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회타운 프로젝트, 명명보다 내실이 중요

김동연 지사의 도정 화두는 ‘기회’다. 공정 사회로 가는 기회의 사다리다. 대표 정책이 경기도의 기회소득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 또 하나의 정책 실험이라 할 기회타운이 발표됐다. 기회소득이 복지라면, 기회타운은 주거다.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를 축으로 한다. 수원 우만 테크노밸리, 용인 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역세권 등 세 지역이다. 그 의욕적 출발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구체적인 내용과 청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수원 우만 테크노밸리 기회타운은 두 개 전철망이 형성된다. 2028년 12월 완공되는 인동선과 2029년 12월 완성되는 신분당선이다. 기존 인프라도 훌륭하다. 20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있다. 경기대와 아주대의 고급 두뇌가 있다. 동수원병원, 아주대병원, 성빈센트병원도 있다. 이곳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구상이다. 투입될 예산만 2조7천억원이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이번 개발에 큰 기대를 표했다. 2026년 착공해 완공 시점은 2030년이다. 용인 플랫폼시티 기회타운은 11일 착공식을 가졌다. 착공식에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참석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구성역, 경부·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마이스 산업 등이 육성된다. 총 8조2천억여원을 투입해 2030년 완공한다. 안양 인덕원 기회타운은 ‘4중 역세권’이다. 지하철 4호선, 인동선, 판교선, GTX-C가 교차한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이 자리한다. 1조100억원이 투입되며 완공은 2027년이다. 기회타운은 김동연표 도시개발 정책 브랜드다. ‘더 많은·더 나은·더 고른’ 기회 제공을 목표로 한다. 많은 예산과 공을 들여 추진하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있다. 전임 이재명 지사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이른바 ‘기본 주택’ 사업이었다. 혁명적 시도라고 소개가 됐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전 지사의 임기와 함께 사라졌다. 제도 개선이 따라 주지 못했고, 정치적 구호라는 거부감이 컸다. 기회타운은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임기와 무관해야 한다. 기회타운 세 곳의 완공 시점이 2027년 또는 2030년이다. 김 지사의 연임 도전 여부를 알 수 없다. 현 상태의 첫 번째 임기는 2026년까지다. 완공 예상 시기가 모두 그 이후다. 지속가능한 제반 조치를 단단히 챙길 필요가 있다. ‘직·주·락·환·복’이 갖춰진 도시를 선언했다. ‘정치’를 빼고 보면 더 없는 목표 아닌가. 목표를 이루면 도민 모두가 좋은 일이다.

[사설] 경기도내 440개 철강 업체 관세 맞은 날, 정치는 없었다

트럼프발 관세 공격이 현실화됐다. 그 첫 번째가 철강 관세 폭탄이다. 대상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이다. 무려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서명한 행정명령이다. 미국에서 대한민국 철강 제품 비중은 9.7%다. 캐나다(22.7%), 브라질(15.6%), 멕시코(12.2%)에 이어 네 번째다. 액수로 따지면 연간 6조~7조원이다. 이 막대한 시장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 관세가 부과되는 기점이 12일 오후 1시다. 직격탄을 맞는 곳이 바로 경기도다. 전국 철강 제조업체는 1천709개다. 이 가운데 25.7%인 440개가 경기도에 있다. 2위 경남(15.3%), 3위 경북(11.2%)과 비교가 안 된다. 세부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자. 시흥시(103개)와 안산시(72개)에 많이 몰려 있다. 시화공단 일대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철강 도매업체는 시흥시(255개)와 화성시(139개)에 집중돼 있다. 철강 관세 폭탄의 피해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시흥·안산·화성의 일이다. 지금 세계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전쟁 중이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州)가 전기요금 보복에 나섰다. 뉴욕 등 미국 3개 주에 보내는 전기료를 25% 인상했다. 더그 포드 주지사가 ‘단전도 검토하겠다’며 전면에 서 있다. 멕시코는 셰인바움 대통령이 협상을 맡았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유예시켰다. 종전에 70%이던 지지율이 85%까지 올랐다. 자국 기업 지키기에 정파를 따지는 나라는 없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노력 범위 밖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끌고 가고 있다. 결단력 내릴 구심력 자체가 없다. 여야 정치의 행태는 더 분노를 자아낸다. 오로지 탄핵에 매달려 사생결단하고 있다. 철강 관세 폭탄에 미안했는지 언급은 찔끔 했다. 