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집 김하종 신부 “지금,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기쁨” [인터뷰]

1990년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탈리아 출신 사제 빈첸시오 보르도. 그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김대건 신부의 김, ‘하느님의 종’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담아 ‘김하종’으로 지었다. 그는 사제의 신분이지만 스스로를 주방에서 밥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일주일에 6일, 하루 평균 500여명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그는 언젠가 ‘안나의 집’을 아무도 찾지 않아 문을 닫는 날을 꿈꾼다. ‘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가 되는 ‘집’ 김하종 신부(67)는 오전 5시부터 깨어 있다. 함께 사는 신부 2명과 미사와 기도를 드린 후 9시에 출근하기 전까지 이메일이나 메신저 체크로 간단히 업무를 시작하고 출근길엔 청소년 쉼터, 노숙인 자활시설을 들러 잠깐이라도 그들의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는다. 사무실에 도착해선 안나의 집 대표로서 본격적인 행정 업무를 본다. 확인할 것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여기저기 부탁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렇게 정신 없이 오전 일과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밥할 시간이 된다. 식사시간은 3시부터지만 일찌감치 급식소를 찾아온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1998년 모란역 근처 식당 한 편에서 8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것이 지금은 하루 500명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도시락을 만들어 나눴습니다. 가난한 사람, 어려운 사람 돕고 싶어 사제가 됐고 그들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때때로 힘든 일도 있지만 이들에게 배우는 점이 더 많습니다.” 김 신부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네 명의 스승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스승은 인도 출신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를 알게 됐고 간디, 부처, 공자, 그리고 김대건 신부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아시아 문화를 공부했다. 그 덕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고 사제서품 전 이미 한국행을 결심했다. 두 번째 스승은 한 장애인이다. 한국에 들어와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1992년에 성남으로 왔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위해 할 일을 찾던 중 우연히 낡은 집에 가게 된다. “지하에 있는 집에 들어서니 옅은 전등에 기대어 한 남자 분이 누워 계셨습니다. 20대 때 건설노동자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친 이후로 거동이 불편해진 분이었는데 주변 이웃들이 그를 기억하면 하루에 한 끼 먹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굶는다고 하더군요.” 김 신부는 급한 대로 집 청소를 한 후 그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김 신부는 문득 “한 번 안아 드려도 될까요” 물은 후 그를 안았다. 잘 씻지 못한 육체에선 냄새가 났지만 김 신부는 그를 안는 순간 참된 마음의 평화, 기쁨, 행복을 느꼈다. “그 순간 신께서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날, 평생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분은 막연히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었던 저의 마음에 확신을 주신 두 번째 스승이시죠.” 삶이 아름다운 선물 IMF 외환위기가 찾아온 1998년 김 신부에게 오 마태오씨가 찾아왔다. 모란역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오씨는 외환위기 이후 모란시장 광장에 새벽부터 몰려드는 실업자들을 마주하고 수소문 끝에 김 신부를 찾았다. 어르신들을 위해 밥을 짓던 신부에게 오씨는 하루 한 끼도 해결하지 못하는 젊은 노숙인들을 도울 의향이 있는지 묻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마태오 형제님이 먼저 저에게 식당 일부 공간을 제공하고 식사 준비를 후원하겠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잘 먹지도 못하는 실업자들을 도와야 할 것 같다면서요. 마태오씨 본인도 부자가 아니었고 보통의 식당 사장이었지만 있는 그대로 나눠주신 덕분에 그 씨앗이 자라 오늘의 안나의 집이라는 커다란 나무가 됐습니다.” 세 번째 스승 오씨 덕에 만난 네 번째 스승은 바로 노숙인들이다. 김 신부는 가난과 고통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이 건네는 빵 한 조각, 옷 한 벌에 감사하며 “삶이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말하는 노숙인들을 만나 “인간으로서, 사제로서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 청소년 안나의 집은 최근 청소년 문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할 일이 없어 노숙인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김 신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은 일거리가 충분히 많고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공장 운영도 멈추고 농촌 사회도 무너질 겁니다. 그러면 왜 이들은 일을 안 하고 노숙인이 됐을까. 이 분들은 각자 어떤 ‘문제’를 갖고 있어 노숙하는 겁니다. 심리적·정신적 고통, 사회적·육체적·경제적 문제 등을 안고 있죠.” 김 신부는 노숙인들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을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로 봤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최소한의 사랑과 관심,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고, 그들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노숙인들과 홀몸어르신에게 식사 대접하는 것만큼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이끌고 사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신부와 안나의 집 사회복지사들은 매일 밤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를 타고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을 찾아간다. 사회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게 하고 그들이 원한다면 단기 쉼터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가정 복귀가 힘든 경우엔 중장기 쉼터에 입소해 혼자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생활하도록 지원하고 집과 생활 편의를 제공한다. 현재 안나의 집 쉼터 안팎에서 관리하고 있는 청소년은 100여명. 아이들의 교육비, 식비, 의류비뿐 아니라 용돈까지 책임지다 보니 어르신들 식사 대접과는 차원이 다른 부담이 따른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질수록 소외된 사람들은 일상을 따라가기 더 힘들어집니다.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멀어지기 전에 사랑, 음식, 옷, 공부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의 인권이에요. 아이들이 길 위에 있는 것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와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최근 김 신부는 안나의 집 25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소회를 담은 책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를 출간했다. 40%의 보조금과 60%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안나의 집은 500여명의 노숙인, 100여명의 청소년, 55명의 직원과 1천명의 봉사자들이 사는 큰집이다. “바쁜 일상 중 1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그 시간을 나눠주세요. 그 1시간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아무도 모릅니다. 조건을 앞세우기보다 지금,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공간의 재발견_부천수주도서관

