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살아라 / SBS 오후 8시50분 응경은 재환이 다이아몬드 반지 사는 것을 목격하고 리나에게 얘기한다. 리나는 은근히 재환의 프로포즈를 기다린다. 재환과 리나는 단 둘이 식사를 한다. 리나는 영화 속의 프로포즈 장면을 상상하며 빵부터 스테이크, 아이스크림까지 싹 먹어 치우면서 그 속에서 반지를 찾는다.
20대 후반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 ‘싱글즈’가 11일 개봉한다.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와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가 각각 20대 언저리 남자와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면, ‘싱글즈’는 서른을 맞기 직전의 다 자란 ‘어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군대문제나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이들의 불안감이 20세 아이들의 걱정거리였다면, ‘싱글즈’에서 이제 좀더 자란 네 남녀의 머릿속은 결혼과 일, 사랑 혹은 섹스로 가득한 듯하다.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 정준(이범수)은 서른 즈음의 친한 친구 사이. 머리에 동전 크기의 원형 탈모를 발견한 어느날 나난은 남자친구에게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는다. 게다가 직장에서도 엉뚱한 부서로 발령이 나자 그녀는 회사를 때려치우기 일보 직전까지 다다른다. ‘과감한’ 자유연애주의자 동미는 친구 정준의 집에 얹혀 사는 신세다. 둘은 서로 지킬 것은 지키는 ‘그냥 친구’ 사이. 46번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미와 반대로 정준은 ‘한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식의 ‘순정파’다. 서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성고민에 대한 ‘험한’ 충고도 서슴지 않으며 즐겁게지내던 어느날 새로운 일에 적응하며 ‘싱글’ 생활을 즐기던 나난에게 넉살좋은 남자수헌(김주혁)이 나타난다. 나난은 끊임없이 주변을 맴도는 수헌과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고 결국 프로포즈를 받게 된다. 한편, 자주 티격태격하던 동미와 정준이 화해의 술잔을 기울이던 어느날 둘은 ‘대형사고’를 치게 되고 동미는 정준의 아이를 갖게 되는데…. 영화는 코미디와 리얼리티 사이의 균형을 대체로 잘 잡고 있는 편이다. ‘팬티 테이스트(Taste) 하고는…’ ‘니가 내 맛을 아니?’ ‘그걸 맛을 봐야 아나?’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덥석 먹지 마라’ 등 재미있는 대사나 울던 나난이 가슴을 쓸어내리다 때를 발견한다든가 실연당한 나난이 남자친구와 핸드폰으로 닭살스런 대화를 하는 여자를 신문지로 때리는 상상을 한다든가 하는 재치있는 장면들은 부담없는 웃음을 주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가볍고도 유쾌하다. 반면 임신이나 결혼, 자기 일에 대한 욕심 등 그 나이 남녀의 고민은 가볍지 않게 리얼리티를 갖추고 있다. 두 남자와 여성의 캐릭터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편. 특히 동미와 나난의 캐릭터는 오래간만에 우리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생각하는 여성’이다. 네 주연배우는 그런대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다.
제7회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10일부터 19일까지 부천에서 개최된다. ‘사랑·환상·모험’이란 주제로 매년 열리는 영화제에는 총 35개국의 189편(장편100편, 단편 89편)이 출품돼 복사골문화센터와 부천시민회관, 시청사, 소사구청사, 경인전철 인근 멀티플렉스 ‘씨네올’ 등에서 상영된다. 개막작은 2142년 청정지역 시실섬을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을 그린 국산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김문생 감독)가, 폐막작은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SF스릴러 ‘싸이퍼’와 윤재연 감독의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이 각각 선정돼 선보인다. 또 ‘여우계단’의 주연으로 열연, 일약 스타가 된 박한별 양(19)이 제7대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돼 영화제 홍보와 관객서비스에 나선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가족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패밀리섹션’이란 부문으로 ‘동승’, ‘보리울의 여름’ 등 14개국의 장·단편 영화 19편이 소개되며,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에는 장편과 단편 각 10편씩이 출품, 경쟁을 벌인다. 이밖에 국내 7,80년대 호러 영화를 중심으로 한 ‘한국영화 걸작 회고전’ 캐나다 출신의 명감독 가이매딘을 기린 ‘가이매딘 특별전’ 6,70년대 홍콩 쿵후 영화의 황금기를 볼 수 있는 ‘홍콩영화의 전성시대: 쇼 브라더스 회고전’올해 초 사망한 일본 영화사의 거장 후카사쿠 긴지 추모전 등도 마련돼 있다. 또 영화상영 외에 음악을 겸한 영화 감상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시민들을 찾아간다. ‘메가토크’는 국내외 영화 감독이나 평론가를 초청,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벌이는 것으로 12~14일, 16일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린다. 