그 알량한 논리의 결론도 탄핵을 향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정치 세력이 주도한 탄핵 심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법은 윤석열 파면뿐”이라며 비난했다. 정상이라면 당연히 외교통상상임위가 열려야 한다. 정부와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모습은 없다. 각 당 지도부는 탄핵 농성장에 몰려갔다. 단식 또는 삭발을 써 달라는 보도자료만 뿌려 대고 있다. 국민과 기업은 세계 시장에 먹잇감으로 내 버려졌다. 한두 명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도 있을 법하지만. 그런 모습은 눈 씻고 봐도 없다. 시흥·안산·화성지역 국회의원들, 최소한 이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사설] ‘캔맥주 투척’으로 본 현직 경기지사의 정치 참여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캔맥주가 날아들었다. 시국과 관련된 1인 시위를 하던 중이었다. 10일 오후 6시30분께 발생한 사건이다. 평소 행인이 많은 수원역 12번 출구 앞 ‘로데오 거리’였다. 김 지사가 ‘내란 수괴/즉시 파면’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한 남성이 다가와 “니가 뭘 알아”라며 시비를 걸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접근을 제지했다. 그러자 들고 있던 캔맥주를 집어던졌다. 다행히 바닥에 떨어졌지만 모두가 놀랐다. 거친 항의와 몸싸움, 투척 순간과 흐트러진 맥주가 영상으로 남았다. 현장의 위험성이 생생히 재생된다. 김 지사의 1인 시위를 취재하던 경기일보 카메라에 잡힌 장면이다. 김 지사는 별 반응 없이 시위를 계속했고 기자회견도 했다. “윤석열의 구속이 취소된 건 절차상의 하자로 나온 것인데, 지금까지 5천만 국민 아무도 누리지 못하는 권리를 윤석열이 누린 것”이라며 “검찰에서 잘못한 만큼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가 던지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현직 도지사의 정치 참여 한계다. 광역단체장의 대권 도전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특히 경기도지사의 경우 ‘소권(小權)’이라 불린 지가 30여년이다. 이인제(민선 1기)·손학규(민선 3기)·김문수(민선 4·5기)·남경필(민선 6기)·이재명 지사(민선 7기)가 모두 대권 후보군이었다. 정치적 발언, 경선 참여 등 나름대로의 정치 행위가 있었다. 임기 단축, 장기 휴가 등 도정 피해도 있었다. 그때마다 찬반 논쟁이 있었다. ‘부적절하다’는 부정론과 ‘정치적 권리’라는 긍정론이다. 민선 8기 김동연지사도 대권 행보를 하고 있다. 그를 향해서도 똑같은 논쟁이 있다. ‘캔맥주 투척’ 동영상에 게시된 댓글이 여론을 보여준다. ‘도지사 사표 쓰고 정치 하세요’(okim—), ‘컵라면 가져온 여직원에 격노 퍼포먼스 하더니’(mine—)…. 비판적 견해다. ‘맥주캔 던진× 살인 혐의로 고소하세요’(fres—). 김 지사를 비난하거나 걱정하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도지사의 신변 안전 문제다. 1천400만 도민의 책임자다. 도정을 수행하는 현장에서는 걱정이 없다. 전문적인 안전 요원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동행한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 나섰을 때는 다르다. 행정 인력이 동행하지 않는다. 동행해서도 안 된다. 공무원의 정치 행위는 불법이다. 정치 현장은 견해가 대립하는 공간이다. 크고 작은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런 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이번 일이 그렇다. ‘도지사의 정치 참여가 문제’라며 냉소적인 도민도 많지만 ‘험한 꼴 당하면 어쩌냐’며 걱정하는 도민도 많다. 결국 경기지사가 대선(大選) 뛰는 통에 경기도민에 안겨진 ‘안 해도 될’ 논쟁이다. ●관련기사 : [영상] '윤석열 파면' 피켓 든 김동연에 날라온 맥주캔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0580435

[사설] 고양시청 이전의 급박함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양시의회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원당 지역 개발 용역 예산을 세 차례나 삭감했다. 기존 청사 주변을 잘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일부 부서의 이전 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이 각하는 했지만 시에는 큰 부담이 됐다. 청사 이전 업무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관련 업무 전반을 훑어보고 있다. 2년여간 계속된 반대가 이런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나. 작정하고 방해 한 측면이 있다. 결국 백석업무빌딩으로의 청사 이전은 무산됐다. 시 관계자 설명에 시의회를 향한 원망이 있다. “이동환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여대야소가 되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2023년 벽두부터 시작된 청사 이전 논쟁이다. 시민 여론을 찬반으로 쪼갠 오랜 갈등의 원인이었다. 이게 2년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시의회의 비협조를 넘어선 노골적인 반대가 원인 중 하나다. 시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시가 제공한 원인도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이동환 시장이 2023년 1월4일 발표했다. 