수주도서관은 청동기 마을유적이 발굴된 고강선사유적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부천문화둘레길이 시작되는 공원과 가깝다 보니 책을 읽다가 둘레길이나 오솔길을 산책할 수도 있어 도서관 안팎이 풍요롭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같은 날 개관한 수주문학관,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이 함께 있어 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부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 최근 지자체마다 특성화 주제를 설정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 도서관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도서관의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이용자 중심의 건축과 인테리어로 도서관을 꾸미고 있다. 책을 읽기에도, 잠시 머물다 가기에도 좋은 공간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요즘의 공공도서관 앞에서, 여느 공공기관과 다를 바 없는 건물에 장서량으로 승부를 보던 도서관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2022년 7월 8일 부천에서 15번째 시립도서관으로 문을 연 ‘수주도서관’은 연면적 6천196㎡,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학관, 선사유적체험관, 시민학습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급성장한 산업도시가 그렇듯 부천시 역시 이주민이 많아 삶의 치열함이 묻어 나는 도시 분위기가 역력했고 이러한 도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문화의 힘을 빌렸다. 부천에서는 해마다 국제만화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판타지 영화를 중심으로 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997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부천시는 문화 발전의 전략인 만화, 영화, 도서관,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견인하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대안으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을 추진했다. 이에 2017년 동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됐으며 문학의 구심점이 되는 시립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부천시만의 특색 있는 문화특화프로그램을 추진·운영 중이다. 한편 부천시는 협약된 도서관끼리 소장한 자료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용자가 빌릴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2002년 전국에서 처음 시행했다. 현재 16개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공립작은도서관(19개소), 대학도서관(3개소) 등 43개소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민이 원하는 책을 도서관 방문 없이 가까운 서점에서 대출할 수 있는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책, 문학,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 부천수주도서관은 고강선사유적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청동기 마을유적이 발굴된 장소로 이와 연계해 수주도서관 별관 2층에는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체험관에서는 청동기 마을유적의 모습과 집터에서 유물을 발굴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듯 선사유적이라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해 수주도서관은 역사(고고학)를 특성화 주제로 삼고 역사 도서 저자 강연회, 아동 대상 선사테마 특화 프로그램(선사시대 시간탐험대) 등을 운영한다. 한편 수주도서관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학자이자 언론인·문인의 삶을 산 수주(樹州) 변영로의 호를 따 명명했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영문 번역하고 타자기로 직접 타이핑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부천을 대표하는 문필가로 주민공모 과정을 통해 도서관 이름이 정해졌다. 부천은 변영로의 아버지가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살던 곳이다. 정작 변영로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그는 스스로 부천을 ‘출생치 않은 고향’이라고 말할 만큼 부천을 삶의 근원지로 여겼다. 고려시대 부천의 옛 이름이기도 한 ‘수주’를 자신의 호로 삼은 것도 고향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변영로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수주문학관이다. 수주도서관과 같은 날 개관했는데 시인과 관련한 자료 6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은 ‘천재의 고향, 펜을 들다’, ‘민족의 울분, 기록하다’, ‘지조의 문인, 마음을 울리다’, ‘수주의 흔적, 정신을 이어받다’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시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과 영상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부천문화재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은 청동기시대 고강 선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이곳 역시 도서관과 함께 2022년 개관했으며 1955년 부천 고강동 청룡산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유적지를 바탕으로 발굴 당시의 모습과 옛 고리울 마을을 재현했다. 고강동의 선사 문화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체험관은 ‘고리울 선사유적을 발견하다’, ‘고리울 유적의 흔적을 찾아라’, ‘옛 고리울 마을로 떠나자’ 등 3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청동기시대 주거지의 유물을 직접 발굴해볼 수 있으며 고리울 마을의 움집 생활과 당시의 제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체험관 가까이에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있는 선사유적공원도 위치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생애주기별 맞춤 책 서비스 제공 한편 도서관 3층에 마련된 미디어창작소는 시민들이 문화를 생산하고 즐길 수 있는 ‘창의·공유·개방’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카메라, 조명, 녹음기기, 배경 등 영상 및 사진 촬영, 오디오 녹음이 가능한 장비가 구비돼 있어 시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콘텐츠 제작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 수주도서관은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북 페스티벌’ 등 자발적인 부천형 독서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아기환영 북스타트’ 사업, 생애주기별 다채로운 ‘책맞춤’ 프로그램,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서 대출’ 등 지역과 융합하는 독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생애주기별 ‘책맞춤 서비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신생아 ‘북스타트’ 서비스로 시작한다. 부천시에서 태어난 신생아 1천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등 72개소에서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환경 등 20개 주제별 책꾸러미를 선택해 대출할 수 있는 ‘주제별 동화첵(check)’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키우는 노하우부터 추천까지...'반려식물'에 대한 A to Z

무언가 관심을 쏟고 마음을 줄 만한 상대가 없을 때 인간은 공허함을 느낀다. 같은 사람이라고 다 말이 통하는 게 아니듯이 때로는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강아지나 그림처럼 가만히 있는 식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다. 어떤 식물이라도 유대감을 형성한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반려식물’이 된다. 보통의 식물과 반려식물의 차이 식물에게 사랑을 쏟는 일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실내생활이 늘어나면서 집 안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동물에 비해 손이 덜 가면서도 독특하고 예쁜 취미가 될 수 있는 식물 기르기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었다. 그렇게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안정감과 마음의 위안이 되고 공기정화능력, 음이온 배출 등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에 대해 매우 잘 알거나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2021년 82.3%보다 5.6%포인트 증가한 87.9%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려식물과 보통의 실내식물을 구분하는 주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애착 형성 여부(43%) ▲사람과의 교감 여부(25%)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이는 특정 종을 반려식물로 인식하기보다 어떤 식물이라도 기르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면 반려식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으로는 ▲정서적 교감 및 안정(55%) ▲공기정화(27%) ▲실내장식 및 인테리어(14%) 순으로 나타났다. 식물 기르기의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공감 정도는 ▲정서적 안정이 77%로 가장 높았고 ▲행복감 증가 73% ▲우울감 감소 68%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반려식물로 삼기 좋은 식물 특성으로는 ▲나의 관리에 따라 생육 반응을 보이는 식물(40%) ▲나만의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 식물(30%)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가진 식물(24%) 등을 들었다. 이는 반려식물과 짝이 되고 교감하는 방법이 곧 ‘식물을 관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생명체로서 식물 존중에 대한 공감도는 69%로 연령에 상관없이 높았으며 특히 1인 가구에서는 73%에 달했다. 식물 존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는 ▲식물은 생명체이며, 생명체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88% ▲식물을 좋은 환경에서 기르는 것이 식물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이롭다 83% 등으로 높았다. 