또 심야시간대 영화와 록을 동시에 감상하는 ‘시네락 나이트’는 11∼14일 오후 6시30분∼10시30분 시민회관에서 선보이며, 상영작의 인물을 소개하거나 출연 배우 등을 만나는 ‘PiFan 데이트’는 12∼16일 오후 6시∼7시30분 경인전철 송내북부역에서 펼쳐진다. 아울러 온 가족이 김창완, 비바솔 등 출연진의 열창을 감상하며 한여름 밤에 정취를 느껴보는 그린콘서트와 PiFan 파이널 콘서트가 각각 17일과 19일 오후 8∼10시 시청사 잔디광장에서 펼쳐진다. 또 12일, 13일, 16일 오후 8시∼8시30분 3차례 시청사 잔디광장에서 가족영화를 상영한다. 영화제 사무국측은 관람객들을 위해 행사기간 경인전철 송내역과 각 상영관을 연결하는 3개 노선에 버스 10대를 투입, 무료 운영한다. 입장료는 일반 상영작은 5천원(오전 11시대 4천원)이며, 심야 상영이나 ‘씨네락나이트’, 개·폐막식 등은 각 1만원이다. 다만, 시청사 광장 야외 상영과 한국영화 걸작회고전은 무료이다. 문의 (032) 345-6313
오는 9월 말 개최 예정인 제4회 장애인영화제사무국은 사전제작 지원작을 공모한다. 장애인을 소재로 하거나 장애인이 제작 스태프로 참여하는 작품이면 장르에 상관없이 응모할 수 있으며 편당 100만원 한도에서 세 편까지 지원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pdff.or.kr)에서 신청서와 제작계획서를 내려받아 작성한뒤 시나리오, 소요예산 내역서, 팀 구성원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장애인 등록증 사본 등을 첨부해 7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1659-2 청동빌딩 2층으로 보내면 된다. ☎(02)871-4405 /연합
■니모를 찾아서 월트 디즈니가 올해는 해저 스펙터클 어드벤처를 표방한 ‘니모를 찾아서(원제 Finding Nemo)’를 선보인다. 제작 파트너는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등으로 성가를 드높인 픽사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여름이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를 감안해 6월 6일 일찌감치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호주 동북부 연안의 산호초지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말미잘의 촉수 틈에 사는 클라운 피시(광대 물고기) 말린은 아내와 400개의 알을 몽땅 청새치에 잃은 채 유일하게 부화한 외동 아들 니모를 애지중지 키운다. 아빠 품을 벗어나 처음 학교에 가는 날, 니모는 친구들의 부추김에 떼밀려 겁도없이 보트 밑바닥에 접근했다가 다이버의 손에 납치된다. 이때부터 말린의 눈물 겨운 ‘아들 찾아 삼만리’ 모험이 시작된다. 건망증 심한 블루 탱 도리와 짝을 이룬 말린은 다이버가 떨어뜨린 물안경의 글씨를 보고 시드니로 향한다. 말린과 도리는 고래 뱃속에 갇히는가 하면 해파리떼 숲에서 헤매기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동오스트리아 해류를 따라 시드니항에 도착한다. 펠리컨으로부터 말린과 도리의 영웅담을 들은 니모도 치과병원의 수족관 친구들과 합세해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120종에 이르는 다채로운 캐릭터. 돌아서면 자신의 존재조차 까먹는 도리, 식성을 채식으로 바꾸는 5단계 프로그램에 돌입한 상어 3총사, 수족관의 보스 무이리시 아이돌, 수족관 유리에 반사된 자기 모습을 쌍둥이 자매라고 믿는 댐즐 피시, 수족관 밖의 풍경을 중계방송하는 불가사리, 150살 먹은 마음씨 좋은 거북 등의 깜찍하고도 우스꽝스런 모습은 어린이 관객들이 홀딱 반할 만하다. 가족애와 모험이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모토를 잘 살리면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낸 것은 캐릭터의 생생함에 힘입은 바 크다. 보고 나면 뻔한 결말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정신없이 웃다가도 손에 땀을 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 생물들의 생태와 동작을 치밀하게 연구해 만들어낸 유연한 움직임과 바닷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감나게 담아낸 화면도 놀랍다. 코미디언 앨버트 브룩스와 앨런 드제너러스가 각각 말린과 도리의 음성연기를 펼쳤으며 ‘플래툰’의 배우 윌리엄 데포가 수족관 보스 길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거북 크러시의 연기는 앤드루 스탠턴 감독이 직접 맡았다. ■성질죽이기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성질 죽이기’는 아카데미상 12회 노미네이트·3회 수상에 ‘빛나는’ 명배우잭 니콜슨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러가 호흡을 맞춘 영화. 최정상급의 두 배우가 같이 출연하며 화제를 낳았고 영화는 미국 개봉후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다른 영화를 통해 두 배우의 진가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연기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슴 뛰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각각 최고의 연기파와 망가지는 코미디로 서로 동떨어져 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은 두사람은 같이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만으로 변신 아닌 변신을 한 셈. 각각 최선의 연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영화 내내 으르렁 대는 두 사람의 호흡은 관객들에게 넉넉한 웃음을 줄 수 있을 만큼 잘 맞아 보인다. 어느날 데이브(아담 샌들러)는 출장길 비행기에서 난동꾼으로 오해 받는다. 