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통합하다 [전시리뷰]

한국화 분야의 대표적 원로 작가 이철주(1941~ )의 첫 회고전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이달 24일까지 진행된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변천하는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한국미술과 한국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더하다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작가 이철주가 한국화 작가로서 60여년에 걸쳐 추구해온 목표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이철주 작가의 첫 회고전 ‘꽃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는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 등 틀에 갇히지 않은 재료와 탁월한 조형의식을 다룬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960년대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추상미술을 비롯한 서구 미술의 파도와 수묵화로 대변되는 전통 고수의 강박에 강하게 노출된 세대의 미술인이었다. 작가는 수묵채색화의 학습을 거쳤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기별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스스로 변화한다. 1972년 작 ‘찬가(讚歌)’는 군무를 선보이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그린 인물화다. 묵이 아닌 커피로 그린 이 그림은 초기작이지만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더하려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작품이다. 회화 재료가 아닌 식재료인 커피를 선택한 것은 사용 과정도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그 결과도 보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통해 작가는 구습을 깨고자 했다. 한편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활발히 유입됨에 따라 국내 미술 작품이 외면받게 됐다. 작가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이 시기를 기점으로 통렬한 자기 비판을 선행한다. 이후 먹과 채색의 번짐과 퍼짐이라는 기법적인 변화에 한국적인 내용과 정서를 진하게 결합하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연화좌 위 부처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묘사된 ‘장생’은 먹과 색의 번짐에 의한 불균일한 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예적 혹은 수묵화적인 아름다움 먹의 고유한 성질이기도 한 번짐과 퍼짐을 적절히 통제하며 간결함에 집중했던 초기작에 비해 극단적인 기법 활용은 대상의 형상을 변형하고 요약하는 추상미술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취향과 작품세계의 변화는 1990년대에 들어서며 작가가 선보이는 ‘우주로부터’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 작가는 ‘우주, 땅, 하늘’ 그리고 ‘무제’ 시리즈를 통해 동양적 세계관을 작품에 녹여낸다. 그리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율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는 2010년을 전후로 ‘꽃보다 아름다워라’ 시리즈를 내놓는다. 작가는 이 세상 어떤 것도 고정불변함은 없다는 것을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과도 동그랗고 붉은 사과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깔과 형태의 변화를 겪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고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붉게 타오르던 운석도 형태를 잃어가며 미지의 우주를 담아낸다. 작가의 최근 작은 ‘꽃보다 아름다워라’라는 글씨를 종이에 쓴 뒤 이를 동일한 정사각형으로 등분해 여러 조각으로 잘라 새롭게 구성한 콜라주 하듯 붙인 것이 주를 이룬다. 여전히 먹과 한지를 재료로 하되 현대적인 조형성을 탐구하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통합하고 조화시킨 것. ‘꽃보다 아름답다’는 내적인 의미는 갖고 있지만 먹의 조형만 남은 외적 형태는 서예적인 특징과 수묵화적인 아름다움이 결합돼 있다. 전시는 이달 24일까지.

주인의 취향을 만나는 책 전시장 [우리동네 독립서점_헤엄치는 뜰]

‘헤엄치는 뜰’은 지난 8월 부천시 원미동에 문을 열었다. 서점 주인 박하영 씨는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을 전시하듯 고르고,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책을 매개로 인연을 쌓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주인의 취향을 만나는 책 전시장 부천시 원미동의 ‘헤엄치는 뜰’은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을 표방하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삶의 전환점마다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 역시 또 다른 시작과 마주한 주인장 박하영씨.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 오던 박씨는 자신이 하던 일과 독립서점 운영에서 비슷한 점을 느꼈고 아예 다른 도전이라기보다는 영역 확장으로 여기며 서점 문을 열었다. “책방이라는 공간이 주인의 취향이 묻어 나는 책을 늘어놓는 하나의 전시장처럼 느껴졌습니다. 독립서점에서 콘텐츠를 펼쳐 보이고 여러 모임을 기획하는 모습이 제가 일해 오던 방식과도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막연히 서점이라는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현한 것이죠.” 박씨는 몇 년 전부터 때로는 취미처럼 때로는 습관처럼 독립서점을 다녔다. 여행을 가도 그 지역에 있는 책방을 둘러보는 것을 일정에 넣었고 그때마다 일반적인 카테고리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책을 분류해 보여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정리된 책을 보면 책방 주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한껏 반영해 큐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서점과는 차별화된 독립서점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 혹은 내가 일하는 동네에 책방이 있다는 것은 쉬어갈 곳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 잠시 들러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박씨도 “이미 ‘동네’라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그것으로 연결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제가 독립서점을 열게 된 것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제가 부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지역과 일상을 떼어 놓을 수 없어 이곳을 택했고요. 