생물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인간이 얻는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경기도, 전국 최초 반려식물 관련 조례 발의 지난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대한 정의를 정립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조례안은 반려식물 재배를 장려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도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를 통해 반려식물도 정의했는데 ‘가정과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돼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이다. 구체적인 지원사업도 명시했는데 반려식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복지시설 등에 반려식물을 보급할 수 있도록 반려식물산업 사업자 컨설팅, 반려식물 판로개척·소비촉진, 반려식물 재배 관련 병해충 진단·관리를 위한 정보 제공, 반려식물 관련 교육·체험·홍보 등의 사업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에 따르면 해당 조례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5년간 152억여원의 예산이 경기도 반려식물 산업 활성화 등에 쓰일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식물병원에 지난해 약 75만명이 방문했으며 507건의 온라인 상담과 149건의 오프라인 진단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식물병원은 사이버식물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피해 사진과 재배 정보를 올리면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진단해주는 상담서비스다. 농업인뿐 아니라 도시민들의 반려식물에 대한 진단 의뢰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09년 개설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500~600건의 온라인 진단과 150건의 오프라인 진단이 이뤄졌다. 사이버식물병원은 2009년 당시 전국 최초로 개설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지난해 6월부터 사회와 단절된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고립·은둔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전달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2022년 전체 가구의 34.5%로 2020년 33.4%, 2021년 33.4% 대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외출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은둔’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 고립·은둔 청년 반려식물 지원 대상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고립·은둔 청년이 참여 신청 후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하며 선정된 청년에게는 반려식물을 1인당 3개씩 지원한다. 서울시는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해왔다.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홀몸어르신의 고독사, 우울증 등의 해결책으로 보급해 왔으며 반려식물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원예치료사와 생활관리사가 동행 방문해 식물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유선으로 수시 관리하는 등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식물들 집에서 가꾸기 좋은 대표적인 식물로는 ‘산세베리아’가 꼽힌다. 산세베리아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 식물로 특히 밤에는 산소를 내뿜어 방이나 거실에서 키우기 좋다. 산세베리아는 병충해에 강하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쉽게 죽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초보자들도 키우기 수월한 편. 그러나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양지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몬스테라’는 잎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독특하고 인테리어 효과가 높아 인기가 많은 식물이다. 공기정화 효과가 큰 몬스테라는 키울수록 잎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늘어지는데 취향에 따라 긴 줄기의 마디를 잘라 물꽂이를 할 수 있다. 이때 마디에 있는 기근을 살려 잘라야 물속에 뿌리를 잘 내리며,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후엔 흙에 키우는 것이 가장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다. ‘금전수’는 ‘번영’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어서인지 집에서 키우면 금전운과 행운이 들어온다고 해 집들이 선물이나 개업식 선물로 인기가 많다. 이 식물 역시 공기 정화 능력과 겨울철 가습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금전수는 전자파를 흡수하고 음이온을 방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TV 옆이나 컴퓨터 옆에 두면 좋다. 금전수는 추위와 과습에 약하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잘 버티지 못한다. 따라서 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고 통풍이 잘되는 18도 이상의 따뜻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은 무엇보다 흙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간혹 겨울에 구입한 화분 흙에 벌레 알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봄이 되면 부화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화분을 동시에 키우는 경우엔 화분 간의 간격을 유지해 통풍이 잘 되도록 신경쓰고 주기적으로 화분 위치를 바꿔 골고루 바람과 햇빛에 노출되도록 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달, 그해 복을 비는 달

정월 대보름 전날 어린아이들은 집집마다 오곡밥을 얻으러 다니고, 묵은나물을 종류별로 나눠 먹으며 이웃의 건강을 빌어 준다. 나이 수만큼 깨물어 먹는 부럼은 부스럼을 막아주고 차가운 술 한 모금은 1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듣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와 건강, 풍성한 수확을 기원했던 정월 대보름 풍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 아닐까. ◆ 정월 대보름, 국가무형유산 지정 지난해 12월 18일 문화재청은 우리 민족의 5개 대표 명절을 신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무형유산 정책이 전문 기·예능을 보유한 전승자 중심에서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온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확대됨에 따라 2022년 한복생활, 윷놀이에 이어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향유·전승돼온 명절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 것이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명절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로 한 해 시작을 기념하는 ‘설과 대보름’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자 성묘, 벌초, 제사 등의 조상 추모 의례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한식’ ▲음력 5월 5일로 다양한 놀이와 풍속이 전승돼온 ‘단오’ ▲음력 8월 보름날로 강강술래부터 송편까지 다양한 세시풍속을 보유한 ‘추석’ ▲24절기 중 22번째 절기로 1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 등 5개 명절이 꼽혔다. 설과 함께 선정된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설날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날’이라는 뜻의 오기일(烏忌日)로 불리기도 하고 상원(上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중원(中元·7월 15일), 하원(下元·10월 15일)과 연관해서 부르는 한자어다. 이 중 오기일과 관련된 전설은 ‘삼국유사’ 기이(紀異) 제1편에 나온다. 까마귀가 신라 소지왕을 인도해 위험을 면하게 했고 그 뒤 정월 대보름에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겼다. 이는 정월 대보름 전후로 찰밥과 약밥을 먹는 풍속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달은 음(陰)에 해당하는 여성으로 본다. 달은 여신, 땅으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 출산하는 힘을 가졌다고 여겼다. 또 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기도 한데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 ‘작은보름’부터 시작된 대보름 풍습 올해 정월 대보름은 2월 24일이다. 정월 대보름은 설날이나 추석처럼 휴일이 아니어서 명절이라는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정월 대보름만큼 전통풍속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명절도 흔치 않다.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과 음력 1월 1일 설날을 지내고 맞기 때문에 농경사회였던 과거엔 한 해 농사 운을 점치고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기복적 성격이 강했다. 대보름 풍속은 전날인 음력 1월 14일부터 시작됐다. 매우 드물지만 정월 14일을 ‘작은보름’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었는데 작은보름날 미리 지어 놓은 오곡밥을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얻으러 다녔다. 이는 대보름날 세 집 이상 성(姓)이 다른 집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곡밥은 쌀, 조, 팥, 수수, 기장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드는데 과거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라던 곡식들을 모아 한 밥공기에 담으니 다섯 가지 곡식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오곡밥과 함께 진채(陳菜)를 먹는다. 