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인데 1년에 책 한 권은 읽어야지 [설 특집]

새해 목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인데 1년에 책 한 권은 읽어야지

 

지난해 발표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새해 다짐 중 ‘독서’는 빠지지 않는 목표인데 독서율은 물론이고 도서구매율도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과 젊은 세대 사이 ‘책 읽는 것은 멋지다’는 유행이 일고 있어 그 시류에 편승하며 2025년에도 또 한 번 ‘독서’를 다짐해 본다.

 

■ 책 읽는 문화, 텍스트힙

 

지난 12월 12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 12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출판업계의 호황으로 이어졌다. 역대 최단기간인 엿새 만에 100만 부 이상 판매로 이어졌고 지난해 10월~11월 중순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중 절반 이상이 한강 작가의 작품이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일주일간 한강 작가 작품 외에도 국내 도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고 특히 소설, 시, 희곡 등 문학도서 판매량이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 전부터 젊은 세대 내에서는 ‘글을 읽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의 텍스트힙(Text hip)이 유행하며 책 읽기 붐이 일고 있었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독서율은 각각 74.5%, 68.0%로 성인 종합독서율 4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관람객 넷 중 3명이 MZ세대였다.

 

텍스트힙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존에 책(Book)과 바캉스(Vacance)를 엮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북캉스족도 덩달아 늘고 있다. 여행 가서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각 대형 및 온라인 서점은 물론이고 여행업계에서도 ‘북캉스 패키지’를 만들어 젊은 세대의 ‘책 유행’을 독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마저 SNS 과시용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 독립서점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느는 것 자체가 환영할 일”이라며 반겼다. 그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고 어떤 면에서든 책을 좋아하는 것부터 독서의 시작”이라며 “손에 쥐고, 가방에 넣고 다니다 보면 한 줄이라도 읽게 되고 그렇게 책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이용하는 온라인 미디어 ‘어피티’가 MZ세대 1천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로 분류되는 연령의 최근 3개월간 1인당 평균 독서량은 5.62권이었다. 응답자들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로 ‘여가 및 취미 활동’으로 꼽았고 ‘자기계발 및 성장’, ‘지식 습득’, ‘스트레스 해소’, ‘학업 또는 업무 관련’ 순으로 나타났다.

 

이 세대가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소설’(48.9%)이 차지했고 자기계발서(16.9%), 비즈니스·경제서(15.8%), 에세이(10.2%), 학술서적(3.8%) 순이었다.

 

독서율과 관련해 설문에 참여한 30.7%가 ‘독서 친화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특히 최근 걸그룹 멤버의 책 읽는 모습을 따라 하는 등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는 답변도 있었다.

 

■ 10명 중 6명…1년간 책 한 권도 안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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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한편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이는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로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했다. 1994년 독서실태조사 실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해 4월 18일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비독자의 독자 전환과 책 친화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한 이번 계획은 2028년까지 성인의 종합독서율을 50.0%로 설정하고 3.9권이던 독서량을 7.5권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아울러 독서의 유용성을 인식하는 지표는 독서 가치 재발견 등 다각화된 정책을 통해 2023년 67.3%에서 2028년 75.0%까지 높일 계획이다.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율과 독서량, 구입량 등 독서 지표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여가생활에서 독서에 대한 선호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검색의 생활화, 동영상 시청 등 정보 습득 경로의 다양화, 디지털 매체·콘텐츠 이용 비중 증가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 전자책 독서율 증가 등 긍정적 변화도 관찰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노년층 종합독서율이 15.7%로 2021년 23.8%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20대는 2021년 대비 3.6%포인트 감소한 74.5%로 나타났고 30대와 40대 종합독서율은 각각 68.0%, 47.9%였다.

 

소득에 따른 독서율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독서율은 54.7%였으나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경우 독서율은 9.8%에 불과했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 3.9권 중 특히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그쳤다. 도서 구입량도 종이책이 1.0권인 데 비해 전자책이 1.2권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독서 장애 요인으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 순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생 종합독서율은 95.8%로 2021년 대비 4.4%포인트 상승했고 연간 종합독서량은 36.0권으로 같은 기간 1.6권 더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에 쓰는 시간은 평일 하루 평균 82.6분, 휴일에는 89.0분으로 집계됐다. ‘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 학생이 85.4%, ‘독서모임 등 독서 활동을 경험했다’는 학생은 52.3%였다.

 

■ 국민의 ‘독서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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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5월 9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주최로 ‘제1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의 핵심 화두는 문체부의 2023년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 조치였다. 지역 서점의 문화 활동 지원, 출판사 대상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등 관련 예산 60억원가량을 모두 삭감한 것과 관련해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중앙정부 차원의 독서진흥 정책과 예산이 한순간 증발해 도서업계의 후유증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가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 대해선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하기 위한 독서 친화적 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며 “그러나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문체부 내 독서진흥과(가칭)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문체부에는 출판인쇄독서진흥과에서 독서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이 독서정책을 담당할 뿐 실제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조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독서정책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한국독서문화진흥원(가칭) 설립, 국민 모두에게 1년에 책 1권을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국민 독서수당 지급 등 실질적인 독서 진흥안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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