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 뒤에 숨겨진 마케팅 이야기... '밸런타인데이' 핑크빛 내막

정신없이 연말연시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상점들은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노린 초콜릿들과 핑크빛으로 물든다.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이 핑크빛의 내막을 알고 보면 로마 연인들의 수호성인부터 영국 제과업계의 마케팅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연인들의 수호성인, 성 발렌티노 로마 제국의 제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로마의 이교도로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던 인물이다. 또 클라우디우스가 집권하던 시기를 기점으로 군사력이 곧 로마 황제를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군인에 대한 통제가 엄격해졌다. 클라우디우스는 특히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을 막기 위해 금혼령을 내렸고 어떤 종교의 지도자든 결혼식을 집전하고 축복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금혼령을 어기고 혼인하려는 청년들을 도와 결혼식을 주례한 인물이 사제 발렌티노(Valentino)다. 이 소식을 들은 클라우디우스는 발렌티노 신부를 잡아 들여 자신이 믿는 신을 강요하며 개종할 것을 명령했지만 발렌티노는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후 로마의 젊은이들은 사랑을 고백하는 카드를 써서 발렌티노 성인의 동상 앞에 놓고 기도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2월 14일은 성 발렌티노가 순교한 날로 그의 죽음을 기리던 ‘Saint Valentine’s Day’가 오늘날 밸런타인데이로 변모했다. 영국에서 비롯된 초콜릿 나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행위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의견은 분분하지만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전까지 고급스럽고 흔치 않은 음식이었던 초콜릿이 본격적으로 대량생산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1861년 영국의 초콜릿 브랜드 캐드버리사가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해 광고하는 마케팅을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그전까지 꽃, 향수, 와인 등 작은 선물을 주고받던 문화에 캐드버리사가 달콤한 초콜릿에 상징성을 부여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서양 문화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일본의 것이고 일본으로부터 전파된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로 칭하며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은 여성이 남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일본 제과회사가 영국의 마케팅을 흉내낸 것이 맞다. 유행 없이 고유의 맛 그대로 맛있는 초콜릿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무엇일까. 수제 초콜릿 업체 ‘조셉피 초콜릿’의 박현준 대표는 ‘가나슈 유화 과정’을 꼽았다. 가나슈는 생크림, 액체류 재료 등 물 성분과 코코아버터, 견과류, 버터 등이 지닌 기름 성분이 섞인 혼합물을 말한다. 액체류 재료와 기름 성분이 적절한 비율과 스킬로 섞였을 때 최상의 초콜릿 맛을 낼 수 있다. 박 대표는 “기름과 물이 결합되는 유화 과정은 초콜릿이 가진 코코아버터 성분과 에스프레소·과일 퓨레 등 액체류 부자재가 얼마만큼 잘 섞이느냐에 따라 풍미와 질감이 달라진다”며 “생크림이나 물의 비율이 높을수록 부드럽지만 너무 많으면 묽어지고 초콜릿이나 그밖의 단단한 재료가 많아지면 꾸덕함을 넘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재료와 좋은 비율을 준비해도 초콜릿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집약되는 과정이 유화”라고 덧붙였다. 2015년 캐나다에서 처음 초콜릿숍에서 일할 기회를 얻으며 초콜릿과의 인연을 맺은 박 대표는 2017년 호주로 옮겨 2019년까지 초콜릿 숍에서 일했고 2022년 자신의 이름을 건 조셉피 초콜릿을 안양에 오픈했다. 박현준 대표는 우리나라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소비량이 급증하는 반면 해외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초콜릿을 나누는 풍경이 더 흔하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국내외 초콜릿 시장이 소비 패턴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가나슈를 부드럽게 굳혀 코코아파우더를 입힌 파베초콜릿이나 쫀쫀하게 굳혀 초콜릿을 한 번 더 코팅한 봉봉초콜릿 등 클래식한 초콜릿을 많이 찾는다”며 “디저트들 중 초콜릿이 가장 유행을 타지 않고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규 인천항만공사 사장, “IPA 창립 20주년, 인천항 비상 향해 나아갈 것” [인터뷰]

