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22일 국내 개봉한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반 부시, 반 이라크 전쟁이라는 정치적 깃발을 높이 치켜올리며, 부시행정부가 저지른 이라크 전쟁의 허상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어 파병반대운동이 불붙고 있는 국내 여론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제목 ‘화씨 9/11’은 그린 레이 브래들리의 소설 ‘화씨 451’에서 따온 것이다. 소설에서 ‘화씨 451’은 책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뜻하는데, 마이클 무어 역시 ‘화씨 9/11’을 통해 미국사회가 부시가 교묘한 여론조작을 통해 조장한 테러의 공포속에서 진실이 어떻게 화염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이클 무어는 영화에서 직접 내레이션을 하며 시종일관 부시를 신랄한 독설로 조롱한다. 부도덕하고 오만한데다 머리까지 나쁜 멍청이라고 비아냥댄다. 영화는 부시가 집권한 이후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면서 부시가 얼마나 잘못된 판단과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여왔는지 집중 공격한다. 영화는 치열했던 2000년 미국 대선부터 시작한다.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한 무능한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부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백악관 주인이 된 것은 ‘허구의 선거’ 때문에 가능했다고 미국선거를 비꼰다. 그리고 나서 부시 일가와 그 측근, 그리고 부시와 가까운 친구들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가와 빈 라덴 일가와 개인적으로, 사업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폭로한다. 이어 2001년 9월11일 뉴욕시간으로 오전 8시 45분 9·11테러가 발발했을 때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부시가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았다는 보고를 받고도 동화책을 읽으며 무려 7분 동안이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을 시간의 경과까지 자막으로 삽입하며 놀린다. 영화는 또 9·11테러 직후 미국에 있던 빈 라덴 일가가 FBI의 기초조사 조차 받지않고 백악관의 도움아래 특별기편으로 유유히 미국을 무사히 빠져나간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부시 일가와 빈 라덴 일가의 연관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미국 의회 의원들이 법안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애국법’을 제정하면서 미국 사회 전체가 테러의 공포에 사로잡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희화적으로 보여준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빈 라덴을 잡지도 못한 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데 이어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와 ‘이라크-알 카에다의 관계’를 명분으로 단 한명의 미국인을 죽이지도, 미국 영토를 공격하지도 않은 주권국가 이라크를 폭격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또 ‘이라크 전쟁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라크 석유에만 혈안이 된 미국 기업가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분노를 자극한다. 영화는 이라크 전쟁에서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가 “아들을 살리고 싶다”고 절규하며 “내 아들을 이라크에 보낸 것은 알 카에다가 아니라 미국정부”라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마이클 무어는 누구’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씨 9/11’을 만든 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논픽션 작가. 늘 낡은 운동모자와 티셔츠를 걸치고 나타나는 이 비만의 중년감독은 1954년 미시건주 플린트라는 가난한 마을에서 자동차 공장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때까지 줄곧 종교교육을 받았고, 한때는 성직자가 될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교칙을 둘러싸고 학교당국과 마찰을 빚은 후 18살에 자신이 속한 학군의 교육위원회에 출마해 교육위원으로 당선돼 미국 최연소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갔으나 학교생활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그만둔 후 22살에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안 신문인 ‘플린트 보이스’를 설립해 문제의식을 키웠다. 그가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쳐 유명세를 탔다. 이 영화는 2002년 칸 영화제에서 55주년 기념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우수 해외영화상을 수상하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989년 제너럴 모터스사가 자신의 고향 미시건주 플린트에서 자행했던 다운사이징의 파괴적인 결과를 묘사한 ‘로저와 나’를 만들었다. 감독이외에 그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논픽션 작가이기도 하다. ■살인영화, 실제사건에 영향 미칠까… 연쇄살인범 유씨 집서… ‘공공의 적’ 등 DVD 발견 ‘살인의 추억’이나 ‘공공의 적’처럼 엽기적 살인을 다룬 영화가 실제 사건에 영향을 미칠까?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최근 용의자 유영철씨가 검거된 연쇄살인사건이 ‘서울판 살인의 추억’에 비유되면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연쇄살인사건’이 ‘살인의 추억’에 비유되는 것은 오랜 기간 미궁에 빠졌던 사건인데다 살해수법도 엽기적이기 때문이다. 노인 살해사건은 10개월간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으로 자칫하면 화성의 경우처럼 더 오랜 기간 미궁에 빠질 뻔했다. 전기톱을 이용해 시체를 토막낸 뒤 암매장하는 것도 여성의 음부에 과일을 집어넣었던 ‘살인의…’ 이상으로 끔찍하다. 유씨의 집에서 발견된 10여장의 DVD 중 하나인 ‘공공의 적’ 또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노인들을 둔기로 내리쳐 살해하고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살해동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외국영화 가운데 연쇄살인을 다룬 것으로는 ‘머더 바이 넘버’(고등학생들의 연쇄살인), ‘양들의 침묵’(피부가 벗겨진 채 시체가 발견되는 연쇄살인), ‘세븐’(성서의 ‘일곱가지 죄악’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살인사건), ‘키스 더 걸’(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H’(최면을 이용해 계속되는 살인), ‘거울 속으로’(재개장 직전 백화점의 연쇄살인) 등이 연쇄살인을 다뤘으며 최근 개봉작으로는 ‘페이스’(복안을 이용해 지워진 얼굴을 복원)와 ‘거미숲’(시골 숲의 외딴 집에서 발견된 남녀의 시체) 등이 있다. 외국영화 가운데 연쇄살인을 다룬 것으로는 ‘머더 바이 넘버’(고등학생들의 연쇄살인), ‘양들의 침묵’(피부가 벗겨진 채 시체가 발견되는 연쇄살인), ‘세븐’(성서의 ‘일곱가지 죄악’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살인사건), ‘키스 더 걸’(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등이 있다.국내에서는 ‘H’(최면을 이용해 계속되는 살인), ‘거울 속으로’(재개장 직전 백화점의 연쇄살인) 등이 연쇄살인을 다뤘으며 최근 개봉작으로는 ‘페이스’(복안을 이용해 지워진 얼굴을 복원)와 ‘거미숲’(시골 숲의 외딴 집에서 발견된 남녀의 시체) 등이 있다.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룬 이 영화들은 대부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깔고 있다. ■영화 ‘주홍글씨’ 제작 발표회 톱스타 한석규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모으는 스릴러풍 멜러영화 ‘주홍글씨’의 제작발표회가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가운데 감독과 배우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변혁 감독, 엄지원,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연합
■하류인생 암울한시대 헤쳐간 삼류群像들 ‘국민감독’ 임권택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下流人生)’이 21일 관객에게 선을 보인다. 태흥영화사 대표 이태원과 촬영감독 정일성 등 ‘노장 트리오’가 손을 맞잡은 것은 예전과 다름이 없지만 ‘취화선’과 ‘춘향전’ 등 200∼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던 시대배경은 1960∼1970년대로 현대화됐다. ‘춘향뎐’에서 발탁한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하류인생’은 도도한 역사의 탁류를 온몸으로 자맥질하며 헤쳐온 한 사나이의 젊은 시절을 그린 것. 한국의 소리와 그림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되살려냈던 노장의 손길은 한국적 액션을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한국인의 정한(情恨)과 예술혼에 주목하던 눈길은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 사내의 인생으로 옮겨갔다. 이야기는 1957년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고교 3년생 태웅(조승우)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이웃 학교에 찾아가 매서운 주먹 솜씨를 보이나 학교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보다 못한 승문(유하준)의 칼을 맞는다. 태웅은 허벅지에 칼을 꽂은채 승문의 집으로 찾아가 승문에게 직접 칼을 뽑으라고 소리치고 이 일을 계기로 승문의 누나 혜옥(김민선)을 만나게 된다. 승문의 아버지 박일원의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을 찾았다가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정치깡패가 난입해 아수라장이 되는데 혜옥까지 동대문파 소속의 살모사에게 봉변을 당하자 태웅은 그를 한방에 제압한다. 이 일로 명동파 중간보스로 영입된 태웅. 빚을 받아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며 생계를 잇던 그는 박일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혜옥과 결혼하고 4·19와 5·16으로 깡패조직이 와해됨에 따라 영화업에 뛰어든다. 제작자가 영화에 손을 떼면서 제작을 떠맡게 된 그는 여배우의 잦은 출연 펑크와 제작비 부족 등 온갖 어려움을 뚫고 첫 영화를 완성하나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위질로 참담한 실패를 맛본다. 