서로의 관심사와 주제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자 다양한 사람을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 동네를 벗어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공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문을 연 ‘헤엄치는 뜰’의 책은 그동안 박씨가 좋아하던 책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 책을 모으고 읽는 것을 좋아했던 독자 박하영의 취향을 알 수 있는 큐레이션, 그런 박씨를 닮은 공간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불어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을 지향하는 만큼 커리어 전환기에 필요한 책,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독립’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책, 새로운 취미에 도전할 때 읽으면 좋을 책 등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큐레이션도 늘릴 생각이다. “앞으로 ‘헤뜰리에’라는 이름의 예술 프로그램, 예술 독서모임을 기획·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평소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어린이 독서모임도 운영해 보고 싶고요. 어떻게 하면 진행자의 일방적인 가이드가 아닌 아이들이 자유롭게 세상을 탐구하는 독서 모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삶의 단계에서 겪는 여러 변화엔 시작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시작은 누구나 두렵기에 그만큼 용기와 위로가 필요하다. 박씨는 그 여정에서 “책이 좋은 친구가 돼 준다”고 말한다. “몸에 힘을 빼고 물에서 헤엄칠 때 자유로움을 느끼듯 ‘헤엄치는 뜰’을 방문하는 분들이 책방을 유영하며 자신 앞에 주어진 세상을 탐색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찾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나만의 ‘만화아지트’가 돼 주는 곳⋯ 부천오정도서관 [공간의 재발견]

부천시에서는 매년 만화축제와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런 문화적 노하우를 인정받아 2017년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인정됐으며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며 도서관별 특화 주제를 뚜렷이 갖고 있다. ‘만화’가 특화주제인 오정도서관은 전체 장서량의 14%에 달하는 도서가 만화책 정도로 대표적인 만화도서관이다. 전체 장서량의 14%가 만화책 부천시는 ‘만화’라는 주요 콘텐츠를 갖고 있는 도시다. 올해로 27회를 맞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이달 3일부터 나흘간 열리며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이달 25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2017년 동아시아 지역 최초이자 세계에서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된 바 있는 부천시는 오랜 기간 축적된 ‘만화 도시’의 노하우와 문화 사업·교육·도서관·시민 역량이 결집된 노하우를 유네스코 네트워크로부터 인증받았다. 부천오정도서관은 부천의 11번째 도서관이다. 부천시는 2016년 행정체제 개편으로 책임읍면동제를 실시하며 일반구제를 폐지했는데 오정구청으로 사용되던 유휴공간에 ‘오정어울마당’을 조성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이 공간은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노인복지관, 생활문화센터 등 공공기관이 입주했으며 2024년 현재 행정체제 재개편으로 구청이 부활해 청사 공간 재배치 등을 거쳐 도서관과 여러 기관이 공존하고 있다. 부천시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오정도서관이 위치한 권역은 원도심으로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고 있던 지역이었기에 공공도서관 건립은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었다. 별도의 부지를 설정해 오정도서관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던 부천시는 오정구청을 공간을 활용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과 기간을 대폭 절감하게 됐다. 2017년 4월 개관한 오정도서관은 올해로 개관 7년을 맞았다. 연면적 2천147㎡로 오정구청 청사 1층과 2층 일부를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공간 조성 등 시작 단계부터 직원들이 참여해 다른 도서관과 차별화를 실현했다. ‘만화도시’라는 부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서 북카페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개관 초기인 2017년부터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방문객 28만명이라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으며 이용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도서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평균 95%로 높게 나온 것도 오정도서관이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서관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만의 ‘만화아지트’가 돼 주는 곳 오정도서관의 공간 모티브는 조성 단계부터 참여한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골목길’을 콘셉트로 한 서가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이어지고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호기심과 지식, 이야기의 보고인 도서관의 특징과도 잘 어우러진다. 도서관 1층은 구청사 건물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내부에 계단을 만들어 서가 공간과 열람 공간을 분리했다. 자료실 내부에는 오정도서관의 자랑 ‘다락’이 있는데 작은 계단을 오르면 분리된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옥상과 아래층 공간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2층에는 오정도서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만화아지트’ 공간이 있다. 만화 특화 도서관답게 전체 장서 9만8천544권 중 14%에 해당하는 1만4천46권이 만화 도서이며 2023년 기준 만화책 대출량도 전체 관외 대출량 15만9천717권 중 18%인 2만8천701권을 차지했다. 만화아지트는 학습만화 서가, 만화 열람좌석, 웹툰 서가, 우수만화 전시코너 등 다양한 만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웹툰을 비롯한 각종 출판 만화를 판타지, 로맨스, 액션, 일상, 기타 등 5개 장르로 구분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오정도서관은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서 변별력을 갖기 위해 2024년 현재 만화를 소재로 한 11가지 프로그램을 70회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선정 시 만화로 한정 짓기보다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아이패드 모션툰, 캐릭터툰, 한컷 일기툰 등 디지털 드로잉 등 관련 콘텐츠로 그 폭을 넓혀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한 캐릭터 만들기, 굿즈 제작 등 온라인 공방 창업 수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의 관심 주제를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취미활동을 넘어선 수익 창출의 기반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도서관 측은 만화도서 구입 시 이용자들이 많이 찾을 만한 책을 들이기 위해 2023년부터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기간 연 2회 만화 희망도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수요조사에는 270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817권을 신청했고 그중 415권을 선정해 구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연 4회 만화 신간도서를 수시로 확충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연간 자료 구입량 8천175권 중 13%에 해당하는 1천78권을 만화책으로 구입했다. 