묵은 나물이라는 뜻으로 햇볕에 오래 말린 나물은 영양이 응축돼 있어 겨울철 건강에 도움이 되고 여름에 더위 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박, 버섯, 콩, 순무, 무잎, 오이, 가지, 고사리 등 아홉 가지 나물을 먹고 진채 외에도 호박잎, 도라지, 콩나물 등을 쓰기도 한다. 또 대보름 전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믿었기 때문에 잠을 참으며 날을 샜고 잠을 참지 못하고 자는 아이들 눈썹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발라 놀리곤 했다. 설날 아침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먹듯이 정월 대보름 새벽에는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아침 일찍 나이 수만큼 부럼을 깨물어 먹었다. ‘부럼깨기’를 하면서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비는 풍습이기도 한데 실제로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귀밝이술’은 이른 아침 데우지 않은 찬술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조금씩 마시는 풍습인데 이름처럼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 내내 좋은 소식만을 듣기 바란다는 희망이 담긴 술이다. ◆ 승패 가르는 놀이로 풍흉 예견 한편 대보름 아침 ‘더위팔기’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날 아침에 사람을 만나면 급히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말하는데 이렇게 하면 그해에는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1989년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한 답교놀이는 ‘다리밟기’로 말 그대로 정월 대보름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병을 앓지 않는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성행했다. 이 또한 한 해 동안 다리의 병을 비롯해 무병하기를 기원하는 데 있다. 정월 대보름의 풍습이 마을 공동체의 기원과 풍년을 기원하듯이 정월 대보름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놀이들이 행해진다. 이때 놀이들은 단순히 유희와 오락의 의미만이 아니라 승패를 가르는 놀이로 농사의 풍흉을 예견했다. 정월 대보름에 행해진 대표적인 편싸움 놀이는 줄다리기다. 대개 대보름 밤에 거행되며 종류에 따라 아이들 골목 줄다리기, 어른 줄다리기, 마을 줄다리기로 나뉘며 진행 과정과 내용이 다양하다. 줄다리기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달집 태우기’는 달집을 만들어 달이 떠오를 때 태우면서 풍년을 비는 풍속이다. 모아 놓은 짚단이나 생솔가지 등을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를 달집이라고 하는데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를수록 마을이 태평하고 그해 농사가 풍년일 거라는 징조라고 한다. 달집을 태울 때 풍물패가 주변을 맴돌며 흥을 돋운다. 이 밖에도 정월 대보름에 날리는 연은 ‘액막이연’으로 불렸다.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귀를 써서 정초부터 날리다가 대보름날에 연줄을 끊어 날려 보냄으로써 그 연의 주인이 지닌 액은 다 사라진다고 믿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전통수의 만드는 임미숙씨

임미숙씨는 오늘도 ‘한상길 전통수의’에서 혼자 작업한다. 그 흔한 음악도, 말소리도 들리지 않고 서걱서걱 가위 소리와 재봉틀 소리만 조용히 울린다. 망자의 평안을 바라는 작업실의 고요는 적막하기보다 평화롭다. ◆ 어머님이 물려주시다 임미숙씨(70)는 평택시 현덕면에서 2대째 ‘한상길 전통수의(壽衣)’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고 그에 맞는 값을 받고는 있지만 ‘운영’이라는 표현이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1년에 15벌 남짓, 그것도 윤년이나 윤달이 낀 해 생산량이 이 정도다. 임씨 역시 생업보다는 명맥을 잇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주문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부분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를 치르다 보니 수의를 따로 준비하는 일도 줄었습니다. 그래도 환갑을 앞둔 분들이나 특별한 경우엔 더러 찾으시더라고요. 이렇게라도 전통 방식의 수의를 제작하는 걸 다행으로 여깁니다.” 상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임씨의 시어머니 한상길씨(2022년 작고)가 오랫동안 수의를 제작하던 곳이다. 1999년 경기으뜸이로 선정되며 평택시의 수의장(壽衣匠)으로 지정된 바 있는 한씨는 어린 시절 집성촌에 살며 예닐곱 살부터 동네 어르신들의 어깨너머로 바느질을 배웠다. 동네에 장례가 있으면 어르신 6~7명이 모여 해가 지기 전까지 수의를 지었고 그 옆에서 심부름하며 수의 짓는 법을 익혔다. “워낙 손재주가 좋고 손으로 곰실곰실 무언가 만드는 일을 즐기셨어요. 작업실에 있는 바구니 같은 것도 어머님이 만드신 것들이고, 평상복에 쓰이는 매듭단추도 나중에 저 쓰라고 많이 만들어 두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어머님이 수의 짓는 기술을 물려주고 가셨잖아요. 옷을 지을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 망자를 대접해 드리는 마음 수의는 죽을 때 입고 가는 마지막 옷이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가져가는 유일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승의 모든 인연과 소유욕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도록 단추도 주머니도 없다. 바느질은 되돌아박기를 하지 않고 실을 이어 쓰거나 매듭을 짓지 않는다. 저승에 도착한 망자가 이승과의 끈을 쉽게 풀 수 있도록 잘 풀리도록 묶는다. 한상길씨는 수의가 갖는 이런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망자에게 늘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임씨는 “어머님에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망자를 대접해 드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머님은 작업 중인 수의를 넘어 다니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어요. 작업 중엔 TV는 물론이고 라디오도 틀지 말도록 하셨습니다. 소리가 나면 산만해지고 그러다 보면 실수가 생긴다는 뜻이죠. 바느질을 하기 전에 꽂아둔 시침핀 하나도 행여 망자에게 해가 될까 빠뜨리지 않고 뺄 것을 강조하셨는데 함께 일하던 직원이 ‘죽은 사람인데 뭘 알겠냐’는 농을 쳐서 어머님과 저 모두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론 힘들어도 저희 둘이 작업을 했고요. 그만큼 철저하셨고 망자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셨습니다.” ◆ 삶과 죽음, 정성껏 대하길 인간은 누구나 늙고 죽는다. 어느 하나 슬프고 아쉽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한평생 성실히 살다가 크게 괴롭지 않게 숨을 거둘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으로 여길 만하다. 임씨도 “환갑쯤에 수의를 마련해 두면 오래 건강하다는 말에 부부가 손을 잡고 주문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만큼 삶을 더욱 정성껏 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며 미소를 띤다. 그러나 늙지 못한 죽음도 있다. 사고로, 병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임씨도 젊은 손님들의 수의를 지을 때 더 애달프다고 말한다. “어머님 계실 때였는데 40대 여성이 자신의 수의를 주문하러 온 적이 있습니다. 유방암 말기인데 가족 없이 혈혈단신이라더군요. 마지막 가는 길에 아무거나 입고 싶지 않아 준비하러 왔다는 말에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또 한번은 한 어머니가 사고로 죽음을 눈앞에 둔 20대 아들의 수의를 부탁하러 오셨어요. 아들의 탄생을 기다리며 배냇저고리를 마련했듯이 세상을 떠날 아들의 옷도 준비해주고 싶다고요. 한 번씩 ‘다들 잘 갔겠지….’ 떠오르곤 합니다.” 2022년 세상을 떠난 한상길씨도 임씨의 남편이자 자신의 아들의 수의를 직접 지어 입혔다. 또 자신보다 몇 해 먼저 떠난 남편과 자신의 수의도 예순이 되는 해에 지어 뒀다. 며느리 임씨를 위해선 수의를 만들진 못했지만 좋은 삼베 천을 마련해 두고 갔다. 임씨는 요즘도 혼자 바느질하다가 문득 “어머니 고마워요” 혼잣말을 하곤 한다.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한동안 그 적적함이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어머님 모시고 병원 다닐 때면 한 번씩 ‘미안하다, 고맙다’ 하셨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내 고생을 알아주시는 구나’ 할 것 같은데 ‘우리 어머님 많이 약해지셨네’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척 아파요.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한 일만 가슴에 남네요.” 임씨는 스스로 “손재주가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상길씨가 그랬듯이 어깨너머로 수의 짓는 법을 익혔는데 족히 10년은 걸린 것 같다고. 처음 시집와서 풀을 잔뜩 먹인 삼베를 가마솥에 삶아 천근만근 무거워진 천을 널고 말려 옷을 지을 수 있는 옷감으로 만드는 일부터 배운 임씨. 당시엔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전통방식의 수의 짓는 법을 배우고,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크다. 3남매 중 할머니를 닮아 손재주가 좋은 둘째 딸이 이 일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강요하긴 힘들다. “지금 당장은 싫다고 하지만 절대 안 한다고는 안 했으니 지켜봐야죠. 조만간 어머님께 배운 기술을 글로 풀어 자식들이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생전에 한상길씨는 ‘관혼상제’를 허례허식으로 여기며 인간이 살고 죽는 부분을 축소하는 세태를 아쉬워했다. 임씨도 같은 생각이다. “삶을, 또 죽음을 정성껏 대해주면 좋겠어요. 누구나 맞는 죽음인데 터부시하기보다는 준비할 수 있는 현재를 감사하면서 말이죠. 죽음을 생각하는 삶은 고귀합니다.”

