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수사, ‘예외에 예외’를 쌓아 올리다

image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2024년 12월3일 계엄령이 선포됐고, 4일 새벽 해제됐다. 곧바로 ‘대통령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 공수처는 처장 직속의 TF를 꾸렸다. 경찰은 5일 국가수사본부 내에 특별수사단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6일 특수본을 설치했다. 공수처, 검찰, 경찰이 동시에 수사팀을 출범시키는 초유의 일이었다.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휴대폰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8일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공수처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다.

 

그때부터 경찰이 강조했던 것이 수사권 문제다. “내란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 검찰이 수사하면 공소 기각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울중앙지법도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수처가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이 영장의 당사자였다. 중앙지법의 기각 사유에 ‘중복 수사 또는 중복 청구’가 등장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수사 주체로 정해졌다.

 

8일 공수처가 관련 수사 이첩을 요구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 등의 압색영장을 청구했다. 중앙지법이 또 기각했다. “이첩 요구를 했다고 수사기관 간 협의가 다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수사 주체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게 중앙지법에서 기각된 윤 대통령 관련 영장만 16건이 된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서부지법에 냈고 거기서 발부했다.

 

‘영장 쇼핑’, ‘법원 쇼핑’ 의혹이 시작됐다. 국회에서 이 문제가 질의됐다. 질문의 핵심은 ‘중앙지법의 영장 기각이 있었느냐’였다. 공수처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뒤늦게 중앙지법 영장 기각이 확인됐고 거짓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영장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윤석열’ 영장은 없었다”거나 “‘체포’ 영장은 없었다”고 답해 왔다. 거짓 답변은 아닐지 몰라도 모호한 말장난이 농후했다. ‘문제는 없다’면서 왜 그렇게 빙빙 돌렸을까.

 

‘불법에 불법을 쌓아 올린 수사’. 윤 대통령 측의 논리다. 현 단계에서 이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수사의 적법성을 확정 짓는 건 법원이다. 향후 법원의 판결·결정으로 내려질 결론이다. 다만, 상식과 다른 예외가 반복된 절차적 현상만은 확인된 것 같다. 내란죄 수사권의 예외적 해석, 중앙지법의 예외적 무더기 기각, 청구 법원의 예외적 변경, 형소법 110조 등의 예외적 배제 등이 겹쳤다. ‘예외에 예외를 쌓아 올린 수사’다.

 

예외의 도 넘는 반복은 법치의 안정을 해친다. 그런 수사기관에 모아질 국민적 신뢰는 없다.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 하나만 할 기구가 아니다. ‘거물’을 잡았다는 와인 축배 이전에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