전임자 결정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단행한 발표였다. 시민도 시의회도 몰랐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조차 모른 듯 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자 이런저런 후속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발표 20여일 뒤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란 걸 발표했다. 민간 재원을 활용한다는 개발 계획이었다. 조감도 등을 갖춘 개발 청사진이었다. 일주일 뒤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절차도 앞뒤 없이 뒤죽박죽 됐다. 왜곡된 절차를 상급 기관이 모를 리 없다. 경기도가 관련 투자 심사를 퇴짜 놨다. 2023년 8월 1차 반려, 2023년 10월 2차 재검토, 2024년 9월 최종 반려됐다. 절차상 문제는 여기서도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민을 설득하고, 시의회와 협의회 절차를 이행하라.’ 뜻하지 않은 법률적 문제도 생겼다. 백석업무빌딩의 용도다. 기존에 허용된 빌딩의 용도는 벤처기업 집적시설이다. 행정 청사인 시청 건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초기에 시가 챙겼어야 했다.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부담도 간단하지 않다. 시가 종전 건물주에게 기부채납 지연 배상금을 청구했다. 456억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262억원만 인정했다. 시가 비워 놓은 1년 치를 삭감됐다. 시 의회는 시장의 배임을 주장한다. 논쟁을 접고 차분히 생각해보자. 청사를 옮기려 한 당초 이유가 뭐였나. 언제 기울지 모를 안전진단 D등급이다. 관공서 기준의 51.1%인 협소한 공간이다. 부서 70%가 다른 건물에 나가 있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도 개선된 게 없다. 하루가 급한 현안이다. 정치적 셈법에 매달릴 시간이 있나. 하루 빨리 대안을 내고 건설적인 토론에 들어가야 한다. 낡고 협소한 청사로 생기는 시민 불이익은 시의회와 시 모두의 책임이다.

[사설] 법원은 검찰과 공수처 모두의 책임을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52일만에 관저로 복귀했다. 탄핵 찬성·반대 세력이 또 충돌한다. 대립의 출발점은 재판부의 결정문이다. 같은 문장인데 해석이 서로 다르다. 탄핵 찬성 측에서는 ‘구속 기간 만료 문제’를 주로 말한다. ‘기일 오류’의 문제였다며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공수처 수사’를 짚는다. 수사권 자체가 지적받았다며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구속 기간’은 탄핵 찬성 쪽이 주로 지목하는 사유다. 최대 관심은 구속 취소가 헌재에 미칠 영향이다. 헌재 선고도 이번 주 11일 또는 14일로 소문나 있다. 이런 때 법원이 윤 대통령을 전격 석방했다. 헌재 결정과의 연계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이 간단한 산수(算數)를 잘못 했다’고 말했다. 법과 정치 상황을 버무린 절묘한 표현이다. 당(黨)이 검찰총장 사퇴 요구로 이어갔다.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 결정문을 보자. 윤 대통령 측이 ‘구속 기간을 도과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지난 1월26일 오전 9시7분쯤인데, 기소 시기는 구속 기간 만료 시기를 넘긴 1월26일 오후 6시52분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은 검찰이다. 검찰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 또 다른 구속 취소 사유는 ‘공수처’다. 탄핵 반대 쪽은 이걸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 내란 사건 전체를 위법으로 몰아가는 논리다. 실제로 수사권 유무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구속 기간’이 신병의 불구속·구속을 좌우한다면 ‘수사권’은 사건 전체의 유·무죄를 좌우한다. 구속 취소가 나오자마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수처 수사가 문제 있음을 지적한 결정’이라고 했다. 당도 공수처 때리기에 총력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 결정문과 해설 자료를 보자.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급하게 나섰다. 이 부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다. “법원이 윤 대통령 위법 수사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공수처 시각의 해석이다. 법원 결정문은 활자로 작성돼 있다. 해설 자료까지 붙였다. 국민 모두가 능히 해석할 수 있다. 공수처의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눈에 띈 몇몇 표현이 있다.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가 됐더라도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 파기 사유, 재심 사유.... 시작도 안 한 재판에선 웬만하면 안 쓰는 표현이다. 결정문은 아주 간단한 국어(國語)다. 구속 취소의 책임이 딱 적혀 있다. 심우정 검찰의 책임, 오동운 공수처의 책임. 빼 줄 것도 없고, 덮어 줄 것도 없다.

