 의혹이었다. 국회 탄핵 소추는 있었지만 파면 확정은 처음이었다. 전직 대통령 구속, 전직 대통령 자살, 현직 대통령 탄핵, 현직 대통령 체포까지 왔다. 하나하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불행히도 그 방향이 갈수록 참담해져 간다. 그때마다 모두가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비극이어야 한다.’ 하지만 역사는 잔인했다. 원치 않는 쪽으로 계속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있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였다. 냉랭한 모습도 있었고 화기애애한 모습도 보였다. 미국 언론의 평가가 극명히 갈렸다. “죽은 카터가 정치 화합을 이뤄냈다”, “미국 정치 분열의 현실을 보여줬다.” 어느 쪽이 옳은지를 우리가 판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조차 부럽다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적어도 거기엔 감옥 간 전 대통령은 없었고, 탄핵으로 끌려 내려온 전 대통령도 없었다. 구속과 탄핵, 체포까지 이어지는 우리 대통령사(史), 이게 끝이라는 보장조차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사설] 청년들은 명분만으로 건설 현장에 남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건설 노동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추이를 보면 확인된다. 고용행정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이 있다. 2024년 11월 말 현재 건설업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가 76만3천명이다. 2023년 8월 처음으로 신규 가입자 수 0명을 기록했다. 그 후 16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 대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추세는 이런 건설 현장 사정이 심각한 수준에 와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젊은 노동자들의 소멸에 가까운 감소다. 관련 통계를 보면 2004년 건설 기술인 평균 연령이 38.1세였다. 2024년 6월 현재 51.2세다. 20년간 무려 13세나 높아졌다. 전체 건설 기술인 중 20·30대 비중도 그렇다. 2004년 64%에서 현재 15.7%까지 떨어졌다. 쉽게 말하면 20년 전 건설 노동자들이 그대로 이어온 꼴이다. 그 기간 젊은 노동자들의 신규 유입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나온 타개책이 여러 개 있다. 그중의 하나가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 훈련’이다. 건설공제회가 지난 2023년 6월 도입한 제도다.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대상이다. 4개월간 적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타일, 측량, 건축목공, 형틀목공, 조적 등의 분야다. 전문 건설사에서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갖췄다. 교육, 졸업, 취업까지 이어지는 혜택이 주어진다. 경기권 5개교를 비롯해 전국 10개 고등학교가 참여했다. 115명이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51명이 취업했다. 그런데 현장에 남아 있는 교육 이수생이 없다. 건설공제회가 상반기 직업훈련 지원금 지급을 위해 현장 확인을 했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더는 관련 조사도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 프로그램도 2023년 시작이 곧 끝이었다. 건설 현장에 건설 기능인을 육성한다던 목표가 민망하다. 학생 이탈의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 졸업자와의 형평성이다. 대학 간다며 모두 떠나 버렸다고 한다. 건설공제회의 노력 자체는 평가한다. 젊은 건설 기능인을 배출하려는 절박한 시도였을 것이다. 다만, 그 접근이 너무 안이하거나 순진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졸업생과의 임금 차이는 우리 사회 고학력을 부추기는 출발이다. 이것을 뛰어넘을 대책 역시 임금·복지 등에서 도출돼야 한다. 건설업계가 아닌 보다 높은 수준의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고용노동부의 고민·토론·입안이다. 건설현장 고령화 어쩔 것인가.