잠시 쉬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 오정도서관은 만화특화도서관이면서도 공공도서관 본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과의 협력·연계 등 독서복지 실현을 위한 도서관 사업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찾아가는 만화교실’ 3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내 대명초, 덕산중, 수주고 등 3개교에서 도서관 나들이, 찾아가는 저자특강, 발달장애 청소년 대상 도서관 체험 및 독후활동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톡톡 책읽는 오정’ 코너를 통해 매월 1회 일반도서 10권, 아동도서 10권을 추천하고 있다. 이는 독자들이 만화책뿐 아니라 일반도서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갖고 독서량을 늘리도록 길잡이가 돼 주는 기획이다. 또 만화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즐기도록 분기별로 10~15권씩 선정해 장르 만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으며 연령대별 베스트 대출도서를 선정하는 등 이용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구청이 부활함에 따라 구청사 내에 입주한 여러 공공기관과 더불어 책과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마음 먹고 책을 읽거나 빌리기 위해 찾는 문턱 높은 도서관이 아닌, 오며 가며 들러 잠시 쉬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부천오정도서관 주소 : 부천시 오정구 성오로 172(오정동, 오정구청) 운영시간 : 월~목: 오전 9시~오후 10시 (아동실, 만화아지트(오전 9시~오후 6시) 토~일: 오전 9시~오후5시 휴관일 :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기쁨과 눈물·고통과 빛을 연주하다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지난달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대구 등 국내 투어를 진행했다.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과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F장조,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다. 피아노 앞에서 70여년, 여전히 배움을 말하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그 음악들을 사랑하고 배우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944년생, 올해로 80세가 된 피아니스트가 전국 투어에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진행된 팬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고 슈베르트, 쇼팽, 드뷔시 등 서정성이 짙은 음악을 자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끌리고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을 여전히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으로 5세에 독주회를 열고 7세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첫 독주회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했노라 회상했다. 물리적인 세월만 따져 봐도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모차르트를, 피아노를 ‘공부’한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임이 분명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레스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조금씩 달리했다. 9월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고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드뷔시 대신 쇼팽의 ‘녹턴’을 선택했다. 명쾌하고 건강한 터치, 맑고 투명한 피레스의 음색은 모차르트 음악에서 절정의 빛을 낸다. 20대에 녹음한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은 발매 당시 이미 ‘완성형’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그녀는 반세기 동안 자유로움과 깊이, 절제와 유연함을 더해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숙성시켜 왔다. 인격이 묻어 나는 음색, 삶에 대한 겸손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무채색의 단순한 옷과 낮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 등장한 피레스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C장조’를 연주했다. 피레스의 연주는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주저함이 없었다. 대체로 양손 한 성부씩 단선율로 구성된 작품의 각 음과 프레이즈마다 피레스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앞선 대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기쁨과 눈물, 고통과 빛이 한 프레이즈에 있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피레스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런 피레스조차 모차르트보다는 드뷔시를 연주할 때 한결 편안해 보였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공통적으로 “모차르트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데 70여년을 모차르트에 천착해 온 피레스도 예외는 아닌 것일까. 신동이었던 그녀가 연주자를 넘어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경과 지지의 대상이 된 데는 1999년 그녀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해 고국에 설립한 ‘벨가이스 예술센터’와 2012년부터 벨기에에서 시작한 ‘파르티투라 프로젝트’의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파르티투라 프로젝트는 크게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위한 합창단 운영과 경쟁 중심에 대안을 제시하는 워크숍을 들 수 있다. 음악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피레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물질적인 표현보다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그녀의 삶과도 직결된다. 피레스는 이번 내한을 통해 9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4개 도시에서 총 5회 공연을 가졌다. 잠시 대만에서 연주를 한 후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협연한다.