결국 그는 법원으로부터 ‘성질 죽이기’ 치료를 받으라는 판결을 받지만 별 잘못도 없이 치료받는 게 내킬리 없다. 하지만 법원의 명령을 어기면 바로 ‘콩밥’을 먹어야하는 신세. 할 수 없이 데이브는 라이델 박사(잭 니콜슨)의 성질죽이기 프로그램에 등록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오히려 성질이 포악해지고 결국 린다까지 박사에게 빼앗기게 되는데… 성질 죽이기라는 소재나 착한 청년이 성질 치료사를 만나 오히려 못되게 변해간다는 설정이 이 코미디 영화가 선택한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 그 바탕위에 웃음을 이끌어내는 두 배우의 화학작용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감독은 ‘총알탄 사나이3’의 피터 시걸 감독. 우디 해럴슨, 루이스 구즈만 등 개성있는 배우들이나 테니스 스타 존 멕켄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튜브 지난 2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나 3월로 예정됐던 개봉일이 기약없이 미뤄졌던 영화 ‘튜브’가 마침내 6월 5일 극장에 간판을 내건다. 이야기는 공항에서 시작된다. 전직 국가정보부 최정예 비밀요원 강기택(박상민)은 차를 몰고 청사에 진입해 막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요인을 암살한 뒤 유유히 사라진다. 그는 비밀조직을 만들었던 차기 대권주자(송용태)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조직을 해체하며 요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자 테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를 쫓는 자는 지하철수사대의 형사 장도준(김석훈). 애인을 강기택의 흉탄에 잃은 뒤 3년 동안 끈질기게 추적중이다. 강기택은 신임 서울시장단의 지하철 시찰이 있는 날 지하철에 대규모 폭탄을 장치하고 대규모 인질극을 벌인다. 자신을 연모하는 소매치기 인경(배두나)으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고 지하철에 매달린 장도준. 그가 시민의 안전도 지켜내고 연인의 원수도 갚을 수 있을까. 대구 지하철 참사의 희생자나 유족들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악몽이겠지만 지하선로를 질주하는 전동차는 대형 비극을 예고하는 공간에 잘 어울린다. 중앙통제실의 긴박한 분위기와 함께 아슬아슬한 순간에 선로를 변경하고 객차를 분리시키는 장면도 실감을 자아낸다. ‘쉬리’의 조감독 출신인 백운학은 확실히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전동차를 통째로 제작한 미술감독 황인준과 속도감을 생생히 살려낸 촬영감독 윤홍식의 솜씨도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대단히 허술하고 캐릭터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주인공들이 왜 그토록 목숨을 건 테러와 추격을 시도하는지 공감을 자아내기 힘들다. 한국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 지하철 테러 장면을 멋지게 담아냈다고 해서 관객이 흠뻑 빠져들기에는 우리 영화 팬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너무 많이 본 것 아닐까. ■인터뷰/‘이중간첩’ 訪日 한 석 규 “일본 영화 팬들이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계셔서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현지 팬클럽에 연락도 안하고 입국했는데 회원들이 마중을 나오셨더라구요.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도 뜨거웠구요.” ‘이중간첩’의 개봉을 앞두고 일본 도쿄를 방문한 주연배우 한석규(39)는 29일 현지 기자들을 만난 뒤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80년대 남한으로 위장귀순한 북한 공작원의 이야기를 담은 ‘이중간첩’은 6월 7일 ‘이중스파이’란 제목으로 일본 전역의 212개 스크린에 간판을 내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매트릭스2:리로디드’와 같은 날 맞붙는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쉬리’의 일본 내 빅히트로 한석규의 인기가 높은데다가 북한에 대한 관심과 한국 붐이 높아지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 기자들과 만날 때도 늘 어려워요. 더구나 외국 기자들을 대할 때면 한국 배우에 대한 인상을 뇌리에 심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더욱 조심스럽지요.” 3년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중간첩’의 국내 흥행기록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 ‘흥행 보증수표’라는 한석규의 이름값도 이제는 퇴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그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한석규의 일본내 인기는 대단하다. ‘쉬리’의 주제가 ‘When I Dream’에서 딴 팬클럽 ‘When We Dream’이 300여명으로 조직돼 있고 일본의 인기배우 겸 가수 초난강도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그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꼽히는 다카카라 겐도 한석규의 연기를 칭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카쿠라 겐은 “‘이중간첩’ 시사회를 보고 감동받았으며 다음에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편지로 전해왔다. 한석규는 ‘이중간첩’ 이전에 3년 동안 공백기간을 가졌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29일 기자회견에서도 “다카쿠라 겐 선생님도 7년이나 휴식기를 가졌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백기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제 뒷바라지를 해오신 형님(한선규)의 회사 힘픽쳐스가 2년 동안 독자 제작을 준비해왔는데 올해 안으로 크랭크인에 들어갈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주연으로 나서야지요.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고 감독은 신인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연합