[사설] 경기남부광역철도, 지금은 논쟁할 여유조차 없다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도 경기남부광역철도 논쟁에 가세했다. 일부 시장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이 부정확한 주장을 퍼뜨려 도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 사업의 정치화를 중단하라고도 밝혔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3·4차 국가철도망계획에도 16개, 21개 계획이 반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신했다. 지난 6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다. 당시 김 지사 설명은 도민 청원에 대한 답변이었다. 청원은 ‘경기남부광역철도 추진’을 물었다. 김 지사는 “일부에서 왜곡된 정보로 도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고 부지사의 주장은 이런 김 지사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사업 불발’을 조장하는 일부 시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도 넘은 도정 흔들기가 되레 경기남부광역철도 사업을 그르칠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용인·성남시장은 여전히 불신을 표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김 지사의 설명은) 책임회피용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실제로는 GTX 플러스 사업 실행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 부지사의 주장이 상황을 더 정치화시킨 측면이 있다. 침묵하던 수원시까지 논쟁에 끌어들인 역작용이다. “사업비 및 수요, 경제성 검토를 위한 용역은 수원시에서 뒷받침까지 했다”고 한 대목이다. 이상일 시장이 반박했다. “용역은 용인·수원·성남·화성시가 1억원씩 각각 부담해 공동 발주한 것이고, 수원시가 대표로 발주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이 시장의 주장이 맞다. 해당 용역은 4개시가 분담한 비용으로 실행한 공동 용역이었다. 상황은 엉뚱하게도 수원·화성시민들 사이에도 ‘우리 입장은 뭐냐’는 목소리로 번졌다. 지역 철도 사업도 소속 정당의 유•불리로 침묵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이 문제가 복잡할 건 없다. 경기도지사 입장은 ‘잘되고 있다’고, 용인·성남시장 입장은 ‘어려워졌다’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느냐 여부로 결판 나는 일이다. 포함된다면 용인·성남시장이 왜곡한 것이고, 제외된다면 김 지사가 거짓말한 것이다. 철도를 원하는 지역민에게는 그렇게 간단하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6~2035년 추진될 사업이다. 이르면 상반기에 나온다. 얼마 안 남았다. 고 부지사가 “사업을 그르칠까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렇다. 논란을 키워 경기도에 득 될 것 없다. 국토부로 갈 지푸라기라도 잡는 게 급하다. 그게 지금 일이다. 거짓말 공방은 결과 보고 해도 늦지 않다. 예상컨대 어차피 한쪽에는 치명타다.

[사설] ‘지시받고 출동한 경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선관위를 봉쇄하거나 서버 탈취를 시도한 적 없다.” 경기남부경찰청이 계엄 과정의 연계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반박하는 대상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자료다.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공소사실이 정리됐다. 조·김 청장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7시쯤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장악 기관’ 등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았다. 계엄이 선포되자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 이런 혐의다. 조·김 청장은 경찰 국수본에 의해 구속됐다. 12월 20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8일 검찰이 이들을 기소했다. 그 자료에 경기남부경찰청의 역할이 기술돼 있다. 조 청장이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지시를 했고, 경기남부청 경비과장이 문진영 과천경찰서장과 김재광 수원서부경찰서장에게 지시해 중앙선관위와 선거연수원을 장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사, 공수여단과 함께 청사를 점거해 선관위 서버 탈취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남부청의 지휘 체계 당사자는 청장, 경비과장, 과천·수원서부서장 등이다. 이미 국수본 특수단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국수본은 ‘입건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검찰의 설명은 기본적으로 구속된 조·김 청장의 공소사실이다. 경기남부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적용되는 혐의 특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경기남부경찰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혹여 검찰 수사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듯하다. 가담 및 책임의 구분은 명확하다. 대통령과 계엄에 참여한 것은 구속된 조·김 청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런 위치에 있지 않았다. 선관위와 선거연수원의 출동도 통상적인 치안 유지의 범위 내였다는 것이 경기남부경찰청의 주장이다. 실제로 선관위 내부 봉쇄나 서버 탈취는 경찰의 역할이 아니었다. 권총으로 무장한 정보사 10명과 소총으로 무장한 공수여단 138명(선관위)·133명(선거연수원)이 별개의 명령으로 작전 중이었다. 현 단계에서 검찰이 정리한 공소사실이 근거 없지는 않다. 정보사, 공수여단, 경찰이 선관위 통제의 역할을 분담했다고 보는 듯하다. 선관위에 투입된 경찰은 K-1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질서 유지와는 비중이 사뭇 달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정황을 곧 내란죄 형사 책임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통령과 계엄 준비한 경찰 수뇌부와 명령받고 출동한 경기경찰이다. ‘내란 중요 임무’ 책임이 어떻게 같겠나. 12·3 계엄 선포도 이제 40일 넘었다. 검·경·공수처 수사도 그만큼 돼 간다. 죄를 가림에도 냉정해질 때가 아닌가 싶다.