우리말글과 사랑에 빠진 개그맨 정재환 [인터뷰]

개그맨으로 방송에 입문한 정재환씨는 한글운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어머니와 같은 우리말글의 소중함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깨닫길 바란다는 그는 우리말 중 ‘한글’, ‘행복’, ‘훈민정음’, ‘하하, 호호, 히히’ 등 주요 단어와 웃음소리에 들어있는 닿소리(자음) ‘ㅎ’을 가장 좋아한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한국인답게’ 제대로, 잘 말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정씨의 우리말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글을 쫓는 삶 정재환씨는 1983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TV예능 MC, 라디오 DJ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MC 역할을 하다 보니 말 한마디의 파급력을 절실히 느꼈고 방송인으로서 올바르고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개그맨으로 데뷔해 15년 정도 개그맨으로 활동했고 5년 정도는 방송 진행을 했습니다. 개그맨으로 활동할 땐 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기고 재미있게 할까, 어떻게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웃을까’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을 웃기는게 제 일이고 웃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죠. 그런데 진행자로서 역할이 바뀌면서 우리말 사용에 대한 방법을 저 나름대로 찾았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한글과 사랑에 빠진 것이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할수록 의사소통도 자유롭다. 그러나 때때로 부정확한 언어로 얼버무려 말해도 대화 상대와의 친밀한 정도나 이야기하던 상황과 맞물려 알아듣고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 정씨는 “방송 언어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석에서 친구가 다소 횡설수설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능력을 갖고 있죠. 하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말해야 합니다.” 20대 초반 방송과 인연을 맺은 정씨는 30대 후반 한글과 인연을 맺었다. 이전부터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깨달음으로 알음알음 해오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우리말글 역사를 공부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시점을 두고 “삶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한글이 어머니 같은 정말 좋은 글자라는 걸 느꼈습니다. 최현배 선생, 이오덕 선생 등이 쓰신 한글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을수록 ‘우리말’의 소중함이 커지더군요.” 정씨는 마흔 살이 되던 2000년 성균관대 사학과에 입학해 방학 없이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학사를 3년 만에 끝냈고 동대학원에서 10년에 걸쳐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석사 논문 주제는 ‘한글 맞춤법 간소화 파동’, 박사 논문 제목은 ‘해방 후 조선어학회 활동’이었다. “학교 입학에 즈음해 한글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글의 역사, 우리말과 글의 역사가 궁금해 국문과가 아닌 사학과를 선택했고요.” 보통 사람을 위해 만든 글자를 지키는 보통 사람들 2000년은 만학도로서 학업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한글운동을 본격화한 해기도 하다. 1997~1998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영어공용화론에 대항하던 한글운동가들이 모여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키우고 가꾸자는 취지로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를 창립했다. “처음 영어공용화론이 나왔을 때 일제 식민지를 버틴 한글이 영어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강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환경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움직이었던 것이죠.” 정씨는 한글문화연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2007년 ‘동사무소 명칭 변경’을 꼽았다. “2007년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당시 정부의 입장은 서류 위주의 행정업무 기구에서 폭넓게 시민들의 복지를 지원하고 문화활동 등을 포함하는 기관으로 확대하기 위해 센터(Center)로 바꾸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한글운동가들은 활동의 영역만 넓히고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었고 길거리 서명,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결국 동사무소라는 이름이 사라졌는데 좌절의 아픔이 무척 컸습니다.” 한편 정씨는 최근 우연히 만난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있던 모자에 적혀 있던 ‘한국’을 얘기하며 한글의 활용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한글이 적힌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는 일이 참 드문데 ‘한국’이라는 글씨가 적힌 모자를 쓴 그 부부는 참 행복해하더군요.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 보니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이었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것에 매력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수원의 상점 간판을 볼 때면 여기가 과연 ‘정조대왕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정씨는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간판마다 적힌 외래어들을 한글로 표기하고 그런 노력이 수원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로 작년에 한글문화수도를 선언한 세종시에 대해서도 차곡차곡 한글을 도시의 상징으로 만들어 가길 바람을 드러냈다. “세종시가 행정도시라는 것 외에 문화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세종’이라는 이름 자체가 큰 콘텐츠거든요. 세종시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 한글 간판 우선 표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점의 간판도 한글로 표기할 것을 조례 제정부터 차근차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별로 한글마을, 한글거리는 조성돼 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 곳은 없거든요. 세종시가 한글문화수도로서 한글 관련 특화 도시가 되길 바라 봅니다.” 정씨는 2022년 8년간 강의하던 교수직을 내려놓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 책임연구원으로 속해 있다. 더불어 한글문화연대 한국어학교 교장으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친다. 주로 읽고 쓰고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태생적으로 보통 사람을 위해 만든 글자라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것도 우리들의 삶과 함께 살아온 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앞으로 큰 목표보다는 그저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동네 할아버지가 됐을 때쯤엔 한국사,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제가 공부한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훈민정음, 세계 속 ‘한글’이 되기까지