■별 다음달 1일 관객들을 찾는 영화 ‘별’(제작 스타후릇)은 밤하늘의 별을 매개로 연결되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한국적인 서정성을 대자연 속에서 풀어내 보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적어도 절반이상은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지금까지 150여 편의 영화에 참여했던 ‘영화계의 산증인’ 전조명 촬영감독은 소백산 연화봉의 광활한 자연을 가슴 벅찰 만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영우가 가을 들판을 달리는 모습이나 넓은 화면으로 잡아내는 설원의 장관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면. 고아로 외롭게 자란 영우(유오성)의 취미는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 착하고 순하기만 한 그의 유일한 말동무는 강아지 알퐁스다. 영우는 통신회사의 기술자로 일하며 성실한 태도로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만 동료들은 그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그럴수록 그는 마음을 터 놓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 그런 영우에게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첫사랑이 있으니 그녀는 바로 털털한 웃음과 새침한 눈빛이 매력적인 수의사 수연(박진희). 영우는 알퐁스를 핑계로 수연 곁을 맴돌지만 쉽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용기를 낸 영우는 수연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수연은 이를 받아들이지만 엇갈린 운명은 둘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수연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괴로워하는 영우. 그는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오지 근무를 자원해 알퐁소와 함께 소백산으로 향한다. 그 곳에는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아픈 과거를 가슴에 담고 있는 노부부가 살고 있는데… 장대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평작에 그치고 마는 것은 그다지 흥미를 주지 못하고 단선적으로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 때문. 밋밋한 대사는 신파로만 느껴질 뿐 울림을 주지 못하고 간혹 등장하는 무리한 설정이나 상투적인 인물들은 관객들이 영화속에 빠져있는데 방해가 된다. 멜로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유오성의 모습도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해 보인다. 영우와 함께 소백산에서 근무하는 동료 진수로 출연하는 공형진의 애드리브나 노부부로 출연하는 이호재-김영애의 열연이 영화의 이런저런 단점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감독은 ‘동승’의 조감독 출신 장형익. ■나비 나이트클럽 ‘제비’로 살아가던 민재(김민종)는 옛 애인과 마주친다. 그는 과거의 은지(김정은)가 아니라 군부 실력자 허대령(독고영재)의 애첩 혜미로 변해 있었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불태우지만 허대령의 음모로 민재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제목 ‘나비’는 민재와 은지가 고향에서 이별하기 전에 사랑의 증표로 가슴에 똑같이 새긴 문신의 모양. 볼품없는 번데기에서 화려한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하는 나비처럼 폼나게 살아보고 싶던 주인공의 꿈을 상징한다.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 재현 시도, ‘흑수선’ 비주얼 디렉터를 맡았던 김현성 감독의 고감도 영상, 조연들의 양념연기 등은 높이 살 만. 그러나 이 요소들은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린다. 눈물 속에 웃음을 버무리는 화학적 공식을 아직 깨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김정은표 코믹 연기’라는 상품가치를 완전히 포기하기가 아깝다고 생각했을까. 김정은은 모처럼의 변신 기회를 맞고도 관객들의 눈에 박혀 있는 드라마와 CF의 잔상을 지우지 못했다. ■엑스맨2 30일 전세계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 ‘엑스맨2’가 다른 ‘OO맨’ 시리즈들과 다른 것은 철학이 있는 액션영화라는 점이다. 감독은 ‘유주얼 서스펙트’로 재능을 인정받았던 브라이언 싱어. 