[사설] 의료사태 해결 위한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야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사태가 벌써 11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기화된 의료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K-의료도 서서히 추락하고 있고, 젊은 의료진도 미래를 담보하지 못해 해외 등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와 의료계는 상호 평행선만 달리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의정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의료계는 지금까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 정부도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입시가 시작돼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만 하면서 현실적인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호 간 대화는 없이 답보 상태만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는 물론 정부의 환경이 변했으므로 이제는 대화를 통해 의료사태를 해결할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8일 실시한 회장선거에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당선됐다. 김 회장은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의정갈등 해소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 “정부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다면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갈등 해결 의지를 보였다. 이에 정부도 과거와는 달리 전향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해 논의해 나간다면 정부는 2026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사직 전공의가 복귀하는 경우 차질 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입대 시기도 늦추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대화의 키를 쥐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회 등 의료 관련 6개 단체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의료계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의료사태가 더 이상 장기화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오는 2월 말까지 확정해야 하며 2025년 봄학기 의대 개강은 물론 전공의 수련도 시작해야 하는 등 얼마나 많은 의료 현안이 있는가.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해 출범시킨 여의정(與醫政)협의체를 조속히 재개해 의료사태 해결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사설] 확정된 GTX–D·E·F, 탄핵에 날아가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은 어떻게 되는가. 대통령의 직무는 모두 정지됐다. 대통령 의지를 기대할 수 없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당연히 공약은 동력을 잃는다. 기각돼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극단적인 대치가 계속되면서 정상적인 국정이 어려울 것이다. 이래저래 ‘윤석열 공약’은 힘을 잃을 듯하다. 걱정되는 공약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 GTX–D·E·F 노선이 있다. 윤 대통령이 2023년 11월 ‘GTX 동탄 선언’을 했다. 수도권을 GTX로 연결하는 구상이었다. 재임 중에 모든 절차를 끝내 바로 공사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 1월25일 국토부가 구체안을 발표했다. A·B·C 노선 연장과 D·E·F 노선 신설이다. 사업의 조기 착공을 위한 로드맵도 밝혔다. D·E·F 노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하고 구간별 개통 방식을 동원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GTX–D 노선은 수도권을 동서로 관통한다. 김포시 장기역과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남양주시 팔당역과 강원 원주시 원주역을 잇는다. GTX–E 노선은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남양주시 덕소역까지 간다. GTX–F 노선은 수도권 교외 지역을 순환하는 노선이다. 연관되는 지역이 상당히 많다. 교산, 덕소, 왕숙2, 의정부, 대곡, 부천종합운동장, 수원이 다 포함된다. 경기 인천 전체와 직접 이해관계에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국회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야는 시종일관 대치했다. 1년간 진척된 게 없다. 이 와중에 탄핵 정국까지 왔다. 정상적인 국회 기능은 아예 마비됐다. 예산 말고도 큰 걱정이 있다. ‘경기도-국토부-국회’ 간 협의 진행이다. 대규모 SOC 사업은 풀어야 할 부처 간 협의가 산적하다. 이 절차를 주도적으로 해야 할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대행 정부’에서 존재감이 없다. 몇 년에 끝날 사업이 아니다. GTX–A 노선이 지난해 개통했다. 최초로 사업이 등장한 것은 경기도 민선 4기다. 그때부터 기산하면 무려 18년 걸렸다. 물론 GTX 개념조차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있다. 사회적 합의에 소요된 시간도 많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GTX 사업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했던 사전 타당성 조사, 최소 사업비 확보, 기본 실시설계 등의 약속이 기대를 키웠던 이유다. GTX–D·E·F 좌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왜 안 그렇겠나. 사업의 원동력인 대통령이 부재다. 대행(代行) 정부가 끌고 가기에는 버겁다. 그렇다고 극단의 정치가 챙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GTX–D·E·F는 다른 문제다. 이미 공약을 넘어 정책으로 확정된 사업이다. 여야 정치도 이견 없이 동의했던 사업이다. 정국 상황에 따라 뒤바뀔 단계를 지났다. 혹여 역행했다간 거센 ‘GTX 역풍’을 맞을 것이다.