지난 2024년은 인천항이 중동발 위기 심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 잇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한 해다. 인천항은 지난해 역대 최대 컨테이너 물동량인 356만TEU를 기록하고, 해양관광여객도 125만명을 이뤄냈다. 이 밖에도 인천항만공사(IPA)는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 부두 사업자 선정,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자 선정, 동반성장 평가 3년 연속 최우수 달성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이경규 IPA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인천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임직원과 인천항 가족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IPA 창립 20주년을 맞는 목표 2025년은 IPA가 창립 20주년을 맞는 해다. 공사는 올해 목표로 선제적 마케팅을 통한 컨테이너 물동량 360만TEU 달성, 인천항 해양관광 여객 135만명 달성, 미래 성장을 위한 항만 인프라 건설, 지역사회와 연계한 상생 발전 추진 등을 정했다. 또 안전하고 쾌적한 인천항 조성, 사회적 가치 창출 및 ESG 경영문화 확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 임직원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2025년 인천항 물동량 목표와 마케팅 전략 “올해는 컨테이너 물동량 360만TEU 달성을 위해 포트세일즈 확대와 선사·화주·포워더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마케팅을 펼치겠습니다.” 이 사장은 먼저 항로를 다변화해 시장 변화에 적기 대처할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및 컨테이너 운임 변동에 따른 시장 변화를 적기에 파악해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전략 항로를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략지역 및 전략화물에 대한 도전적 신규 항로를 개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선사 및 화주·포워더를 대상으로 인센티브제도와 연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PA는 또 특화화물 중점 유치를 위해 전자상거래나 K푸드 등 특화화물 중점 화물 마케팅을 통해 인천항 물동량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통합검사장, 해상특송물류센터 등 신규 배후단지 인프라를 연계한 신속한 통관에 중점을 둔 마케팅 강화로 수도권 공급·수요 기반 이커머스 수출입 활성화를 추진한다. 여기에 아암2단지 2단계 신규 입주 기업 유치와 연계해 K-푸드 화물 유치 마케팅에도 나선다. IPA는 수출입 기업 지원 관련 물류 환경과 고객 수요를 반영한 수출입 물류 기업의 지원을 통해 인천항 물동량을 증대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수출입 관련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기업의 애로사항과 지원사항을 적극 발굴하는 등 수출입 기업 대상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IPA 해외사무소는 현지 물류 환경과 고객 수요를 반영한 전략화물 중점 마케팅으로 인천항 물동량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단체 네트워킹을 통한 신규 화물 발굴 및 타깃 마케팅을 해 물동량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객 및 해양관광 활성화 방안 지난해 인천항은 크루즈와 한중카페리, 연안 여객 등 바닷길로 찾은 관광객이 125만명을 기록했다. IPA는 올해 인천항 해양관광객 135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이 사장은 “올해는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연계한 크루즈 모항 운항(플라이앤크루즈·Fly&Cruise)을 종전 5항차에서 20항차까지 유치해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월드크루즈 선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이앤크루즈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출국하고 인천항에서 크루즈를 탑승하는 관광상품이다. IPA는 또 인천시민이 버스요금(1천500원)으로 도서지역을 방문할 수 있는 ‘인천 아이(i)-바다패스’ 도입에 따라 연안 여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해 도서지역 주민과 섬 여행객의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 행정과 인프라를 개선한다. 이를 위해 IPA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98면의 임시 주차면을 확보했으며 실시간 운항정보를 제공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높인다. 또 승하차 장소를 새로 만들어 차량과 여객의 동선을 분리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항만 인프라 건설·운영 IPA는 지속적인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에 따라 부두 적기 공급 및 장래 물동량 처리를 위해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 부두를 완전 자동화 부두로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신항 1-2단계 하부 공사 공정 95%를 이뤘으며 터미널 운영사업자 선정 및 실시협약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했다. 올해는 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하부공 축조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2027년 말 준공을 목표로 수요 예측과 물류 흐름을 최적화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완전 자동화 항만 조성을 위한 상부시설 설계 및 착공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암물류 2단지 1단계 사업은 오는 5월 준공할 예정인 ‘첨단 스마트 공동물류센터’에 첨단 물류장비를 설치·운영하고 26개 중소화주 대상 첨단 장비를 공유해 공동 수배송 플랫폼을 구축·운영한다. IPA는 또 올해 상반기에 아암물류 2단지 2단계 수요 기반 운영계획(59만㎡)을 확정,공급할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유치 업종 및 공급 방식 등을 감안해 냉동냉장, 복합화물, 공동물류, 제조물류 등을 유치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인천 신항을 지원하는 신항 2-1단계 항만배후단지 157만㎡ 개발 주체가 IPA로 결정돼 배후단지의 공익적 사용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신항 2-1단계 항만배후단지 사업계획을 수립해 항만배후단지와 물류 환경 현황 분석 및 임대료 검토, 수요조사 결과에 기반한 배후단지 개발 콘셉트 및 테마 설정 등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급 시기 검토, 재원 조달 계획 및 사업 추진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상생 발전 IPA는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을 통해 해양문화 도심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등 인천항과 원도심 발전의 초석으로 삼을 방침이다. IPA는 지난해 12월 인천시, 인천도시공사(iH)와 함께 해양수산부의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올해는 각종 제반 절차를 병행 추진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으로 12월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산업 선진화 및 인천항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은 인천 남항 역무선 배후부지 일대에 친환경·첨단으로 조성한다. IPA는 지난해 운영사업자와 사업추진계약 및 임대차계약을 했으며 현재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천해양수산청에 비관리청항만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마치고 하반기에 1단계 조성사업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골든하버 잔여 부지(CS1~CS7)에 대해 현 부동산 시장에 부합하는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해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IPA는 세계 경제 불황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지만 신규 도입 시설 검토와 부지 매각·임대·직영 등 다양한 공급 방식을 검토해 투자환경 변화에 맞춘 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투자유치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운영하고 투자유치 설명회를 적극적으로 열어 잠재 수요자 대상 투자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항만 안전과 보안 계획 IPA는 올해 인천항 중대재해 ‘제로(Zero)’, 재난 및 안전 분야 정부평가 등급을 상향하는 게 목표다. 먼저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근로자 참여 확대를 통한 안전 경영을 정착시킨다. 또 항만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에 따른 소규모 기업의 안전체계 구축도 적극 지원해 모두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중대재해 제로(Zero) 달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 운영과 품질관리에 나서고 HR(Human Resource) 시스템과 연계한 교육관리로 임직원 안전 역량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IPA는 디지털 기술 변화에 맞춰 첨단 기술을 적용한 보안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계획이다. 먼저 안티드론을 도입하고 순찰드론을 확대하는 등 첨단 무인 항만보안체계 전환 추진으로 항만 보안업무 및 보안인력의 효율성을 높인다. 사회적 가치 창출 및 ESG 경영문화 확산 계획 IPA는 지역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사업, 취약 분야별 사회공헌 프로젝트 및 공정경제 확립, 항만 특화인력 양성과 창업기업 육성 등 책임경영을 선도하며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다양한 동반성장 지원 활동을 펼친 결과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항만공기업 최초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부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청렴한 공직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등급 평가’에서 2회 연속 AA(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IPA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업무 전반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청렴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IPA 창립 20주년 맞아 인천항 비상 나설 것 이경규 IPA 사장은 “올해는 각국 보호무역주의(고관세), 저성장, 고환율 등 대내외 여건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2기가 본격 출범함에 따라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교역량 감소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PA 구성원 모두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적극 소통하면서 맡은 분야에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2025년 창립 20주년을 맞는 IPA는 인천항의 비상을 위해 힘차게 새해를 시작할 것”이라며 “인천항과 IPA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했다.