[사설] 의료개혁 실패,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추진되던 의료개혁이 사실상 실패하게 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 인원을 3천58명으로 돌려놓고, 2027년 이후 정원은 앞으로 구성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의료계 등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계획은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전원 복귀하지 않으면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조건부 수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와 병원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가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자 사실상 정부가 의사들에게 항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 약속도 없이 정부가 먼저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되돌림으로써 스스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의대 총장·학장단의 건의안을 정부가 받아들이는 형식을 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지역의료 강화,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이 담긴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를 요구하며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6일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과대학 증원 2천명 발표 이후 1년여간 의정갈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희생을 치렀다. 특히 중증 환자를 보는 대형 병원이 전공의들의 이탈로 인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상당수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인해 1년 이상 허송세월 했으며, 지금도 대학은 개학했으나 의과대학은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집단반발로 실패했다. 즉, 김대중·박근혜·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의료 개혁이 추진됐지만, 그때마다 의료계의 의료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집단행동에 밀려 물거품이 됐는데, 이번에 그런 나쁜 선례를 다시 밟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의정갈등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가. 정부가 ‘의대 증원 반대’라는 의료계 핵심 요구를 수용한 만큼 의대생들도 강의실로 복귀, 수업에 임해야 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히 대화를 통해 의정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의료계는 의료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 집단행동으로 기득권 수호에만 집착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말 많던 공수처 수사, 윤 대통령 석방을 자초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이 7일 윤 대통령 측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주된 사유는 구속 기간 산정 문제다. 이미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심리는 지난달 20일 있었다. 별도의 심리 없이 결정하는 통상의 경우와 달랐다. 여기에 ‘열흘 안에 추가 서면을 제출하라’고도 했다. 이 역시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 결정을 오늘 한 것이고, 방향은 ‘인용’이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쟁점은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판단이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검찰에 신병을 이전하며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사정들에 대해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다.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표현도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향후 형사 재판에서의 ‘파기’ ‘재심’ 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의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선고한다. 그 재판부가 '파기' '재심'을 언급했다. 이 의미가 간단한가. 이번 결정의 핵심은 '산수 계산'인 구속일 산정에 있지 않다.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가 중심이다. 안 그래도 공수처 논쟁은 최근 변곡점을 겪고 있다. 서울 중앙지법에서의 윤 대통령 관련 영장 기각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후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법원과 체포 영장 발부 법원이 다른 것이다. ‘영장 쇼핑’ 논란의 정황이 높아진 것이다. 