자신의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을 딱하게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 그리고 그런 세종의 글에 다양한 문법 체계와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 현대의 한글을 정착시킨 주시경. 무엇보다 한글의 생명력은 사대부의 배척과 일제의 탄압에도 명맥을 이어온 백성들의 삶에서 비롯된다. 한류의 중심 한글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9년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서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중음악의 해외 홍보를 위해 ‘한류-Song from Korea’라는 이름의 음반을 제작한 것. 한국 음악과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최종적으로 ‘한글’에 쏠렸다.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을 대변하듯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한국문화, 그중에도 한글을 차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2월 자사의 글로벌 혁신 플랫폼을 이용했으면 하는 연령대와 케이팝 팬의 연령대가 일치한다고 판단해 ‘코카콜라 제로 한류’ 제품을 전 세계 36개국에 출시했다. 콜라에 과일향을 입혀 한류를 표현한 ‘상큼한 최애 맛’을 만들었으며 제품 전면에 한글로 코카콜라를 새겼다. 한편 나이키는 한국문화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수년 전부터 ‘한글날’ 컬렉션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한글로 ‘나이키’를 새긴 운동화, 의류를 한정판으로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한글 디자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제품 가치를 높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파리 생제르맹 클럽 등 한국 축구 선수 소속 팀은 한국과 한글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한글 유니폼 및 신발을 선보였다.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 훈민정음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은 왕이된 지 25년이 되는 해(1443년) 한글을 창제했다. 집현전 학자들에게 한글에 대한 자세한 풀이가 담긴 해설서 ‘훈민정음’을 집필하게 했고 마침내 세종 28년(1446년)에 한글을 반포했다. 전 세계 문자 중 훈민정음처럼 창제 과정을 기록한 책이 남아 있는 것은 한글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은 한문으로 한글의 원리와 풀이, 예시를 쓴 ‘해례본’과 한문으로 쓴 훈민정음 일부를 우리말로 풀어 놓은 ‘언해본’ 두 가지가 남아 있다. 글자를 아는 것이 곧 권력이었던 시절에 글자를 몰라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왕이 모두가 익힐 수 있는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세종은 훈민정음 반포 무렵 한글이 우리말을 적는 데 무리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만들었다. 125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국문 악장 용비어천가를 통해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지 본래 단어의 형태를 나타낼지 등 표기 체계와 소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글의 활용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오랜 시간 글자 권력을 공고히 해 온 당시 사대부는 물론이고 실학자들도 한글을 철저히 배척했다.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이들이 한자를 배우기 전 선행학습 차원에서 한글을 익히거나 편지를 쓸 때나 한글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한글’의 아버지, 주시경 훈민정음 창제 이후 줄곧 훈민정음 혹은 정음으로 불리거나 언문, 암글(암놈이 쓰는 글), 아해글(아이들이 쓰는 글) 등 낮춤 말로 불리던 것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현대의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을 정리해 보다 체계적인 언어로 거듭나게 한 인물이 주시경 선생이다. 주시경이 37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 뒤에도 그의 뜻을 이어받은 제자 최현배, 김윤경, 이윤재, 이병기 등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됐던 ‘말모이 사업’을 광복 이후 ‘조선말큰사전’ 사업으로 확장·재개한다. 1947년부터 1958년까지 총 6권으로 완간한 조선말큰사전은 현재도 ‘우리말큰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배포되고 있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수연목서'

영국의 초대 총리 윈스턴 처칠은 폭격으로 무너진 하원 재건을 위한 연설에서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수연목서’ 대표 최수연씨도 이런 믿음으로 수연목서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작가로서 작업실로 계획했던 곳을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게 된 계기와 수연목서를 채운 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과 건축이 담긴 공간 수연목서는 2021년 여주시 산북면에 문을 열었다. 자녀들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동네에서 사진가인 최수연씨와 그의 아내의 가구 작업실 겸 공방을 염두에 두고 건축한 이 건물은 애초에 서울시립대 이충기 교수에게 건축을 의뢰할 때부터 작업자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것을 주문했다. “땅 위에 건물을 지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텐데 우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평소 생각과 ‘수연목서’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공간에 대한 애착과 노력은 2021년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빛을 발했다. 최씨는 수연목서를 오픈한 지 1년쯤 지나 작업실로만 사용하던 공간에 작업물을 전시하고 일반인이 편하게 들를 수 있도록 서점으로 꾸몄다. 사진과 건축 관련 서적을 주로 큐레이팅하고 있으며 평소 생각에만 머물러 있던 공간 나눔을 실천하고자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책만 판매한다고 하면 손님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 것 같아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북카페로 오해하는 것 같아요. 수연목서는 책방이면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 공간입니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가구와 공예가 더해졌죠.” 국내외 사진 작가들 소개하고파 서점과 카페, 목공소와 갤러리, 사진 작업실 등이 세분화돼 있는 수연목서는 내년 5월까지 계획이 잡혀 있을 정도로 사진전이 상시 열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죽, 목공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공예품을 전시해 문화공간으로서 의미를 더 한다. “앞으로도 사진과 건축을 주로 다루는 서점으로서 국내외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는 것이 수연목서의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수연목서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차차 공연에 대한 계획도 더해 나갈 예정이고요. 모쪼록 수연목서가 책과 사진,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남길 바랍니다.”