공간의 재발견 '오산소리울도서관'

도서관이 책만 보는 공간이라는 건 옛말이 됐다. 학교 끝나고 잠시들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평소 다뤄보고 싶었던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고, 악보와 악기를 집으로 빌려와 한참을 연습하고 익힐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2019년 개관한 오산소리울도서관은 오산시민 1인 1악기가 가능한 그날까지 책과 음악이 흐르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시민 곁에 머물 것이다. ◆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 오산소리울도서관 휴대폰을 들고 손가락만 까딱해도 정보가 범람하고 굳이 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오래된 자료를 보존하는 기존의 기능 외에 최근 도서관은 점차 복합 문화·커뮤니티 기능이 더해져 그 모습과 역할이 변하고 있다. 2019년 7월 22일 개관한 오산소리울도서관은 연면적 2천999㎡,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이다. 시민 모두가 책과 음악, 악기를 쉽게 접하고 이를 통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전체 4층으로 구성된 소리울도서관 지하 1층은 악기대여관·도서대출 반납 층이다. 국악기·관악기·현악기·건반악기·타악기·전자악기 등 180여종 1천여점의 악기가 전시돼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비돼 있는 악기는 대부분 시연이 가능하며 연주가 불가한 악기는 키오스크를 통해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또 도서관 대출회원이면서 오산시민·오산시 소재 학교 재학생, 오산시 소재 재직자의 경우 최소 1천원~최대 1만원의 대여료를 지불하면 30여종의 악기를 1개월 단위로 최대 5개월까지 대여할 수 있다. 지상 1층은 음악 전문서적과 악보 등 3만5천여권의 장서가 구비된 종합 자료실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으며 카페와 작은 연주홀, 어린이 공간 등이 마련돼 있어 항상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 분위기를 조성한다. 2, 3층은 배움터 및 음악감성 공간으로 소리울아트리움, 두드림홀, 음악동아리실, 음악강좌실, 연습실, 녹음실, 보컬실, 국악실 등으로 구성됐다. 음악을 공부하고 익힐 수 있는 공간이고 수장고도 있어 악기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특히 소리울아트리움은 교육·음악·문화 기능을 복합적으로 융합한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공연,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한편 코로나19가 성행한 시기에 소리울도서관은 폐가제 중에도 악기 대여 서비스를 실시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이 대여하고 싶은 악기를 신청하면 도서관 측에서 수령 가능 문자를 보내고, 시민들이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수령 시간을 조정해 대여와 반납이 이뤄지도록 진행했다. 악기를 ‘드라이브 스루’로 받길 원하는 경우엔 직원이 악기를 갖고 주차장으로 이동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소리울도서관 관계자는 “직접 만지고 부는 악기의 특성상 철저한 소독과 관리로 시민들이 감염 걱정 없이 믿고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코로나 시기가 아니어도 항상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에 시민들이 위생적이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책과 음악을 매개로 한 동네 사랑방 오산시는 오산의 미래이자 희망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방안으로 ‘도서관’을 택했다. ‘평생교육도시’라는 대표 브랜드에 걸맞게 각 도서관에 특징을 부여하고 도서관이 마주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산 시내 7개 공공도서관에 변화를 줬다. 도서관마다 특성화 주제가 있는데 소리울도서관은 ‘음악 및 악기’, 중앙도서관은 ‘교육’, 꿈두레도서관은 ‘체험 및 여행’, 초평도서관은‘ 가족’, 햇살마루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 청학도서관은 ‘사회과학’, 양산도서관은 ‘역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오산시는 소리울도서관 운영의 주안점을 시민 모두가 책을 편하게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두고 있다. 다만 조용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책과 음악을 매개로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다른 도서관들과의 차별점이다. 무엇보다 공공도서관으로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이 악기와 책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악기를 다뤄보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음악 거점 공간이자 지역의 아트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산시는 ‘학생 1인 1악기’에서 ‘시민 1인 악기’로 확산해 오산을 문화도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리울도서관을 비롯한 각 도서관의 특징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도서관 관계자는 소리울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오산시 음악문화의 거점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함께하는 시민들에게 양질의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 “소리울도서관 관계자 모두 우리 도서관이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차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감성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설 연휴, 경기도 나들이 떠나볼까?