‘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작가 정여울

2004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작가 정여울은 2006년 출간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를 시작으로 최근작 ‘감수성 수업’, ‘데미안 프로젝트’까지 40권 이상 문학·예술·여행·심리학 등 주제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다. “읽기와 쓰기를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해왔다”는 작가는 “불안과 우울을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 또 한 사람의 용기 “시인은 시의 힘으로, 음악가는 음악의 힘으로, 화가는 그림의 힘으로, 엄마는 엄마의 용기로, 청년은 청년의 열정으로 이 엄혹한 민주주의의 겨울에 맞서자…그 모든 용기의 별자리들이 모여 끝내 세상을 지키는 아름다움의 바리케이드로 솟아오르리니.” 지난 12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에 관해 정 작가가 쓴 칼럼의 일부다. 작가는 이 혹독한 겨울에 맞선 시민들의 힘을 ‘별자리로 만든 바리케이드’로 표현하며 우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름다움의 근원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정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치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쓴 칼럼에서처럼 ‘2024,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시민들의 촛불, 응원봉, 행진, 노래들 속에서 찾아낸 ‘용기’ 또한 그렇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평범한 일상이 언제든 단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용기도 결국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 또한 되찾게 됐습니다.” 계엄 사태의 비참함이 있기 전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다. 특히 광주 5·18, 제주 4·3 등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투명하게 적어 내린 한강 작가의 작품과 대비된 현실은 우리를 더욱 아프게 했다. 그러나 정 작가는 역사 속 사건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는 우리들에게 과거의 고통보다는 희망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한다. “한강 작가가 광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라고 말한 대목이 정말 가슴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저는 광주가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 아무런 죄 없이 살해당하고, 폭력에 희생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또 다른 보통명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 작가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에 대한 강연 연사로 자주 만날 수 있고 본인의 작품과 관련된 강연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등단 이래 매년 2~3권의 책을 출간할 정도로 얘깃거리가 풍부한 작가다. 문학, 글쓰기 등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여행 등 ‘애호가’ 수준을 넘어선 취향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문학을 좋아했는데 미술은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음악, 문학, 미술, 여행, 그리고 심리학이 제 마음속에서 일종의 콜라주를 만들어가며 매일매일 그동안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제가 배우고 느끼고 사랑하는 것들로 일종의 ‘힐링 패키지’를 만들어 필사적으로 제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그 힘으로 ‘상처입은 치유자’가 타인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문장 이런 작가의 비전을 담은 책이 ‘감수성수업’이다. ‘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잘 느끼고 감동하는’ 삶을 살기 위해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성이라는 것은 기록함으로써 진짜 내 것이 된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일상을 장악하면서 종이에 일기를 쓴다든가 사진을 인화하는 아날로그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어떤 격렬한 감정을 느끼고도 그 기억을 소중히 저장하지 않게 돼 버렸죠. 저 역시 읽고 쓰기가 직업임에도 어떤 때는 너무 피로하고 힘들어 기록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여지없이 그 좋은 감성이 날아가 버리고 기억조차 희미해져 버려요. 감성을 기록하는 것, 그때그때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들의 감수성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해 ‘문장’으로 반드시 기록하려고 노력합니다.” 정 작가가 문장으로 기록하는 영역은 넓고도 깊다. 작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많은 글과 이야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저는 아주 힘든 날에도, 우울하거나 슬픈 날에도, 읽기와 쓰기만은 멈추기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저에게 읽기와 쓰기는 불안과 우울을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미술과 문학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길도 정 작가에겐 새로운 영감이 된다.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때의 느낌, 그것 자체가 새로운 글감이고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상은 여행이 되고 여행은 일상이 되는 삶을 살며 다양한 주제를 모아 성실하게 글로 풀어낸다. 한편 지난 2024년 11월 11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제8회 서점의날 기념식’에서 정 작가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이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정 작가는 “계속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용기와 응원을 선물받은 느낌”이라며 또 다른 분야에 대한 여러 구상을 전했다. “미술과 음악에 대한 글을 새롭게 써볼 생각이고 제가 사랑하는 어떤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글도 써보고 싶습니다. 억압받고 차별당하면서도 결코 용기를 잃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정 작가는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읽는 것에서도 큰 치유를 얻는다고 말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의 ‘기억, 꿈, 사상’,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김서영의 ‘내 무의식의 방’ 등 네 작가의 작품은 항상 곁에 두고 지낸다고. 정 작가는 이들의 글을 통해 응원을 받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용기, 나도 어렵지만 그래도 더 어려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배웠다. “독자들도 너무 아프고 외로운 순간, 책 속의 문장이 힘이 돼 주고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순간이 있길 바랍니다. 책 속의 문장이 항상 내 마음속에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끊이지 않고 상영된다면 우리는 힘들 때마다 그 마음속 영화관에 앉아 아름다운 문장의 힘을 꺼내보며 지친 영혼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의 책이 그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책과 재즈, 대화가 있는 곳... 문턱낮은 '카페서점 마을회관'

카페서점 마을회관 독립서점이 좋은 이유는 대형서점과 달리 특정 분야의 책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카페서점 마을회관’은 철학과 인문학 분야 책을 한곳에 모아 지역의 관심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공간을 꾸몄다. 책과 음악 토론이 있는 곳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음악과 종교철학을 공부한 윤요한 대표는 사이사이 방문한 유럽에서 받은 영향과 유학 경험을 토대로 오래전부터 이런 공간을 꿈꿨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내는 동안 자본주의적 가치에서 벗어난 환대와 소통이 있는 공간들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웃 간에 자유롭게 문을 열고 왕래하던 쿠바 사람들의 모습이 큰 영감을 줬습니다.” 카페서점 마을회관은 2019년 문을 열 당시엔 동천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2층은 사무실이나 병원, 식당이 주를 이루는 이곳에 서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방문객들에겐 신선함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외부와 차단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유입되는 것 같은 분위기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인근에서 문화공간으로 이용되던 카페 ‘마이너 스윙’ 자리로 옮겨 카페와 서점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독립서점과 문화 공간이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페라는 형태가 책과 한 발 가까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1층은 카페, 2층은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 오시면 책과 음악, 토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화가 있는 환대의 공간 카페서점 마을회관은 들이는 책의 80% 이상을 철학·미학·인문학 분야로 꾸미고 있다. 서점 방문객들의 소통을 위해 오픈 초기부터 글쓰기 모임, 시 모임, 주말 독서회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6개월 동안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함께 읽은 기억은 윤씨에게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곳으로 서점을 옮기면서 서점 방문객도 다양해지고 공간 활용도도 높아졌습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재즈 콘서트를 열고 있고 일요일은 격주로 문학과 사회 비판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요. 원하면 독서모임 공간도 지원해 드리고요.” 윤씨가 미국과 유럽의 여러 공간에서 느꼈던 ‘환대’는 이 서점의 주요 키워드다. 오는 분들이 즐겁고 편하게 쉬다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지역 기반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그야말로 ‘마을회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윤씨를 ‘이장님’으로 부르기도 한다. “새해에는 디트리히 본회퍼, 자크 라캉, 만해 한용운 등 3대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 서가를 꾸미고 월 1회 대화를 갖고자 합니다. 미술, 음악 등 예술 활동 수업도 오픈할 예정이고 정기적으로 진행될 낭독회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카페 혹은 서점으로 한정된 공간이 아닌 그야말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차도 마시고 책도 읽다 가실 수 있도록 언제나 환대하겠습니다.”