사회로부터 내몰린 돌연변이들과 보통 사람들 사이의 대립이라는 갈등축이나 강한 개성의 뮤턴트(Mutant·돌연변이)들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설정, 서로 다른 두 부류가 공존할 것인가 대립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등은 ‘엑스맨’ 시리즈가 다른 액션영화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마블 코믹스의 원작만화가 처음 세상에 나온 60년대 초가 흑인과 소수민족의 권익 옹호의 소리가 높았던 시기인 것을 생각하면 액션영화의 돌연변이가 탄생한 것에 대해 수긍이 간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뮤턴트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인간들의 편견 속에 소외당하며 살아간다. 뮤턴트들의 능력을 두려워한 인간들은 급기야 이들을 등록시키고 관리하는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서 통과시키려하고 이 와중에 뮤턴트 혐오주의자와 공존론자 사이에서는 격론이 벌어진다. 여기에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뮤턴트에 의해 대통령이 암살당할 뻔하자 뮤턴트들은 점점 궁지에 내몰린다. 한편 초능력 학교의 어린 뮤턴트들과 함께 반격을 꾀하던 울버린은 스트라이커가 돌연변이 추적장치 ‘세레브로’를 이용해 뮤턴트들을 몰살시킬 음모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되는데… ‘엑스맨2’의 가장 큰 매력은 각기 다른 초능력과 개성을 지닌 뮤턴트 캐릭터들과 이들의 능력과 관련된 스펙터클. 불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파이로나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는 아이스맨,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울버린,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스톰과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뿜어내는 사이클롭 등 뮤턴트들의 초능력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두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 그렇다고 영화가 부담스러운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치장이 됐다고 할 수도 없을 것같다. 돌연변이 나이트 크롤러가 숨어있던 성당의 음침한 분위기나 캐릭터들의 겉모습과 어울리는 배경의 색감, 세레브로가 사용될때의 장관 등은 상상력 없는 CG만으로 연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상록수 등 5개作 칸 영화제 초청 다음달 14∼25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제56회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작이 23일(한국시각) 오후 발표됐다. 장편 경쟁부문 20편 중에는 프랑스 영화(6편)와 미국 영화(3편)가 강세를 띤 반면 아시아 영화는 이란 1편, 중국 1편, 일본 2편, 터키 1편 등 모두 5편만이 포함됐다. 한국 영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전수일 감독의 ‘파괴’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홍기선 감독의 ‘선택’ 등은 초청작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영화는 공식 초청작의 비경쟁부문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 등에도 진출하는데 실패해 올해 칸을 찾는 우리 영화는 전선영 감독의 ‘굿나이트’(비평가 주간),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회고전), 단편 ‘사연’(박종우·감독주간)과 ‘원더풀 데이’(김현필·시네파운데이션), 특별상영 형식으로 소개되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비평가주간) 등 5편에 그쳤다. 일본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와 여성감독 나오미 가와세의 ‘사라소주’ 등 두 편의 영화를 출품해 작년 한 편도 리스트에 올리지 못했던 한을 풀었으며, 중국은 중국 6세대 감독 로우 예의 ‘자주빛 나비’가 포함됐다. 개막작에는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의 ‘팡팡 라 튤립(Fanfan la Tulipe)’이 선정됐으며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복원판이 폐막식을 장식한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17일 칸 현지에서 한국영화의 밤을 개최하며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오아시스’ 감독 자격으로 칸을 찾을 예정이다.
■살인의 추억 25일 개봉될 ‘살인의 추억’(제작 싸이더스)은 제목부터 역설을 담고 있다. 끔찍한 살인의 기억이 ‘악몽’이 아니라 ‘추억’이라니. 줄거리 전개에서도 많은 역설이 등장한다. 자료와 증거를 제일로 치는 서울 형사는 점점 시골 형사와 닮아가고, 육감과 고문에 의한 자백이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고 여기는 시골 형사는 오히려 폭력을 포기한다.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의 기획력과 제작 노하우, ‘플란다스의 개’로 주목받은 감독 봉준호의 꼼꼼한 연출솜씨, 충무로 캐스팅 영순위로 꼽히는 송강호의 연기력, 완성도에서나 흥행력에서나 충무로가 기대를 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살인의 추억’은 익히 알려진 대로 86년부터 91년까지 10명의 부녀자가 숨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소재. 이야기는 벼가 고개를 숙일 대로 숙인 황금들녘에서 시작된다. 