◆ 한국 안 작은 유럽 마을...피노키오&어린왕자별빛축제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국적 건물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 문을 연 한국 안에 작은 유럽 마을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이 이달 29일까지 ‘제3회 피노키오&어린왕자 별빛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꽃과 별, 그리고 어린왕자’를 콘셉트로 하는 쁘띠프랑스와 ‘피노키오와 다빈치’를 모티브로 한 이탈리아마을의 두 주인공을 주제로 한다. 야외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별빛 포토존을 새롭게 준비했으며, 특히 짙은 쪽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겨울 밤하늘과 유럽에서 직접 공수한 LED 전구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밤거리를 구현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별빛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옹기종기 모여있는 파스텔톤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를 밝히는 조명 빛이 한데 어우러진 동화 같은 모습이다. 은은한 밝기의 불빛들이 유럽 마을의 곳곳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겨울밤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피노키오와 어린왕자 동화 속 배경을 옮겨놓은 듯한 빛 조형물도 시선을 끈다. 그 외 오르골시연, 베니스가면체험, 윈터하우스 개장 등 다채로운 문화 체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 청정 자연 속 한겨울...산들소리낭만등불축제 경기도 남양주 별내동 불암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산들소리는 4만2천평 부지를 23년간 무농약으로 조성해 청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사립수목원이다. 2002년 설립된 이곳은 1200종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습지원, 야생화정원, 허브정원 등 15개의 테마 정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이번 겨울은 ‘낭만 등불축제’를 주제로 등불을 무료로 대여해 방문객들이 불빛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며 3월 말까지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낮에는 족욕 및 맨발로 걷기 체험 등을 제공하며 겨울에는 오후 6시 이후 방문 시 1인 1음료만 주문하면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 썰매로 호수를 가르는 기분...포천산정호수썰매축제 ‘산 속에 있는 우물’이라는 뜻의 산정호수는 명성산 아래 작은 봉우리들로 둘러쌓여 절경을 이룬다. 봄, 여름에는 잔잔한 물길이 흐르는 호수 둘레길을 거닐 수 있고 억새가 장관인 가을도 아름답지만 산정호수의 백미는 단연 겨울이다. 눈 덮인 호수의 탁 트인 경관과 꽁꽁 언 수면을 썰매장으로 활용한 행사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기업 산정호수마을회가 직접 기획하는 포천 산정호수 썰매축제는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선정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축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는 덤이다. 대형 오리의 등장으로 주목받았던 오리 썰매는 물론이고 펭귄, 푸우, 산타 등 다양한 캐릭터 썰매와 얼음 썰매, 러버덕 기차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만한 겨울 콘텐츠를 이달 12일까지 즐길 수 있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오산 하프앤보울 [공간의 재발견]

오산시 외삼미동에 위치한 ‘하프앤보울’은 책과 커피, 꽃이 공존하는 북카페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만한 그림책 위주로 서가를 꾸몄고 판매하는 책 외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이 편히 읽을 수 있는 책도 구비해두고 있다. ◆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어른 2021년 3월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에 문을 연 하프앤보울에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주인장 박지애씨는 아이가 태어난 2017년부터 그림책을 접하게 됐고, 그쯤 봤던 그림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중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이 아플까봐’는 박씨에게 큰 영향을 줬다. “한 소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상처받은 마음이 아플까 봐 두려워 마음을 꺼내 유리병에 담아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닫힌 마음의 문을 세상을 향해 열 수 있는지 어른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에 대한 애정은 하프앤보울의 위치를 오산으로 정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오픈 전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 서점을 찾아보면 수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산에 북카페나 독립서점이 드물어요. 책도 팔고 커피도 파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복잡한 도심보다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여유 있는 동네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프앤보울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그림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것보다 표지가 주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 들어 전면 책장에 배치하고 있다. 또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어른들이 읽고 생각할 만한 책을 엄선해 큐레이션하고 있다. “어른이 된 후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연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에 대한 물음인 것이죠. 그림책뿐만 아니라 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역사, 신앙 서적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책을 고릅니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고를 때도 지식보다는 감정과 마음을 우선에 두고 있다. 마음껏 상상하고 그 안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책을 선별한다. ◆ 우리의 그림책, ‘더미북’ 만들기 ‘하프앤보울’은 2021년 10월부터 1년간 매월 주제를 정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른을 위한 그림책 정기 모임을 진행했다. ‘우리의 그림책’이라는 이름의 모임은 참여자들이 주제에 맞는 책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박씨는 1년간 진행한 모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나의 첫 그림책 만들기’를 꼽았다. 그림책을 실제로 출판하기 전 상태인 ‘더미북’(가제본)을 6주간 완성하는 수업이었다. “모임 시작 전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 씨앗을 토대로 스토리보드, 스케치 작업, 글 수정 및 보완, 세 가지 장면 채색을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중에 각자 만든 이야기를 인쇄해 참여자들에게 나눠주고 서점에도 진열했습니다.” 더미북을 만드는 과정은 고됐지만 박씨는 “다시 언제 하냐고 문의도 많이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언젠가 다시 기획해 진행하고 싶은 행사”라고 소개했다.

[FOCUS ON_이색 도서관서 즐기는 가을] 오락·문화의 공간 '도서관'... "책 읽는 가을 즐겨요"

