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내유동 해냄공동체 사람들

육체의 장애를 딛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김태희 원장(42)이 96년 9월 고양시 내유동 산동네에 문을 연‘해냄공동체’에는 29명의 장애인들과 의지할 곳 없는 소년소녀가장들이 희망을 일구며 오손도손 살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으나 마음만은 언제나 부자입니다” 김원장의 주요 일과중 하나는 매일 저녁 8시부터 시작된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2.5톤 트럭을 몰며 원당 화정 일산 공항동 구로 파주 일대 노래방 380곳을 격일로 돌며 알루미늄캔을 수거하고 있다. 귀가 시간은 새벽 5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한지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김원장이 알루미늄캔 수거에 나선 것은 예쁜 예린이가 해냄의 일원이 되면서부터. 생후 19일 밖에 안된 예린이가 해냄공동체 간판 아래 버려진 것은 지난해 6월. 당시 다운증후군을 앓던 예린이가 합병증으로 폐렴까지 앓게 되자 치료비 마련을 위해 알루미늄캔과 재활용품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해냄가족들의 이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예린이는 지난 2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치료비가 조금만 넉넉히 있었어도 예린이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예린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알루미늄캔 모으기는 이제 해냄가족들의 자립을 위한 중요한 일거리가 됐다. 나태해질 것을 우려해 외부의 후원금도 일체 받지 않는 해냄 가족들은 부지 확보 문제만 해결되면 자체적으로 조립식 건물을 지어 스스로 보다 나은 생활공간을 창조해 나갈 계획이다./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청소년수련관 청원경찰 김용규씨

김포시 청소년수련관 청원경찰 김용규씨(53).그의 하루는 하성시장 거리 청소로 시작된다. 일터인 수련관으로 출근하기 전인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그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골목길을 정돈한다. 김씨는 지난 91년 30년간의 집배원 생활을 털고 청원경찰이 됐다. 집배원 시절 그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깊은 산골에 홀로 사는 노인에게 외지에 나가있는 가족이 보내온 편지를 배달해 주고 글을 읽지 못하는 노인에겐 편지를 대신 읽어 주기도 했다. 또 눈이나 폭우로 읍내에 나오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한쪽 어깨에는 행랑을, 한 손에는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을 생필품을 들고 수북히 싸인 눈밭을 헤치고 폭우를 맞으며 하루 수백리 길을 걸는등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주기도 했다. 30년간의 집배원 생활동안 그는 문패가 없는 700여가구에 목재소에서 버린 나무토막으로 문패를 직접 만들어 달아주기도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한 그는 지난 94년 틈틈이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담은 수필‘다듬이 소리’로 문단에도 등단했다. 어린시절 어려운 가정을 돕기위해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그는 부족한 배움을 위해 사서 읽은 5천권의 도서를 김포도서관과 인근 부대에 기증하기도 했으며,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박봉을 쪼개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도 돕고 있다. 나의 어려움보다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의 소박한 선행은 작은 소망을 일구는 우리들의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 서고 있다. /김포=권용국기자 jkkwun@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