[사설] ‘3호선 연장’ 거짓 공약, 폭탄 돌리기 시작인가

먼저 경기남부광역철도사업의 가상 노선을 보자. 서울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한다. 수서역, 성남판교, 용인 신봉·성복, 수원 광교, 화성 봉담에 이른다. 혜택을 받는 지역민이 138만명 정도도 추산된다. 당초 염원했던 건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성격이 강하다. 2023년 2월 공개적인 협약식도 있었다. 4개 지역 시장과 김동연 지사가 참석했다. 이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의 목소리가 컸다. 2024년 11월부터 김 지사 책임을 말했다. 경기도가 사업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을 따졌다. 4개 시와 협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선순위 3개 사업과의 용역 결과 비교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간의 충돌도 있었다. 용인시와 경기도 공무원이 회의장에서 벌인 푯말 싸움이다. 갈등은 해당 지역민에게 알려졌고, 결국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경기도에 올라왔다. 김동연 지사의 답변이 7일 있었다. “(관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시∙군이 건의한 모든 사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건의 시기는 2024년 2월과 5월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이 된 3개 사업 우선순위는 그 후 결정됐다. 김 지사는 이 결정이 정부의 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전국 광역지자체에 내렸다는 지침이다. 사업 중 우선순위 3개 사업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도의 무성의만 탓할 수 있을까. 도는 남부광역철도 사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우선 사업 분류는 경기도가 만든 절차가 아니다. 국토부가 ‘3개 사업 선택’을 명했고, 도는 이에 따랐을 뿐이다. 앞서 이상일 시장은 경기도의 성의 부족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런 주장이 해당 지역의 정서적 반발을 키운 측면이 있다. 침소봉대된 부분이 있고 사업 지연의 책임을 도에 넘기려는 용인시의 정치적 셈법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경기도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40개 사업을 올렸고, 3개 우선 사업 선정을 요구받았고,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 김 지사는 7일 답변에서 “(국토부의) 부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는 전략적인 논의를 거쳐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선사업 최종 결정은 경기도가 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남부광역철도 사업은 빠졌고, GTX-플러스안이 들어갔다. GTX는 김 지사의 공약 맞다. 이상일 시장 주장에 이런 게 있다. “12조5천억원을 투입해 49만명이 혜택을 받고(GTX-플러스), 5조2천억원을 투자해 138만명이 수혜를 입는 사업(남부광역철도)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성이 있는가.” 시의 대표자로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김 지사는 답변에서 “왜곡된 정보로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한다”고 했는데 글쎄다. 어떤 정보가 왜곡됐다는 것인지, 어떤 분란이 불필요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책임 폭탄 돌리기다. 시는 경기도 탓하고, 경기도는 국토부 탓한다. 아마 2026년 선거까지 이럴 거 같다. 그 출발점을 역산하는 건 어렵지 않다. 2022년 선거판에 뿌린 거짓말 공약이 있다. 그 ‘3호선 연장’이 시작이었다.

[사설] ‘경찰 메신저’ 이상식, 경찰이 수사한 피고인이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올린 글이 논란이다. ‘당과 국수본 사이에 메신저’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반적 해석은 연락책이다. 국수본은 윤석열 공조본의 축이다. 여기서 민주당의 공식 역할은 없다. 독립된 수사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수사다. 그런데 이 의원은 민주당과 국수본 사이의 연락 임무를 수행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 수사 형평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필 영장 집행의 만료를 앞뒀던 시점이다. ‘오늘 저녁쯤 체포 영장이 다시 나오고’라는 부분도 있다. 이 의원의 글은 7일을 기점으로 씌어졌다. 체포 영장의 연장을 결정하는 날이었다. 상황은 가변적이었다. 판사에 따라 기각할 수도 있다. 결정을 위해 다음날까지 미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늘 저녁쯤’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체포 영장은 말 그대로 됐다. 이 의원도 경찰 출신이다. 수사 경험에 의한 단순 예상이었을 수 있다. 양보해 그렇게 보자. ‘경찰 후배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해서’라는 부분이 있다. 경찰대 출신이다. 후배들에 대한 격려나 응원을 일상적 행위로 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조언해서 윤석열을 반드시 체포하겠다’라는 부분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조언이라면 수사에 도움이 될 지혜를 보탠다는 의미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경찰에 여당 대통령 체포를 위한 조언을 한다는 것이 합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이 의원의 사법상 신분이다. 선거법 위반(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기소돼 수원지법 형사13부가 담당하고 있다. 기소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했지만 모든 수사는 경찰이 했다. 그 자신 지난해 7월24일 용인동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그의 용인과 서울 소재 자택, 배우자 소유 갤러리, 선거사무소 등 네 곳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 수사는 처제와 비서관까지 강도 높게 진행됐다. 지난해 12월4일 첫번째 재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예상치 못한 국가적 중대 상황 발생”이라며 계엄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의 향후 진행은 알 수 없다. 언제든지 경찰의 수사 보완 또는 자료 보충이 이뤄질 수 있다. 여전히 경찰과 이 의원은 재판의 입건 관서와 피고인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이 의원이 경찰과의 메신저 역할에 바쁘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신을 담당한 경찰 조직을 찾아가 격려, 응원, 조언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게 일반인에게 이해되는 상황인가. 법 질서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누구보다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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