빚더미에 앉은 태웅은 깡패 선배였던 오상필(김학준)을 찾아가 군납 건설업자들의 담합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빼어난 일처리 솜씨로 승승장구하는데 역사의 격랑은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시대배경과 줄거리는 흡사 ‘장군의 아들’과 ‘모래시계’를 합쳐놓은 듯하다. 꼼꼼한 세트와 소품은 ‘시간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준다. 영화 도입부부터 조병옥 대통령 후보의 시국강연을 고지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고 ‘이유없는 반항’, ‘마부’, ‘007 위기일발 소련에서의 탈출’, ‘증언’ 등 미도극장에 걸린 간판으로 당시의 흥행작을 짐작할 수 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신중현의 ‘님은 먼 곳에’도 들을 수 있다. 임권택 감독은 미장센(화면 구성)이나 사실 고증만을 위해 역사를 재현한 것은 아니다. 가위와 자를 들고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경찰관, 술김에 박정희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택시 운전사의 신고를 받아 ‘빨갱이’로 몰리는 작가, 5·16 주동자들이 내건 ‘혁명 공약’을 다 외우면 훈방해주는 경찰서 등은 야만적이고 폭압적이었던 시대를 고발하는 외침이다. 겹치기 출연으로 제작자의 애를 먹이는 여배우나 공륜 심의에 잘려나간 필름 등임 감독의 뼈저린 경험에서 비롯된 일화들도 등장한다. 영화 곳곳에서 거장의 원숙함이 느껴지나 아쉬움도 발견된다.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수십 개의 에피소드로 토막내면서 특별한 극적 장치 없이 이어가다보니 이야기가 평면적으로 비친다. 조승우와 김민선은 적역이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많은 신인배우들과 조연들의 연기는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어보이는 느낌도 준다. ‘하류인생’을 완성하면서 100번째 연출작을 눈앞에 둔 임권택. 한국영화의 기념비가 될 그의 차기작이 어떤 규모로 만들어질지는 이번 영화로 임권택 감독이 여전한 관객 동원력을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트로이 戰神의 부활 “오~ 브래드” 고대 그리스 시대는 신이 인간의 길흉화복과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시대였다. 그리스 신들은 유독 질투심이 많고 변덕이 심해 인간들은 신전을 지어놓고 모든 일을 빌어야 했다. 호머가 지은 ‘일리아드’에서도 그리스 동맹군과 트로이 간의 전쟁은 신들의 불화가 빚은 일로 그려진다. 황금 사과(세상을 바꾼 네개의 사과 중 두번째)가 여신들의 경쟁심을 유발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장수들의 운명이나 전투의 승패도 모두 신들의 파워 게임에 따라 결정된다. 잠자리에서 어머니로부터 ‘일리아드’를 듣고 자랐다는 독일의 부호 슐리만은 트로이 전쟁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으리라 믿고 터키에서 발굴에 착수해 트로이 유적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슐리만이 고고학을 통해 신화를 역사로 만들었다면, 미국의 감독 볼프강 페터슨은 문학을 영화화하면서 전설을 생생한 실화로 꾸며냈다. 21일 개봉될 영화 ‘트로이’에서는 신들의 역할이 없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줄리 크리스티)가 아들 아킬레스(브래드 피트)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의 강 스틱스에 몸을 적셨으나 붙잡고 있던 발뒤꿈치만이 젖지 않아 유일한 약점이 됐다는그 유명한 일화마저 등장하지 않는다. 신들의 신탁을 믿고 예언을 하는 제사장들은 웃음거리가 되고 이를 따르는 왕과 장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당시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발칸 반도와 소아시아 반도의 정세를 자막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미케네를 중심으로 동맹을 맺고 있었고 바다 건너 트로이와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파르타는 그리스 연맹에서 떨어져 나와 트로이와 동맹을 맺는다. 외교사절로 트로이를 찾은 스파르타의 왕자 파리스(올란도 블룸)는 트로이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와 사랑에 빠져 함께 귀국한다. 격분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브렌든 글리슨)는 미케네의 왕이자 그리스 연맹의 맹주인 형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에게해의 패권을 노리던 아가멤논은 그리스의 모든 도시국가에 동원령을 내린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결투, 성을 둘러싼 일진일퇴의 공방전, 전리품으로 얻은 여사제 브리세이스(로즈 번)로 인한 아가멤논과 아킬레스의 불화, 아킬레스의 둘도 없는 친구(영화에서는 사촌) 파트로클루스(가렛 헤드런드)의 화랑관창과도 같은 활약, 오디세우스(숀 빈)의 계략으로 바닷가에 남겨진 거대한 목마 등의 이야기가 ‘일리아드’와 비슷하면서도 때로는 다른 줄기를 만들어내며 흘러간다. 화려한 배역과 함께 관객의 눈을 압도하는 것은 스펙터클한 화면.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그리스 군의 상륙작전, ‘반지의 제왕’의 재현처럼 느껴지는 트로이 성 앞의 전투 등은 모처럼 서사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는 재미를 준다. 2억 달러의 제작비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페터슨 감독은 신들의 이야기를 빼놓으면서도 고고학자나 역사학자와도 같은 해석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대신 극적인 재미를 위해 아가멤논의 야욕을 과장하고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의 사랑에 비중을 두어 서사 액션 블록버스터에 휴먼 멜로 드라마 성격을 가미했다.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지성과 인내력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스 비극에서는 냉혹하고 교활한 인물로 그려지는 오디세우스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더블루스-소울 오브 맨 블루스 전설 담은 다큐 ‘부에나비스타…’ 빔 벤더스 감독 14일 개봉한 영화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원제 The Blues-The Soul of A Man)은 우리에게는 ‘베를린 천사의 시’나 ‘파리 텍사스’ 등으로 알려진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쿠바 뮤지션들을 조명했던 빔 벤더스 감독은 이번에는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블루스의 전설들을 찾아 나선다. 감독이 스크린을 통해 되살아나게 한 뮤지션은 스킵 제임스, 블라인드 윌리 존슨, J.B. 르누아르. 영화는 이 세 명의 뮤지션들에 대한 기록 영상과 재현화면, 이들 음악을 최근의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엮었다. 스킵 제임스가 세상에 내 놓은 앨범은 한 장뿐. 이후 30여년 만에 병원에서 발견된 그는 극적으로 역사적인 공연에 합류한다. 윌리 존슨은 평생 길거리 공연을 하며 살아갔으며 르누와르는 새로운 세대의 변화를 노래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그들의 노래는 내게 세계를 의미했다. 그 노래들에는 내가 미국에 관해 읽고봤던 그 어떤 책보다, 어떤 영화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단지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에게 블루스의 역사를 맛보게 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감독은 블루스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음악에 깊숙이 묻어있는 인간적 슬픔과 비참한 생활, 고뇌와 절망을 발견하기도 하고 신과 악마, 신성과 불경, 성스러움과 세속적임 사이에 놓인 블루스의 긴장감을 찾기도 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제작을 맡아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크 피기스 등 7편이 연출한 7편의 다큐멘터리 연작 ‘더 블루스’ 중 한 편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같은해 미국의 공영방송 PBS를 통해 방송됐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장풍소년 나가신다, 얍!” 전설이 하나 있다. 마루치와 아라치의 경지에 오른 자가 열쇠를 가지고 신성을 띤 제단에 서면 아라한의 경지에 올라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는 것. 이 열쇠가 악의 무리에게 들어가는 것을 막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일곱 명의 신선, 즉 칠선(七仙)이다. 옛날 같으면 긴 머리에 수염 기르고 높은 산에서 폭포 맞으며 수행을 쌓을 법한 이들이지만 2004년 세상은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 무허가 침술원이나 700 주역풀이 서비스 정도로 생계를 유지할 뿐. 주변에 산이 없으니 편한 대로 건물 옥상에서 수행을 쌓고 TV 진기명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능을 뽐낼 뿐. 30일 개봉한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제작 좋은 영화)은 코미디와 액션, 로맨스에 화려한 볼거리까지 우리 영화 중에서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종합선물세트형 액션영화다. 도심 속에 고수들이 숨어 산다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지만 영화는 캐릭터를 풀어나가는 풍부한 에피소드나 이들이 생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관객들을 압도한다. 테헤란로나 명동, 광화문 같은 도심의 고층빌딩 숲을 누군가가 ‘어색하지 않게’ 날아 다닌다거나 비밀의 제단이 용산에 우직하게 서 있는 전쟁기념관 밑에 숨어 있다는 상상력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맞고만 다니는 초보 경찰 상환(류승범). ‘어리버리’ 임무를 수행하던 어느날 상환은 정체 모를 장풍을 맞고 쓰러져 어디론가 옮겨진다. 바로 도심에 숨어 사는 도인들의 집. 장풍은 의진(윤소이)이 쏜 것. 우진은 이들의 리더격인 자운(안성기)의 딸이다. “자네는 마루치가 될 재목이야! 장풍도 가르쳐줄게…” 한심하지만 평범한 인생에 느닷없이 나타난 도인들도 당황스러운데 자신들의 제자가 돼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거절하던 상환. 하지만 얼마 안가 의진의 미모에 반해, 그리고 진짜 정의로운 경찰이 되기위해 ‘도’를 배우기로 한다. 사실, 상환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 상환은 의진과 칠선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무공을 익혀간다. 상환이 밥하고 청소하며 차근차근 무예를 쌓아가던 어느날 청계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속에 갇혀 있던 노인 한 명이 발견된다. 검은 옷의 이 노인은 바로 강력한 힘을 얻어 세상의 악을 다스리려 하던 강경파 ‘흑운’. 