마음이 뻥 뚫리도록 청량하고 파란 하늘 아래 주황색 낙엽이 나부끼는 아름다운 계절이 돌아왔다. 독서하기 딱 좋은 계절, 특색있는 도서관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자체가 하나의 오락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 된 경기도의 이색 도서관을 소개한다. ■ 한 손엔 책을, 두 눈엔 별을…가족과 캠핑하며 즐기는 오산시 ‘꿈두레 도서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가족과 책 한 권 읽으며 캠핑하는 로망을 가진 이라면 그 꿈을 실현해줄 공간이 있다. 전국 최초로 도서관 내 야외 캠핑장을 제공하는 오산시 ‘꿈두레 도서관’이다. 평일 오후 이곳의 풍경은 더없이 평온한 ‘힐링 공간’ 그 자체다. 함께 꿈을 꾼다는 의미를 담은 ‘꿈두레’ 도서관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조용히 책만 읽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소통하고 행복한 책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자는 것.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중정홀’은 넓고 뻥 뚫린 개방감을 자랑한다. 전시 공간을 지나쳐 중정홀 야외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산 아래 펼쳐진 캠핑장은 붉은 단풍과 낙엽이 도서관을 방문한 시민들을 멋스럽게 반겨준다. 도서관에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정면에 자리 잡은 산 아래에는 좌우로 형형색색의 원통 모양 캠핑 공간이, 산책로를 따라 아래에는 펜션 모양의 신형 캠핑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구형 캠핑장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신형 캠핑장은 어른을 포함한 온 가족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독후감을 제출해야 하니 자연스레 책 한 권 읽게 되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 캠핑장에 누웠을 때 천장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별은 ‘덤’이다. 벌써 두 번째 캠핑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민정씨(43)는 딸 정하은양(8)이 3살이던 때부터 이곳을 이용했다고. 깔끔한 시설, 아름다운 자연에 집까지 거리가 있음에도 차를 타고 방문할 정도다. 6살에 이어 7살 생일에도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 하은 양은 “가족들이랑 밤에 산책하는 게 좋았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시민들이 책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의 ‘시끄러운 도서관’을 지향한다는 목표가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더해주는 독서의 품격…음악 특화 파주시 ‘가람도서관’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한 번 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 있다. 전국 최초의 음악특화 도서관 '파주 가람도서관'이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주차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선율이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책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화장실까지 도서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분위기를 더한다. 2014년 개관한 이곳은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에 집중했다. 클래식 공연에 적합한 다목적 공연장으로 2020년 리모델링한 도서관 2층의 ‘스페이스G’에서는 두 달에 한 번가량 공연이 진행되어 시민들을 맞이한다.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동아리원들이 연습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도서관 지하 1층에는 300석 규모의 솔가람 아트홀과 종합 자료실이 피아노 모양의 테이블을 자랑하는 로비를 공유한다. 도서관은 음악을 즐기는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지역 음악가를 양성하거나 매달 어린이를 위한 강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일상에 음악이 더 크게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홍인경 사서는 “어린 시절부터 이곳을 방문한 이용객들은 도서관과 같이 성장한다”며 “어렵고 딱딱한 클래식이 도서관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숙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도서관에서 무중력 우주선 체험을?…‘의정부 과학 도서관’ 미래를 빛낼 ‘과학자’가 꿈인 어린이들이라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우주의 광활함을 사랑하고 별과 달을 들여다보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도 환영이다. 2007년 경기 북부 최초의 천문우주 특화도서관으로 문을 연 의정부 과학 도서관은 놀이와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고 어려운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도서관은 크게 4가지 기초과학 체험시설을 마련했다. 우주선에 탑승해 발사되는 무중력의 순간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으면 어떨까. 도서관은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우주선 탑승 체험의 경험을 제공한다. 원형 돔에 가상 천체를 비춰 밤하늘을 관람하거나 천체 관련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천체 투영실, 동작 인식 기술과 다양한 모래놀이 영상을 결합한 촉감 체험이 가능한 모션 샌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4D 영상 체험실도 있다. ‘놀이기구의 과학원리’ 등 매달 다른 테마의 일상 속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강연도 열리니 과학을 사랑하는 어린이라면 더없이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에 위치했던 천체관측 시설이 도서관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의정부 천문대)으로 별도 조성됐으니 한 번 쯤 방문해봐도 좋을 듯하다. 이나경 수습기자

[FRAME STORY_이색취미] '똥손'을 '금손'으로 만들어 주는 라탄 공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이 활발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쇼핑이 줄어들고 판에 박힌 기성품을 사기보다는 조금 서툴러도 직접 배워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핸드메이드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MBC '나혼자 산다'에서 출연자가 집에서 직접 라탄 공예를 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번 호에는 이색취미로 '라탄 공예'를 소개한다. 라탄이 좋은 이유 우리에게 등가구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라탄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게 특징이다. 이러다 보니 라탄 가구는 실용성면이나 미적으로 탁월한 장점을 지녔다. 흔히 요즘 말하는 친환경 콘센트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연미가 돋보인다. 라탄 가구가 지닌 자연미 덕분에 다른 가구들과 달리 적절히 배치만 해도 특급리조트나 호텔에 온 듯한 실내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분위기나 가구에 따라 쓰이는 라탄 종류도 다양하다. 카페나 커피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는 왕골 라탄, PVC 라탄, 페이퍼 라탄, 틸로브 등이 있다. 라탄 공예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취미 중의 하나다. 라탄은 어떤 소재?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야자과의 덩굴식물인 라탄은 줄기가 길고 질겨서 공예 가구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박정현 수원라탄공방 마이하비하우스 원장은 “몇 년 전부터 라탄 공예가 인기를 끌면서 각종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도 소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잘못된 정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라탄 공예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등나무를 이용한 공예로 알고 있다. 사실 아니다. 라탄 공예에 사용되는 재료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라탄은 최소 6년 이상 자란 것을 벌채해 줄기 껍질을 벗기고, 자르고, 물레 쌂아서 곧게 편 후, 오일을 이용해 문지르면 녹색 부분의 줄기가 담황색으로 변한다. 이때 일주일 정도 물에 담가두면 재질이 질기게 된다. 그런 다음 자연건조의 과정을 거치면 지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탄 재료로 완성이 된다. 기본적으로 라탄 가구는 라탄 짜임의 굵기에 따라 질감이 다르게 보인다. 색상 또한 월넛, 화이트 등으로 다양하며 어떤 패브릭으로 매치를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가령 화려한 플라워 패턴의 패브릭에 그린, 레드, 퍼플 등의 강렬한 패브릭과 매치하면 화사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는 반면, 옐로우, 골드, 베이지와 만나면 중후하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가 연출이 된다. 