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동막골 웃음과 감동… 따뜻한 전쟁영화 민족 상잔의 비극 6·25가 한창이던 어느날. 강원도 첩첩산중의 마을 동막골에 수류탄이 터진다. 이 마을의 주산물은 옥수수. 우스운 실수로 수류탄이 옷수수 헛간에 떨어지자, 터진 것은 수류탄만이 아니었으니, 바로 이 땅에 최초로 팝콘이 탄생한 순간이다. 높게 솟은 옥수수 알갱이에 핀 것은 하얀 팝콘 꽃, 하늘에서는 팝콘 비가 내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마냥 순박한 웃음이 퍼져나간다. 습기와 더위로 지친 한여름 휴식같은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굳이 장르로 분류하자면 전쟁 블록버스터. 하지만 1천만 관객 동원에 빛나는 ‘태극기 휘날리며’와도,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핵무장을 하자는 ‘천군’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군에 인민군에 미군까지 총출동하지만 이 영화에는 대립도, 살육도, 울부짖음도 그 중심에 없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전쟁터가 아닌 전쟁의 포화에서 빗겨간 산골 마을 ‘동막골’이다. 그다지 전략적 요충지도 아니고 워낙 외진 마을인 까닭에 이 곳에서 전쟁이니 총이니 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들이다. 국군 표현철(신하균)과 문상상(서재경),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장영희(임하룡), 미군 스미스 대위(스티브 테슐러)는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하지만 뭔가 알지 못할 힘에 이끌려 이 마을에 흘러든다. 전쟁에 찌들린 이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은 일단 당연한 일. 서로 으르렁대던 이들은 멧돼지 잡고, 풀썰매 타며, ‘강냉이’ 튀겨먹으며 어느 새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에 동화되어 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잠잠한 마을에도 전쟁의 긴장은 점차 스며든다. 이제 동막골은 이들에게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낙원이며 이곳의 사람들은 진정으로 보호해주고 싶은 존재들이다. 다른 소속 세 무리의 군인들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연합작전을 시작한다. 분단과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제작 필름있수다)이 담고 있는 목소리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영화는 6.25 이후 한동안 나왔던 반공 영화와도 다르고, 80년대 이후 작품들에서 보여준 분단의 비극도, 아니면 ‘쉬리’나 ‘태극기 휘날리며’의 묘한 형제애도 담고 있지않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의 사랑에 있다. 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어찌보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 없는 이 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풍부한 웃을 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후반부 웅장한 감동과 함께 펼쳐진다. 영화 속 동막골의 사람들은 지금보니 낯설지만 어찌보면 우리들 본연의 모습이다. 함께 밭을 갈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낯선 이를 경계하지도 추운 사람에게 옷을 나눠주기를 꺼려하지도 않는다. 이쯤 되니 총부리를 들이대봤자 나오는 것은 ‘우터(어떻게) 오셨나? 부애(화) 많이 나셨네’ 쯤 되는 말. 전쟁이니 총이니 사상이니 하는 것들은 소박하고 아둔해보이는 말투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영화가 가식적이지 않고 순수하게 흘러갈 수 있는 것은 정재영과 신하균, 강혜정과 임하룡 등의 탄탄한 연기와 이미 대학로에서 히트를 쳤던 원작 연극의 덕도 단단히 한 몫 하지만 신인 박광현 감독의 차분한 연출력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톱스타 한 명 없는 캐스팅에 신인 감독의 작품이지만 영화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이변이자 최고의 흥행작인 ‘말아톤’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히사이시 조가 들려주는 서정적인 음악이 이를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영화의 장점들이다. ■펭귄 남극의 ‘신사’ 펭귄 진한 모성애 그려 참 고약스러운 일이다. 남극에 사는 황제 펭귄. 새는 새인데 몸집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 날 수가 없고, 사는 곳은 1년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남극이니 도대체 번식은 어떻게 해야하며 먹이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 우리가 ‘남극의 신사’ 펭귄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상당 부분 피상적이다. 그래도 새니까 아마 알을 낳을 테지만, 추운 날씨에 어떻게 부화를 하는 지는 잘 모른다. 여름 극장가에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가 한편 개봉한다. 프랑스 제작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March Of The Penguins)이 그것. ‘남극의 황제 펭귄’의 생태를 담아낸 이 영화는 다음달 4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애초에 대단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영화가 보여주는 펭귄의 1년살이는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하다. 펭귄의 짝짓기 시기는 겨울이다. 바닷속에서 생활하던 황제 펭귄들은 아마도 조상대대로 수천년은 반복했을 긴 여행을 떠난다. 한명 한명 얼음 틈에서 솟아나와 거대한 무리를 이루는 이들이 향하는 곳은 머나먼 평지 ‘오모크’(Hummok). 특유의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아니면 배를 바닥에 깔고 미끄러지며 차근차근 길고 먼 행진을 계속한다. 한참을 거쳐 오모크에 도착한 이들은 ‘춤’을 춘다. 우리에게 춤을 추는 행위로 보이는 것은 사실 짝짓기를 하는 것. ‘꺼욱 꺼욱’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구애의 시간이 길게 이어지면 커플을 이룬 암수는 짝짓기를 시작하고 알을 낳으면 이제부터 이 어린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흥미로운 정보에 지적 만족감을 느끼다 보면 영화는 어느새 생명에의 경외와 그들에게도 여전한 부(모)성애를 느끼게 해준다. 본능처럼 펭귄들은 자식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고 그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하나의 생명이 탄생한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성우 배한성과 송도순, 아역 배우 박지빈 등이 한국어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85분.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가 8월31일~9월10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62회 베니스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박 감독이 해외 3대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베를린, 2001년), ‘올드보이’(칸, 2004년)를 포함해 이번이 세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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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5-07-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