콘크리트는 청계천 복개시 칠선들이 흑운을 가뒀던 봉인이다. 이제 흑운은 세상으로 풀려나고 자운을 비롯한 신선들과 상환은 열쇠를 지키기위해 흑운과 맞선다. 영화의 매력을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주는 코미디에서 발견한다면 이는 상환 역의 류승범이 보여주는 확실한 색깔 덕일 듯하다. 영화의 무술감독이자 흑운 역을 맡은 정두홍의 연기도 전작들보다 한층 안정돼 보이고 도인 역의 연기자들도 유쾌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후반부 결투 장면이 잘 짜인 액션을 담고 있음에도 다소 늘어진다는 것.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세 번째 극장용 장편영화다. 12세 관람가. ■효자동 이발사 송강호 맛깔 연기 ‘또 한번의 감동’ 좀처럼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송강호의 연기, 1960~70년대 근대사와 시대상의 맛깔스러운 재현,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 소시민의 ‘모험담’,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감동….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관객들의 이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 예전과 같은 패턴이지만 송강호의 코미디 연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유쾌해 보이고 그가 보여주는 감동적 아버지의 모습은 어색하지 않게 코미디와 섞여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자리에 다른 배우를 대입시키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그다운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변함없는 송강호의 장점이다. 여기에 억척스러운 경상도 아줌마 민자 역을 맡은 문소리의 연기도 부족한 게 없어 보이고 윤주상이나 정규수, 오달수 등 연극 쪽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마을 사람들 캐릭터도 탄탄하다. 영화의 시작은 사사오입 개헌이 있은 지 몇년 뒤인 1960년. 효자동의 왕씨네 만둣집에는 이발사 한모와 면도사 민자가 실랑이중이다. 민자는 한모의 애를 임신한 지 5개월. 한모가 애를 안 낳겠다는 민자를 설득하는 논리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오입 개헌이다. “뱃 속의 애가 다섯 달이 넘으면 낳아야 된다는 얘기야.” 카메라는 이후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으로 시대 배경을 옮겨가며 한모의 뒤를 따라간다. 그저 나라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일 거라며 3·15 부정선거에 한몫했던 한모. 4·19혁명이 있던 날은 아들 낙안이가 태어난 날이다. 여태까지 평범하지 않던 역사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모의 인생에 결정적 전환점이 된 것은 5.16 쿠데타가 있은 지 얼마 뒤. 대통령 경호실장의 눈에 든 한모는 이제 대통령의 전용 이발사 생활을 시작한다. 소심한 동네 이발사가 군인 출신 대통령을 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 가르마 타기는 얼마나 조심스러우며 면도할 때는 또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는가. 간혹 대통령과 함께 하는 술자리나 가족 동반 식사 자리도 가시방석이다. 전반부에는 캐릭터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웃음을 전달하던 영화는 아버지 성한모의 아들 사랑이 강조되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감동과 판타지를 섞어 놓는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런 전환이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감독은 데뷔작에서 자신이 직접 쓴 탄탄한 시나리오를 매끄럽게 화면 위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조재현·차인표, 제대로 망가졌다! #1. 안개 자욱한 사각의 링. ‘성난 황소’의 주제가가 흐르고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조재현. 하지만 상대의 펀치를 맞자 무참하게 나가 떨어진다. #2. 조폭 두목의 신임을 받아 손가락에 붙은 산낙지를 빨아먹는 ‘의식’을 치루는 수철. 창 밖의 카메라는 서서 신음하는 남자와 엉덩이 부근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물고있는 수철의 실루엣을 비춘다. 사실 20일 개봉한 영화 ‘목포는 항구다’(제작 기획시대)는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는 영화다. 기존 영화의 패러디는 그렇게 폼나지는 않으며 화장실 유머나 조폭코미디에서 빠질 수 없는 ‘형님 유머’ 등이 웃음의 주요 포인트다. 순둥이 경찰 수철은 폭력조직에 들어가 넘버투의 자리에 쉽게 오르고 여검사 자경은 푼수짓으로 일관하다 본의 아니게 웨이트리스 행세를 하며 조폭 두목의 애정공세를 받는다. 조폭 두목의 이름은 다름아닌 ‘성기’. ‘동상’들에게는 무섭기만 한 ‘형님’이지만 멜로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순정파다. 스토리에서의 매끄럽지 못함과 조연들의 ‘오버’ 연기, 여기에 한 두번 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 등 몇몇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갖는 미덕은 그런대로 관객들을 웃기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웃음을 담은 화면을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력이 한몫 하고 있는 듯. 마치 서로 배역이 바뀐 듯 각각 조폭 두목과 형사로 연기 변신한 차인표와 조재현의 호흡도 잘 맞는 편이며 ‘느와르’의 옷을 입은 화장실 유머도 잘 어울려 보인다. 강렬한 눈빛에 꽤나 폼도 나는 강력반 형사 수철(조재현). 하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엉성하다. 뛰어난 추리력을 지녔지만 범인 앞에만 가면 작아질 뿐이고 여기 저기서 쥐어 터지기만 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마약 수사를 위해 조폭 조직에 잠입을 자청한 그에게 주위에서 걱정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가 맡은 임무는 목포의 오거리파 백성기의 조직에 잠입해 마약 거래 증거를 빼오는 것. 수백명의 ‘아그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 ‘형님’의 눈에 수철의 존재가 쉽게 들어올 리는 없다. 그러던 어느날 수철에게도 기회가 온다. 성기가 추진 중인 ‘보물선 탐사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권투 시합에 출전하는 것. 적어도 ‘폼’은 그럴듯 하니 수철은 쉽게 조직의 대표선수로 뽑힌다. 결국 수철은 우여곡절끝에 성기의 ‘총애’를 받게 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중간 보스들은 ‘낙하산’ 수철을 곱게 보지 않는데다 친 동생처럼 자신에게 정을 쏟는 성기에게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되는 데…. 감독은 단편 ‘온실’로 주목받았던 신인 김지훈 감독으로 목포를 배경으로 데뷔작을 찍었지만 경상북도 대구 출신이다. 15세 관람가. 아들 죽인 아이를 곁에두고… 당신이 올리비에라면?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는 목수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훈련소에서 목공기술을 가르치는 게 그의 일.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상처로 아내와는 헤어졌으며 얼굴에는 더 이상 웃음이 남아있지 않다. 혼자서 저녁을 때우려던 어느 날, 그에게 전 부인이 찾아온다. “나 재혼해, 임신했거든…” 올리비에는 집을 떠나는 부인을 뒤쫓아가 따지듯 묻는다. “왜 하필 오늘이냐?” 사실 그날은 아들을 살해한 녀석이 그에게 찾아온 날이다.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는 ‘아들(원제 Le Fils)’에서 극단적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바로 자신의 아이를 죽인 다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관객이 올리비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내를 보낸 후 올리비에는 못 맡겠다던 ‘새로온 아이’를 맡겠다고 말해 버린다. 아이의 이름은 프란시스. 나이는 열여섯 살쯤, 키는 170㎝가 조금 안된다. 만약 당신이 올리비에라면? 더 이상의 절망도 그렇다고 별다른 삶의 희망도 없다. 아이를 없애버리고 죽은 아들의 원수를 갚아도 잃을 것은 없는 것. 왜 이 아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른다. 올리비에가 차츰 알게 되는 프란시스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머니의 새 남자 친구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면제를 먹어야 푹 잘 수 있을 만큼 수면장애도 있으며 자신이 한 ‘짓’에 대해 후회도 하고있다. 한편 프란시스는 올리비에가 자신이 죽인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올리비에에게 신뢰를 보내더니 이제는 후견인이 돼 달라는 얘기까지 하게 된다. 화면은 주인공 프란시스의 시선을 보여줄 뿐이며, 대상과 관객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관객은 어느새 올리비에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에 소박한 스타일이지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다큐멘터리적 화면이 주는 진실성 때문이다. 감독이 강요하지 않아도 관객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행동이 도덕적인 것인가, 혹은 그렇다면 올리비에는 무슨 행동을 할까, 관객들은 끊임없이 질문과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 마음도 말도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 담아내 “나만의 여유…. 산토리 타임!” 한물 간 할리우드 스타 밥 해리스(빌 머레이)가 도쿄(東京)를 찾은 것은 표면적으로 위스키 광고 출연 때문이다. 200만 달러 받고 광고도 찍고 아내와 아이로부터 벗어날 겸…. 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 촬영장에서는 감독의 지시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고 누군가가 보냈다며 호텔 방을 찾은 낯선 일본 여자는 ‘스타킹을 찢어달라’는 식으로 당황스럽게 한다. 제일 인기있다는 토크쇼에 출연해도 진행자는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며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밥. 사실 이 외로움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는 자식들이 우선이고 그보다는 새로 살 카펫 색깔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듯한 부인. 결혼 25년차인 그는 ‘중년의 위기’에 빠져있다. 20일 개봉한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원제 Lost in Translation)는 언뜻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들리는 한글 제목과는 달리 원제 그대로 의사소통의 단절을 담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좀처럼 남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경험. 