화려한 이력 갖춘 인천대 '더 높은 곳으로'

지난 1979년 단과대학으로 인천에 둥지를 튼 인천대학교는 인천공과대학으로 시작해 1994년 시립인천대학교로 인천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13년에는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로 전환하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각종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심에는 박종태 총장이 자리한다. 1987년 인천대 교수부터 시작해 40년 가까이 인천대와 맥을 함께한 박 총장은 지역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인재 양성과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세계 속의 대학으로 발돋움시킨다는 구상이다. 인천대 성장과 성과 인천대는 취업 부문에서 2023년 대학정보공시 취업률 70.6%를 기록하며 거점국립대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또 2년 차에 접어든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거점형 프로그램’ 사업에서는 재학생이나 졸업생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을 위한 진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운영 중이다. ‘방송미디어 인재양성 프로그램’ 등에서는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참여해 취업역량을 강화하고 실제로 방송미디어 분야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인천대는 국립화 이후 안정적인 정부 출연금을 바탕으로 대학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의 토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 매년 정부출연금이 늘어나 올해에는 1천244억원을 지원받았다. 인천대는 정부출연금과는 별도로 2022년 중앙정부에서 추진한 환경 부문 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에서 인천시와 함께 기술핵심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화이트바이오산업 전문인력양성사업으로 국내 최초 해당 분야 석·박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을 신설·운영 중이다. 이는 모두 인천대가 그릴 미래를 향한 든든한 토대로 작용한다. 박 총장은 “개인별 연구 성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학연구소 중심의 집단 연구체계를 구축해 연구소 평가 및 지원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우수 연구소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겠다”며 “연구 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꾀해 인천대만의 독보적인 ‘시그니처 연구소’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와 국민을 향한 인천대의 자세 현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의정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필요성이 오히려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대는 범시민협의회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인천의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목적으로 발족한 ‘공공의료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이하 범시민협의회)는 지난 3월 인천지역 여야 정당을 방문,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정책 질의서를 전달했고 여야 정당들은 공식적으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통된 답변을 내놨다. 특히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시·도공약’을 통해 인천의 ‘지역의대 설립 추진’을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 인천에 ‘공공의대 설립’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범시민협의회는 또 8월 국민의힘 인천시당과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을 차례로 방문해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인천의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그리고 서명운동 및 캠페인, 인천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기로 했다. 박 총장은 “우리 대학은 2021년부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와 및 의료취약지 의료공백을 해소하고자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는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대학은 범시민협의회와 함께 공공의대 설치법 제정과 국립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를 향한 인천대의 자세 인천대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제물포캠퍼스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제물포캠퍼스 부지에 주차시설을 만들어 이를 미추홀구청이 관리·운영하도록 했다. 6월 미추홀구청과 협약을 맺고 100여면의 주차장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이 밖에 제물포캠퍼스 운동장과 그 주변을 정비해 주민들이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대는 제물포캠퍼스에 국립의과대학을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한 ‘제물포캠퍼스 종합발전계획’을 수립·추진할 예정이다. 인천대는 인천시민들의 도움으로 시립대를 거쳐 국립대로 전환한 지역 거점대학이라서다. 이 때문에 인천대는 가진 전문성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봉사에도 여념이 없다. 인천대는 ‘지역동행플랫폼’을 구축, 지역사회와의 연계사업은 물론 지역사회의 현안 및 관심 사항들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고자 대안을 제시하는 등 지역 거점대학의 역할을 적극 수행 중이다. 실제로 인천대는 최근 송도 상인연합회와 함께 송도 상권 활성화 방안을 위한 세미나를 연 데 이어 올해에는 상인회-이음카드-인천대가 공동으로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밖에도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제물포캠퍼스 활용방안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세미나 등을 열어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인천대의 미래 박 총장은 지난 3년여간 총장으로 재임하며 매순간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대학 발전에 매진했다. 