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 뒤에 숨겨진 마케팅 이야기... '밸런타인데이' 핑크빛 내막

정신없이 연말연시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상점들은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노린 초콜릿들과 핑크빛으로 물든다.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이 핑크빛의 내막을 알고 보면 로마 연인들의 수호성인부터 영국 제과업계의 마케팅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조셉피초콜릿 제공
조셉피초콜릿 제공

 

연인들의 수호성인, 성 발렌티노

로마 제국의 제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로마의 이교도로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던 인물이다. 또 클라우디우스가 집권하던 시기를 기점으로 군사력이 곧 로마 황제를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군인에 대한 통제가 엄격해졌다. 클라우디우스는 특히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을 막기 위해 금혼령을 내렸고 어떤 종교의 지도자든 결혼식을 집전하고 축복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금혼령을 어기고 혼인하려는 청년들을 도와 결혼식을 주례한 인물이 사제 발렌티노(Valentino)다. 이 소식을 들은 클라우디우스는 발렌티노 신부를 잡아 들여 자신이 믿는 신을 강요하며 개종할 것을 명령했지만 발렌티노는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후 로마의 젊은이들은 사랑을 고백하는 카드를 써서 발렌티노 성인의 동상 앞에 놓고 기도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2월 14일은 성 발렌티노가 순교한 날로 그의 죽음을 기리던 ‘Saint Valentine’s Day’가 오늘날 밸런타인데이로 변모했다.

 

영국에서 비롯된 초콜릿 나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행위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의견은 분분하지만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많다.

 

이전까지 고급스럽고 흔치 않은 음식이었던 초콜릿이 본격적으로 대량생산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1861년 영국의 초콜릿 브랜드 캐드버리사가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해 광고하는 마케팅을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그전까지 꽃, 향수, 와인 등 작은 선물을 주고받던 문화에 캐드버리사가 달콤한 초콜릿에 상징성을 부여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서양 문화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일본의 것이고 일본으로부터 전파된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로 칭하며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은 여성이 남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일본 제과회사가 영국의 마케팅을 흉내낸 것이 맞다.

 

유행 없이 고유의 맛 그대로

맛있는 초콜릿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무엇일까. 수제 초콜릿 업체 ‘조셉피 초콜릿’의 박현준 대표는 ‘가나슈 유화 과정’을 꼽았다. 가나슈는 생크림, 액체류 재료 등 물 성분과 코코아버터, 견과류, 버터 등이 지닌 기름 성분이 섞인 혼합물을 말한다. 액체류 재료와 기름 성분이 적절한 비율과 스킬로 섞였을 때 최상의 초콜릿 맛을 낼 수 있다.

 

박 대표는 “기름과 물이 결합되는 유화 과정은 초콜릿이 가진 코코아버터 성분과 에스프레소·과일 퓨레 등 액체류 부자재가 얼마만큼 잘 섞이느냐에 따라 풍미와 질감이 달라진다”며 “생크림이나 물의 비율이 높을수록 부드럽지만 너무 많으면 묽어지고 초콜릿이나 그밖의 단단한 재료가 많아지면 꾸덕함을 넘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재료와 좋은 비율을 준비해도 초콜릿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집약되는 과정이 유화”라고 덧붙였다.

2015년 캐나다에서 처음 초콜릿숍에서 일할 기회를 얻으며 초콜릿과의 인연을 맺은 박 대표는 2017년 호주로 옮겨 2019년까지 초콜릿 숍에서 일했고 2022년 자신의 이름을 건 조셉피 초콜릿을 안양에 오픈했다. 박현준 대표는 우리나라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소비량이 급증하는 반면 해외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초콜릿을 나누는 풍경이 더 흔하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국내외 초콜릿 시장이 소비 패턴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가나슈를 부드럽게 굳혀 코코아파우더를 입힌 파베초콜릿이나 쫀쫀하게 굳혀 초콜릿을 한 번 더 코팅한 봉봉초콜릿 등 클래식한 초콜릿을 많이 찾는다”며 “디저트들 중 초콜릿이 가장 유행을 타지 않고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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