고독과 단절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던 감독은 고맙게도 그 틈에서 소통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바다에 섬처럼 단절돼 있던 밥. 그가 소통을 시도하는 여자는 이제 막 결혼한 젊은 여자 샬롯(스칼렛 요한슨)이다.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정작 자신은 무슨 일을 할 지 결정을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생소한 문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남편의 무관심으로 외롭기는 그녀도 마찬가지. 공허함이 가득찬 어느 밤 두 사람은 호텔 바에서 마주치고 이방인들이 가득 찬 일본 땅에서 조심스럽게 교감을 시작한다. 골든 글러브, 베니스, 시애틀, 토론토 등 가는 영화제마다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있는 등 영화가 해외에서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흥분을 이끌어 낸 것은 신예 소피아 코폴라의 연출력과 빌 머레이의 열연에 있는 듯하다. 소피아 코폴라는 두번째 연출작에서 냉소로 관객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으며 ‘킹핀’이나 ‘미녀 삼총사’ 등 코미디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빌 머레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가슴에 남을 만한 고독한 표정을 연기해 낸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며 ‘대부3’에 앤디 가르시아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서른 두살의 여감독. ‘사랑도…’에서는 시나리오까지 맡았다. 약혼녀 사칭에 임신 3개월? 누가 이 여자좀 말려줘요~ 어느 때부터 신세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에는 욕설과 배설물이 필수 재료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청초한 여주인공이 이슬만 머금을 것 같은 입으로 쌍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가 하면 토사물을 쏟아놓고 코딱지를 삼키기도 한다. 이러한 ‘엽기적’ 세태에 얼굴을 찌푸리던 관객들은 20일 개봉한 ‘그녀를 믿지마세요’를 한결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이야기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교도관과 가석방 심사위원들의 눈을 속인 사기범 영주(김하늘)가 교도소를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유일한 피붙이인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행 열차를 탔다가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가던 시골약사 희철(강동원)과 마주앉는다. 희철은 애인에게 선물하려던 반지를 영주 좌석 아래 떨어뜨린 뒤 주우려다 오해를 받아 흠씬 두들겨 맞는다. 영주는 희철이 반지를 소매치기 당하자 가석방 상태에서 도둑 누명을 쓸까 두려워 범인을 뒤쫓는다. 결국 반지는 되찾지만 가방을 놓아둔 채 기차를 놓치고 만다. 수소문 끝에 희철의 동네를 찾아온 영주. 희철의 가족은 그녀를 희철의 약혼자로 오해하고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엄청난 해프닝을 빚어낸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환경과 성격의 남녀 주인공을 하나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 과장된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2천년대 로맨틱 코미디인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가문의 영광’과 닮았다. 그러나 ‘엽기 코드’를 덜어내고 푸근한 시골의 인심과 따뜻한 가족애를 내세웠다. 억지스러우면서도 무난한 구성과 어설픈 듯하면서도 과장된 캐릭터는 장점이자 단점. ‘푼수데기’ 코믹 배우로 변신한 김하늘과 ‘꽃미남’ 강동원이 순진한 시골 약사로 등장해 수난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즐겁다. 12세 이상 관람가.
北 병사들 눈물겨운 ‘남한 탈출기’ ■동해물과 백두산이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으로 1천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정준호와 ‘조연 전문배우’ 공형진이 ‘투 톱’으로 나섰다. 올해 마지막 날에 개봉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제작 주머니필름·영화사 샘)는 이들을 짝패로 내세운 전형적인 버디 코미디. 멜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깔끔한 연출솜씨를 선보인 안진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는 조선인민군 해군 13전대 매봉산 기지에서 시작된다. 혁명정신이 투철한 엘리트 함장 최백두(정준호)는 제대를 몇 달 앞둔 고참 병사 림동해(공형진)에게 낚싯대를 맡긴 채 갑판장(전진기)과 함께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술판을 벌인다. 반합 뚜껑에 따라 마신 백두산 들쭉술에 취해 둘이 잠들자 림동해도 수통째로 들이켜고 함께 잠이 든다. 그러나 어느덧 밤이 되어 화창하던 하늘은 장대비를 퍼붓고 잔잔하던 바다도 거센 파도를 때린다. 고무보트가 뒤집어져 조류에 떼밀려온 최백두와 림동해는 어느 바닷가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그곳은 대한민국의 해수욕장. 이때부터 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한편 범인을 붙잡아 호송하려던 안형사(박철)와 박형사(박상욱)는 가출한 딸 한나라(류현경)를 찾아오라는 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해수욕장을 헤맨다. 친구들과 놀러온 한나라는 아버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파출소로 인계되고, 자수하러 이곳을 찾은 최백두와 림동해를 형사로 착각한 소장은 한나라를 이들에게 넘긴다. 자수 작전이 실패하자 최백두와 림동해는 2단계 귀환작전인 뗏목 만들기를 시도하다가 산림감시원에게 발각되고, 제트스키를 타고 북으로 내처 달리다가 “시간 다됐다”는 주인의 모터보트에 이끌려 돌아온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단 하나. 해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금강산 관광권이 상품으로 걸린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설정에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나게 흘러간다. 안형사 콤비가 최백두 일행과 엇갈리면서 빚어내는 소동도 배꼽을 쥐게만들고 공형진의 뺀들거리는 몸짓과 박철의 느물대는 표정도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이재룡, 김원희 등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인기 탤런트들의 카메오 출연도 무릎을 치게 한다. 하지만 화장실 유머를 끼워넣은 것이라든지 불량 여고생들의 욕설투의 대사를 얹어놓은 것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보고 듣기에 부담스럽다. 다분히 요즘 충무로의 흥행 공식을 의식한 듯한 후반부의 눈물 장면도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벅스 바니·대피 덕 ‘지구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혼합된 액션 어드벤처물 ‘루니툰 백 인 액션(Looney Toon-Back in action)’이 개봉됐다. 빠르게 몰아치는 유머에 다소 황당한 줄거리이나 벅스 바니, 대피 덕, 트위티, 스쿠비 두 등 다양한 만화 주인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 영화 곳곳에서 불쑥 나타나는 ‘싸이코’, ‘매트릭스’, ‘스타워즈’, ‘미라’ 등의 패러디 장면도 반갑다. 만화 주인공들이 뭉크의 회화 ‘절규’나 쇠라의 ‘글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달리의 ‘기억의 영속’ 등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도 볼만하다. 다만 관객에게 이들 캐릭터나 장면이 어느 정도 익숙하느냐가 관건일 듯. 벅스바니나 트위티 정도만 친근할 뿐 다른 캐릭터는 낯이 설고 패러디되는 미국의 TV 시리즈나 초기 애니메이션도 이해가 안될 만큼 어색할 뿐이라면 영화는 그저 산만한 코미디로 다가올 수도 있다. ‘미라’의 브렌든 프레이저와 ‘007’ 시리즈의 티모시 달튼, ‘신부의 아버지’의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이 출연하며 ‘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목 ‘루니 툰’은 30년 벅스 바니를 처음 소개한 단편 애니메이션의 이름. 부제 ‘백 인 액션’은 ‘白人액션’이 아니라 ‘Back in Action’이다. ‘벅스 바니’ 영화에 ‘바니’가 빠진다면 어떨까? 오리 캐릭터 ‘대피 덕’은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캐릭터 바니에 비하면 영원한 조역일 뿐. 투덜대던 그는 영화사의 코미디 담당자 케이트(지나 엘프만)에게 해고당한다. 갑자기 갈 데가 없어진 대피. 그는 함께 해고당한 경비원 디제이(브렌든 프레이저)의 집에 눌러앉기로 한다.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유명한 스파이 영화의 데미안. 어느날 데미안이 납치되면서 그가 영화 속 뿐 아니라 실제로도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제 디제이와 대피, 그리고 대피를 달래기 위해 찾아온 케이트와 바니가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당에 맞서는 모험이 펼쳐진다. 전체 관람가. ■“빨간 모자 고양이와 상상의 나라로 떠나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모처럼 극장나들이에 나서려는 가족 관객에게 마침 맞는 영화가 찾아온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더 캣’은 1957년 출간된 스테디셀러 동화 ‘더 캣 인 더해트(The Cat in the Hat)’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지난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말썽꾸러기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깔끔하고 고상한 새침데기 샐리(다코다 패닝)는 한 배에서 난 오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격이 딴판이어서 늘 아옹다옹 다툰다. 이날도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회사의 호출을 받고 급히 나가려는데 콘래드는 쟁반 위에 몸을 실은 채 2층 계단에서 미끄럼을 타고내려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샐리는 이런 오빠를 엄마에게 고자질한다. 이날 저녁 회사 간부와 의뢰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이려던 엄마는 집안을 어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뒤 집을 나선다. 