경운기 적재함에 타고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의 표정에는 뒤쫓아오는 아이들에게 손으로 ‘감자’를 먹일 만큼 여유가 묻어나온다. 그는 배수구 속에 박힌 피살자의 시신을 확인한 뒤 동네 불량배들을 잡아들이며 예전의 방식대로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두 달 뒤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발생하자 동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특진을 꿈꾸며 자원한 서울시경의 형사 서태윤(김상경)이 가세한다. 이때만 해도 박두만의 얼굴에는 여유만만한 기색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신지체 증세를 보이는 용의자 백광호(박노식)를 족쳐 자백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검증에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한다. 서태윤은 화상으로 붙어버린 백광호의 손가락으로는 피살자의 목을 끈으로 조른 뒤 매듭까지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백광호도 기자들까지 모여든 현장에서 범행을 부인한다. 범인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지문이나 털 하나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전말을 대충 기억하는 사람은 미궁에 빠진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형사와 형사, 형사와 용의자, 수사팀과 주변인물간의 캐릭터 대결이 한껏 당긴 활시위와 활처럼 팽팽하기 때문이다. 특히 송강호는 그가 아니면 도저히 해낼 수 없었다는 느낌을 줄 만큼 관객을 웃겼다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영화에서는 등화관제 훈련, 반정부 시위 등을 살짝살짝 비추며 당시 공권력이 연쇄살인에 그토록 무력했던 까닭을 은유한다. ■마지막 수업 무대는 프랑스 중부의 고원지대의 오지 오베르뉴 마을. 이야기는 소형 승합차가 등교하는 아이들을 차례로 태우고 눈덮인 좁은 길을 따라 학교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4살짜리 코흘리개서부터 막 사춘기를 맞은 초등학교 졸업반까지 한 교실에 모여 공부를 한다. 교편생활 35년째를 맞는 조르주 로페즈 선생님은 정년을 맞는 마지막 해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교단에 섰을 때처럼 똑같은 태도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글씨쓰기, 색칠하기, 받아쓰기, 구구단 등을 꼼꼼하면서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가 하면 요리를 함께 만들기도 하고 눈썰매를 태워주기도 한다. 10여명의 아이들이 그야말로 십인십색이지만 로페즈 선생님은 늘 공평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규칙이다. 약속한 분량을 다 색칠하지 않고는 쉬는 시간에 놀 수가 없다. 친구와 다퉜을 때는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가로막고 나서는 것도 안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는 일. 백까지도 셀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다섯을 넘어가면 헷갈리기 시작하는 조조, 틈만 나면 남의 발표에 끼어드는 똑순이 마리, 구구단은 잘 외우지 못해도 집안 일은 척척 해내는 줄리앙, 자폐증 증세로 선생님을 안타깝게 만드는 나탈리… 나무 그늘 아래 야외수업을 하는 장면과 기차를 타고 소풍을 가는 광경도 아름답다.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울적했던 사람이나 일이 잘 안풀려 짜증을 내던 사람도 마음이 씻은 듯이 맑아질 것이다.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은 프랑스 전역을 샅샅이 누비며 오베르뉴 마을의 생테티엔 쉬르 우송 학교를 찾아냈고 로페즈 선생님과 아이들을 설득해 2000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카메라를 들이댔다. ■보리울의 여름 25일 개봉하는 영화 ‘보리울의 여름’(제작 MP엔터테인먼트)은 선(善)한 영화다. 이 영화의 소재인 축구나 종교가 그렇듯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착한 사람들이며 간혹 마찰은 생겨나지만 도를 넘어서 싸움이 되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대사나 극적인 반전은 애초에 고려하지도 않은 듯한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는 신부님과 수녀님, 스님 등 세 명의 주요 캐릭터. 아이들과 고무줄 놀이를 하는 수녀님. 원장수녀와 싸우고 가출하는 신부님, 겉으론 엄한 척하지만 취미란 게 TV연속극 보면서 눈물 흘리기인 원장수녀 등 캐릭터들과 이들 사이의 긴장 관계가 주는 웃음은 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웃음으로 관객들을 뿌듯하게 만든다. 흠이라면 세 캐릭터 사이에서 관객들이 자신을 이입시킬 만큼 비중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 김신부의 시선이나 형우의 관점에서 영화를 풀어나갔더라면 영화에 몰입이 더 쉬울 듯하다. 가난한 시골마을 보리울. 한적한 이 마을의 보리울 성당에 이제 막 사제 서품을 받은 김신부(차인표)가 도착한다. 첫 부임지에서의 의욕으로 가득찬 김신부. 하지만 ‘깐깐’해 보이는 원장 수녀와 푼수끼 있는 젊은 수녀, 게다가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아이들의 경계하는 눈빛 등을 보면 이곳 생활이 쉬울 것 같지는 않는다. 같은 날 초등학생 형우(곽정욱)도 6년 전 출가한 아버지 우남스님(박영규)과 여름방학을 함께 지내려고 마을을 찾는다. 