라탄 재료 손질 방법 한 묶음에 묶여 있는 라탄 재료의 길이가 각기 다른 이유는 가공 과정에서 절단하는 길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탄은 cm 또는 m 단위로 판매하지 않고 무게로 판매한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는 250g, 500g, 1kg씩 묶어 판매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나 공바에서도 비슷한 단위로 사용하고 있다. 라탄 재료는 장시간 물에 담가 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라탄 재료를 손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한가닥씩 소분해서 사용할 때 사용하기 전 뭉치로 묶여 있는 상태 그대로 물에 담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적셔 준 다음 약 5분 후 재료가 충분히 젖으면 가장 겉면에 묶여 있는 끈을 잘라 준다. 가장 위쪽 전체적으로 묶여 있는 뭉치를 잡아 올리면 스프링처럼 따라 올라오면서 엉키지 않은 체로 사용할 수 있다. 가장 위쪽의 고리를 풀지 않은 상태로 의자나 건조대 등 걸쳐 놓을 수 있는 곳에 널어놓듯 걸쳐 놓은 후, 한 가닥씩 뽑아서 적당한 사이즈로 말아서 보관한다. 반드시 잘 마른 상태로 따로 담아 보관해야 한다. 필요 시마다 소분된 재료를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2. 큰 뭉치로 사용할 때 사용하기 전 뭉치로 묶여 있는 상태 그대로 물에 담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적셔 준다. 그런 다음 5분 후 재료가 충분히 젖으면 가장 겉면에 묶여 있는 끈을 잘라 준다. 가장 위쪽 전체적으로 묶여 있는 뭉치를 잡아 올리면 스프링처럼 따라 올라오면서 엉키지 않은 채로 사용할 수 있다. 가장 위쪽의 뭉치를 한 번 크게 말아서 고정해 준 후 필요한 만큼 한 가닥씩 뽑아서 사용한다. 사용하고 남은 재료는 잘 말린 후 다시 적당한 크기로 말아서 보관하고, 다시 작업할 때 다시 전체적으로 물을 적셔 필요한 만큼 한 가닥씩 뽑아서 사용하면 된다. 박정현 원장은 “환심은 20분 이상 물에 담궈두면 안된다. 물에 오래 담가둘수록 환심 속에 있는 좋은 영양분이 물로 다 빠져나가서 환심을 더 나쁘게 만든다. 물에 잠길만큼 푹 잠깐 담궈서 전체가 적셔졌다면 물에서 건져 겉에 뭍은 물기가 횐심 안쪽으로 스며드는 시간 10분 정도 기다렸다 사용하면 바구니 엮기 적당한 환심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라탄 공예에 필요한 도구 1. 가위 : 날대와 사릿대 등 재료를 자르는 데 사용한다. 날의 끝부분이 뽀족하고 날카로운 가위를 선택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작품 완성 후 마무리 단계에서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2. 송곳 : 날대 간 간격을 맞출 때 또는 휘어진 날대를 바로 세울 때 주로 사용한다. 또한 날대 사이의 좁은 틉을 벌려 덧날대를 꽂아 줄 때 사용한다. 3. 줄자 : 날대를 재단하거나 사이즈 측정 시 사용한다. 4. 분무기 : 작업 중 날대와 사릿대가 마르지 않게 물을 뿌려 줄 때 사용한다. 5. 물그릇 : 작업 중 작품이나 재료가 마르지 않게 전체적으로 적셔 줄 때 사용한다. 6. 등칼 : 날대 간 좁은 틈을 벌리거나 피등, 평심 등 납작한 모양의 재료를 수월하게 넣거나 빼내기 위해 사용한다. 주로 골조를 이용한 작업에서 사용하는 도구이다. 7. 가스토치&가스 : 작품 완성 후 라탄 보풀이 일어난 부분을 태워 없앨 때 사용하거나 굵은 심등에 열을 가해 구부려 형태를 만들 때 사용한다. 8. 사포 : 완성된 작품의 겉면을 매끄럽게 다듬을 때 사용한다. 500~800방 정도의 고운 사포를 사용하며 뒷면이 천으로 된 사포를 사용하는 게 좋다. 9. 락카 스프레이 : 작품 완성 후 코팅 작업할 때 사용한다. 10. 염료 : 재료나 작품을 염색할 때 사용한다. 라탄 염색은 이렇게 라탄 공예를 다한 후 염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염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컬러 염색 작업 시에 처음부터 모든 재료나 작품으로 바로 진행하기보다는 약간의 재료를 가지고 샘플 테스트를 하면서 컬러 톤을 잡아 주는 게 중요하다. 커피나 홍차 찌꺼기를 이용한 천연 염색과 염색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커피 농도에 따라 색의 진하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2~3회 정도 반복해서 작업해 주는 게 좋다. 커피 대신 홍차나 와인 등을 이용해 염색하는 경우도 있다. 천연 염색은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색이 그만큼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반면 염색제를 이용하면 색이 더 선명하고 본인이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있다. 염색제를 사용할 경우 뜨거운 물에 소금과 염색제를 3:1로 섞어 준다. 여기서 소금을 넣은 이유는 염색이 더 잘 되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라탄의 경우 따로 염색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세월이 흐르면서 갈색톤으로 색이 진해지는 특성이 있다. 라탄 공예 마무리 작업 라탄 작업은 등나무 껍질이나 속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무의 특성상 작업 중 재료가 손을 많이 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라탄 보플이 생긴다. 특히 재료가 건조한 상태에서 손을 많이 타게 되면 라탄 보플이 더욱 잘 생기기 때문에 작업하는 도중에 재료가 마르지 않도록 분무기로 충분히 적셔 가며 작업을 해야 한다. 완성 후 생긴 라탄 보풀은 완성 작품을 물이 뚝뚝 흐를 정도로 충분히 적셔 준 다음, 가스 토치를 이용해 작품이 상하지 않게 적당한 간격을 두고 고르게 돌려 가며 살짝 그을려 없애 준다. 토치 작업이 끝나면 작품이 틀어지지 않게 잘 말려 준다. 작품을 직사광선에 노출시키지 말고 습하지 않은 적당히 그늘지고 통풍이잘 되는 곳에서 말려 주는 게 좋다. 잘 마른 작품은 엮은 결을 따라 사포질을 해 주면 겉면이 매끄러워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미처 태워지지 않은 라탄 보풀을 사포질 과정에서 한 번 더 정리해 줄 수 있다. 라탄 공예 취미에서 창업까지 라탄이 가진 내추럴 분위기 때문에 피크닉 용품이나 인테리어용 소품에 많이 쓰인다. 예전에는 곡선이 강조된 부드러운 느낌의 가구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실내용 소파, 테이블, 수납장, 접시, 받침대, 왜곤(wagon), 심지어 반려견을 위한 소품들도 등장했다. 이러한 소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라탄 공예를 직접 배워 보겠다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박정현 원장은 “한국등공예 연구회는 매년 2회 시험이 있다. 자격시험은 2급 과정, 1급 과정을 걸쳐 전문강사가 될 수 있는 사범 과정이 있다. 라탄 공예 기술만 잘 익혀도 방과후 강사, 문화센터 강사, 치매 관련 센터 등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창업까지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라탄 공예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만큼 정성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한땀 한땀 바구니를 엮는 그 시간 자체가 힐링이 되고 마음의 안정이 되는 시간이니 한 번쯤 배워 보는 것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박정현 원장은 ”라탄 공예는 바구니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가구를 만드는 고급 등공예 과정까지 배우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는 공예이다. 라탄 공예를 배우고자 마음을 었다면 가까운 공방에서 숙련된 전문가에게 정확한 기법과 기초 지식을 배우는 게 좋다. 전문가에게 배워야 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디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지, 재료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라고 전했다. 라탄 어디서 배우나요? 라탄 공예는 백화점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동네 개인 공방 등에서 배울 수 있다. 또는 하루 수업하는 원데이 수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원데이 수업은 각 공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4~6만원 사이이다(1일, 성인 기준). 수강료는 보통 기초부터 고급기법까지 10개 작품을 배운다고 가정하면 재료비, 수강료, 시험응시 발급비까지 180만원 정도 든다.(한국등공예연구회 2급 민간자격증 과정 기준) 수업 과정과 비용은 협회나 개인 공방이 모두 상이하므로 가까운 협회나 공방에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전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