따분함을 참지 못해 몸을 뒤트는 오누이에게 빨간 모자를 쓴 고양이가 나타난다.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고양이를 보고 오누이는 놀라 도망치지만 이내 그가 펼치는 놀라운 마술에 빠져든다. 고양이의 모자 속에서는 온갖 물건이 튀어나오고 어항 속 금붕어까지 말을 한다. 여기에 쌍둥이 형제까지 가세해 집안을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다. 고양이가 가고 난 뒤에서야 정신을 차린 오누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울상을 짓는데 또다시 고양이가 나타나 첨단 기계로 집안을 깨끗이 원상복구시킨다. 드림웍스와 유니버설은 9천만 달러를 들여 동화 속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파스텔 톤의 예쁜 화면은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보 웰치 감독은 ‘맨 인 블랙’, ‘배트맨2’, ‘가위손’, ‘비틀쥬스’ 등의 미술감독 출신답게 시각적 표현에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다코다 패닝, 스펜스 브레슬린, 켈리 프레스턴, 알렉 볼드윈 등이 맨 얼굴로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과 소품.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로 둔갑해 열연을 펼쳤고 금붕어, 씽원·씽투 형제, 보트 모양의 자동차, 여러 개의 손을 가진 청소기계, 감성진단기, 주크박스, 망원경 등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전체관람가. ■ 새 비디오 -황 산 벌 ‘황산벌’ 전투를 사투리로 꼬아 그린 역사 코미디. 계백 역에 박중훈, 김유신 역에 정진영이 출연한다. 서기 660년, 신라 무열왕은 딸과 사위를 죽게 한 백제 의자왕에게 원수를 갚기위해 당나라의 힘을 빌리고 소정방의 당군은 한반도로 넘어와 기벌포로 향한다. 여기에 김유신의 신라군도 남한강을 따라 남하해 탄현을 지나자 의자왕은 충신계백을 불러 신라에 맞서라고 명령하고 계백은 처자식까지 죽이고 싸움터로 나선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천 년 호 ‘닥터봉’, ‘자귀모’를 연출한 이광훈 감독의 신작. 통일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과 이들의 운명을 뒤흔드는 천년호수의 저주를 그린 무협 판타지 멜로. 고대국가가 등장할 무렵인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이끄는 신라는 신목(神木)을 섬기는 아우타족을 전멸시키고 이들의 피는 커다란 호수를 이룬다. 그로부터 천년 후, 변방의 적들을 물리치며 왕의 신임을 받은 신라의 장수 비하랑은 어느날 독사에 물려 신음하는 자신을 구해준 처녀 자운비와 사랑에 빠진다. 비하랑이 전장으로 떠난 사이 정체불명의 자객이 목숨과 정조를 위협하자 자운비는 천년 호수에 몸을 던지고 호수 속에 머물던 아우타의 원혼은 자운비의 몸을 빌려 요귀로 환생한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노 보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와의 사랑 그린 독일 영화. 평론가 출신의 장 피에르 리모쟁 감독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섹스라는 화두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함은 몇 분 전에 일어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 틈틈이 수첩에 기록하며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상사 사빈은 그를 욕정의 해결 상대로 이용하고 바람이 난 아내와 친구도 그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느날 그런 그에게 구원의 여인이 나타난다. 바로 같은 회사에 임시직으로 채용된 이렌. 이렌은 그래함의 기억을 돕기 위해 애쓰지만 직장 상사는 그녀의 존재를 거북스럽게 생각해 직장에서 쫓아낸다. 29일 DVD와 동시에 출시. 18세 이상 관람가. -젠틀맨 리그 숀 코너리 주연의 SF액션어드벤처물. ‘젠틀맨리그’라는 이름으로 뭉친 7명의 모험 이야기이다. 배경은 영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20세기를 맞이하는 축제 준비가 한창인 1899년. 세계 정상 회담을 앞두고 악당 팬텀은 세계를 지배할 계략을 꾸미고 영국 정보국의 첩보원 ‘M’(리처드 록스버그)은 이를 막으려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명의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모험가 앨런(숀 코네리), 뱀파이어 미나(페타 윌슨), 스파이 톰(쉐인 웨스트), 불사신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 투명인간 로드니(토니 큐란), 모험가 캡틴 네모(나세루딘 샤), 지킬박사(제이슨 플레밍) 등이 그들. 가까스로 악당의 공격을 막아낸 일행. 하지만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음모가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달 9일 DVD와 함께 출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프리다·디에고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다’는 멕시코의 실존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 영화. 1954년에 47살의 나이로 숨진 프리다는 80년대 들어서야 멕시코 밖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좌익 여성 화가였다. 영화는 프리다의 사상이나 성공보다 동료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불행했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다. ‘프리다’가 다른 전기영화에 비해 탁월한 성취를 거둔 것은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가 혼재된 그녀의 그림이 영화속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형식에 있다. 여성 감독 줄리 타이머는 관객들이 프리다의 일생뿐 아니라 그림까지 가슴으로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조심해, 산 송장이지만 숨은 쉬어. 으스러지지 않게 조심해.” 영화는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첫번째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침대를 ‘타고’ 가는 프리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프리다에게 신(神)은 설명할 것이 많은 분. 카메라는 1921년 열여섯 살 이후 프리다의 길지 않은 일생을 좇아간다. 한창 호기심 많고 ‘무엇이 될지’에 대한 기대도 넘쳐나던 사춘기 소녀 프리다는 어느 날 갑작스런 버스 사고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침대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세상을 보는 방법은 부모님이 천장에 붙여준 거울을 통해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스스로 그림을 공부해가고 몸 상태는 조금씩 호전돼 간다. 차사고 이후 인생의 두번째 ‘대형사건’이 일어난 것은 남편 디에고를 만난 것. 좌파 화가인 디에고는 손길이 닿는 여자마다 사랑에 빠지게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남자. 주위의 ‘우려’와 ‘질투’속에 결혼을 올린 두 사람은 함께 미국에 건너가지만 결혼 후에도 주변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는 디에고와 멕시코를 그리워 하는 프리다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좌익 사상을 당시의 미국이 용납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멕시코로 다시 돌아온 프리다와 디에고. 하지만 프리다에게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18세 관람가. 이달 크랭크인 단원 김홍도 예술담아 조선조 화가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된다. 영화사 런치박스 픽처스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이달 중 크랭크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문의 영광’의 김영찬 작가가 시나리오를 손질중이며 ‘예스터데이’의 정윤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스토리의 기본이 되는 가정은 일본 에도시대에 활약했던 풍속화가 도슈사이 샤라쿠가 김홍도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 그는 1794년 5월 갑자기 나타나 10여개월 만에 140여점의 그림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신비의 인물이다. 이같은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한국일보 문화부장 출신으로 만요슈(7세기 후반의 일본 고위 관료와 일본 왕족들이 읊은 노래 모음) 연구로 이름을 알린 이영희 포항제철 인재개발원 교수. 이 교수의 주장은 96년에는 아사히 TV를 통해 ‘또 하나의 사라쿠’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단원은 정조가 일본에 보낸 ‘스파이’였다. 1764년 이후 30년간 통신사의 왕래가 없어 일본상황이 궁금했던 정조는 김홍도에게 화약을 비롯한 일본의 병기상태를 그려오라고 시켰다. 제작비 1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내년 말쯤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경마 다룬 ‘씨비스킷’ 국내상륙 경마 영상물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이제 제대로 된 경마영화를 볼 수 있게 돼 일반 영화팬 뿐 아니라 경마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라 힐렌브렌드의 동명소설 ‘An American Legend-SEABISCUIT’을 영화화한 ‘씨비스킷’(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이 21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말 ‘씨비스킷’은 체형적 악조건으로 인해 어디서나 학대받으며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한다. 1932년 모든 것이 암울했던 대공황 시절 주류에 섞이지 못했던 기수와 말, 조교사, 마주가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씨비스킷’은 경마영화이기 이전에 어른을 위한 성장 영화이자 휴먼스토리다. 경마라는 생소한 소재와 미국 특유의 프론티어 정신을 담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 등 고단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만 1억1천800만 불의 메가톤급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바 있는 미국의 실제 기수 게리 스티븐스가 ‘아이스맨’으로 열연, 영화의 실제감을 더했으며 ‘스파이더맨’의 히어로이자 주연 ‘레드’ 역의 토비 맥과이어는 실제 기수와 같은 체형을 위해 72.5kg이던 몸무게를 58kg으로 감량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당초 과천 경마공원에서 야외 컬러전광판과 럭키빌 6층 컨벤션홀을 활용해 경마팬들을 대상으로 ‘씨비스킷’ 무료 시사회를 개최키로 추진했으나 한국 수입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이를 취소하는 대신 영화 한국 개봉에 맞춰 씨비스킷 관련 이벤트를 펼친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www.kra.co.kr)에 접속해 영화의 주인공 말 이름을 맞추는 사람에게는 1인당 씨비스킷 영화 초대권 2매씩 총 2천매를 추첨을 통해 배부한다. 