용인 남사도서관, 공원과 호수를 벗삼아 책과 휴식을 마주하다

지난해 경기도가 선정한 우수도서관 중 용인시 공공도서관 6곳이 선정됐다. 그중 2018년 개관한 남사도서관은 이듬해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곳으로 공간감이 극대화된 곳이다. 공원과 호수, 책과 휴식이 있는 남사도서관은 인근 주민들에게 ‘도세권’의 자부심이 돼 주는 곳이다. 용인, 2024 우수 공공도서관 6곳 선정 경기도는 지난해 6월 도내 31개 시·군의 283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장서의 충실성, 관장의 전문성, 공간·시설 혁신, 독서문화진흥 우수사례 등 12개 항목을 토대로 우수도서관 1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 구성, 기흥, 남사, 모현, 보라, 이동꿈틀 등 용인시 공공도서관 6곳이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됐다. 용인시 공공도서관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상호대차 서비스를 주5회로 확대하고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 시행 등 다양한 독서 진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도서 이용 편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감한 장서 확충에 투자하는 등 시민 중심의 도서관 운영과 정책은 6년 연속 경기도 도서 대출 1위 도시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용인시 내 20개의 공공도서관 중 처인구에 위치한 남사도서관은 2018년 개관 당시 기존 도서관에서 보기 드문 통합형 개방 공간을 조성해 층별 경계를 없애고 층고를 높여 공간감을 극대화한 건물로 주목받아 2019년 제24회 경기도건축문화상을 수상했다. 연면적 3천382㎡, 지하 1층(보존서고), 지상 2층의 건물은 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미디어창작실, 디지털자료실, 다목적실, 휴게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반도서 5만1천864권, 아동도서 3만2천511권, 원서 등 기타 도서 5천474권 등 총 8만9천84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남사도서관은 처인구 남사읍 남사화훼단지가 지역 대표 산업임을 고려해 ‘원예’ 특화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원예 특화 도서 857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원예특화 북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며 도서관 내 모든 식물을 남사화훼단지를 통해 구매하는 등 다양한 식물을 활용해 열람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화 주제와 관련된 프로그램 운영 시 강사 초빙 및 재료 구입도 남사화훼단지와 연계해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예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화훼업체와 장애인복지시설, 남사도서관이 협업해 진행하는 ‘원예치유수업’이 있다. 화훼업체에서 수업에 필요한 원예 재료를 지원받고 독서를 연계해 장애인들의 심리를 치료하는 독서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비장애인 시민들이 오래 키울 수 있는 반려식물을 직접 식재하고 독서도 하는 ‘반려식물 돌봄교실’, 유아 및 초등학생들을 위해 수업시간마다 원예 도서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식물을 택해 직접 심어보는 ‘독서원예’, 그 외 셀프씨앗심기, 꽃꽂이 동아리,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산체험(트레킹) 및 남사텃밭 가꾸기도 예정돼 있다. 지역 특징 살린 ‘원예’ 특화 도서관 남사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기본인 장서의 충실성 확보를 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주제별로 장서를 구성하고 자료 유형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원예 특화도서 수집은 남사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징 중 하나다. 한편 우수한 자료를 구비하는 것만큼 이용 활성화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공공도서관의 또 다른 숙명이자 과제다. 남사도서관은 매월 용인시 사서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로 큐레이션한 도서를 전시하는 ‘책으로(路) 채움’ 코너와 도서관의 특화 주제를 활용한 ‘원예특화 북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책으로(路) 채움’ 코너는 사서들이 책을 선정한 후 직접 작성한 소개 문구가 함께 전시돼 있어 이용객들의 눈길을 끈다. 또 매년 시민들이 투표로 직접 선정한 ‘올해의 책’ 서가를 운영하고 분기별로 ‘베스트셀러 고정서가’를 운영해 상시 대출 중인 인기 도서를 남사도서관에서는 언제든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남사도서관에서는 취침 전 독서문화 조성을 위한 ‘잠자리 독서(Bedtime Reading)’ 책 꾸러미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잠자리 독서 책 꾸러미 대출 서비스는 부모 및 보호자가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읽어 주기 좋은 도서를 꾸러미로 대출하는 서비스로 0~6개월, 6~12개월, 12~24개월, 24~36개월 등 아이의 월령별로 총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총 30개의 꾸러미가 1층 어린이자료실 내 영유아열람실에 상시 비치돼 있어 ‘책 육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남사지역은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이전에는 전통적인 농촌지역으로 교육·문화 접근성이 낮았다. 몇 년 전부터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가 진행돼 인구가 증가하면서 남사도서관은 책을 읽는 장소 이상의 의미 있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 창작실은 PC, 카메라, 녹음 및 음향 장비, 영상편집 프로그램, 조명 장비, 크로마키 등 전문적인 미디어 제작 장비를 갖추고 있어 영상 촬영 및 편집 등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공간이다. 용인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관해 실습할 수 있고 영상편집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디어 제작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용인시민들이 1인 크리에이터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용인시에는 남사도서관을 포함해 2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특화 주제와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점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바로대출제’, 원하는 책을 구입해 주는 ‘희망도서서비스’, 365일 이용 가능한 ‘스마트도서관’, 원하는 도서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통합상호대차서비스’, 매월 마지막 주 대출권수 두 배 확대 등 이용자 편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독서 진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용인 남사도서관 주소: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한숲로 61 주중: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정기휴무)