공수처장의 거짓말 논란도 있었다. 12·3 계엄 직후 수사권 충돌이 있었다. 경찰·검찰이 서로 수사팀을 만들어 경쟁했다. 공수처는 대통령 출국 금지로 뛰어들었다. 내란죄의 명문의 수사권은 경찰에 있었다. 어느 순간 수사 주체가 공수처로 결정됐다. 검찰은 수사에서 배제됐고, 경찰은 보조 역할로 밀렸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는 순조롭지 못했다. 서부지법 영장 청구, 딱풀 공문서 활용, 형소법 적용 배제 등 예외에 예외를 거듭하면서 혼란과 불신을 자초해 왔다. 탄핵 심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이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내란’으로 탄핵소추했지만 헌재에서는 빼겠다고 했다. ‘내란죄 자체는 탄핵 심판의 핵심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유지된다. ‘내란죄 제외’가 지금에 와서는 ‘탄핵 인용의 묘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석방이 가져올 현실적 부담은 분명해 보인다. 탄핵 반대 세력에게는 이번 ‘석방'이 ‘내란 무죄’로 활용될 게 뻔하지 않나. 오동운 공수처장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적법의 근거로 강조해왔다.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이 곧 정당한 수사의 근거”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그 논리가 공수처를 압박하는 역설의 근거가 돼버렸다. 검찰이 공수처를 압수수색 했고, 그 압수수색 영장은 중앙지법이 발부했다. 이제는 중앙지법이 피의자 윤 대통령 구속까지 취소했다. ‘법원의 결정이니 공수처 부실 수사는 증명된 것’이라는 공격이나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설] 계엄에 쑥밭 된 軍, 민가를 쑥밭 만들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방부 장관이 없는 나라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현 장관이 구속됐다. 12·3 계엄을 통한 내란에 가담했다는 혐의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차관이 장관 대행이다. 실무 군의 핵심인 육군참모총장도 공석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계엄 이후 수사와 청문에 끌려다녔다. 국방부로부터 2월25일 기소 휴직 명령을 받았다. 특전사령관 등 특수부대 지휘관 여러 명이 구속됐다. 군이 쑥밭이다. 이런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포천시 이동면 한 마을이 비행기 폭격으로 쑥밭이 됐다. 어이없게도 폭탄을 투하한 비행기는 대한민국 공군기다.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훈련 중이던 KF-16 두 대다. 탑재했던 MK-82 폭탄 4개씩, 모두 8개를 투하했다. 건물·교량 파괴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파괴력이 상당하다. 폭파구가 폭 8m, 깊이 2.4m에 달하고 살상 반경만도 축구장 1개에 이른다. 마을은 초토화됐다. 주택 기와지붕이 내려앉고, 나무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성당 건물과 주택, 비닐하우스가 파손됐다. 군인을 포함해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마을에는 폭발물 처리반(EOD)이 투입돼 조사를 벌였다. 모든 주민은 집을 떠나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공군 전투기에 의한 민간지대 오폭 사고는 유례가 없다. 2004년 F-5B 전투기가 폭탄을 오폭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에 대처하는 군의 일 처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난데없는 폭탄 낙하에 지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더욱이 피해 지역은 전시 공포가 상존하는 접경지대다. 경찰 등에서는 즉시 오발 사고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군은 100분 가까이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 설명도 없었다. 조종사 좌표 실수를 밝힌 건 오후 늦게다. 그 동안 주민들은 원인도, 추가 위험도 모른 채 떨고 있었다. 처음 나왔던 발표의 내용도 어색하다.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 피해 배상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 일의 우선 순위를 모르나. 그 시각 마을의 공포는 여전했다. 그 상황에서 공군이 할 발표는 사고 원인과 추가 위험 여부다. 그런데 ‘회복 기원’을 말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했다. 어차피 배상은 정부의 몫 아닌가. 안 그래도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군이다. 공연히 사고 책임을 침소봉대하려는 것 아니다. 어이없는 사고를 보는 국민의 우려를 전해 두려는 것이다. 하루 속히 기계처럼 돌아가던 군 행정의 정식을 되찾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 시급한 게 국방부 장관 임명이다. 휴전 국가에서 국방부 장관은 비워두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 수립 후 최장 공백은 5일(1961년)이었다. 그 자리가 3개월째 비어 있다. 큰 일이다.