또 영화를 본 일반인을 대상으로 A4 2장 내외 분량의 영화감상문을 공모해 대상 1명에 노트북을 시상하는 등 드럼세탁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푸짐한 상품을 지급할 계획이다. 문의 한국마사회(02)509-1296.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올드보이 = 동창생 ‘힌트’ 무성한 소문 속에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 보이’(제작 쇼이스트·에그필름)가 드디어 21일 개봉, 그 실체를 드러낸다. 영화는 15년 동안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것 정도가 관객들에게 알려졌을 뿐이어서 많은 호기심을 유발했다.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 술을 즐기고 떠들기 좋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도 없는 그가 어느날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중국음식점에서 배달돼오는 군만두를 먹으며 TV로 소일하던 그는 뉴스를 통해 아내가 피살됐으며 피의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망연자실한 그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자신이 갇힌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기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털어 원한 살만한 일을 기록해 나간다. ‘악행의 자서전’에서도 쉽게 단서가 발견되지 않자 탈출과 복수를 꿈꾼다. 틈만나면 쇠젓가락으로 벽을 후벼파는 한편 사지와 주먹을 단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갇힌 지 15년이 지났을 때쯤 벽에 몸 하나를 빼낼 만한 틈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어이없게도 대수는 큰 가방에 실려 처음 납치됐던 곳으로 풀려난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는데 누군가 다가와 휴대전화와 수표가 든 지갑을 건네주고 달아난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TV에서 보던 일식집. 생선초밥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가 일식집 보조요리사 미도의 집에서 깨어난다. 알지 못할 힘에 끌려 가까워진 두 사람은 군만두의 맛을 따라 감금방의 위치를 찾아내고 우여곡절 끝에 그를 가둔 이우진을 만나게 된다. 우진은 대수에게 가둔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면 깨끗이 죽어주겠다는 제안을 던진다.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일본의 동명 원작만화에서 따왔지만 과정과 결말은 판이하다.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을 따라가면 차츰 비밀의 실체에 가까워지는데, 막상 뚜껑을 연 순간 마치 피라미드의 깊은 방에서 처음 파라오의 미라를 발견한 것 같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금단의 영역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으며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냉전 이데올로기에 도전한 것이라면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는 윤리관이라는 덮개를 열고 인간 내면의 심연에 돌을 던진 것이다. 예수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말로 구약의 탈리오법을 혁파했지만 누구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율을,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실천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박찬욱의 복수극 연작’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누나를 구하려는 장애인의 인질극에 평범한 중소기업 사장이 딸을 잃자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올드 보이’의 복수극도 혈연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이 동인을 이루는데, 똑같은 방법으로 응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
■캐리비안의 해적·日 공포물 ‘주온2’ 관객몰이 한 여름을 달구었던 액션 및 공포물의 입김이 추석 연휴를 맞은 극장가에도 계속된다. 멜로 코미디 등이 강세인 국내 영화와는 달리 ‘추석 시즌’을 노린 외화는액션 및 공포로 무장한 모습. 할리우드 액션외화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와 일본 공포물 ‘주온2’, 카레이싱을 다룬 ‘패스트&퓨리어스2’가 추석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캐리비안…’은 시원한 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과 모험담이 작품의 매력. 해적으로 분한 조니 뎁의 연기도 볼 만하다.영국령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 분)는 실신한 채 표류중인소년 윌 터너(올랜도 블룸 분)를 발견하고 그의 목에 걸려 있던 황금 목걸이를 벗겨낸다. 10여년 뒤 엘리자베스는 노링턴 제독(잭 데이븐포트 분)의 청혼을 받다가 실수로 바다에 빠지고 왕년의 해적선장 잭 스패로(조니 뎁분)에 의해 구조된다. 잭은 항해사 바르보사(제프리 러시 분)가 주동한 반란으로 해적선 ‘블랙펄’을 뺏긴 뒤 이곳 저곳을 떠도는 중. 바르보사 일당은 아즈텍의 황금을 훔친 뒤 달빛을 받으면 해골로 변하는 저주를 받은 상태다. 이후 바르보사일당은 저주를 풀기 위해 엘리자베스를 납치하고 그녀를 구하려는 평민 월과 해적선을 되찾으려는 잭,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려는 노링턴 제독이 ‘블랙 펄’을 뒤쫓는다. 이불 속에서 번뜩이는 귀신의 눈 하나로 소리소문 없이 흥행에 성공했던 일본 영화 주온(呪怨)은 후속 편 ‘주온2’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 ‘납량특집,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의 실체’라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전편의 흉가를 다시 찾는다.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이 흉가는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남편이 자신도 시체로 발견되고 당시 여섯 살이던 아이까지 실종된 뒤 집을 찾은 사람마다 원혼이 된다는 기묘한 소문의 근원지.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촬영이 있던 밤 메이크업 담당이었던 메구미가 실종되고 이후 프로그램에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 둘 의문의 죽음을 맞거나 자취를 감춘다. 각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춘 옴니버스식 영화이면서도 헝클어진 그림 조각을 맞추듯 하나씩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구성이 흥미롭다. 카레이서와 범죄조직의 대결을 그린 ‘패스트&퓨리어스2’는 자동차 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또한 개조한 자동차들이 벌이는 쉴새 없는 레이싱 장면이 포함돼 자동차 애호가들의 흥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국영화는 코믹으로 승부수 ▲불어라 봄바람 소설가와 다방 여종업원이, 신분격차로 인한 정서적, 문화적 걸림돌을 극복해가는 사랑 이야기다. 소설가 선국(김승우)의 집에 다방 여종업원 화정(김정은)이 세들어온다. 선국은 고지식하면서 쪼잔하다. 구두쇠이고, 남의 아이디어 표절하는 처지에 다방 여자는 천하다고 업신여긴다. 화정(김정은)은 ‘열라’ ‘졸라’를 남발하고 행동도 푼수 같지만 착하고 정이 많다. 게다가 연애소설의 아이디어를 선국에게 제공하기까지 한다.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로 주목받은 장항준 감독의 두번째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 ‘조폭마누라’ 은진이 기억 잃은 중국집 배달부가 되어 꼭 2년 만에 돌아왔다. 줄거리에 관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피튀기며 긋고 싸우던 1편에 비해 2편은 큰 액션을 앞뒤에만 배치해 놓았다. 대신 2편은 기억을 찾으려는 은진의 처절할 정도로 황당한 노력, 은진에게 마음을 품은 남자들의 덜떨어진 모습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웃음을 찾으려 한다. 신은경, 박상면이 전편에 이어 ‘어울리지 않는’ 부부로 나오며 홍콩 스타 장쯔이(章子怡)가 특별출연한다.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번째 영화. ▲오 브라더스 이범수·이정재 주연의 ‘오 브라더스’는 휴먼 코미디물. 진한 형제애로 감동을 유쾌한 웃음에 버무려 보여준다. 어려서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아가던 상우(이정재)와 조로병(早老病)에 걸려 30대의 외모를 갖게된 12살 꼬마 봉구(이범수)가 두 주인공. 상우의 가족은 콩가루 집안이다. 아버지가 바람 피우는 와중에 어머니가 자살했고, 그래서 상우는 아버지와 의절하고 지낸다. 상우는 사람들을 협박해 돈 뜯어낼 요량으로, 불륜 현장을 사진찍고 다닌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죽으면서, 아버지가 진 빚이 고스란히 상우에게 ‘상속’된다. 상우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봉구를 만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풍부한 에피소드, 주조연급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가 볼 만하다는 평이다. ■입맛대로 골라 보는 ‘재미 두배’추석 안방 사로잡아 올해 추석 연휴는 모두 5일. 오래만에 찾아온 황금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 짜는데 머릿속이 분주하다면 그동안 보고 싶었던 비디오를 감상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도 괜찮을 듯하다. 비디오 체인점 영화마을이 한가위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에서 혼자서 외롭게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영화까지 32편의 비디오를 추천했다. ▲가족영화=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에는 역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좋다. 마법학교의 초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로 아이들과 함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어도 좋을 듯. 우주를 배경으로 다시 태어난 명작동화 ‘보물성’과 꼬마 스파이들의 활약상 ‘스파이 키드2’도 어른이나 어린이나 좋아할 만한 모험담을 담고 있다. 