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인데 1년에 책 한 권은 읽어야지 [설 특집]

새해 목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인데 1년에 책 한 권은 읽어야지 지난해 발표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새해 다짐 중 ‘독서’는 빠지지 않는 목표인데 독서율은 물론이고 도서구매율도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과 젊은 세대 사이 ‘책 읽는 것은 멋지다’는 유행이 일고 있어 그 시류에 편승하며 2025년에도 또 한 번 ‘독서’를 다짐해 본다. ■ 책 읽는 문화, 텍스트힙 지난해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출판업계의 호황으로 이어졌다. 역대 최단기간인 엿새 만에 100만 부 이상 판매로 이어졌고 지난해 10월~11월 중순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중 절반 이상이 한강 작가의 작품이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일주일간 한강 작가 작품 외에도 국내 도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고 특히 소설, 시, 희곡 등 문학도서 판매량이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 전부터 젊은 세대 내에서는 ‘글을 읽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의 텍스트힙(Text hip)이 유행하며 책 읽기 붐이 일고 있었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독서율은 각각 74.5%, 68.0%로 성인 종합독서율 4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관람객 넷 중 3명이 MZ세대였다. 텍스트힙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존에 책(Book)과 바캉스(Vacance)를 엮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북캉스족도 덩달아 늘고 있다. 여행 가서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각 대형 및 온라인 서점은 물론이고 여행업계에서도 ‘북캉스 패키지’를 만들어 젊은 세대의 ‘책 유행’을 독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마저 SNS 과시용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 독립서점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느는 것 자체가 환영할 일”이라며 반겼다. 그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고 어떤 면에서든 책을 좋아하는 것부터 독서의 시작”이라며 “손에 쥐고, 가방에 넣고 다니다 보면 한 줄이라도 읽게 되고 그렇게 책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이용하는 온라인 미디어 ‘어피티’가 MZ세대 1천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로 분류되는 연령의 최근 3개월간 1인당 평균 독서량은 5.62권이었다. 응답자들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로 ‘여가 및 취미 활동’으로 꼽았고 ‘자기계발 및 성장’, ‘지식 습득’, ‘스트레스 해소’, ‘학업 또는 업무 관련’ 순으로 나타났다. 이 세대가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소설’(48.9%)이 차지했고 자기계발서(16.9%), 비즈니스·경제서(15.8%), 에세이(10.2%), 학술서적(3.8%) 순이었다. 독서율과 관련해 설문에 참여한 30.7%가 ‘독서 친화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특히 최근 걸그룹 멤버의 책 읽는 모습을 따라 하는 등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는 답변도 있었다. ■ 10명 중 6명…1년간 책 한 권도 안 읽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한편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이는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로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했다. 1994년 독서실태조사 실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해 4월 18일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비독자의 독자 전환과 책 친화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한 이번 계획은 2028년까지 성인의 종합독서율을 50.0%로 설정하고 3.9권이던 독서량을 7.5권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아울러 독서의 유용성을 인식하는 지표는 독서 가치 재발견 등 다각화된 정책을 통해 2023년 67.3%에서 2028년 75.0%까지 높일 계획이다.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율과 독서량, 구입량 등 독서 지표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여가생활에서 독서에 대한 선호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검색의 생활화, 동영상 시청 등 정보 습득 경로의 다양화, 디지털 매체·콘텐츠 이용 비중 증가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 전자책 독서율 증가 등 긍정적 변화도 관찰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노년층 종합독서율이 15.7%로 2021년 23.8%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20대는 2021년 대비 3.6%포인트 감소한 74.5%로 나타났고 30대와 40대 종합독서율은 각각 68.0%, 47.9%였다. 소득에 따른 독서율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독서율은 54.7%였으나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경우 독서율은 9.8%에 불과했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 3.9권 중 특히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그쳤다. 도서 구입량도 종이책이 1.0권인 데 비해 전자책이 1.2권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독서 장애 요인으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 순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생 종합독서율은 95.8%로 2021년 대비 4.4%포인트 상승했고 연간 종합독서량은 36.0권으로 같은 기간 1.6권 더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에 쓰는 시간은 평일 하루 평균 82.6분, 휴일에는 89.0분으로 집계됐다. ‘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 학생이 85.4%, ‘독서모임 등 독서 활동을 경험했다’는 학생은 52.3%였다. ■ 국민의 ‘독서권’ 보장해야 한편 지난해 5월 9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주최로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의 핵심 화두는 문체부의 2023년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 조치였다. 지역 서점의 문화 활동 지원, 출판사 대상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등 관련 예산 60억원가량을 모두 삭감한 것과 관련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중앙정부 차원의 독서진흥 정책과 예산이 한순간 증발해 도서업계의 후유증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가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 대해선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하기 위한 독서 친화적 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며 “그러나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문체부 내 독서진흥과(가칭)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문체부에는 출판인쇄독서진흥과에서 독서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이 독서정책을 담당할 뿐 실제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조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독서정책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한국독서문화진흥원(가칭) 설립, 국민 모두에게 1년에 책 1권을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국민 독서수당 지급 등 실질적인 독서 진흥안이 제안됐다.