[사설] 새마을금고 첫 직선제, 500억 쓰고 16% 투표라니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끝났다. 선관위 관리하에 치러진 첫 직선제였다. 선거 비용을 새마을금고가 선관위에 위탁했다. 위탁한 비용은 490억원 정도다. 1개 금고에서 평균 6천여만원의 선거 비용을 부담하는 꼴이다. 4년 임기 이사장을 뽑는 데 과한 부담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금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최종 평가는 비용만큼의 효과가 있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주의 깊게 따져 볼 수치가 있다. 투표율이다. 1년 전부터 이번 선거는 요란했다. 과거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이렇게 언론에 오른내린 적 없다. 유감스럽게도 부정선거 등의 부정적 기사가 보도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처음 치러지는 선관위 관리 직선제라는 사실에 쏟아진 관심이었다. 5일 드러난 이 선거의 투표율이 형편없다. 직선제로 치러진 전국 208곳의 투표율이 25.1%였다. 4명 중 1명만 투표했다. 경기·인천지역의 투표율은 그중에도 특히 낮다. 직선제를 택한 금고가 경기 94개, 인천 49개다. 단독 후보 출마로 무투표 당선된 곳이 경기 51개, 인천 20개다. 실제 직선 투표가 실시된 곳은 경기 43개, 인천 29개다. 여기서의 투표율이 경기 16.2%였다. 6명 가운데 1명이다. 전국에서 가장 낮다. 인천도 19.4%로 크게 다르지 않다. 투표율 제고는 작금의 공영선거가 갖는 공통의 목표다. ‘16% 투표’는 낮아도 너무 낮다. 간선제 투표율과 비교하면 문제가 더 선명하다. 전국 358개 금고 가운데 150개는 간접선거인 대의원 투표를 했다. 여기서는 1만7천39명의 선거인 가운데 1만6천210명이 투표했다. 투표율 95.1%다. 관심도와 몰입도 등에서 오는 차이는 있다. 그렇더라도 10%대 투표율은 이해하기 어렵다. 농협이사장선거도 선관위에 위탁해서 치르는 직선제다. 그런데 투표율은 70~80%다. 어느 모로 보나 설득력 없는 투표율이다. 사정이 이런데 변화가 따라올 리 없다. 경기지역 94개 금고 가운데 59개 금고에서 현직 이사장이 당선됐다. 재선율 62%다. 인천은 49개 가운데 34개 금고의 현직 이사장이 당선됐다. 재선율 69%다. 재선율만으로 변화를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동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기대와 우려 속에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였다. 우려와 기대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려가 현실화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했다. 선거 공영의 당위성은 여전하다. 드러난 문제를 잘 살피자. 중지를 모으고 보완책을 찾자. 그러면 좀 더 좋아진 다음 선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설] 유엔사는 대성동 주민 소음 측정을 막지 마라

대성동마을 주민의 생존권이 안보를 위협하는가. 유엔사의 지배권이 우리 국민의 생존권에 우선하는가. 파주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다시 한번 분단의 현실과 마주했다. 귀신소리, 짐승 울음소리에 시달려 온 게 벌써 8개월째다. 지난해 7월부터 북한 당국이 노골적으로 송출해 온 대남방송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수면 부족 등의 질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때마침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6월부터 시행될 개정 민방위기본법이다. 같은 유형의 대남방송이 휴전선 곳곳에서 이어진다. 북한과 불과 400m 떨어진 대성동의 피해가 그중 심각하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파주시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시작이자 핵심이 대성동마을에 대한 소음 측정이다. 대성동마을은 비무장지대로 유엔사 측의 관리를 받는 특수 지역이다. 이번 소음 측정 행위 일체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엔사 측의 불허 통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파주시의 관련 업무 추진이 중단됐다. 시는 “불승인 사유가 ‘안보상 이유’라는 것밖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주시가 운영하던 간이 소음 측정도 중단됐다. 유엔사가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의 간이 소음 측정 작업을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시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 오던 시설이다. 이로써 대성동마을 주민을 위한 소음 피해 관련 작업은 모두 중단됐다. 남아 있는 방법은 한국군 JSA부대를 통해 간접 측정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이런 간접 측정 방식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대성동 마을의 법률적 특수성은 있다. 한국휴전협정 제1조 10항의 규제를 받는다.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 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책임진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까지 제한받는 것은 아니잖나. ‘세제’ 등 특권 부여나 ‘거주이전 자유’ 등 제한은 모두 한국 법령에 근거하고 있다. 소음 피해는 지극히 생존권과 관련된 영역이다. 유엔사도 당연히 협조해야 할 사항이다. 파주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때마침 비슷한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했던 전례도 있다. 2020년 추진됐던 이른바 ‘지적(토지위치) 복구 프로젝트’다. 1953년 정전협정 이래 판문점 일대는 미등록 토지로 남아 있었다. 이걸 풀어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선적리’라는 주소를 새로 부여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성동마을 소음 측정 문제도 같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위협받을 안보를 우리는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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