할머니와 외손자의 사랑이야기 ‘집으로’와 정신지체 아버지가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분투 ‘아이 엠 샘’, 철없는 시골 선생의 오지 분교 탈출기 ‘선생 김봉두’는 온 가족을 따뜻한 감동에 빠져 들게 한다. ▲드라마/코미디=한가위라고 해도 연인과 떨어질 수 없다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며 애정을 돈독히 할 수 있다. 상류층 남자와 호텔 메이드의 사랑이야기 ‘러브 인 맨해튼’, 초짜 부부의 신혼여행기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휴 그랜트 주연의 ‘투 윅스 노티스’, 그리스 집안의 사위 되기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할리우드산 러브스토리. 여기에 권상우와 김하늘의 매력이 돋보이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조선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 ‘YMCA 야구단’, 사춘기 소년들의 엉뚱한 욕망 ‘몽정기’, 곽재용 감독 감성의 극치 ‘클래식’ 등 국산 코미디 영화까지 선택의 폭은 넓다. ▲액션/스릴러=소파에 누워 명절 음식이나 집어먹으며 편안히 감상할 영화를 찾는다면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도 괜찮다.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룽(成龍) 주연의 액션영화 ‘상하이 나이츠’, 리롄제(李連杰)의 대륙액션 ‘영웅’은 명절때면 빠질 수 없는 중국풍 액션영화. 지하철액션 ‘튜브’와 잠수부대원들의 사랑과 우정 ‘블루’ 같이 풍부한 볼거리로 가득찬 국산영화도 있다. 올겨울 마지막편 개봉을 남겨두고 전편을 복습한다면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도 좋을 듯. 공중전화박스라는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 ‘폰 부스’와 에드워드 노튼,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스릴러 ‘한니발’도 남들이 대여하기 전에 서둘러야 할 수작. ▲영화 마니아=주변에서는 ‘강추’, 흥행에서는 ‘실패’.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영화들이 있다면 연휴기간에 보는 것도 탁월한 선택.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잔잔한 사랑 ‘그녀에게’, 손뼉을 치게 하는 기발한 공포영화 ‘도니다코’와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국산 컬트영화 ‘지구를 지켜라!’, 스파이크 존즈 감독- 찰스 카우프만 작가의 ‘어댑테이션’은 일단 보면 후회하기 어려운 수작. 정교하게 보이는 세 여인의 삶 ‘디 아워스’, 에미넴의 음악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8마일’이나 재출시된 고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놓치면 후회할 영화들이다.
■네메시스 한국에서는 덜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SF ‘스타트렉’의 인기는 그칠 줄 모른다. 1966년 NBC TV를 통해 첫 방송된 이후 끊임없이 TV와 영화에서 속편이 제작되고있는 이 SF 서사시는 20세기 말에는 미국의 한 연예지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스타100’에 실사 영화로는 유일하게 33위에 올랐으며 이 영화의 열성팬을 뜻하는 ‘트레키(Trekkie)’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네메시스’(원제 Star Trek: Nemesis)는 ‘스타트렉’의 열번째 극장용 영화. 미국에서는 2002년 겨울 개봉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등의 기세에 밀렸지만 골수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시리즈의 열 번째 영화라는 점은 처음 ‘스타트렉’을 대하는 관객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의 볼거리나 스토리의 흡인력은 뛰어난 편. ‘미션 임파서블2’와 ‘툼 레이더1’의 편집감독 출신 스튜어트 베이어드가 시리즈 중에서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로물루스 행성은 리무스 행성의 우두머리 신존(톰 하디)에게서 동맹을 제의받지만 평의회는 표결로 이를 거절한다. 이에 신존은 평의회 의원들을 몰살시키고 행성의 집정관 자리에 오른 뒤 은하 연방에 평화조약을 맺자고 제안한다. 한편, 사령관 피카드(패트릭 스튜어트)를 비롯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은 부함장 리커(조나단 프레익스)와 트로이(마리나 서티스)의 결혼식을 마치고 우주 항해를 하던중 한 행성에서 승무원 중 한 명인 안드로이드 ‘데이터’(브렌트 스피너)의 복제 안드로이드를 발견한다. 곧바로 은하연방으로부터 로물루스 행성의 신존과 접촉하라는 명령을 받은 일행은 신존이 겉으로는 평화주의자인 척하지만 뒤로는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음모를 갖고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신존은 사령관 피카드와 똑같은 DNA 구조를 갖고 있으며 몸속에 들어있는 노화촉진인자 때문에 빨리 늙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려진다. 정체가 드러난 신존은 엔터프라이즈호에 전면전을 선포, 공격을 시작하고 엔터프라이즈호는 신존의 쿠데타에서 살아남은 로물루스의 도나트라 사령관과 힘을 합쳐 그에게 맞서기로 하는데…. ■영화의 유혹 영화 평론이나 리뷰 기사가 너무 어렵다고? 혹은 영화사에 대해 알고 싶은 당신이 다른 책들은 두꺼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154쪽의 많지 않은 분량에 컬러 사진으로 지루하지 않게 꾸며진 이 책이 안성맞춤일 듯하다. 남성 패션지 ‘GQ’의 편집자와 영화전문지 ‘엠파이어’의 수석기자가 쓴 영화사개론서 ‘영화의 유혹’(예담 刊)이 최근 출간됐다. 1895년 영화의 탄생 이후 현재까지 시대순으로 서술돼 있는 이 책은 전 세계 영화사의 중요한 사건, 화제작이나 걸작 등을 빠짐없이 짚어주고 있다. 책은 깊이가 있거나 정보의 양이 많지는 않으면서도 알찬 편. 인물 설명이나 할리우드의 숨은 이야기, 세계사의 다른 사건들 등을 곁들이고 있는 것도 지루하지 않게 읽힐 수 있게 한다. 책의 말미에는 세계 영화제 캘린더와 용어 정리, 스태프 소개, 박스오피스 베스트 10과 평론가들이 뽑은 베스트 10, 명감독 20인에 대한 약술 등도 실려있어 영화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돕고 있다. ■오 브라더스 5일 개봉한 ‘오 브라더스’는 나이보다 일찍 늙는 조로병(早老病) 환자 동생과 잡초처럼 살아가는 형이 나누는 형제애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12살 소년이면서도 30대의 험악한 외모를 가진 동생 봉구(이범수)를 둘러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감독의 연출력도 깔끔한 편. 박영규, 이원종, 이문식 등 조연배우의 명연기도 빛을 발한다. 흥신소에서 일하는 상우가 하는 일은 불륜 커플의 사진을 찍거나 채무자에게 빚을 받아내는 것. 어느날 그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죽은 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것은 아버지가 진 빚뿐. 스스로 앞가림 하기도 힘든 그는 새 어머니에게 빚을 떠넘기기 위해 동생 봉구를 찾아 나선다. 수소문 끝에 봉구와 첫 대면을 하는 상우. 하지만 그 앞에 나타난 사람은 언뜻봐도 서른은 돼 보이는 아저씨. 봉구는 조로병에 걸려 특수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상우는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구를 자신의 집에 데려오고 이때부터 몸은 서른이고 나이는 꼬마인 봉구와 동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긴 것과 달리 개구쟁이인 이 녀석과의 생활이 만만치만은 않다. 툭하면 소리를 질러대고 밤에는 큰 소리로 TV 보는 식의 행동은 제 나이에도 못 미치는 듯. 이제 상우는 봉구의 얼굴을 보는 것도 짜증이 날 지경에 이른다. 두 형제가 뭉치기 시작한 것은 상우가 봉구의 험악한 외모를 채무자들에게 돈받는데 이용하면서다.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괴팍한 행동 뿐인 봉구는 의외로 악질채무자들에게서 쉽게 돈을 받아내고 상우는 닫혔던 마음을 점점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유쾌한 유머에 적당한 감동까지 비교적 상업영화의 코드를 무난하게 담아내고 있는 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내달 2일 개막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60개국 244편의 영화가 초청된 가운데 다음달 2일부터 9일간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부산영화제의 트레이드마크인 야외 스크린이 3년만에 재가동되고 해외 감독들이 대거 초청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올해부터 향후 3년간 매년 10월초에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해 게릴라영화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10월 2일부터 9일간 남포동과 해운대지역 17개 상영관에서 열린다. 한국영화 47편과 아시아영화 98편, 그외지역 99편 등 모두 60개국에서 244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개막작으로는 일본의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도플갱어(Doppelganger)’가, 폐막작으로는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가 각각 선정됐다.
코미디 영화 大豊“추석을 즐겁게~”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둔 다음달 5일 국산 코미디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한다. 전통적으로 추석 연휴는 한국영화 강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 올 추석 연휴에 극장가의 ‘제왕’을 꿈꾸고 있는 한국 영화는 ‘조폭마누라2’, ‘불어라 봄바람’, ‘오 브라더스’. 세 편 모두 코미디물이지만 내세우는 장점은 조금씩 다르다. 엑션 조폭마누라 Ⅱ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은 코미디와 액션이 합쳐진 코믹액션 영화. 전편에 비해 제2편은 액션 장면의 스케일이 더 커진 가운데 액션은 청룽(成龍) 스타일로 아기자기해진 편. 도입부 옥상 결투장면 촬영을 위해 플라잉 캠(Flying Cam)이 동원되는 등 볼거리에 더 신경을 썼으며 와이어 액션 분량도 대거 늘어났다. 상대파의 습격을 받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폭마누라’ 은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중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장상인들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신은경, 박상면이 전편에 이어 ‘어울리지 않는’ 부부로 나오며 홍콩 스타 장쯔이(章子怡)가 특별출연한다.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번째 영화. 사랑 불어라 봄바람 시네마서비스가 직접 제작을 맡은 첫번째 영화 ‘불어라 봄바람’의 컨셉은 ‘2003년 대국민 선동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 다른 영화와 차이점이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던 ‘쫌팽이’ 소설가 ‘선국’이 화류계에서 이름이 높은 다방 종업원 ‘화정’과 같이 살면서 ‘봄바람’에 휩쓸리게 된다는 내용. ‘역전에 산다’의 김승우와 ‘가문의 영광’의 김정은이 선국과 화정으로 출연해 로맨스에 빠진다. 