요즘은 봉사도 ‘맞춤형’... 같이 읽고, 함께 즐거운 낭독·점자 봉사

금전 등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자원봉사’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 분야를 검색할 수 있는 ‘자원봉사 포털’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제작에 참여하는 봉사 등 다양한 자원봉사의 세계를 소개한다. ■ 봉사도 ‘맞춤형 자원봉사’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겨울이 되면 너나없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다. 연말연시에 행하는 나눔과 봉사도 좋지만 일상에서 봉사를 실천할 순 없을까. 아주 작은 불편을 감수하면 혼자 혹은 함께 모여 봉사하고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봉사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마음뿐이던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싶은데 막상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내게 꼭 맞는 ‘맞춤형 자원봉사’를 검색할 수 있는 ‘1365자원봉사포털’를 둘러보자. 행정안전부 산하 단체 (재)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246개의 전국자원봉사 센터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지역, 분야 등 자신의 조건에 맞는 자원봉사를 조회할 수 있다.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상세 정보를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어 시간과 에너지 낭비 없이 마음 먹은 대로 봉사를 실천할 수 있다. 청소년·어르신 돌봄, 환경정화 활동, 특정 행사 보조 자원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날짜와 시간대, 인정시간도 자세히 표기돼 있어 봉사활동 인증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도 적합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체육자원봉사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문화품앗이’는 문화체육자원봉사의 수요·공급 연결시스템이다. 문화·체육 분야의 시설 및 단체 등은 봉사자를 모집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개인, 동호회, 전문가들은 봉사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문화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소개된 봉사는 단순히 기존의 자원봉사 외에도 문화 행사를 관람·체험할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어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이 많다. 한편 지난 10월 부산에서는 ‘인류의 힘, 자원봉사를 통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가 4일간 열렸다.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이 행사는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원봉사 국제행사로 격년으로 개최된다. 전 세계 94개국 1천400여명의 자원봉사 관계자가 참여했으며 인류의 위기에서 자원봉사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과 자원봉사의 역할에 대한 기조강연, 토론회, 세미나, 전시체험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유엔이 정한 ‘2026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를 앞두고 자원봉사의 중요성과 인식을 높이기 위한 공론의 장이 됐다는 평이다. ■ 귀로 듣고, 손끝으로 읽는 도서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각장애인 수는 25만767명이며 그중 경기도가 5만4천9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시·군별 통계로는 수원(4천513명), 고양(4천172명), 부천(3천568명), 용인(3천480명) 순으로 시각장애인 인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지위 향상과 완전한 사회 참여를 위해 설립됐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는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과 북부 점자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도서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원봉사가 1년 내내 진행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도서는 음성도서와 점자도서로 구분된다. 두 종류의 도서를 제작하는 데 선행돼야 할 작업은 기존의 책을 일정 규칙에 맞게 워드로 타이핑하는 일이다. 음성도서는 낭독봉사자가 직접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어 녹음하는 방식과 텍스트 파일을 음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소리로 변화하는 방식이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저희 연합회는 낭독봉사에 지원한 분들에 한해 기본교육 1회를 진행한 후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다”며 “낭독봉사자는 결원이 생길 때마다 모집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신규 낭독봉사자를 선발했다”고 소개했다. 3년 만에 진행된 신규 낭독봉사자 모집에 18명이 지원했고 3명이 선발됐다. 현재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낭독봉사자는 총 30명으로 10명씩 조를 이뤄 3개조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 도서 외에 1년에 네 번 발행하는 소리소식지 등을 녹음한다. 봉사자들은 짧게는 4~5년, 길게는 15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봉사자 대부분 직업이 있는 분들로 책 1권을 녹음하는 데 2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낭독봉사가 목소리가 좋고 글만 잘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있으나 장단음 표현, 정확한 발음과 등장인물에 따른 약간의 연기력 등이 필요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래에는 개인 녹음장비 보유 등 녹음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봉사자들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녹음을 한 후 파일을 도서관에 전달하고 있다. 한 권을 한 번에 녹음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한 후 녹음해야 들을 때 이질감이 없다. 한편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은 음성도서 외에 점자도서도 있다. 비장애인이 종이책과 E-Book 등 취향에 따라 책을 선정하듯 시각장애인도 취향에 따라 도서를 고른다. 점자 도서를 만드는 첫 번째 과정도 음성 도서와 같이 텍스트를 워드로 입력하는 ‘입력봉사’ 작업이다. 입력봉사자들은 일반 활자도서를 텍스트로 입력하는데 이때 점역을 위해 정해진 교정규칙에 맞게 특수기호를 입력해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특수기호의 경우 점자로 변환할 수 있는 기호가 한정돼 있다”며 “제한된 특수기호 안에서 선택해 입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도서에서 글씨 크기, 굵기, 밑줄 등으로 텍스트마다 강조하거나 차이를 주는 부분을 점자책에선 들여쓰기로 표현한다. 대제목의 경우 들여쓰기 여섯 번, 소제목은 들여쓰기 몇 번 등 점자책만의 규칙과 약속이 있는 것. 관계자는 “점자도서를 위한 텍스트 입력이 익숙한 분들은 들여쓰기 등을 반영해 해주시고 초보 봉사자들은 텍스트만 입력하고 넘긴다”며 “능숙한 봉사자들이 1차 교열을 거쳐 점역에 필요한 규칙을 확인하고 오타 검수 등 크로스 체크를 거친다”고 말했다. 점자도서 역시 1권의 책을 제작하는 데 2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며 과정도 간단치 않다. 입력봉사의 경우 기업의 사회공헌팀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으나 입력물과 결과물이 비례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에서 제작 감당이 가능한 만큼만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의 총 장서량은 1만2천312권으로 점자도서 2천476권, 녹음도서 3천526권, 오디오북 2천567권, 화면해설영화 163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도서에 비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음성·점자도서는 신간 등 도서관 이용자가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도 바로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은 연간 100권 제작을 목표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정보이용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유아부터 초등생까지...연령대별 분화,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 [공간의재발견]

