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로고
2025.07.03 (목) 메뉴 메뉴
위로가기 버튼

[사설] 말 많던 공수처 수사, 윤 대통령 석방을 자초하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이 7일 윤 대통령 측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주된 사유는 구속 기간 산정 문제다. 이미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심리는 지난달 20일 있었다. 별도의 심리 없이 결정하는 통상의 경우와 달랐다. 여기에 ‘열흘 안에 추가 서면을 제출하라’고도 했다. 이 역시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 결정을 오늘 한 것이고, 방향은 ‘인용’이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쟁점은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판단이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검찰에 신병을 이전하며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사정들에 대해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다.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표현도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향후 형사 재판에서의 ‘파기’ ‘재심’ 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의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선고한다. 그 재판부가 '파기' '재심'을 언급했다. 이 의미가 간단한가. 

 

이번 결정의 핵심은 '산수 계산'인 구속일 산정에 있지 않다.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가 중심이다. 안 그래도 공수처 논쟁은 최근 변곡점을 겪고 있다. 서울 중앙지법에서의 윤 대통령 관련 영장 기각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후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법원과 체포 영장 발부 법원이 다른 것이다. ‘영장 쇼핑’ 논란의 정황이 높아진 것이다. 공수처장의 거짓말 논란도 있었다.

 

12·3 계엄 직후 수사권 충돌이 있었다. 경찰·검찰이 서로 수사팀을 만들어 경쟁했다. 공수처는 대통령 출국 금지로 뛰어들었다. 내란죄의 명문의 수사권은 경찰에 있었다. 어느 순간 수사 주체가 공수처로 결정됐다. 검찰은 수사에서 배제됐고, 경찰은 보조 역할로 밀렸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는 순조롭지 못했다. 서부지법 영장 청구, 딱풀 공문서 활용, 형소법 적용 배제 등 예외에 예외를 거듭하면서 혼란과 불신을 자초해 왔다.

 

탄핵 심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이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내란’으로 탄핵소추했지만 헌재에서는 빼겠다고 했다. ‘내란죄 자체는 탄핵 심판의 핵심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유지된다. ‘내란죄 제외’가 지금에 와서는 ‘탄핵 인용의 묘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석방이 가져올 현실적 부담은 분명해 보인다. 탄핵 반대 세력에게는 이번 ‘석방'이 ‘내란 무죄’로 활용될 게 뻔하지 않나. 

 

오동운 공수처장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적법의 근거로 강조해왔다.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이 곧 정당한 수사의 근거”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그 논리가 공수처를 압박하는 역설의 근거가 돼버렸다. 검찰이 공수처를 압수수색 했고, 그 압수수색 영장은 중앙지법이 발부했다. 이제는 중앙지법이 피의자 윤 대통령 구속까지 취소했다. ‘법원의 결정이니 공수처 부실 수사는 증명된 것’이라는 공격이나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댓글(0)

댓글운영규칙

-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0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