도시 소년 형우에게 ‘깡촌’ 보리울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을 듯. 게다가 오랫동안 못봤던 아버지 우남스님과의 관계도 어색하기만 하다. 어느날 여자아이 동숙(배종은)이 주축이 된 이 마을 아이들은 읍내아이들과의 햄버거 내기 축구시합에서 대패하고 우남스님에게 축구감독을 맡아주기를 부탁한다. 이들의 첫 시합상대는 성당아이들. ‘절팀’은 ‘성당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 한편, 성당 아이들은 ‘절팀’에 대패를 당하고 풀이 죽어 있다. 김신부는 아이들이 다칠 것을 걱정하는 원장수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축구팀을 만들기로 하고 훈련을 시작한다. 드디어 두 팀간의 재대결이 펼쳐지고 수중전으로 벌어진 경기에서 양팀은 무승부를 기록한다. 축구를 통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한 ‘절팀’과 ‘성당팀’. 이들은 단일팀을 구성해 읍내 축구팀에 도전하기로 하는데…영화가 잔잔한 웃음을 전해주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한 것은 과장되게 꾸며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 여기에 가수 이문세의 노래들을 작곡했던 이영훈씨가 맡은 영화음악도 서정적인 화면을 잘 살려내고 있다. ■인터뷰/똥개의 곽경태감독 곽경택 감독이 영화 ‘똥개’로 명예회복을 준비중이다. ‘챔피언’의 흥행 저조, 배우 유오성과의 불화, 무혐의로 결론이 난 조폭자금지원설 등 지난 한해는 ‘친구’로 전국 820만 신화를 창조했던 곽감독에게 최악의 한해였다. 경남 밀양에서 재기작 ‘똥개’를 촬영중인 곽경택 감독을 16일 오후 만났다. ‘똥개’는 별다른 꿈도 없고 어리숙하지만 착한 심성에 의리도 있는 한 남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악하지 못한 사람의 정의가 무시당하는 현실을 그렸다. 주인공으로는 톱스타 정우성이 출연해 경찰 반장인 아버지역의 김갑수, 아버지가 데려오는 전직소매치기 정애역의 엄지원과 호흡을 맞춘다. 정우성을 캐스팅한 이유는 ‘잘생긴 배우’라는 이미지 외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 “정우성씨 만나보니 느리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의리가 있는 주인공 철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똥개’는 ‘억수탕’, ‘닥터k’, ‘친구’, ‘챔피언’으로 이어지는 곽감독의 연출작 중 가장 웃음이 많이 들어 있는 영화. 그는 최근 유행하는 코미디 영화들에 대해 “지나치게 밝거나 드라마적 설정이 너무 많이 무시된다”며 “‘똥개’는 드라마가 강한 코미디라는 점에서 이들 영화와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상업영화 감독에게 관객의 반응이 제일 중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코미디를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심히 해보고 관객들의 코드에 맞기를 바랄 뿐이죠” 영화속 배경을 밀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충청도나 전라도를 배경으로 할까 생각해 실제로 이 지역 몇개 도시를 돌아봤지만 부산 토박이인 내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똥개’ 제목이 관객에게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묻자 그의 ‘똥개 예찬론’이 시작됐다. “똥개는 멋있거나 영리하지 않지만 정이 있고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가도 밥그릇을 빼앗기면 용감해지기도 하죠. 경험으로 두글자 제목이 흥행에 좋았다는 아내의 말도 설득력이 있고요”/연합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신혼여행에서 파경에 이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일 개봉하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원제 Just Married)’는 제목 그대로 막 결혼한 부부 한쌍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신혼 이혼’ 문화의 원조 격인 미국 부부의 ‘밀월여행(실은 결별여행)’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첫 장면은 톰(애슈턴 커처)과 새라(브리트니 머피)가 베니스발 비행기에서 미국공항에 내리는 대목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부부답지 않게 서로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카트를 밀어 부딪히게 만들고… 금세라도 치고받을 듯 으르렁 댄다. 이어 이야기는 이들이 처음 만나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변을 산책하던 새라는 톰이 던진 풋볼 공에 맞아 쓰러진다.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탓인지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부잣집 딸 새라는 평범한 교통방송 리포터인 톰에게 한눈에 반한다. 새라의 가족은 둘의 결합이 못마땅하지만 사랑에 눈먼 이들 앞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톰과 새라의 사이는 유럽행 비행기에 탄 순간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기내 화장실에서 사랑을 나누려다 변기에 발이 끼어 곤욕을 치르고 알프스의 호텔에서는 정전 사고를 일으켜 쫓겨난다. 베니스에 도착해서도 소동은 끊이지 않는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톰과 예술 애호가인 새라는 가는 곳마다 의견 충돌을 빚어내고 급기야 새러를 사랑하는 피터(크리스천 케인)까지 날아와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