인천 서구에 위치한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서구청이 건립하고 인천시교육청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연령대별 분화된 자료를 구비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여기도록 조성하고 있으며 성인 독자를 위한 비대면 독서 프로그램 운영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 구청이 만들고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 어린이도서관은 11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공도서관 수가 지난해 기준 1천271개인 것과 비교하면 10% 남짓한 비율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 그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2021년 개관한 인천 서구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서구청이 건립하고 인천시교육청이 위탁 운영하는 어린이전문도서관이다. 구청과 교육청이 연계하고 협업해 탄생한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크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놀이마루, 영유아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동아리실, 프로그램실, 옥상정원 등을 갖추고 있는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보다 분화된 연령별 자료를 구성해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 시설 중 다른 도서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놀이마루’가 있다는 점이다. 취학 전 영유아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공간은 말 그대로 미취학 아동과 보호자가 도서관에서 놀고 쉬면서 공간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배려한 주민복지 공간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넷째 주 월요일 아침에 다음 달 사용 신청을 받고 있으며 평일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80분씩 6회 운영된다. ■ 성인 이용객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도서관으로 한정되지 않기 위해 성인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저자 혹은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SNS로 함께 읽기’는 성인 이용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달 선정된 도서를 도서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후 시민들의 참여를 접수한다. 독서 참여 및 확인을 위해 인상 깊은 부분을 발췌하거나 서평 및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 매달 수요일 저녁 예술, 문학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는 수요인문학 강의도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성인 대상 인문학 강의는 모두 비대면으로 야간에 운영돼 인근 직장인들이나 원거리 거주자들이 편하게 참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용자 배려 프로그램 구성은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이 위치한 인천 서구가 구도심인 가좌동부터 신도시인 청라와 검단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서구 내 이동에도 편도 1시간이 걸릴 정도로 이동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착안해 비대면·야간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과 서구도서관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 가족 모두 책과 친해지기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과 서구도서관도 출산율 감소, 인구절벽 시대에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태어난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 만큼이나 임산부를 위한 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내년부터 ‘임산부와 태중 아기를 위한 아기마중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서구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동네산책 프로젝트 ‘읽걷쓰 도장찍기 여행’을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에서도 연계해 ‘어린이를 위한 읽걷쓰’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읽고, 걷고, 쓰는 책 동네산책’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자료실에서 나눠준 읽걷쓰 활동지를 기반으로 독서를 한 후 감상문을 쓰고 가족과 동네를 걸으며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젝트다. 활동지에 기록한 읽걷쓰 내용을 기한 내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증정하며 어린이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참여가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서구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이 어린이 독자를 위한 그림책을 선별해 직접 연출·제작한 ‘그림책 읽어주는 사서’도 흥미롭다. SNS 등을 통해 영상으로도 접할 수 있으며 기존의 그림책 외에도 서구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뚝딱뚝딱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글과 그림을 활용해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됐다.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 주소 : 인천 서구 건지로334번길 45 운영시간 : 평일(월~목): 오전 9시~오후 6시(종합자료실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 휴관일 : 정기휴관일 매주 금요일

겨울철 불청객 심뇌혈관질환, ‘체온 유지’가 관건

지난달 7일 겨울의 시작인 입동을 지나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다. 평년에 비해 높은 기온을 유지하던 가을 날씨가 하루 아침에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고 있다. 겨울철에 자주 발병하는 심뇌혈관질환 예방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 심뇌혈관질환 사망, 12~2월 가장 많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이 각각 사망원인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혈관질환은 특히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온이 낮아지는 10월부터 주의가 요구된다. 심뇌혈관질환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장과 뇌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근경색증, 협심증, 심부전증 같은 심장질환과 뇌졸중(뇌경색·뇌출혈) 같은 뇌혈관질환이 포함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선행질환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심뇌혈관질환 발생률 증가 원인으로는 급속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꼽힌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과체중, 흡연 등 개인의 위험요인 외에 기온 변화도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관은 기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한다. 이 과정은 심장과 뇌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이나 지속적인 한파를 보이는 겨울철에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 겨울철 찬 공기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말초동맥 수축, 혈압 상승, 심박수 증가의 원인이 된다. 이는 심장에 부담으로 이어지고 낮아진 체온은 혈소판을 활성화시키며 혈액의 점도를 높여 혈전(피딱지) 형성을 촉진한다. 혈전이 혈관을 막거나 혈관 자체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약해지면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12월부터 2월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달이다. 특히 고령자나 과거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 만성질환자는 혈압 조절 능력이 떨어져 체온 유지 등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한다. 따라서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얇은 옷을 여러 겹 챙겨 입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추운 날씨 탓에 외부 활동이 어려운 경우엔 실내운동을 꾸준히 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따뜻한 음료를 섭취하는 것도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혈압이나 당뇨 등 선행질환자는 평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심뇌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높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후유증이 남는다. 발병 후 부담이 큰 질환인 만큼 예방과 초기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심뇌혈관질환 중 발생률이 높은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증상과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심근경색증 조기 증상으로는 ▲가슴에 심한 통증이나 압박감, 짓누르는 느낌 ▲턱, 목, 어깨, 왼쪽 팔 등에 느껴지는 통증이나 불편감 ▲갑자기 숨이 찰 때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 ▲의식 혼돈 상태 등이다. 한편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면서(뇌출혈) 그 근처의 뇌가 손상돼 신체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졸중 조기 증상으로는 ▲한쪽 얼굴, 팔, 다리에 힘이 빠짐 ▲말이 어눌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함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양쪽 눈 시야의 반이 보이지 않음, 물체가 두 개로 보임 ▲갑자기 어지럽거나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듦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 등이다.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은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증상 발생을 빠르게 파악하고 치료를 받으면 사망 위험과 후유장애를 줄이는 등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평소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조기 증상을 기억해 뒀다가 증상이 의심되면 즉각 병원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뇌졸중의 경우 간혹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더라도 재발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 질병관리청은 2022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생활수칙을 제시하고자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을 10여년 만에 개정했다. 1.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2.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습니다. 3. 적당량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짜지 않게 먹고 통곡물, 채소, 콩, 생선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4. 규칙적으로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고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을 줄입니다. 5. 적정한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합니다. 6.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7.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합니다. 8.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물치료 등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꾸준히 받습니다. 9. 뇌졸중 심근경색증의 응급 증상을 미리 알아두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119를 부릅니다.