그 결과 이제는 대학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대학 성장과 발전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박 총장은 지난해 인천대의 국립화 10주년을 기점으로 구성원들의 역량과 의지를 모아 국립법인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다 박 총장은 최근 대학발전계획 ‘INU VISION 2030’을 수립, 국내 1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이뤄내려면 대학이 전공벽을 허물어 수요자 중심의 ‘학생 설계 융합전공’이 활성화돼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박 총장의 생각이다. 인천대가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사회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인천대는 ‘INU SURPRISE 인증제’를 도입, 학생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공별 융합 교육의 기회를 넓히는 ‘INU 나노디그리’ 교육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러 학문 분야를 융합적으로 교육하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를 유연하게 제공, 학생의 전공 역량에 따라 주도적 교과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학생설계 융합전공’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대학 발전의 중장기 목표로 인천대는 국가 핵심 산업 및 유망 직업·직군을 고려해 5대 대학 특성화 분야인 디지털 및 스마트, 친환경 녹색, 바이오, 글로벌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을 설정해 교육 및 연구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국립화 이후 신규로 부임한 교수 중 65%가 젊고 우수한 교수진으로 구성됨에 따라 교원 1인당 국제학술지 논문실적은 국립화 전보다 400% 이상 증가한 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도 가졌다. 실제로 인천대는 2022년 SCI 논문 해외기관 공동저술 비율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주요 거점국립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THE 세계대학평가의 연구 품질 부문에서는 2019년 대비 약 20% 상승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박종태 총장의 각오 박 총장은 학교에 융합자유전공대학을 출범,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고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무전공 입학생의 체계적인 진로 로드맵 설계 등을 통해 특정 학문 분야로의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또 인천대만이 가진 특성에 맞는 전공 운영 방식을 도입,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학생설계융합전공을 활성화해 학생들이 입학할 당시 성적에 상관없이 졸업할 때는 A+ 학생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박 총장은 “우리 대학은 범시민협의회와 함께 지역과 필수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의과대학을 설립해 거점국립대학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밖에 박 총장은 대학 특성화를 통한 대학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한다. 시립대학 초기에는 동북아통상학부가 인천대의 특성화 분야로 알려졌지만 이를 탈피해 국내 10위권 대학을 목표로 디지털, 스마트, 친환경, 바이오, 글로벌 등을 첨단 학과 및 학과 특성화 분야로 목표를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대의 잠재력을 실현시켜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표 국립대학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 대학은 미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가장 큰 대학으로 구성원 역량을 하나로 모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로 도약하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표 국립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식량을 넘어 ‘가치’를 생산하는 농부를 생각하며 [review_같이 쓰는 농부사전]

블루메미술관이 파주시 후원으로 지난 5월부터 ‘같이 쓰는 농부사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농장 네 곳의 농부와 현대 미술작가 네 팀의 드로잉, 영상, 설치 11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농부적 삶’의 태도로 세상 바라보기 올해 초 외국에서 유입된 검역해충 ‘토마토뿔나방’이 국내 토마토농가에서 처음 발견됐다. 토마토 잎과 줄기를 갉아 먹고 과실 내부에 세균을 퍼뜨려 작물에 2차 피해를 주는 이 해충이 발생한 여러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기후변화였다. 기후위기와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직군 중 하나가 농부일 것이다. 식량생산가이자 가치생산자로서 농부의 일과 생각을 응축해 조명한 전시 ‘같이 쓰는 농부사전’이 지난 5월부터 파주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는 농장 네 곳의 농부들과 현대미술작가 네 명이 협업한 드로잉, 영상, 설치 작품 11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에서 조명하는 농부는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 대량생산에 몰두하는 대농, 관행농과 구분되는 작은 농업을 지향하는 작은 농부들이다. 농작물 생산자로만 단순화될 수 없는 농부의 일과 생각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작은 농부들의 이야기에서 이 전시는 ▲가치 생산자로서의 농부-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삶 ▲매개자로서의 농부-상생하는 삶 ▲연구자로서의 농부-자연을 탐구하는 삶 ▲생태 관리자로서의 농부-지속가능한 삶 등 네 개의 가치를 찾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95%의 인간이 농사를 짓는 5%의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먹고사는 행위 이상의 생명을 지탱하는 태도와 관점의 영역을 포괄한다. 자연을 탐구하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 공동체적 가치에 주목하고 기후위기의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삶의 태도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삶 2013년 개관한 블루메미술관은 살아있는 나무를 감싸 안고 지어진 바이오필릭(Biophillic) 건축의 모습대로 2017년 정원문화에 관한 현대미술 전시를 시작으로 자연주의 정원 자체가 상설전시 작품으로 설치된 곳이다. 