권투를 소재로 한 영화들 중 진짜 권투영화라고할 만한 영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7일 관객들을 찾는 영화 ‘언디스퓨티드’(Undisputed)는 권투 경기 장면의 역동성을 강조한 영화로 이들 영화와는 달리 ‘본격 권투 액션 영화’ 쯤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교도소 안의 챔피언과 교도소 밖 챔피언의 ‘한판 승부’라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지만 몸 만드는데 신경 꽤나 쓴 듯한 배우들이 출연해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와 빠른 편집으로 연출되는 권투 시합 장면은 힘있고 역동적으로 보인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라스트맨 스탠딩’의 월터 힐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네 멋대로 해라’와 ‘블레이드’ 시리즈로 알려진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의 스윗와터 교도소. 직원포함 750명이 수용돼 있는 이곳에는 교도소 내 복싱경기에서 68승 무패를 기록 중인 ‘교도소 챔피언’ 먼로(웨슬리스나입스)가 10년째 복역 중이다. 바람난 아내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그는 이곳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죄수들 사이에는 영웅적인 존재. 어느날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헤비급 세계챔피언 아이스맨(빙 래임스)이 쇼걸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스윗와터에 수감되면서 교도소는 둘 사이의대결을 보고싶어하는 죄수들의 기대로 술렁거린다. 교도소 내에 자신 이외에 또 다른 챔피언이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한 아이스맨은 먼로와 신경전을 벌이고 말썽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교도소장은 먼로를 독방에 감금한다. 이에 교도소 내의 ‘어르신’이자 마피아 두목인 맨디 립스타인(피터 포크)는 교도소장을 협박해 둘 사이의 시합을 이끌어 낸다. 규칙은 심판 없이 둘중 한명이 못 일어날 때까지. 시합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아이스맨은 가석방을, 먼로는 게임에 걸린 판돈의 40%를 얻게 된다. 드디어 시합날, 둘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승부를 위해 링에 오르는데….
텅 빈 사무실에 덜렁 하나 남아있는 책상. 멍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 남자. 비까지 내리는 오늘은 이 남자의 정년퇴직 기념식이 있는 날이다. ‘가족의 사랑을 받고 이웃의 존경을 받으며 진실한 우정을 나눴으며 자신이 일하는 보험사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칭찬이 들려오지만 남자는 그저 내일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뿐이다. 7일 개봉하는 ‘어바웃 슈미트’는 잭 니콜슨의 열연이 단연 돋보이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지 라이더’ 등의 영화를 통해 이미 연기 잘하는 배우로 충분히 알려져있지만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화면 전체를 장악하는 섬세한 연기를 소름끼칠 정도의 연기로 펼쳐내고 있다. 잭 니콜슨은 이 영화로 이미 LA 비평가 협회와 골드글러브의 남우주연상을 차지했고 이달 열리는 아카데미에도 후보로 올라 있는 상태. 영화는 회사에서 퇴직한 한 남자가 부인까지 잃은 후 느끼는 상실감과 고독을 그리고 있다. 곳곳에 유머와 위트가 묻어 있고 어조는 우울하기보다는 유쾌하지만 주인공이 맞닥뜨린 상황은 지독하게도 비극적이다. 퇴직 후 첫날을 타블로이드 신문 낱말맞추기로 시작한 슈미트(잭 니콜슨). 소파에 누워 채널 바꿔가며 TV를 보는 일밖에 할 일이 없다. 생각해보면 그의 주변에는온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다. 마마보이에 대머리인 사윗감도 싫고 대화 도중 말이나 끊고 새로 생긴 레스토랑 가자고 졸라대기에 바쁜 부인도 지긋지긋하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은 멀리 떨어져 살지만 능력있고 예쁜 딸 지니 뿐. 빈둥대던 그는 어제까지 출근했던 자신의 사무실에 들른다. 후임자는 풋내기지만 ‘모든 일을 컴퓨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는 일류대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자신이 벌여놓은 온갖 복잡한 작업들을 돕겠다’고 말하는 슈미트에게 돌아오는 것은 곤란한 표정에 ‘운동이라도 좀 하세요’정도의 말. 지루해진 그는 우연히 TV광고를 통해 아프리카 불우아동 후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하루에 77센트씩을 송금하며 돕게 되는 아이는 탄자니아에 사는 여섯 살남자아이. 슈미트는 가끔 쓰는 편지를 통해 아이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린다. 그러던 어느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갑작스럽게 죽어있는 아내를 발견하게 된다. 겉으로는 아무리 태연한 척 해도 혼자 사는 외로움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힘들어 하는 슈미트.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집에서 아내의 향수 냄새나 맡으며 살아가던 그는 같이 살자는 자신의 제안을 딸 지니가 거절하자 트레일러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