"정리, 잘 비운 공간에 새 삶을 담는 용기"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 [인터뷰]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씨는 “인생에서 인맥, 시간, 생각 등 정리할 게 참 많은데 그중 물건 정리가 제일 쉽지 않냐”고 되묻는다. 그깟 물건 큰 의미 부여하지 말고 과감하게 버리라는 것. “정리는 진짜 좋아하는 물건을 남기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 비움은 버림이 아닌 남김의 과정 2020년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자 사람들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배달음식, OTT 등 집에서 즐길거리를 찾아 자발적으로 집순이, 집돌이가 된 것인데 가만히 집을 둘러보니 쌓여 있는 옷가지, 정리해야 할 방구석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꿰뚫기라도 하듯 등장한 TV 프로그램이 ‘신박한 정리’였다. 안 쓰는 물건이 잔뜩 적재돼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던 집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우리 집도, 내 방도 저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했다. 이 프로그램의 중심엔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씨가 있었다. 대구를 근거지로 활동하며 인테리어와 정리를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는 2019년부터 자신이 작업한 공간의 비포&에프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공간과 정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노하우를 나눴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보니 어느새 30대 후반이 됐더라고요. 문득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는데 ‘정리’였습니다. 정리라는 건 원래 타고난 기질이 좀 필요한 분야인데 미술을 하신 아버지 덕에 미감을 갖고 있었고 어려서부터 학급 미화를 도맡을 정도로 한정된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배치하는 걸 잘하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래서 정리를 인생의 전공 삼아 뛰어든 것이죠.” 꾸준히 올린 유튜브 콘텐츠를 본 TV 제작진은 ‘정리’를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그렇게 ‘신박한 정리’가 탄생했다. 정리를 의뢰한 사람들은 새롭게 바뀐 공간을 보며 대부분 뭉클해하고 상처가 치유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그냥 사는 일은 없습니다. 예쁘게 입고 싶어 옷을 사고, 무언가 배우고 싶은 마음에 책을 사죠. 맛있는 음식을 담아낼 것을 상상하며 그릇을 사고요. 그런데 대부분 공간의 여력이 안 돼 못하죠. 제가 생각하는 공간 컨설팅은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정리는 무조건 비우고 버릴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씨는 “공간을 비우는 것은 버리기 위함이 아닌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정리는 잘 비운 공간에 새 삶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저희 회사명이 ‘새 삶’인데 풀어 읽으면 ‘새 사람’입니다. 정리를 통해 새 삶을 얻고 새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 담긴 이름이에요. 정리는 일이 안 풀리거나 현실을 타파하는 데 가장 쉬우면서도 돈 안 드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지금이라도 집의 한 부분을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송구영신’이 연말연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집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 그중 두꺼운 전공서적부터 버릴 것을 권했다. “추억과 경험이 서려 있어서인지 의외로 전공서적을 끌어안고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더 늦기 전에 올해는 꼭 버리시길 권하고요. 주방 서랍에 있는 일회용 숟가락, 나무젓가락도 아까워 말고 버리세요. 좀 더 효과적인 정리를 원하는 분들껜 신발장 근처에 쌓인 택배 상자를 시작으로 출입구를 정리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너무 넓은 구역이 아니면서도 드나드는 공간이라서 정리의 효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정리왕’ 되기 이씨는 최근 정리를 주제로 한 동기 부여 강연자로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정리에 대한 대단한 기술보다 정리할 수 있는 힘과 용기,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을 주는 것인데 공간 정리는 곧 인생 정리이기도 하다. “제 유튜브 채널명이 ‘정리왕’인데 저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정리를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인생에서 인맥, 시간, 생각 등 정리할 게 참 많은데 이 모든 정리의 과정은 다 똑같아요. 우선 내게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하다고 여겨 남긴 것을 정돈하면 돼요. 잘 비우고 언제든 찾을 수 있게 제자리에 두는 ‘정리 정돈’이 핵심입니다. 정리 정돈된 환경에서 삶을 누리다 보면 편안함을 느끼고 그러면 좋은 공간을 더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에 정리를 즐기게 됩니다.” 이씨는 단적인 예로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알람을 맞춰 놓고 한 주 동안 찍은 사진, 새롭게 저장한 연락처 등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순간 필요에 의해 찍거나 캡처해 놓은 사진을 그때그때 지우고 연락처를 훑어보며 지울 사람은 지우고, 잊고 있던 사람에겐 문득 연락을 하기도 한다고. 그렇게 매주 10분의 시간을 투자해 휴대폰을 정리하고 매년 꼭 남겨 두고 싶은 사진을 인화해 포토북을 만든다. 기록은 휴대폰 안에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있는 수천, 수만 장의 사진을 끌어안고 사느라 묵은 휴대폰을 못 버리고, 그러다 보면 휴대폰 충전기도 종류별로 갖고 있게 돼요. 그게 다 짐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은 사진은 1년 치 앨범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그 외의 필요한 자료는 매년 외장하드로 남겨둘 것을 권합니다. 무조건 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잘 남기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씨는 수많은 정리 정돈 사례를 접하며 정리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정리를 잘하고 싶어 하는지, 얼마만큼 정리를 어려워하는지도 알게 됐다. 이씨는 어린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경제 개념을 심어주는 것만큼 정리 역시 잘 살기 위해 꼭 익혀야 할 분야라고 말한다. “부모들에겐 정리보다 영어교육이 우선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정리는 윤택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거든요. 전문가처럼 대단한 정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정리 방법을 가르치고 정돈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을 알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씨는 자신의 유치원 교사 경력과 정리 교육을 접목한 어린이 대상 정리 교육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아이들이 타요버스로 교통안전을 배우고 종이접기 선생님과 소통하듯이 놀이처럼 재미있는 정리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남녀노소 즐거운 정리문화를 전파하고 싶다고. “공간 크리에이터가 된 이후로 매년 가장 바쁜 시기가 연말입니다. 그런데 정리는 삶이거든요. 매일매일 조금씩 나를 돌봐야 1년 치 짐이 밀리지 않아요.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턴 매일 정리하는 삶을 사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