두 배우의 연기와 각각의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가 영화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 지난해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장항준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휴먼 오 브라더스 이범수·이정재 주연의 ‘오 브라더스’는 휴먼 코미디물. ‘불어라 봄바람’이 남녀 로맨스를 무기로 한다면 ‘오 브라더스’는 진한 형제애로 감동을 유쾌한 웃음에 버무려 보여준다. 어려서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아가던 상우(이정재)와 조로병(早老病)에 걸려 30대의 외모를 갖게된 12살 꼬마 봉구(이범수)가 두 주인공. 상우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봉구를 만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풍부한 에피소드, 주조연급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가 볼 만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단편 ‘자반고등어’로 호평받았던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이다. 임권택감독 ‘영화인생’ 궤적을 좇아… 영화평론가 정성일씨(44)가 ‘국민감독’으로 불리는 임권택(69) 감독을 낱낱이 해부했다. 608쪽 두 권으로 이뤄진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현문서각)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담을 중심으로 꾸민 책. 감독론이나 인물평전으로 따져도 ‘본격 최초’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날카롭고 깊이있는 분석을 담고 있다. 임권택 감독에 관한 연구서로는 정성일씨가 87년에 쓴 ‘한국영화연구1-임권택’과 2000년 선보인 일본인 사토 다다오의 ‘한국영화와 임권택’이 있지만 앞의 책은 이미 절판됐고 뒤의 책은 작품론에 가깝다. 정성일씨가 임감독에게 주목하게 된 까닭은 “서구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나에게는 무언가 불편했고 그 불편함이 신기하게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그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1천520분(25시간 20분)의 인터뷰를 통해 87년 첫 연구서를 펴냈고 16년 뒤 임감독의 이후 궤적을 좇아 이 책을 완성했다. 인터뷰는 2002년 7월 말부터 거의 매주 임감독 집에서 진행돼 12월 초에 끝났으며 3천840분(64시간) 분량의 말을 200자 원고지 8천546장의 글로 풀어낸 뒤 책에 싣기 위해 4천132장으로 줄였다. 이 책에는 인터뷰와 함께 감독론과 해제, 작품줄거리 요약 등도 포함돼 있으며 340여장의 관련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정성일은 인터뷰를 위해 ‘취화선’ 촬영 현장에만 67일이나 머무르는가 하면 그의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영상자료원에서 살다시피했다(그러나 사라진 필름이 적지않아 임감독의 98편을 모두 보지는 못했다). 임감독은 정씨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떼밀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작품세계, 인생철학, 연출 노하우, 제작 뒷얘기 등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는 영화적 성취의 목표에 대해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 수준에 내 영화를 끌어올리자는 것이 목표였으나 가망없는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미국 영화로부터 내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느냐는 문제로 나아갔다”고 설명했으며, 영화철학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존중해야 할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의 영화 평론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서슴지 않고 털어놓기도 했다. 무속 다큐 ‘영매(靈媒)’ 영화로 정식 개봉 지난해 인디다큐 페스티벌과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선보여 ‘다큐멘터리치고는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매(靈媒)-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마침내 일반 관객과 만난다. 국내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정식으로 개봉되는 것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연작(1편 1995년, 2편 98년 개봉)에 이어 두번째. 9월 5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먼저 간판을 내걸고 13일 서울 압구정동 씨어터2.0도 가세한다. 이야기는 경북 포항시 송리면 방석2리의 풍어제(동해안 별신굿)에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모아 제수를 준비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마을의 안녕과 고기잡이의 성공을 빈다. 그것을 주관하는 이는 제주가 아니라 신과 교통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무당이다. 도입부를 지나면 주인공 격인 씻김굿의 고장 진도의 무당들이 등장한다. 대대로 신을 모셔온 세습무 채씨 자매와 어머니 몸신이 들어와 강신무가 된 박영자씨의 인생 역정은 이 땅에서 무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일깨워준다. 채씨 자매의 막내인 채정례씨(76)는 마지막 대목에서도 등장해 언니 채둔굴씨(84)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씻김굿을 펼친다. 채씨의 씻김굿이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 인천에 사는 강신무 박미정씨(37)의 진오귀굿은 영적 체험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는 재수굿을 하면서 “얼마 안가 상이 난다”고 공수(죽은 사람이 전하는 말)를 주었지만 제갓집(의뢰인)은무심히 흘려들었다가 한달 뒤 22살 된 큰아들을 잃는다. 큰아들의 원혼을 달래는 굿을 하는 날, 망자는 박씨의 몸을 빌려 마지막 당부를 하고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이뤄진다. 이 영화를 보려면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미리 버리는 것이 좋다. 어떤 극영화 못지않게 웅숭깊은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무당들에 대한 연민이 샘솟아 어느덧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고 만다. 무당들 사이에서도 가장 심한 욕이 “너희 집안에 무당이나 나라”는 자학적인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무당들은 신의 점지를 받아 숙명적으로 무업을 해오고 있지만 스스로도 진저리를 치고 있다는 뜻이다. 10년째 다큐멘터리 한 우물만 파온 박기복 감독은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리며 세상에서 섬처럼 살아온 무당을 우리 이웃의 자리에 놓으며 ‘화해’를 시도했다.
신작 ‘길’의 촬영에 여념이 없는 배창호(50) 감독이 최근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더욱 분주해졌다. 이번에는 작품 제작이 아니라 ‘영화학과 개설작업’이다.건국대학교(총장 정길생)가 내년 봄학기 신설하는 영화예술학과의 총책임자가 된 것.건대는 기존 디자인문화대학을 예술문화대학으로 확대 개편, 예술학부를 두고 그 밑에 영화예술학과·조형예술학과·영상애니메이션학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하기로했다. 현재 초빙교수 직함을 달고 커리큘럼 조정, 신입생 선발준비 등으로 바쁜 그를 만나 영화학과 운영계획과 감독으로서의 최근 관심사 등을 물어봤다. -건대 영화학과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예술학부 3개 학과의 정원은 40명씩이다. 영화학과의 경우 연기전공 20명, 연출전공 20명을 뽑을 예정이다. 올해 11월 정시모집으로 선발해 내년 3월 개강한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교육을 제공할 계획인가. *테크닉보다는 정신과 내면의 충실화에 주력할 것이다. 테크닉이야 학교가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은가. 요즘 젊은 연기지망생들은 신체조건과 관찰력이 좋고 연기도 곧잘 하는 듯하지만 정서적 측면이 약하다. 좋은 연기의 토양이 되는 깊은 성찰과 상상력, 이해력이 부족하다.한편으로는 기존 대학 영화학과들도 현장감 있는 연기지도에는 미흡하다는 느낌을 받아왔다.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좋은 교육을 해볼 욕심이다. -기성 연기자들이 대학에 들어오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 *온다면 대환영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학문적, 내면적 기초가 약한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착실히 기초를 다져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 -과거에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가? *1988년 미국 새너제이 주립대학 영화학과에서 석좌교수로 있었고, 96년에는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로 일한 적도 있다. 솔직히 당시에는 진정한 교육자 정신을 가지고 강단에 섰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진짜 좋은 연기자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지금까지 연출작이 몇 편이나 되나? *17편이다. 우리 세대 연출자로서는 다작인 셈이다. 요즘은 영화제작이 하나의사업 프로젝트가 돼버려, 한 편을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게 보통이다.과거와달리 감독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은 별로 배려해 주지 않는다. 상업논리에 철저히 순응해야 하는 후배감독들은 아마도 영감이 떠오를 때는 1년에 몇 편씩 만들다가 재충전할 때는 오랫동안 침묵하는, 그런 작업방식을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배 감독 작품의 지속적 테마라고 부를만한 게 있다면. *“인간의 본질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늘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왔다. 한데 요즘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나 자신은 실제 삶에 있어서 어떤가? 사랑을 생활에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배 감독의 사랑을 받을 건국대 학생들은 행복하겠다. *아마도… 과거에 가르쳤던 것은 솔직히 빈 시간을 메우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누군가를 마주보며 가르친다면 진짜로 잘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