미술관의 중정은 정원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며 상시 가꾸고 있으며 이번 전시도 정원사들과 교류하며 알게 된 농부의 삶과 가치를 알리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백정기 작가×그래도팜 원승현 농부, 김준서·강민지 작가×종합재미농장 김신범·안정화 농부, 조호영 작가×뭐하농 이지현 농부, 스몰바치 스튜디오 강은경 작가×고양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 등 네 팀의 농부와 작가를 선정하고 매칭해 공간을 조성했다. 김준서 작가의 ‘콩쟁반, 2024’ 작품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다. bldc 모터와 컨트롤러 아래 씨앗이 담긴 쟁반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한다. 한쪽으로 기울 때마다 들리는 씨앗 쏟아지는 소리가 이삭을 털어내는 탈곡기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 같기도 하다. 바람에 따라, 기울기에 따라 움직이는 씨앗을 통해 자연의 흐름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 고리 안에 농부의 삶과 나의 삶이 연결돼 있음을, 나아가 기후위기와 맞닥뜨린 우리가 가져야 할 사고의 전환과 또다른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독서도 놀이처럼, 책과의 벽을 허무는 ‘독서 캠핑 가볼까’ [공간의 재발견_여주도서관]

여주시는 시민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각 읍·면에 1개 관의 도서관을 설치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여주도서관은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처럼 여주시립도서관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남한강 품은 도서관 남한강은 여주시의 상징과도 같다.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원과 도시가 공존하는 여주만의 독특한 풍경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런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여주도서관은 지역주민들에겐 독서에 대한 만족감을, 근교 나들이를 나선 방문객에겐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2012년 3월 29일 개관한 여주도서관은 여주시의 독서문화진흥정책, 도서관발전종합계획 등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여주시의 중앙도서관이다. 여주도서관의 특화 자료로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다문화 도서와 도예 관련 전문 서적, 정기간행물을 꼽을 수 있다. 열람실 및 종합자료실 등이 있는 도서관동 건물과 각종 특강과 독서문화 프로그램,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문화동 건물이 나뉘어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연면적 4천245.11㎡의 도서관동은 지상 4층 규모로 돼 있으며 1층에는 북카페, 북큐레이션 전시공간이 배치돼 있고 2층엔 어린이자료실, 3층과 4층엔 각각 종합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주도서관 자료실은 남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열람실 전면에서 풍경 조망이 가능하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마련한 창가 자리는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서도 놀이처럼, 책과 함께하는 삶 여주도서관은 좋은 휴식 공간으로 주목받는 만큼 책과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예로 어린이자료실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체험공간 ‘PLAY PLAY’를 조성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독서뿐 아니라 블록놀이, 미로찾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아름다운 풍광을 활용해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도서관 야외 공간을 꾸밀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도서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특색 있는 장서를 구비하고 있으며 변별력 있고 수준 높은 독서프로그램과 독서진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여주도서관 사서들이 선정한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기획·전시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여주 인문학 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주도서관을 비롯한 여주시립도서관은 영유아 독서 습관 형성에 주목하며 ‘독서진작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임산부 및 0~3세(35개월) 영·유아에게 책꾸러미를 나눠주는 ‘북스타트’ 사업을 필두로 4~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천 권의 책을 읽게 하는 ‘내 아이 인생 성공 천 책(내천책) 프로젝트’, 7~12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초등학생 독서 능력 향상 프로젝트(초능력)’ 등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 이용객들이 세계고전문학에 관심을 갖고 완독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고전문학 백 권 읽기(고백) 프로젝트’, 여주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독서마라톤’, 마을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독려하는 ‘경로당으로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 등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촘촘한 독서진흥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내에서 일곱 번째로 큰 여주시는 넓은 크기 탓에문화적 혜택이 고르지 못하다는 지역적 고민을 타파하기 위해 각 읍·면지역에 도서관 1개 관을 짓는 것을 목표로 공공도서관 확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주·세종·점동·흥천·금산·대신·도서관 및 북내작은도서관·산북작은도서관·여주기적의도서관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2026년 말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강천면 공공도서관이 준공되면 각 읍·면 공공도서관 설치가 마무리된다. 여주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시도를 할 생각”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이 소중한 장소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내면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주도서관 주소 : 여주시 여양로 190-17(천송동) 운영시간 : 월~목: 오전 9시~오후 10시(어린이: 오전 9시~오후 9시) 토~일: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